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목욕탕 안내서
By 아임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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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is ebook
죽음보다 더 두려운 건 죽음 너머에 있을 무(無)이다. 유(有)의 존재인 우리들은 그 반대를 사무치게 거부한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끝이 있는 법. 그래도 그 끝에 위안을 주는 존재가 유(有)하다면 어떨까?
이 편지 묶음은 그 존재로부터 온 위안의 기록이다. '실제'는 아닐 수 있으나 '거짓'은 아닌 그 존재로부터, 끝에 닿아도 좋다는 안도를 느낄 수 있기를.
아임 한
아무 데에도 아무 때에도 있었던 적 없는 세상, 그리고 언제나 어디에나 존재하는 세상 사이의 해석자입니다. 원래도 괴란하고 괴이하고 괴상하며 해석함 직하다고 여기는 것도 여러모로 괴합니다. 이런 성향은 번역으로 나타날 때도 있고, 오리지널 스토리텔링으로 나타날 때도 있습니다. 이러나저러나 결과적으로는 어떤 형태로든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뭐 하고 사나, 뭘 쓰고 뭘 번역했나 궁금하면 여기로. https://hanaim.imaginariumk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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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목욕탕 안내서 - 아임 한
1
접수
자네가 언젠가 죽는 생명체라면
다가올 끝이 불안할 수도 있을 걸세.
하지만 걱정하지 말게나.
저승의 첫 목적지는 바로 나이니 말일세.
내가 곧 이 목욕탕이고 이 목욕탕이 곧 나일세.
내 안에서 우리는 죽은 영혼들을 정화하고
죽음의 다음 단계로 보내준다네.
우리 목욕탕에 와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될 자는
바로 접수처에 있는 직원이라네.
물론 내가 곧 건물이니,
정확히 말하자면
나를 먼저 만난 다음
내 안으로 들어가
이자를 만나게 되는 것이지만,
보통은 건물 자체가 나라는 생각을 못 하니
이자를 가장 처음
만난다고 하는 것일세.
내가 나인 걸 모르니
어찌 나를 만날 수 있겠는가?
아무튼 이자의 이름은 ‘사미니’라고 하네.
물론 인간이 아니지.
요괴라고 해도 좋고 귀신이라고 해도 좋네.
우리가 실제로 그 무엇이든
자네 같은 인간에게는
우리를 구체화할 언어가 없게 마련이지.
사미니를 보면 놀라지 말게나.
눈은 이마 한가운데 있는 단 하나가 전부고
얼굴은 달걀처럼 길쭉하며
팔다리와 손가락, 발가락 또한 길어서
마치 곤충이
인간의 탈을 쓰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도 말일세.
실제로 살갗이 정말 살갗이라기보다는
곤충의 단단한 갑옷 같은지라
더욱 위화감을 느낄지도 모르겠지만,
알면 알수록 조용하고
인내심 넘치는 자이니
너무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말게나.
믿기 어렵다고? 그렇다면 내 증거를 대지.
조용하고 인내심이 넘치지 않는다면
어떻게 그 많은 열쇠를
헷갈리는 일도 없이 전부 나눠주고
누가 가져갔는지 기억할 수 있겠는가?
손님이 우리 목욕탕에서 며칠을 목욕하든
이자는 잊어버리는 법이 없다네.
맡겨둔 옷들과 신발들을 뒤섞어서
떠나는 손님들이 곤란하게 하는 일도 없지.
섬세한 손길로
사미니는 손님 한 분 한 분을 기억한다네.
또한 이자는 공평해서
어느 사물함 하나
과로시키는 일이 없다네.
죽은 자의 물건을 그자가 목욕하는 동안 보관하는 건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라서
사물함에도 휴식이 필요하거든.
그래서 사미니는
어떤 사물함이 언제 일했는지를
꼭 기억했다가
일이 공평하게 돌아가도록
무던히도 애를 쓴다네.
가끔은 힘이 빠지거나
병에 걸리는 사물함도 있기에
손님 물건을 보관하는 횟수가
반드시 똑같다고 말할 수는 없네만,
그렇기에 사미니의 일이 그렇게 힘든 것이지.
귀 기울여야 하니 말일세.
그 길고 고운 손가락으로
끊임없이 사물함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지.
다만 주의해야 할 점은
이자에게 단호하고 고집 센 면도 있다는 점일세.
안내문에 나와 있는 대로 신발을 벗고
안은 채로 건물에 들어서야 하는데 이를 거부한다든가
순서를 기다리지 않고 새치기를 하려고 한다면,
자네가 목욕을 시작하기도 전에
이자가 자네를 목 졸라 죽일지도 모르네.
왜냐하면 사미니의 또 다른 특징은
기나긴 머리카락이거든.
검은 폭포수 같은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려
바닥에 질질 끌고 다니지.
이는 밧줄처럼 쓰기에 아주 좋아.
이자가 접수처 관리를 맡은 게
천만다행이지 않은가?
우리 탕 청소부들은
이자를 절대 안으로 들여보내지 않는다네.
하수구가 막힐 게 뻔하니까.
그래서 이자는 존재한 이후로
머리를 단 한 번도 감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