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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라이즈 13권
메모라이즈 1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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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라이즈 1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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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is ebook

◆ 본 작품은 15세 이용가 개정판입니다 ◆

현대와는 다른 세상 홀 플레인.
김수현은 군 전역을 신고하고 집으로 귀가하던 도중 홀 플레인의 세상에 강제로 소환 당한다.
많은 우여곡절을 거치고 끝끝내 정상에 오르는데 성공하지만, 홀 플레인에서 활동한 10년의 세월은 이미 너무나도 슬픈 과거로 얼룩진 상태였다.
김수현은 슬픈 과거를 바꾸기 위해, 제로 코드의 힘을 10년의 시간을 되돌리는데 사용하기로 결정한다.

Language한국어
PublisherWHISTLE BOOK
Release dateJun 3, 2019
ISBN9791132757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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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모라이즈 13권 - 로유진

    1. 체력 조루 탈출! (2)

    비비앙은 육망성에 마력을 끊은 후 화덕을 살피는 중이었다. 중간중간 신상용을 흘끗거리곤 있었지만, 일단 일차적인 임무는 끝낸 모양이었다. 그러나 오르도를 아직 역소환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아직 그녀가 해야 할 과정이 남은 것 같았다.

    우우웅! 우우웅! 우우웅! 우우웅!

    간헐적으로 울리던 소음의 주기는 점차 짧아지고 있었다. 그냥 구경하는 입장에서는 별것 아니게 보일지 몰라도, 정작 당사자는 죽을 맛일 것이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수식 아래 수많은 마력의 이동이 느껴졌다.

    크윽! 크으윽!

    한 번 진동이 울릴 때마다 신상용은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렸다. 그러나 그것을 보며 내가 어떻게 도울 수 없겠냐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비비앙의 말대로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구경하는 것뿐이었다.

    ‘섞인다.’

    비비앙이 예고했던 대로 20분을 지나 25분을 향해 달려가자 두 번째 변화가 시작되었다. 슬금슬금 비비며 간을 보던 액체들은 어느새 완전히 섞여 하나의 거대한 액체를 이루고 있었다.

    합쳐진 액체의 색깔은 시시각각 변하고 있었다. 검은색을 띠었다가, 흰색을 띠었다가, 푸른색을 띠었다가, 다시 검은색으로. 한 번 눈을 깜빡일 때마다 색깔이 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조절하는 신상용은 이제는 비 오듯 땀을 쏟아내고 있었다. 한 번 감을 틈도 없이 여전히 눈을 부릅뜬 채로 조화의 마방진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윽고 계속해서 바뀌던 액체의 색깔이 변화를 멈췄다. 멈춘 색깔은 검은색이었다. 하지만 칠흑처럼 진한 검은색이 아니라, 맑게 보일 정도로 연한 흑색을 띠고 있었다. 그리고 색깔의 변화가 멈춘 순간, 지금껏 꾹 다물려 있던 신상용의 입술이 힘차게 열렸다.

    됐습니다!

    신상용의 외침이 들리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비비앙의 주문이 이어졌다. 오른손에 들고 있던 오르도를 겨누자 마법진 하나가 나타나 액체의 주위를 살며시 감싸들었다.

    그리고 그것이 전체를 감싸 안았을 즈음, 그녀는 왼손을 내밀어 서서히 주먹을 쥐었다. 그러자 마법진이 떠오르고, 액체 또한 허공으로 두둥실 떠올랐다. 그러더니 비비앙이 주먹을 쥔 모양으로 서서히 뭉치기 시작했다.

    이윽고 액체가 적당한 크기의 구슬 모양이 된 순간, 비비앙은 그것을 조심스럽게 이동시켜 화덕 안으로 풍덩 빠트렸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시작된 둘의 주문. 이번에야말로 둘의 공동 작업이 이루어지는지 비비앙은 화덕을 향해서, 신상용은 화덕 안의 내용물에 각자 맡은 역할을 이행하고 있었다.

    화덕에서는 부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기이한 연기가 피어오른다. 고개를 빼꼼 내밀어 안을 살펴보자 화덕을 가득 채우던 내용물이 빠른 속도로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마 내가 알고 있는 것이라면 합쳐진 영약에 서브로 구비한 재료들을 흡수하는 과정일 것이다.

    곧 화덕을 채우던 액체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바닥을 드러내자 둘은 시간차를 두고 숨을 터뜨렸다. 비비앙이 먼저, 그리고 신상용이 다음으로. 그리고 밝게 물들어있던 빛도 서서히 사그라지는 것으로 보아 대강이나마 작업이 완료된 듯싶었다.

    비비앙과 신상용의 전신은 땀으로 흠뻑 젖은 상태였다. 숨을 거칠게 몰아쉬고 몸을 약간 비틀거리는 게,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보였다. 둘은 고개를 들어 서로를 바라보더니 이내 동시에 내게 고개를 돌렸다.

    먼저 말문을 연 사람은 신상용이었다.

    리, 리더.

    고생하셨습니다.

    내 대답을 들었는지 신상용은 희미한 미소를 보였다. 그리고 그대로 눈을 까뒤집으며 쓰러지고 말았다. 바닥과 부딪친 머리에서 쿵 소리가 나는 것으로 보아 바로 기절한 것 같았다.

    비비앙도 정상은 아니었다. 입술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이 거슬리는지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가 퉤, 하고 뱉으며 내 이름을 불렀다.

    김수현. 끝났어. 가져가도 돼.

    그래. 너도 고생했…….

    풀썩.

    비비앙의 체력 소모도 별반 다르지 않은 듯 대답이 채 끝나기도 전에 몸이 옆으로 꺾였다. 그 와중에도 간신히 손가락을 들어 화로를 가리키는 것을 보아 얼른 가져가라는 의미일 것이다.

    내부는 아직도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차있었다. 두근대는 마음을 추스르고 나는 차분히 화덕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삼분지 이를 넘게 채우던 액체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내 눈에 보이는 것은 단 하나. 오직 찬연한 황금빛을 내뿜는 조막만 한 영약 하나뿐이었다.

    창문을 등지고 앉아있자 문득 뒤쪽에서 맑은 빛이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슬쩍 고개를 들자 어두웠던 방 안이 조금이나마 밝아진 게 보였다. 나는 길게 한숨을 내쉬고 다시 책상으로 시선을 내렸다. 책상에는 두 개의 구슬이 반짝이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나는 제3의 눈으로 또다시 그것의 정보를 읽어 들였다.

    [요정 여왕의 눈물(Tears Of Elf Queen)]

    요정 여왕 마르가리타의 진실한 감정이 담겨있는 눈물입니다. 사악한 마법사에 의해 타락한 그녀는 최후의 순간을 맞이해 자신의 모든 감정을 눈물에 담아 내보냈습니다. 복용 시 능력치 포인트가 2포인트만큼 새로이 생성됩니다. 추가된 능력치 포인트는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올릴 수 있습니다.

    [사랑과 존경이 담긴 영약]

    체력이 부족한 한 명의 사용자를 위해 한 명은 사랑을, 한 명은 존경의 의미를 담아 만든 비전의 영약입니다. 들어간 재료도 재료지만 빛과 어둠이라는, 섞일 수 없는 상극의 성향을 ‘조화의 마방진’이라는 능력으로 합일시켜 최고의 효율을 이끌어냈습니다.

    1. 체력 능력치 포인트를 10포인트 상승시켜 줍니다. 다만, 체력 72포인트 이하의 사용자만 복용할 수 있습니다.

    2. 마력 능력치 포인트를 2포인트 상승시켜 줍니다. 다만 마력 90포인트 이하의 사용자만 복용할 수 있습니다.

    연단에 지쳐 기절한 둘을 숙소로 옮겨준 후 나는 다시 4층의 집무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곳에서 꼬박 밤을 새우고 말았다.

    체력 10포인트 상승. 정말 어마어마한 수치였다. 물론 체력 영약 2개가 들어가 6포인트를 기본으로 깔았겠지만, 그래도 설마 이만큼 더 상승시킬 수 있을지는 꿈에도 몰랐다. 자유성은 없지만, 예전에 홀 플레인을 들썩였던 ‘천사의 눈물’보다 4포인트나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것을 읽으며 새벽 동안 오만 가지 생각에 잠겼고, 수많은 경우의 수를 따져보았다. 예전과 같은 실수는 더는 하기 싫었으니까. 그리고 아침이 찾아오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체력을 지금 바로 올려버리면 앞으로는 제한에 걸려 영약으로 체력을 높이는 일은 요원해진다. 그건 알고 있다. 그러나 애초에 이번 영약을 만들기로 마음먹으면서 체력 포인트는 무조건 해결할 생각이었다.

    내 몸 상태는 잘 알고 있다. 더 체력을 내버려 두다가는 추후 정말로 돌이킬 수 없을 상황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그런 만큼 더는 기다릴 생각은 없었다. 즉, 이것은 단 한 번의 기회였다. 70대 포인트로서 가질 수 있는 마지막 기회.

    ‘공교롭게도 현재 능력치에도 딱 걸린 상태고. 10포인트 상승이면… 앞으로 이보다 더 올릴 기회는 거의 없다고 봐도 좋겠지. 마력이 아깝긴 하지만…….’

    여전히 수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이제는 체력이 부족해서 골골거리는 일은 사양하고 싶었다. 그렇게 마음을 정한 후 나는 뭔가에 홀린 듯 두 영약을 한 손에 쥐었다. 그리고 그대로 내 앞으로 가져와 한입에 털어 넣었다.

    요정 여왕의 눈물의 크기는 보통 구슬만 하다. 그리고 사랑과 존경이 담긴 영약은 그보다 조금 더 큰, 조막만 한 정도였다. 두 개를 한꺼번에 넣긴 했지만, 입을 크게 벌리자 무리 없이 집어넣을 수 있었다. 그렇게 혀를 살살 굴리기 시작한 순간, 입에 들어온 영약이 톡 터지는 느낌이 들었다.

    ‘맛있다.’

    처음에는 톡 쏘는 탓에 약간 얼얼한 맛이 느껴졌지만, 이내 시원하고 청량한 맛이 입안 가득히 감돌기 시작했다. 혀 전체를 부드럽게 자극해 주는 게, 입안에 계속해서 담아두고픈 정도였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기에 나는 적당히 녹았다 싶을 즈음, 바로 꿀꺽 삼켰다. 그리고 혹시나 하는 기대감과 함께 허공에 떠오를 메시지들을 기다렸다.

    [요정 여왕의 눈물을 복용했습니다. 자유 능력치 포인트가 2포인트만큼 추가되었습니다.]

    [사랑과 존경이 담긴 영약을 복용했습니다. 체력 전용 능력치 포인트가 10포인트만큼 추가되었습니다. 마력 능력치 포인트는 제한에 걸렸으므로 추가분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체.

    허공에 나타난 메시지들을 보자 나도 모르게 혀를 차고 말았다. 마력 전용 2포인트가 아까워 혹시나 같이 먹어본 건데, 당연히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쉬움에 계속 혀를 차고 있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에 킥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배가 불렀지.’

    1회차에는 이런 것 하나 못 구해서 아등바등했을 적이 있었다. 물론 이번엔 그만큼의 재료가 들어가기는 했지만, 솔직히 10포인트만 해도 엄청난 성과였다.

    그래도 사용자의 욕심이란 끝이 없는지 아까까지만 해도 시원했던 입안에서 쓴맛이 느껴졌다. 그렇게 한두 번 입맛을 다시며 마음을 가다듬은 후 나는 곧바로 사용자 정보 창을 개방했다.

    [근력 96(+2)] [내구 92] [민첩 98] [체력 72] [마력 96] [행운 90(+2)]

    잔여 능력치는 자유 능력치 14포인트와 체력 전용 10포인트로, 총 24포인트입니다.

    총 24포인트. 그중 10포인트가 체력 전용이라는 조건이 붙긴 했지만, 어차피 올려야 할 것을 감안한다면 가히 어마어마한 수치였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체력을 올리려 손가락을 올렸다가 반사적으로 행동을 멈췄다.

    분명 체력을 해결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 마음에는 아직도 변함이 없다. 하지만 어쩌면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던 기회가 또 한 번 더 찾아올지도 모르는 일이지 않은가. 이 잔여 능력치들을 전부 올리는 게 아니라 80대를 유지하면 영약 상승을 한 번 더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

    ‘아니, 하지만 지금 몸 상태로는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을 텐데.’

    지지부진한 체력 회복. 그것 또한 잘 알고 있다. 마법 도시 마지아의 원정을 다녀오며 생겨난 후유증은 여전히 체내에 축적된 상태였다. 이 말인즉슨, 체력 72포인트로는 감당키 어려운 수준의 내상을 입었다는 소리였다.

    이것을 원래대로 되돌리려면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그리고 80대로 올렸다고 해도 내상이 치유될지, 어느 것 하나 장담할 수 없다.

    새벽 내내 고민했지만 딱히 이렇다 할 해답은 내리지 못했다. 애꿎은 테이블만 검지로 톡톡 두드리다가 나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가슴이 무척이나 답답했지만, 그렇다고 충동적으로 올렸다가 후회하는 일은 사양하고 싶었다. 한동안 고민을 하다가 나는 결국 사용자 정보 창을 꺼버리고 말았다. 지금의 나에게는 누군가의 조언이 절실히 필요했다. 그렇다면, 화정에 대해 나보다 잘 알고 있는 이를 찾는다면, 단 한 명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세라프.

    비록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1회차 시절 마지막을 제외하면 최소 그녀의 말을 들어서 손해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녀는 사용자의 도우미 역할을 맡고 있는 천사로서 항상 적절한 조언을 해주는 존재였다.

    어느새 방 안을 채우던 어둠은 완전히 걷혔다. 따뜻한 햇살이 창문을 통해 빛을 비추고 있었다. 지금쯤 한 명 두 명 잠에서 깨어날 시간이었다.

    일단 나가보자는 생각에 책상에서 벗어나 문을 밀고 나가는 순간, 갑작스레 영약의 이름에 대해 생각이 미쳤다.

    ‘그러고 보니… 영약 이름이 뭐라고?’

    예상대로 일어난 클랜원들은 모두 1층의 식당으로 모였다. 하기야 어젯밤 빨빨거리며 클랜 하우스를 돌아다니다 느지막이 잠자리에 들었으니 배가 고프기도 할 터였다. 바지런한 고연주가 새벽에 음식 재료를 사온 듯, 우리는 간만에 솜씨를 발휘한 그녀의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야, 이유정. 너 화장실 들어가 봤어?

    응. 오늘 아침에 일어나고 바로 들어갔지. 뭔가 여관에서 쓰던 거랑은 다르더라. 으흐흐.

    돌을 톡 건드리니까 마법진에서 물이 쫙 쏟아져 나왔어요오. 역시 뭔가 달라도 달라요오.

    나는 나중에 공중목욕탕도 한번 써보고 싶어. 거긴 욕탕은 물론이고 사우나도 구현해 놨다고 하더라.

    그렇군요. 우리 머셔너리의 여신 하연 누님.

    현이 너. 자꾸 놀리면 혼나.

    이 커다란 식당에서 고작 테이블 하나만 차지하고 앉은 게 어색하지도 않은지 클랜원들은 음식을 퍼먹으며 한창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비비앙과 신상용은 보이지 않는다. 영약을 만드는 데 꽤 기력을 소비한 듯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지 않는다나.

    고기가 듬뿍 들어간 스튜를 한 숟갈 뜨자 아까부터 흘끗흘끗 내 눈치를 살피던 고연주가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수현. 식사는 입맛에 맞으세요?

    고연주가 만들어준 음식은 항상 맛있네요.

    고마워요. 참, 어제 영약은 어떻게 되셨어요?

    그럭저럭 잘됐습니다.

    스튜를 우물거리며 고개를 끄덕이자 고연주는 들고 있던 포크를 살며시 놓았다. 그러고는 내 쪽으로 반쯤 몸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

    혹시 오늘 오후에요, 따로 잡은 일정이 있으신가요?

    예. 신전에 들를 예정입니다. 조금 중요한 문제라……. 그런데 왜 그러시죠?

    아~ 다른 건 아니고요. 이제 클랜 하우스도 생겼겠다, 내부를 정비해야 하잖아요? 예를 들면 고용인이라든가…….

    고용인이야 뭐, 금방 구하겠죠. 차고 넘치는 게 거주민인데요. 그 외에는 뭐, 일단 오늘까지는 대강 둘러들 보고 필요한 게 있으면 적어두세요. 그리고 내일 회의 때 제출해 주시면 됩니다.

    …아, 네.

    한 박자 늦은 대답. 찰나의 순간에 불과했지만, 대답 전의 표정도 살짝 굳었었다. 별생각 없이 말한 건데, 혹시 말실수라도 했나 싶어 내뱉은 말을 더듬으려는 순간이었다. 맞은편에서 유니콘의 입에 음식을 넣어주던 김한별이 살짝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저기… 오빠. 오늘 신전 가실 거예요?

    응.

    저도 오늘 신전에 갈 일 있는데……. 예전에 호출이 들어왔거든요. 너무 늦은 것 같기도 하고…….

    그래? 그럼 같이 가면 되겠네. 창고 정리 끝내고 바로 갈 거니까 준비하고 있어.

    네. 오빠.

    김한별은 밝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입을 쩍 벌린 채 기다리고 있는 아기 유니콘에게 다시 음식을 먹여주기 시작했다. 그녀가 맛있니?라고 묻자 녀석은 방긋 웃으며 뀨, 하고 울었다.

    잠시 그 광경을 잔잔히 보다가 나도 마저 남은 음식을 먹으려는 찰나였다.

    오빠! 오빠!

    실컷 떠들었는지 이번엔 이유정이 내가 음식을 먹는 것을 방해했다. 막 뜨려던 수저를 놓자 그녀는 뭔가 간절히 원하는 표정을 지으며 양손을 맞잡았다.

    나 그거~

    그거 뭐?

    그~거~

    마치 고양이가 애교를 부리듯 이유정은 나를 계속해서 조르며 어깨를 흔들었다. 안현과 안솔이 사이좋게 토하는 것을 보며 나는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이내 그녀가 원하는 것을 눈치챈 후 단호히 고개를 흔들었다.

    안 돼.

    아앙~ 왜~ 이제 그만 돌려줘~ 응? 응?

    돌려주기는 할 건데, 아직은 안 돼. 면담 끝나고 돌려줄게.

    응? 면담? 나랑?

    아니, 너 말고. 아무튼, 조금 더 기다려.

    치. 뭔진 모르겠지만 일단은 알았어.

    이유정은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나는 그녀에게 건넬 스쿠렙프와 순결의 머리띠를 생각하다가 문득 생각이 들어 제3의 눈을 활성화했다. 그러고 보니 이유정도 이제 어엿한 레어 클래스를 가진 사용자였다.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하지 않다면 거짓말이리라.

    사용자 정보(Player Status)

    1. 이름(Name) : 이유정(0년 차)

    2. 클래스(Class) : 여명의 검투사(Rare, Gladiator of the Dawn, Runner)

    3. 소속 국가(Nation) : 자유 용병(Free)

    4. 소속 단체(Clan) : Mercenary(실적 평가 중에 있습니다.)

    5. 진명 · 국적 : 앙칼진 암고양이 · 대한민국

    6. 성별(Sex) : 여성(22)

    7. 신장 · 체중 : 166.3cm · 52.3kg

    8. 성향 : 첨예 · 호전(Sharp · Aggressive)

    [근력 67] [내구 69] [민첩 78] [체력 65] [마력 72] [행운 53]

    잔여 능력치 포인트는 4포인트입니다.

    업적(0)

    특수 능력(1/1)

    1. 피에 젖은 마음(Rank : C Zero)

    잠재 능력(2/4)

    1. 양손 단검술(Rank : C Plus)

    2. 묘(猫)족 체술(Rank : E Z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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