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over millions of ebooks, audiobooks, and so much more with a free trial

Only $11.99/month after trial. Cancel anytime.

던전 미식가 6권
던전 미식가 6권
던전 미식가 6권
Ebook267 pages2 hours

던전 미식가 6권

Rating: 0 out of 5 stars

()

Read preview

About this ebook

눈 떠보니 내가 모험가를 대학살한 괴물? 용사를 죽였다고? 하지만 무엇보다도 배가 너무나 고파. 일단은 밥. 밥부터 먹고 생각하자.

Language한국어
PublisherWHISTLE BOOK
Release dateNov 16, 2020
ISBN9791132778462
던전 미식가 6권

Related to 던전 미식가 6권

Titles in the series (13)

View More

Related ebooks

Reviews for 던전 미식가 6권

Rating: 0 out of 5 stars
0 ratings

0 ratings0 reviews

What did you think?

Tap to rate

Review must be at least 10 words

    Book preview

    던전 미식가 6권 - 대대원

    Recipe 1. 코카트리스 타르트 (1)

    아드라마, 여관 다프네.

    ‘이젠 정말 밥 먹을 수 있다.’

    드디어 포가튼과의 일이 끝났다.

    물론 드래곤이 우리 파티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힌 것은 꽤 큰 정보지만 뭐 어떠랴. 세간에 밝혀져도 죄가 되진 않는다.

    ‘잘 판단한 거겠지. 카리벨루그를 드래곤이라 소개하며 시작하지 않고선 대화가 진행되지 않아.’

    게다가 그쪽도 어찌 됐든 도적 길드니까 카리벨루그를 다른 종족으로 둘러대며 이테룸교와 사룡에 대해 대화해 봤자 이상한 오해만 생길 수도 있었다.

    ‘살바토르를 먼저 찾게 되더라도 손대지 말고 보고하란 말도 잘 지키겠지.’

    뭐니 뭐니 해도 드래곤이 직접 겁박했으니 포가튼 쪽에서도 좀 더 행동에 주의를 기울일 터다.

    그러니 나는 조금이라도 빨리 페어리의 피와 핫케이크 간의 궁합을 확인하고 싶었기에 함께 식당에 내려가 겸상하겠느냐는 동료들의 말도 거절하고 방으로 돌아왔다.

    ‘아, 그런데 밑에 뭔가 깔지 않으면…….’

    그럼 이제 페어리의 피를 짜봐야겠다.

    몇 번의 시식과 이모탈의 상태 이상 해제 스킬 ‘큐어’의 반복으로 나는 그것의 살은 맛이 별로란 걸 깨달았으니까 결국 먹을 것은 이 맑은 루비색의 피뿐이다.

    꽈아악.

    페어리의 피는 한 개체당 얼마 나오지 않았지만 그만큼 맛있었다.

    귀하게 먹을 가치가 있었다.

    ‘유리병을 준비해야 했는데…….’

    페어리의 종류에 따라 단맛의 강도가 묘하게 달랐지만, 하나같이 고급스러운 사탕처럼 눈이 즐겁도록 빛깔이 좋았고 모두가 일품의 꽃꿀만을 모은 것처럼 산뜻이 달콤했다.

    기분 좋은 단맛이란 게 딱 이런 걸 가리키는 거겠지.

    과하게 단 건 오히려 혀만 아리게 만들 뿐이야.

    …….

    아무튼,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천을 깐 자리에 희고 넓적한 수프 그릇을 올리고 그 위에 페어리를 다섯 마리쯤 짜내니 드디어 페어리의 피가 모였다.

    …….

    마물치곤 드물게도 귀여운 모양새라 동료들은 페어리가 혐오감이 덜 든다던데 이렇게 사체를 짜내는 걸 눈앞에서 보면 기겁하겠지…….

    ‘알 게 뭐람.’

    하지만 어차피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었으니 신경 끄고 나는 잼 나이프, 방금 식당에서 먹다 남긴 핫케이크, 그리고 페어리의 꾸덕한 혈액을 나란히 두고 식사를 시작했다.

    ‘페어리의 피를 먹으면 과연 살이 찔까, 안 찔까.’

    갓 구운 핫케이크 색은 좋구나.

    알맞게 익은 브라운 빛깔의 폭신한 핫케이크에 시선을 두던 나는 곧바로 나이프로 페어리의 피를 듬뿍 떠서 펴 발랐다.

    ‘단맛이 나니까… 어떻게든 에너지가 될 것 같은데.’

    나는 이내 핫케이크를 적당한 크기로 썰어 포크로 푹 찍은 뒤 입에 한 점 넣고 씹었다.

    …….

    찐득, 이빨 사이에 달라붙는 끈적한 질감의 페어리 피가 핫케이크와 어우러져 입 안에서 씹힌다.

    ……!

    그리고 나는 그 한 입만으로도 깨달았다.

    ‘이건 밀가루와 어울리는구나.’

    무조건 밀가루다.

    팬케이크든 식빵이든, 혹은 타르트의 바닐라 껍질이라도 좋았다.

    페어리의 피는 밀가루로 만든 음식과 찰떡궁합이다.

    ‘이런 잼이 있다면 같은 중량의 딸기잼에 열 배 가격이어도 샀겠어.’

    이건 일종의 이세계용 조미료는 아닐까.

    어떤 맛없고 푸석푸석한 빵이라 해도 페어리의 피를 한 움큼 끼얹어 준다면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적당히 끈기가 있는 질감 덕택에 마치 브라우니처럼 아무리 씹어도 입 안에서 단맛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새콤달콤한 맛을 북돋는 특유의 향기 덕에 끝 맛이 오히려 과일셔벗이라도 먹은 듯 깔끔한 느낌이다.

    ‘이 맛에 살지.’

    정말 맛있네. 특히나 단맛이 귀한 이세계에선 거의 혁신 아니야?

    차라리 달큼하기만 했으면 모른다. 고급진 와인처럼 적당히 산화된 듯한 신맛까지 있으니 핫케이크가 끝도 없이 목구멍으로 넘어 들어간다.

    마치 혀에 착 달라붙는 듯한 맛이 났다.

    ‘다음엔 다른 빵에 발라볼까.’

    부수재 없이도 홀로 완벽한 맛을 내는 페어리의 피라니…….

    나는 그것의 맛을 음미하며 한참이나 핫케이크를 나누어 먹었고 이윽고 점심 식사가 끝날 즘에 생각했다.

    ‘아니, 그것보단… 그래, 그걸 먼저 만들어 보자.’

    곧이어 남은 오후 동안 할 일을 결정했다.

    ‘그건 나도 만들 수 있지.’

    팔라친키를 만들자.

    전생에 어렴풋이 먹은 기억이 있으니까.

    풍성한 두께로 이것저것 넣어 팔던 가게의 크레이프와 묘하게 분위기가 달랐던, 마트의 믹스로 대충 만들어 먹던 그 디저트.

    ‘크레이프하고 뭐가 다른지 잘 모르겠지만.’

    이상하게도 이쪽 세계에서는 비슷한 음식을 통틀어 대부분 ‘팔라친키’라고 불렀다.

    어쩌면 이것도 다른 전생자의 사소한 흔적일까.

    모를 일이다.

    그날 저녁.

    아드라마에도 어느덧 밤이 찾아왔다.

    아, 맛있다뇨! 여기 수프 잘한다뇨.

    역시 엘프가 조리하는 건 뭐가 달라도 다르단 말이지.

    엉망진창 파티의 관련자들은 모처럼의 회식을 가졌다.

    이모탈, 다알, 마롱, 아우룸, 거기에 카리벨루그까지 새로운 동료가 생긴 지 얼마 안 된 참이니 친목 도모를 겸하자는 의미에서 함께 저녁을 먹기로 했다.

    이곳은 엘프가 운영한다던 식당인데 이런 늦은 시간엔 의외로 손님이 없는 모양인지 한산했다.

    따라서 그런 넓은 식당의 테이블에서 도란도란 밥을 먹던 도중이었다.

    …….

    스윽.

    다른 이들이 식사하는 모습을 구경하던 카리벨루그에게 무언가 내밀어진다.

    음? 이게 뭔가, 자네.

    그녀의 곁에 앉아있던 인간이 소지품함에서 무언가를 꺼낸 것이었다.

    흰 접시 위에 담긴 그것은 척 보아도 먹을 것 같아 보였는데 정말 뭘까.

    원반처럼 납작하게 구워진 빵이 돌돌 말려있고 그 안엔 다홍색 잼과 작은 숲 베리 열매가 가득 채워져 있다.

    …….

    이것도 인간들이 먹는 디저트인가? 생긴 것이 참 묘하군. 근처에서 이런 걸 파는 건 본 적 없네만.

    제가 만든 건데요.

    카리벨루그는 마롱의 대답을 듣고 제법 놀란 눈초리가 됐다.

    이 인간이 직접 요리를 해 온 것이라니? 어째서 이런 걸 자신에게 주는 건지 의도를 파악하기 힘들었다.

    ‘이 색을 좀 보라지. 분명 혀가 썩도록 달 게야. 입맛에 맞지 않을 것이 뻔한데…….’

    하지만 준 것을 바로 물리긴 좀 그렇고 맛이라도 봐주어야 예의인가 싶어 카리벨루그는 어쩔 수 없단 낯으로 포크와 나이프를 이용해 그것을 잘라냈다.

    흠…….

    팔라친키의 3분의 1 정도를 자르니 안에 있던 정체불명의 루비색 액체가 끈적하게 흘러내린다.

    슬라임 같은 점도를 지닌 그것 사이에 엘프들이 지내는 숲에서 으레 난다는 숲 베리 알갱이가 설핏 보였다.

    ‘이 인간, 이럴 돈이 있으면 집이나 살 것이지.’

    단것 사이에 또다시 단것이라.

    이번에도 입맛 버릴 것이 뻔하지만 드래곤의 아량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이윽고 카리벨루그는 잘라낸 팔라친키의 빵 부분과 잼, 그리고 숲 베리를 한입에 넣었다.

    …….

    오물오물.

    이건 제법 부드러운 후식이었기에 그녀는 무리 없이 팔라친키를 씹을 수 있었다.

    …….

    음……?

    그런데 어느덧 이 테이블의 모든 파티원이 숨죽이고 그녀의 안색을 살피는 사이 카리벨루그의 표정이 점진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흠, 음.

    턱을 움직여 음식을 씹을수록 시무룩하던 얼굴에서 골똘히 생각하는 듯한 표정, 이윽고는 파앗, 화색이 도는 낯이 되는 것이다.

    입 안에 퍼지는 적절한 달콤함과 따뜻하게 익힌 팬케이크, 거기에 톡톡 터지며 식감을 더하는 숲 열매라니.

    ……!

    카리벨루그가 눈빛에 한가득 흥미로움을 담아냈다.

    그러고는 부지런히 나이프와 포크를 움직여 팔라친키를 먹어 치워갔다.

    어느덧 마지막 한 입 정도만을 남겼을 때다.

    맛…있구나.

    자신의 입을 냅킨으로 깨끗하게 닦은 그녀가 한마디를 남겼다.

    …그래. 이건 맛이 있어. 이런 감각을 느껴본 것이 얼마 만이지.

    단순한 감상이라기보단 카리벨루그는 무언가의 추억에 잠긴 것 같기도, 깊은 고심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따뜻하고 편안한 맛이라네. 나는… 그래, 이런 단것이 먹고 싶었어.

    그릇에 남은 팔라친키와 붉은 시럽까지 알뜰히 모아 전부 먹은 카리벨루그는 미묘한 얼굴을 하다가 곧이어 고개를 돌려 이 요리를 내온 인간을 바라봤다.

    정말 맛있다네. 음식을 먹는 행위가 즐겁다는 것이 이제야 떠올랐을 정도로 말이네.

    …….

    하지만 저번부터 궁금했네만 어째서 자넨 나에게 자꾸만 단것을 구해다 주는 겐가?

    저번의 아이스크림 건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실망했을 텐데 이 늙은이에게 무얼 바라고 음식을 바치냐는 말을 내뱉으며 카리벨루그가 자조적으로 웃는다.

    뭔가 드시는 편이 건강에 좋지 않나요.

    난 마법사니 말이네. 육체가 조금 삭았다 하여 전력엔 차이 없네만.

    그런가요.

    마롱 글라세, 그는 얼굴 근육 하나 움찔하지 않는 고요한 표정으로 응대한다.

    그럼 그냥 드세요. 맛있잖아요.

    어차피 큰 뜻으로 벌인 일은 아니다.

    기왕이면 같이 다닐 노인을 굶기는 것보다야 뭐라도 먹이는 편이 그의 마음에 편한 것뿐이었다.

    그냥…인 겐가.

    그런 마롱의 건조한 대답을 들은 은룡은 잠시 시선을 돌렸다.

    용은 엘프처럼 기억력이 좋진 않다.

    고작해야 천 년 정도라도 엘프들처럼 완벽히 기억했다간 미쳐버릴 것이다.

    …….

    그러니 가끔 중요한 장면이나 정보를 보존하기 위해 기억 저장 마법을 쓰지만 그런 것은 살아온 일생에 비하면 찰나에 불과할 뿐이다.

    따라서 이 드래곤의 지난 수천 년의 기억 중 대부분은 바닷속에 가라앉은 쓰레기처럼 잊힌 상태였다.

    허허, 그냥 맛있어서 먹어보라니.

    하지만 지금 은룡의 머릿속엔 잠겨있던 기억 중 하나가 떠올랐다.

    자신의 얼굴에 주름 하나 없었던 젊은 날의 기억이었다.

    ‘카리벨루그 님! 카리벨루그 님! 이것 좀 먹어보셔요. 저희 부족이 대대로 귀하게 키워온 은혜의 열매여요.’

    ‘이런 작은 열매를 먹어봤자 나는 배부르지 않단다.’

    ‘하지만 정말 맛있는걸요.’

    ‘모든 물질은 맛을 지니고 있다만.’

    ‘카리벨루그 님은 맛있다를 모르시는 건가요? 단순한 짠맛, 신맛을 말하는 게 아니어요.’

    작은 아기 거북일 적부터 키워오던 사랑스러운 수인들…….

    인간들에게 핍박받던 거북이를 닮은 수인들에게 자신의 보금자리 한편을 내어주어 함께 살 적엔 제법 즐거웠지.

    ‘맛있다는 건 행복하단 거여요. 그리고 저흰 카리벨루그 님이 행복하시면 좋겠으니 이걸 드리고 싶어요!’

    ‘그렇다면 나는 그 맛있다는 것에 무슨 대가를 지불하면 되는 거지?’

    ‘대가요?’

    그녀는 아무리 늙더라도 자신이 길렀던 모든 수인들의 얼굴은 잊지 않았다.

    그들의 이름이 무엇인지, 생김새는 어떠했는지, 자신을 졸졸 따르는 그 귀여운 행동은 또 어떠했는지…….

    ‘그냥 카리벨루그 님이 맛있음을 느껴주시는 것으로 충분한 것이어요.’

    정말 귀엽지, 수인이란.

    둥지의 금은보화를 노리고서 같잖은 검을 들이밀던 멍청한 과거의 인간보다야 그것들은 너무나도 귀여웠는데.

    …….

    잠시 동안 떠오른 기억을 곱씹던 그녀는 이윽고 다시 고개를 들어 인간을 향해 말했다.

    자네… 이걸 다음에도 만들어 줄 수 있겠나?

    …….

    고맙네.

    인간은 그 제안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으로 얼추 훈훈한 저녁 식사 시간이 끝났을까.

    그나저나 정말 놀라워! 그 어떤 꽃도 이리 향긋하지 않고 어떤 꿀도 이리 고급스럽게 달지 않았다네. 이 잼은 무엇인 게야?

    덜걱.

    식사를 거의 다 끝내가던 다알과 이모탈의 식기가 부딪치는 소음을 냈다.

    몸을 뻣뻣하게 굳히기도 했다.

    그건…….

    그리고 요리를 진행한 당사자가 재료의 비밀을 말하려던 순간 덥석, 누군가가 마롱의 입을 틀어막았다.

    페―

    주, 중남부 산에서 수확하는 청엽앵의 열매를 짠 것일 겁니다뇨!!

    그건 식은땀을 물바가지로 부은 듯 흘리고 있던 다알이 한 행동이었고 동시에 거짓을 고한 것은 이모탈의 목소리였다.

    ‘설마하니 입맛에 맞을 줄은… 저걸 먹기 전에 역시 그릇을 엎었어야 했는데……!’

    ‘자기가 생각 없이 맛있게 먹어치운 것이 마물이란 걸 알면 아드라마가 두 번 불탈지도 모른다뇨……!’

    아무리 그래도 상대는 드래곤이지 않은가.

    드래곤의 심기를 거스르는 짓은 허투루라도 하고 싶지 않았던 그들은 결국 거짓을 고하기로 했다.

    그렇군. 청엽앵!

    …….

    아무튼, 앞으로도 잘 부탁함세. 종종 만들어 주시게나.

    이건 분명 선의의 거짓말일 것이다.

    드래곤의 저 밝은 표정과 마음을 깨부수고 싶진 않았던 그들은 그렇게 암묵적으로 합의를 보았다.

    …….

    그리고 이 상황에서 가장 다행인 건 마롱 글라세가 과묵한 방패병이라는 점이다.

    그는 곧이어 카리벨루그가 먹은 잼이 무엇인지 설명하기를 포기했으므로 곧이어 테이블에는 침묵이 내려앉았다.

    다음엔 둥그렇고 볼록한 빵에 이걸 바르는 것도 좋겠다네!

    결국은 잘된 일이다.

    카리벨루그는 그렇게 기분 좋은 상태로 하루를 끝마칠 수 있었다.

    맛있군! 새로이 되살아나는 기분이라네.

    다음 날 아침, 카리벨루그는 누군가가 준비해 준 조식을 받고 몹시 만족스러워하는 중이었다.

    따뜻하게 덥힌 우유에 정체불명의 분홍색 시럽을 섞어 마시는 달금한 음료와 갓 구운 쿠키 위에 찐득한 분홍 잼을 올린 것 말이다.

    역시 나는 인간들이 만드는 단것이 좋은 게야. 자네들도 좀 먹겠나?

    저흰 배부릅니다뇨.

    고작 그런 작은 걸 먹고?

    하나같이 디저트에 불과한 단것들이었지만, 카리벨루그는 인간이 내어준 단맛이 질리지도 않는지 쿠키 부스러기 하나 남기지 않고 아침을 먹어치웠다.

    ‘이렇게 잘 먹으면 곧 뼈가 덜 보이게 될지도 몰라. 원래 노인은 지방도 적당히 있어야 건강하댔어.’

    요리를 내온 요리사와 식객 모두가 만족하니 이 어찌 훌륭하지 않은 식탁일 수가 있겠는가.

    ‘저걸 만들려고 또 페어리를 그렇게 쥐어짜 낸 것이려나뇨…….’

    다른 두 사람은 조금쯤 미묘한 얼굴이 되기도 했지만 뭐 어떠랴. 아직까진 엉망진창 파티는 순항 중이다.

    * * *

    동부 아드라마.

    따사로운 햇볕에 빛나는 흰 외벽 건물들이 인상적인 동부의 도시 아드라마는 오늘 아침도 부지런한 시민들이 바삐 움직이는 모습들로 소란하다.

    후뇨~! 역시 아침마다 일어나기 너무 힘들다뇨.

    …….

    이 몸도 공감이다, 이모탈. 마롱 녀석은 매일 새벽같이 일어나는 듯하다마는.

    그러니 우리 파티도 시대의 흐름을 따라야 했다.

    아침 일찍부터 쓸 만한 의뢰를 받기 위해 모험가 길드에 출근한 결과로 이번엔 이런 의뢰를 수락하게 되었다.

    [콜네리오 침식지 보스 토벌(Lv. 50) (긴급)]

    [베이비 코카트리스의 십자 마정석 구합니다.]

    둘 모두 한 던전에서 처리할 수 있는 임무였다.

    ‘보스의 레벨이 우리 파티에 비해서 훨씬 낮지만 이건 되레 B등급인 우리가 도를 넘은 레벨을 지니고 있는 거니 당연해.’

    그렇다면 오늘도 카리벨루그의 마법으로 편리하게 이동할까 하는 기대에 우리들은 잠시 부풀었다.

    흠, 이 정도 거리라면 단기간에 움직이기엔 마력이 너무 많이 드네만. 자그마치 네 사람이나 옮겨야 하잖은가.

    이런.

    그녀가 안정적인 스킬 캐스팅을 위해선 꼬박 네 시간은 준비해야 한다 말하니 우리들은 그냥 마차를 타고 가기로 결정했다.

    ‘텔레포트’가 그런 스킬이었다고뇨? 몰랐다링.

    어쩐지… 아드라마의 텔레포트소는 보통 헬엠행이나 수도행, 탈라스행같이 도착지가 정해져 있더라니 미리 마법을 시전해 두느라 그런 거였군.

    하지만 ‘진짜’ 부자들은 자기가 원하는 목적지만 척척 골라 가겠지뇨~

    나도 어서 그런 떼부자가 되고 싶다며 장밋빛 미래를 그리던 이모탈은 이윽고 파티원 모두의 무기, 방어구, 포션 개수와 수납함의 빈 공간까지 철저히 체크했다.

    그나저나 마롱, 슬슬 투구 말고도 다른 아이템을 써도 좋지 않겠냐링? 그건 너무 구닥다리 디자인이잖아뇨.

    …….

    요즘은 시야를 제한하지 않도록 하면서도 기능 좋은 머리 보호구가 많다뇨. 네 머리의 경도를 생각하면 그냥 아무것도 안 써도 될 것 같지만 말이다링.

    그런 체크 과정 도중 내 투구가 조금 걸린 듯했지만 나는 이모탈의 말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요즘은 누구나 용사가 돼서 유명세를 탈 가능성이 있는 시대니 방패병들도 투구를 잘 안 쓴다고 했던가.’

    그냥 쭉 투구나 쓰기로 했다.

    아직은 이게 편했다. 심리적으로 안정감이 든다.

    흠, 알았다뇨. 그럼 당장 콜네리오로 향하자링! 이 기세로 조금만 고생하면 A등급 모험가가 되는 것도 꿈이 아니다링.

    그럼 이제 준비도 다 됐겠다, 우리들은 다시금 익숙한 마찻길에 오르기로 했다.

    콜네리오까지 10실버!

    뭐어?! 이 날강도 같으니라고뇨! 어딜 봐서 그 거리가 10실버냐링. 8실버!

    요즘 날이 더워 말들이 곧잘 지치곤 해서 말이오. 10실버. 절대 못 무른다오.

    크윽, 왕복으로 다닐 테니 좀 깎아라링!

    그럼 20실버.

    18!

    마차에 타기까지 여러모로 시간이 많이 들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역시 이모탈의 이런 면은 든든하다. 파티의 리더가 이런 기초적인 교섭 능력조차 없으면 얼마나 답답할까.

    파티의 대장이 되기 위한 세 가지 자질은 협상력, 행동력, 그리고 동료들을 유화시키는 친화력 아니던가.

    ‘난 셋 다 없지만.’

    그래서 나는 레벨이 높아도 절대 리더는 안 맡는다.

    달그락, 달그락, 달그락.

    ‘이 마차… 정비 안 한 지 꽤 된 거 아니야?’

    두 바퀴의 높이가 미묘하게 다른 건지 무엇인지 달리는 마차 위에서 연신 귀찮은 소음이 울렸다.

    지붕도 없고, 마치 소에게나 끌게 할 법한 협소한 나무판자 쪼가리의 집합체라니.

    이보게…….

    거기에 더욱 불행하게도 우리 파티 네 명은 죄다 키가 컸다.

    오죽하면 아드라마에서 ‘장신 이종족 파티’로 소문났을 정도로 신장이 평균 이상인 인물들만 모인 것이다.

    자네들은 이런 불편한 이동 수단을 잘도 쓰는군.

    그러니 지금 이곳의 꼴이 어떠하겠는가.

    우리는 지금 다들 서로의 다리가 부딪치지 않게 반쯤 구겨 앉은 상태로 털레털레 던전까지 실려 가는 중이다.

    이럴 바엔 각자 말이라도 타고 가는 게 어떻겠나?

    그게… 던전 안에선 말이 곧잘 죽고 밖에 묶어두면 도난이 너무 빈번해서뇨.

    쯧쯔, 남의 재물을 탐하여 좋을 일 없을진대.

    이런 상황에서 말조차 편히 못 하는 건 싫었으니 카리벨루그는 우리가 던전에 도착할 때까지 마부가 우리들의 목소리를 인지하지 못하도록 간단한 최면 스킬을 걸어두었다.

    본인 말로는 약한

    Enjoying the preview?
    Page 1 of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