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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한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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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한 나에게
Ebook31 pages17 minutes

무용한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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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is ebook

목적이 있는 삶, 소용이 있는 삶. 이는 더없이 확실하고도 행복한 상태다.
하지만 그 마법조차 영원하진 않다.


잠들지 않는 눈 부신 불빛들의 대도시, 서울. 그곳에서 한 조각상이 마법사의 부름을 기다린다. 이 아이는 타(他)자아 조각상이다. 즉, 삶의 목적은 단 하나: 바로 마법사가 원할 때 그분이 되어드리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 날 밤, 조각상은 세속적 형상에 갇힌 자기 자신을 발견한다. 마법이 죽은 것이다. 그리고 그것과 함께 조각상의 소용도, 목적도 죽었다.

아니면 무용함에도 기능이 있는 걸까?

Language한국어
Release dateJun 13, 2022
ISBN9781637930748
무용한 나에게
Author

Ithaka O.

https://ithakaonmym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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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용한 나에게 - Ithaka O.

    1

    나는 마법사님의 타(他)자아다. 정확히는 많은 것들 중 하나다. 그러니까, 적어도 나는 나를 아직도 그렇게 부른다. 그분이라면 넌 내 타자아 중 하나‘였지’.라고 말씀하시겠지만.

    왜냐하면 난 매개체로서 그분을 보내드리는 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이제 난 그분에게 그저 조각상일 뿐이다.

    세 번의 보름달에 걸쳐 기도드린 특별한 점토로 만든 손바닥 길이의 장식품. 표면은 대체로 매끄럽지만 수십 년 쓰임에 여기저기 흉 진 물체. 눈에 보이는 그분의 모든 특징을 담기 위한 정밀함의 결정체. 그분의 그윽한 보랏빛 눈, 장려한 검은 망토, 윤기가 흐르는 긴 회색 머리카락까지도. 그리고 특히나, 언제까지고 시들지 않는 고요한 얼굴까지도.

    그분처럼 나도 절대 시들지 말았어야 했다. 언제까지고 그분의 타자아로서, 어디에나 놓일 수 있는 매개체로서 기능하며, 그분이 부르시면 깨어나고 늘어나 그분이 원하시면 언제든 인간의 형상을 한 마법사님이 되었어야 했다.

    우리 중 누구라도 언제든 그분이 될 수 있었다. 그분은 우리를 고약한 냄새가 풍기는 하수관에 놓으시거나, 거친 벽 틈새에 욱여넣으시거나, 검은 까마귀 등에 매다시고는 하셨다. 그저 그 새들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지, 그럼으로써 그분을 어디로 데려갈지 보시려고 말이다.

    나는 물론이고 다른 많은 조각상들을 써서 마법사님은 이성의 신봉자와 과학의 숭배자로 넘쳐나는 세계를 안전하게 여행하셨다. 특이한 생김새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국경 순찰대나 정부의 눈에 띄신 적이 없으셨다. 여권도 없으셨고, 그 어떤 국가에도 속하지 않으셨으며, 그 누구의 아랫사람도 아니셨다.

    누군가 그분을 쫓는다고 하더라도 절대 잡을 수는 없을 터였다. 그야말로 한순간에 공기 중에 흩어지셨을 테니 말이다. 그럴 경우 그분이 남기실 것은 점토 조각상뿐이었다. 그리고 속세인들은 한 사람이 조각상으로 변해버리는 현상을 목격했다는 사실을 믿을 정도로 상상력이 풍부하지는 못하니, 조각상을 그냥 버려버리거나, 더 운이 좋다면 원래 있던 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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