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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미식가 9권
던전 미식가 9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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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미식가 9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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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is ebook

눈 떠보니 내가 모험가를 대학살한 괴물? 용사를 죽였다고? 하지만 무엇보다도 배가 너무나 고파. 일단은 밥. 밥부터 먹고 생각하자.

Language한국어
PublisherWHISTLE BOOK
Release dateNov 16, 2020
ISBN9791132778493
던전 미식가 9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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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던전 미식가 9권 - 대대원

    Recipe 1. 쌀과 미궁의 황소 (2)

    그날 밤.

    이보게~

    철컹.

    저녁도 잘 먹었고 벽난로도 따뜻하게 피워놓았으니 배부르고 등 따시겠다, 슬슬 잘까 싶을 무렵에 푸릇한 밤공기를 넘어 누군가가 방에 나타났다.

    아, 조명이 켜져있으니 혹시 몰라 왔는데 역시 아직 깨어있던 게로군.

    이제 자려고요.

    그래? 그럼 조명을 꺼주도록 함세.

    딱.

    카리벨루그는 손가락을 튕기는 것만으로도 마력을 조절해 객실의 불을 모두 꺼버렸다.

    하지만 나는 그 기예보다 그녀가 바깥 창문을 열고 들어왔다는 점이 더 신기했다. 여기 3층인데.

    아아, 이건 설마 열 내리라고 해놓은 건가?

    …….

    자아, 식었으니 새것으로 갈아두지.

    방 안을 채우던 밝은 빛이 모두 꺼지니 이제 유일한 광원은 반대편 벽에 있는 난로뿐이어서 은발의 용이 다가오니 그녀의 무기질적인 머리카락이 은은히 빛났다.

    난 지금까지 텔레포트 스킬을 준비해 두고 있었다네. 방금 막 끝난 참이라 이리 왔네만.

    역시 이 은룡은 사람 마음을 읽는 마법을 숨겨두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내가 묻지도 않았는데 그녀는 지금까지 뭐 했느냐는 궁금증에 대답을 해주지 않았는가.

    …….

    그녀가 마법으로 새로이 식혀준 물수건이 이마 위에 오르니 눈이 찡그려질 정도로 차가웠다.

    하지만 익숙해지니 오히려 이것이 나았다.

    자네가 잘 살아있는지 육안으로 확인하고 싶어서 제법 서둘렀는데… 뭐, 어찌어찌 괜찮은 모양이로군.

    생사 확인이라.

    그리 말하며 날 내려다보던 은룡이 빙긋 눈웃음 지으니 이쪽은 그저 건조한 말만 내뱉었다.

    네.

    그럼 이제 내가 산 것을 다 봤으니 나가려나 싶어 왔을 때처럼 어련히 창문으로 돌아가리라 여기며 꾸벅꾸벅 졸리던 눈을 그대로 감았다. 수마에 빠지는 것은 금방이었다.

    몇 시간이나 지난 걸까.

    ‘잘 자긴 했는데 새벽인 것 같…….’

    눈꺼풀을 아직 뜨지 않았지만 세상이 온통 새카만 것을 보니 새벽인 모양인지라 나는 잠에서 깼음에도 한참 조용히 있었다.

    ……?

    타닥, 타닥.

    그러다 무언가 불에 타는 소리가 들리기에 반사적으로 눈을 떴다. 정신을 차리기 위해 숨을 크게 들이켜야만 했다.

    어.

    ……?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니 저 멀리 벽난로 근처의 흔들의자에 카리벨루그가 앉아있는 것이 보였다.

    왜 이리 일찍 깬 게야. 인간의 평균 수면 시간은 아직 한참 남았는데…….

    그녀가 이쪽을 향해 온화하게 웃으며 아주 작은 목소리를 냈다.

    잠들기 직전의 아이에게 동화를 읽어주는 듯한 느낌의 어조였다.

    ‘왜 아직 여기 있지.’

    나는 타오르는 모닥불 불빛을 쐬고 있는 그녀를 잠깐 보다가 무어라 말하려 했다.

    ……!

    그런데 툭, 하고 상체를 조금 들자마자 이마에 올려져 있던 무언가가 떨어지는 통에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건 물수건이었다. 그것도 굉장히 차가운.

    내가 자는 동안 갈지 않았으면 이런 온도일 리가 없을 텐데.

    왜…….

    왜 아직 여기 있어요.

    그 말이 목 끝까지 나왔지만 나는 뒤늦게 방의 달라진 점을 눈치채고 숨을 삼켰다.

    …….

    카리벨루그가 앉아있는 흔들의자 너머 벽난로 불이 아직 살아있다는 것이 물음의 답이었다.

    그녀는 이 새벽 동안 장작을 새로이 넣고 곁에서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던 모양이다.

    자, 어서 다시 눕게나. 이 늙은이는 신경 쓰지 말고.

    …….

    정 거슬리면 지금이라도 나가줄 수는 있네만. 자네는 매사가 무던한 인간이니 그리하진 않겠지?

    나는 적당한 방 온도를 가만 둘러보다 자리에 풀썩 누웠다.

    …….

    …….

    내가 아무 말 않고 조용히 누워있으니 그녀 또한 침묵을 지키며 불을 지킬 뿐이다.

    나무 의자가 흔들거리며 내는 규칙적인 소리가 괜스레 귓속을 울렸다.

    ‘그렇군.’

    그리고 나는 이러한 드래곤의 행위에 무언가를 깨닫게 됐다. 물론 굳이 그걸 입 밖으로 내진 않았다.

    * * *

    3일 뒤.

    감사합니다뇨~!

    설령 종족이 다르다 한들 우리는 모두 신께서 빚으신 형제이자 자매입니다. 돕는 것은 당연하지요.

    나는 서부에서 다른 부상자를 치료하고 있었다던 엘프 사제의 도움을 받아 저주를 치유하게 되었다.

    ‘가만히 있었어도 나았을 것 같긴 한데.’

    이상하게 중간부턴 열병이 딱히 불편하지 않았지만 어쨌든 잘된 일이었다.

    내주신 치료비는 기부금으로 처리됩니다. 세금은 걱정하지 마세요.

    의외로 그런 부분 철저하구나링.

    게다가 경사는 하나가 더 있었다.

    아 참, 마롱! 일어난 김에 당장 아우룸에게 가봐라링. 네가 누워있는 동안 ‘마롱 님이 깨어날 시간에 맞추어 어떻게든 완성하겠다.’라며 갑옷 제작을 마쳤을 테니까뇨.

    나는 그 후 그녀의 말마따나 아우룸의 공방에 찾아갔는데 글쎄, 새로운 갑옷이 홀딱 빠질 정도로 마음에 들지 않았겠는가.

    ‘드워프는 진짜로 미적 감각이 뛰어나구나!’

    겉보기에는 내가 입고 다니던 고딕 양식의 플레이트 메일과 같았지만 자세히 보면 훨씬 고급스러웠다.

    그것의 어깨와 몸통 갑주를 흐르는 이 섬세한 물결무늬를 좀 보라.

    사람의 기교로는 보이지 않는 아름다운 플루팅이다.

    내가 봐도 이건 멋지다. 여기 두지 말고 예술관 같은 곳에 전시되어야 할 것 같다.

    어떤가요? 마음에… 드시나요, 마롱 님……?

    ‘그래, 바로 이거야! 이게 갑옷이지!’

    게다가 그것의 성능 또한 두말할 나위 없었다.

    [백기사의 갑옷(장인)]

    고딕 양식으로 만들어진 유려한 선의 풀 메일. 다른 중갑옷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동성이 좋다. 그리브의 뾰족한 부분은 공격 용도로도 사용된다.

    ○효과

    방어력 +810

    민첩 +22

    근접 스킬 재사용 대기 시간 -5%

    바람 속성 마법 내성 +50

    이 정도라면 세트 효과를 제외할 시, 내가 과거에 입고 다니던 갑주와 맞먹는 성능이지 않던가.

    간만에 걸출한 상품을 보니 절로 기분이 들떴다. 게다가 이것의 착용감은 역시나 드워프의 솜씨답게 대단했다.

    와아아, 역시 너무나 잘 어울립니다! 그리고 이건 남는 광물로 만든 투구인데요.

    ……!

    얼굴을 가리고픈 일이 자주 있다고 들어서 기왕이면 싸구려 말고 좋은 걸로 하시…라…….

    풀썩.

    그런데 말하던 도중 드워프가 바닥에 쓰러지려 하기에 나는 다급하게 그의 목덜미를 받쳐 들었다.

    이 꼴을 보고 놀라지 않을 사람은 어딨을까.

    나는 그 뒤 다급하게 이모탈을 찾아갔지만, 결과는 이것이다.

    아이고냐~! 이거 과로다뇨, 과로.

    그는 지난 3일 동안 갑옷을 완성하기 위해 무리했던 모양이다.

    ‘좀 천천히 만들어도 되는데.’

    결과적으로 내가 병상에서 일어나자마자 드워프가 새로이 드러눕게 된 모양새지만, 뭐 이건 잘 자면 나을 거라니까 괜찮을 듯했다.

    ‘납기일을 잘 맞추는 사람은 믿음이 가.’

    나는 이번 일로 이 드워프에 대해 제법 긍정적인 느낌을 받았다.

    그래, 여기까지는 매우 잘 돌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며칠 후.

    마롱… 왜 그러냐링? 또 아프냐링~?

    …….

    나는 겪었던 열병의 후폭풍을 견디는 중이었다.

    왜 식사를 안 하냐링. 여기 네가 좋아하는 마물 요리 있다뇨!

    …….

    이제 만드라고라는 질린 거냐? 뭔가 새 마물이 필요한 거야?

    한 번 독한 감기를 겪고 나면 컨디션이 완벽히 돌아오기까진 일주일로는 부족하다 하던가.

    내가 걸린 건 감기가 아니라 저주였지만, 어쨌든 저주 도중에는 오히려 파티원의 배려로 큰 불편이 없었는데 나는 그 뒤 심각한 문제에 직면했다.

    쌀 먹고 싶어.

    ……?

    ……!

    이런 말이 육성으로 나올 정도로 쌀, 쌀이 먹고 싶어져 버린 것이다!

    사실 나는 저주는 나았어도 떨어졌던 입맛은 돌아오지 않은 상태였다.

    그동안 파티원들이 가져다준 마물 요리로 밥 굶지는 않았다고 하나 여전히 혓바늘 난 듯 속과 입안이 불편한 게 사실이었다.

    나는 요 며칠 동안 만족스러운 식사를 전혀 못 했다.

    …….

    이런 침울한 상황에 한 줄기 빛처럼 쌀이 먹고 싶다는 욕구가 드니 도무지 참을 수 없었다.

    이세계에서 나는 아직까지 쌀을 먹는 곳을 본 적 없기에 그동안은 어련히 알아서 속으로 삭인 욕망이거늘.

    쌀이 먹고 싶어.

    쌀…….

    그게 대체 뭘까뇨.

    쌀.

    새하얗게 지은 흰 쌀밥에 고기 한 점 올려 먹지 못하면 입맛이 영영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아.

    미노타우로스 사골을 끓인 국에 파 남은 것 송송 썰어서 밥을 말지 않으면 힘들 것 같다고.

    …….

    따라서 나는 결국 욕구를 이기지 못하고 완전히 패배한 모양새로 동료들에게 주절거렸다.

    이곳은 새로이 토벌 나온 던전의 한가운데인데도 말이다.

    벼의 작은 알갱이……. 낱알인데 밀이랑 다르게 낱알 그대로 먹어.

    흠.

    그걸 쪄서 먹으면 순한 맛이 나는데… 아, 강수량 많고 햇볕 잘 드는 곳에서 자랄걸.

    하지만 이세계에 없는 식물이면 그걸 무슨 수로 찾겠는가.

    …….

    으음.

    내 말을 들은 세 사람 모두가 아리송하단 표정을 지었기에 그래, 쌀은 역시 없나 보다 싶었다.

    쌀…이란 이름은 내 기억에 전혀 없다.

    그런데 서서 가만히 고민하던 다알이 심각하게 무언갈 고민하더니 혼자 ‘아닌가?’ 하고 중얼거리다 나에게 슬쩍 말했다.

    비슷한 특징을 지닌 식물이라면 안다만… 문제는 내가 아는 건 그냥 먹는 게 아니라 크림소스랑 야채를 넣은 곳에 섞어서 질척하게 먹는 거라…….

    …….

    그리고 난 그것을 듣고 순간 무슨 말인가 싶어 가만히 곱씹었다.

    ‘크림소스랑 야채… 질척하게 먹는다고? 곡식의 낱알을 소스에 버무려……?’

    몇 번 생각해 보니 떠오르는 음식이 하나 있다.

    ‘…설마 리소토?’

    그가 말한 것이 과연 리소토일지 아닐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다른 것도 아니고 쌀이 있을 수도 있다는데 이걸 어떻게 확인하지 않고 넘어갈 수 있을까.

    잠깐 다녀오마. 집 잘 지키고 있거라, 이모탈.

    정말 내 텔레포트는 없어도 되는 게야?

    그, 죄송하지만 그쪽 근처는 텔레포트로 툭 튀어나오는 걸 몹시 싫어하니 이럴 바엔 저희끼리 가는 게 좋을 겁니다.

    따라서 나는 참지 못하고 다알에게 네가 말한 그 곡물을 좀 볼 수 있겠느냐 물었다.

    그는 어렵사리 내 제안을 받아들였는데 어쩐지 찝찝하단 얼굴을 하는 걸 보아 하니 쉬운 일은 아닌 듯했다.

    내가 아는 지인 녀석이 그 비슷한 곡물을 먹는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가서 달라고 하면 얻을 순 있겠지. 직접 내 얼굴을 보여야겠지만.

    …….

    그게 네가 찾는 곡물이 맞는지 확인부터 해야 하니 넌 날 따라와라. 만약 옳다면 그때 얻을 수 있는 수량은 협의해 보마.

    이 정도가 되니 동료들에게 상당히 미안했다.

    그렇지만 가끔은 괜찮지 않을까. 이런 것도 어디까지나 이번 한 번뿐이니까.

    ‘제발 쌀이 맞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결국 나는 그 후 다알의 안내를 받아 며칠이나 되는 시간을 마차로 달려 한 숲을 향해 갔다.

    음? 뭐라고? 마차비를 내달라니? 평소엔 칼같이 반을 내면서 너로서는 드문 일이구나.

    …다음 토벌 끝나면 갚을게.

    그래. 알았……. 잠깐만, 왜 하필 다음 토벌… 네놈 받았던 상금은 어떻게 했는데?

    …이거저거 필요한 것 좀 사느라 돈을 써서.

    다?

    …….

    …다? 이 인간이 미쳤나? 네놈 당장 남은 돈 말해봐라. 아니, 그 이전에 가계부는 쓰는 거냐?! 소비 방식이 왜 이따위야!!

    그 여정 동안에 작은 마찰이 있었지만 큰 문제는 아니니 생략한다.

    자, 여기가 내가 말했던 아는 사람의 마을이야.

    마차를 타고 한참 달려 도착한 대륙 중부의 한 숲은 이즈라 대삼림 방향에서 남쪽으로 살짝 가면 나오는 곳이니 생각보다 멀진 않았다.

    이 안에선 함부로 입 놀리지 말고 얌전히만 있거라.

    내가 인간인 건 괜찮고?

    이쪽은 그런 출입 제한은 없어. 워낙 작은 마을이고 노예제에 피해를 거의 입지 않은 지역이라.

    그나저나 엘프들은 이런 숲길을 어떻게 잘 구분하는 걸까.

    내가 보기에는 어디가 동쪽이고 어디가 서쪽인지도 모를 만큼 구불구불하게 생겼는데 다알은 마치 제집을 찾아가는 것처럼 망설임 없는 걸음으로 들어갔다.

    자, 쉿.

    그리고 잠시 뒤, 숲을 한참 걸어오니 드디어 마을의 초입 같은 것이 보인다.

    ‘그러고 보니 엘프 마을은 어떻게 생겼을까.’

    예전에 로즈를 만난답시고 이즈라 대삼림 근처에 간 적은 있었다.

    하지만 정작 로즈의 거처는 숲 외곽의 오두막이었기에 나는 그 당시에 마을 입구 구경조차 못 했었다.

    …….

    그러니 이번 방문에는 조금 흥미가 생겼다.

    다알이 마을 입구 문지기에게 얼굴을 보이며 무어라 말하니 곧이어 통행 허가가 떨어졌다.

    어서 오십시오, 이즈라의 다알리아 님.

    엘프 마을은 마치 한 그루의 나무를 표현하듯 높고 가지처럼 복잡하게 얽힌 주거지를 형성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놀라운 건축 양식을 보고 잠시 시선을 빼앗겼다.

    음, 그래요. 간만이군요.

    그런데 무슨 일이십니까? 연통도 없이 이렇게 갑자기 오시다니. 후계자님은요?

    오늘은 제 개인적인 사정으로 찾아온 것이라…….

    아아, 그렇군요. 공식적인 회동이 아니었군.

    게다가 마을 중앙에 심어진 저 거대한 나무를 보라.

    그것은 밝게 빛나는 쪽빛 이파리에 하얀 꽃이 잔뜩 피어있어 백 리 밖에서 보아도 눈에 띌 정도였다.

    아무튼, 엘프 마을의 경치는 매우 훌륭하단 것이다.

    ‘이런 곳에 쌀이 있을까?’

    마치 마을 전체가 마법의 축복 아래에 있는 듯한 분위기다.

    나는 분명 쌀을 찾으러 온 것임에도 이 풍경을 눈에 담으니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기분이 되었다.

    후계자님은 잘 지내십니까? 물론 저번에 만났을 땐 건강해 보이셨지만…….

    누님이라면 괜찮을 겁니다.

    예, 알겠습니다. 그럼 슬슬 여기 오신 연유를 묻고 싶은데요.

    혹시 저 큰 나무가 세계수?

    내가 그리 헛생각할 때쯤 다알은 얼추 본론을 꺼내기 시작했다.

    저희는 ‘쟈카’를 확인하기 위해 왔습니다.

    쟈카 말입니까.

    예. 여기 있는 제 지인이 식도락가인데 요즘 어떤 곡물을 찾는 중이거든요? 그런데 찾는 곡물의 특징이 쟈카와 흡사해서.

    쟈카라. 물론 그거라면 저희 마을에서 나는 식물이나 식도락가에게 이걸……? 딱히 맛있는 물건은 아닌데요.

    그래도 부탁드립니다.

    흠.

    마을 엘프는 고민하는 듯한 표정이 되었다.

    하지만 그는 잠시 뒤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우리에게 쟈카의 자생지를 보여주겠다고 답한 것이다.

    다른 것도 아니고 다알리아 님의 요청이니… 알겠습니다. 일단 살아있는 야생 상태의 것부터 확인할까요.

    그 직후 다행히 이 엘프는 바쁜 일이 없던 모양인지 직접 우리를 안내해 주었고, 곧이어 우리들은 숲 한편의 웅덩이 같은 곳에 도착하게 되었다.

    ‘온통 물이네……. 아, 저게 혹시 그건가?’

    어찌 보면 원형의 논으로 보이기도 하는 기묘한 자연환경이다.

    그리고 그곳에 기다랗게 뻗어 자라고 있는 식물이란 다름 아닌 붉은색의 벼였다. 그런데 내가 기억하고 있는 벼 모양과는 미묘히 달랐다.

    이게 저희 마을 자생종인 쟈카입니다. 다알리아 님의 동료분, 이것이 찾던 게 맞습니까?

    제 생각보다 낱알이 작네요.

    그렇습니까? 음… 이건 원래 이런 크기인데.

    보통 아닌가.

    마을 엘프는 잠시 골똘히 생각해 보는 표정을 하다가 곧이어 물웅덩이에 난 붉은 벼 한 단을 베어 나에게 주었다.

    탈곡한 곡식은 저장고에 있습니다. 그럼 일단 마을로 돌아가지요. 쟈카로 음식을 해드리면 보다 확실해질 겁니다.

    그리고 그는 마을 안으로 들어가며 우리가 운이 좋다고 말했다.

    이 식물은 마을 안에서 그다지 인기 있지 않아서 다른 식물처럼 대량으로 농사짓지 않기에 이 시기가 아니면 먹을 수 없다고 한다.

    ‘딱 대륙의 가을에만 먹는 별미인 건가.’

    그 말을 듣고 나는 내심 겨울이 시작되기 전 쌀이 먹고 싶어져 다행이라 생각했다.

    이후 마을에 도착한 우리들은 이곳의 장로댁이라던 건물에 눌러앉아 엘프의 음식을 기다렸다.

    …….

    그런데 아까부터 신경 쓰였던 것이지만 묘하게 귀빈 대접이다.

    ‘다알이 장로가 되면 얼마나 대우받는다는 이야기야?’

    그는 평소에 자기가 장로의 아들이라느니 뭐니 입이 닳도록 자랑해 왔으니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이렇게 권력을 실감하니 느낌이 또 달랐다.

    요리가 다 되었습니다. 부디 입에 맞으셨으면 좋겠군요.

    ……!

    꽤 오랜 시간 기다린 끝에 드디어 그 쟈카라는 것으로 한 요리가 나왔다.

    어, 이거.

    음? 왜 그러냐. 마롱.

    그런데 잠깐만.

    크림소스에 적당히 형형색색의 야채들이 녹아있고 꾸덕꾸덕하게 만든 스튜에 쌀알을 넣어 비빈 듯한 이 외견, 어디에서 많이 보지 않았던가?

    ……!!

    맞네, 맞아. 이거 리소토잖아.

    역시나 상상하던 요리가 나와버리자 나는 깜짝 놀라선 한동안 그것을 시식하길 까먹었다가 뒤늦게야 스푼을 놀렸다.

    ……!

    그래서 어떠하냐. 네가 찾던 그게 맞아?

    ……!!

    그렇군! 잘된 일이네!

    알갱이가 작아서 식감은 꽤 달랐지만, 이 느낌은 확실히 내가 찾던 그 곡식이었으므로 나는 다알에게 바로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이걸 쪄서 밥을 만들면 분명 원하던 결과가 나올 거다.

    ‘그나저나 엘프식 요리는 식물 위주여서인지 아직 버틸 만하구나.’

    이 리소토, 이세계치고는 분발하고 잘 만들었네.

    하지만 역시 평소에 먹던 마물식에 비하면 부족한 느낌인지라 나는 점점 음식을 씹는 속도가 느려졌다.

    다알리아 님, 이것도 드셔보시겠습니까.

    예?

    아무리 그래도 후계자님의 보좌가 직접 오셨는데 그런 음식보단 좋은 것도 내어야 예의에 맞을 것 같아서.

    그런데 잠시 뒤, 어디론가 사라졌던 마을 엘프가 다시 나타나더니 몇 가지 요리를 들고 나타났다.

    죄다 나물 요리로 보였지만 어쩐지 고급스러운 티가 나서 이게 여기에서 먹는 고위층 식사인가 하고 생각할 때였다.

    이 요리는 여기 소스에 찍거나, 아니면 소스 자체를 부어서 드시면 됩니다.

    맑은 갈색의 소스가 튀어나오니 나는 먹던 리소토를 밀어두고 반사적으로 새 요리에 손을 댔다.

    하나의 큰 줄기에 여덟 개의 잎이 붙어있는 찐 풀을 포크로 돌돌 말아 들었다가 소스에 반쯤 담근 뒤 먹는 것이다.

    …….

    질겅.

    부드러운 풀의 조직이 이빨로 씹히며 풀려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

    어떠십니까. 이번 것은 입맛에 맞으십…….

    이거 콩으로 만든 소스예요?

    내가 반사적으로 음식을 가져온 엘프에게 묻자 그가 놀라며 답한다.

    역시 다알리아 님이 소개한 미식가분답군요. 그걸 단번에 맞히시다니.

    내가 이걸 어떻게 알았느냐면 이런 이유에서였다.

    ‘아주 엷지만 간장 소스 느낌이 나!’

    물론 간장이라기보단 뭔가 사과 식초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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