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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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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조우
Ebook43 pages25 minutes

사막, 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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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is ebook

사막 한가운데에 거대한 강화유리 돔이 서 있다.


그 안엔: 프라이버시를 위해 검은색을 띤 또 다른, 훨씬 작은 돔.
그 밖엔: 목마른 인간들. 수백, 어쩌면 수천.


노라 헤인스는 영원한 여름을 안에서 보낸다. 그녀는 그렇게 억수로 운이 좋은 여자다. 티모시를 만난 그 자체가 억수로 운이 좋았지.
하지만 물을 달라고 아우성치는 광인들의 노크가 계속되자, 그들을 무시하는 데 쓰던 그녀의 하찮고 쓰라린 꼼수는 허물어지고 마는데……

Language한국어
Release dateApr 25, 2023
ISBN9781637931431
사막, 조우
Author

Ithaka O.

https://ithakaonmym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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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막, 조우 - Ithaka O.

    1

    처음 누군가가 반대편에서 노크를 해 오면, 고개를 들어 보게 된다. 그게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당신의 존재 이전부터 당신의 할머니가, 그 이전에는 할머니의 할머니가, 그리고 그보다 훨씬 전에는 또 그분의 할머니가 생존하기 위해 장착하게 된, 그런 반응. 소리가 나는 방향을 본다는 것은, 당신을 패 죽임으로써 마땅히 당신 것이어야 할 것들을 앗아갈지도 모르는 적을 볼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다. 그다음에는 싸우거나, 도망치거나, 그 자리에 얼어붙을 수 있다. 기호나 능력에 따라서 말이다. 간단하다.

    하지만 이건 자연스러운 상황이 아니었다. 여기서 나는 도망칠 수 없었다. 싸울 수도 없었다. 그래, 이 자리에 얼어붙을 수는 있겠지. 하지만 그럴 이유는 없었다. 아무도 나를 패 죽일 수 없을 테니까. 나는 그걸 매우 잘 알고 있었다. 수개월에 걸쳐 잘 알게끔 한 점이었다. 그래야 누가 반대편에서 노크를 해 와도 고개를 들어 보지 않을 테니까.

    이 쓰라린 꼼수를 내가 통달한 줄로만 알았었다. 그 인물이 유리에 노크하며 내 주의를 끌려는 와중에, 나는 이 작고 고독하며 다정한 노란 꽃에 물을 주면 되는 거였다. ‘그 인물’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그자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늙었는지 어린지를 절대 보지 않겠노라고 결심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하면 됐다. 눈을 깔고. 길쭉하고 연약한 꽃잎들에 집중하고. 가늘고 꽤나 정밀한 물줄기를 아무리 딱 꽃의 뿌리에 겨냥한다 하더라도 물의 일부는 메마른 땅으로부터 튕겨 나오는 모습을 보면 됐다. 땅은 극도로 건조한 피부처럼 굴었다. 세계 최고의 보습 크림을 발라 봤자 아플 것이었고, 좋은 원료의 대부분을 흡수하는 데 실패할 터였다. 제대로 기능하고 있지 않으니 말이다. 그런 피부는 망가진 피부였다. 이 땅도 그랬다. 내가 바닥을 볼 수 없을 정도로 깊은 틈새가 져서, 가끔은 물방울이 스며들게 두는 게 아니라 그걸 도로 뱉어내고 말았다.

    아무튼, 눈을 깔고 물과 꽃을 보라. 구리로 된 물뿌리개의 아름답게 우아한 곡선을 보라. 세상이 이렇게 되기 전에 꽃과 식물들 전반에 관심을 가졌더라면, 이 작고 노란 꽃이 이렇게 외롭지 않도록 더 많은 작고 노란 꽃들이 있었을지를 생각해 보라. 혹은, 어쩌면, 바로 이 작고 노란 꽃의 씨앗이 당신이 식물을 키우는 데 소질이 있다는 걸 기적적으로 깨닫고는, 바깥쪽 돔의 가장자리가 아닌 집 돔 근처에서 자랐을지도 모르리라. 집 돔과 바깥쪽 돔은 동심원 구조니까, 그럴 경우 나는 저 광기남(젠장, 저자가 남자라는 걸 알아버리고 말았다. 보트만큼 큰 저자의 런닝화에다, 털이 무성한 발목이 보였다.)과 물리적으로 가능한 최대치로 멀리 떨어져 있을 수 있었겠지. 그러면 그는 나를 발견하지 못했을지도 모르고, 그러면 내가 이렇게 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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