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가 들려주는 필독서 이야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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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이가 들려주는 필독서 세 번째 시리즈는 외국 고전 단편선이다. 안톤 체호프의 [귀여운 여인], 펄 벅의 [매혹], 토마스 하디의 [아내를 위하여], 애드거 앨런 포의 [도둑맞은 편지], 카프카의 [변신]를 설이가 쉽게 풀어 이야기한다. 설이와 진솔의 대화를 보다 보면, 멀게만 느껴졌던 고전이 점점 이해되고 공감도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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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이가 들려주는 필독서 이야기 3 - 상자
안톤 체호프
귀여운 여인
설아, 너 재인이 알지?
응, 학원에서 몇 번 본 것 같은데? 눈 크고 얼굴 되게 귀엽게 생긴 애 아냐?
맞아, 재인이가 이쁘고 귀엽긴 하지.
근데, 갑자기 재인인 왜?
신경 안 쓸려고 하는데, 재인이가 날 너무 의식하는 것 같아서.
뭔 말이야?
아니, 내가 옷 사서 인스타 올리면, 재인이도 비슷한 거 사서 올리더라. 신발이나 액세서리도 그렇고.
좋아 보이니까 그렇겠지.
묘해. 자꾸만 날 따라 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재인이가 귀여운 여인이네.
귀엽긴 하지. 그래도 난 좀 그래. 자꾸만 쟤가 날 훔쳐보는 것만 같고. 너무 나한테 달라붙는 느낌이야.
아니, 그 말이 아니라, 체호프의 <귀여운 여인>에 나오는 주인공 같다고.
체호프? 뭐야 그게?
흐흐, 러시아 작가야. 거기도 재인이랑 비슷한 캐릭터가 나오거든.
얘는 은근히 궁금하게 미끼를 던지네. 이야기해 봐. 귀여운 여인이 어떤 사람인지 들어보게.
하하. 잘 들어 봐. <귀여운 여인>의 주인공은 올렌카야. 올렌카 집엔 별채에 세를 얻어 사는 쿠킨이라는 남자가 있었는데.
이름이 다 특이하네.
흐흐. 러시아 이름이 좀 특이해. 아무튼 어느 날, 올렌카가 안뜰에서 이상한 장면을 봐. 쿠킨이 하늘을 올려다보고 불평을 늘어놓는 거야. 차라리 날 죽여라. 망하라는 거지.
뭐. 이런 식으로.
미친놈 아냐?
아니. 사실 쿠킨은 극장을 운영하는데, 비가 너무 많이 오니까 그냥 신세타령 중인 거야. 비가 오면 극장 장사가 잘 안되니까. 참, 여기서 극장은 영화 보는 극장이 아니라, 연극 공연장이나, 뮤지컬 공연장 정도로 생각하면 돼. 이때가 19세기니까.
그래서 비 오는 날이면, 임대료는 어떻게 내냐, 배우들 급료도 줘야 하는데, 차라리 날 죽여라! 뭐 이런 식으로 신세 한탄하는 거야. 불행하게도 다음날에도 비가 와.
그러니까 올렌카가 그 모습을 자주 본다는 거지? 찌질한 남자가 질질 짜는 거?
흐흐. 맞아, 질질 짜진 않고, 불평불만은 계속하지.
엄청 밥맛이겠네. 그 쿠킨이란 남자.
아니, 정반대야. 이야기를 엿듣다 보니까 쿠킨이 불쌍한 거야.
착하네 올렌카.
그러다가 동정을 넘어서 좋아하게 돼. 쿠킨을.
엥? 뭔 이야기가 그렇게 가? 아, 쿠킨이 잘생겼나 보네.
잘생기긴? 쿠킨은 키도 작고, 비쩍 말랐어. 목소리 톤은 높고. 얼굴도 늘 절망적인 표정이고.
아니, 근데 왜?
하하, 실은 올렌카가 금사빠야. 어릴 때는 아버지, 한때는 몇 년에 한 번씩 보는 숙모를 좋아하기도 했고, 여학교 시절에는 프랑스어 선생님에게 흠뻑 빠진 적도 있거든.
어릴 땐 그럴 순 있지. 그래도 지금 올렌카는 어른 아냐?
사랑에 빠지는데 공식이라도 있니? 그냥 빠졌어. 쿠킨한테.
대책 없는 여자네.
하하. 그래도 주변의 평판은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