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over millions of ebooks, audiobooks, and so much more with a free trial

Only $11.99/month after trial. Cancel anytime.

던전 미식가 4권
던전 미식가 4권
던전 미식가 4권
Ebook269 pages2 hours

던전 미식가 4권

Rating: 0 out of 5 stars

()

Read preview

About this ebook

눈 떠보니 내가 모험가를 대학살한 괴물? 용사를 죽였다고? 하지만 무엇보다도 배가 너무나 고파. 일단은 밥. 밥부터 먹고 생각하자.

Language한국어
PublisherWHISTLE BOOK
Release dateNov 16, 2020
ISBN9791132778448
던전 미식가 4권

Related to 던전 미식가 4권

Titles in the series (13)

View More

Related ebooks

Reviews for 던전 미식가 4권

Rating: 0 out of 5 stars
0 ratings

0 ratings0 reviews

What did you think?

Tap to rate

Review must be at least 10 words

    Book preview

    던전 미식가 4권 - 대대원

    Recipe 1. 버터구이 스콜피온 (4)

    북쪽으로, 북쪽으로, 그리고 또 북으로 향한 결과.

    거봐라뇨! 내가 여기쯤 있을 거라고 말하지 않았냐링?

    그렇게 우리들은 드디어 황야가 아닌 다른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숲 말이다뇨!

    숲을 말이다.

    이젠 햇살 따위 수그러진 지 오래여서 온 세상이 암흑천지였다. 눈이 침침할 정도로 어두운 지금에서야 나무의 색조차 제대로 구별되지 않지만, 황야의 한편에 있는 숲치곤 생기있고 몸통이 생각보다 굵으며 나무의 키가 아주 높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모래 한가운데보다야 여기에 자릴 잡고 밤을 보내는 편이 낫겠지. 하아, 아깐 모래바람 때문에 숨도 못 쉴 뻔했다고.

    길을 오래 못 찾더라도 당장 목말라 죽거나 굶어 죽지도 않을 테고 말이다링.

    하지만 조난 상황이 오래가진 않을 것 같군. 보거라, 우리가 있는 숲이 대략 이쯤인 것 같으니.

    어쨌든 잘된 일이다. 특징적인 지형을 찾음으로써 드디어 우리가 어디쯤 있는지 깨달았으니까.

    게다가 아까까지 밤바람과 함께 불어오는 황야의 먼지 폭풍에 시달린 터라 나무가 방파제 역할을 해주는 이 숲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다.

    저기쯤이 불을 피우기 좋을 것 같다뇨. 생각보다 나무가 빽빽하진 않은데링…….

    근처에 큰 동물은 당장 없는 듯하군. 나무는 내가 모아 오지.

    …….

    그럼 이제 지도상에서 우리의 위치도 알아냈겠다, 남은 건 해가 뜨자마자 다시 마을로 향하는 일뿐이다. 그리 생각하며 나는 말없이 베이스캠프를 세울 준비를 도왔고, 다알이 가져온 장작용 나무들에 파이어 스킬을 사용해 불을 피워 올리는 것으로 할 일을 마쳤다.

    …….

    …….

    …….

    타닥타닥.

    어느덧 피어오르는 모닥불을 가운데에 두고선 빙 둘러앉게 된 엉망진창 파티.

    파티의 네이밍을 이딴 식으로 지어서 마가 끼기라도 했는지 우리들은 밀려오는 피로감과 짜증 탓에 한참 말없이 있었다.

    하지만 잠시 뒤, 파티원 중 누군가가 그 침묵을 깼다.

    밥이나 먹자링.

    밥.

    그 단어에 슬그머니 또 다른 누군가가 반응한다.

    그래.

    방패병이 오늘 하루 중 가장 크게 반색했다. 그래 봤자 무표정이었지만.

    ‘오늘은 기왕이면 제대로 된 주방을 쓰고 싶었는데… 아쉽지만 뭐 어때.’

    재수 없는 일이 연달아 일어난 날에 기분을 풀 만한 것으론 근사한 식사만 한 것이 없잖은가.

    나는 그 뒤에 곧장 일어나 인벤토리를 뒤졌다.

    그러고는 이러한 아이템들을 늘어놓았다.

    냄비에 버터, 치즈 조각에 소금 자루, 뒤집개에… 이건 또 뭐야. 이것도 향신료인가?

    허브.

    네놈은 대체 수납 스킬에 뭘 넣고 다니는 거냐?!

    그러니 항상 수납함이 모자란 거 아니냐며, 이따위 것들만 빼면 골렘도 담아 넣을 수 있겠다고 다알에게 부리나케 혼나버렸지만 말이다.

    나는 그의 질책을 덤덤히 들으며 투구와 갑옷 등의 무장을 벗어 수납함의 빈 공간에 집어넣는다.

    아직도 내 냄비를 가지고 어이없어하는 다알에게는 조용히 설명했다.

    …나 때는 용병들이 길에서 요리해야 할 상황이 많았단 말이야.

    그건 훌륭한 자기 합리화이기도 했다.

    100년 전 이야기인가? 아무리 내가 피도 안 마를 때였다지만 그때도 사리 분별은 했으니 거짓부렁 말라고. 그땐 수납 스킬이 희귀했을 뿐이잖나.

    …….

    곧잘 부패하는 음식은 대량으로 챙겨 다닐 수 없으니 그야 끼니마다 조리하는 행위가 필요했겠지.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다르고!

    하지만 대략 10초 뒤, 내 변명은 곧바로 다알에게 신랄히 논파당해 버린다.

    ‘…….’

    하여간 눈치만 쓸데없이 좋아서는.

    그래. 사실 내가 요리 도구들을 챙겨 다니는 건 던전 공략과는 하등 관계없는 일이긴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물 요리를 매일같이 남에게 맡길 수도 없는 일이고, 결국은 손질부터 조리까지 내가 해야 할 게 뻔하니 요리를 자주 하는 입장에선 냄비 정돈 가지고 다니는 게 편하단 말이야.

    ‘맛있는 요리가 얼마나 중요한데.’

    게다가 나는 맛있는 걸 먹고 싶단 기본적인 욕구 덕택에 구사일생한 셈이기도 했다.

    그래. 이 모든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래도 돈도 모였으니까 좀 더 좋은 수납 스킬을 사긴 해야 할지도.’

    물론 다알의 지적 또한 옳은 구석도 있었으므로 나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적절한 아이템을 구매하기로 마음먹었다.

    잠깐의 설전 뒤엔 다른 동료들도 제 몫의 저녁 식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사실 나도 수납함이 빠듯해서 육포 하나밖에 없다뇨. 으으, 질린다링. 다알, 너는 뭐 있냐링?

    별거 없다만은… 시금치라도 먹을 테냐?

    고기는 없냐뇨? 퉤엣, 그렇게 풀만 먹다간 분명 죽어버릴 거다링.

    고기만 먹는 너와 풀만 먹는 나, 누가 먼저 죽을 것 같은데?

    게다가 자신은 엘프라며 굳이 먹는 것 때문이 아니라도 너보다 두 배는 오래 사니 걱정하지 말라는 둥 두 사람이 옥신각신하는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나는 그쪽에 관심을 두지 않고 곧이어 시선을 돌려 조리를 준비하기로 했다.

    ‘배고프다.’

    그쪽에 신경을 쓰기엔 지금의 나에겐 더 중요한 안건이 있었으니까.

    …….

    타닥타닥, 밝게 타오르는 모닥불 너머에 따스한 불꽃의 빛을 받은 누군가의 머리칼이 홍련과도 같이 환하게 밝아진다.

    새빨갛게 보일 정도의 연지색 털, 주변을 경계하는 큼지막한 늑대 귀, 그리고 곧게 뻗은 꼬리까지……. 이것이 전부 누구의 것이겠는가.

    육포 질린다뇨~

    이모탈 케트레트 체로키, 엉망진창 파티의 프리스트를 맡고 있는 그녀의 특징이었다.

    ‘그나저나…….’

    그렇다면 이건 어떠한가.

    얇게 저며낸 진주처럼 청렴한 피부, 희끄무레한 오색 빛이 스며든 백발, 길게 드리운 속눈썹 아래에 고요히 자리 잡은 자색 눈까지.

    이 화려한 모양새의 주인은 더욱 명백하다.

    ‘마롱 글라세.’

    이런 특징을 가진 인간이 어디 하늘 아래 둘이 있으려고.

    ‘저 녀석, 100년이나 산 탓에 머리가 흰 건 아니겠지뇨?’

    이모탈은 잠시 동안 불꽃 너머를 살펴봤다.

    이 아지랑이 너머엔 아직까지도 그녀가 익숙해지지 못한 풍경이 자리 잡고 있었다.

    …….

    언제나 조용한 편인 방패병의 모습 말이다.

    그는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움직이기 편한 천 갑옷 차림으로 갈아입고 투구 또한 벗은 상태였으니 던전 내에서 풍기는 느낌과는 또 사뭇 달랐다.

    그래도 역시 대부분의 경우엔 침묵인 상태인 터라 조용한 분위기임은 매한가지였다.

    농담하지도, 농담을 받지도 않는다. 말하지 않고 대답할 수 있는 것이라면 입을 닫은 채 끄덕이기 일쑤이니 이쯤 되면 허튼 말을 하면 죽는 병에라도 걸렸는지 의심이 가는 인간이다.

    흐으음.

    게다가 그 표정은 또 어떻고.

    가뜩이나 과묵한 그의 분위기를 굳히는 것은 바로 저 밀랍 같은 얼굴이지 않겠는가.

    지금껏 저 덤덤한 무표정이 변하는 꼴을 본 적이 없으니 이쯤 되면 철 투구를 쓸 때와 무엇이 다른가 싶다.

    ‘…….’

    게다가 마롱 글라세의 스테이터스는 자그마치 몇이던가.

    그녀는 골똘히 생각해 보게 된다.

    이리도 과묵하고, 키는 꺽다리처럼 크고, 냉혈한으로 보이는 인간이 사실은 사람을 산더미만큼 잡아먹은 거미 괴물인 데다가 인간을 초월한 레벨을 지녔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된다면 그를 무서워하게 되는 것도 이상하지 않겠다는 결론이 났다. 세상 누구나 그랬을 터였다.

    이모탈, 정 질리면 이거라도 곁들여 먹거라.

    피망이 육포에 어울린다 생각하는 거냐링? 머리가 어떻게 된 거냐뇨?

    뭐, 물론 자신은 스스로가 생각한 결론처럼 그를 두려워하게 되진 않았지만.

    ‘마롱은 너무 무뚝뚝하다뇨.’

    어째서일까? 아니면 언제부터일까?

    이모탈은 육포의 가장자리를 날카로운 송곳니로 씹으면서도 속으론 연신 무른 고민을 할 뿐이다.

    자신이 언제부터 그를 불쾌하게 여기지 않았는지가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처음 파티에 끼워줬을 때?’

    아니, 인간을 100명 죽였단 사실은 물론 흥미로웠지만 그래도 이놈이 인간인 사실은 바뀌지 않았잖아.

    ‘다알과 함께 동생들을 구하러 와주었을 때?’

    아냐. 오히려 당시엔 인간에게 치부가 들켰단 설움에 둘 다 찢어 죽이고 싶었어.

    ‘그렇다면 언제냐뇨?’

    나는 그저 큰돈을 선뜻 내어준 마롱 글라세를 다시 보게 된 걸까?

    아니지, 아니야. 관건은 그게 아니었다.

    ‘우리에게 조금 더 많은 말을 해줘도 좋을 텐데 말이다뇨.’

    그가 ‘동료의 유품’을 팔았다고 했을 때.

    그녀는 그때 처음으로 마롱 글라세란 인간을 인간이란 추잡한 종이 아닌 하나의 개체로 평가하기 시작한 것 같았다.

    ‘아직 우리 파티를 신뢰하지 못하는 걸까링? 아까도 자꾸 자기 비밀을 이야기하지 말아달라고 묻는 꼴도 그렇고.’

    이모탈은 다름 아닌 ‘동료의 유품을 팔았어.’란 말의 모든 것이 마롱 글라세의 마음을 표현한다 생각했다.

    그것은 그가 파티원의 유품을 아껴왔던 만큼이나 동료를 소중히 여긴다는 뜻도 되고, 이미 죽은 동료를 잊지 않아줬단 뜻도 되고, 더불어 현재의 파티원을 위해 소중한 유품을 내어줬단 뜻도 됐으니까.

    ‘…….’

    주변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인물을 어찌 함부로 싫어하겠는가. 적어도 그녀가 마롱의 주변 사람이 된 현재로서는 말이다.

    ‘나는 마롱이 말하지 말라고 하면 그게 엄청 웃긴 이야기여도 절대 안 퍼트리고 혼자 웃고 치울 건데 말이다뇨.’

    게다가 어찌 됐든 노예 생활을 청산하게 해준 은인임도 맞는 소리였으니 더 이상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긴 했지.

    이모탈은 아무리 그가 치가 떨리도록 싫은 인간 놈팡이일지라도 이제는 대우를 달리해야만 함을 어느 순간 깨달았을 뿐이다.

    그러니 시원스레 인정해야 했다.

    ‘마롱은 웃게 되면 어떤 얼굴일까링.’

    아무리 돈에 악착같은 자신이라도 무뚝뚝한 그의 웃음을 위해서라면 천금이라도 낼 수 있게 됐단 사실을.

    어랏, 의외로 피망과 육포의 조합… 나쁘지 않다뇨……?

    아무튼 간에, 다알이 건네줬던 피망과 제 육포를 으적으적 씹던 이모탈은 예상외의 맛에 헛생각을 멈추고 귀를 쫑긋 세웠다.

    그녀가 큰 소리를 내니 모닥불 너머의 인간이 반사적으로 돌아본다. 물론 딱히 놀라 보이진 않는 표정이었다.

    이모탈은 자신을 돌아본 그가 다시 시선을 내리깔 때쯤 흘긋 시선을 돌렸다.

    육포… 불에 좀 구워서 먹을까링.

    그리고 슬그머니 육포를 불 쪽으로 가져다 대는 시늉을 하며 다시금 건너편 인간의 모습을 시야에 담았다.

    곧이어 드는 감상은 간단했다.

    ‘키야, 거참 정말 잘생겼다뇨.’

    방금까지 진지하게 그를 좋은 동료로 평가내린 사람치곤 저급한 생각이기도 했다.

    ‘진짜 굉장하다뇨…….’

    하지만 오죽하면 그녀가 이랬겠는가. 이건 그만큼 마롱 글라세의 외모가 뛰어나단 방증이었다.

    물론 아무리 마롱이 마음에 들었다 한들 인간들에게 받은 상처가 그 하나로 치유될 린 없는 터라 여전히 인간 종족에 대한 앙심만은 남아있었다.

    이모탈에게 인간이란 종은 기본적으로 구토감이 드니 설렘 따위의 감정은 싹틀 리가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름다웠다.

    ‘마롱이 인간만 아니었어도…….’

    마롱이 만약 엘프나 수인이었다면 지금쯤 자신이 헤벌쭉해지진 않았을까 싶을 정도였다. 어찌 됐든 정말 투구 속에 가둬두긴 아까울 정도의 미모이리라.

    하지만 그의 아까운 점은 딱 하나가 더 있었다.

    ‘그리고 마롱이…….’

    선인들처럼 하늘의 볕만 쬐어도 배를 채울 수 있을 듯한 미남자 방패병이 던전에서 갓 잡은 전갈 괴물을 입에 넣으려 한단 점 말이다.

    ‘저딴 괴식가 자식만 아니었어도 참 좋았을 텐데 말이다뇨.’

    이모탈은 곧이어 모든 생각을 마쳤다.

    흐린 눈으로 먼 별빛을 바라보며 정신적 도피를 시작한 것이다.

    물론 자신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을 마주했을 때 도피는 가끔 훌륭한 선택이 되기도 한다.

    ……?

    타닥타닥 타오르는 모닥불의 불길 곁에서 스콜피온의 손질을 마치고 그것의 내장 부위를 모아 맛보려 하던 찰나, 나는 뒤늦게 이상함을 깨닫는다.

    ‘이모탈이 왜 저러지.’

    파티의 리더가 돌연 탁한 눈으로 먼 산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잘 먹던 육포와 피망도 내려놓고, 마치 모든 의욕을 잃은 사람처럼 구는 것이 여간 걱정되는 게 아니다. 급하게 육포를 먹던데 체한 건 아닐까.

    그래서 나는 일단 허리춤에 있던 수통을 풀어 그녀의 곁에 슬그머니 밀어준 뒤에야 다시금 시식 시간을 가졌다.

    ‘어라? 내장 부위에도 독이 없네?’

    답삭, 스콜피온의 내장을 입에 넣은 뒤엔 곧바로 놀라게 되었다.

    묽은 슬라임 같은 질감의 스콜피온 내장은 뭐랄까, 독이 없단 것도 신기하지만 생각보다 맛이 괜찮았다.

    엄청나게 쓸 줄 알았건만 실상은 고소하고, 더불어 묘한 단맛이 있달까.

    ‘버리려고 했던 부위마저 이렇게 맛있다면 과연 살의 맛은?’

    그렇다면 다음이 더더욱 기대될 수밖에 없지.

    그리 생각한 나는 생각하던 메뉴를 만들기 위해 부재료들도 가지런히 손질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모닥불에 냄비를 올릴 준비를 했다.

    내가 결국 오늘 밤 저녁으로 먹기로 한 메뉴는 이것이었다.

    ‘스콜피온 버터구이라…….’

    스콜피온 버터구이, 간결하고도 확실한 요리이지 않은가.

    어떤 재료든 일단 거센 불에 직화로 굽고 버터와 치즈를 끼얹으면 어떻게든 맛있게 되는 게 음식의 공식이다.

    설령 지우개라 할지라도 이 방법대로 만들면 먹을 만할지도 모른다니까.

    ‘물론 내가 손질을 제대로 한 건진 알 수가 없지만…….’

    하지만 문제는 역시 전갈 마물의 사체 쪽이다.

    살의 맛은 둘째 치더라도 이건 전갈인 것이다. 랍스터나 게도 손질해 본 적 없기로는 매한가지나 아무튼 형태가 꽤 생소했다.

    따라서 결국 손질에 실패하여 몇 구나 폐기하고, 결국 남은 건 최대한 기억을 살려 ‘버터구이 랍스터’ 요리 사진과 비슷해 보이게 배를 갈라 펼쳐놓은 세 개의 스콜피온이 되었다.

    고작 세 마리라 하더라도 한 마리의 길이가 내 정강이뼈만큼이나 길었으니 먹을 것은 충분할 터였다.

    ‘그래도 생각보다 살은 많지 않네. 겉으로 보기엔 통통해 보였는데.’

    치이익, 냄비가 달궈지는 소리와 함께 잠시 뒤 나는 온도가 오른 냄비에 물을 넣고 이후 간단한 찜용 도구들과 스콜피온을 집어넣어 전갈을 쪄냈다.

    ‘찐 후에 굽는 것이 맞던가?’

    꽤나 막힘없이 요리하는 것치곤 스스로도 반신반의하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얼마나 쪄야 제대로 익는지도 몰랐기에 적당히 스콜피온의 붉은 살이 변형됐을 즈음에야 그것을 꺼냈다. 다행히 그 후엔 더욱 간단한 조리법만이 남아있었다.

    그저 굽는 것이다. 스콜피온을 버터로.

    ‘어… 이게 맞나?’

    물론 그 위에 치즈를 올리는 것과 각종 향신료를 뿌리는 것도 잊지 않았고 말이지.

    그러나 이번에도 얼마나 구워야 제대로 구워진 건지 분간할 수 없었던 나는 연신 나무 주걱으로 스콜피온을 뒤적거리다가 첫 번째 스콜피온은 그만 태워버리고 말았다.

    ‘이런, 탔어.’

    가뜩이나 새카만 껍질을 가지고 있는 마물이고, 아무리 익혀도 껍질 색에 변화가 없었으니 이어진 나의 부주의가 결국 사고를 불렀다.

    ‘불을 좀 더 약하게 해서 구워야겠는데.’

    실패는 곧 성공의 발판이니 침울해할 필요는 없었다.

    나는 타버린 스콜피온을 버리고 다시 조리를 시작했다. 이번엔 그것이 타지 않게끔 심혈을 기울이며 한참 열을 가했다.

    치이이익…….

    …….

    쓰으읍.

    새하얀 치즈가 눅진하게 녹아내린다.

    그 황홀한 광경에 엘프와 수인 하나가 입을 떡하니 벌렸다.

    빨간색의 스콜피온 속살이 먹음직스럽게 익어가며 갑각류 특유의 고소한 향기를 풍겨댔다.

    처음엔 조금 비린 냄새도 있는 듯하다가도 냄비의 뚜껑을 연 채로 익히니 미약하던 잡내쯤이야 금세 날아가 버리고 만다.

    ‘이번엔 안 태웠네.’

    이윽고 모두 익힌 스콜피온은 치즈의 겉 부분이 드문드문 갈색으로 그을어 먹음직스러운 모양새를 자아냈다.

    저런 조리법을 생각해 낼 줄은 몰랐는데뇨……. 어떻게 마물을 보면 이런 걸 척척 떠올리는 거냐링.

    게다가 눈 같은 치즈 위에 솔솔 뿌려지는 허브 가루를 보라.

    검고 윤기 나는 갑각 위에는 붉은 속살, 붉은 속살 위에는 흰 치즈, 흰 치즈의 위에는 녹색의 향신료라니 색의 조합조차도 완벽해 보이는 요리이지 않은가.

    …….

    그리고 잠시 뒤 손질해 둔 마지막 스콜피온까지 같은 방식으로 조리하니 드디어 접시 위에는 큼지막한 두 마리의 마물 요리가 올려진다.

    ‘됐다.’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오늘의 저녁 밥상. 스콜피온 버터구이!

    한 마리는 태워먹었지만, 두 마리로도 배 정도는 충분히 채울 수 있을 듯싶다.

    ……!

    나는 그릇이 꽤 뜨겁다고 생각하며 식기들을 늘어놓았다.

    요리할 때엔 정신없어 잘 몰랐지만 이렇게 조리를 끝내놓고 보아하니 꽤 그럴싸한 요리로 보인다.

    스콜피온의 버터구이라. 전생에도 전갈로 만든 요리가 먹어보고 싶긴 했지.

    후―

    쩍 하니 벌어진 스콜피온의 몸통 부분을 나이프와 포크로 재주 좋게 발라내어선 척 보아도 뜨거운 김이 오르는 그것을 후후 불어 식힌다.

    랍스터나 게처럼 하얀 살을 가지고 있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빨간 살이라니, 사실 매운맛이 나는 건 아닌가 하는 상상까지 됐다.

    ‘치즈가 너무 뜨겁네.’

    후우, 후. 몇 번 더 숨결을 불어 넣고 나서야 스콜피온의 살은 먹기 적당한 온도가 된다.

    몇 가닥의 실을 남기며 쭉 늘어지는 살점 위의 치즈가 벌써부터 좋은 향을 자아낸다. 이거라면 향신료 범벅으로 요리를 만들 필요도 없겠지.

    ‘…….’

    나는 포크에 꽂힌 스콜피온의 살점을 식히며 한참 그것을 살피다 이윽고 ‘텁’ 하고 입에 스콜피온 버터구이를 집어넣었다.

    …….

    으…….

    물론 이렇게 외양이 훌륭한 요리여도 여전히 동료들에겐 역겨운 마물식이라 여겨지는 모양이지만, 나는 그들의 차게 식은 눈을 무시하며 음식이 든 입을 우물거릴 뿐이다.

    …….

    눈을 굴리며 가만히 미각에 집중하자 이내 느껴지는 맛이란…….

    ‘삶은 게 맛.’

    꽃게의 맛이 난다.

    어라. 정말 게 맛이 나는 거 아닌가, 이거?

    ‘맛있다!’

    나는 조금 눈이 커진다. 혀에 느껴지는 맛있다는 감각 때문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스콜피온의 살 맛은 반쯤 예상하던 대로 랍스터의 맛과 유사했다. 그보다도 더 똑같은 걸 꼽자면 역시 꽃게의 맛이지만.

    게다가 갓 잡아 올린 듯 살에 단맛이 배어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소금 간을 거의 안 했는데도 적당하네.’

    마치 이온

    Enjoying the preview?
    Page 1 of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