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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미식가 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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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미식가 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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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is ebook

눈 떠보니 내가 모험가를 대학살한 괴물? 용사를 죽였다고? 하지만 무엇보다도 배가 너무나 고파. 일단은 밥. 밥부터 먹고 생각하자.

Language한국어
PublisherWHISTLE BOOK
Release dateNov 16, 2020
ISBN9791132778424
던전 미식가 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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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던전 미식가 2권 - 대대원

    Recipe 1. 크림 오크 파스타 (3)

    그렇다면 정보를 얻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나.

    나는 일단 그 직후 신전으로 가보기로 했다. 리어스교의 신전, 분명 80년 전 사실을 가장 처음 알려준 것이 그곳의 사제였으니 무엇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이 남아있을지도 모른다.

    도시의 신전.

    나는 일단 신전에 들어서자마자 준비된 정화수로 깨끗하게 손을 씻고 신의 모습이 묘사된 거대한 석상을 향해 기도부터 올렸다. 사제를 만나기 전 최소한의 예의였다.

    감사합니다. 리어스 님의 가호가 함께하시길.

    …….

    그 후엔 가뜩이나 빠듯하던 살림을 아껴서 기부금까지 냈다.

    이 정도라면 예의는 충분히 갖춘 것일 테니 같은 신자끼리 자문을 좀 구하는 것쯤은 괜찮겠지?

    사제님.

    네, 무슨 일이십니까?

    나의 성금을 모금함에 넣던 사제에게 내가 돌연 말을 거니 사제가 웃는 낯으로 응대한다. 그리고 나는 그런 사람에게 준비해 둔 말을 꺼냈다.

    혹시 80년 전 여기에서 일어난 드래곤의 습격에 대해 알고 계시나요?

    막힘없이 술술 내는 목소리에 사제는 의아해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인다.

    예. 알다마다요.

    역시 나이가 좀 있는 사제들은 대부분 사건을 알고 있는 눈치인 듯하다.

    그렇다면 혹시… 당시에 이곳을 습격한 용을 직접 보신 분이 남아있나요? 이 신전이든 어디든…….

    용을 직접 본 사람… 말입니까?

    하지만 이번의 내 질문에 사제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글쎄요. 그런 것까지 알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만, 어째서 그런 질문을 하십니까?

    그 당시 용에게 죽은 사람들이 제 친지여서.

    …그럴 수가.

    그런 내 사정을 들은 사제는 나를 딱하게 여겨준 것인지 어떻게든 내 부탁을 들어주려 끙끙대며 고민한 끝에 드디어 무언가를 떠올려 냈다.

    그렇지… 그러고 보니 이 신전에 잠시 몸담고 계셨던 엘프 사제님께서 아마 당시에 아드라마에 거주 중이셨을 테니 알고 계실 것도 같습니다. 그분과 연락하게 해드리겠습니다.

    …….

    호오, 엘프 사제?

    나는 그 말을 듣고서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 사람이 만약 모른다고 하더라도 일단 물어는 보자.

    그리고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아직 신전에서 기도를 올리고 있던 엘프 사제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무엇을 물어보고 싶으시다고 하셨지요……?

    엘프임에도 머리는 희끗희끗하고 피부에 주름이 진 것을 보아 하니 아마도 나보다 몇 배는 더 산 생명이리라.

    80년 전에 있었던 아드라마의… 용의 습격, 혹시 그 용을 직접 보셨나요.

    흐으으음, 용… 말이지요…….

    만약 이 사람의 종족이 인간이었다면 나는 그의 기억력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설령 노인이라 하더라도 엘프는 엘프, 그들과 함부로 약속해선 안 된다는 속담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나는 얌전히 대답을 기다렸다.

    이윽고 사제가 답한다.

    미안하지만… 저는 대피하며 먼 산봉우리에서 본 기억이 전부라 도움이 될는지… 그것의 몸체는 불꽃보다도 밝게 빛나는 ‘금빛의 비늘’을 가지고 있었답니다…….

    너무나 충분한 대답이었다.

    이거면 됐어요.

    그렇습니까? 도움이 되었다니 기쁘군요.

    나는 그렇게 사제들에게 고개를 숙여 감사 인사를 마치고는 곧장 여관으로 돌아왔다. 궁금증은 풀렸으니 더 이상 할 일 따윈 없었다.

    더 이상 내가 할 일은…….

    …….

    어째서일까. 지금 나는 분명 궁금증이 풀려 속이 후련해져야 했을 텐데 왜 이리도 기분이 처참한 것인지.

    ‘사실 나는 그 용에게 복수하고 싶은 거겠지.’

    그래. 솔직히 내가 지금 이런 기분에 빠진 이유쯤이야 스스로 결론 내릴 수 있었다.

    내 파티가 전멸하고 돌아와 보니 고아원마저 사라지게 만든 원인, 사룡 살바토르…….

    나는 100년 전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그 용을 죽이는 일을 끝마치기를 속으로 바라고 있음을 뼈저리게 느꼈다.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섣불리 움직이는 것은 금물이야. 일단 이 건은 천천히 해결하도록 하자.’

    하지만 아쉽게도 자신은 분노에 눈이 멀 정도로 열정적이지 못한 인간이었다.

    목숨이 하나라는 귀중한 사실까지 너무나 명확히 인지하는 상황이었으니 일단 용에 대한 생각은 잠시 접어두기로 한다.

    물론, 만약 내가 드래곤의 고기를 먹게 될 날이 온다면 무조건 그 재료는 사룡을 사용할 예정이지만 말이다.

    * * *

    다음 날, 모험가 길드 헥사림.

    아~!! 내가 먼저 이 의뢰지를 봤다니까? 내가 딱! 점을 찍었다고!

    인간적으로다가 잘 봐라. 내 손이 더 아래에 있으니까 내가 먼저…….

    난 엘프니까 인간적으로 생각하기 싫거든?

    역시나 오늘도 사람이 많다.

    특히나 의뢰 게시판 앞은 어째 올 때마다 사람들이 싸우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그들에게 그다지 신경 쓰지 않으며 내가 받을 수 있는 의뢰들을 살폈다.

    현재 내 모험가 등급은 D, 그리고 받을 수 있는 의뢰는 D와 E.

    역시나 내 레벨에 비하면 하나같이 안전하고 쉬운 임무들뿐이었다.

    ‘빨리 등급을 올릴 필요가 있겠어…….’

    최고 등급인 S까지 얻을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현재 나의 가장 큰 목적이 무엇이던가.

    ‘…….’

    밥, 맛있는 밥을 먹는 것이 현재 삶을 구성하는 원동력이었다.

    단순히 맛있는 단일 재료를 찾는 것으론 모자랐다.

    미식이란 원래 다양한 시도를 통해 이루어지는 연구 과정이기도 했기에 나는 최대한 다양한 마물을 맛보았으면 했다.

    그러니 좀 더 다양한 마물을 만나려면 의뢰 선택의 폭이 넓어져야 했다. 예를 들어… 한… B등급의 모험가 정도로 말이다.

    …….

    하지만 그건 노력하다 보면 언젠간 이루어질 일이겠지.

    게다가 2주에 한 번 이루어진다는 길드의 자체적인 승급 시험에 응시하면 C등급까진 금방일 테고.

    나는 그리 생각하며 일단은 몸풀기라도 할 요량으로 익숙한 이름의 의뢰서를 집어 들었다.

    [스토스 던전(Lv.15) 정기 토벌]

    이곳이 어디던가. 이 아드라마는 나의 고향이 아니던가.

    따라서 이 레벨 낮은 던전은 내가 코흘리개일 적 레벨을 올리기 위해 자주 갔던 바로 그 던전이었다.

    100년이 지나도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니.

    ‘하지만 여기에선 분명… 돌로 만들어진 마물밖에 나오지 않아.’

    그러나 어째서 예전만큼 이 던전의 존재가 고맙지 않은 걸까.

    내 식욕 탓은 아니었으면 좋으련만.

    어… 이봐! 마롱? 인간 주제에 살아있었군!

    …….

    네 녀석도 던전 스토스에 가는 거야?

    그런데 이게 무슨 소린가.

    단정한 발음의 목소리가 나를 돌연 불러세운다. 뒤를 돌자 보이는 것은 반갑다는 기색으로 다가오는 익숙한 얼굴이다.

    크림색의 곱슬머리 장발, 깊은 눈매, 드물게 큰 키, 끝으로 그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저 기다란 엘프의 귀까지… 엘프 다알리아였다.

    나도 마침 스토스에 대한 의뢰를 받았다. 하지만 난 그사이에 새로운 무구를 갖추어 이전과 확연히 달라졌지. 어때, 그런 나와 파티를 하지 않겠…….

    싫어.

    …….

    하지만 그다지 신경 쓸 인물은 아니었으므로 나는 그의 곁을 시원스레 지나쳐 곧바로 안내처로 갔다.

    그럼 오늘도 열심히 사람답게 일해볼까.

    던전 스토스에 대한 의뢰를 받고 그 후로 대략 일주일 뒤.

    ‘역시 돌로 된 마물은 맛이 없구나…….’

    같은 던전 의뢰만을 신물 나게 반복한 결과 나는 꽤나 금전적인 여유가 생기게 되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너무나 당연한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돌로 된 골렘형의 무기물 몬스터는 먹을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이 세계는 임플란트도 안 되니까 일단 더 조심해야겠어.’

    여기에서 잠깐.

    그러나 누군가는 지금 이 상황에 대해 의문을 가질지도 모른다.

    돌은 맛있지 않았다니, 굳이 탐구해 보지 않아도 상식적으로 알 만한 사실을 어째서 이제야 깨달았냐고?

    ‘아직도 입 안에 유리 맛이 남아있네…….’

    그야 나는 혹시 몰라서 직접 그것을 입으로 시험해 봤기 때문이지.

    혹시 아는가, 돌 모양의 골렘이 암염과 같은 맛을 낼 수도 있을지.

    내 전생의 놀라운 인간들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에선 가끔 돌을 먹는 기인들도 소개되었는걸.

    그래서 만약 골렘의 맛이 특이하거나 좋았다면 가열 혹은 곱게 가는 등의 처리를 하여 입자라도 써보려고 했는데 역시나 결과는 이렇다. 영 허탕을 친 것이다.

    ‘…….’

    골렘형 몬스터들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암석은 그냥 전형적인 돌 씹는 맛이 났다.

    그들의 핵이 혹시 별미인가 싶어 깨물었을 적엔 이가 나갈 뻔했지.

    게다가 그 고생을 해서 핵을 먹어봤으나 감각에서 느껴지는 것이라곤 문방구에서 파는 유리구슬을 삼킨 듯한 맛이 전부였다.

    ‘다음부턴 좀 몬스터의 모습도 가려가며 먹어야 하나…….’

    그동안 그렘린이라든지 미친 토끼 등에서 제법 승승장구했기에 우쭐해졌던 모양이다.

    하지만 뭐 어떠랴.

    이런 실패를 딛고서 노력해 나간다면 언젠가 결실을 맺게 되는 것이 사람의 일이지 않던가.

    비록 스토스 던전에선 아무런 미식거리를 찾지 못했으나 나는 포기하지 않고 이번엔 다른 메뉴를 찾기로 결정했다.

    ‘오크의 오두막.’

    바로 살과 피로 이루어진 몬스터가 있는 던전에서 말이다.

    하지만…….

    그러나 오크의 오두막에 당장 입장하는 것에는 여러 제약이 따랐다.

    우선 첫째, 그 던전은 최근 들어 이 도시의 근처에 발생한 신규 던전이기 때문에…….

    [오크의 오두막 던전(Lv.26) 정규 토벌 의뢰]

    던전의 레벨이 그간 봤던 곳들보다 급등해 있었다.

    아, 그렇지만 내 레벨이 세 자릿수인데 고작 26으로 올랐다고 무슨 걸림돌이 되느냐고?

    [오크의 오두막 던전(Lv.26) 정규 토벌 의뢰]

    던전 오크의 오두막에 서식하고 있는 오크, 화이트 오크, 오크 매지션을 30마리 이상 토벌해 주십시오. 일정 주기로 재생된 보스급 마물을 퇴치했을 경우 의뢰 보상금 수령과 함께 반드시 보고 바랍니다.

    ○제한

    D등급 모험가―2인 이상의 파티 구성 필수. 3인 이상의 파티 권장.

    C등급 모험가―해당 등급으로 승급 후 1개월이 지났을 경우 파티 제약 없음. 예외 시 D등급과 동일 조건.

    바로 이런 걸림돌이 있다. ‘파티 권장 의뢰’라는 것이다.

    그나마 이것은 D등급의 의뢰 중에선 유일하게 동료를 모으라는 의뢰이기 때문에 사실 나는 이 의뢰를 하지 않고서도 당장엔 생활에 아무 지장이 없었다. 하지만.

    ‘오크 고기… 궁금한데…….’

    고작 파티 하나를 못 해서 C등급으로 승급한 이후에도 1개월이나 기다려서 이 던전을 가야 하는가? 그건 너무 비효율적인 것 같았다.

    평소 용병 일을 할 적의 나는 고정된 동료들을 만나기 전까진 홀로 임무를 다닌 횟수가 훨씬 많긴 했다. 나는 일단 이세계에서 워낙 사람들 탓에 험한 꼴을 많이 봤기에 그다지 사람을 믿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파티를 완전히 기피하는 것도 딱히 아니었다.

    필요하면 잠시 만나서 같이 던전에 들어가고 일이 끝나면 해산한다. 복잡할 것 없지 않은가.

    ‘이 의뢰가 바로 D등급 모험가들의 파티 입문 등용문이란 말이지…….’

    게다가 길드에서도 솔직히 말하자면 개인적인 플레이를 하는 모험가보다 안정적으로 무리를 지어 다니는 모험가 쪽을 양성하기를 더 지향하고 있었으니…….

    ‘확실히 던전은 위험한 곳이니까.’

    혼자 의뢰를 받고 갔다가 객사해 버리면 그 의뢰는 진행 중인 상태에서 한참 동안 새로운 발주를 못 할 수도 있었기에 세상이 파티 상태를 더 선호하는 것은 이해가 갔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결국 나는 마음먹었다. 좋아, 누구라도 상관없으니 대충 아무 사람과 파티를 맺어 저 던전을 구경이라도 가보자고.

    이게 누구야, 마롱 글라세? 너는 인간 주제에 키가 커서 찾기가 정말 쉽군. 그나저나 어떤 의뢰를 보고 있는 거야. 어라, 오크의 오두막? 혹시 파티를 찾는…….

    됐어.

    아직 말을 다 하지도 않았거든!

    아 참, 누구라도 상관없다고 했던 3초 전의 말은 취소하자.

    나는 파티 예정자 리스트에서 하나의 엘프를 제외해야 한다.

    인간 주제에 엘프의 말을 끊다니!

    도대체 이게 무슨 인연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또 의뢰 게시판 근처에서 다알을 만나게 되어버렸다.

    하지만 내가 그렇게 매몰차게 거절하자 그 엘프는 어지간히 열이 받는 모양인지 내가 자신의 말을 모조리 흘려듣고 있음에도 옆에 바싹 붙어서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이른 아침이라 모험가들이 아직 길드에 덜 왔을 테니 홀에서 조금 대기해 볼까…….’

    물론 나는 그에게 그다지 흥미가 없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쇠귀에 경을 읽는 것처럼 옆에서 열성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다알을 뒤로하고 의뢰지를 손에 쥔 상태로 차분히 고민하고 있었던가.

    그때 내 근처에서 의뢰지를 뜯어 가는 모험가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

    ‘…….’

    이봐, 인간! 지금 내 말을 듣고 있기는 한…….

    던전, 오크의 오두막에 대한 아이템 수집 의뢰를 가져간 모험가였다.

    그런데 그 모험가는 내가 옆에 서있는 모습을 발견하자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내 쪽을 빤히 바라본다.

    게다가 묘하게 위아래로 훑어보는 것 같기도 했다.

    안녕? 너… 저번에 던전 스토스에서 지나가다 만난 그 격투가 맞지?

    …….

    그랬나?

    시선을 내려 그를 본다. 암갈색의 머리카락과 새카만 눈, 조금은 탄 피부에 깔끔히 다듬어진 수염이었으나 글쎄… 어디서 본 것 같긴 해도 스토스에서 만났다는 사실까지 기억하기엔 무리가 있다.

    예라고 대답하기에도, 아니라고 대답하기에도 미묘해 나는 결국 덩그러니 서서 침묵했다.

    하하, 저번에 봤을 때랑 똑같이 과묵하네. 저기… 다른 게 아니라 지금 손에 들고 있는 거 보니까 오크의 오두막에 가려고 하는 것 같은데 혹시 파티는 있어?

    아니.

    그래?

    내 입장에선 초면이나 다름없이 느껴졌음에도 말부터 놓고 친밀히 대우해 오는 이름 모를 모험가.

    하지만 던전에 관련된 직군들은 일이 거칠다 보니 자연스레 말도 거칠어진 경우가 잦았기에 애당초 존대하는 사람이 소수였다. 그다지 이상한 일도 아니었기에 그저 내 쪽도 똑같이 반말로 응대했다.

    그렇다면 우리랑 같이 갈래? 나 말고도 이쪽에 마법사가 둘이나 있는데 아무래도 우리 파티가 전위가 부족한 것 같거든.

    마법사가 둘?

    그래, 둘. 만나면 너도 분명 마음에 들 거라고.

    허어, 진짜 마법사가 발에 챌 정도로 흔해지긴 했군.

    내 시대엔 모험하겠다고 나선 마법사와 1년에 한 번이나 파티할까 말까 했거늘 지금은 고작 D등급 파티에도 마법사를 둘이나 끼고 갈 수 있는 상황이라니.

    뭐, 하지만 나는 동료 구성이 어찌 됐든 큰 상관이 없었다.

    대충 이 파티에 참여할까 하고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이번엔 그 모험가 쪽에서 예상치 못한 말을 한다.

    그런데 말이야. 이건 그냥 물어보는 건데… 너, 여자 엘프 맞지?

    …….

    사실 저번에 봤을 때부터 궁금했거든. 살짝만 알려줄래? 응? 내가 이쪽으론 감이 좋아서…….

    그 말을 듣고 이쪽에서 침묵하니 곁에 서있던 다알은 뒤늦게 깨닫는다.

    아, 그러고 보니 말이야. 같이 파티를 했음에도 나는 이 인간의 투구 속에 있는 것이 여자인지 남자인지도 전혀 모르잖아? 라고.

    마롱 글라세.

    일단 그 인물이 내는 소리만으로는 유추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마롱 글라세의 목소리는 모호하게 낮았으나 간드러졌고, 점잖은 태도에 대조되는 어린 말투를 지녔으니 성별은커녕 나이조차 가늠되지 않는 인물이었던 것이다.

    유일한 특징이라면 키는 눈에 띌 정도로 크단 점이었지만 단순히 신장이 길단 것이 무언가의 증거는 될 수 없으리라.

    가죽 갑옷으로 무장했음에도 실루엣이 얇은 부분은? 글쎄, 운동이 부족한 엘프라고 착각할 여지쯤은 줄 것이다.

    게다가 마롱의 신상에 대한 이러한 의문은 충분히 제시될 법했다.

    요즘의 모험가들은 언제 마왕이 부활할지 모르기에 꿈이 있는 자들이라면 대부분 용사가 되기를 노리고 있어서 명성을 쌓기 위해 제 얼굴을 드러내는 경우가 잦았다.

    그럼에도 마롱 글라세, 이 모험가는 투구와 두꺼운 무장으로 신분을 꼭꼭 숨기고 다니지 않았는가.

    ‘하지만 이 인간 녀석, 최근 등록된 신규 모험가니까 범죄자는 아닐 텐데…….’

    여러모로 오리무중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다알 쪽에서도 슬슬 궁금할 지경이었다.

    그런데 마롱은 드디어 그런 그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려는 것일까? 침묵을 지키고 있던 투구 속 입을 열어 보였다.

    네가 알 것 없잖아.

    어…어?

    이런, 그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연 입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내가 여기에서 여자라고 밝히면 조금이라도 약한 모습을 보일 적에 그것을 가지고 매도할 건가?

    아…아니.

    그럼 남자라고 말하면 힘들거나 위험한 일을 기피할 때 남자답지 못하다며 욕할 심산이야?

    그게… 아니야! 그러지 않을 거라고.

    그래?

    모험가의 대답에 마롱은 차분히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마롱의 얼굴은 투구로 온통 가려져 있음에도 그 속에서 냉담함이 흘러나온다.

    그럼 왜 물어?

    이 말은 간략히 축약하자면 신경 끄라는 말이다.

    아니, 난 그냥 궁금해서… 소…솔직하게 밝히면 어제 술 먹고 동료들과 내기를 좀… 아, 아니. 아니야. 아무것도… 됐어. 그냥 우리끼리 던전에 갈게.

    저런, 그렇군. 투구 속의 인물이 뭔지 동료들과 돈을 걸었기에 물어봤던 거였구나.

    마롱의 신상을 캐내려 했던 모험가는 예상외로 날이 선 반응을 받아버렸기에 당황하다가 이내 자신의 동료들이 있는 곳으로 빠르게 사라져 버렸다.

    그렇게 후다닥 물러난 모험가 쪽을 마롱은 건조하게 바라보았다.

    이봐, 인간. 아무리 그래도… 그 정도는 알려줄 수도 있지 않나?

    아까까지의 상황을 지켜보던 다알 쪽에서 조심스럽게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말에 나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걸 알려주는 것쯤이야 어려운 일은 아니지.

    하지만 내가 왜 굳이 이런 고압적인 태도로 그를 쫓아냈느냐 하면 그건…….

    ‘왠지 정확히 밝혀줘 봤자 진짜인지 확인해야겠다며 투구 까보라고 했을 것 같으니까…….’

    그러니까 말이지. 이쯤 사람들을 상대해 보면 대충 다음 레퍼토리가 예상된다.

    하지만 나는 죽어도 얼굴을 공개할 생각은 없었기에 그 모험가의 호기심을 초기부터 끊어놓는 수밖에는 없었다.

    ‘게다가 내 정체를 가지고 돈 내기를 했다는 점도 마음에 안 들어. 파투나 나라지… 애당초 이게 헷갈릴 일인가?’

    뭐, 부수적인 이유도 있긴 했지만 말이다.

    그럼… 아무튼… 마롱, 너에게 모처럼 주어진 파티 요청도 방금 무산된 모양이로구나. 그렇다면 어디, 이 아량 넓은 다알 님께서 특별히…….

    파티에 자리 남나요? 전사인데요.

    …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곧바로 무시하고 다른 파티행이냐!! 내가 진짜 더러워서 네놈에게 다신 제안하나 봐라. 이 귀 짧은 인간 놈이!

    아무튼, 나는 그 모험가를 쫓아냈음에도 파티를 새로이 맺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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