Discover millions of ebooks, audiobooks, and so much more with a free trial

Only $11.99/month after trial. Cancel anytime.

던전 미식가 12권
던전 미식가 12권
던전 미식가 12권
Ebook295 pages2 hours

던전 미식가 12권

Rating: 0 out of 5 stars

()

Read preview

About this ebook

눈 떠보니 내가 모험가를 대학살한 괴물? 용사를 죽였다고? 하지만 무엇보다도 배가 너무나 고파. 일단은 밥. 밥부터 먹고 생각하자.

Language한국어
PublisherWHISTLE BOOK
Release dateNov 16, 2020
ISBN9791132778523
던전 미식가 12권

Related to 던전 미식가 12권

Titles in the series (13)

View More

Related ebooks

Reviews for 던전 미식가 12권

Rating: 0 out of 5 stars
0 ratings

0 ratings0 reviews

What did you think?

Tap to rate

Review must be at least 10 words

    Book preview

    던전 미식가 12권 - 대대원

    Recipe 1. 불사조란말이 (1)

    다음 날 아침, 동부 아드라마.

    ‘샐러맨더는 직접 불에 구워 먹으면 뭔가 살에 맥이 풀려서 그저 그렇네.’

    첫 식사부터 샐러맨더의 살점 구운 것을 브런치 삼아 먹고 있던 나는 이것의 맛이 별로라는 것을 깨닫고 오휴라에게의 보고를 보류했다.

    …….

    그렇다면 레시피를 전달하려 했던 일정도 캔슬됐겠다, 서부에서의 마물 잡이와 바탈령의 던전 토벌 건도 죄다 정산했겠다, 나는 이제 돈은 많고 시간은 남는 사람이 된 참인데 그럼에도 마음 한편이 뒤숭숭했다.

    ‘마왕이 만약 사룡 때처럼 갑자기 깨어나면 어떡하지?’

    카리벨루그가 했던 말이 몹시 마음에 걸리는 것이다.

    ‘마왕 숭배자가 마왕을 불완전하게라도 좋으니 부활시키겠다 선언하고 자기 신체를 제물 삼아 자폭?’

    이는 확실히 보통 일이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지금 당장은 아드라마는 물론이고, 대륙 어디에서도 이렇다 할 소문이 들려오지 않으니 나는 달리 손쓸 방법도 찾지 못했다.

    …….

    그러니 실체 없는 문제에 대해 헛걱정만 계속 들어서 지금 우리 파티는 마왕을 잡을 준비가 얼마나 되어있는지 자꾸만 되뇌어 보게 되었다.

    ‘스킬이 부족한가? 아니, 아라크네포비아 같은 스킬이 아닌 이상 이제 와서 갑자기 잡기술 종류를 늘린다고 해봤자…….’

    ‘그럼 장비가 문제일까? 아니지. 246레벨의 살바토르를 재료로 쓴 방어구만큼 좋은 아이템은 더 찾기 힘들어.’

    ‘…남은 건 부족한 파티원의 레벨과 소모성 아이템 정도?’

    요즘 들어 포션의 가격이 치솟고 있다.

    특히나 몸을 완전히 복구해 주는 효능을 지닌 엘릭서는 폭등이라 해도 좋았다.

    현재 세계에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하는 ‘왕의 성’이란 이름에 시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으니, 당장 대공황 상태가 일어나지 않았다 뿐이지 여러 물건의 시세가 이상했다.

    마치 폭풍 전야 같았다.

    ‘…어떻게든 엘릭서를 더 구하고 싶은데.’

    지금 우리 파티가 가진 엘릭서라고는 두 달이나 기다려 받은 두 병이 고작이었다.

    마탑 녀석들은 이런 마당에 돈 놀음이라도 해보겠다는 건지 아직까지 많은 물량을 풀지 않았기에 답답했다.

    ‘뭔가 방법이 없을까.’

    그래서 나는 지금의 조급함과 마왕 부활에 대한 불안을 떨쳐버리기 위해 안심할 만한 보험을 집요하게 찾던 중 답을 내었다.

    ‘드워프들의 국가에 포션을 만드는 장인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잖아? 오휴라 정도 되면 뭔가 알지도 몰라.’

    취소했던 아우룸을 만난다는 일정을 다시 잡은 것이다.

    아드라마, 공방 드워프손.

    어서 와라멍!

    수인 경비원의 환대를 받으며 아우룸의 거처에 입장했다.

    이 시간이면 바쁘지 않을 거라 생각해서 찾아왔는데 의외로 가게 주인이 1층에 보이지 않았다.

    아우룸은?

    아, 주인님이시라면 2층에서 식사 중이십니다. 불러드릴까요?

    아뇨.

    식사라.

    밥 먹을 땐 개도 안 건든다지만 곁에 가서 말 정도 거는 것은 괜찮겠거니 싶어 나는 직접 2층으로 올라갔다.

    ‘문이 열려있네. 음식 냄새가 나…….’

    살짝 열린 문틈 사이로 흘러오는 강렬한 향에 홀린 듯이 문을 열었다.

    엇.

    ……!

    열린 문 안에는 역시나 아우룸이 있었다.

    ……?

    그런데 이건 또 무슨 일인지 내가 문을 열고 등장하자마자 아우룸이 허겁지겁 테이블에 있던 모든 요리를 치워버렸다. 언뜻 향으로 유추해 보자면 톡 쏘는 삭힌 요리 같았다.

    무, 무, 무, 무슨 일이신가요!

    아우룸은 잔뜩 당황한 얼굴을 겨우 숨기며 말을 더듬거렸다.

    ‘노크 좀 해라, 이 못 배워먹은 인간 자식아!’

    그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 바 아니었고 나는 멋쩍게 방으로 들어가 작은 목소리를 꺼내놓았다.

    물어볼 것이 있어서…….

    아, 그… 어, 일단 앉으세요. 초콜릿, 초콜릿 드시겠어요?!

    후다닥.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이 방의 창문을 활짝 열질 않나, 향이 매우 진한 달콤한 음료를 끓여 와 이전의 요리 냄새를 덮는 등 수상쩍은 행동을 잔뜩 했다.

    ‘…천연기념물이라도 잡아먹었나?’

    아니면 조미료로 쓰는 게 금지된 약품?

    알 수 없는 일이다.

    자, 딱 먹기 좋은 온도로 식혔으니 부디 즐겨주세요. 요즘 오휴라 님도 이렇게 초콜릿 음료에 식용 금을 얹어 먹는 걸 좋아하신답니다.

    …….

    반짝거리는 금색과 진한 흑색이 참 조화롭지 않나요?

    솔솔.

    도무지 평민의 먹을거리라곤 생각되지 않을 호화로운 초콜릿 음료를 받은 나는 그걸 빤히 보다 잠깐 내려놓고 말했다.

    필요한 물건이 있어요.

    여느 때와 같이 단도직입적으로 화두를 꺼냈다.

    하지만 내가 그에게 말한 이야기의 본 내용은 평소와 조금 달랐다.

    음, 그렇군요. 엘릭서라는 포션이라. 확실히 마탑에서 개발해 낸 엘릭서의 효력은 드워프들 사이에서도 유명해졌을 정도입니다만.

    …….

    게다가 이모탈 님이 치료를 전담하고 있다고는 하나 레벨 차이가 크게 나는 마롱 님의 회복은 힘이 들 테니… 왜 연금술사를 찾으시는지 알 것 같군요.

    달각.

    제 몫의 초콜릿을 마신 그는 이빨이 까맣게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음료를 깔끔히 모두 삼키고 이내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오휴라 님께 연통을 보내 실력 있는 연금술사를 수소문해 보겠습니다.

    지금은 모르는 건가요?

    아. 그게, 본국에서 연금술사는 꽤 소수고 뭐랄까… 비인기 직업군이라 명성 높은 사람도 딱히…….

    아무래도 무구를 만드는 기술만 높게 쳐주는 드워프들의 국가에선 연금술사가 꽤 박하게 대우받는 모양인데 뭐, 그래도 상관없을 이야기였다.

    그가 오휴라에게 보낸 편지는 발 빠르게 광산 마을에 도착했으며 그녀에게서 답신이 오는 것도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래서 네가 아우룸에게 부탁했다던 연금술사가 오늘쯤 마을에 온다고 했다고뇨?

    …….

    근데 왜 아직도 안 보이냐링? 시간이 더 지났다간 검문소 경비병들도 죄다 자겠다링.

    대략 10일 뒤, 최근 도착한 오휴라의 답신 탓에 되도록 아드라마 근처에 머무르고 있던 우리 파티는 지금 한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 시각은 오후 아홉 시.

    보통 주민들이라면 다 잘 시간이지만 나와 이모탈만은 집에서 나와 거리를 살피는 중이었다.

    얼라리뇨. 혹시 저 마차 아니냐뇨?

    ……!

    그리고 잠시 뒤, 나는 드디어 익숙한 모양새의 마차를 발견했다.

    그건 필시 오휴라가 보낸 것이고 또한 드워프의 몸에 맞게 제작된 것이었다.

    ‘드워프다.’

    몇 초 후 역시나 약속했던 장소 근처에 마차가 멈추자 문을 열고 기대했던 실루엣이 내렸다.

    오휴라처럼 화려한 복식이라곤 표현할 수 없지만 나름대로 고위 계층이 입을 법한 비단옷을 차려입은 세련된 사람이었다.

    하이고~ 인간들 나라는 아주 기냥 찜통더위구만. 그려, 너그들이 오휴라 님이 말한 용사들이여?

    …….

    이렇게 밖에 오도카니 서서 뭐 햐? 어서 안내하드라고.

    방언?

    묘하게 어투가 달랐지만 중요한 점은 아니었으니 넘어가자. 나와 이모탈은 그 연금술사를 근처의 집으로 안내했다.

    마침 이야기하기에 딱 좋은 넓고 좋은 저택이 파티 리더의 소유였으니 말이다.

    그라믄 시간은 좀 늦었다 해도 서로 바쁘니 엘릭서 이야기부터 허자.

    …….

    우선 엘릭서 레시피는 나가 알고 있긴 혀.

    ……!

    드워프 전용 포션이지만 인간이나 수인에게도 효과는 있을겨. 아직 실험하지 않았을 뿐이제.

    이야기가 시원시원하게 진행됐다.

    나는 그가 독자적인 엘릭서 제조법을 안다는 이야기에 역시나 드워프 장인이라 생각하며 희망을 빛냈다.

    그라믄 느그들은 재료만 갖고 오면 되는디, 찌끄레기들은 이미 모아 왔으니 여기 적힌 것만 구해 오드라고.

    바스락.

    하지만 그는 자신이 들고 온 가방에서 쪽지 한 장을 꺼내 보이며 말했다.

    내가 처음 요구한 양만큼의 엘릭서 대량 생산은 애당초 불가능할뿐더러 설령 완성한다 해도 소모에 매우 주의해야 한다고 말이다.

    ‘마탑에서 엘릭서를 대량 판매하지 않는 건 단순히 가격 문제가 아니었구나.’

    우선 엘릭서 같은 상위 포션의 제조는 지력 스탯이 높은 연금술사만이 할 수 있는데, 포션 한 병을 제조할 때마다 자신의 마력이 한계까지 쥐어짜이기에 단기간에 많이 만들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엘릭서는 함부로 들이부으면 속 디비져야. 네 번까지는 완전히 몸이 붙는디 다섯 병 정도 빨아불면 골로 갈껴.

    연속해서 마시면 위험하단 거예뇨?

    그려~

    그리고 오휴라의 연금술사는 이어서 설명했다.

    엘릭서라는 포션은 공통적으로 복용자의 육체 자체에서 힘을 뽑아내 상처를 복구하기 때문에 일반 포션보다 과다 복용의 한계선이 훨씬 낮고, 허용 범위를 넘어설 경우 부작용이 치명적이란다.

    보통 권장되는 복용법은 한 달에 한 병이지만 상황에 따라 최대 한 달에 네 병까지는 몸이 버틸 수 있다나.

    물론 그렇다고 매달 네 병씩 과용하면 죽을 확률이 매우 높다고 한다.

    ‘나 혹시 사룡과 싸울 때 한 병만 더 마셨어도 위험했던 거 아니야?’

    마탑에서 엘릭서를 구매했을 땐 이런 자세한 부작용까지는 듣지 못했는데 확실히 그의 말마따나 단기간에 몸을 새로 돋아나게 하는 데는 대가가 있을 것 같긴 했다.

    ‘100개 정도 쌓아두고 보스전 하는 건 안 되는 거구나.’

    나는 조금 실망했지만, 그래도 그에게 엘릭서의 레시피가 있다는 것만으로 행운이리라.

    그럼 부족하다는 재료는 뭔데뇨?

    그렇다면 이 중요한 엘릭서의 재료는 무엇일까.

    마탑에서 쓰는 재료와 같을 거라 생각하진 않지만, 어쨌든 우리는 직후 그가 건네준 쪽지 하나를 손에 쥐고 읽었다.

    ‘이게 엘릭서의 재료들?’

    혈정석

    페어리의 마정석

    칼라드리우스의 눈

    여기까지는 아드라마의 모험가 장터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들이라 문제없었다.

    하지만 걸리는 점은 리스트의 마지막에 있었다.

    제일 밑에 적어둔 게 가장 중요한 재료여~

    피닉스.

    …….

    피닉스?

    이건 통째로 가져오란 건가요.

    일부가 읎어두 만들 수는 있는디 어지간허면 다 가져온나.

    그럼 직접 잡아야 할 마물은 고작 한 종류인가.

    나는 리스트를 보고 생각보다 간단한 퀘스트인 것 같아서 안심하려 했으나 순간적으로 뇌리에 불길한 생각이 스쳤다.

    ‘잠깐.’

    그러고 보니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피닉스라는 이름의 마물 의뢰를 본 적이 있던가?

    이 동부에서?

    진짜 피닉스가 들어가는 거 맞아뇨? 아… 성가신데뇨.

    …….

    거기 지형 완전 쓰레기 같잖아링. 소문났을 정도로 말이다뇨.

    그리고 나는 떠올려 냈다.

    피닉스가 자생하는 던전이 이 대륙 어디에 붙어있는지를 말이다.

    ‘중부 절벽에 아슬아슬하게 입구가 놓여있다고 했지. 내부 지형도 비슷하게 위험하고.’

    …아무래도 날로 먹을 의뢰는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뭐 어떠랴.

    …….

    예비 목숨을 구할 수 있다면야 거리낄 건 없었다.

    다른 사람들이야 포션보다 사제의 회복이 더 간편하고 후유증 없겠다만 내 몸은 그런 방식을 쓸 레벨이 아니잖은가.

    …….

    그런데 잠깐.

    나는 손에 쥐어진 포션 레시피를 물끄러미 보다 보니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이모탈.

    왜뇨.

    포션에도 그간 마물의 피나 살이 재료로 쓰여왔잖아. 이것도 어차피 입에 들어가는 건데 왜 내가 밥 먹는 건 징그럽게 봐?

    포션은 먹는 것, 그리고 미노타우로스 덮밥도 먹는 용도다.

    그렇다면 먼 과거부터 마물을 포션의 형태로 섭취해 온 인류는 왜 이렇게까지 극렬히 마물식을 기피하는 걸까?

    아니, 그건…….

    하지만 내 억울하단 의문에 그녀는 싸늘한 눈으로 답해주었다.

    노루 발굽이 약에 쓰인다고 조금 떼어다 쓰는 사람하고 노루를 보고 냅다 가죽 벗긴 뒤 스테이크 굽는 놈하고 어디가 같다는 건지……?

    …….

    아하, 네 눈엔 내가 이렇게 보였구나.

    ‘전혀 다르네.’

    그래도 이제는 세상이 변하고 있다.

    혐오스러운 모양새를 가졌다거나 인간을 해친다는 이유만으로 외면하기에는 이 세계의 몬스터는 너무도 맛이 좋으니까 미식의 시대가 열릴 것이다.

    머지않아 벌어질 일이다.

    하지만 미식 시대에 물꼬를 텄다고 해서 안심할 순 없었다.

    멸망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듯한 모든 마물의 왕이 깨어날 경우, 밥이 문제가 아니라 목숨이 풍전등화일 테니 말이다.

    띠링.

    [불사의 둥지에 입장하셨습니다.]

    다들 왕의 본성 던전이 출현했다는 건 들었지링? 하지만 오휴라 님이 모처럼 연금술사를 보내주셨으니 이 일부터 우선하자고뇨.

    엘릭서 재료 채취만 대충 마치면 우리도 그 던전을 둘러보러 가면 될 것 같은데? 돌파 칭호도 딱히 탐나질 않으니 사실 서두를 필요 없지.

    그런데 본성 보스를 잡았는데 엄청나게 좋은 아이템이 나오면 어쩌냐링? 역시 피닉스 같은 건 빨리 처리하고 가로채러 갈까링?

    며칠 뒤 우리들은 대륙 중부의 던전인 ‘불사의 둥지’에 도착했다.

    사실 오늘은 포가튼의 정보에 따르면 고대하던 ‘왕의 성’ 마지막 던전이 출몰하는 날이었다. 일정이 겹친 것이다. 하지만 이모탈의 말마따나 우리는 엘릭서 제조라는 선약을 지켜야 했다.

    ‘던전이 딱히 도망가는 것도 아니고.’

    던전의 최초 클리어에 목매지만 않으면 시간은 많으니 일단 피닉스의 사체부터 구한 뒤 그 본성이라는 곳을 구경할 예정이었다.

    길이 너무 험한데링. 왜 엘릭서 값이 비싼지 알 것 같다뇨.

    다른 것도 아니고 하필이면 피닉스의 사체를 구해야 한다니 못 살겠구나.

    하지만 아무리 좋은 포션을 위해서라도 아찔한 절벽에 놓여있는 괴수의 둥지에 스스로 몸을 내미니 기분이 묘했다.

    이보게들, 아까부터 의문이었네만 왜 ‘피닉스’라는 마물을 그리도 꺼리는 게야?

    슬그머니.

    뾰족뾰족한 돌산을 끊임없이 올라야 마물을 만날 수 있는 흉악한 지형 속에서 이 행군을 재주 좋게 따라오고 있던 실버 드래곤이 물었다. 나는 거기에 간략히 답해주었다.

    ‘피닉스’는 수는 적은데 죽이기 어렵다고 들었어요.

    왜인가?

    옆에 다른 피닉스가 있으면 무한으로 부활해서요.

    아이고.

    정말이지 까다로운 마물이 아닐 수가 없었다.

    그것은 아주 작은 불씨만으로 새로운 생명을 얻을 수 있는 괴물이기에, 몸이 불꽃으로 이루어진 피닉스 개체가 100m 안에 존재하면 죽일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문제는 이렇다.

    둥지 찾았어.

    어디뇨? 마릿수는?

    피닉스라는 마물이 평소 생활하는 방식도 여간 골치 아픈 게 아니었다.

    세 마리?

    그것은 여러 마리가 모여서 다녔다.

    무조건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절대 혼자 떨어져 나와 돌아다니지 않는 것이다.

    그럼 저걸 어떻게 잡는다? 서로 불을 나누지 못하게 떨어트려 놔야 할 텐데.

    카리 님 마법으로 동시에 얼리는 건 어떻냐링?

    물 속성에 대한 내성이 장난 아닐걸. 얼음은 역효과야.

    후르르르.

    불꽃이 타오르는 섬뜩한 소리가 공기 중에 마구 울린다. 우리들은 이 돌산의 구석에 숨어 피닉스에게 들키지 않은 상태로 짧게 대화를 나눴다.

    …그럼 역시 처음 정해둔 대로 가자링.

    뭐, 그래도 다행히 저 몸이 불타오르는 흉흉한 괴조를 잡을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인류는 언제나 답을 찾아내기 마련이다.

    가노메!

    펄럭.

    카리벨루그가 허공에 시전한 마법으로 한 마리를 제외한 모든 불의 새가 커다란 육방체의 돌 상자에 갇혀 바닥에 떨어졌다.

    삐이이익?!

    그러자 홀로 남은 피닉스만이 당혹감에 허둥대기 시작했다.

    그럼 모든 동료를 잃은 피닉스를 죽이는 일은 간단하다. 그것은 온몸이 타오르고 있으나 명확한 실체와 심장을 지니고 있기에 평소처럼 물리적으로 잡으면 그만이었다.

    그렇게 우리들은 카리의 마법에 갇힌 피닉스를 한 마리씩만 풀어주며 토벌을 진행했다.

    이런 식으로 하면 금방이네뇨. 카리 님의 땅 속성 마법 대단하다링!

    그리 말해주니 고맙구나. 헌데 슬슬 자네들 따르기 힘에 부치네만 대체 몇 마리나 잡아가야 하는 게야?

    연금술사가 요구한 양은 이미 구했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그래도 한 무리는 더 잡아야 할 것 같은데뇨. 허리 아파뇨?

    딱딱하고 경사진 돌산을 오르던 실버 드래곤이 벌써 토벌에 질렸는지 싫은 소리를 내는 가운데 나는 깔끔히 토벌해 낸 피닉스의 사체를 수납함에 정리하며 길을 나섰다.

    ‘피닉스는 죽으면 재가 되는구나.’

    아무리 나라도 잿물을 먹고 싶은 기분은 들지 않으므로 이번 던전은 딱히 건질 게 없겠다는 생각에 기분이 가라앉은 채로 마물 탐색을 하던 도중 산 정상을 발견했다.

    얼라리, 이쪽 산에는 더 이상 피닉스가 없는 거냐링?

    곤란하네. 옆의 산까지 또 어느 세월에 이동을…….

    하지만 산꼭대기에 다 왔음에도 피닉스가 모습을 보이지 않아 이걸로 끝인가 싶어 실망할 때였다.

    음? 마롱, 왜 그래? 거기 뭔가 있냐?

    저벅, 저벅.

    검을 등산용 스틱 삼아 암석 산의 끝까지 오른 나는 눈앞에 보이는 물체에 시선을 멈췄다.

    이 산의 정상은 마치 누군가가 일부러 파놓은 것처럼 땅이 움푹 파여있었는데 그 안에 호수 대신 다른 것이 위치해 있었다.

    윽, 뭐야. 혹시 용암?! 응? 이건 그냥 불이잖아…….

    타닥타닥.

    영원히 꺼지지 않을 듯한 불꽃이 타오르는 장작 둥지 속에 놓인 것은 다름 아닌 알?

    ……!

    이곳은 괴물 새의 보금자리이며, 산꼭대기의 둥지 같은 장소에 알이 놓여있다면 답은 하나다.

    피닉스의 알?

    뭐라고뇨? 잘 안 들린다뇨.

    이모탈! 카리 님 업고 여기 올라와 봐라!

    다알의 부름에 진짜로 카리벨루그를 훌쩍 들쳐 업고 다급히 등장한 그녀가 타오르는 장소를 보고 똑같이 깜짝 놀란다.

    이게 다 뭐냐링?!

    시기가 좋았다고 해야 할지, 나빴다고 해야 할지 보다시피 알이 있구나.

    피닉스의 알.

    다른 알과 같이 달걀 모양이며 크기는 대략 30cm인 그것의 겉은 금방이라도 용암을 흘릴 것처럼 새빨간 빛깔이었다.

    이것들도 파괴하면 토벌 인정이지?

    그렇지뇨. 오히려 잘됐다링. 알 상태인 것들은 별다른 전투 능력도 없잖아뇨!

    불 꺼!

    이모탈의 간결한 명령이 이어지자 카리와 내가 마법 스킬을 써 둥지에 피어오르던 모든 불꽃을 꺼버렸다.

    ‘이런 불이면 다른 알은 순식간에 구운 계란이 될 텐데 겉이 멀쩡하네.’

    파슥.

    모든 불이 꺼지자 산의 둥지는 조금 추운 기운까지 돌기 시작했던가.

    이 알들을 그대로 두었다간 흉악한 마물로 깨어날 미래밖에 없으니 파티의 모두는 알을 파괴한다.

    정확히는 그러려 했었다.

    잠깐만.

    내 이럴 줄 알았다!

    또 너냐뇨!

    하지만 견물생심이라는 말도 있지 않던가.

    나는 막상 예상치 못한 피닉스의 알을 눈앞에 두니 차마 모두 제거하긴 아까웠다.

    세 알만 쓸게.

    …….

    …….

    자, 그럼 이제 슬슬 동료들이 미친 소리 말라며 말릴 때가 됐는데 뒤이은 이모탈의 반응은 의외의 것이었다.

    여기에서 토벌을 접는다 해도 텔레포트 준비도 오래 걸릴 테니 식사하고 귀환하는 것도 괜찮겠지뇨.

    ……?

    너 당장 먹을 거냐뇨? 바깥으로 알 가지고 나가는 건 절대 안 되니까링.

    그녀가 선뜻 마물의 알을 시식하는 걸 허락한 것이다.

    자, 마침 산꼭대기에 평평한 부분도 많으니 이 근처에서 대충 먹자뇨!

    ……!!

    정말 시대가 바뀌긴 바뀌었나.

    최근 오휴라가 개점한 아드라마의 칼조네 가게에 그녀가 묘하게 자주 간다 싶었는데 이모탈은 이제 마물식에 대한 거부감이 거의 없는 모양이었다.

    ‘오호.’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은 하나 더 남아있었다.

    이봐, 다른 것도 아니고 안에 새끼가 들어있을지도 모르는 알을 굳이 먹어야겠어?

    …….

    "이건 마물과

    Enjoying the preview?
    Page 1 of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