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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미식가 7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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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미식가 7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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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떠보니 내가 모험가를 대학살한 괴물? 용사를 죽였다고? 하지만 무엇보다도 배가 너무나 고파. 일단은 밥. 밥부터 먹고 생각하자.

Language한국어
PublisherWHISTLE BOOK
Release dateNov 16, 2020
ISBN9791132778479
던전 미식가 7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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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던전 미식가 7권 - 대대원

    Recipe 1. 씨 서펜트 스트로가니나 (3)

    이곳은 베슈타르, 대륙 동부의 항구 도시.

    신선한 해산물이 특산물로 꼽히는 이 낭만의 도시에선 현재 냉풍이 불어닥치고 있다.

    마물과의 싸움이 끝나니 사람끼리 싸우고 자빠졌네뇨. 거기 둘! 그만 못 하냐링!

    바닷바람이 이렇게까지 추운 도시는 아니었을 텐데.

    결국 잠깐 사이 벌어진 냉전의 승리는 마롱 글라세에게 돌아갔다.

    그의 고집을 꺾어내기엔 ‘지금 너무 배가 고파 당장 저녁을 먹고 싶다.’라고 말하는 것이 진심으로 들렸기 때문이다.

    ‘그래… 배가 고프다는데 뭘 어쩌겠냐…….’

    제아무리 인간에게 매정한 다알이라 한들 굶주린 이의 앞에서 밥그릇을 빼앗는 건 양심에 꽤 걸리지 않겠는가.

    따라서 그는 결국 한 수 무르기로 결정하였다.

    ‘어차피 지금 막아봤자 이 인간은 언젠가 또 처먹을 테지…….’

    피눈물을 머금는 마음으로 말이다.

    ‘이제야 먹네.’

    그런 상대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단지 머릿속에 식사 생각밖에 남지 않은 한 인간은 나이프로 깎아내었던 얼어붙은 씨 서펜트의 살점을 포크로 집어 올렸다.

    주변에 있던 귀족 부부와 다른 모험가들이 얼마나 이상하단 눈초리로 보든 더 이상 알 바 아니었다.

    ‘정말 배고팠어. 그래도 뭐, 시장이 반찬이란 말도 있으니.’

    여기에서 식사를 포기했다간 저 까마득한 모험가 무리에 섞여 길드의 뒤처리를 상대하느라 족히 한 시간은 더 기다려야 할 터였다.

    게다가 지금 그는 자그마치 열두 시간째 공복 상태였으니 선택에 여지는 없었다.

    에휴, 나도 이제 모르겠다뇨.

    그냥 미친 척하고 우리도 같이 마물이나 먹을까? 똑같은 광인이 되면 더 이상 부끄럽지 않을지도 모른다.

    진짜 그럴까뇨? 좋은 생각 같다링?

    솔깃.

    자포자기한 다알이 내뱉은 폭탄 발언에 이모탈이 흥미를 보이는 사이, 마롱은 포크로 집어 든 씨 서펜트 회를 입에 넣는 듯싶었다.

    ……!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 직후 그 인물의 드러난 입가가 순간 경직되는 것이 아닌가. 좀체 표정 변화를 보이지 않는 평소 모습을 떠올려 봤을 때 제법 이례적인 일이었다.

    맛이… 없나?

    …….

    서걱서걱.

    꽁꽁 언 생선 살이 씹히는 소리가 실시간으로 울릴 무렵, 다알과 이모탈은 조금 걱정스러워진 눈빛을 교환했다.

    하지만 다행히 그들이 걱정하는 이유 탓에 인간의 표정이 굳은 것은 아니었다.

    ‘이런 맛은 처음 느껴봐. 깜짝 놀랐네.’

    그저 단지 생소했을 뿐이다.

    언 회의 맛이 이렇게나 날생선과 다를 줄이야.

    얇게 썰어낸 탓인지 얼어붙어 있음에도 딱딱하지 않고, 따뜻한 입 안에 회가 닿자마자 사르르 혀 위에서 녹는 것이 신기했다.

    그는 처음에 이 많은 살을 어떻게 해동해서 먹나, 언 것이 녹을 때 맛이 변해버리진 않을까 고민한 것도 사실이었다.

    ‘익숙하지 않아서 그렇지 먹다 보니 괜찮은걸? 아니, 오히려 좋아.’

    하지만 이런 맛이라면 굳이 냉동된 씨 서펜트를 녹이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아이스크림처럼 시원한 횟감이 씹히며 내는 이 묘한 단맛, 게다가 온도가 낮은 탓인지 비린 냄새도 거의 나지 않고 말이지.

    ‘별미네. 입맛 없을 때 이런 걸 먹으면 기운이 날지도 몰라.’

    따라서 그는 이번 식사에 꽤 만족했다.

    물론 아무리 그가 행복하게 음식을 먹고 있다더라도 주변인의 시선마저 절로 고와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우와… 저쪽 좀 봐. 씨 서펜트를 가지고 대팻밥을 먹고 있어.

    제대로 소금이랑 후추까지 쳐서 먹을 기세로구만.

    구웩.

    헛구역질까지 해가며 곁눈질로 충격적인 참상을 지켜보던 모험가들이 몇 마디 보태었을까.

    …….

    그 말을 우연히 듣게 된 마롱은 잠시 허공을 바라보더니 이내 무언가를 쑥 꺼냈다.

    …….

    …….

    …….

    소금과 후추였다.

    귀한 인물을 대접할 적에나 쓴다는 하얀 소금과 한 줌으로 가축도 거뜬히 살 수 있는 후추, 이 두 가지 재료를 지금 이 자리에서 꺼낸 게 무슨 뜻이겠는가.

    그는 직후 자신이 먹던 마물의 살점에 소금과 후추를 버무렸다.

    여기에 양파까지 더해졌다면 더 완벽했겠지만, 어쨌든 그가 지금 만들어 낸 것이 북방의 추운 지역에서 접할 수 있는 스트로가니나였음을 정작 본인은 몰랐다.

    ……!

    그리고 소금과 후추를 쳐서 먹는 게 제대로 된 것이란 말에 혹해서 저지른 일치고 결과는 나쁘지 않은 모양이었다.

    이후 그는 말없이 소금과 후추로 간이 된 씨 서펜트를 연신 집어 먹었으니 말이다.

    …….

    찹찹찹.

    척 봐도 맛있는 요리를 기분 좋게 먹는 듯한 소리가 들렸지만 주변의 분위기는 냉랭하기만 했다.

    심지어 다알과 이모탈은 이 꼴을 보고 있어야 한다는 끔찍함과 이걸 차마 말리지 못한다는 자괴감이 더해져 온몸을 뒤틀기 시작했다.

    마롱이 접시에 담긴 씨 서펜트 회를 절반쯤 비울 적엔 두 사람 모두 환장하겠다는 걸 온몸으로 표현하듯 제 머리를 싸매고 브리지 자세를 하고 있었다.

    어, 음… 그래요. 그렇네요. 여러분께…는 아무튼 감사드리고.

    조만간 저희가 노고에 상응하는 선물을 보내드릴 테니 받아주세요…….

    …주인마님께서 그렇다고 하십니다.

    게다가 이 광경을 지켜보는 게 힘든 건 귀족 부부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그들은 떨떠름하기 그지없는 얼굴로 다급히 이야기를 마치고 도망치듯 사라져 버렸다.

    처음엔 그리도 당당한 어조로 말하더니 끝으론 개미굴에 기어들어 갈 듯한 작은 목소리가 되어버린 것도 제법 우스웠다.

    어떡해…….

    마롱은 맛있는 식사를 진행하고 브리지 자세를 하고 있던 이모탈과 다알이 겨우 털레털레 일어났을 무렵이다.

    저 파티, 어딘가의 불모지에서 왔나 봐요…….

    어머머, 어쩜 좋아. 아무리 먹을 것이 없기로서니 마물을… 저러다 송장 치르겠어.

    주변 모험가들의 반응도 어느덧 마물식에 대한 공포와 혐오감을 넘어 어째서 마물 같은 걸 먹느냔 동정의 시선이 되어있었다.

    그 꼬락서니를 실시간으로 지켜보던 카리벨루그는 이제 될 대로 되라는 듯 마롱의 옆에 앉아 제 몫의 타르트를 꺼냈고 말이다.

    미치겠군. 주변에 있는 녀석들이 이 꼴을 보며 한마디씩 보태는 꼴 좀 보거라.

    됐다뇨. 여기 있는 거 대부분이 인간인데 인간에게 뭐라 생각되든 신경 안 쓴다링.

    이 파티를 치하하기 위해 왔다던 베슈타르 후작도 어느덧 도망쳤고, 주변의 모험가들도 이젠 차마 마물을 먹는 꼴이 역겨워서 바라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어느덧 끌렸던 이목이 한산해져 조금 나은 분위기가 되었을 무렵, 너털거리는 걸음으로 앉아있는 마롱의 근처로 다가와 둘러앉은 이모탈과 다알은 한참 동안 침묵했다.

    …….

    그리고 잠시 뒤 진중한 표정으로 파티의 리더가 소릴 내었다.

    마롱.

    마롱은 부름에 먹던 것을 멈춘 채 그녀를 바라봤다.

    그의 손에 들린 생선 살이 대패 삼겹살처럼 살짝 둥그렇게 말려있는 것에 한참이나 시선을 주던 이모탈은 자신의 두 손을 굳게 마주 잡은 채로 목소리를 내리깔았다.

    마물을 먹는 것까진 평소 같아서 그렇다 치는데… 아무리 그래도 적어도 구워 먹어주면 안 되겠냐뇨.

    배탈 난다고 진심으로 걱정하는 건지, 아니면 정말 화난 건지 분간이 안 되는 어조로 진중히 말하는 이모탈의 모습에 마롱이 조용히 눈을 깜빡였다.

    그는 뒤늦게 생각한다.

    ‘그러고 보니 여기선 회라는 음식이 드물겠지.’

    이미 얼어붙은 회를 한 접시 거하게 먹고 난 뒤에 떠올린 생각이었다.

    아무리 마법이 날고 기는 세상이라 한들 유통 체계가 조악한 건 변함이 없다.

    내륙 지방에선 대부분 소금 따위로 절인 생선밖에 접하지 못할 테고, 그런 만큼 이세계인들이 날생선을 섭취하는 걸 생소하게 느끼는 건 당연했다.

    그래서 이모탈도 회 먹는 걸 보고 거부감을 느꼈겠거니 여긴 마롱은 고개를 끄덕이며 먹던 씨 서펜트 살점을 이모탈에게 내어줬다.

    그래. 이제 네가 무슨 말 하고 싶은지 알겠다링. ‘이건 맛있으니 날로 먹어도 괜찮아.’라는 거지뇨? 확인차 먹어보라는 둥 나한테 주는 거고뇨?

    잘 아네.

    알긴 뭘 아냐링. 너랑 같이 다닌 지 벌써 4개월 차인데 그 대가리 속에 뭐가 들었는지 아직 모르겠다고뇨.

    물론 매몰차게 거절당했다.

    ‘씨 서펜트 스트로가니나’를 들이밀자 털을 세우며 질색하는 이모탈의 모습에 마롱은 잠시 그녀가 고양잇과가 아니라 갯과 수인이라 생선이 싫은 걸까 하는 쓸모없는 생각을 잠시 떠올린다.

    저번엔 뱀도 먹으려 들더니 이번엔 날생선? 굳이 마물식이 아니더라도 이 녀석은 식중독으로 명을 달리했을 거다.

    하지만 그의 생식에 반대하는 것이 어디 하나랴.

    고개를 들어 눈치를 살피니 너 나 할 것 없이 파티원 모두가 게슴츠레한 얼굴인지라 마롱은 조금 억울한 심정이 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맛있는데.’

    언 생선은 그 안에 가득 감칠맛이 가둬져 있어 맛있었다.

    게다가 차가운 온도와 갈아 넣은 후추 덕에 바다 생물 특유의 비린 냄새는 전혀 나지 않고, 입 안에서 꼬들꼬들하게 씹히는 식감은 다른 것으로 대체조차 할 수 없었다.

    이 정도면 당장에라도 얼어붙은 씨 서펜트가 얼마나 맛있는지에 대해 발표라도 하고 싶은 기분이다.

    …….

    물론 과묵하기로는 이 파티에서 첫째로 꼽히는 그가 그럴 리는 없었다.

    마롱은 한참 생각하다 그냥 조용히 식사에나 집중하자 결론 내리며 포크를 움직였다.

    다시금 입 안에서 탱글탱글한 씨 서펜트 육질이 씹히는 소리가 들린다.

    우리 파티 이미지는 망했다뇨. 모두가 마물이나 먹는 괴식가라고 인식할지도 모른다링.

    두툼한 회를 한 움큼 입에 넣고 씹는 묵직한 저작음에 이모탈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하지만 이번 말만큼은 그냥 넘어갈 수 없었는지 회를 먹던 마롱은 입 안에 든 음식을 모두 삼킨 뒤 곧장 고개를 치들었다.

    그 전에 이미 인간 차별주의라고 소문나 있겠지.

    그건 사실이니 소문나도 되는데링?

    …….

    이번에 할 말을 잃게 된 건 방패병 쪽이었다.

    너무도 당당한 이모탈의 태도에 그가 그릇을 쥔 채로 멍하니 있을 때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은룡이 인자하게 웃어 보였다.

    이보게, 다알리아.

    이어서 타르트를 먹은 손을 털며 카리벨루그가 입을 연다.

    내 곰곰이 생각해 봤네만, 나도 나름대로 인류를 지키기 위해 온 거잖나?

    그렇지요.

    그런데 요즘 들어 문득 내가 파티를 잘못 찾아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네.

    이제라도 눈치채셔서 다행입니다.

    다알은 텅 빈 눈으로 먼 곳의 무너진 건물을 바라보며 답해줬다.

    오늘따라 손에 쥔 사과에서 쓴맛이 났다.

    * * *

    다음 날 아침, 영원히 희망이 없을 것만 같던 베슈타르에도 새로운 해는 떠오르게 되었다.

    의뢰를 끝마치고 길드의 수속까지 마치자 모험가들은 하나둘 마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개중엔 베슈타르에 남는 파티도 많았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우리들이었다.

    모처럼 베슈타르에 왔으니 해산물을 먹고 싶다고?

    도시의 재건을 돕는 의뢰를 하기 위해? 그건 아니다.

    우리가 남은 이유는 그보다도 간단했다.

    바로 관광 때문이었다.

    이 먼 영지까지 왔음에도 특산물인 생선 하나 먹지 못한다면 억울하지 않겠는가.

    흠. 그런 일이 있고도 바로 다음 날 장사를 할지는 의문이다만, 인간 녀석 따윈 멱이라도 틀어쥐면 생선쯤이야 팔겠지?

    따라서 나는 파티원들에게 하루만 더 베슈타르에 체류하면 안 되느냐 물었고 이 의견은 세 명의 찬성과 한 명의 반대로 결국 통과되었다.

    이모탈은 이 근처 바람에 소금기가 있어 기분 나쁘단 이유로 집에 가고 싶어 해서 반대를, 카리벨루그는 어제 하루 종일 걸어 다녀 허리가 아프니 좀 쉬었다 이동하고 싶다며 찬성을 했다.

    그리고 다알은… 글쎄, 그는 어째서 내 말에 따라준 건지 모르겠다. 그냥일까?

    아무튼 결정이다링― 우리 파티는 베슈타르에 잔류한다뇨. 기한은 내일 일몰까지다링. 이상!

    여하튼 간에 그렇게 결론 내린 파티의 행보 덕에 나는 이렇게 다음 날을 맞이하게 되었다. 반쯤 무너진 여관방에서 잠을 잔 것치곤 개운한 기분이 들었다.

    ‘바다 근처에서 갓 잡아 올린 횟감을 먹으면 맛이 없을 리가 없어. 이곳 사람들은 생선을 손질하는 솜씨도 좋겠지.’

    끼익.

    잠에서 깨자마자 내가 묵었던 여관방의 창문을 열어젖힌 뒤 베슈타르의 전경을 살폈다.

    이 여관 근처는 건물을 모조리 다시 짓는 게 나을 정도로 파손이 심했지만, 다행히 생선을 파는 장터거리 방향은 무사하다고 들었다.

    우리 파티가 그 거리에 나타난 많은 마물을 앞장서 쓰러트린 덕분이었다.

    ‘사람은 역시 착하게 살고 봐야 해.’

    그럼 그쪽은 건물도 무너지지 않았으니 상인 한 명 정도는 나오지 않았으려나 싶었던 나는 곧이어 아드라마에서 샀던 외출복 차림으로 길을 나섰다.

    ‘바다 냄새……!’

    그런데 바깥으로 나와보니 동쪽에서부터 불어오는 바람에 묘하게 바다의 냄새가 스며들어 있었다.

    어제는 숨 가쁜 전투 탓이었는지, 혹은 배고파서였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한 부분이었다.

    …….

    해안가라는 건 역시 좋다.

    괜히 해안 지역이 역사적으로 유구히 피서지나 여행지가 되었겠는가.

    이 바다 냄새가 배어있는 바람과 맑은 햇볕, 더불어 먼발치로 보이는 푸른 바다의 모습이 나쁘지 않았다.

    ‘어제의 일만 아니었다면…….’

    게다가 이 영지는 제법 부유한 편에 속했으니 마물에 의해 박살 나지만 않았더라면 도시의 거리도 멋진 편에 속했으리라.

    베슈타르는 정말이지 살기 좋은 곳이다.

    …….

    그리고 그 지상 낙원을 하루아침에 폐허로 만드는 것이 던전 하나가 지닌 힘이었다.

    어이― 그쪽 자재들 이리로 넘겨!

    지금 갑니다!

    못은 이 정도 간격으로 박으면 되는 건가요?

    시장으로 가는 길 사이 무너진 건물의 잔해 틈틈이 모험가나 용병, 목수의 목소리가 들린다. 재해 직후 길드에서 발주된 도시 복구 의뢰에 응한 인물들이었다.

    우리 파티는 굳이 끼어들지 않아도 될 만큼 이 복구 의뢰를 수락한 모험가들은 많았기에 지금도 이렇게 시끌시끌하게 토벌에서 봤던 다수의 인물이 베슈타르에 남아있었다.

    …….

    하지만 그 부분엔 흥미가 없었던 나는 못질하는 목수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걸음을 재촉했다.

    이제 몇 골목만 더 지나면 드디어 바라던 생선 요리를 먹을 수 있다.

    두 시간 뒤.

    흠, 슬슬 돌아가야지…….

    사아아.

    잔잔한 파도가 들이치는 해안가에서 한 엘프가 시계탑을 바라본다.

    이곳은 베슈타르의 동부 바다.

    어째서인지 홀로 나와 바다를 구경하고 있던 다알은 이제 슬슬 동료들이 기다리리란 생각에 걸음을 돌렸다.

    쯧, 여기나 저기나 죄다 인간이로군. 인간 냄새를 맡느니 차라리 생선을 핥지.

    코가 비뚤어질 것 같다며 평소처럼 인간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기도 몇 분, 무너진 건물의 잔해를 피해 여관으로 돌아가는 길목에 들어선 그는 행로의 끝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다.

    음?

    넓적하게 위로 솟은 귀에 적색에 가까운 강렬한 체모를 지닌 수인이라.

    이쯤 되면 뻔했다. 멀리서 봐도 한눈에 알아챌 만큼 키가 크기도 했고 말이다. 그녀는 다름 아닌 파티의 일원인 프리스트였다.

    이봐, 이모탈!

    얼라리, 다알이냐링? 네가 왜 밖에 나와있는 거냐링?

    그냥 바람이나 좀 쐴 겸 해서 말이다. 그러는 너야말로 왜 여기 있는 거냐?

    베슈타르의 민가가 펼쳐진 주거 지역에서 우연히 이모탈을 만나게 된 다알은 처음엔 반가워하다가 그녀의 몰골을 살피곤 의아한 얼굴이 되었다.

    밖에 나와있는 것까진 그렇다 쳐도 그녀는 어째서 돌가루 같은 것을 잔뜩 뒤집어쓴 몰골이란 말인가?

    아, 그게…….

    하지만 그 의문은 얼마 안 가 해결됐다.

    이모탈이 다알의 눈치를 보더니 너털웃음을 지으며 스스로 이유를 말해준 탓이었다.

    심심해서 시간도 죽일 겸 복구 작업 도와주고 오는 길이다뇨. 돈도 받았다링!

    그렇다면 카리 님은 홀로 두고 온 거냐?

    애도 아니고 몇천 살이나 먹었으면 알아서 지내겠지뇨. 나보고 놀아주고 있기라도 하라고뇨?

    혼자 놔두면 위험한 사고라도 칠까 그렇지. 됐다. 내가 어서 돌아가 지켜보고 있으면 될 터이니.

    툭툭.

    공사를 돕느라 뒤집어쓴 석재 가루를 털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던 다알은 등에 붙은 먼지를 떼는 것을 도왔다.

    그렇게 선 자리에서 한참이나 먼지를 털어낸 뒤에야 그들은 함께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너도 이대로 들어가려고?

    그렇다링. 가서 씻고, 밥을 대충 먹고, 수배해 둔 마차가 오기까진 꽤 남았으니 낮잠이나… 엥?

    뭐야, 갑자기 왜 그래?

    그런데 길목을 따라 걸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갑자기 이모탈이 귀를 쫑긋 세우고 제자리에 섰다.

    그러곤 미간을 좁힌 표정으로 코를 몇 번 킁킁거리더니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겠는가.

    마롱 냄새가 난다뇨.

    마롱?

    이 근처에 있나 본데뇨? 걔 장터 간다고 하지 않았냐링?

    이쯤이면 살 것은 다 살 시간이긴 하지.

    마롱이라.

    확실히 그가 생선이 먹고 싶다며 뛰쳐나간 지 얼추 두 시간이 지난 무렵이니 이제 슬슬 이쪽 길목 근처로 돌아올 때가 되긴 했다.

    그렇다면 앞에 보이는 사거리쯤에서 합류해 다 같이 여관으로 돌아가면 되려나 싶어 다알은 잠시 걸음을 멈췄다.

    아! 저쪽 방향에서 냄새가 강하게… 저기 있네뇨!

    어라? 저 녀석……?

    뭐냐뇨. 왜 저러지뇨?

    저 멀리 장대처럼 큰 키를 지닌 인간 하나가 길목에서 튀어나오는 것이 보인다. 그들이 으레 봐왔던 마롱의 평상복 차림이었다.

    그런데 길모퉁이에서 불쑥 튀어나온 인간의 행동이 조금 이상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무언가에 쫓기듯 주변을 연신 두리번거리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어이! 마롱~!

    게다가 방금 막 뜀박질을 한 사람처럼 숨을 몰아쉬기도 했다. 거기에 옷차림은 가벼운데 어째서 투구만은 다시 쓰고 있단 말인가?

    ……!

    그렇게 불안한 모양새의 마롱을 이모탈이 큰 목소리로 부르니 그는 자신의 동료들을 발견하고 멈춰 섰다가 곧이어 반쯤 달리는 듯한 빠른 걸음으로 이쪽까지 다가왔다.

    아까부터 뭐 찾기라도 하는 거냐링? 왜 그렇게…….

    성큼성큼 거침없이 걸음을 옮긴 그는 투구를 쓰고 있어 표정을 볼 수 없었는데, 잠시 뒤 서로의 목소리가 닿을 거리까지 도착하자 인간이 가장 먼저 꺼낸 말은 이것이었다.

    이모탈, 당장 아드라마로 돌아가자.

    뭐라고?

    아니, 잠깐만.

    분명 이 인간은 아침까지만 하더라도 베슈타르의 해산물을 먹을 생각에 들떠있지 않았던가?

    아드라마로? 당장?

    …….

    갑자기 무슨 일이냐링?

    따라서 그녀로선 이해가 안 가는 제안인지라 혹여 시장에서 사 먹은 물고기의 맛이 끔찍하기라도 했나 싶어 조심스레 인간에게 이유를 물었다.

    하지만 곧이어 그의 입에서 조심스레 흘러나온 이유는 전혀 상상도 못 한 것이었다.

    이곳 사람들은 너무 경박해.

    ……?

    경…박하다고?

    식은땀을 내며 힘겹게 답하는 그의 말에 두 동료가 얼빠져 있을 때였다.

    "이런 건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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