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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 9권
강철의 전사 9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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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 9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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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is ebook

정통 판타지. 현실감과 환상이 공존하는 중세풍에서 시골 청년이자 환생자인 드낙이 출세하는 이야기.

Language한국어
PublisherWHISTLE BOOK
Release dateMar 10, 2020
ISBN9791132769002
강철의 전사 9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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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철의 전사 9권 - 쿠우울

    22. 마적 돌산 (4)

    드낙이 눈치를 보고 입을 열었다.

    그래도 미심쩍은 부분이 있는데 받아들일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 말에 이스핀이 냉큼 대답했다.

    감시를 두면 될 일입니다. 또 독에 대한 판별은 어느 정도 가능하고 무엇보다 간단한 질병 물약에 대한 지식을 뽑아서 필요한 인원을 연금술사로 키우면 이득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드낙이 그 말을 받았다.

    의심을 깨끗하게 만들지 못한다면 연금술사의 무엇을 믿을 수 있겠는가? 그녀 스스로가 의심을 깨끗하게 만들 방법을 제시하지 않는 이상에는 벌을 줄 수밖에 없다. 께름칙해.

    벌은 당연히 처형이었다. 하지만 이스핀은 다르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연금술사의 철저한 감시를 통해서 물약을 만드는 것으로 벌을 대신할 수 있지 않습니까?

    이스핀이 이렇게 하는 이유는 당연히 연금술사가 있다면 돈이 되고, 이득이 되기 때문이었다.

    사람 여럿이 죽어 나가도 이권이 더 중요한 법이다. 겉으로는 위선으로 시민을 싸고돌지만 이권을 손에 쥐는 것은 매우 중요했다.

    벌로써 감금하고 물약을 제조하여 10년 혹은 5년만 일을 하게 한다면 충분히 흑과 백을 가릴 수 있다고 여겼다.

    사고가 난다면 그때 처리하면 될 일이었다.

    돈을 먹은 공무원들이 부작용이 있음에도 허투루 넘어갔다가 문제가 되면 그때야 움직이는 것과 비슷하다. 이스핀에게 중요한 것은 이문을 남기는 것이었다.

    ‘도렌이 이것저것 말해 주는 걸 주워들어서 다행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만들어내는 이득이 크다는 것이었다. 생각이 있다면 드낙의 세력에 크게 가담할 것이기에 문제가 안 될 여지도 있었다. 똥개 앞에서 몽둥이를 휘두르는 놈도 귀족 앞에서는 꼬리를 흔들기 마련이었다.

    흑백이 가려지지 않았기에 더더욱 조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애매한 놈이라면 결국 그 꼬리가 드러날 것이기 때문에 그전까지 써먹자는 소리였다.

    무섭게 들렸지만 그것은 시민들에게나 무서울 뿐이었다. 이스핀은 그런 면에서는 칙칙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이 녀석이 갑자기 왜 이렇게 원탁회의에서 말이 많아졌지?’

    드낙으로서는 분통을 터트릴 만한 일이었다. 남의 속도 모르고, 보급과 후방을 맡은 게제라스와 도렌이 없자 아주 열심이다.

    그래도 꺼림칙하지 않나?

    드낙이 감정을 톡톡 건드렸지만 이스핀은 다양한 이득을 말했다. 물론 이것 또한 들은 것이었다. 신전에 대한 견제에 대한 부분이었다. 술 취한 도렌에게서 ‘연금술사의 용도’를 듣기도 했다.

    당장 신전의 세력이 적습니다. 사제가 더 많이 배치되는 것은 나중의 일입니다. 그러니 지금은 흑백이 가려지지 않은 연금술사를 써야 합니다.

    판단이 설 때까지 결정을 보류하자는 것이었고, 신전까지 들먹였다. 사제 제롬이 눈을 찌푸리자 이스핀이 말을 바꾸며 사과했다.

    너무 직설적이었나 모르겠습니다. 제롬 사제님에게 죄송합니다. 하지만 벌써 책임져야 할 마을이 세 곳입니다. 이곳까지 치면 네 곳이 될지도 모릅니다.

    제롬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표정을 풀기는 힘들었다. 역량의 부족을 탓하며 자신들을 들먹였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좋지 않았다.

    이렇게 빨리 세력 확장을 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이실레아가 웃어 보이면서 분위기를 풀려고 노력했고, 제롬은 그의 배려를 느끼고 애써 웃음을 지었다. 힘없는 자의 설움은 이미 익숙했다. 그래도 이곳에서 세력의 새싹을 일구고 있었다.

    저는 괜찮습니다. 말씀을 계속하십시오.

    여름이 지나갔으니 아직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가. 굳이 그렇게 하자가 있는 연금술사를 등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광전사들의 모습을 봤기 때문에 더더욱…….

    드낙은 그런 이스핀의 말에 반박했다. 드낙이 이렇게까지 말하자 이스핀도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저 이번에 이렇게 활약을 한 것에 만족했다.

    그럼 그 판단을 빠르게 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빠르게 한다?

    이실레아의 말에 드낙이 흥미로운 눈을 했다.

    예. 도망칠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그럼 그녀가 흑인지 백인지 가려낼 수 있지 않겠습니까?

    나쁘지 않은 생각이었다. 그녀가 뼈대를 갖추니 드낙이 순식간에 살을 붙여나가 그럴듯한 계획을 세웠다.

    모두 고개를 끄덕일 정도였으니, 연금술사 베르엔도 속을 수밖에 없었다. 현대의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고, 간접 경험을 쌓은 드낙의 연출은 탁월했다.

    그럼 그 결과에 따라서 결정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저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마찬가지입니다.

    * * *

    베르엔 연금술사!

    밖에서 다른 이들과 함께 묶여있던 흰여우 세린이 고개를 들어 올렸다. 병사는 순식간에 그녀를 풀어주었다.

    군막을 배정해 드릴 테니, 따라오시오.

    그녀의 표정이 순식간에 좋아졌다.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의심이 풀린 것이다. 콧대를 높이며 다가가던 그녀는 자신의 몸이 더럽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혹시 씻을 물을 얻을 수 있을까요?

    나중에 데운 물을 따로 군막 안으로 들여놓겠소.

    미모와 젊음을 끊임없이 가진 그녀에게는 굴욕이기도 했고, 삭막하다고 느껴질 정도의 대답이었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해준다는 것이 중요했다.

    ‘이런 변방에서 연금술사의 재목을 버릴 수는 없지.’

    기사라도 버려진 기사일 터였다. 그런 확신이 강하게 들었다. 꺼림칙해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형편일 것이다.

    촤악…….

    군막 안으로 끓인 물이 아주 큰 대야에 담겨 대령됐다. 전쟁터에서는 보기 힘든 것이었지만, 이곳에는 물이 많기에 가능하기도 했다. 장작을 피우는데 고생을 했을 것 같았지만 세린은 감사의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병사들은 밖으로 나갔다. 군막 안에 혼자 있게 된 그녀는 옷을 벗고 물을 퍼서 진흙을 대충 헹구어 냈다.

    저… 베르인 연금술사! 깨끗한 옷을 가져왔는데, 여기 밖 의자에 두겠소.

    그러세요.

    병사들은 아직 연금술사의 권위를 모르는 것인지 제대로 된 말투를 쓰지 않았다.

    ‘괘씸한 것들.’

    나중에 후장에 물약을 흘려 넣어 끔찍한 고통을 주고 싶었다. 세린은 그 병사의 목소리를 기억했다.

    끄흠!

    물약의 과도한 복용으로 목소리가 조금 망가진 세린이 기침을 짧게 하며 자신의 몸을 씻고, 옷을 빨았다. 빨면서도 신경질을 냈다.

    ‘이 내가 이런 곳에서 빨래를 하고 있다니. 반드시 끔찍한 죽음을 내어줄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몸에 독사를 집어넣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오늘의 믿음이 가져올 것이 무엇인지 깨닫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비켜라!

    이스핀 부대장님! 안 됩니다!

    어허, 이것들이 머리통에 똥물만 쳐들었나. 괜찮으니 물러가라! 이 일을 이실레아 경에게 말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대야 안에서 뜨뜻함을 느끼던 세린이 밖의 소란에 귀를 기울였다.

    ‘부대장? 제법 잘나가는 놈은 아닌 것 같은데.’

    기사보다는 아래지만 간부이기는 하는 듯했다. 병사들이 떠나는 소리가 들리고, 밖에서 기침 소리가 났다.

    실례합니다. 다 씻으셨습니까?

    누구시죠?

    저는 이스핀 부대장이라고 합니다. 제법 높은 위치에 있죠.

    세린이 그 말에 빙긋 웃으며 나신으로 걸어 나가 새하얀 손을 뻗었다.

    제가 옷을 안 입고 있어서 그런데 옷을 좀 주시겠어요?

    아! 여기…….

    이스핀은 세린에게 옷을 쥐여주었지만 그녀는 손만 뒤로 뺄 뿐, 가져가지 않았다. 세린이 웃음소리를 흘리자 이스핀은 방 안으로 들어갔다.

    대범하시군요.

    옷을 받아야 할 손이 자꾸 뒤로 가니 어쩌겠나?

    세린의 손이 이스핀의 목을 휘감았다.

    거친 시간이 지나고, 이스핀이 간이침대에서 그녀를 주물럭거리며 이 말, 저 말을 해대었다. 그중에는 그녀의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기에 충분한 이야기도 섞여 있었다.

    …내일이 되면 피를 토해서라도 그대를 물의 정령의 심처에서 확인을 한다고 하더군. 하여간 의심이 많은 것들이야. 흰여우 세린의 시체가 나왔음에도 그런 소리를 하다니. 걱정 말고 주무시오.

    네? 네…….

    이스핀이 세린의 입술을 탐하고 그대로 빠져나갔다.

    천막을 나온 이스핀의 표정은 흐뭇함 그 자체였다. 횃불 때문에 그 표정이 드러났는데 이실레아는 그의 표정을 보고 인상을 찡그렸다.

    딱 봐도 그냥 즐긴 자의 모습이었다.

    이스핀이 군막을 이리저리 지나서 군막 한 곳에 들어가자마자 이실레아의 날카로운 말이 쏘아졌다.

    이스핀 부대장. 일 처리를 확실히 한 거 맞습니까?

    당연한 말씀을…….

    다른 것에 더 신경을 쓴 것 같으신데.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했고.

    제가 정력이 좋아서…….

    드낙이 한숨을 내쉬었다. 중요한 때에 성욕에 정신이 팔린 모습은 영락없이 가벼워 보였다. 그 모습에 이스핀이 되레 성을 냈다. 먼저 성적으로 시비를 건 것도 두 사람이었다. 거기에 한숨이라니?!

    아니, 해도 너무 한 거 아닙니까? 그 몸매를 보고 안 즐기면 전 고자입니까? 뭡니까? 그리고! 아무도 지원자가 안 나와서 제가 간 거 아닙니까?

    지원자가 안 나오다니? 그런 말을 누가 했습니까? 드낙 경이 가면 의심할 것이고, 부대장이 아닌 병사가 가면 그런 정보를 어떻게 얻었는지도 설명하기 골치 아프고 믿지도 않을 겁니다. 그렇다고 제가 갑니까?

    이실레아의 말에 이스핀이 거침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히려 이실레아 님이 적격이지요. 여자를 그, 하는 성벽을 가지고 있으면 더 믿지 않겠습니까?

    무, 무, 무. 무슨! 그런 소리를!

    그녀는 펄쩍 뛰면서 눈이 크게 뜨고 말을 잇지 못했다. 목이 새빨개진 것이 당황한 것처럼 보였다.

    그만들 하고, 상황을 지켜봅시다.

    드낙의 말에 두 사람이 진정했다. 이제 연금술사 베르엔의 반응을 살필 차례였다.

    찌익…….

    군막의 한 곳이 날카로운 돌에 의해 찢기며 작은 소리를 냈다. 그 소리는 횃불이 타는 소리에 묻혔다.

    …….

    베르엔은 그곳을 통해서 주변을 살폈다. 주변은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하지만 이내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순찰을 도는 병사들은 경계심을 잔뜩 갖추고 있었다.

    순시 귀신 이실레아 때문이다. 새벽에도 갑자기 순시를 도는 이 미친 여자 때문에 병사들의 불침번은 진짜 제대로 된 불침번이었다.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고, 사방을 살피며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꿀꺽.

    베르엔은 그 삼엄한 모습에 옴짝달싹도 못 하고 숨조차 쉬지 못한 채 마른침을 삼켰다.

    병사들은 금방 지나갔다. 그 숫자는 세 명에 불과했지만 그들의 철두철미함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에 법칙성이 있었다.

    ‘30분.’

    뭔 수를 내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돌담을 성공적으로 넘어야 해.’

    베르엔은 치맛자락을 올려서 자신의 후장에서 길쭉한 밧줄을 손톱으로 잡아 밖으로 빼냈다.

    흐으으…….

    그 밧줄에는 엄지손가락만 한 가죽 주머니 여러 개가 묶여있었다. 줄줄이 뽑혀 나왔는데, 피가 묻어있기도 했다.

    ‘그 씨발 새끼가 어찌나 거칠게 해대는지…….’

    아랫배의 통증을 느끼며 오물이 묻은 가죽 주머니의 물약을 재확인하고, 계획을 세웠다.

    불침번 병사가 다시 한번 그녀의 군막을 지나갔고, 지나가자마자 세린은 그대로 천막을 빠져나왔다. 그녀의 피부는 새까맣게 바뀌어있었는데, 눈조차 검은색으로 일색이었다. 또한 발소리는 고양이처럼 들리지 않았다.

    세린은 그 기괴하기 짝이 없는 모습으로 순식간에 군막을 지나갔는데, 병사들과 마주쳐도 그저 멈추는 것만으로도 눈을 속일 수 있었다.

    횃불 빛에서 멀어져 있는 것만으로도 시야에 걸리지 않았다. 오히려 병사들의 눈은 횃불 빛 때문에 어둠에 취약해져 있었다.

    순식간에 돌담에 도착한 그녀가 가죽 주머니 중 하나를 들어 올렸다. 전투의 물약이었다.

    ‘소량이니까 괜찮아. 고열에 시달려도 여기서 벗어나는 게 중요해.’

    평야에서도 움푹 파인 곳에 숨는다면 추적은 능히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이곳에서 남쪽으로 달리면 고블린이 득실거리는 깊은 녹색 숲이 있었다.

    꿀꺽.

    물약을 한 모금 마신 세린은 용솟음치는 힘을 느끼며 그대로 돌담을 넘었다. 말 그대로 한순간이었다.

    * * *

    드낙은 연금술사 베르인의 움직임을 보고 몸을 일으켰다가 순간적으로 비틀거리며 정신을 잃었다.

    검은 연기가 그를 덮쳤다. 강제적인 수면이었고, 찰나에 불과한 시간일 터였다. 하지만 연기는 전과 다르게 기이할 정도로 흐르는 속도가 느렸다.

    드낙은 그제야 검은 꿈의 시간 또한 느리게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느긋하게 주위를 훑어보며 나타난 검은 문의 앞에 섰다.

    문이 열리며 환상이 그를 덮쳤다.

    그아아아아!!

    거칠게 포효하는 마적 대장이 눈에 들어왔다. 그 외침은 많은 이들을 불러 모았다.

    버섯을 캐며 연명하는 떠돌이.

    하루살이처럼 길목에 서서 산적질을 하는 약탈자.

    소작을 잃고 가족 전부와 산으로 도망친 화전민.

    그들을 하나로 만들기 위해서는 거친 카리스마가 필요했고, 그는 제법 어울렸다.

    ‘포악한 카리스마’는 법이 없는 곳, 마음이 크게 패여 그저 공격성밖에 남지 않은 패배자들을 휘어잡기 좋았다.

    ‘허접하네.’

    드낙은 바로 다음으로 넘어갔다.

    땅! 땅! 땅!

    망치와 못이 돌을 두들겼다. 그렇게 시작된 움직임은 2m도 안 되는 높이의 돌담을 만들기 시작했다. 조잡하기 그지없는 석공술이지만, 처음과 끝은 몰라볼 정도로 달랐다.

    ‘석공 요령’은 말 그대로 기술을 모르는 자가 석공 일을 하면서 알게 된 요령과 노하우, 실전적 지식을 주는 것이었다.

    ‘꺼져.’

    드낙은 다음으로 넘어갔다.

    역동적인 환상이 그를 덮쳤다. 어두컴컴한 뒷골목, 가만히 있던 그림자가 순식간에 덤벼들었다.

    팔 하나가 어깨 안쪽으로 쑥 들어가 상대의 팔을 위로 올려 가드를 강제로 풀어버렸고, 짧은 단검이 그대로 옆구리부터 시작해서 아랫배를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듯이 푹푹 찔렀다.

    ‘비전이라고 할 수 있는데?’

    드낙이 흥미로운 눈을 했다. 무엇보다 상대의 어깨에 손을 쑥 집어넣어서 들어 올린다는 점이 칭찬할 만했다.

    기습, 뒷골목, 근접에서 아주 유용하게 쓸 수 있었다. 상대는 검조차 뽑지 못하고 힘을 잃고 계속해서 공격당하더니 이내 차가운 땅에 드러누웠다.

    ‘잔인한 내장 털기(Cruel Viscera Stealing)’.

    그럴듯한 이름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드낙에게는 별로 쓸 일이 없는 기술이기도 했으며, 하자가 많았고, 단검이라는 부무장으로 하는 것이었기에 자주 쓸 일도 없을 것이다. 또한 한 번 보는 것으로 이미 그 묘리를 모조리 본 드낙이었다.

    선택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재밌긴 재밌는 기술이네.’

    레슬링 같기도 했다. 잘은 모르지만.

    드낙은 다음의 검은 문 앞에 섰다.

    반짝 빛나는 밤하늘이 드낙의 시야를 가득 메웠는데, 그중에 하나가 흉흉하게 붉은빛을 토해냈다.

    그 별은 빠르게 움직이면서 드낙의 정수리 위로 올라왔다. 그 모습에 드낙은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초월적인 현상은 현대인인 드낙에게 언제나 두려움으로 가득 다가왔다.

    거무튀튀한 기운이 그를 휘감는 것이 느껴졌다. 불쾌한 기분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시각적으로 봤을 때는 기분이 나빠질 수 있었다.

    ‘아!’

    정신이 조금 확장되는 기분. 그 희한한 짜릿함. 지식을 개척했을 때의 짜릿함과 비슷한 깨달음이 드낙의 머리를 강타했고, 그 쾌락은 전신을 한 번 크게 타고 흘렀다.

    흐!

    드낙은 자신도 모르게 신음 소리를 내고 입을 다물었다.

    단순한 쾌락을 선사해 주는 것이 아니었다. 존재와 혼, 정신과 업의 상승이었다.

    ‘살생(殺生)의 업(業)’.

    살성(殺星)의 주인이 되는 것이었다. 물론 살성은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수많은 별 중에 하나였다. 그 별이 드낙을 따라다니게 되는 것이다.

    하하하.

    드낙이 웃었다. 이것은 마적을 죽여서가 아니었다.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고 그 업을 검은 문으로 빨아들였기에 생긴 것이었다. 또한 존재의 격(格)이 상승하고, 혼의 질이 높아지고, 정신이 보다 더 강고(強固)해 짐을 의미했다.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수많은 별 중의 하나가 날 따라다닌다는 것은 정말 이해가 안 되긴 하네.’

    그에게 있어서 별이라는 것은 물질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이 세계는 다른 것 같았다. 아마 마법사 중에는 점성술을 연구하는 자도 있을 것 같았다.

    저벅.

    그는 검은 문을 거침없이 통과하여 그 힘을 받아들였다.

    살생의 업은 그를 받아들임으로써 업이 증가하고, 악운이 강해졌다.

    어두컴컴한 밤하늘에 하나의 별이 흉험한 붉은빛을 내면서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엉망진창인 호흡이 토해졌다. 여름에도 밤에는 쌀쌀하거나 시원하고, 바람이 잘 부는 것이 남부 왕국의 날씨였다. 가을이 된 지금, 몸이 뜨겁게 달구어진 세린의 입에서는 입김이 튀어나왔다 빠르게 사라져 갔다.

    그녀의 체온은 보통 인간의 체온을 넘어선 지 오래였다.

    헉헉!

    세린이 평야를 질주했다. 그 속도는 실로 인간을 벗어난 속력이었지만 그녀는 정신없이 눈을 이리저리 돌리고, 고개를 계속 움직이며 불안하게 달려나갔다.

    그녀는 포위되어 있었다. 무시무시한 으르렁거림 속에는 짐승의 잔혹함이 깃들어있었고, 그것은 그녀의 간담을 서늘케 하기 충분했다.

    이 개 같은 짐승 놈들이!

    전투의 물약을 소량 먹은 세린이 고함을 내질렀다.

    폭발적인 신체 능력을 지닌 세린이 참지를 못하고 덤벼들었지만 늑대는 순식간에 앞으로 내달리며 옆으로 도망쳤다.

    세린은 등 뒤에서 들리는 거친 짐승의 숨소리에 고개를 돌려 할퀴듯이 손을 휘적거렸다.

    휘익!

    도노가 비웃듯이 입을 벌린 채 멀어지며 그녀를 노려보았다.

    ‘으으…….’

    컹컹! 아우우!

    두 번 짖고, 소리를 길게 뽑아내자 다른 늑대들도 너도나도 소리를 질러대었다. 세린은 그것만으로 질려버린 채 도망치기 바빴다.

    싸울 생각을 버렸다.

    그녀는 그저 연금술사이고 단 한 번도 나락에 떨어지지 못한 나약한 정신을 가지고 있었다. 전투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날 것처럼 모든 것이 공포스럽게 다가오고, 마음속에 끔찍함을 더하는 이런 상황에서는 정신을 곧추세우기 힘들었다.

    ‘놈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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