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over millions of ebooks, audiobooks, and so much more with a free trial

Only $11.99/month after trial. Cancel anytime.

강철의 전사 16권
강철의 전사 16권
강철의 전사 16권
Ebook255 pages2 hours

강철의 전사 16권

Rating: 0 out of 5 stars

()

Read preview

About this ebook

정통 판타지. 현실감과 환상이 공존하는 중세풍에서 시골 청년이자 환생자인 드낙이 출세하는 이야기.

Language한국어
PublisherWHISTLE BOOK
Release dateMay 6, 2020
ISBN9791132771876
강철의 전사 16권

Related to 강철의 전사 16권

Titles in the series (41)

View More

Related ebooks

Reviews for 강철의 전사 16권

Rating: 0 out of 5 stars
0 ratings

0 ratings0 reviews

What did you think?

Tap to rate

Review must be at least 10 words

    Book preview

    강철의 전사 16권 - 쿠우울

    22. 어둠 (2)

    ‘제대로 한 판 뜨기는 무슨.’

    밖으로 나갈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트롤의 재생력이고 무엇이고 드낙도 결국엔 인간이었다. 무엇보다도 ‘그’ 세파리아스조차도 다수에 둘러싸여서 죽음을 맞이했다.

    지우고 싶은 역사여도 세파리아스 불파겐은 워낙 많은 이들이 목격하여 아직도 이야기꾼들에게는 톡톡한 돈줄이다.

    무엇보다도 드낙은 세파리아스에 대한 두려움이 존재했다.

    세파리아스는 드낙이 무력으로 수없이 두들기고, 캐어내도 끝도 없이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

    ‘트롤 100마리를 잡았다고 해도 한 번에 다 잡은 것도 아니니.’

    사기 높은 4천을 상대하기에는 아직도 부족함이 많았다. 대신 드낙은 1층에서 대지의 골램을 소환했다.

    쿠구구구!

    돌가루와 흙으로 이루어진 골램이 모습을 드러냈다. 양 주먹에 돌들이 가득 뭉쳐있어서 멋이 났다.

    이쪽으로 땅을 파라.

    골램이 움직였다. 드낙 또한 입구로 향했다. 입구 밖에는 병사들과 기사들이 바글거렸다. 드낙은 입구에 모습을 드러냈다.

    보담 오프힐은 피에 절은 드낙의 모습을 보고 소리를 내질렀다.

    명예도 모르는가! 정정당당함을 모르는 거냐!

    드낙 또한 지지 않고 소리쳤다.

    한 명을 상대하는데 4천 명을 끌고 온 놈들에게서 듣고 싶지 않다! 부끄러움을 알아라!

    드낙은 그렇게 소리를 지르며 검을 들어 올려 보담 오프힐을 겨누었다.

    정 그렇게 명예를 찾는다면, 덤벼라! 명예로운 죽음을 선사해 주마!

    드낙은 트로스 사일런스까지 죽인 실력자다. 진실로 수백의 기사, 그것도 북부 기사를 상대로 연전을 거듭하여 피로 물든 길을 만든 것이 불파겐이었다.

    ‘규합된 힘으로 죽이는 것이 옳다.’

    작은 입구를 두고 대치가 이루어졌다. 드낙이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괜히 목청만 높였다.

    뭐하느냐! 일을 이렇게 크게 벌여놓고 마법 시설 하나 믿고 까부는 것이냐! 나와서 싸우자!

    대군을 끌고 온 놈이 어디서 나보고 오라고 소리를 치는가! 이 많은 이들 중에 나와 상대할 자가 정녕 하나도 없는 것이냐!

    드낙의 소리에 보담 오프힐 경이 당황했다. 혼자서 쳐들어온 놈은 드낙이었기 때문이었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정말 미친놈이군! 말이 안 통하겠어.’

    병사들의 고양된 사기는 순식간에 꺾였다. 진정으로 목숨을 걸어야 할 날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불파겐 자작은 병사들에게 겁을 먹고 있었고, 보담 오프힐 경은 불파겐에게 겁을 먹고 있었다.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갔지만 드낙은 소리를 지르는 걸 멈추지 않았다. 어찌나 목청이 좋은지 가까이 있던 병사들이 방패를 땅에 대충 꽂아놓고, 손으로 귀를 막고 있을 지경이었다.

    흐아암.

    ‘이걸로 그냥 끝나겠네.’

    가장 뒷줄에 있는 병사가 하품을 하면서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눈을 끔뻑였다. 이 대치도 30분이 넘었기 때문이다.

    엉?

    하품을 하다가 갑자기 소리를 냈다. 엉뚱한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저, 저저. 저거 봐! 첨탑이 기울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뭐? 정말이네!

    후방의 병사들이 웅성거렸고, 베테랑 병사가 가장 먼저 해당 정보를 획득했다. 그다음에는 기사에게 전해졌고, 후방에 있는 기사가 전령을 통해 전방으로 그 소식을 보냈다.

    어떻게 저렇게 한 것이지?

    골램으로 내부를 파괴한 것이 틀림없소.

    말도 안 되는 소리! 마법 시설이 고작 3m짜리 대지 골램 따위에게 무너지는 건물인가.

    이들의 예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드낙은 골램에게 마법 시설의 기반을 이루고 있는 흙을 파내도록 지시했다. 기반의 흙은 마법 시설의 내구도와는 전혀 관계가 없었다.

    기사들이 혼란을 겪고 있을 때, 드낙은 피가 마르는 기분이 들었다.

    ‘이런 씨. 무슨 건물이 이렇게 붕괴가 느려? 영화 같은 거 보면 금방이던데.’

    드낙은 3m짜리 거인이 흙을 파서 기반을 완전히 박살 냈는데도, 기울기가 30분이 지나도록 변하지 않는 것에 불만을 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일정 기울기에 도달하자마자 높고 큰 첨탑은 빠르게 넘어가기 시작했다.

    피해라! 피해라!!

    기사들은 병사들을 전체적으로 뒤로 물렸다. 건물이 쓰러져 생길 여파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 분명했다. 병사들과 기사들이 도망치는 순간에도 드낙은 대범한 척 가만히 있었다.

    ‘북부 놈들은 너무 용감해.’

    겁쟁이 같이 군다면 오히려 덤벼들 가능성이 매우 농후했다. 이윽고 첨탑이 그대로 기울어져서 땅에 부딪혔다.

    쿠구구구!

    먼지가 가득 피어올랐고, 그 충격이 드낙을 덮쳤다. 때 좋게 튀어 나갔지만 직격만 당하지 않았을 뿐, 그 여파에는 그대로 휩쓸렸다. 전신 갑주 덕택에 체중이 100kg에 달했지만 먼지처럼 날아갔다.

    퍽.

    우직!

    ‘크윽!’

    어디에 부딪혔는지 모를 정도로 시야가 엉망이었다. 하지만 팔이 기괴하게 꺾였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드낙이 이를 악물고 스스로의 힘으로 관절을 다시 돌렸다.

    뇌가 타는 듯한 고통에 시달렸지만 거침없었다. 세파리아스와 검은 꿈에서 대련을 하면서 점점 고통에 익숙해져 갔고, 무엇보다 트롤의 재생력을 믿었다.

    드낙이 사위를 살폈고 그러다가 다리에 힘이 풀려서 앞으로 넘어졌다.

    사방에 먼지가 가득했다.

    ‘어디까지 날아간 거지?’

    드낙이 다시 한번 몸을 일으키려다가 다시 넘어져서 팔꿈치가 땅에 부딪혔고, 전기가 통하는 고통이 느껴졌다.

    ‘생각보다 몸에 피해가 크구나. 너무 미친 생각이었나.’

    드낙은 숨을 고르면서 주변에 들리는 소리에 집중했다. 멀리서 외침이 들려오는 것 같았지만 귀가 먹먹해서 잘 들리지 않았다.

    드낙은 먼지구름 속에 바짝 엎드려 숨어서 엉금엉금 기어갔다. 방향을 잡을 수는 없었지만 무작정 기어갔다. 기어가면서 청력이 복귀됐다.

    정렬! 정렬! 공격을 받으면 어떻게든 신호를 보내라! 목소리, 부딪치는 소리마저 허투루 여기지 마라!

    우! 악!

    북부의 병사들은 역시나 강군이었다. 기울어지는 것을 확인하고 병력을 안정권 내로 이동하였다. 밀집한 상태에서 그렇게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보통내기가 아닌 것이다.

    병사들이 지휘관이 원하는 전술을 100% 이상으로 뽑아낼 수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그 덕에 드낙은 포위를 뚫을 수 있었다. 병사들이 물러나면서 빈틈이 많아졌기에 자연스럽게 빠져나갈 수 있었다.

    ‘몸도 빠르게 회복하고 있고.’

    그러는 사이에 트롤의 재생력으로 몸이 완전히 회복되었다. 아무리 트롤의 힘을 받아들였다고 해도 몸은 인간이었기에 트롤만큼 대단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압도적인 능력인 것은 분명했다.

    뚜둑. 뚝.

    ‘하, 이상하네. 왜 다 치료가 안 되지.’

    완전히 돌아갔던 관절은 움직일 때마다 그 안에 공기가 들어간 것처럼 도독, 도독거렸고 이물감이 느껴졌다.

    파아앗.

    이 때문에 드낙은 밀이 가득 차있는 식량 창고에서 신성력을 뿜어내어 팔꿈치를 치료했다. 그제야 팔이 말끔하게 회복됐다.

    ‘첨탑을 부수는 건 더 해서는 안 되겠다. 기사를 죽인다.’

    북부 병사들은 사고방식 자체가 현대인과 달랐다. 남자가 자존심이 있지 왜 죽음을 두려워하느냐는 식이었다.

    지휘관이나 군을 이끄는 장수라면 두려움이 없어서 그만큼 척추가 으슬으슬할 정도로 전율케 하지만, 그들을 상대하는 드낙에게는 짜증 그 자체였다.

    드낙은 다시 어둠으로 들어갔다.

    해가 지기 전에 이실레아의 기만술이 통했는지, 중기병과 경기병이 기사 다섯과 함께 출정했다.

    그들의 경계는 밤에도 실로 대단했다. 못해도 내성을 지키는 인원이 400명은 되어 보였다.

    ‘멍청이들.’

    낮과는 달리 어둠이 내려온 곳에서 드낙은 마브리스 리꼬, 검은 늑대 그 자체였다. 달빛이 내리쬐어도 구름과 조각상이 만들어내는 음울한 그림자를 따라 순식간에 안으로 진입했다.

    보지 않아도 자신의 몸이 그림자에 다 가려지는지, 안 가려지는지 본능적으로 알았고, 상대의 시야각이 어떤지도 어렴풋이 감으로 알고 있었다.

    드낙은 차량의 차폭감을 천재적으로 잘 아는 것처럼 굴었다.

    타닥! 후두둑!

    내성으로 들어갈 필요도 없이 건물을 타고 올라갔다. 유리로 된 창문은 모두 닫혀있었기에 창문틀을 잡았다.

    창틀에서 푸른빛이 미약하게 일어났지만 드낙의 마법저항력 때문에 금방 사그라들었다. 마법 함정이었지만 불파겐에는 소용이 없었다.

    ‘휴.’

    드낙은 움찔했지만 이내 잠금장치를 손으로 천천히 부수고, 방 안으로 들어섰다.

    ‘비전. 비전이라도 얻자.’

    북부 병사들의 기상으로 두들겨 맞은 드낙은 그 패배감을 다른 것에서 보상을 얻고 싶었다. 지휘관을 살해해서 몽펠리에를 항복하게 하는 것으로 생각을 바꾸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병사들을 안 죽인다는 건 아니었다.

    통로를 거닐던 병사 세 명은 2층의 순찰을 맡고 있었는데, 숫자가 적은 이유는 1층에 150명이나 배치되었기 때문이었다.

    드낙은 방에서 숨어 있다가 그들이 지나가자 귀신처럼 빠져나와서 병사 세 명의 뒤를 쳤다.

    뿌드득!

    병사의 목이 돌아가면서 그대로 부러졌다. 왼손으로만 머리채를 잡고 바닥에 천천히 내려놓고 한 걸음 더 나아가서 한 놈의 투구를 잡아당겼다.

    윽?!

    뒤로 넘어간 병사는 흉악한 검이 자신의 얼굴을 향해서 내리쳐지는 것을 보았다.

    피가 튀었고, 마지막 남은 병사가 뒤를 돌아보며 고함을 지르려고 입을 쩍 열었다. 그 전에 드낙의 투척 단검이 그의 목에 꽂혔다. 목젖에 단검이 꽂히자 병사가 눈물을 찔끔 빼면서 기침을 했다.

    케헥.

    그것으로 끝이었다. 피를 게워내는 사이에 드낙은 멱을 따버렸다. 병사는 그 순간에도 차선을 위해서 무기로 벽을 치려고 했지만 드낙에게 막혔다. 킬 더 배틀은 모든 것을 확실하게 처리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시체도 처리하지 않고, 드낙은 2층에서 곤히 자는 기사 세 명을 말끔하게 죽였다. 하지만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창문으로 다시 빠져나가서 3층으로 올라갔다. 내성은 영주 성과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아래를 보자 횃불이 한가득하였다.

    ‘백날 밖을 지켜봐라. 내일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보게 될 것이다.’

    3층 또한 창문을 조심스럽게 잡자 창틀 아래의 홈에서 독액이 분사되어서 전신 갑주에 묻었다. 하지만 드낙은 무덤덤하게 창문을 부수고 들어갔다.

    드낙이 내는 소리에 그 방에 있던 기사가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일어났다.

    푸걱!

    롱소드가 투척 되어서 병사의 머리에 그대로 박혔다. 검 끝이 벽을 긁으면서 소리를 내며 떨어졌기에 드낙은 가슴이 철렁했다.

    ‘힘이 좋아도 문제네.’

    강철이 흐르는 강이 너무 명검인 것도 문제였다. 죽은 기사는 전신 갑주를 입고 있었는데, 투구를 쓰는 건 답답했는지 쓰고 있지 않았다. 드낙은 검을 회수하면서 그걸 깨닫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 머리가 아닌 다른 곳을 노렸다면 큰일이 날 뻔했다.

    밖으로 나가자마자 드낙은 또 위험에 맞닥뜨렸다. 가까이서 병사들이 촛대를 들고 순찰을 하고 있었는데, 숫자가 갑자기 불어나 있었다. 열 명은 되어 보였다.

    드낙은 놀라운 팔심으로 그대로 벽 위에 올라가서 몸을 고정했다.

    척. 척.

    병사들은 강철 부츠를 신고 있었고, 그 부츠는 걸을 때마다 소리를 냈다. 병사들은 자연스럽게 드낙을 지나쳤다. 하지만 그들과 다르게 경무장을 하고, 천으로 발을 감싼 병사가 웅크린 채 병사들을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은 촛대가 닿지 않는 어둠 속에 있었지만 드낙은 충분히 여유를 두고 있었으므로 걸리지는 않았다.

    내성에 있는 기사 중에서 1층에 있는 아홉 명을 제외하고 45명이 하룻밤 만에 모두 죽임을 당했다.

    순찰을 하는 병사들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드낙 자체가 인간 같지 않은 근력으로 길이 없는 곳을 길처럼 이용했기 때문이었다.

    첩보영화를 본 드낙과는 다르게 이 세상은 그런 것이 없었고, 경호에 있어서도 평면적인 것이 대부분이었다. 암살하는 몬스터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또한 여기저기에 마련된 기계식 함정들도 드낙을 어떻게 하지 못했다.

    그 바로 다음 날에 다섯 쇠뇌 요새에 백기가 올라왔고, 전령 몇몇은 새하얀 삼각 깃을 휘날리며 몽펠리에 성으로 향하였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본 드낙은 오히려 당당하게 나서서 소리를 질러대었다.

    내일 내로 요새에서 나가라! 그렇지 않으면 모조리 죽이겠다! 번복은 없다!

    그 소리에 기사 몇몇과 병사들이 이 잡듯이 곳곳을 뒤졌지만 드낙의 그림자 하나 찾지 못했다. 결국 그들이 한 일은 성에서 빠져나가는 일뿐이었다. 다시 밤이 찾아온다면 기사들이 모두 죽을 것이기 때문이다.

    상급자 없는 군대가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었다.

    다섯 쇠뇌 요새를 홀로 점령한 드낙은 가만히 때를 기다렸다. 아크온이 온다면, 이실레아를 불러들일 생각을 했다.

    아직 전쟁은 현재진행형이었다.

    23. 여름의 끝 (1)

    길게이 플래티넘을 중심으로 뭉친 볼레티안 기사단 300명은 불파겐 영지에 들어섰다. 그들은 동부의 남쪽에서 들어왔다. 호수 마을은 물론이고, 몽펠리에의 장원에 도착하기에는 아직 한참이나 남았다.

    햇빛은 강렬했지만 불어오는 바람은 시원했다. 말을 몰고 있는 길게이가 눈을 찌푸렸다.

    광활한 대지가 펼쳐졌다.

    이곳이 동부라고?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넓다. 이 평야는 대체 무엇인가. 지도에서는 그저 작은 골로 나와 있는데.

    이에 불릿 발레아르가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진실을 말하였다.

    세파리아스 불파겐의 그림자가 그만큼 크다는 뜻입니다.

    명석한 길게이는 그 말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힘이 강한 국가는 지도에 땅을 크게, 또한 작은 국가는 그 그림을 받아서 쓰기 마련이다.

    ‘동부의 버려진 땅이 이렇게 넓은 줄 알았다면…….’

    길게이는 자신이 더 많은 것을 직접 확인해 보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만약 이것을 알았다면 일찌감치 공왕(共王)이 될 준비를 했을 것이다. 왕족임에도 공작의 작위를 하사받아서 이곳에 땅을 내렸을 터였다.

    ‘400년이 흘렀음에도 아직도 그 그림자 때문에 동부가 버려진 땅이 되었구나.’

    동시에 길게이는 형언할 수 없는 감정에 휘말렸다. 백금 왕가는 양적, 질적으로 엄청난 발전을 이룩했고, 1만 원정대 또한 겨울에 보낼 수 있을 정도로 강해졌다.

    여름에는 그 세 배는 기본이었다.

    마수와의 침공은 경우가 조금 다른 것이 정규병보다는 훈련도가 낮지만 마수의 공격에서 버티는 게 가능한 징집병의 비율이 높았지만 그건 상대가 상대였기 때문이다.

    그 토벌도 실패했지만 백금 왕가가 잘못한 것이 아니라, 마신장 발라쿠가 보통 오우거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300명으로 이 땅을 소유한 불파겐에게 환영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길게이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구불 골’이 사실은 엄청난 대평야였기 때문이었다.

    걱정 마십시오. 북부 기사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기사가 300명 아닙니까.

    불릿 발레아르 경이 길게이를 다독였다. 하지만 길게이는 아쉬운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본래는 600명이었지만 300명이 튀어버렸기 때문이다.

    북부 기사들과는 다르게 남부 기사들은 사리에 밝은 면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제국처럼 마법이 발달하며 자연스럽게 몬스터와 야수의 위협에서 벗어난 삶을 살면서 인류애라는 것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인간을 강하게 묶어주던 쇠사슬이 벗겨졌으니, 다른 욕망이 득실득실한 것이 당연했다.

    이들은 가는 내내 공격을 받아야 했다. 버려진 영지에서 이제 갓 벗어난 불파겐 영지의 남쪽은 몬스터와 야수의 땅이었다.

    쿠워어어아아악!!

    황색 털의 거대 원숭이가 거칠게 포효했다. 흥분해서 젖꼭지가 발딱 서있었고, 사타구니에 두른 평야의 코뿔소의 가죽이 거칠게 휘날렸다.

    이마에서 튀어나온 뿔은 영락없이 이 거대 야수가 일각수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 거대 원숭이는 철 그물과 올가미에 꽁꽁 묶이고, 상체에 창만 74개가 꽂히고 나서야 무릎을 꿇었다.

    쒸이익! 쒸익!

    3m에 달하는 원숭이가 거친 숨결을 내뱉으며 길게이를 노려보았다.

    처리하십시오. 전하.

    불릿 경이 대검을 내어주었다. 하지만 길게이는 그에게 양보했다.

    내가 죽여서 어디에 쓰겠나? 강골인 그대에게 더 도움이 될 것이다.

    기사의 혈통! 그것은 수없이 죽여서 얻는 성질이다. 드낙처럼 당장 하나 죽인다고 뭐가 변하는 것은 아니었다.

    불릿 경은 세 번을 권하였고, 길게이가 모두 거부하자 이내 자신의 검에 피를 묻혔다.

    원숭이는 제법 똑똑할 텐데 왜 덤볐는지 참으로 궁금하지 않은가?

    인간을 본 적이 없으니, 일단 덤벼들었을 겁니다. 알지 못하면 죽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 말에 길게이가 웃음을 터트렸다.

    딱 내 상황과 똑같구나. 불파겐에 대해서 많은 조사를 할 걸 그랬다. 이럴 줄 알았다면, 레이시아에게 시녀와 보석함이라도 넉넉하게 줄 걸 그랬다.

    후회한다고 해서 늦은 것이 빨리 찾아와 줍니까? 지금 있는 것을 소중히 하십시오.

    항상 지금부터. 경은 언제나 그렇게 말을 끝냈지.

    길게이가 불릿 경이 할 말을 자신이 말하자 불릿 경이 송구스러워하였다.

    귀에 딱지가 붙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해체해서 가져가세.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등에 난 털이 예쁘고 부들부들하니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들은 볼레티안 기사단 300명과 몰락 남부 귀족의 용병 200명, 마법사와 연금술사, 대장장이까지 총 30명을 이끌고 석지마을에 도착했다.

    사막 색의 킹슬레이 전신 갑주를 입은 이스핀이 병사 둘과 함께 마중을 나왔다. 병사들은 하나같이 독기가 서려 있었는데, 그들을 교육한 기사인 이실레아 경의 특징을 고스란히 받은 모습이었다.

    ‘숙련병은 아닌데, 제법 기세가 있어.’

    보는 눈은 있는 길게이가 정확하게 병사의 실력을 꿰뚫어 보았다. 싸우면 다른 정규병에게 열세를 피하지 못하는 것이 불파겐의 병사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병사로 복무한 기간을 생각하면 오히려 압도적인 성장률을 보였다.

    이스핀 롤레온이라고 하오! 어디에서 오시는 자들이시오!

    길게이는 플래티넘 왕가의 깃발이 없었다. 대신 원색적인 삼각 깃과 길게이 자신의 깃발을 가지고 있을 뿐이었기 때문에 이스핀이 모를 수밖에 없었다.

    불릿 발레아르가 모습을 드러내서 외쳤다.

    우리는 길게이 플래티넘 왕자 전하의 군대다! 자작과 만나고 싶어서 이렇게 찾아왔다!

    불릿 경이 홀로 말을 몰고 다가왔다. 이스핀 또한 병사들을 대기시키고 거리를 좁혔다.

    자작님께서는 부재중이지만, 게제라스 총관이라도 불러오겠소.

    그렇게 말을 해주시니 고맙소.

    이스핀은 먼저 총관을 부르겠다고 말했다. 버티기엔 적의 군세가 너무 대단했다. 그들은 드낙 없이는 막을 수가 없을 정도로 강력한 세력이었다.

    병사 하나가 말을 몰고 돌아갔고,

    Enjoying the preview?
    Page 1 of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