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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 13권
강철의 전사 1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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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 1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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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is ebook

정통 판타지. 현실감과 환상이 공존하는 중세풍에서 시골 청년이자 환생자인 드낙이 출세하는 이야기.

Language한국어
PublisherWHISTLE BOOK
Release dateMay 6, 2020
ISBN9791132771845
강철의 전사 1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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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철의 전사 13권 - 쿠우울

    54. 어둠 (2)

    우두머리 치기 전술은 곧바로 시행되었다. 핏빛 쥐들은 뛰어난 지하 종족이었다. 그들은 두더지를 사육하고, 온갖 곤충을 사료화시키고 있었다.

    찍찍!

    핏빛 쥐들은 순식간에 굴을 지나갔다. 이미 완성된 루트였다. 광석과 돌을 마주하면 돌아서 가야 했기 때문에 구불구불했다. 단단한 것을 부수면 크놀들이 그 진동을 느껴 알아차릴 수 있었다.

    ‘크놀들 또한 지하 종족!’

    결코 방심해서는 안 되었다.

    움찔!

    무기 하나 없이 네 발과 배를 깔고 움직이는 핏빛 쥐가 진동을 느끼고 멈추었다. 뒤의 쥐들도 기민하게 똑같이 멈추었다. 빛 한 점 없었으므로 본 것이 아니라 긴 털로 공기의 떨림을 느껴 앞의 쥐가 멈춘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

    이번 전술에 투입된 핏빛 쥐들은 열 마리였다. 암살 부대로 조금 많은 숫자였다.

    꿈실꿈실!

    ‘순찰은 언제나처럼 똑같군. 크놀들의 순찰병들은 생각보다 대우가 안 좋아. 건성이다.’

    몸을 땅에 바짝 붙여 비비는 선두 핏빛 쥐는 당연히 대장 쥐였다. 그는 모든 면에서 뛰어났고, 많은 핏빛 쥐들의 존경을 받고 있었다. 특히 대장 쥐의 C자형의 팽팽한 자세는 품위가 있었다.

    다른 핏빛 쥐들은 노획한 검이나 창을 옆구리에 묶어서 다니고 있었다. 물론 대장 쥐의 무기 또한 짊어진 핏빛 쥐도 있었다.

    후우우…….

    드낙은 폐쇄적인 곳에서 마음을 다스리며 따라가고 있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패닉에 빠질 수 있었다. 인간의 공포심은 언제 어디서나 폭발하기 좋았다. 하수구에 빠지면 답답함과 공포감을 못 이겨서 쇼크사하는 이들도 많았다.

    ‘느긋하게.’

    드낙은 때때로 눈을 감고 가만히 있기도 했다. 답답함을 풀어내기 위해서였다. 심호흡을 하며 핏빛 쥐들이 만들어놓은 곳을 지나갔다. 그래도 굴은 드낙을 배려해서 큼지막했다. 하지만 드낙에게는 그것도 비좁았다.

    ‘그냥 말할까? 아니야.’

    더 크게 해달라고는 말하지 못했는데, 핏빛 쥐들을 지배하고 있다고는 해도 그 지배자인 드낙은 그것을 잘 몰랐기에 핏빛 쥐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였다. 핏빛 쥐들의 광신도적인 면모 때문이었다.

    굴에서의 간파 능력은 크놀보다 핏빛 쥐들이 한 수 위였다.

    키가 작았고, 팔다리가 짧아서 몸의 한 면으로 완벽하게 땅의 흐름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크놀이 가만히 몸을 땅에 대고 있어야 간파 능력이 핏빛 쥐와 비슷했다.

    간파 능력의 차이는 단연코 정보에서의 우월함으로 이어졌다.

    슥슥!

    ‘어디 보자. 오늘은 또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대장 쥐가 크놀이 뚫어놓은 땅굴을 손으로 살살 비비며 작은 구멍을 놓았다. 대장 쥐의 모습은 땅에 푹 박혀있는 것처럼 보였다. 드낙의 체중을 위해서 땅굴과 땅굴의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그놈의 겨울! 고블린들이 매일 잠만 처자더라. 놈들도 버섯을 캘 수 있잖아? 벌레 관리도 안 하고. 우리들의 식량만 축내고. 짜증 난다.

    크놀 너덧 마리가 모여서 시시덕거렸다. 그들은 어둠 속에서 이야기를 잘도 나누었다. 윤곽과 목소리만으로도 누가 누군지 잘 아는 듯했다. 통로마다 횃불이 있었기 때문에 작은 빛으로도 사물의 특징을 볼 수 있었다.

    까득! 까드득!

    그들은 또한 과자처럼 뼈를 씹는 걸 즐겨 했다. 소리가 잘 나는 것은 굉장히 비싸게 팔리기도 했다. 물물교환에 불과한 것이지만 엄연히 크놀들도 사유재산이 존재했다.

    물론 그걸 지켜줄 법이 없기에 힘센 놈이 많은 걸 가지는 것이 보통이었다.

    우부텐 님이 그것을 허락해 줄 리가 없잖아? 고블린 놈들을 믿지 못하니까!

    바닥에 털가죽을 하나 더 깔고, 겹쳐서 등에 놓은 크놀이 화를 냈다.

    우리만 죽어 나가네. 난 어제 하루 종일 지렁이들에게 마른 똥을 퍼줬다고. 코에서 아직도 똥내가 나.

    그래도 똥 운반하면 먹을 건 많이 먹을 수 있잖아.

    그 말에 크놀 순찰자가 수긍했다. 식량을 생산하는 일이 주류인 크놀들은 노동자가 더 좋은 대우를 받았다.

    그건 그렇지. 사슴 고기에 물을 바르고 구워 먹었는데, 흐릅!

    크놀이 군침이 돋는 것처럼 침을 꿀떡 삼켰다.

    젠장. 나도 고기 먹고 싶다. 힘든 일을 하려는 크놀들이 너무 많아. 난 우부텐 님이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이해를 할 수 없다니까? 순찰은 뭐 풀떼기만 먹고 살아야 해?

    쉬잇! 목소리 낮춰!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 그래?

    크놀 순찰자는 그 반응에 더욱 센 척을 했다.

    어차피 그분은 방에 처박혀 계신데 뭐가 걱정이야?

    고블린 놈들이 기고만장해 있는 것도 조만간이야.

    슥슥!

    대장 쥐는 구멍을 다시 덮었다. 들을 것은 충분히 들었기 때문이다. 꼬리를 흔들며 엉덩이를 꿈실거리자 뒤에 있던 쥐가 직각으로 처박혀 있는 대장 쥐를 당겼다.

    정보는 얻으셨습니까?

    조용히 해라.

    대장 쥐의 말에 뒤에 있던 핏빛 쥐가 입을 손으로 틀어막았다. 지금 이곳에는 드낙도 있었다. 작전 중에 잡담이라니!

    ‘뜨낙! 죄송합니다!’

    그는 드낙이 자신의 말을 못 듣기를 기도했다.

    대장 쥐는 빠르게 이곳을 벗어나서 미리 만들어놓은 제법 큰 은신처에 들어섰다. 핏빛 쥐들은 은신처에 들어서자마자 아랫배의 털을 털었다. 서로 엉덩이를 팡팡 치면서 우정을 확인하기도 했다.

    휴우!

    드낙 또한 빠져나와서 흙을 대충 털었다. 다른 핏빛 쥐들이 도와주려고 했지만 드낙이 거부했다.

    괜찮아. 마음만으로도 고맙다. 후우! 여긴 제법 넓네.

    여기서 조금 쉬고 30분만 가면 바로 크놀의 우두머리를 따버릴 수 있습니다. 놈은 어두운 것을 좋아하는 놈이라 횃불을 준비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드낙은 물을 조금 마시고, 마른 음식을 섭취했다. 잠깐 휴식을 취하고, 다시 움직였다. 미리 땅을 파놓았기에 순식간이었다.

    중앙 턱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는 언덕 지하 땅굴이었다. 그 정상이 크놀들의 우두머리가 있는 방이었다. 크놀들은 하루에 세 번 이곳으로 음식이 든 수레를 힘들게 끌고 와서 우두머리에게 줬다.

    그 방의 오른쪽 벽을 허물고, 드낙이 선두로 방에 들어섰다. 칠흑과도 같은 어둠뿐이었다.

    킁킁! 인간, 강렬한 강철의 냄새. 쥐새끼들!

    칠흑의 우부텐은 단번에 침입을 포착했다. 횃불 하나 없는 이곳에서 핏빛 쥐들은 당황하며 뒤로 빠졌다.

    아무것도 안 보여!

    목소리는 저쪽이다!

    핏빛 쥐들의 크놀 어(語)에 우부텐이 킬킬거렸다.

    날 암살하려고 왔지만 어림도 없다!

    우부텐은 목각인형처럼 우뚝 서서 고개를 이리저리 흔드는, 체격이 가장 큰 드낙을 향해서 단숨에 뛰어들었다. 순식간에 두툼하기 짝이 없는 강철도끼가 드낙의 머리를 노렸다.

    한 방에 끝낸다는 심보였겠지만 놈은 어둠을 너무 자신만의 것으로 생각했다.

    카가가각!

    도끼의 휘둘러지는 방향으로 팔뚝이 똑같이 움직여 가해지는 힘을 줄였고, 우부텐은 어깨에 구멍이 하나 뚫렸다.

    크윽!

    훌쩍 뒤로 빠진 놈을 보며 드낙이 고함을 내질렀다.

    도노!

    컹!

    도노가 곳곳에 주술 불꽃을 토해냈다. 장작이 없음에도 흙을 태웠다. 양분이 많은 흙이라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핏빛 쥐들은 부싯돌을 부딪쳐서 횃불을 들어 올렸다.

    심장의 펌프질로 인해 어깨에서 피가 울걱 울걱 쏟아져 나오자 칠흑의 우부텐이 눈을 찌푸렸다. 오랜만에 보는 빛이었다.

    넓은 방이었기에 드낙은 거침없이 얼음 독수리를 사용하며 내달렸다.

    쾅!

    얼음 독수리를 기민하게 피하는 우부텐은 곰처럼 거대하고 비대한 몸에 맞지 않은 날렵함을 보여주었지만 균형이 어긋난 것은 분명했다.

    캉!

    검과 도끼가 부딪쳤다. 드낙은 우부텐의 오른쪽 어깨의 부상을 자극하기 위해서 오른쪽으로 돌며 놈이 오른쪽 몸에 힘을 계속 주도록 했다.

    이노오오옴!

    우부텐은 팔에 피가 통하지 않아 손끝이 저리기 시작하자 단번에 승부수를 띄웠다. 그걸 모를 드낙이 아니었다.

    스트룸 라우치(Sturm rausch, 폭풍 돌진).

    탓!

    드낙이 경쾌한 소리를 내며 순식간에 좌로 움직였다. 오른쪽으로만 움직이다가 단 한 번, 그것도 상체를 숙여서 가는 방향에 체중까지 실은 드낙의 움직임은 우부텐이 따라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방위를 통한 완급조절.

    땅이 발 모양으로 크게 패이며 드낙의 폭풍과도 같은 돌진에 우부텐의 목이 그대로 베였다. 깔끔한 한 수였다.

    푸솨아아악!

    극, 거걱. 궥!

    뭐라고 말하는 놈은 꿀떡꿀떡 피를 삼키다가 그대로 고꾸라졌다.

    작업을 시작해!

    뜨낙!

    핏빛 쥐들은 순식간에 우부텐을 토막 냈다. 척추를 부러뜨려 상체와 하체를 나누고, 관절을 끊어내어 사지를 이 등분 했다.

    핏빛 쥐들은 우부텐의 사체를 들고 굴로 사라졌고, 피 또한 숨겼다. 주술 불꽃도 사그라들었고, 횃불 하나 없는 곳에 적막이 내려앉았다. 드낙은 진흙을 갑옷에 바르며 때를 기다렸다.

    잠시 뒤, 문을 열며 지친 크놀들이 들어왔다. 음식 냄새가 물씬 풍겼다. 수레를 끌기 위해서 횃불을 든 크놀이 밖에서 문을 닫았다.

    퍼석!

    박 터지는 소리가 나며 크놀들이 섬뜩함을 느꼈다. 핏물이 쏟아져 내리고, 뇌수가 바닥에 떨어졌다. 지친 크놀들의 인지능력은 한 타이밍 늦었고, 그사이에 드낙은 순식간에 대부분의 크놀들의 머리를 터트릴 수 있었다.

    모두 엘라스티쉬 제스트렁(Elastisch Zerstorung, 탄력적인 파괴)를 통해서 검상으로 보이지 않게 해야 했기에 킬 더 배틀 속에서도 드낙은 이를 악물었다.

    사, 살려줘!

    쾅쾅!

    문을 두드린 크놀 또한 머리가 깔끔하게 박살이 났다.

    …끼익.

    호기심에 문을 연 크놀은 어둠 속에서 뭔가가 튀어나와서 이마가 꿰뚫렸다. 우악스러운 손이 목을 움켜잡고 방으로 끌어당겼다.

    퍽!

    크놀의 머리가 박처럼 터졌다.

    스윽! 스윽!

    드낙은 살해 장소를 꾸몄다. 가장 먼저 자신의 발자국을 지우지 않았다. 대충 흐리게 만들고, 대신에 다른 놈의 발자국을 만들었다. 지우는 것보다 이것이 더 속이기에 좋았다.

    지우면 지우는 흔적이 남기 때문에 덧씌우는 것이 최고였다. 진실 속에 거짓을 숨기는 것이 되는 셈이다.

    ‘밖에서 흔드는 것은 힘들어졌다.’

    크놀들의 거대한 지하 세력 때문에 식량이 충분히 남아돌기 때문이었다. 개미굴과는 다르게 벌집처럼 만들어진 육각형 형태가 크놀들의 굴 모양이었다. 그들의 세력은 단단한 산 중턱을 완전히 휘어잡고 있었다.

    ‘안에서 내분으로 만들어야 한다.’

    우두머리의 배신으로는 약하다. 진실성도 적었다. 발바룽은 악마의 힘을 역으로 이용하자고 했다. 드낙은 그 방법에 쌍수를 들며 기어오르는 발바룽을 칭송했다.

    ‘똑똑한 놈은 진짜 무섭다.’

    드낙이 간략화가 이루어진 밴쉬 에로우(Banshee Arrow, 악령 화살)를 발현시켰다. 마력이 소모되면서 검은 불꽃이 일어나 악령의 얼굴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드낙은 거기서 끝을 내지 않고, 더욱 마력을 투입했다.

    화르르르!!

    악령의 얼굴은 투입되는 마력에 비해서 비효율적으로 느리게 커져갔다. 동시에 검은 불꽃도 계속 타올랐다. 그 불씨는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고, 이내 유황 가루가 되었다.

    바람이 불지 않는 이곳에서의 냄새는 오래 남고, 더 짙다.

    ‘충분하겠지.’

    드낙이 안으로 들어가고 얼마 뒤에 옆에 뚫린 굴은 언제 그랬냐는 듯 메꾸어졌다.

    드낙과 핏빛 쥐가 빠르게 후퇴하고 다음 날에 아침을 우부텐에게 식량을 주러 온 크놀들은 펄쩍 뛰었다.

    이게 대체!

    많은 크놀들이 웅성거리며 몰려왔고,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칠흑의 우부텐이 악마에게 삼켜져 동족을 죽이기 시작했다는 흉악한 소문이었다.

    * * *

    잠자리에 들어간 드낙은 검은 연기를 느꼈다.

    어둠 속에서도 상대를 확인할 수 있는, 간단한 능력 같아 보이지만 대단한 능력인 어둠을 꿰뚫는 눈동자를 얻을 수 있었다.

    그것은 빛을 잘 받아들이는 눈동자가 아니었다. 말 그대로 눈에서 미약한 빛을 사방으로 퍼뜨려 시야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넓은 공간 전체를 보는 것은 시간이 걸렸다.

    상대가 보기에는 빛이 눈에서 쏘아지는 양이 극히 적고, 빛의 층이 특수하여 알 수 없었다.

    기이한 능력이었다. 하지만 유용한 것은 틀림없었다.

    크놀을 적게 죽여서 검은 여과기에서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식량 창고는 총 다섯 곳에 있습니다.

    세 명씩 가서 빠르게 처리해라.

    핏빛 쥐들은 쇳조각들을 가죽 주머니에 넣고 움직였다. 그들의 목적은 크놀들의 식량 포대에 쇳조각을 섞는 것이었다. 먹을 것이 부족해지면 적을 추적하는 일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었다.

    그사이에 드낙은 대장 쥐와 함께 움직여 지하수의 근원점에서 수독을 풀었다. 무색과 무취의 수독은 물과 잘 어울렸다.

    부루루룩!

    가죽에서 공기가 토해지며 수독이 흐르는 지하수에 풀어졌다. 이 지하 호수의 양을 생각한다면 적은 것 같았지만 이곳의 물을 마시는 크놀들은 서서히 중독될 것이다.

    ‘오히려 희석되어서 효과가 더디게 나타나는 것이 좋지.’

    꾸준히 해야 할 일이었다. 중턱의 지하 세력은 단단한 산, 그것도 던전에 숨어있을 트롤을 사냥하는 데 방해가 될 여지가 충분했다. 핏빛 쥐들의 땅굴을 들키는 순간부터 끝인 것이다.

    식량과 물을 오염시킴으로써 크놀들의 영향력을 줄이는 것은 매우 중요했다.

    드낙은 삼 일 뒤부터 본격적으로 크놀들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끄으으응! 흐으으으응!!

    크놀이 배변 활동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대장을 자극하는 수독 때문에 계속해서 배출의 욕구가 생겨났다. 그 끝은 탈장이었다.

    부루룹!

    장기가 튀어나오자 크놀이 탈력감과 동시에 서늘한 오한에 몸을 떨었다.

    허으으.

    지독한 독이었다. 크놀은 다른 이의 도움을 빌려서 장을 밀어 넣었지만 흙이 묻은 채로 들어갔다. 세균 감염으로 죽을 것이 분명하다.

    다른 곳에서는 버섯을 한입에 삼켜 씹다가 고개를 휘저으며 뱉어냈다. 버섯과 함께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헤엑!

    쇳조각 때문에 피가 묻어서 나왔다. 버섯에 붙어있었지만 어두컴컴해서 제대로 못 본 것이다. 몇몇 크놀은 씹지도 않고 삼켜서 위액과 함께 내출혈을 일으켜 죽어가기도 했다.

    내상은 고칠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크놀들에게 죽음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갔을 때, 드낙 또한 크놀을 덮쳤다.

    햐아아…….

    악령의 머리가 바람 소리와 비슷한 소리를 내며 횃불을 집어삼켰다. 뜨문뜨문 있고, 굳이 지키지도 않는 크놀들의 횃불은 벤쉬 에로우에 무력하게 사그라들었다.

    뭐야? 횃불이 보이지 않는데?

    드낙은 빛 한 점 없는 곳에서 크놀들을 거침없이 사냥했다. 공격할 때 외에는 철 부딪치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기에 그의 발소리는 그 어떤 크놀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푸욱!

    크놀은 정교한 검술로 자신의 심장을 뚫고 갈비뼈 틈새로 튀어나와 살가죽을 찢은 검날을 떨리는 손길로 만졌다. 소리를 지르기도 전에 우악스러운 손길이 입을 틀어막았다.

    뿌득!

    함께 걷던 놈의 목이 꺾이며 천천히 쓰러졌다. 목이 돌아가는 섬뜩한 소리는 뼈를 씹는 소리처럼 들려서 크놀들의 관심을 사지 못했다.

    적이다! 적!

    이, 인간이다!

    크놀들이 모여있는 곳에서도 드낙은 거침없었다. 그들은 한 번 덤벼보고 단번에 패배하자 바로 도망쳤다. 하지만 통로는 순식간에 무너졌다.

    쿠구궁!

    핏빛 쥐들이 굴을 무너뜨린 것이다.

    아, 안 돼!

    크놀들이 절망했다. 어둠 속에서 동족이 죽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결코 격렬하지 않았다.

    윽.

    흡.

    단말마도 되지 않는 거칠고 짧은 숨소리뿐이었다. 그와는 반대로 피가 곳곳에서 튀었다. 피는 몇 m나 튀기 때문에 드낙과 멀리 있는 크놀에게도 피가 튀어서 패닉에 빠져 손톱으로 벽을 미친 듯이 긁기도 했다.

    흐윽! 으흐으으!!

    하지만 지하 통로만 도주로가 아니었다.

    버둥버둥!

    크놀들은 벽 곳곳에 있는 구멍 속에 머리를 집어넣었다. 하지만 그것도 대비가 되어있었다. 사냥꾼은 모든 것을 계획하고 사냥감을 잡는다.

    찍찍!

    크아악! 아악! 키이에엑!

    구멍에서 쥐 소리가 나며 검과 창날이 크놀의 얼굴을 거침없이 찔렀다.

    펑!

    크놀의 척추가 작은 폭음과 함께 드낙의 검에 박살이 났다. 100인의 기사를 베면서 세파리아스의 비전 운용법을 정확하게 카피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도망쳐야 해! 살려면 도망쳐야 한다고!

    단 한 마리의 크놀도 살아남지 못했다. 드낙은 자신의 앞뒤로 두 마리의 핏빛 쥐를 두고 나머지 핏빛 쥐들은 크놀들의 사체를 도축하여 운반했다.

    ‘깔끔하군. 트롤이 있는 던전으로 향하는 길목도 모두 무너뜨렸다. 크놀들은 고립이 되었어.’

    순식간에 피만 남았다. 피를 모두 치우지는 않았다. 죽여야 할 크놀들이 아직도 많았다. 크놀들은 하나로 규합하지 않고 벌집처럼 잘 분산되어 있었다.

    위로 올라가야 해. 땅을 파고 있는 크놀들이 있는데.

    나도 좀 끼워줘. 가만히 있으면 죽기밖에 더해? 누구도 도우러 오지 않는다고. 이미 그 넓은 입구도 무너져 내렸어. 악마가 된 우부텐이 우리들의 피를 원하고 있어…….

    숙덕거리기는 해도 구심점이 없었기 때문에 도망칠 궁리만 했다. 하지만 이들은 핏빛 쥐들의 공작에 의해서 굴을 파도 돌이 앞을 가로막고, 물이 튀어나오는 실패를 경험하다 드낙에게 죽임을 당했다.

    여기다! 이곳에 핏자국이 있다!

    때때로 지하 통로에 헤드스 하이에나나 고블린 전사들이 오고 가기도 했는데, 그들도 하나도 빠짐없이 드낙에게 죽임을 당했다. 물론 사체는 핏빛 쥐들이 가져갔다. 그들 또한 쥐들의 식량으로 쓰이는 것이다.

    크놀의 숫자가 줄어들수록 무너지는 지하 통로의 숫자도 많아졌다.

    키킥. 히히, 히히히! 어둠, 어둠의 그림자! 파도같이 거칠면서 보이지 않는 분이시여! 악마 우부텐이시여! 제가 당신의 종이 되고자 합니다!!

    서걱!

    마지막 남은 크놀도 목이 베였다.

    이글이글.

    제법 큰 규모의 대장간이 크놀들이 마지막으로 도망친 곳이었다. 그곳에서 드낙은 하나의 조각상을 볼 수 있었다. 철골로 되었으며 아직 완성되지도 않았지만 크놀들이 공포 속에서 이곳에 숨어들어 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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