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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미식가 5권
던전 미식가 5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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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미식가 5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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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is ebook

눈 떠보니 내가 모험가를 대학살한 괴물? 용사를 죽였다고? 하지만 무엇보다도 배가 너무나 고파. 일단은 밥. 밥부터 먹고 생각하자.

Language한국어
PublisherWHISTLE BOOK
Release dateNov 16, 2020
ISBN9791132778455
던전 미식가 5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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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던전 미식가 5권 - 대대원

    Recipe 1. 만드라고라 밀크셰이크 (1)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방금까지 함께 웃고 떠들며 생각 없이 대한 동승인이 사실 포가튼의 사람이었다니!

    포, 포가튼? 거긴 분명…….

    네가 저번에 갔다던 도적 길드 아니냐뇨.

    갑자기 바뀌어 버린 엘프의 분위기에 모두 놀랄 때쯤 마롱에게 쪽지를 건네던 포가튼의 전령은 슬쩍 주변 눈치를 보더니 다시 처음의 어조로 돌아왔다.

    히히, 놀랐어?

    말괄량이 같은 웃음은 덤이었다.

    쪽지는 귀퉁이부터 펼쳐보면 돼! 네가 쪽지를 바라보는 아주 한정된 거리와 각도에서만 글씨가 보여.

    …….

    다 보면 알아서 태우고!

    다시금 높은 텐션으로 대화를 주도해 나가는 소녀의 모습에 나는 쪽지를 펼치지도 못하고 우두커니 멈춘다.

    한참 고민하다 곧이어는 생각하던 문장을 내뱉기도 했다.

    포가튼에서 왔다고?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놀란 나머지 재확인을 하고 싶은 것이었다.

    그런 내 질문에 엘프는 빙긋 입매를 올리며 대수롭잖게 입을 연다.

    그래. 나는 포가튼에 의뢰한 너의 담당 전령으로 이곳에 파견된 길드원이야.

    …….

    이름은…….

    빤히.

    어째선지 이쪽의 투구를 빤히 바라보며 그녀가 말을 이어갔다.

    ‘마릭’이라 불러줘!

    그 소개를 들으니 다알의 표정이 묘해졌고 말이다.

    하지만 당장 그것을 캐묻고 있을 시간은 없으니 나는 일단 건네어진 쪽지를 열어 확인했다.

    우리도 좀 보자뇨.

    흐음, 얼굴 좀 옆으로 치워보거라.

    이내 내 옆으로 쪼르르 동료들이 모여든다.

    분명 아주 작은 쪽지였는데 접힌 것을 모두 펼치니 제법 큰 서신이 됐다. 급할 것 없었으니 일단 우린 그것을 차분히 읽어봤다.

    ♬ 길드 포가튼과 거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완벽히 모시겠습니다. ♪

    귀하께서 문의하신 정보에 대한 1차 조사 결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 대륙 남동부에 위치한 상업 도시 ‘로만레리파’에서 신흥 마왕 숭배 집단이 확인되었습니다.

    ● 교단의 공통 구호는 ‘이테룸’.

    ● 교단에 새로이 입단하는 경우는 1. 로만레리파에서 구걸하던 도중 교단인의 도움과 함께 전도를 받거나 2. 구성원의 친척 혹은 친구일 것.

    ● 교원이 모이는 아지트의 입구는 항상 바뀌어 파악이 어려우나, 지하 구조의 매우 넓은 신전을 보유 중입니다.

    ―추가 조사

    ● 살바토르라는 이름의 골드 드래곤에 대해서 현재까지 발견된 정보가 없습니다. 2차 조사 의뢰 시, 해당 정보에 대한 탐색은 자동 연장됩니다.

    추신 : 교단에 입회 시, 탈퇴가 매우 어려우므로 주의하십시오.

    …….

    허어, 포가튼이 최고의 도적 길드라더니 그 말이 허풍은 아니던 모양이군.

    쪽지에 적힌 내용은 정말이지 상상 이상이었다.

    나는 기껏해야 교단의 존재를 어렴풋이 파악해 주거나 그 신흥 교단이란 것이 어느 마을에 있는지나 알려줄 거로 생각했는데 교단의 가입 방법은 물론 대략적인 아지트 지형까지 적혀있을 줄이야. 이런 정보는 직접 들어가서 얻은 걸까?

    그렇게 칭찬하니 부끄럽네. 그래도 뭐, 우리 길드가 참 좋은 곳이긴 해! 선배들도 다 친절하고…….

    …….

    마스터도 엄청 유능… 아, 잠깐만. 이럴 때가 아니지. 큼큼.

    크흐음.

    잠시간 마릭이 목을 가다듬자 우리들은 반사적으로 그녀를 바라보았으며 곧이어 마릭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자, 이게 네가 의뢰한 내용의 1차 정보! 하지만 사실 전부 다 거기에 적혀있는 건 아니야. 아직 가장 중요한 정보가 하나 남아있거든? 그런데 이건 글로 썼다가 흘러 나가면 위험할 것 같아서…….

    그래서?

    그래서 내가 직접 전해주려고 했지. 잠깐 내 얼굴을 봐줄래?

    남은 정보가 있다니, 게다가 자신의 얼굴을 대뜸 봐달라고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잠시 의아해하다가 이내 순순히 따랐다.

    별생각 없이 받아들인 제안치고는 이어진 정보가 충격적이었다.

    ―이 교단에서 현재 마왕 부활을 앞당기고 있다는 정황 증거가 포착됐다.

    ……!

    이건 ‘텔레파시’ 스킬이다.

    기밀 유지를 위해서인지 정보 구매자인 나의 머릿속에만 그녀의 목소리가 울린 것이다.

    뭐냐뇨? 우리는 알면 안 되는 정보냐뇨?

    …….

    내가 스킬을 통해 일대일로 정보를 건네받으니 이모탈이 침묵 속에서 불쑥 끼어든다.

    나는 이내 동료들을 향해 말했다.

    아드라마에 도착하면 알려줄게.

    이곳은 우리 셋만 있는 것이 아니라 마차를 모는 마부도 있다.

    이런 중대사를 누군가가 엿들으면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나는 당장은 함구하기로 결정한다. 동료들 모두 이해하는 눈치였다.

    자, 그럼 우리 마롱 글라세 고객님. 이제 어쩔래? 이차적으로 조사를 맡길래? 비용은 처음과 똑같은 3골드야.

    …….

    그리고 웃돈을 주면 지금처럼 한참 조사하다 결과가 다 수합돼서야 너희에게 보고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사안이 발생하면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식으로 운영할 수도 있어.

    하지만 이걸로 거래가 끝난 건 아니었다.

    소녀는 돈, 돈, 돈에 관한 이야기를 줄줄이 늘어놓으며 정보 구매를 은근슬쩍 권유하기 시작했다.

    거기에 더욱 ‘성의’를 보여주면 길드에서 진행 중인 모든 의뢰보다 네 의뢰를 우선시해서 아주 많은 인력을 투입할 수도 있어!

    포가튼, 진짜 요즘 돈이 많이 부족한가?

    아니면 원래 이런 식으로 길드를 운영하는 걸까. 나는 투구 속에서 그저 무표정하게 그녀를 바라볼 뿐이다.

    …2차 조사, 그리고 실시간으로.

    그러나 내 대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나는 다시 한번 포가튼을 믿으며 그들에게 추가적인 조사를 의뢰하게 됐다.

    이번에도 내용은 같았다. 사룡의 탐색이라든지, 마왕 숭배자들에 대해.

    좋아! 전부 합해서 4골드 75실버만 줘. 일시불이 안 되면 나눠서도 괜찮아.

    …….

    생각보다 헉 소리 나는 금액인지라 선뜻 내기 힘들었지만, 이런 감정은 애써 감추며 정확한 가격을 그녀의 손에 쥐여주었다. 이걸로 다 된 거겠지.

    그럼 의뢰는 확실히 받았어. 아, 그런데…….

    ‘아직도 뭔가 할 말이 남았나?’

    이건 포가튼에서의 정식 의견인데.

    툭툭 자신의 턱을 검지로 두드리며 시선을 굴리던 그녀가 말을 이어갔다.

    이 교단, 이대로 방치해서 좋을 것 없잖아? 그래서 우리 쪽에선 상황이 심각해지기 전에 얘들을 체포하려고 하거든. 겸사겸사 왕실에 넘기면 짭짤한 포상이 있고 말이야.

    …….

    하지만 이 교단의 발견은 네가 의뢰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니까. 이 녀석들을 어떻게 할지 마스터께서 너희 의사를 물어보래! 한 1주일 시간 줄게.

    그 말을 무덤덤하게 듣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곧이어 활짝 웃는 마릭의 얼굴을 끝으로 그렇게 우리들의 거래는 일단락되는 듯했다.

    덜커덩, 덜커덩, 덜커덩.

    불규칙적인 바퀴 튀는 소음을 몇 시간이나 들었을까. 우리들은 저녁이 꼴딱 지난 뒤에야 드디어 아드라마에 도착하게 되었다.

    그럼 안녕~ 난 네 전담으로서 당분간 아드라마에 머물게. 네 쪽에서 포가튼에 할 이야기가 있으면 이 아이템을 사용해서 날 불러줘! 출장 팁 5실버야.

    마릭과도 얼마 지나지 않아 헤어지게 되어선 지금 우리들은 다 같이 이모탈의 집에 모인 참이었다. 시간이 너무 늦어 아우룸의 공방에 쳐들어가긴 미안할 정도였다.

    와아! 누나!

    언니 왔다뇨!

    그러고 보니 정말 오래간만에 와보는 이모탈 하우스다.

    나는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여태껏 쓰고 있던 투구를 벗으며 이모탈의 집에 들어섰다. 곧바로 그녀의 동생들이 뛰어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아이들이 나를 올려다보다 덜컥 멈춰 선다.

    어라뇨?

    와, 누나 친구다뇨. 오늘은 철 냄새나는 거 안 썼다뇨.

    …….

    그들을 훑어보니 고작 두어 달 못 본 것뿐인데 꽤 자랐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아직 털이 보송보송한 새끼 늑대 꼴이었지만 말이다.

    뭐라고 해야 하나. 골격이 조금 더 크지 않았나?

    욘석들, 이제 슬슬 한 손으로 들기에는 무거운데뇨~

    이모탈이 그리 중얼거리며 제 동생들을 훌쩍 들고 거실로 이동하는 동안 나와 다알은 근처에 있던 소파에 가지런히 앉아 그녀를 기다렸다.

    그런데 너, 왜 아까부터 표정이 그러냐링? 그 포가튼의 엘프가 뭔가 잘못했냐뇨?

    …….

    곧이어 이모탈은 가벼운 걸음으로 우리에게 돌아옴과 동시에 다알에게 질문을 던진다.

    표정이라. 그러고 보니 다알, 어느 순간부터 기색이 묘해졌었지.

    그게…….

    다알은 이모탈의 물음을 받으니 제 장발 머리의 끝을 괜스레 만지작거리며 말을 끌다가도 이내 대답했다.

    ‘마릭’이란 이름의 식물은 없는 것 같아서 말이야. 어느 숲의 방언이거나 할 수도 있지만…….

    …….

    난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이름이 엘프의 본이름인 것 같지 않다. 우리에게 부모가 준 이름을 갈아 치우는 일이 무슨 의미인진 이미 말했잖아.

    그는 우리와 합승했던 도적 길드의 엘프가 댄 이름이 신경 쓰이는 모양이었다.

    마릭이라. 엘프들은 전통적으로 식물명에서 이름을 따 온다 했으니 확실히 이건 다알이 의심할 만한 주제였다.

    이름을 바꾸는 게 크게 터부시된다 했던가.

    그럼 그냥 가명인 거 아니냐뇨? 도적 길드의 정보원이니까 말이다링.

    으음, 글쎄. 무슨 이유든 제 이름을 함부로 달리 말하는 건 썩 내키지 않는군. 같은 엘프라 해도 그건 신뢰가 안 가.

    그러냐뇨~? 난 엘프가 아니라 잘 이해가 안 간다뇨. 야, 마롱! 어서 그때 들은 추가 정보나 말해봐라링.

    아무튼, 다알이 왜 연신 찝찝한 얼굴이었는지는 그 엘프의 이름 탓이란 게 시원히 밝혀지자 이모탈은 곧바로 다알의 기분을 무시한 채 회의를 진행해 나갔다.

    그건…….

    꼬르르르륵.

    …….

    …….

    …….

    내가 입을 연 찰나 순간적으로 실내에 정적이 감돈다.

    …밥부터 먹고 하자링.

    그러자고……. 먹고살자고 하는 짓인데.

    내 식욕의 증거에 두 사람은 친절하기 그지없이 배려해 주었다.

    내심 다행이었다.

    그래서 뭐냐링? 추가 정보가 너무 궁금해서 잠도 안 온다링. 그것만 미리 알려줘라뇨~

    보글보글보글.

    무언가가 끓는 소리가 들리고 더불어 도마 위에서 야채를 통통 써는 소음도 함께 화음을 이룬다.

    마롱, 듣고 있냐링? 이봐뇨, 인간~

    하지만 그런 조리의 화음에 끼어든 사람의 목소리 탓에 칼질하던 인간의 손이 덜컥 멈춘다.

    …….

    …….

    아, 얼굴 무서워 죽겠다뇨. 맨날 무표정이야, 정말. 싫다링.

    마치 요리할 때 말 걸지 말라는 듯 참담할 정도로 고요한 무표정으로 그가 10초 정도 빤히 바라보니 이모탈은 곧이어 꼬리 내리고 거실로 돌아가 버렸다.

    다시금 부엌이 한적해졌다.

    ‘이게 혹시 사자 고기의 맛이라는 걸까. 신기하네.’

    오늘의 저녁을 만들던 나는 하던 칼질을 이어서 진행했다. 내가 이리 정성 들여 근막을 제거하는 살점이 무엇이냐.

    당연히 찬란히 빛나는 메인 재료, 그리폰의 고기 모둠이다.

    ‘게다가 부위마다 맛이 다르다니 한 마리만 잡아도 진수성찬이야!’

    나는 이 식사를 끝마친 뒤 꽤나 무거운 이야기를 시작해야만 하니 그 전에 기운 보충을 해두어도 나쁘지 않겠지.

    그리 생각하며 나는 요리에 들어갈 그리폰 고기를 부위별로 잔뜩 손질했다. 날개, 가슴살, 꼬리 살, 목살, 다리 살까지 죄다 다른 생물의 고기처럼 빛깔부터 다른 것이 퍽 생소하다.

    …….

    그럼 이렇게 많은 고기로 무얼 하느냐.

    왜인지 지금은 구이를 먹고픈 기분은 아니었고, 던전에 오래 있다 보니 신선한 채소 섭취도 부족했던 것 같아 야채와 함께 먹을 수 있을 만한 요리를 하기로 했다.

    이세계에서 흔히들 먹지만 제법 맛도 좋은 그 요리, 스튜를 말이다.

    ‘이건 비프스튜라기보단… 뭐라고 해야 하지. 역시 그리폰 스튜 외에 설명할 방법이…….’

    스튜 중에서도 고기가 꽤나 큼지막이 들어가는 비프스튜를 닮은 요리가 될 것 같다.

    하지만 생으로 그리폰 고기를 집어 먹어본 후기로는 글쎄, 이 중에서 소고기 맛을 닮은 건 하나도 없었으니 영 딴판일지도 모르겠다.

    …….

    어찌 됐든 간에 스튜를 끓이는 건 간단했다.

    뼈 빠지게 던전에서부터 미리 해체해 온 탓에 금방 손질이 끝난 고기들의 피를 충분히 빼고 내 수납함에 아껴뒀던 양파와 다알에게서 빌린 당근, 토마토, 버섯, 감자, 양배추를 몽땅 썬다.

    ‘마늘이 있으면 더 좋을 텐데…….’

    핏물이 제거된 고깃덩이에 후추와 소금을 뿌려 밑간을 하고 끝으로는 밑간이 된 그리폰 고기를 밀가루에 굴린다. 참고로 이 밀가루도 이모탈의 집에 있던 것을 협찬받은 것이다. 원래 파티라는 게 이렇게 상부상조하는 거다.

    ‘어느 순서대로 넣더라? 비프스튜도 만든 지 꽤 돼서 기억이 가물거리네. 고기 먼저?’

    재료가 다 준비됐으면 스튜는 솔직히 다 만든 거나 다름없다.

    이젠 불에 올린 쇠 냄비에 기본 재료인 버터를 두른 뒤, 나머지 재료들을 몽땅 익히면 된다.

    ‘그리고… 끓이고 있던 육수를…….’

    치이이익.

    치킨스톡을 넣은 듯 샛노랗고 먹음직스러운 육수가 냄비에 들어차며 기분 좋은 고열의 소리를 자아낸다.

    저 미친놈, 그리폰 머리 우린 물을 육수로…….

    저 냄비 버려야겠다뇨. 괜히 빌려줬다뇨.

    거실에서 누군가가 머리를 짚는 듯한 소리도 함께 났지만 나는 무시한 채 조리를 이어나갔다.

    자글거리며 엷게 끓는 스튜의 표면은 살포시 숨이 죽은 채소와 신선한 그리폰 고기의 어우러짐으로 제법 그럴싸해 보였다.

    토마토를 넣은 탓에 전체적으로 색이 붉으니 더욱 먹음직스러워 보이기도 했다. 붉은색은 식욕을 자극하지 않던가.

    마지막으로 불을 줄이고 간을 맞추면…….

    보글보글, 한바탕 스튜가 끓고 나서는 이제 정말 요리는 완성 단계에 이른다. 눈 깜짝할 새였다.

    다 된 거냐뇨? 너 혼자 부엌에서 먹고 오면 안 되냐링?

    부엌으론 모자라! 밖에서 먹고 오거라.

    ‘그리폰 스튜’가 완성되었다!

    이렇게나 따스하고 맛있는 요리는 좀체 없지.

    가져오지 말라니까 그러네!

    …….

    크윽… 정말이지 성가신 인간 녀석. 옜다, 거기쯤에 앉든지.

    내가 완성된 스튜를 개인 그릇에 담아 거실 테이블로 돌아오니 먼저 자기들 요리를 차려서 먹고 있던 이모탈과 다알이 일제히 질색한다. 밥맛 떨어진다나 뭐라나.

    ‘맛만 있게 생겼구만.’

    조리 과정을 안 봤으면 무슨 고기인지도 몰랐을 거면서.

    그런 생각을 하던 나는 얌전히 다알이 치워준 쪽의 자리에 앉아 스튜를 한술 떴고, 스푼에 듬뿍 퍼 올린 완성작의 모습은 역시나 매우 만족스러웠다.

    마물의 요리는 근래 들어 날 실망하게 한 적이 없는 것이다. 이 정도면 성공률이 70%야. 30%는 맹독이고.

    킁킁. 흐음, 냄새는 그럴싸하긴 하지만뇨…….

    하얀 그릇에 정갈히 담긴 눅진한 스튜. 고기와 토마토가 섞여 만들어 내는 적당한 붉은 기에 군침이 돈다.

    갓 끓여내어 아직도 김이 오르는 뜨거운 그것을 후후 불어 식힌 뒤 답삭 물었다.

    …….

    이내 입 안에서 퍼지는 감각이란 진한 감칠맛의 육수를 쭉 빨아들인 그리폰의 날개 살이 탱글탱글하게 씹히는 고기 맛, 그리고 토마토의 묵직하고도 신선한 신맛이다.

    저 녀석이 이딴 요리를 맛있게 먹는단 사실이 참담하군.

    진짜 먹을 만한 모양인데링.

    하지만 나는 섣불리 맛있단 문장을 꺼내지 못했다.

    그야 이 스튜, 충격에 가깝게 훌륭했으니까!

    ‘그리폰은 왜 신화에 등장한 거지. 세계 요리사에 나와야 했던 거 아니야?’

    특히나 가열한 그리폰의 고기 맛이 내 언어를 빼앗을 정도로 너무나 좋았다. 진짜 심할 정도로 말이다.

    ‘살살 녹아.’

    소도 아니고 닭이나 오리, 혹은 돼지의 맛도 아닌 특이한 몸통 고기가 탄력 있게 씹히면서도 목 넘김이 부드럽다.

    그리폰은 모든 부위가 지방과 단백질의 비율이 조화로웠기에 더욱 맛이 좋게 느껴졌다. 이곳 사람들은 살코기 위주로 먹고 비계는 꺼리는 기색이라 선호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버섯 오일 같은 걸 넣은 것처럼 맛이 진하네.’

    나는 순식간에 삼켜버린 고기를 뒤로하고 다시금 스튜에 떠있는 그리폰의 고기 한 덩이, 이번엔 그것의 엉덩이 살로 보이는 것을 한술 머금었다.

    이 부근은 몸통 아랫부분의 살과 맛이 똑같았다. 역시나 나도 모르게 씹지 않고 삼킬 만큼 너무도 맛있다.

    ‘날개 살과 가슴살은 얼추 닭의 맛이 나기도 하네. 혹시 이게 독수리 맛?’

    그 후엔 거의 그릇에 코만 박지 않았다 뿐이지 쉬지 않고 스푼을 놀려 스튜를 먹어간다.

    특이한 야생의 향이 서린 그리폰의 맛은 가히 신화적인지라 부위를 달리해 가며 먹으니 도무지 질리지 않았다.

    스읍…….

    이모탈, 침 흐른다.

    고기 맛이 묵직한 만큼 함께 들어간 야채들과 토마토가 맛의 밸런스를 잡아주니 더욱 완벽하다.

    이 스튜는 정말 맛있다. 그리폰은 7일 내내 삼시 세끼를 먹어도 좋을 만큼이나 마음에 들었다.

    …….

    꽤 스튜를 넉넉히 끓였으니 나는 벌써 싹싹 비워버린 그릇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두 그릇째의 스튜를 새로 담아 왔다.

    테이블로 돌아오던 도중 이모탈과 눈이 마주치게 되었다.

    헙.

    …….

    아, 아니다링! 나는 절대 먹고 싶다고 생각 안 했다링!

    그녀는 먹음직스러운 스튜의 향과 모습에 홀린 듯한 표정이었다.

    이쪽을 힐끔대며 침도 꼴딱꼴딱 넘기는 것이 영락없이 먹이를 노리는 늑대 꼴이다. 100% 먹고 싶다 생각했구만.

    후―

    하긴 육식을 아는 이가 어떻게 이 기름진 냄새를 지나치겠어.

    나는 그리 생각하며 스푼에 가장 큼직한 그리폰 고기와 스튜를 함께 떠올려 몇 번 입김을 불었으며, 입이 데지 않을 적당한 온도로 만든 스튜를 이내 이모탈에게 들이밀었다.

    주지 마라뇨!!

    …….

    으으윽. 그, 그렇게 유혹해도 나는 절대…….

    내가 무표정하게 스푼을 들고 기다리니 이모탈은 108 번뇌라도 머릿속으로 떠올리는 양 한참이나 혼란스러워하더니 게슴츠레 실눈을 뜨며 이야기했다.

    …독, 없냐뇨?

    …….

    맛…있냐링?

    나는 두 질문 모두에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러엄… 딱 한 입… 이, 이건 노움 님을 위해서다링! 이 레시피도 나중에 보내게 될지도 모르는데 미리 맛의 평가를 제대로 해두지 않으면 안 되는 거고뇨!

    그러자 곧바로 이모탈이 번개 같은 속사포로 자기 변론을 마친 뒤, 내가 들고 있던 스푼을 덥석 물었다.

    …….

    그리고 이모탈이 음식을 몇 번 오물거리자…….

    ……!! ……! ……!!

    파아아앗.

    그녀의 뒤에서 그리폰이 날개를 활짝 펼치고 울부짖는 배경이 보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

    파도처럼 넘쳐 오르는 풍미! 살살 녹는 지방! 머리끝이 찌릿해질 정도의 미식!

    이모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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