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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라이즈 3권
메모라이즈 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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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라이즈 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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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작품은 15세 이용가 개정판입니다 ◆

현대와는 다른 세상 홀 플레인.
김수현은 군 전역을 신고하고 집으로 귀가하던 도중 홀 플레인의 세상에 강제로 소환 당한다.
많은 우여곡절을 거치고 끝끝내 정상에 오르는데 성공하지만, 홀 플레인에서 활동한 10년의 세월은 이미 너무나도 슬픈 과거로 얼룩진 상태였다.
김수현은 슬픈 과거를 바꾸기 위해, 제로 코드의 힘을 10년의 시간을 되돌리는데 사용하기로 결정한다.

Language한국어
PublisherWHISTLE BOOK
Release dateJun 3, 2019
ISBN9791132757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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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모라이즈 3권 - 로유진

    1. Make an Offer (2)

    홀 플레인에서 힘이란 서로 믿고 등을 맡길 수 있는 동료가 얼마나 많은가에 따라 가늠할 수 있다. 역사가, 그리고 내 경험이 증명한다. 근력 101포인트를 이루고 한 시대를 풍미한 천하무쌍 사용자도 결국 연합군의 힘에 바스러졌다. 그렇다면 그 동료를 모으려면 어느 정도 능력과 명성이 있어야 한다.

    나는 처음과는 달리 내 생각이 조금 달라진 걸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홀 플레인에 입성한 만큼 이제는 필요하면 할 마음도 있었다. 그렇게 마음을 먹은 순간부터 내 행동도 변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힘든 훈련이라도 한마디 군소리 않고 열정적으로 임했다. 조금 심하다 싶은 교관의 통제에도 순순히 순응하고 예의 바른 태도를 유지했다. 그러한 것들이 준수한 훈련 성적과 연결되자 어느새 나를 호의 가득한 눈으로 보는 교관들을 볼 수 있었다. 여담으로 처음 내 숙소 교관을 맡은 사용자는 어느새 내 전용 심부름꾼이 돼 주었다.

    사용자 김수현에 대한 말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자 저절로 주변 사용자들과의 관계도 개선되었다. 나와 친구가 되고 싶어 하거나 좋은 관계를 맺고 싶다는 사용자들 또한 점점 늘어났다. 나는 한 번에 삐죽 나오는 게 아니라 이렇게 한 계단씩 천천히 오르며 성장에 대한 여지를 드러내고 있었다. 즉, 속된 말로 나는 싹수 있는 놈이라고 선전한 것이다.

    인간은 환경에 적응하는 동물이다. 그 기간에 개인차는 있을지 몰라도 적응을 했다는 사실은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적응을 한 사용자와 하지 못한 사용자의 생존율은 그만큼 큰 차이가 있다.

    2주 차, 3주 차, 4주 차는 여전히 퇴소하는 인원들이 어느 정도 있었다. 하지만 5주 차, 6주 차, 7주 차를 진행하면서 점점 줄어들더니 8주 차에 이르러는 단 한 명도 퇴소하지 않았다. 남은 인원은 체로 거른 알짜배기 사용자들이라는 소리였다.

    물론 현재 남은 인원이라고 무조건 살아남는 것도 아니고, 나간 인원이라고 해도 무조건 죽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사용자 아카데미로 생사를 판가름하기에는 홀 플레인의 세상이 가지는 변수가 너무도 다양했다. 다만 확률과 가능성의 문제였다.

    오죽하면 졸업 후 홀 플레인으로 진출할 때 클랜들의 입단 조건을 알아보면 공통적으로 한 가지 사항을 볼 수 있다. 사용자 아카데미의 졸업 여부. 심지어 다른 대륙으로 건너갔을 때 북 대륙의 사용자 아카데미를 졸업했다고 하면 가산점을 주는 클랜도 있다고 들었다.

    아마도 나간 인원들은 2년이 지난 후 살아남는다면 지급받지 못한 능력치 보상 4포인트를 땅을 치고 후회할 것이다.

    안현네 일행은 내 초기의 걱정을 보란 듯이 극복했다. 심지어 솔을 포함해 단 한 명도 낙오하지 않고 훈련 과정을 이수하고 있었다. 트랩 포인트였던 도시를 떠난 이후 했던 강행군의 경험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된 것 같았다.

    안현은 검을 다룬 만큼 검사가 될 거라는 내 예상과 달리 창을 주 무기로 선택했다. 직업을 물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창병(Lancer)을 골랐다고 한다. 마력을 제외한 기초 신체 능력치가 상당한 만큼 어떤 무기를 들어도 어울리겠지만, 일말의 아쉬움은 있었다.

    처음 공터에서 솔이 위험했을 때 그는 검을 투척해 데드맨의 팔을 하나 잘랐다. 나는 그 후로 현의 검에 대한 센스를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만약 나와 같은 검사의 길을 선택했다면 소드 마스터를 이루는 데 적잖은 도움을 줄 수 있었을 텐데, 본인이 창에 더 흥미가 동한다고 하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도 궁금한 건 궁금한 거라 왜 창병을 선택했는지 물어보니 대답이 가관이었다.

    그때 형이 죽은 줄 알고 정신을 차릴 수 없었거든요. 솔직히 걔네들 열받잖아요. 형의 생사를 알려달라는데, 자꾸만 대답을 회피하고 사용자 설정이다 뭐다 이상한 것만 하자고 하니까……. 그래서 걔가 검사하라고 했는데, 꺼지라고 했어요. 홧김에 창 들겠다고 했죠.

    옆에서 듣고 있던 안솔은 초반에는 오빠가 마법사를 하겠다고 어깃장을 놓았다고 부연했다. 그때 천사가 당황하는 걸 처음 봤다면서 그녀는 까르르 웃었다. 둘의 태연한 말에 나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안솔은 내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 역시나 그녀는 사제를 선택했다. 안현의 말에 따르면 처음 직업을 설정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안솔은 자신이 걸린 시간이 반의반도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무기를 드는 데 거부감이 있고 남을 상처 입히는 건 질색하는 만큼 사제는 안솔의 적성에 안성맞춤이었다.

    유정은 통과의례에서 사용했던 종류인 단검을 주 무기로 선택했다. 특이한 점은 한 손 단검이 아닌 양손을 사용하는 쌍단검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직업을 물어보자 자랑스럽게 용병(Mercenary)을 골랐다고 하더라.

    확실히 유정은 마력을 포함, 모든 능력치가 고른 만큼 근접 계열은 어떤 걸 골라도 평균을 상회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 나라면 암살자(Assassin)를 추천했겠지만 다양한 무기를 다룰 수 있는 용병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규 사용자들이 본인의 정보가 개방되고 다룰 수 있게 된 만큼, 아카데미에서는 서로의 능력치를 물어보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나는 일행들을 모아놓고 절대로 자신의 능력치나 능력 등 상세 정보를 교관 포함, 다른 사용자들에게 말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특히 솔한테는 두 번, 세 번 당부했다. 얘는 내가 왜 그러는지도 모르는데, 그저 좋다고 헤실헤실 웃었다. 확실히 보스 몬스터를 만난 이후 나를 대하는 일행들의 태도가 미묘하게 달라진 걸 느꼈다.

    다만 한 명은 점점 우리들과 어긋나는 방향으로 변하는 것 같았다. 내가 아카데미에서 어느 정도 이름을 알리자 안현, 안솔, 유정은 은연중 자랑스러워하는 기색을 내비쳤다. 본인들이 잘한 것도 아닌데, 저러는 걸 보면 세 명은 이미 나를 타인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증거였다. 다만 한별은 예외였다.

    한별은 나를 비롯한 일행들과 점점 거리를 두고 있었다. 처음 훈련을 받고 모였을 당시 그녀에게 무슨 직업을 선택했냐고 묻자 그녀는 곧바로 차갑게 대답했다.

    오빠가 방금 전에 다른 사용자한테 자신의 정보를 말하지 말라고 하셨잖아요.

    세부 정보를 말하지 말라고 했지, 누가 직업을 말하지 말라고 했나. 그건 드러낼 수밖에 없는 건데. 겉으로는 멋쩍게 웃었지만 그 말을 듣자 속이 조금 상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런 내 기색을 조금 느꼈는지 그녀는 조금 후 조그맣게 마법사 계열을 받았다고 말했지만, 나는 고개를 까닥이는 걸로 대답을 대신했다. 물론 제3의 눈으로 볼 수는 있었지만 일부러 활성화하지는 않았다. 마력 재능자 계열에 있는 만큼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으니까.

    한별은 모임에 불참할 때도 많았다. 마법사들은 공부량이 많고 외울 것도, 연습할 것도 많다고 하지만 그건 다른 계열도 비슷했다. 일행들끼리 만나봤자 일주일에 한 번, 그것도 한 번에 한두 시간이 전부인데, 그것조차 나오기 힘들다고 솔을 통해 들을 적이 많았다.

    오빠. 그런 애는 그냥 신경 쓰지 마. 걔 나하고 솔이랑 숙소도 다르고 얘기도 거의 안 한다? 그냥 지 꼴리는 대로 하라 그래. 그리고 솔직히 김한별…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그건 좀 심하다. 그래도…….

    그래도는 뭐가 그래도? 들리는 소문으로는 그 누구지? 처음 우리 여관에서 나왔을 때 앞에서 설명하던 사용자 한 명 있잖아. 그 남자 사용자. 걔랑 얘기 나누는 거 본 사람이 있다고 하던데. 배신자 같은 년.

    한별을 배신자라고 욕하는 유정을 보며 나는 쓰게 웃었다. 아무래도 내가 처음에 느꼈던 예감이 현실이 되고 있는 것 같았다. 솔직히 황금 사자 클랜으로부터 오퍼를 받았다는 건 욕할 일은 아니었다. 8주 차에 이른 지금 나만 해도 남몰래 오퍼가 들어온 클랜만 다섯 곳이 넘었다. 그중에 당연히 황금 사자 클랜도 있었고.

    그래도 우리들과 거리를 두는 행동은 확실히 걸리는 게 있었다. 가끔 참여를 할 적도 있었지만 그녀가 입을 여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딱 한 번, 나를 보며 먼저 입을 연 적이 있는데, 그때 나에게 졸업 후 어떻게 할 건지 물은 적은 있었다. 나는 대답을 아직 생각 중이라는 말로 일축했다.

    나는 그날 이후 한소영과 김한별을 분리해서 바라볼 수 있었다. 그리고 더 이상 한별의 문제로 고민하지 않기로 했다. 함께했으면 하는 마음은 있지만 따라오지 않아도 그만이었다. 가는 사람 안 잡고 오는 사람은 철저히 검증 후 받아들일 것이다. 나는 소수 정예를 지향한다. 머릿수만 많은 건 사양하고 싶었다.

    인연(因緣)이라는 단어가 있다. 인연이란 사람들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를 뜻한다. 나는 인연이 우연이 아닌 스스로 개척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인연이라는 단어를 믿는다. 실제로 인연으로 맺어진 유대감이 발휘하는 강력한 힘도 겪어본 산증인이었다.

    나는 김한별을 인연으로 대하기로 했다. 인연이 닿는다면 만나게 되겠지만 아니라면 그냥 보낼 것이다. 더 많은 인연을 만들 능력이 나한테 있는데, 불확실한 인연에 매달리는 건 바보나 하는 짓이라고 생각한다.

    한소영의 그림자를 벗겨내자 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이성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냉정하게 봐도 가능성만 믿고 가는 김한별보다는 이미 1회차에 검증된 사용자들을 잡는 게 더 이득이었다. 더구나 비슷한 가능성을 지닌 신규 사용자들이 많지는 않아도 분명 어딘가에는 있을 것이다.

    * * *

    9주 차, 10주 차, 11주 차로 훈련이 들어가면서 사용자들도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는 것 같았다. 1주 차에는 단순한 오래 달리기도 힘들어하던 사용자들이 어느새 웃으면서 가볍게 스무 바퀴는 넘게 달리는 걸 볼 수 있었다. 단 한 명의 낙오도 없이 모든 훈련을 소화하는 걸 보며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현재 남은 인원은 얼추 80명을 넘는 수준이었다. 사용자 아카데미의 졸업 인원이 80명이 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졸업 시즌인 마지막 13주 차가 다가올수록 아카데미 내부에는 기묘한 기류가 감돌고 있었다.

    가장 먼저 변한 건 교관들이 신규 사용자들을 대하는 태도였다. 교관은 무조건 황금 사자 클랜원들만 있는 건 아니었다. 7할이 대도시 대표 클랜 인원들이 자리하고 남은 3할은 일반 도시와 소도시 대표 클랜의 선별된 사용자가 출장을 온다.

    초반에는 죽일 듯 호통 치던 교관들은 점점 더 상냥하게 변해가고 있었다. 한 명 두 명 몰래 불러내 맛있는 식사를 사주는 건 거의 예사로 일어나는 일이었다. 애초에 훈련이 끝나고 대놓고 그 자리서 오퍼를 하는 모습도 왕왕 볼 수 있었다. 물론 어느 정도 실력이 있는 사용자들에 한한 일이었지만 말이다.

    심지어 생활 교관 명목으로 새로 배정된 교관을 보니 가관이었다. 남성 사용자들 숙소에는 아름다운 여성 교관을, 반대로 여성 사용자들 숙소에는 훈훈한 남성 교관을 배정했다. 생각이 있는 사람이 본다면 이러한 인사이동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 바로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훈련이 빨리 끝나니 일행들이 만나는 시간도 자연스레 많아졌다. 요즘 들어 안현, 안솔, 유정은 만날 때마다 향후 진로를 어떤 방향으로 나갈 건지에 관한 얘기는 무슨, 무조건 나만 바라보고 있었다.

    형은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

    오빠. 오빠는 어때. 오퍼도 많이 들어왔을 거 아냐. 어디 들어갈 계획이라도 있어?

    …….

    나를 따르려는 건 좋지만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소한 자기들도 생각을 하고 말을 하면 몰라도 맹목적으로 의지하려는 모습은 서둘러 버릴 필요가 있었다. 이러한 의도를 담아 최대한 완곡하게 말하니 유정은 뾰로통한 얼굴로 대답했다.

    누가 안 한대? 그래도 오빠 생각 먼저 듣고 싶어서 그렇지.

    아직 생각 중인데. 그러다 너랑 나랑 생각이 다르면 어떡할래.

    어떡하긴? 당연히 오빠 따라가야지.

    그럼, 그럼. 나도 형을 믿어요. 형, 파이팅.

    옆에서 얘기를 듣던 안현 또한 고개를 주억이면서 한마디 거들었다. 얘들은 요즘 나를 떡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건가 물어보니 수현이 오빠 말만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기잖아요.라고 안솔이 방실방실 웃으며 대답했다.

    나는 쓴웃음과 함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말았다. 통과의례에서의 헌신과 사용자 아카데미의 유명세가 애들한테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킨 모양이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믿어주는 게 고마운 마음도 들었지만 일단은 말을 아끼고 싶었다. 졸업 전에 입을 열기는 하겠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한별은 이제 얼굴도 비추지 않고 있었다. 듣자하니 유정과는 얼굴을 봐도 서로 얘기도 하지 않고 지나친다고 한다. 그녀 또한 여성 사용자들 중 순위권에 오르는 가능성을 보인 만큼 여러 클랜에서 군침을 흘리는 것 같았다.

    이처럼 어느 정도 싹이 보이는 사용자들은 우쭐한 기분으로 오퍼가 들어온 클랜들을 저울질하고 있겠지만, 반대로 오퍼를 받지 못한 사용자들도 많았다. 그런 이들은 점점 졸업 시즌이 다가올수록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가보면 대형 클랜은 무리라도 소도시, 또는 일반 도시에 들어갈 만한 클랜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대형 클랜에 미련을 가진 사용자들도 있었다.

    소문으로는 꽤 대담한 짓거리를 하는 여성 사용자들도 있다고 들었다. 슬슬 교관들과 친해졌겠다, 자신의 몸으로 유혹해 접근하는 예도 있다고 하니 얼마나 치열하게 서로를 밀고 당기고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점점 더 여유를 부리는 애들을 보며 나는 아직 훈련 시즌인 만큼 훈련에나 신경 쓰라고 잔소리를 했다. 사용자 아카데미 기간을 괜히 3개월로 잡은 건 아니었다. 능력치를 빠르게 올릴 수 있는 황금 기간이란 사용자에 따라 다르지만, 약 90일~100일 사이로 보면 될 것이다.

    애들은 투덜거렸지만, 나중에는 올리고 싶어도 못 올린다는 말을 하자 바로 입을 다물었다. 나 또한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더욱 훈련에 매진했다. 과거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이르기 전까지 난 단 하루도 수련을 거른 적이 없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만 가고, 졸업 시즌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훈련도 13주 차로 넘어가고 졸업일을 하루 남겨놓고 있었다. 사용자들 또한 서서히 아카데미의 생활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훈련 때는 엄했던 교관들도 그 외의 시간은 상당히 풀어주는 편이었다. 그 시간 동안 사용자들은 개인 정비를 하거나 삼삼오오 모여 얘기를 나누었다.

    그 하루도 훌쩍 지나가 어느새 밤이라는 시간이 성큼 다가왔다. 마지막 날인 만큼 같은 숙소를 사용하는 사용자들은 간단한 회식을 했다. 교관들도 너무 심하게만 하지 말라며 어느 정도 눈을 감아주었다. 비단 내가 사용하는 숙소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숙소 또한 마찬가지였다.

    거창한 회식은 아니고 보급받은 말린 고기와 음주가 다였다. 그래도 간만에 술을 본 사용자들은 눈을 뒤집고 달려들어 신나게 떠들고 마시고 있었다. 나와 안현은 서로 마주 본 채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유정의 제안으로 각각 몰래 숙소에서 나와 우리끼리 따로 축하하는 자리를 마련하기로 한 것이다.

    슬쩍 자리에서 일어난 나와 현은 살금살금 문밖으로 나서는 데 성공했다. 어차피 다들 얼큰하게 취한 상태였고 서로 어깨동무를 하면서 우리는 해냈다는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그런 야단법석을 떠는 통에 몰래 나오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

    습관적으로 주머니를 뒤지던 나는 건육을 놓고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무래도 숙소에 두고 온 것 같다. 나는 안현에게 먼저 약속 장소에 가 있으라고 말한 뒤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안현은 그깟 건육 안 먹으면 어떠냐고 했지만, 전혀 모르는 말씀. 교관이 내 환심을 사려 밖에서 사다 준 질 좋은 고기인데. 술안주로도 그만이거니와 애들도 한 입만 먹으면 껌뻑 죽을 맛이다.

    하여 안현을 먼저 보내고 숙소로 돌아와 아끼고 아껴둔 건육을 챙긴 뒤 다시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만나기로 한 장소는 학술 정보관 한구석. 나름 대담한 짓거리였지만 지금이라면 걸려도 별 탈 없이 넘어갈 가능성이 컸다.

    나는 얼른 정보관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몸을 돌렸다. 그리고…….

    헉.

    …….

    나도 모르게 헉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언제 왔는지 한별이 내 등 뒤에서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리 감지를 안 하고 마음을 푹 놓고 있었다고는 해도 인근까지 다가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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