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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미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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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미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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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떠보니 내가 모험가를 대학살한 괴물? 용사를 죽였다고? 하지만 무엇보다도 배가 너무나 고파. 일단은 밥. 밥부터 먹고 생각하자.

Language한국어
PublisherWHISTLE BOOK
Release dateNov 16, 2020
ISBN9791132785033
던전 미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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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던전 미식가 - 대대원

    1. 부록 : 제철 밥상 (여름) - 화채

    요 며칠 비가 연이어 내리더니 무더위가 찾아왔다. 어느덧 여름이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이 거대한 숲은 다른 지역보다 하절기가 온화했으니 다행이었다.

    여름이 되면 이 숲의 나무들은 푸른 잎사귀들을 울창히 돋아내 지붕을 이룬다. 이 지붕으로 하늘에서 내리쬐는 여름 볕을 피할 수 있었다.

    더불어 근처에 얼음처럼 차가운 계곡물이 있기도 하고, 나무들이 수증기를 내기도 하고…….

    이 숲이 더위와 거리가 먼 것은 이처럼 복합적인 이유로 인한 현상이다. 그러나 숲에 사는 당사자들은 이 모든 것이 세계수의 가호 덕이라며 뭉뚱그려 표현하곤 했다.

    내 누이께 들은 이야기인데, 작년 이맘때 불꽃 마법을 다루는 마물의 습격을 막느라 숲이 꽤 상했다지 뭐야.

    확실히 나무가 줄었네.

    그래서인지 올여름은 유난히 더워! 내가 어릴 적에는 부채 하나 없이도 그늘에만 있으면 시원했다고. 하지만 봐라, 나무 몇 그루 없어지니 흙바닥이 뜨끈뜨끈해져서는.

    그런 축복 받은 땅도 결국 마왕 부활로 말미암은 흉터가 남았지만 뭐 어떠랴.

    이 상처는 시간이 해결해 줄 사안이었다.

    게다가 아직 이즈라 대삼림에는 많은 나무와 초목이 남아있었다. 덕분에 올해의 여름도 작은 부채 하나 손에 쥐고 팔락대는 것만으로도 땀을 식힐 수 있을 만큼 시원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살 만한 거 아니야?

    하긴 서부 더위보다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나무 그늘.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새소리. 숨을 들이쉬면 텁텁하고 눅눅한 숨결이 아니라 상쾌하고 맑은 숲 특유의 공기가 폐부에 들어찬다.

    불쾌하지 않은 여름이라. 이 반짝이는 풍경을 사랑하지 않을 이가 몇이나 있겠는가.

    사실 이러쿵저러쿵 투정은 했어도 역시 이즈라 만한 곳이 없어. 바깥세상을 나가보니 그걸 알겠더군.

    그래서 이 엘프 또한 이즈라 대삼림의 여름을 애정해 마지않았다.

    …헥, 헤윽, 크어억.

    …….

    에휴으으으으.

    하지만 아쉽게도 이번 식탁의 주인공은 그가 아니다.

    여름 숲은 덥지 않다는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말이었다.

    미의 기준으로 삼아지는 머리카락 외에는 달리 체모가 많지 않은 엘프 종족이 느끼는 더위와, 온몸에 붉은 털이 빼곡한 수인종이 느끼는 기온은 다를 수밖에 없었다.

    날씨 미친 거 아니냐뇨? 날씨… 날씨 미쳤냐뇨?

    일행의 제일 뒤쪽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따르던 여성이 두서없는 욕지거리를 뱉기 시작했다.

    용사님께서 그 잠깐 걸어왔다고 더위에 맛이 갔구만.

    너희는 안 덥냐고링……?

    한창 모험가 일 할 때에는 보호구를 껴입고도 잘 참더니만 무슨 추태야? 조금만 참거라, 곧 도착하니까.

    그녀에게 있어서, 본디 겨울 산에 살아야 할 케트레트족의 조상들이 어째서 더위가 존재하는 대륙 중앙까지 진출해 버리고야 말았는지는 영 모를 일이었다.

    * * *

    이모탈 케트레트 체로키.

    세상을 마왕의 손길에서 구해낸 영웅으로서 수많은 칭송을 받게 된 진정한 용사님치고는 그녀의 평소 밥상이란 단출하기 그지없었다.

    그저 맛깔나는 고기를 잘 익혀 뜯어 먹는 게 전부였다.

    그나마 조금 다양하게 차린다면 미노타우로스의 꼬리찜 요리에 곁들여 향신료를 듬뿍 머금은 고르곤의 뒷다릿살을 추가할 뿐이었고 말이다.

    육류, 육류, 그리고 또 육류 위주의 식탁이라니 건강에는 그다지 좋지 않겠다만 어쩔 수 없었다. 본디 이모탈이라는 수인은 채소는 역하고, 고기는 더없이 달콤하게 느껴지는 미각을 지녔다.

    이거 정말 내가 다 먹어도 되는거냐링? 다알 몫은? 다알도 먹을 수 있는 거 아니냐링?

    난 지금부터 집터를 보러 갈 거라고 했잖아. 미래의 장로님이 벌써부터 약속한 일정을 미룰 수야 없지.

    그러나 오늘만은 달랐다.

    이모탈은 현재 사막에 방치된 시베리안 허스키나 다름없는 더위를 느끼고 있었기에 입맛이 뚝 떨어지고야 말았으니, 좀처럼 고기를 먹을 기분이 나지 않아 오래간만에 산뜻한 끼니를 챙기기로 했다.

    어차피 그런 건 다녀와서 또 만들면 그만이니 여기에서 얌전히 먹고 있기나 해.

    여름의 제철 음식이라면 무엇이 있는가.

    씨알이 굵고 한창 맛있는 감자나 옥수수 같은 재료도 있지만 알이 꽉 차고 탱글탱글한 포도라든지, 특이한 빛깔과 달콤한 맛으로 기분이 들뜨는 블루베리, 솜털이 보송보송 난 복숭아까지.

    역시 여름이라 하면 과채류의 계절이라 일컬어도 손색이 없었다.

    물에 발을 담그고 있으니 조금 살 것 같다링!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여름을 상징하는 음식으로 왕도를 꼽자면 이것이 아닐까?

    이 ‘라나타스’라는 거 엄청 맛있네링!

    겉모양새는 어찌 보면 투박하다고 표현할 수 있는 녹빛과 검정의 향연인데, 그것을 쩍 반으로 갈라보면 새빨갛게 익은 속살이 튀어나온다.

    여기에서 불리는 이름은 조금 다른 모양이나 확실히 그것은 한 인간이 알고 있는 ‘수박’이었다.

    어머님께서 좋아하는 템페스타스의 채소야. 가격이 엄청나게 사치스럽던 걸로 기억한다마는, 용사님 정도 되니까 떡하니 내놓는 줄 알아.

    냐하하. 이런 맛있는 걸 마구 먹을 수 있으니 용사 짓도 할 만하다링.

    콰삭, 츄릅.

    빨갛게 잘 익은 과실의 속살은 어찌나 시원하고 달던지. 이곳에 비하면 불지옥이라 할 수 있는 기후의 서부에서 자란 수박은 맛이 특출났다.

    게다가 수통 대신으로 들고 다녀도 될 만큼 수분이 많아서 어금니로 한 번 씹을 때마다 입 안이 온통 물 입자로 가득 차게 되었다.

    메론이나 참외를 닮은 달금한 수분을 삼킬 적엔 절로 후르륵 마시는 듯한 소리가 함께 났다.

    엄청 달아서 기운이 팍 솟는 것 같다뇨. 이제야 좀 정신이 든다뇨~!

    평소에는 잘 먹지도 않는 음식이면서 왜 무더위만 찾아오면 저 수박이란 것이 눈에 밟힐까.

    단 한 가지 단점을 꼽자면 안에 작고 딱딱한 씨앗이 섞여있어 솎아내는 데 번거로움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 씨앗마저 요리를 한 사람이 대부분 제거한 상태였다.

    수박은 그 자체로도 맛있는 것인데 무얼 조리했느냐?

    간단한 결과물이었다.

    오늘 이모탈의 허기를 채워줄 첫 음식은 다름 아닌 과일화채였다.

    그나저나 마롱. 네가 라나타스 열매를 보자마자 무조건 화채를 만들어야 한다고 해서 판을 깔아주긴 했는데… 그, 이게 어딜 봐서 화채냐?

    화채잖아?

    화채가 아니지 않나?

    화채지.

    이 파티의 허여멀건 인간 방패병은 서술 그대로 요리사가 아니라 싸우는 게 업인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런 사람조차도 재료만 기억하고 있다면 너무나 간단히 만들 수 있는 게 화채라는 요리였다.

    국물도 엄청나게 맛있다링!

    우선 화채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수박을 한 입 크기로 썬다. 이왕이면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했던가. 마롱 글라세는 스푼을 써 수박의 속살을 둥글게 파내 포도알처럼 준비했다.

    다음으론 이 수박들을 섞어놓을 음료수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질적인 세계에서 수박을 찾은 행운을 겪었으면서 사이다까지 바라는 건 양심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음료를 대신해 달달한 과즙을 잔뜩 넣기로 했다.

    주로 오렌지 과즙이나, 한창 제철을 맞아 이즈라 대삼림 근처에 잔뜩 피어난 산딸기를 으깬 즙을 넣었다.

    이것만으로는 단맛이 부족하니 우유에 설탕을 듬뿍 넣어 조려 만든, 언젠가 아이스 골렘 빙수를 먹을 때 썼던 연유 또한 풀어 넣었다.

    여기까지만 해도 충분히 맛이 있었으리라.

    하지만 인간에게 욕심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마법 학문을 발전시켰겠는가?

    따라서 마롱 글라세는 어차피 붉은색을 띠는 액체니 티도 나지 않을 것이라 여기고, 맛을 돋우기 위해 화채용 음료에 페어리의 혈액을 첨가했다.

    끈적한 제형이라 잘 녹지 않았지만 정성을 들여 저은 결과 부드러운 딸기우유색의 먹음직스러운 음료가 완성됐다.

    한 입 마시면 진저리 칠 정도로 달콤하고, 향긋한 과실 냄새가 가득하며, 새콤한 끝맛이 더위에 지친 혀를 깨워주는 완벽한 조합이었다.

    마롱. 난 네가 다시 깨어났을 때 혹시 이전과 다른 점이 있지는 않을지, 괴물의 육신에 갇힌 탓에 성격이 변하진 않았을지 걱정한 적이 있었어.

    …….

    그런데 내 숲으로 이주가 결정되자마자 한다는 짓거리가 페어리가 나오는 던전이 남아있는지 확인하는 거였다니.

    …….

    네가 한결같이 정신 나간… 인간이라 다행이라고 여겨야 할지…….

    이 과정에서 페어리의 피를 짜내는 마롱을 발견한 한 엘프의 표정이 차갑게 식었지만 중요할 일은 아니었다.

    그럼 그렇게 완성된 음료에 마물을 잡으라고 신께서 내려주신 스킬을 낭비해 얼음까지 동동 띄우고 나면 끝이나 다름없다.

    화채란, 깨끗한 얼음이 한가득 들어가 그릇을 손에 쥐기만 해도 차가운 음료 속에 수박 과실들을 풍덩 담가 한껏 달고 시원하게 즐기면 되는 음식인 것이다.

    이거 다른 과일로 해도 괜찮을 것 같다링. 얼린 블루베리 같은 거 어떠냐링?

    이모탈은 모처럼의 식물 식단에 만족했다.

    넓적한 스푼으로 불투명한 주스와 함께 수박 조각을 입 안에 가득 넣으면 달콤한 액체가 차갑게 목을 넘어갔다.

    이런 당도 높은 한 입을 이어나가면 점차 끓었던 체온도 시원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참다못해 그릇째로 들고 후르릅, 화채를 꿀꺽 삼키면…….

    캬하아!

    얼음 담긴 주스가 뒷골이 당겨올 정도로 쨍하게 시원해서 좋았다. 그러면서도 수박 특유의 매력적인 향과 사각거리는 성근 조직이 개성을 잃지 않으니 입 안에 닿는 촉각까지 마음에 들었다.

    맛있다링!

    그녀는 상대적으로 털이 많은 탓에 더운 날씨는 항상 싫기만 했다. 그래서 어떨 때에는 여름 따위 사라져버렸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여름이 없었다면 화채가 과연 이렇게 맛있었을까?

    어쩌면 음식이라는 것은 네 개나 되는 계절이 존재하기에 나름의 맛이 있는지도 몰랐다.

    봄은 꽃가루가 날려서, 여름은 더워서, 가을은 건조해서, 겨울은 추워서 싫어하는 사람일지라도 말이다.

    철마다 돌아오는 계절 음식을 즐겨나가다 보면 언젠가 싫어하던 계절이 나름 지낼 만하게 변모할 수도 있었다.

    * * *

    대륙 중부. 이즈라 대삼림 초입.

    다알, 아까 왜 내가 만든 게 화채가 아니라고 한 거야?

    내가 아는 화채라는 이름의 음식하고는 많이 달라서 말이다. 하나씩 꼽자면 끝이 없는데, 가장 큰 건 그거지.

    어떤 거?

    꽃이 안 들어갔잖아?

    마왕을 물리치는 데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일곱 번째 용사의 파티, 그 주축을 맡고 있던 방패병이 의식을 차린 것도 어느덧 16일이 지났다.

    정신을 되찾은 나는 한동안 깨어났다는 사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곁에 있는 동료들이 망상이거나 꿈인 건 아닌지 자꾸만 확인하려 했다.

    하지만 그 증세도 주변인들의 극진한 간호 덕에 금세 사라지게 되었다. 그러니 더 이상 아드라마에서 재활을 할 필요도 없겠다 싶어 우리 파티는 마음먹은 일을 차차 진행해 나가게 되었다.

    ‘꽃이 안 들어갔다고? 화채는 여기에선 꽃으로 해 먹는 요리인가? 아니면 내가 아는 화채랑 다알이 말한 화채가 전혀 다른 걸지도.’

    원래라면 맛있는 걸 먹기 위한 미식 여행이나 떠나려 했지만 예정이 조금 바뀌었다.

    다알의 신분은 이제 어중간한 부호의 아드님이 아니라 자그마치 이 커다란 숲의 주인이 될 예정자였으니 나를 구하느라 밀려있던 안건 몇 가지를 처리해야 했다.

    따라서 일단 우리는 이즈라 대삼림에 잠시 머무르게 되었다. 그리고 이 시기 동안 터를 잡는 일을 먼저 해치우기로 했다.

    예를 들어 숲에서 지낼 새집을 짓는 일, 또는 앞으로 이웃 사이가 될 엘프들과 얼굴을 익히는 일 같은 것 말이다.

    마롱. 또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는 거야?

    …….

    도착하자마자 다알은 몇 주 전부터 부탁해 두었던 집 공사가 잘 되고 있는지 확인하러 간다고 했다.

    아쉽게도 이모탈은 이즈라 대삼림에 도착하기도 전에 더위에 지쳐버려 이 일에 동행하지 않았다마는, 이제 내게 있어 시간이란 남아도는 것이었기에 나는 이유도 없이 다알의 일정을 따랐다.

    이즈라 대삼림은 아드라마와 비교했을 때 몇 배는 더 큰 면적이었기에 나와 다알 모두 말을 타고 이동해야만 했다.

    어차피 볼일 끝나면 돌아가서 화채 먹겠다는 생각이나 하고 있겠지. 하! 그 작은 인간의 머리통으로 할 공상이야 뻔하구나.

    그리고 잠시 뒤.

    드디어 만나기로 했던 목수를 발견한 것인지 다알이 성큼 말에서 내렸다. 그것을 가만히 보던 나 또한 말에서 내려 정면을 바라봤다.

    다알리아 님,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이번 일을 맡게 되어 어찌나 영광이던지! 꼭 감사 인사를 하고 싶었는데……. 아, 일단 여기가 공사 중인 뼈대입니다. 안내하겠습니다.

    그곳에는 다알과 비슷한 골격의 길쭉한 장신을 지닌 엘프가 둘 서있었다.

    그들은 용사 파티의 이주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집을 짓는 일의 책임자인 모양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들이 등장했음에도 제대로 된 인사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다른 곳에 시선을 빼앗겼다.

    마롱?

    엘프들의 주거지에 들어가 본 적은 있었다. 그래서 그들이 어떤 모양의 집에 사는지도 아는 상태였다.

    쌀을 구하기 위해 발 들였던 그 숲에서 이미 신물 나게 집 구경을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실상 이즈라 대삼림에서 짓는 새로운 형식의 저택을 보자니 놀람을 금치 못했다.

    ‘이게 앞으로 내가 살게 될 집이라고?’

    저 멀리 보이는 숲의 풍경 한편에 그려지기 시작한 집이란, 그야말로 환상 속에서나 있을 법한 화려한 모양새였다.

    터널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나무를 이용한 것으로 보였다. 아마 평범하게 나무를 깎아 만든 게 아니라 무언가 마법적인 힘이 가해진 거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나무와 나무 사이를 엮어 구름다리를 놓거나 얇은 가지를 물결치듯 굽혀 아치형 저택의 문을 이루는 등의 예술적인 모양새를 자아낼 수 없었을 테니까.

    ‘이렇게 떨어져 있는데 벌써 좋은 나무 냄새가…….’

    꼭 나무가 스스로 자아를 가지고 저택의 형태로 변한 것 같은 신비로움의 연속이다.

    나는 그렇게 인간에게 신선한 양식으로 지어진 나무 사이의 저택을 한참이나 바라보며 말을 잃었다.

    왜 그래? 이상한 부분이라도 있어?

    …….

    아직 완공된 것도 아니니 뭔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느 정도는 손볼 수 있을 테니 너무 염려치 않아도…….

    하지만 내가 이렇게 말없이 집을 빤히 보고만 있는 게 그에겐 부정적인 반응으로 여겨진 모양이었다.

    목수들과 대화 중이던 다알이 내게 돌아와 걱정스러운 낯을 하니, 나는 고개를 가로젓고 그의 오해를 정정해 주었다.

    진짜 좋다.

    ……!

    …너무 크게 짓고 있는 거 같긴 한데.

    이보다 후할 수는 없는 평가에 다알은 그제야 안심했단 얼굴로 소리 죽여 웃었다.

    엘프들은 실내에 있는 시간이 인간들보다 훨씬 길거든. 그러니 모쪼록 거주 공간만큼은 넓게 장만하지.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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