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over millions of ebooks, audiobooks, and so much more with a free trial

Only $11.99/month after trial. Cancel anytime.

던전 미식가 10권
던전 미식가 10권
던전 미식가 10권
Ebook287 pages2 hours

던전 미식가 10권

Rating: 0 out of 5 stars

()

Read preview

About this ebook

눈 떠보니 내가 모험가를 대학살한 괴물? 용사를 죽였다고? 하지만 무엇보다도 배가 너무나 고파. 일단은 밥. 밥부터 먹고 생각하자.

Language한국어
PublisherWHISTLE BOOK
Release dateNov 16, 2020
ISBN9791132778509
던전 미식가 10권

Related to 던전 미식가 10권

Titles in the series (13)

View More

Related ebooks

Reviews for 던전 미식가 10권

Rating: 0 out of 5 stars
0 ratings

0 ratings0 reviews

What did you think?

Tap to rate

Review must be at least 10 words

    Book preview

    던전 미식가 10권 - 대대원

    Recipe 1. 올빼미곰탕 (3)

    이틀 뒤, 왕성 홀.

    목을 쭉 빼고 치들어 보아도 절대 닿지 않을 듯 천장이 매우 높았다.

    어째서 잘 보이지 않는 천장까지 섬세한 천사의 조각을 새겨놓은 것일까.

    우리들은 지금 인류가 세운 건축물 중에서 으뜸가는 화려한 장소에 와있었다.

    이런 쓰잘머리 없는 일을 굳이 해야 하냐링?

    푸르르.

    갑갑하게 옷을 입은 탓에 심기가 불편한지 이모탈이 연신 씩씩거리며 콧김을 낸다. 얼마 안 가 제2의 주인공 또한 연회장에 도착했다.

    네 모습을 보고 수인 동포들의 사기가 올라간다지 않더냐.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그렇냐뇨~

    나 같아도 이런 멋진 용사의 등장이라면 목에 힘 좀 들어가겠어.

    인간 용사보다 백배 낫다며 뒤늦게 걸어 들어온 다알이 그녀에게 두어 마디 했는데 그 또한 이모탈 못지않게 화려한 모양새였다.

    그 머리 장식 진짜 보석이냐링……?

    아마도……? 인간 손이 탄 거라 갖고 싶진 않지만?

    그들은 현재 자신의 직업을 과장해서 형상화한 것 같은 최고급 의복을 입고 있었다.

    이모탈은 방금 성서에서 뛰쳐나온 듯 풍성한 사제복이었고, 다알은 평소 입고 다니는 뱀 비늘 방어구도 적잖이 빛났거늘 새하얀 실크로 만든 제례복을 입어 옆 나라 왕자라 해도 믿을 만큼 호화로웠다.

    이러나저러나.

    제일 시선이 몰리는 건 이놈이지만.

    하나 호박에 줄 그어서 수박 되랴.

    오늘의 주인공인 두 용사는 시선을 힐끔 돌려 연회장 벽에 기대선 인간을 바라보았다.

    …….

    흰색은 그림자를 물리는 용사를 상징하는 색이기에 오늘 그는 조연임을 온몸으로 표현하듯 색이 바랜 파란색 정복을 입는 데 그쳤다.

    하지만 연회장에 들어온 사람들이 자꾸만 벽을 보는 원인은 모두 그에게 있었다.

    마롱, 그렇게 구석에 안 있어도 된다링.

    본인은 싫다고 했는데도 남자의 모양새에 들뜬 왕실 시녀들의 손에 한껏 꾸며지고 마침표로써 머리칼까지 푸른 끈으로 묶인 수려한 인상의 인간이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몇 분 뒤, 드디어 이 용사 선언식의 최고 귀빈들이 납시었다.

    …슬슬 연회의 주역들이 오시는구만.

    …….

    하하! 이봐, 저기 좀 봐라. 풀리구르 놈의 표정이 아주 가관이야. 하하하하!!

    가장 먼저 도착한 것은 여섯 번째 용사였다. 뱀을 닮은 수인인 그녀는 말없이 연회장 한편으로 흘러 들어갔다.

    다음으로 온 것은 풀리구르였는데 다알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표현하듯 그의 얼굴색이 다채로웠다.

    …이런 찢어 죽일…….

    오만상을 쓰며 엉망진창 파티가 있는 벽을 바라본 그는 결국 이를 다물고 마탑의 귀빈이 서있는 장소로 가버렸다.

    보나 마나 배알이 꼴리는 거겠지. 잡종들이라는 폭언을 해놨는데 이젠 우리 둘 다 용사가 됐으니!

    풀리구르한테 외쳐주고 올까링? 용사 되는 거 너무 쉬웠다고뇨?! 냐하하학!!

    두 사람이 어떤 공격적인 말을 하든 마롱은 연신 귀빈들이 입장하는 입구와 홀을 번갈아 보며 두리번거렸다.

    이보게, 자네 누구 찾나?

    네.

    …누굴?

    모처럼 인간들의 드레스라는 것이 궁금해서 드물게도 부잣집 마나님 같은 차림을 한 카리벨루그가 툭 질문하니 인간은 답한다.

    앙커맨이요.

    그 말에 실버 드래곤은 웃는 낯으로 멈추어 조곤조곤히 물었다.

    왜 찾나?

    좋은 답은 안 나왔지만.

    만나면 목을 비틀어 버리려고…….

    이곳은 다른 것도 아니고 인류 최대 국가의 수장이 존재하는 장소라 무장 해제가 필수였다.

    하지만 칼이나 방패 따위 들지 않아도 앙커맨 한 명의 목쯤이야 우습게 꺾을 수 있는 것이 그였으므로 은룡은 슬그머니 시선을 돌렸다.

    농담이었으면 좋겠네만 정 진심이라면 사후 처리를 도와주겠네.

    이런 상냥한 공범자가 있다는 건 일생의 행운이겠지.

    어우, 겨우 시간 맞춰서 왔네. 아직 나라님은 안 오셨죠? 안녕하세요.

    퉤!

    아무리 인간을 봤기로서니 왕실 바닥에 침 뱉지 말아줘요…….

    하지만 오라는 용사는 안 오고 끝으로는 온몸을 꽁꽁 싸맨 황금 가면의 후보자 하나가 입장한지라 나는 실망하고야 말았다.

    ‘이대로 앙커맨 없이 진행하는 거야……?’

    그리고 몇 분 뒤, 약간의 계단이 깎여 눈에 띄는 단상에 왕이 오르자 행사는 속절없이 시작됐다.

    곧이어 뻔하고도 지루하게 격식을 갖추는 일만이 이어졌다.

    …….

    그러나 빛나는 단상 위에 올라가 용사로서 선포하고 의식용 검을 하사받는 두 사람의 모습은 제법 멋졌다.

    감성이 풍부한 사람은 보면서 가슴이 벅찼을 것이다.

    그들의 모습에 모든 귀빈이 손뼉 쳐주는 이 순간이 마롱에겐 썩 나쁘지 않게 느껴졌다.

    ‘나랑 만나면 큰일 날 걸 예상하고 피하는 건가?’

    첫 번째 용사를 발견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당장 눈에 불을 켜고 찾아야 할 만큼 중요한 인물도 아니었기에 그는 잠시 한숨을 돌렸다.

    그러고 보니 여러분도 그것을 드셔보셨나요?

    왕태자 저하께서 주최하셨던 연회 말이지요. 놀라웠답니다.

    혐오스럽기 그지없는 물건을 어떻게 가공했는지… 그걸 먹어본 자들은 하나같이 칭찬 일색이더군요.

    …그런데 이건 무슨 음식 이야기인가?

    마롱은 이모탈과 다알이 불려 나가 이번엔 각 교단의 신관에게 축복받는 사이 주변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주인공이 아닌 자신은 딱히 할 짓도 없었다.

    …그 ‘하피 튀김’이란 걸 다시 맛볼 수 있다면 뭐든…….

    ……?!

    하지만 그때 부채로 입을 가리고 말하는 귀족의 문장에서 뭔가 익숙한 단어가 튀어나왔다.

    ‘뭐? 하피 튀김?’

    비록 100년의 세월을 훌쩍 보냈다 하나 아직 그의 신체 나이는 멀쩡하다.

    마롱은 설마하니 잘못 들었나 싶어 자신도 모르게 이야기하는 귀족들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

    아.

    하지만 그 탓에 그만 귀족 무리의 중심에 있던 한 남자와 눈이 마주쳐 버렸다.

    남자 귀족은 곧바로 미소 지었으나 마롱은 자신의 힘을 모르는 귀족이 천출 평민 주제에 감히 바라봤다며 시비 걸까 싶어 바로 고개를 돌렸다.

    안녕하신가요, 모험가님.

    하지만 어째서인지 눈이 마주쳤던 귀족은 자리를 떠 벽에 서있던 자신에게 다가오는 게 아니겠는가.

    …….

    이런…….

    상대의 직위가 어떻든 간에 귀족에게 인사를 받은 건 사실이니 마롱은 속으로 죽을상을 쓰면서도 정중하게 몸을 숙여 먼 과거에 자신의 동료에게 배웠던 예법을 갖춰 인사했다.

    오.

    기사가 귀족 나리에게 보내기엔 아주 적절한 형태였다.

    세련됐군요. 모름지기 검사라면 그래야 하죠.

    귀족은 그 인사에 함께 예를 갖추어 화답해 주었고 이어서 제 소개를 했다.

    저는 요하네스 프레주아 드 탈론. 부백작의 직위를 지니고 있으나 당신은 용사님의 동료시니 부디 편히 호칭해 주시길.

    …요하네스?

    네, 그렇게 말입니다.

    빙긋.

    머리칼을 모두 뒤로 쓸어 넘긴 멀끔한 인상의 은발 신사는 마롱이 불편한 기색을 보임에도 아랑곳없이 대화를 이어나갔다.

    타타챠의 애옥(愛玉)이신 오휴라 노움 님께는 이야기 들었습니다.

    ……!

    분명 미식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고…….

    그리고 이어진 그의 말은 제법 놀라웠다.

    당신께서 발상하신 요리를 먹어보고 감명을 받았지요.

    …오휴라 님이 제 이야기를 하던가요?

    아, 제가 먼저 그분께 간청드렸습니다. 이런 멋진 물건을 어떻게 생각하셨느냐 여쭈니 당신의 이름이 나왔어요. 공을 돌리시더군요.

    그 후에는 관심이 가서 이래저래 기억하다 보니 이번 용사 임명식 참가자 명단에서 내 이름을 봤다며 그는 보기 좋은 귀족식 미소를 띠고 사근사근 굴었다.

    …….

    그렇지만 마롱의 입장에선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아직 요리 판매를 시작했다는 언질조차 받지 않았는데 하피 튀김 이야기를 듣게 되질 않나, 자신을 아는 귀족이 튀어나오질 않나.

    혹시 아직 오휴라 님께 들은 바 없으십니까?

    마롱은 그의 말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지금 본인에게 들으시면 될 것 같은데요?

    ……?

    이 회장에 와계십니다. 오휴라 님.

    그런데 뭐라고?

    갑작스레 귀족이 내놓은 놀랄 만한 말에 그는 주변을 살폈다. 하지만 당장 제 눈에 드워프가 보이지 않아 당황스러워하니 보다 못한 귀족이 손으로 회장 한쪽을 가리켰다.

    저기 계십니다.

    ……!

    그곳엔 키가 큰 엘프라든지 인간 귀족 인사들이 다른 곳보다 밀집해 있었다.

    …….

    드디어 그는 장신의 종족들 사이에서 차를 마시고 있는 드워프의 옷자락을 발견했다.

    주변에 있는 인간과 엘프의 의복이 우습게 보일 정도로 뛰어난 자수를 보라. 이 정도 기술을 가진 국가는 역시 하나뿐이렷다.

    ‘키가 너무 작아서 발견 못 한 거구나…….’

    마롱은 먼발치에 있는 그녀를 멍하니 보았다.

    드디어 오휴라 쪽에서도 마롱의 시선을 눈치챈 것인지 드워프는 인간 틈바구니에서 그를 향해 눈웃음 지었다.

    여러분의 동료께서 임명 절차를 끝낸 모양입니다.

    그리고 그 순간 드디어 신관들의 축복까지 끝마쳤는지 왕이 무어라 크게 말하자 주변 사람들이 일제히 박수를 보냈다.

    저는 당신이 고안하셨다는 마물식에 매우 관심이 많습니다. 나름대로 식사에 신경을 쓰는 인간인지라.

    ……!

    다음에 만나게 된다면 미식에 관해 보다 깊은 대화를 나눴으면 하는군요. 고대하고 있겠습니다.

    짝짝짝.

    남들이 손뼉 치는 모양새를 따라 하던 마롱이 요하네스라는 이름의 남성에게 시선을 둔다.

    뭐, 얼마 안 가 동료들이 그에게 돌아오니 귀족은 걸음을 돌려 사람들 사이로 사라졌지만.

    ‘마물식 같은 거에 관심 갖는 인간이 있구나…….’

    빠른 걸음으로 이모탈과 다알이 자신에게 돌아올 적에 그는 가만히 생각했다.

    ‘…아. 일단 나부터 그런 인간이지, 참.’

    내 곁으로 다가온 이모탈은 누구보다 신성해 보이는 프리스트의 복장을 한 채로 말했다.

    뭐냐링. 저 인간이 너한테 참견이라도 했냐뇨? 패주고 올까링?

    자작님이래…….

    가만히 있어라, 제발…….

    하루라도 바람 잘 날이 없다.

    왕실 놈들에겐 확실히 말해두었으니 걱정 말도록.

    무엇을?

    그야 쓸데없이 이래라저래라 하지 말라고 했지!

    어차피 용사의 이름을 가지고 으스대 봤자 그간 망신당했던 후보자의 전철을 밟을 뿐이다.

    왕실이 명령의 대가로 줄 재물도 모험가 일로 차곡차곡 벌어들이면 그만이니 용사가 대우받는 이점 다수를 포기해서라도 우리는 자유를 택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이름을 써서 인간 자식들을 조금 골려주는 것 정도야…….

    괜찮겠지링~? 뇨후후.

    물론 그렇다고 음험한 마음이 아예 없진 않았다.

    자, 그럼… 다들 짐 싸고 이동할 준비를…….

    어찌 됐든 결국 그렇게 성공적으로 용사 선언식 세리머니가 끝났다.

    이제 사룡도 죽었으니 보다 느긋한 마음으로 고레벨의 던전을 돌파해 보기로 미리 약속했기에 해당 일정을 위해 여러 가지를 준비하려 했다.

    엇!

    ……!

    당신은…….

    타박타박.

    발이 넓은 사람이 내딛는 걸음 소리가 울릴 때쯤 우리들은 익숙한 인물을 발견하게 됐다.

    노, 노움 니임?!!

    다들 무탈해 보여 다행이노라.

    밤색의 머리칼을 고풍스레 땋아 올리고 그곳에 화려한 금색 나비를 잔뜩 장식한 이 인물이 누구인가.

    미리 인사하지 못해 미안하구나, 리어스의 아이야. 너는 특히 놀랐을 테지.

    바로 드워프들의 국가를 통치하는 타타챠의 딸, 즉 인간으로 치면 일국의 공주님인 오휴라 노움이 아니겠는가.

    어, 어인 일로 이런 곳까지 행차를!

    만나 봬서 기쁩니다뇻!!

    헐레벌떡 두 동료가 다급히 무릎을 꿇자 나도 눈치 보며 몸을 숙였다.

    다들 일어서거라. 용사의 직위까지 가진 그대들이 이럴 필요는 없지. 본인을 무안하게 하지 말라.

    네, 넵!!

    ……!!

    오휴라가 엄중히 선언하자 다들 스프링이 튀어 오르듯 벌떡 일어섰다.

    물론 이 모든 상황에서 꿈쩍하지 않고 모든 이를 내려다보던 사람도 있었다.

    이보게들, 이자는 누구인가?

    카리벨루그.

    북부의 설산에서 내려온 위대하신 용께서 이 알 수 없는 상황에 대해 질문했다.

    그, 그분이에뇨. 아우룸의 후원자이시고 마롱과 같이 일하고 계시는…….

    아~ 어쩐지 아우룸과 똑같이 키가 땅딸막하더라니 같은 종이로구만!

    우와아아아악!!

    하나 경박한 지칭어가 튀어나오자 이모탈이 입을 떡 벌리고야 만다.

    키가 작은 것이 종족 특징이니 틀린 말은 아니긴 한데…….

    그렇구나. 저 차갑고도 예리한 은색의 머리칼을 보니 감이 잡힌단다.

    호오, 무슨 감을 말하는 게야?

    그대가 바로 ‘인간을 비호하는 드래곤’ 이야기의 주인이지 않으냐? 본인은 북부의 설원을 잘 아는 편이지.

    그 산봉우리 중 하나에 순은을 닮은 용이 산다더니만 그게 당신이었냐며 오휴라는 편한 어조로 카리벨루그에게 말했다.

    본인은 이들과 연을 맺고 있는… 간단히 말해 드워프 아이들의 통치자 혈통이란다. 잘 부탁하마.

    호오, 누군가가 아랫사람처럼 대하는 건 겪을 때마다 새롭군.

    드래곤은 산에서 으레 태어나니 산령의 아이라 하면 되겠느뇨?

    곧이어 오휴라는 자신의 의복 자락을 붙잡고 무릎을 한 번 굽혀 정중히 인사했다.

    실버 드래곤인 카리벨루그에겐 드워프의 우호적인 제스처를 알아들을 충분한 지능이 있었으니 그녀 또한 인간처럼 고개를 숙여주었다.

    자아, 그럼 이리 계획대로 만나게 되었으니…….

    ‘역시 우릴 만나러 선언식에 온 건가?’

    그 뒤 오휴라가 꺼낸 화두에 나는 가만히 생각했다.

    아이들아, 본인에게 잠시 시간을 내어주지 않으련? 할 이야기가 아주 많아.

    그녀는 제법 많은 이야기를 쌓아둔 모양이었다.

    세, 세상에. 이렇게 좋은 곳을 통째로 쓴단 말입니까뇨.

    우리가 지냈던 방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군…….

    …….

    잠시 뒤, 나와 동료들은 할 말이 있다던 오휴라의 안내에 따라 왕성의 다른 궁에 도착하게 되었다.

    이곳은 그녀가 수도에 머무르는 동안 사용하게 될 공간이라는데 맙소사, 한 층을 거의 뚫어놓은 이 넓은 구조를 보라.

    바깥에 바로 정원이 보인다뇨~!!

    이모탈, 그런데 케트레트족인 너희들에게 제라늄은 독이라고 하지 않았냐?

    마치 바깥과 이어진 듯 보이게 벽에 죄다 창을 내놓은 특이한 구조의 인테리어가 눈에 띈다.

    오히려 실내보다 밝아 보이는 유리창 너머로 화려한 자색 꽃이 피어있는 게 보였다. 제라늄이 한가득 장식된 정원이었다.

    ‘지금은 겨울인데 어떻게…….’

    심지어 그 정원 위에 새하얀 눈까지 쌓이니 정말이지 이루 말할 수 없는 절경이라 나조차도 멍하니 궁의 정원을 구경할 수밖에 없었다.

    본인도 이 정원이 마음에 들더구나. 살아있는 걸 장식하는 건 미개하다 생각했는데 나름의 정취가 있어.

    …….

    단아한 꽃들의 모양새를 보니 마음이 편안해지지. 본인의 궁은 보석 같은 광물로만 장식되어 있는데 본받을까 싶기도…….

    …그런데 잠깐.

    보석이라니, 설마하니 드워프들의 궁전은 제라늄 대신 자수정으로 깎은 꽃이 있는 건 아니겠지?

    다들 일단 앉거라. 이야기가 길어질 테니.

    어쨌거나 우리가 여기까지 불려 온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기에 모두 그녀의 말에 따랐다.

    테이블에는 간단한 차와 비스킷이 놓여있었지만 나는 딱히 손대지 않았다.

    우선, 용사가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하노라!

    ……!!

    나는 그대들이 큰사람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지. 이것은 내 작은 성의이니 받으려무나.

    드르륵.

    이어서 곁에 선 시종이 들고 있던 짐에서 무언가 큰 박스를 꺼내었다.

    ‘오.’

    내 상자에 들어있던 것은 다름 아닌 책이었다.

    겉표지 부분에 쓸데없이 금세공이 되어있고 어째선지 ‘감정’을 써보지 않아도 엄청난 고급품인 느낌이 들었지만…….

    ‘드워프들의 요리서? 아니, 리자네르크의 백작가 요리사가 집필한 거네.’

    다름 아닌 레시피 북이라니, 나에게 줄 선물로 이만큼 좋은 물건도 없을 것이다.

    ‘다알이 받은 건 술잔인가……? 이모탈이 받은 것도 술잔 같네.’

    선물을 받는 입장에서 물건에 대해 너무 평가해도 이상하니 입을 닫고 감사를 표현하는 와중, 내 옆에 앉은 카리벨루그가 웃는 얼굴로 가만히 멈춰있으니 오휴라는 미안하다는 듯 말했다.

    미처 그대의 것을 준비하진 못했는데 무언가 평소 즐기던 것이 있다면 말해주겠느냐?

    즐기던 것 말인가……. 수인 특유의 깜찍한 형태 감상?

    …수인?

    갸웃.

    카리벨루그의 짧은 대답에 그녀가 고개를 기울인다.

    ‘너무 이상한 사람 취급하지 말아야 할 텐데…….’

    나는 걱정이 반쯤 담긴 채로 이 상황을 지켜봤지만, 다행히 상황은 매우 긍정적으로 흘러갔다.

    그럼 다음에 만났을 때쯤 선물로 수인 모양의 조각을 해주마.

    수인 조각상!

    카리벨루그가 그녀답지 않게 헤벌쭉하며 기쁜 얼굴을 했다.

    확실히 다른 것도 아니고 드워프 중에서도 한가락 하는 솜씨를 지닌 오휴라가 깎은 조각이라면 대단하리라.

    그럼 이제 본인의 마음도 전달했으니 본론으로 들어가자꾸나?

    그렇다면 문제는 지금부터인데 본론이라. 그녀가 꺼낼만한 본제는 이것밖에 없었다.

    드디어 ‘하피 다리 튀김’의 사업을 시작해 볼까 한단다.

    오휴라는 지난 시간 동안 마물 요리 장사를 위한 밑 준비를 끝마쳤다고 한다.

    드워프, 엘프, 인간, 수인 가리지 않고 몸에 이상이 생기는지 꼼꼼히 체크했고 음식을 재현하는 것에도 심혈을 기울였으며, 심지어는 어떻게 유통할지도 이미 계획이 빼곡하단 것이다.

    사실 이미 첫 단계는 마친 상태다. 본인은 처음으로 요리를 보일 대상으로 나라의 관리들을 선택했거든.

    ……!!

    본국에서는 다들 노움의 말을 법처럼 여겨주어 어찌나 고맙던지. 그들은 마물이 아니라 땅을 핥으라 하여도 기꺼이 받아들여서.

    ……?!

    권력을 사용해 본국부터 시작하여 각 종족의 수장진에게 하피 튀김을 먹이고 있단다.

    ……!!

    이 무슨 제정신 아닌 소리의 모음인지 나는 드물게도 놀란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 바짝 얼어붙었다.

    그리고 그대들이… 그렇지, 리어스의 아이야. 네가 리자네르크의 왕실에 붙잡혔다 풀려났을 때쯤 말이다.

    …네.

    그때 인간들의 귀족에게도 하피 튀김을 선보였단다.

    계급이 높은 이가 많은 파티는 아니었지만 어찌어찌 시연은 가능했다고 그녀가 말했다. 뒤이은 계획 또한 충격의 연속이었다.

    시작은 하피 튀김을 고급식으로 팔았으면 하거든. 뜬소문이 아랫사람들의 입에도 오르내리기 시작하면 그때부턴 급을 낮추어 모두에게 보급해도 좋겠지. 폭포를 거스르는 방식보다 이편이 내 식이란다.

    …….

    우선 가까운 시일 내에 크게 모임을 열 예정이니라. 그 전까진 조금씩 요리를 풀어 흥미를 자극하다가 공식적으로 마물 요리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을 공표할 참이지.

    마물 요리의 판매를 공식화하는 것, 그녀와 손을 잡은 이상 언젠가는 이루어졌을 일이지만 이렇게 빨리 실현될 줄이야.

    너희에게도 초대장을 보낼 테니 시간을 내어주었으면 하는데.

    무, 물론이지뇨!

    없는 시간도 만들어서 가겠습니다. 노움 님.

    엘프와 수인 하나가 제 앞에서 굽실거리자 그녀는 뜻 모를 특이한 웃음만 내뱉었다.

    하나만 내면 재미없으니 말이다. 그날 공표될 요리는 세 가지니라. ‘하피 튀김’, ‘로스트 미노타우로스’, ‘페어리 팔라친키’.

    Enjoying the preview?
    Page 1 of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