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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분식집 1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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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분식집 1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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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is ebook

낮에는 여고 앞 분식집 사장님.
밤에는 판타지아 대륙을 누비는 사냥꾼.
그의 단칸방에 이계로 통하는 비밀의 문이 열린다.

Language한국어
PublisherWHISTLE BOOK
Release dateJul 1, 2019
ISBN9791132758754
기적의 분식집 1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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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적의 분식집 12권 - 캘리버

    1. 이별

    에르피나스. 게스토란트 제국의 삼 황자, 여기에서 사망하다. 마리안은 나무를 잘라 만든 판으로 작은 무덤을 만들어주었다. 비록 시신은 없지만. 그녀의 긴 손가락이 일기장을 넘긴다.

    황자는 라비오스 성채에서 도망 나와 배신자들에게 쫓겼군. 하지만 그 이유는 설명하고 있지 않아……. 일기니까 당연한 건가.

    라비오스 성채에 대한 정보는 좀 있어?

    단편적으로는. 병력구성이 조금 나와 있고, 경계체계가 비교적 상세하게 쓰여 있다. 하긴 라비오스 성채에서 나와야 할 테니 당연하겠지.

    성호는 아이템 파인더를 꺼내 주변을 수색했다. 차원 주머니까지 포함해 둘, 그리고 잡동사니가 쌓여 있는 곳의 빛이 점멸하고 있었다. 잡동사니를 뒤적거리자 먼지를 가득 뒤집어쓴 펜이 나왔다.

    ‘이건 뭐야.’

    마리안은 일기를 살피느라 이쪽에 신경을 쓰고 있지 않았다. 성호는 알림창에 집중했다.

    「에레오놀의 만년필 : 선을 바르게 그을 수 있게 된다. 그림+2」

    그림 스킬도 있었나. 하지만 성호는 그림 스킬을 구경조차 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그린 거라곤 지도밖에 없어서 그런 걸까? 검술도 정글 도를 휘두르는 것으로는 오르지 않았다. 명확하게 그림이라고 인식해야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럭저럭 쓸 만해 보이기는 하는데.’

    나뭇가지를 가지고 마리안의 얼굴을 슥슥 그리자 알림창이 떠올랐다.

    「그림 스킬 레벨이 1로 상승」

    만년필을 쥐고 있으니 바로 3이 되었다. 이 무슨 불합리인가. 그림과 인연이 없던 성호가 그림 스킬 3레벨이라니. 잉크가 없기 때문에 정확히 어떤지 확인은 어렵다. 하지만 시스템이 거짓말을 할 리는 없다.

    성호는 만년필을 챙기고 차원 주머니를 뒤졌다. 마리안이 일기를 내려놓으며 탄식했다.

    아아……. 얼마 되지도 않는 라비오스 성채의 인간들이 반목과 질시에 휩싸여 있다니……. 통탄할 일이다.

    살기 팍팍해지면 원래 이런저런 문제가 튀어나오기 마련이지. 식량 문제 때문이겠지?

    식량 문제도 꽤 크지만 무엇보다 성채 내부의 권력다툼이 치열하다고 한다. 이것도 17, 18년 정도 전이라서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더 개판이 됐거나, 혹은 한 세력이 독점했거나 둘 중 하나겠네. 마리안. 그것보다 에레오놀이란 사람이 누군지 알겠어?

    에레오놀? 황궁 화가 아닌가. 내가 제국기사로 있을 때만 해도 황제의 존안을 전담해서 그렸었지. 40대의 여인이었나. 연금술사이기도 했었고. 그런데 왜?

    이 펜이 그녀의 것이라고 나오는데. 에레오놀의 만년필.

    만년필을 보여주자 그녀가 ‘흐음.’ 하고 살펴본다.

    어차피 나에겐 시스템이란 게 쓸모가 없으니 그대가 가지는 게 좋겠다. 옵션은 뭔가?

    선을 바르게 그을 수 있고, 그림 스킬 +2.

    과연. 마도 공학자들과 친했었나 보군. 그 아이템 찾는 것으로 찾아낸 건가?

    그래. 그리고 이 차원 주머니에 하나가 더 있어.

    차원 주머니 자체도 아이템으로 인식된다. 옵션이 있으니 당연한 노릇이다. 성호는 목록을 보고 별표가 표시된 부분을 확인했다.

    목걸이네. 상자 안에 들어 있나, 잠깐만.

    목걸이를 연상하자 작은 상자가 손에 잡혔다. 꺼내서 확인하니 선명한 노란색의 보석으로 장식된 화려한 목걸이가 들어 있었다.

    「크레티아의 목걸이 : 정ㄹ치하다지다짇」

    응? 이거 뭔가 이상한데.

    뭐가 이상하다는 건가?

    글자가 깨져 있어. 이런 식으로.

    바닥에 쓰자 엘랑드어로 자동 치환되어 나타났다. 마리안은 고개를 갸웃했다.

    시스템이 고장 난건 아닌가?

    아니, 다른 건 문제가 없단 말이지. 이 아이템만 그래.

    그렇다면 이 아이템에 옵션이 부여된 게 잘못되었을 수도 있겠군. 정이라고 시작하는 글자라…….

    왠지 정령 친화가 떠오르는데? 크레티아는 어떤 사람이었지?

    그녀는 제국 황제의 첩이었다. 섀도우 엘프였지. 황제는 신하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녀를 정실로 대우하려 했지만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황가의 핏줄에 섀도우 엘프가 들어와서는 안 된다는 것이 주요 논리였지.

    왠지 섀도우 엘프가 정령 친화도가 높다고 생각되는데.

    마리안이 그의 말에 동의했다.

    맞다. 섀도우 엘프는 모든 아인종 중에서 정령 친화도가 가장 높다. 우리 엘랑드 엘프와 비교해서도 압도적이었지. 그래서 정령 술사가 많았다. 잠깐, 그렇다면…….

    그녀도 같은 생각을 한 모양이다. 의견이 하나로 모였다. 마도 공학자들은 크레티아의 높은 정령 친화 능력을 어떻게 옵션화 할 수 없을까 고민했다. 비록 실패하긴 했으나 노력을 가상하게 여겨야 할까? 성호는 목걸이를 상자에 넣어 챙겼다.

    그런데 삼 황자가 왜 아버지 첩의 목걸이를 갖고 있는 것인가. 음흉한 생각이 떠오른다. 마리안도 그걸 깨달았는지 헛기침을 했다.

    황가에는 이런저런 비밀이 있기 마련이다.

    뭐, 높으신 분들이니까.

    성호는 차원 주머니를 통째로 챙겼다. 아이템 두 개 외에도 은화 주머니라든가 이것저것 꽤 많다. 그러나 쓸모가 있는 건 거의 없었다. 둘은 이쯤에서 만족하기로 하고 동굴 밖으로 나왔다.

    이제 세계수로 복귀할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했다. 그래도 집으로 가야 한다. 오르하와 네리, 그리고 세계수와 동물들이 기다리고 있는 그곳으로. 둘은 밖에서 어슬렁거리고 있던 뿔새에 올라탔다.

    가자, 집으로.

    * * *

    성호가 약속을 취소한 1월 1일 오후. 나경이는 집 침대에서 뒹굴고 있었다. 모처럼 아저씨한테 요리 솜씨 좀 자랑하려 했는데 다 틀렸다. 미튜브와 파프리카 등 요즘 핫한 인방러들의 영상을 챙겨본다.

    …재미없어.

    왜 이렇게 하나같이 유치하고 재미가 없는가. 인기 좋은 남자라고 해도 그녀가 보기엔 그저 그랬다. 어떻게 혀를 잘 놀려서 별사탕 하나, 후원금 얼마 받아먹으려는 사기꾼들로 보였다. 그런 점에 있어서는 성호 아저씨의 파프리카 방송국도 똑같지만 그녀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진정성 면에서 말이다.

    아저씨 왜 방송 안 하지?

    침대를 뒹굴거리면서 알람을 켰다. 노크 소리가 들렸다.

    경아. 엄마야.

    왜에.

    잠깐 들어가도 되지?

    어, 들어와.

    임 여사가 들어왔다. 해담도 1월 1일은 쉰다. 그녀는 침대 위에서 뒹굴거리고 있던 나경이를 보더니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파트 꺼지겠어, 엄마.

    경아, 잠깐 엄마하고 이야기 좀 하자.

    나경이는 이야기의 주제가 심상치 않은 것임을 눈치챘다. 혹시 해담으로 다시 돌아오라고 그러는 건 아니겠지? 모처럼 재미있게 아저씨하고 놀고 있는데. 그녀가 좀처럼 일어나려 하지 않자 임 여사가 딸내미의 허벅지를 찰싹 때린다.

    경아.

    아야, 왜에.

    엄마하고 이야기 좀 해.

    알았어.

    나경이가 일어나 앉았다. 역시 예상대로 엄마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경이 올해 몇 살이지?

    스물.

    생일 안 지난 건 아는데, 그래도 통념적으로 따졌을 때.

    스물하나.

    대학 안 가고, 요리의 길을 걷기로 했었지?

    응.

    엄마 말 좀 들어봐. 그래도 엄마가, 나경이 하고 싶은 거 하라고 했잖아? 너 요리 배우고 싶다고 할 때 가게에 와서 일 배우게 하고, 성호한테 보내서 보조하게 해주고.

    이쯤 되자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나경이는 임 여사한테서 슬슬 엉덩이를 뺐다. 그래 봐야 침대 위지만. 임 여사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엄마는, 경이 니가 걱정스러워. 어젯밤부터 집에 안 있고 밖에 있는 거, 절대 정상이 아냐.

    아저씨하고 포항 갔다고 했잖아. 거기 일출 보고 왔는데.

    성호가 너한테 어떤 사람이니?

    말문이 탁 막혔다. 나경이는 우물쭈물한 채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성호 아저씨는 그녀와 어떤 관계인가? 그냥 고용주와 직원? 사귀는 애인 사이? 전자는 맞으나 후자는 우길 수는 없었다. 그녀가 들이대고 있긴 하지만 성호는 허물어질 듯 말 듯 하면서 방어해 내고 있으니까.

    아니, 애초에 그가 방어하고 있는지도 의심스러웠다. 그는 사실 자신을 미혜처럼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닐까? 여기까지 생각하자 덜컥 겁이 났다. 임 여사가 딸내미의 손등을 쓰다듬었다.

    아무 사이 아니지? 차라리 정식으로 사귄다고 했으면 엄마가 응원했을 거야. 나이 차이 좀 나면 어떠니? 건실하고 대단한 사람인데. 성호면 엄마도 응원해 줄 수 있어. 하지만 아니잖아. 아무 사이도 아니잖아.

    임 여사의 말이 나경이의 가슴을 비수처럼 찔러왔다. 그녀는 고개를 푹 숙였다.

    아무 사이 아닌 건 아닌데…….

    그래서 성호 걔가 너한테 확실히 의사 표현을 했니? 사귀자고? 적어도 마음이 있다는 표시를 했어?

    차마 거짓말은 할 수 없었다. 나경이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에휴…….

    임 여사는 가슴 깊숙이에서 우러나온 한숨을 내쉬었다. 어쩌다가 그런 아저씨한테 꽂혀서는. 멋있는 사람인 건 인정하지만 그녀가 오르지 못할 산인 것 같아 걱정이 많았다.

    스물하나. 절대 많은 나이 아니야. 하지만 어린 나이도 아니야. 경이 너도 이제 슬슬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해야지. 엄마는 경이를 유럽에 요리 유학 보내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니?

    어? 요리 유학?

    그녀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이탈리아에 엄마 아는 동생이 수셰프로 있어. 밑에 들어가서 일 좀 배워. 레스토랑이 어떻게 돌아가는가도 좀 익히고.

    아……. 나 그 사람 누군지 알아. 이정현 셰프 말하는 거지?

    그래. 엄마하고 친하게 지내는 동생이야.

    이정현 셰프라면 이탈리아의 유명한 셰프의 제자 출신이다. 여성의 몸으로 이탈리아의 요리계에 뛰어들어 평론가들의 찬사를 일궈낸 대단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 사람이 엄마와 친분이 있다니. 사실 그동안 나경이는 분식집에서 일하느라 업계의 동향 같은 것을 전혀 신경 쓰지 못했다.

    나, 나 이탈리아에 가야 돼?

    있잖아. 경아. 기회라는 건, 왔을 때 잡아야 하는 거야. 정현이가 요즘 국내에 들어왔거든. 티브이 출연하고 CF 찍고……. 뭐, 이게 중요한 게 아니고 너 데려가도 좋다고 했어. 엄마가 추천했거든.

    이것이 인맥의 힘이다. 어지간한 현지 셰프 지망생도 들어가기 힘든 레스토랑에 바로 꽂아 넣을 수 있다니.

    근데 이탈리아 너무 멀어…….

    2년만, 딱 2년만 고생하고 와. 그럼 엄마가 국내 레스토랑에 넣어줄 테니까. 분식집에서 고생하고 있는 건 엄마도 알아. 근데 그게 꼭 미래로 연결되는 건 아니잖니. 스무 살 때는 진짜 하루하루가 중요한 거야.

    나 이탈리아 아무것도 몰라아…….

    궁지에 몰린 그녀가 엄마에게 투정을 했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유학 가는 사람들은 다 그래. 누구는 외국 알고 가니? 홀몸으로 떠나는 사람도 부지기수인데. 엄마 말 들어. 이탈리아에 정착하라는 게 아니잖아. 눈 딱 감고 2년만 고생하고 오면 너도 국내에서 자리 잡을 수 있다니까. 성호한테도 나 이런 여자예요, 하고 어필할 수 있고.

    진짜 그런가? 2년 동안 적당한 경력을 쌓으면 셰프까진 아니더라도 좋은 위치에서 시작할 수 있다. 요리계는 경력이다. 분식집에서 일한 것은 경력으로 치지 않는다. 그녀는 조리사복을 입은 자신을 꿈꾸고 있었다. 그렇게 변신해서 나타나면, 성호 아저씨한테 조금이라도 더 어필할 수 있을까? 지금도 만족하지만 그녀는 조금 더 친밀한 관계를 원했다. 그걸 위해서 2년 정도라면.

    …….

    임 여사가 애원하듯 말했다.

    엄마 소원이야. 경이 니가 빨리 자리를 잡아야 엄마가 마음이 놓일 것 같아. 너한테도 좋은 기회가 될 거야. 분식집 주방보조보다는 셰프가 훨씬 낫지 않겠니?

    나경이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마음이 서서히 바뀌는 것은 그녀 스스로도 느낄 수 있었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걸.

    * * *

    성호와 마리안은 세계수로 돌아왔다. 도르무와 엘로인이 엘랑드에 가 있어서 그런지 집은 무척이나 한가하다. 오르하는 네리를 품에 안고 한국어를 공부하고 빨래하고 음식을 하며 시간을 보냈던 모양이다. 언젠가 성호가 그녀에게 물은 적이 있었다. 다른 일을 하고 싶지 않느냐고. 그녀는 이렇게 집에서 일하는 게 행복하다고 대답했다.

    텃밭 돌보기, 집안일, 음식해서 식구들 먹이기 모두 행복하다나. 천상 집순이 스타일이다. 그러나 집순이라도 오르하 정도로 외모와 마음씨가 받쳐 주면 뭔가 다르게 보인다.

    하여튼 집으로 돌아온 뒤 네 명은 밥을 맛있게 먹고 각자의 시간을 보냈다.

    딩고야, 요즘 기운이 통 없네.

    야옹.

    이제 울음소리마저 늙은 게 느껴졌다. 세계수 밑의 명당을 차지하고 있는 원조 딩고. 살이 많이 빠졌다. 또한 털도 푸석푸석해졌다. 나이를 먹은 게 티가 났다. 녀석은 기운이 없는지 누운 채로 성호를 맞았다. 머리를 쓰다듬자 배를 발라당 뒤집어 깠다. 주위에 딩고와 똑같이 생긴 산고양이들이 20마리 넘게 몰려 있다. 어떤 직감이 몰려왔다. 딩고가 갈 때가 되었구나, 하는 느낌.

    딩고야, 어이구, 그래. 잠깐 밖에 나갈까?

    성호는 녀석을 안고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바닥에 내려놓자 야옹거리며 따라오기 시작했다.

    ‘언제 처음 만났더라?’

    이 숲에 들어오고 화조 무리를 만난 직후였던가? 예전에 길렀던 똥개 이름을 지어주었던 기억이 난다. 그 후로 항상 같이 다녔다. 심지어 딩고는 가게 앞에서 호객행위도 해봤다. 본의는 아니었겠지만.

    녀석을 만난 지 10년이 훌쩍 넘었다. 한국 시간으로는 재작년 6월, 그러나 판타지아의 시간으로 따지만 그 10배다. 만날 당시에 성묘였다는 걸 가능하면 고양이 나이의 한계치에 다다랐다고 봐도 무방하다. 어쩌면 성호 곁에 있었기에 이렇게 오래 살았는지도 모르고.

    그러나 딩고는 늙었다. 시간이 멈춰 있는 줄 알았는데 실은 아니었다. 노화가 거의 정지되어 있다가 갑자기 늙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긴 아무리 대단한 마법이라고 해도 시간의 흐름을 그렇게 간단히 거스를 수 있을 리가. 작물을 수확한 후에야 시간이 제대로 흐르는 걸로 봐서 성호의 짐작이 맞을 것이다.

    오늘 이렇게 나온 까닭은 별일은 아니었다. 그냥 오랜만에 같이 산책이나 하고 싶었다. 녀석이 무슨 말을 할지도 모르고. 사실 울프를 받아들인 뒤, 딩고가 할 일이 없어진 게 사실이었다. 그래서 먹방이나 찍고 오두막의 마스코트로서 그렇게 지냈다. 하지만 이제 보내줄 때가 되었나 보다.

    세계수가 제법 멀리 떨어져 보일 때, 딩고가 가만히 앉아서는 움직이지 않았다. 성호가 배 밑에 손을 넣어 들어 올리려 하자 결사적으로 눌러앉으려 했다.

    왜? 혼자 있고 싶어?

    야옹.

    딩고가 힘겹게 울었다. 성호는 마음의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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