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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구름 행성의 꿈
검은 구름 행성의 꿈
검은 구름 행성의 꿈
Ebook52 pages20 minutes

검은 구름 행성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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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is ebook

모든 것이 흑백인 어느 행성에서, 더는 그 무엇의 주인도 아닌 인간들이 감히 품었던 찰나의 희망에 관한 기록.

 

<안내>

'수건과 화환'의 '텍스트 뷔페' 전시를 위해, 오프라인 공간에서 각 챕터가 파편화된 상태로 읽히도록 쓰인 이야기입니다. 어떤 파편(챕터)을 먼저 주울지, 모두 줍기는 할지 알지 못한 상태로 이야기를 일부 혹은 전부 읽게 되는 것이 핵심입니다.

전시 당시에 쓰인 인쇄물의 디자인이 그대로 이 책에 들어가 있으며, 가독성을 위해 디자인을 제외한 글도 포함했습니다.

Language한국어
Release dateSep 14, 2022
ISBN9781637931028
검은 구름 행성의 꿈
Author

아임 한

아무 데에도 아무 때에도 있었던 적 없는 세상, 그리고 언제나 어디에나 존재하는 세상 사이의 해석자입니다. 원래도 괴란하고 괴이하고 괴상하며 해석함 직하다고 여기는 것도 여러모로 괴합니다. 이런 성향은 번역으로 나타날 때도 있고, 오리지널 스토리텔링으로 나타날 때도 있습니다. 이러나저러나 결과적으로는 어떤 형태로든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뭐 하고 사나, 뭘 쓰고 뭘 번역했나 궁금하면 여기로. https://hanaim.imaginariumk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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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 구름 행성의 꿈 - 아임 한

    1

    검은 구름 행성의 꿈-1-창_앞: A3 크기, 120g 종이

    검은 구름 행성의 꿈-1-창_앞: A3 크기, 120g 종이

    2143년 5월 6일

    날씨: 검은 구름에 은빛 눈.


    <창>


    가장 중요한 건 인내심이다. 그리고 감사하는 마음이다.

    그 두 가지를 지키기만 하면 창은 나를 저버린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창이 열리면 그리로 따뜻한 음식이 들어오고, 보드라운 이불이 들어오고, 어떤 때는 하늘하늘한 예쁜 옷도 들어온다. 나는 그것들을 냉큼냉큼 받아먹고, 덮고, 입는다.


    창으로 손이 들어오면 그저 그리 두면 될 뿐이다.

    내 키만 한 여섯 손가락에 검은 비늘이 달린 그 손이 창으로 들어와 나를 움켜쥐고 우리에서 꺼내도, 그저 그리 두면 될 뿐이다.


    주인과 나는 산책을 간다.

    아니, 그보다는, 주인은 나를 산책하게 둔다.


    주인이 자신을 주인이라고 지칭하는지, 혹은 그런 개념이 이들 사이에 있는지는 나도 모른다. ‘이들’이라고 부를 만한 사회가 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그런 걸 이해했더라면 그……

    아, 뭐라고 불러야 하나?

    그자?

    그놈?

    그 새끼?


    나는 주인을 주인 말고 다르게 부르는 방법조차 알지 못한다.

    내가 그런 걸 이해했더라면 그자를 주인이라 생각할 필요도 없었을 터. 오히려 인간들은 ‘세상’이라고 퉁 쳐서 일컫기도 하던 과거의 어느 작은 행성의 주인처럼 행세했을 터.


    인간은 넘쳐났지만, 그리고 그들 사이에는 엄연히 차이가 존재했지만, 그래도 그들은 제각각 주인이었다.

    아무렇게나 벨 수 있는 나무의 주인.

    고문하다 죽여도 아무도 맞죽이지 않는 길고양이의 주인.

    갓 깔아서 고약하고도 어지러운 공장 냄새가 나는 아스팔트 거리의 주인.

    따라서 그것들에 쏟아지는 뜨거운 햇살도, 시원한 비도 모두 인간의 것.

    짜고 포근한 바다 냄새도 모두 인간의 것.

    그게 아니라면 적어도, 인류의 것.

    주인.


    한 행성의 주인 종이었던 기억이 내게 전혀 없었더라면 나는 나의 주인을 사랑했을까?


    주인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만져지지도 않는다. 대개는 그렇다. 오로지 그놈의 손, 여섯 손가락에 검은 비늘이 달린 손이 창을 통해 들어올 때만 나는 그 새끼를 볼 수 있다.


    왜일까.

    나를 위해 디자인된 창인가?

    아니면 내 우리 자체가 나를 위해 디자인된 건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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