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런 벽지
By 샬럿 퍼킨스 길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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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is ebook
\"달빛이 비치는 밤이면, ‘그것’이 나타난다!\"
억압받는 여성의 처연한 몸부림, 그리고 광기.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에 걸쳐 미국에서 작가, 사회개혁가, 연설가로 활동한, 페미니즘의 선구자 샬럿 퍼킨스 길먼의 대표작.
신경 쇠약을 앓는 한 여성이 가부장적인 남편의 억압으로 ‘휴식’을 제외한 사회 활동 및 지적 활동을 금지당한 채 괴상한 무늬의 누런 벽지가 발린 방에서 지내며 점차 환영과 광증에 사로잡히는 과정을 따라가고 있다. 선구적인 페미니즘 소설로 잘 알려져 있으나, 기이하고 음산한 어조와 묘사 때문에 심리스릴러나 공포물로 봐도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책 속으로
제멋대로 뻗어 나가는 현란한 문양이 예술적인 면에서는 죄악이나 다름없다.
무늬를 따라가다 보면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흐릿하지만 끊임없이 신경에 거슬리면서도 관찰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뚜렷하기도 하며, 엉성하고 불분명한 곡선을 살짝 떨어져서 보고 있자면 그 곡선들이 갑자기 자살을 하는데, 터무니없는 각도로 곤두박질하며 말도 안 되는 모순들 속에서 자멸한다.
벽지 색깔은 불쾌하다 못해 역겨울 지경이다. 햇빛에 천천히 노출되어 기묘하게 바래서 그을린 듯 지저분한 노란색이다.
군데군데 탁하면서도 요란한 주홍빛이 나는 곳이 있는가 하면 또 어떤 곳은 흐릿흐릿한 유황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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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preview
누런 벽지 - 샬럿 퍼킨스 길먼
단편 한 입
누런 벽지
gilmanAnd woman should stand beside man as the comrade of his soul, not the servant of his body.
― Charlotte Perkins Gilman
여성은 남성의 신체적 종이 아니라 남성의 정신적 동료로서 나란히 서야 하는 존재다.
― 샬럿 퍼킨스 길먼
woman존과 나처럼 그저 평범한 사람들이 여름을 지내려고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대저택을 빌린다는 게 좀처럼 흔한 일은 아니다.
식민지풍 저택이면서 세습 사유지인 이곳은, 내가 보기엔 귀신 들린 집 같아서 낭만적인 행복감을 만끽하기에 제격이다. 하지만 운명에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거겠지.
그래도 이 집에 뭔가 괴상한 점이 있다는 건 분명하다.
그게 아니라면 왜 이리 헐값에 나와 있겠어? 들어와 산다는 사람도 한동안 없고 말이야.
존이 비웃는다. 그럼 그렇지, 결혼 생활에 뭘 바라겠어.
존은 극도로 현실적이다. 종교를 인정하지 않고 미신을 몹시 싫어하며, 눈으로 보거나 손으로 만지거나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을 이야기할라치면 대놓고 비웃는다.
존은 의사다. 그리고 아마도⏤산 사람한테 말은 못 하겠어도 이렇게 죽은 종이에 적으니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모른다⏤아마도 그 때문에 내 병이 빨리 낫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아프다고 해도 안 믿는다니까.
그러니 뭘 어쩌겠어?
명망 높은 의사이자 남편이, 자기 아내에게 미미한 히스테리성 기질이 있어서 일시적인 신경 쇠약 증상 말고는 전혀 문제가 없다며 친구나 친척들에게 큰소리치면, 뭘 어쩌겠느냐고.
존과 마찬가지로 고매한 의사인 친오빠도 존과 똑같이 말한다.
그래서 인산염인지 아인산염인지 하는 걸 먹고, 강장제를 마시고, 여행도 다니고, 바람도 쐬고, 운동도 하지만 내가 다시 건강해질 때까지 ‘일’만은 절대 금지다.
나로서는, 그들의 생각에 동의할 수 없다.
나로서는, 내게 잘 맞는 일을 하면서 자극을 받고 기분 전환을 하는 편이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렇지만 뭘 어쩌겠어?
cigarette-158433_640나는 그들의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계속 글을 썼다. 몰래 숨어서 쓰는 게 정말 지치는 일이긴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