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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라이즈 18권
메모라이즈 18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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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라이즈 18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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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is ebook

◆ 본 작품은 15세 이용가 개정판입니다 ◆

현대와는 다른 세상 홀 플레인.
김수현은 군 전역을 신고하고 집으로 귀가하던 도중 홀 플레인의 세상에 강제로 소환 당한다.
많은 우여곡절을 거치고 끝끝내 정상에 오르는데 성공하지만, 홀 플레인에서 활동한 10년의 세월은 이미 너무나도 슬픈 과거로 얼룩진 상태였다.
김수현은 슬픈 과거를 바꾸기 위해, 제로 코드의 힘을 10년의 시간을 되돌리는데 사용하기로 결정한다.

Language한국어
PublisherWHISTLE BOOK
Release dateJun 3, 2019
ISBN9791132757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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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모라이즈 18권 - 로유진

    외전 3. 두 번째 의뢰 – 구출 : 얼어붙은 숲 (2)

    깊은 밤, 숲은 어두웠다.

    시잉……. 시이잉…….

    그리고 매우 추웠다.

    흠.

    살이 에일 정도의 찬바람이 불어 난 약간 몸을 움츠렸다. 그리고 곧장 엉덩이를 끌어 홀로 타오르는 모닥불 쪽으로 바짝 다가섰다.

    문득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올려다보자 무수히 수놓인 반짝이는 별들이 보인다. 아직 남은 밤은 긴 모양이다.

    쿨쿨.

    하여 저녁에 먹다 남은 스튜라도 한 그릇 할까 하며 몸에 두른 담요를 끌어 올리자 돌연 미약하게 코 고는 소리가 들려온다. 누구인지는 안 봐도 비디오. 나는 싱겁게 웃곤 한숨과 함께 주변을 둘러보았다.

    빽빽하게 자라난 나무와 무성하게 우거진 수풀들. 이 모습만 보면 영락없는 숲이겠지만, 주변 풍경은 일반적인 숲과 한 가지 다른 점이 있었다.

    그것은 내 눈에 밟히는 나무들에 서리가 끼어있다는 것.

    아니, 비단 나무뿐만이 아니었다. 서리는 숲 전체에 뒤덮인 상태라 마치 남극 한복판에 있다는 느낌마저 주었다.

    어찌 됐든 난 불침번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주변을 날카롭게 훑었고,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에야 다시 시선을 내렸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탁탁! 타닥, 타닥!

    문득 불똥이 튀는 소리에 나는 슬쩍 시선을 올렸다. 그러자 허공에 점점이 흩어지는 불꽃이 보이고, 그 너머로 고개를 꾸벅꾸벅 꺼트리는 누군가가 보였다. 안현이다.

    음, 음. 연주 누님. 이러면 안 돼요…….

    얼씨구. 불침번 때 조는 것도 모자라 발칙한 상상까지?

    원래는 한 15분 정도 지나고 깨울 생각이었지만, 안현의 잠꼬대가 내 마음을 바꾸게 만들었다. 솔직히 유정이나 한결이었다면 어느 정도 용납할 생각이었으나, 고연주는 예외였다.

    하여 녀석의 입가에 지어진 음흉한 미소를 보자마자 나는 지체 않고 입을 열었다.

    야. 안현.

    흐허헙!

    기특하게도 안현은 곧장 반응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행동 또한 놀랍도록 민첩했다. 순간적으로 고개를 똑바로 세우더니 눈을 부릅떠 주변을 홰홰 둘러보는 것이다.

    흐흠. 커흐흠. 음. 형! 이상한 점은 없는 것 같아요. 스읍.

    …그래?

    콜록, 콜록! 스읍.

    …….

    그렇게 잠시 동안 시치미를 떼긴 했지만, 이내 입가에 흐르는 침 자국을 느낀 모양이다.

    눈을 가늘게 만들어 빤히 바라보자 현은 곧 어색한 눈길로 나를 응시했다.

    …죄송합니다.

    나는 옆에 쌓인 장작을 뒤적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오늘 오전 중으로 도착한다니까 졸리면 이만 들어가서 자라. 정작 중요할 때 실수하지 말고.

    아, 아니요! 형님께서 불침번을 서시는데, 어찌 제가 감히……. 섭섭합니다. 형님.

    눈가에 졸음이나 지우고 말해. 아니면 미리 말이라도 하고 눈을 붙이든가. 예전에 뮬에서 말했었지?

    내 말인즉슨, 졸리면 미리 양해를 구하고 졸라는 말이었다. 깜빡깜빡한 상태로 어설프게 경계하는 것보다는 15분 정도 푹 자고 말똥말똥한 정신으로 불침번을 서는 게 백배 나으니까. 물론 불침번이 최소 두 명이라는 전제는 있어야 한다.

    헤헤.

    안현은 자신이 백번 잘못했다는 양 멋쩍은 웃음만 흘렸다.

    난 그 모습을 보며 짧은 한숨을 흘렸고, 몰아붙이는 걸 그만두었다. 어쨌든 지금이 불침번을 서는 데 가장 힘든 시간이기도 했고, 나도 저때 꽤 졸았으니까.

    안현은 한동안 입을 쩍쩍 벌리다가 결국 수마를 이기지 못했는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저. 형님. 아직 불침번 많이 남았죠?

    응. 교대하려면 멀었어.

    그럼 정말 죄송한데, 딱 1분만 자면 안 될까요? 너무 졸려서요.

    …5분 뒤에 깨워줄게. 네 구역은 내가 보고 있으마.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안현은 바로 고개를 숙이더니 10초 만에 코를 골기 시작했다.

    그제야 난 아까 잡았던 장작을 모닥불로 던져 넣었고, 이리저리 흩날리는 불꽃을 응시했다.

    한참 동안 일렁이는 불꽃을 바라보자 내 머리는 절로 깊은 상념에 빠져들었다.

    이스탄텔 로우 의뢰를 받은 지 어느덧 2주라는 시간이 흘렀다.

    의뢰를 받은 이상, 그리고 의뢰 내용에 시급을 다투는 생사가 걸려있는 이상, 난 그날 의뢰 공지 및 인선을 발표했고, 다음 날 바로 얼어붙은 숲으로 출발했다.

    이번 조사단에 참가한 클랜원은 여섯 명으로, 많은 인원은 아니었다. 일단 나와 안현, 그리고 비비앙, 신재룡, 임한나, 정하연이 전부였다. 그리고 인도자로 합류한 송승규까지 합친다면 인원은 총 일곱 명이 될 것이다.

    생각보다 적은 인원이라 생각할 수 있음에도 의뢰인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다만 한시라도 빨리 가고 싶은지 출발을 재촉하는 말만 했을 뿐.

    얼어붙은 숲은 탐험 예정에 들어있는 유적은 아니었지만, 분명히 내 기억 속에 있는 곳이었다.

    사실 내 기준으로 따지면 그렇게 난이도가 높은 곳은 아니었기 때문에 필요한 포지션을 제외하곤 과감히 제외한 것이다. 효율로 따지면 고연주를 넣는 게 좋긴 했지만, 현재 머셔너리에는 클랜 로드 대리가 필요했기에 남겨두었다.

    이후 서부로 이동한 조사단은 곧바로 목적지로 행군했고, 바로 사흘 전 얼어붙은 숲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최종 목적지인 얼음 탑에 도착하기 하루 직전에 있었다.

    객관적으로 평가해서 여기까지는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괴물들도 별로 보이지 않았고―포위망 구성으로 이미 한바탕 난리를 친 상태였기 때문이다― 굉장히 추운 것만 제외하면 다친 클랜원은 없다.

    다만 변수가 하나 있다면 바로 의뢰인…….

    ‘응?’

    사아아아아아아아.

    히아아아아아아아.

    그때였다.

    불현듯 주변에서 감지된 이상 징후에 난 바로 상념에서 깨어나 감각을 끌어 올렸다.

    그리고 머리는 고정한 상태로 시선만 좌우로 돌리자 나무들 사이에서 희뿌연 것들이 하나둘 나타나는 게 보인다. 조용히 수를 세어보니 대략 기백 정도. 언뜻 보면 허연 김이나 아지랑이처럼 보이지만…….

    ‘이런 수상한 기체가 이렇게 한꺼번에 나타날 리는 없지.’

    아무래도 형체가 없는 놈들인지라 발소리가 들리지 않았던 모양이다.

    히이이이이이이이…….

    흐어어어어어어어…….

    절대 인간의 육성으로는 들을 수 없는, 소름 돋는 귀곡성. 난 담요 안에 넣어둔 무검을 꽉 잡았다가 우선 안현을 깨우려는 생각에 전방을 바라보았다.

    안…….

    형.

    그러나 놀랍게도 안현은 이미 일어나 있었다. 아직 졸음이 남았는지 서너 번 눈을 깜빡였지만, 눈동자는 한없이 가라앉아 있다. 그런 녀석의 손은 어느새 슬그머니 칠흑의 창으로 향하고 있었다.

    안현이 낮은 음색으로 물었다.

    형. 이것들은 뭐예요?

    …망령.

    망령이요?

    안현은 창을 잡은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면서도 쉴 새 없이 좌우를 번갈아 보았다. 그러다 막 천막으로 달리려는 녀석에게 난 잠깐 기다리라는 신호를 보냈고, 이내 주변에서 느껴지는 기척을 상세히 파악하기 시작했다.

    사아아아아아아아.

    히아아아아아아아.

    ‘적의가 느껴지지 않아?’

    ―가라…….

    ―쳐라…….

    아니, 잠깐만.

    ‘이건…….’

    뭔가를 말하려고 하고 있다.

    난 여전히 검을 잡은 손을 놓지 않으면서도 아지랑이들이 내는 귀곡성에 더욱 귀를 기울였다.

    ―여…서 …가!

    ―살…요. 저…를 구해…요.

    그래. 확실하다. 처음에 바람 소리로 들렸던 소음은 이제는 뭔가 말하고 있는 것처럼 들렸다. 비단 나만 들은 것은 아닌지 안현은 잔뜩 굳은 얼굴로 눈알을 굴렸다.

    혀, 형. 무슨… 이상한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요. 정확히는 못 알아듣겠지만…….

    웅얼거린다라. 하기야, 감각을 한껏 끌어 올린 나에게도 완벽하게 들리지 않는데, 안현에게는 희미하게 들릴 것이다.

    난 알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후, 검지를 피어 입술에 대었고 안현은 곧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도망… 도망치라고! 숲의 안쪽에는 훨……. 운……!

    ―너희… 속고 있……. …금 천막 안… 는… 은…….

    과연. 그런 건가.

    마지막에 들린 말로 미루어 난 망령들이 하고자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고, 동시에 꾹 잡았던 검을 슬며시 놓았다.

    …….

    그리고 한 번 천막을 뒤돌아보았다가 다시 서서히 고개를 돌려 망령들과 스치듯 눈을 마주쳤다.

    이윽고 종착역으로 안현과 눈을 마주쳤을 때, 나직이 입을 열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 이만 쉬어.

    네? 쉬라고요?

    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곁눈질을 하자 동요의 감정이 흘러들었다.

    ―걱정 말……?

    ―모……. 조…히!

    그나마 눈치 빠른 놈은 있는지 망령들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나는 놈들의 고요를 확인한 후, 한 번 더 말을 이었다.

    물론 여전히 시선은 안현에게 고정한 채로.

    알고 있어. 이놈들은 갈 곳을 잃은 망령들이다.

    네?

    추워도 참아. 곧 물러나면… 조만간 편안해질 거야. 그러니 섣불리 대응하지 말고, 그냥 조용히 기다려.

    ……?

    약간 핀트가 어긋난 대답을 해서 그런지 안현은 시종일관 고개를 갸울였다. 그러나 망령들은 단박에 내 말을 알아들은 듯 이내 말한 대로 행동해 주었다.

    ―…래. 그…다…….

    ―고맙습…다.

    아지랑이들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처음 발견했을 때처럼 순식간에 출현했다가 삽시간에 사라진 것이다.

    그렇게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다시금 고요한 침묵이 찾아들었다.

    형. 조금 전 저한테 말씀하신 거예요?

    너한테 말한 것도 맞아.

    아니, 그게 무슨…….

    엇차.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으라고.

    한마디 툭 내뱉은 후, 몸을 일으켜 모닥불을 살폈다. 장작더미 주변에는 오늘 저녁 먹다 남은 고기 스튜가 담긴 냄비가 있었다.

    난 가벼운 손길로 냄비를 들어 흘끗 안현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여전히 멍한 얼굴로 목울대를 꿀꺽 움직이는 녀석이 보인다.

    한 그릇?

    얼떨떨한 와중에도 배는 고픈지 안현은 끄덕끄덕 고개를 주억였다.

    나는 바로 남은 그릇 하나를 찾아 건네며 문득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직 남은 밤은 길다.

    ‘내일이 기대되는군.’

    아침이 밝았다.

    얼어붙은 숲의 아침은 새벽과 별반 다를 바 없다. 하늘에는 쨍쨍한 해가 떠올라 있었지만, 내리쬐는 햇살은 숲의 얼음에 막혀 대지를 비추지 못하는 상태였다.

    더구나 중앙으로 들어갈수록 추위는 점점 더 심해져 우리는 연신 옷을 비비며 행군을 해야만 했다.

    나는 이번 행군에서 선두에 서지 않았다. 선두에는 인도자인 송승규와 궁수인 임한나가 있었으며, 난 안현과 함께 나머지 원거리 클래스를 보호하는 중단에 선 상태였다.

    바스락, 바스슥!

    바스락, 까드득!

    꽁꽁 언 대지를 밟을 때마다 얼어붙은 수풀이 바스러지는 소리가 들린다.

    어후. 추워 죽겠네. 진짜.

    그렇게 한창 숲속을 지나치던 도중, 비비앙이 온몸을 끌어안으며 투덜거렸다. 방한 마법이 걸린 로브를 두 겹이나 입었음에도 얼어붙은 숲의 추위는 막지 못한 모양이다.

    그러게요. 저도 어제 너무 추워서 한숨도 못 잤어요. 차라리 모닥불 앞이 따뜻하던데.

    으으. 그렇지?

    하연 또한 맞잡은 손 사이로 호, 입김을 불어넣고는 비비앙의 투정에 동의했다. 그러더니 옆에서 조용히 따라오는 신재룡을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재룡 씨는 그렇게 입고 안 추우세요? 어제 보니까 사제복 하나만 입으신 것 같던데.

    자신에게 말을 걸어준 사실이 놀라운 모양인지 신재룡은 잠깐 눈을 휘둥그레 떴다가 이내 쓰게 웃으며 대답했다.

    …꽤 춥군요.

    그럼 왜 그렇게…….

    탐험 때는 이렇게 입어야 집중이 되거든요. 특히 전투 때 말이죠. 솔직히 지금껏 별일이 일어나지 않아 후회되지만… 아무튼 얼어붙은 숲의 이름값은 단단히 체감하고 있습니다.

    저도요. 차라리 괴물이라도 나오면 몸이라도 움직이지. 이러다 관절까지 얼어붙을 것 같은 기분이에요.

    안현 또한 배부른 투정을 하며 연거푸 투덜거렸다. 하기야, 자기 딴에는 오랜만에 탐험을 나간다는 말에 잔뜩 신이 나있다가 생각보다 평탄한 탐험이 지속되니 꽤 심심한 모양이다.

    저렇게 해가 떠올라 있는데… 여긴 녹지도 않나.

    그 순간, 안현은 뭔가 번뜩 떠오른 얼굴로 나에게 다가왔다.

    그러고 보니 형. 갑자기 궁금해졌는데요. 여기는 왜 이름이 얼어붙은 숲이에요? 그리고 왜 얼음이 녹지 않는 거예요?

    …나라고 모든 걸 아는 건 아니란다.

    아……. 형은 항상 탐험 전에 꼬박꼬박 도서관에 들르셨잖아요. 그래서 혹시 알고 계실까 해서…….

    이번엔 조사 시간이 부족했다고.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난 안현이 원하는 바를 알아챌 수 있었다. 예전에 연구소, 그리고  마법 도시 마지아에 갔을 때 관련 설화 몇 개를 설명해 준 적이 있는데, 아마 이번에도 호기심이 인 모양이다.

    문득 지금껏 다들 심심했는지 기대에 찬 클랜원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심지어 앞서서 걷던 임한나마저 잠깐 돌아보더니 살짝 웃어 보일 정도였다.

    ‘관련 설화에 관해서는 정말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는데……. 아.’

    난 한두 번 목을 가다듬었다가 잠깐 송승규의 등을 응시했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무튼 잘은 모르지만… 어제 망령들은 봤지?

    네? 네.

    그럼 들어봐. 무덤이나 흉가에 가면 까닭 없이 으스스한 느낌이 들곤 하잖아? 그러니까 그걸 뭐라고 하냐면……. 그래, 음기라고 하지. 그러한 느낌을 음기라는 기운으로 정의한다면, 숲에 있는 얼음은 단순한 얼음이 아니라 망령, 즉 원혼들의 한이 이루어낸 하나의 결정체라 볼 수 있지.

    결정체요? 그럼 이런 얼음들은 다 원혼들이 내뿜는 음기로 이루어진 거예요?

    단박에 알아듣는 안현에 나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고 볼 수 있지. 이 숲은 얼어붙은 숲이라 불릴 만큼 전체가 얼어있어.

    그렇다면…….

    안현의 되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둘 중 하나지. 숲 전체를 뒤덮을 만큼 강한 음기를 지닌 원혼이 있거나, 아니면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원혼들이 있거나.

    아니면 둘 다일 수도 있고. 나는 굳이 마지막 말을 꺼내지 않고 말을 매듭지었다. 그리고 천천히 반응들을 살펴보자 여성 클랜원들, 특히 정하연이 살짝 어깨를 떨고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그때였다.

    바스락, 바사삭! 툭!

    바닥에서 큰 소리가 나는 것과 함께 행군이 멈추었다. 앞에서 선도하던 송승규가 갑작스레 걸음을 멈춘 것이다.

    송승규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말했다.

    도착했습니다.

    그 말에 바로 다가가자 송승규는 느릿하게 손가락을 들어 앞을 가리켰다. 그러자 아직 약간의 거리가 남아 있었지만, 나무 위로 슬쩍 모습을 보이는 우뚝 솟은 탑 하나가 슬며시 눈에 들었다.

    저곳이 바로 최종 목적지입니다.

    확실히 보이네요. 확인했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쉬었다가? 아니면 바로?

    바로 들어가죠.

    나는 즉답했고, 클랜원들은 한층 긴장한 얼굴로 진형을 정돈했다.

    이윽고 임한나가 송승규를 슬쩍 쳐다보는 것을 시작으로 우리는 다시 행군을 시작했다.

    바스락, 바스락!

    바스락, 바스락!

    그렇게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우리는 아무런 방해 없이 탑 앞까지 다다를 수 있었다.

    와. 김수현. 여기 되게 높다.

    비비앙이 낭랑한 탄성을 터뜨리며 탑을 올려다보았다.

    경치는, 감도는 분위기를 제외한 외관만 보면 그럭저럭 아름답다 할 만했다. 탑은 꽝꽝 언 호수의 정중앙에 있었다. 밑바닥 주변으로 얼음이 두껍게 얼어붙어 있어 마치 아래서부터 위로 솟아오른 모양새였다.

    또한 비비앙의 말대로 탑의 크기는 제법 거대했다. 넓이도 넓이지만 높이는 일견 50미터에 다다를 정도였다. 재질은 그냥 벽돌로 보였는데, 외곽에 얼음이 더덕더덕 붙어있어 어느 정도 형태는 유지하고 있는 듯 보였다.

    잠시 구경의 시간을 갖다가 나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안으로 진입 준비를 하겠습니다.

    잠시 후, 우리는 천천히 탑과의 거리를 줄이기 시작했다.

    가면 갈수록 외관이 자세히 보였는데, 군데군데 보이는 균열과 얼룩은 알게 모르게 을씨년스러운 느낌을 주고 있었다.

    그때였다.

    갑작스레 선두에 서있던 임한나가 우뚝 걸음을 멈추었고, 일순 멍하니 고개를 늘어뜨렸다.

    임한나?

    그리고 그 순간, 송승규가 재빠르게 그녀의 팔을 잡아당겼다.

    위험해요. 망령입니다.

    나는 바로 외쳤다.

    무슨 일입니까?

    그제야 번뜩 정신을 차렸는지 임한나는 떨리는 손으로 아래를 가리켰다.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고개를 내렸는데… 이 아래에 뭔가 휙 지나갔어요.

    임한나의 목소리는 살짝 겁에 질려있었다. 나는 제3의 눈으로 곧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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