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 블루
By Ithaka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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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is ebook
호프집에서 언제나와 같이 바쁜 근무를 하던 와중에, 벤은 뒷골목으로 슬쩍 빠져나와 잠깐 숨을 돌리려 한다.
갑자기, 어떤 소리가 쓰레기 봉투 사이에서 들려온다.
지구의 반대편으로 이사 와 서울의 이 다문화적인 구에서 사는 동안 별의별 일을 다 경험해 봤기에, 벤은 소리의 근원에 재미 섞인 호기심으로 접근한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이 제일 접촉에 엮인 자들은 지구 차원을 넘어서는데......
Ithaka O.
https://ithakaonmym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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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preview
베이비 블루 - Ithaka O.
1
벤은 뒷문으로 호프집을 슬쩍 빠져나왔다. 그러고는 비에 젖은 어두운 골목의 포장된 바닥에 발을 딛자마자 뒤돌아서서는 무거운 쇠문을 붙잡았다. 천천히, 매우 조심스럽게 그것이 틀에 들어가도록 안내하자, 문은 아주 작은 철컥 소리가 들릴락 말락 하게 닫혔다.
그 후에야 벤은 긴장을 풀었다. 한숨 쉬며 밤하늘을 올려다보니, 그곳은 수많은 간판의 노랑과 분홍과 초록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 간판들은 거대 도시인 서울의 북적거리는 이태원을 가득 채운 건물들 하나하나에서 요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간접적 각도에서도 그 집단 광채가 너무나 밝아서, 시청에서는 여기 이 골목처럼 좁고 작은 공간에까지 가로등을 설치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빛에 이렇게나 가까우면 완전한 어둠조차 무섭거나 암울하게 느껴질 필요가 없었다. 한 발짝만 앞으로 가면 짜잔! 하고 순수한 빛이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벤은 미소 지었다. 간판들에 정이 든 터였다. 걔네 덕분에 바로 이곳이 자유로운 스물 몇 살짜리들에겐 천국이 되는 거였다. 그러니까, 딱히 이 골목이 그렇다는 건 아니었다. 갑자기 소나기가 내린 이후에도, 여기선 웬 주정뱅이의 토사물이 있던 자리에서 악취가 풍겨 나오고 있었으니까. 그보다 벤이 말하고자 한 건 이 동네였다. 여기선 빛이 모두의 눈을 멀게 해서, 아무도 피부색이나 출신지 같은 것엔 신경 쓰지 않았다.
‘거의 아무도’라고 해야 좀 더 정확하긴 하지만. 또한, ‘거의 늘.’ 언제나는 아니고.
벤은 골목 끝에 있는 좀 더 넓은 길을 향해 다가갔다. 즉시 이 세상 모든 요리의 냄새들이 콧구멍을 가득 채웠다. 매운 인도 카레. 기름지고 포실한 북경 오리. 달콤한 계피 쿠키. 입에 침이 고였다. 몇 분 전 호프집에서는 이와 비슷하게 편재하는 음식 냄새에 속이 메스꺼웠으면서 말이다. 좋은 거라면 뭐든, 가끔은 과해서 나빠지곤 했다. 호프집의 이름은 ‘만국 박람회’였는데, 벤네 사장은 그 단어의 사전 그대로의 의미를 완전히 승화시켜 메뉴를 극도로 다양하게 만들었다.
아무튼, 맑은 공기를 접하면 걱정이 사라지곤 했다. 특히나 가을엔 말이다. ‘가을’이라는 현상은 지구의 이쪽 동네에선 최근에 너무나 희귀해진 나머지 (기후 변화 때문이라고들 했다), 사람들은 그 현상이 찾아온 것을 알게 되면 그저 신이 나게 됐다. 한 해 대부분을 찜통 아니면 냉동고 안에서 살면 2주간의 중간 상태는 기적적인 축복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그리하여 왜 그렇게 우울해서는 일하다 말고 슬쩍 빠져나와야 했나, 그 이유도 잊게 되었다.
거리를 메운 관광객과 서울 현지인들도 벤의 즐거운 기분에 동조하는 것 같았다. 모두가 가볍고 통풍이 잘되는 옷을 입고 있었다. 땀을 흘리지도 않았으며, 추위에 떨지도 않았다. 벤은 ‘만국 박람회’가 등 뒤에 커다란 글씨로 쓰인 티셔츠 하나와 청바지만 입고 있었다. 일터가 아니었더라면 쪼리도 신고 있었을 터였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