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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라이즈 37권
메모라이즈 37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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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라이즈 37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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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is ebook

◆ 본 작품은 15세 이용가 개정판입니다 ◆

현대와는 다른 세상 홀 플레인.
김수현은 군 전역을 신고하고 집으로 귀가하던 도중 홀 플레인의 세상에 강제로 소환 당한다.
많은 우여곡절을 거치고 끝끝내 정상에 오르는데 성공하지만, 홀 플레인에서 활동한 10년의 세월은 이미 너무나도 슬픈 과거로 얼룩진 상태였다.
김수현은 슬픈 과거를 바꾸기 위해, 제로 코드의 힘을 10년의 시간을 되돌리는데 사용하기로 결정한다.

Language한국어
PublisherWHISTLE BOOK
Release dateJun 3, 2019
ISBN9791132757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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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모라이즈 37권 - 로유진

    1. Meanwhile, Same Time : Seven (2)

    엘도라!

    발랄한 목소리와 동시에 누군가 짠 하고 등장했다. 소녀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늘씬한 키에 밝은 연갈색의 가죽 갑옷을 입은 여인이다.

    엘도라라 불린 소녀는 몸을 돌려 여인을 빤히 응시했다. 또각또각, 모델처럼 가늘고 긴 다리맵시를 내세워 걸어오는 여인은 상큼한 눈웃음과 함께 활짝 웃었다.

    여기 있었네? 우리 엘도라. 한참 찾아다녔잖아.

    제가 그렇게 부르지 말아달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나탈리.

    엘도라가 짐짓 엄한 음성으로 말하자 여인, 아니 나탈리는 눈을 살짝 뜨며 고개를 기울였다.

    응? 그럼 뭐라고 해? 코르넬리우스? 이건 예쁘지 않아.

    뭐가 됐든 좋습니다만…….

    낮은 음성으로 말을 잇던 엘도라는 싱글벙글 웃는 나탈리를 보고 가벼운 한숨을 흘렸다.

    아무튼 한참 찾아다녔다는 말씀은……?

    아, 우리 선지자님께서 엘도라를 찾으시더라고. 그것도 아~주 애타게 말이야.

    나탈리는 ‘우리’라는 말을 계속 강조해서 붙이며 히히 웃었다. 그러자 시종일관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던 엘도라의 얼굴에도 미세한 변화가 생겼다.

    멜리누스가요?

    응! 그리고…….

    그 순간 엘도라는 곧장 움직이기 시작했다. 무언가 더 말하려던 나탈리는 동그래진 눈으로 소녀를 좇았다. 그러나 엘도라는 이미 입구로 들어가 성큼성큼 멀어지는 중이었다.

    엘도라, 엘도라! 아직 말이……!

    등 뒤로 나탈리의 목소리가 들렸으나 엘도라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약간 급하다 느껴질 만큼 걸음을 빠르게 놀렸다. 그런 엘도라의 얼굴은 흡사 오랜 친우를 만나러 가는 것처럼 화색이 돌았다.

    잠시 후, 방을 나서 긴 회랑을 지난 엘도라는 다른 건물로 이어지는 구름다리를 건너, 그 너머로 나무로 만들어진 고급스러운 문을 열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가장 먼저 나타난 건 아래로 끝없이 이어지는 나선 계단이었다. 소라 껍데기처럼 빙빙 도는 계단을 내려갈수록 아래로 가지런히 배치된 탁자와 여러 기록이 빽빽이 꼽힌 책장이 보였다. 보이는 그대로 지식의 보고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커다란 도서관이었다.

    이윽고 끝없이 이어지던 계단도 서서히 끝나갈 무렵, 문득 조용한 도서관을 울리는 소리가 어렴풋이 귀에 흘렀다.

    혼자서 할 수 있을……?

    글쎄. 한 번 봐야겠지만 아마도…….

    엘도라는 계단 끄트머리에서 멈추고 살며시 안을 들여다봤다. 그곳에는 잿빛 로브를 걸친 백발의 노인이 커다란 책상에 앉아있었다. 비스듬히 놓인 흰 지팡이와 책상에서 홀로 불빛을 비추는 호롱불, 그리고 정갈히 허리를 편 채 부드러운 눈매로 기록을 탐독하는 모습은 흡사 현자라 해도 손색이 없었다.

    이따금 아래까지 늘어진 흰 수염을 쓰다듬으며 끄덕이거나, 손에 침을 묻혀 기록을 넘기는 모습을 보며 엘도라는 옅은 미소를 머금었다. 아까 나탈리를 대할 때와는 다르게 호의 가득한 낯빛이다.

    신뢰에 찬 눈길을 보내던 엘도라는 살짝 헛기침했다.

    응?

    어머?

    목소리는 두 곳에서 들렸다. 노인은 놀란 듯 두 눈을 크게 뜨며 머리를 들었다. 그리고 오른쪽에는 한 삼십 대 중반은 되었을까. 풍성한 흰색 로브를 걸친 우아한 여인이 기록을 한 아름 든 채 걸어오다가 은근슬쩍 나타난 엘도라를 보고 깜짝 놀라 서 있었다. 설마 한 명이 더 있을 줄 몰랐던 엘도라도 약간 놀란 빛을 보였다.

    그 반응을 본 여인은 곧 표정을 추스르고는 스리슬쩍 미소 지었다.

    나탈리가 제가 왔다는 말은 안 해줬나 보네요?

    아니요. 제가 듣지 못했습니다. 미안합니다. 올리비아.

    엘도라가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올리비아는 어머.라고 말하며 한 손을 볼에 대고 빙긋 웃었다.

    사과하실 필요는 없어요. 오딘 로드는 여전하네요.

    라그나로크는 아틀란타처럼 중앙 도시를 중점으로 네 개의 외성이 이어진 구조를 갖추고 있다. 그리고 올리비아는 그중 한 도시를 맡고 있는 클랜의 로드였다. 물론 오딘과는 매우 우호적인 관계다.

    엘도라가 미소로 화답하자 노인이 껄껄 웃으며 가볍게 손짓했다. 그러자 탁자에 들어가 있던 의자가 쓱 나오더니 저절로 움직여 엘도라의 앞에 놓였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닌 듯 엘도라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은 채 의자에 얌전히 앉았다.

    부르셨다고 들었어요. 멜리누스.

    그렇지요. 상의할 일이 하나 생겨서 말입니다.

    상의할 일이요?

    음, 그게.

    엘도라가 궁금하다는 듯이 묻자 멜리누스는 흘긋 옆을 쳐다봤다. 흰 로브의 여인은 기록 더미를 책상에 내려놓은 후, 잠시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지었다가 고요히 입을 열었다.

    오딘 로드. 제가 듣기로는 아직 칼집을 찾는 중이라 하던데, 맞나요?

    엘도라는 두어 번 눈을 깜빡였다가 의아한 빛으로 수긍했다.

    그렇기는 합니다만……. 근래에는 큰 신경을 못 썼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올리비아가 꽤 재밌는 정보를 들고 왔더군요.

    보이는 것과 다르게 걸걸한 목소리를 낸 멜리누스가 곧장 끼어들었다. 어느새 이야기는 자연스레 본론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클랜 로드는 혹시 이 라크나로크 대륙에 얽힌 신화를 알고 계시는지요.

    그렇게 자세히는……. 그냥 먼 옛날 신들 간에 거대한 전투가 있었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습니다.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라고 말한 멜리누스는 치렁치렁한 수염을 부드럽게 쓸어내리며 기록을 뒤적였다.

    라그나로크. 직역해 보면 신들의 황혼이라는 말로 널리 알려져 있으나, 다르게는 신들의 운명 혹은 신들의 몰락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몰락이라. 썩 좋게 들리지는 않는군요.

    크게 신경 쓸 건 없습니다. 전투의 끝은 응당 승자와 패자로 나뉘는 법이니까요. 이 경우 패자를 몰락과 연결할 수 있겠지요. 물론 그 몰락이라는 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는 다른 문제입니다만.

    네. 하지만 그 신화가 제가 찾는 칼집과 어떤 연관이 있다는 겁니까?

    그때 올리비아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얼마 전 세상의 끝으로 추정되는 유적을 발견했어요. 다른 말로는 최후의 전쟁이라고도 하죠. 신들이 마지막 전투를 벌인 장소라고 이해하시면 돼요.

    그 순간 엘도라의 눈이 살며시 반짝였다. 아직 자세한 내막은 듣지 못했지만, 왠지 모험의 냄새가 풀풀 풍겼다. 안 그래도 오크 성 공략 이후 줄곧 라그나로크에만 있어서 몸이 근질거렸는데, 무언가 느낌이 왔다. 아르코느 오크와의 전쟁 때 보인 활약으로 전신(戰神)이라는 칭호가 붙은 만큼 엘도라도 천성이 전투에 인색하지 않은 사용자였다.

    어째서 그 유적을 그 장소라고 추정하는 겁니까?

    벽화가 있었거든요.

    엘도라가 묻자 여인은 물어볼 줄 알았다는 듯이 바로 답변했다.

    정확히 말하면 유적 외곽에 긴 벽을 따라 그려진 그림이 있었어요. 우리는 근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고대 지식 전문가들을 동원해 벽화를 해석했고, 나름의 성과를 얻어낼 수 있었죠.

    가장 큰 성과는 아까 말한 몰락의 의미를 찾아냈다는 거지요. 마지막 그림은 아마 신을 봉인하는 과정을 그린 게 아니겠느냐고 말하더군요. 아주 말이 안 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올리비아는 멜리너스를 스리슬쩍 흘겼다. 이제 중요한 얘기를 하려는데, 왜 당신이 빼앗느냐는 눈초리였다.

    아무튼 사실 저도 확신은 못해요. 그곳이 어떤 장소인지는 직접 들어가 봐야 알 수 있겠죠. 하지만 최소한 단서는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거기까지 말한 올리비아는 잠시 숨을 돌리려 했지만, 엘도라는 고개를 갸웃하는 걸 보며 아차 탄성을 질렀다.

    아, 미안해요. 제일 중요한 얘기를 빼먹었네. 방금 멜리너스가 말한 봉인 과정을 그린 그림에서 우리는 재밌는 사실을 발견했어요. 바로 칼집이죠.

    칼집?

    칼집이 그려져 있었다고요. 생각해 봐요. 오딘 로드의 엑스칼리버는 신화 속에 등장하는 일종의 성물이잖아요? 그리고 역사상 절대자를 봉인할 때 성물이 사용된 경우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아요. …어때요. 이 두 사실의 연관성을 알겠어요?

    …험험.

    올리비아는 혹여 또 멜리너스가 끼어들까 봐 굉장히 빠른 속도로 말했고, 노인은 멋쩍게 헛기침을 했다.

    영리한 엘도라는 금세 올리비아의 말뜻을 알아차렸다. 담담하던 두 눈이 약간 치떠진 게 그 방증이었다.

    …설마.

    그래요, 엘도라. 그 벽화가 진정 신화 시절에 그려졌다면 그 칼집도 성물일 가능성이 높아요. 음~ 여기까지만 말해도 아시겠죠?

    엘핀 로드. 저희가……!

    물론 저 또한 오딘의 힘을 빌리고 싶어 찾아온 거랍니다.

    그렇게 말한 올리비아는 한쪽 눈을 찡긋해 보였다. 엘도라는 열망에 찬 눈동자로 멜리너스를 응시했다.

    으음. 클랜 로드의 마음은 이해합니다. 그동안 오매불망 찾아온 칼집이니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겠지요.

    그 말씀은 제가 가져온 정보가 지푸라기라는 건가요?

    올리비아가 뾰족한 음성으로 쏘아붙이자 멜리너스는 긴 수염을 어루만지며 점잔을 뺐다.

    그게 아니라, 급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엘핀 클랜이 어려워하는 곳이니만큼 저희도 마냥 쉽게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후유, 알겠습니다.

    그러나 엘도라를 한 번 본 멜리너스는 이미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다고 느꼈는지 긴 한숨을 흘렸다. 이어서 명치 부근을 슬슬 쓰다듬더니 인자한 미소를 짓는다.

    클랜 로드. 방심은 금물이니 기사단 전원을 소집하십시오.

    물론입니다. 알겠습니다.

    이미 발동이 걸렸는지 엘도라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바로 몸을 돌리려는 찰나, 돌연 우뚝 멈춰서 멜리너스를 빤히 바라봤다. 아까는 명치를 만지더니 이번에는 복부를 은근히 쓸어내리는 중이다.

    아.

    엘도라의 시선을 느꼈는지 손은 금세 헐렁한 소매 안으로 사라졌다.

    …그래도 이 늙은이가 식사할 시간 정도는 주시겠지요?

    구변 좋게 말한 멜리너스는 허허롭게 웃어 보였다.

    뜨거운 물로 씻고 나온 엘도라는 마른 천을 집어 몸을 닦았다. 가볍게 머리를 털자 풍성하게 흘러내린 굴곡진 금발이 눈부신 반짝임을 분사한다. 이윽고 흠뻑 얼룩진 천을 침대에 걸어놓은 엘도라는 맑은 빛이 내리쬐는 창가로 다가갔다. 따스한 햇볕은 방금 닦아낸 머리카락에 고스란히 안착했고, 이내 넘치듯이 흘러 흰 살결에 스몄다.

    나신을 다습게 덥혀주는 햇볕이 기분 좋아 두 눈이 살며시 감기고, 이어서 오른손이 서서히 움켜졌다.

    ‘이번에는 꼭…….’

    잠시 후, 엘도라는 실눈을 뜬 채 살짝 턱을 젖혀 허공을 응시했다. 그곳에는 오직 홀로만이 볼 수 있는 정보가 출력되고 있었다.

    Player Status

    1. 이름(Name) : Eldora Cornelius(6년 차)

    2. 클래스(Class) : 금빛의 기사(Secret, The Golden Knight, Master)

    3. 소속 국가(Nation) : 라그나로크(Ragnarok)

    4. 소속 단체(Clan) : 오딘(Odin)(Clan Rank : AA)

    5. 진명 · 국적 : 엘도라도의 주인(Owner of The El Dorado) · 영국(England)

    6. 성별(Sex) : 여성(20)

    7. 신장 · 체중 : 164.2cm · 52.2kg

    8. 성향 : 질서 · 선(Lawful · Good)

    [근력 100(+6)] [내구 94(+2)] [민첩 90(+2)] [체력 92] [마력 95(+4)] [행운 100]

    잔여 능력치는 0포인트입니다.

    능력치 비교

    1. 김수현

    [근력 99(+2)] [내구 95(+2)] [민첩 101] [체력 101(+2)] [마력 96] [행운 90(+2)]

    잔여 능력치는 0포인트입니다.

    Total : 582Point

    2. 엘도라 코르넬리우스

    [근력 100(+6)] [내구 94(+2)] [민첩 90(+2)] [체력 92] [마력 95(+4)] [행운 100]

    잔여 능력치는 0포인트입니다.

    Total : 571Point

    외부 영향에 기인한 상승 폭을 제외한 엘도라 본연의 사용자 정보는 엄밀히 말하면 으뜸이라고 보기에는 조금 손색이 있다. 물론 어디까지나 북 대륙을 기준으로 잡아서 말이다.

    하지만 여러 좋은 장비를 가졌고, 영약도 심심찮게 복용했으며, 시크릿 클래스까지 가진 것을 고려하면 분명 톱클래스로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그러나 여느 사용자가 그렇듯이 엘도라 또한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더 높은 경지로 올라가기를 바라고 있었다. 단순히 느낌으로 가늠하는 게 아닌, 실제로 체감할 수 있을 만큼 강해지기를 원한다. 그럴 수 있는 방법도 알고 있다. 이게 바로 엘도라가 목숨 걸고 칼집을 찾아다니는 이유였다.

    ‘이번에는 기필코……. 아니, 최소한 단서라도 잡을 수 있다면.’

    엘도라는 결 좋은 머리카락을 질끈 묶으며 이를 악물었다. 칼집이 눈앞에 어른거리기라도 하는지 무언가 주체할 수가 없는 것처럼 행동을 시작했다.

    그렇게 신속히 옷을 입고 장갑을 갖추고는 깨끗한 천으로 동여맨 대검을 들고 빠른 걸음으로 문을 나섰다.

    * * *

    그럼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물어보시게.

    막 설명을 끝낸 멜리너스가 지긋한 눈으로 돌아보며 물었다.

    홀로 서 있는 멜리너스를 제외하면, 주변에는 열두 명의 사용자가 상앗빛 탁자에 앉아있다.

    탁자는 상하 구별이 없는 둥근 모양의 원탁으로, 총 열세 개의 의자에 자리마다 검의 문양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칼끝이 모이는 중앙으로 지름 십오 센티미터 정도의 홈이 동그랗게 패여 있었는데, 그곳에는 커다란 잔에 꽂힌 횃불이 성화(聖火)처럼 불타오르고 있다.

    신이 있는 곳이라. 왜 엘핀 로드가 찾아왔는지 궁금했는데, 꽤 재밌는 정보를 들고 왔네요?

    의자에 등을 기댄 나탈리는 목에 걸린 뿔 나팔을 만지작거리며 해맑게 웃었다.

    정확히는 신들이 최후의 전투를 벌였던 장소네. 신이 있는 장소가 아니라.

    봉인했다면서요? 어쨌든 그게 그거 아니에요?

    멜리너스가 말을 정정해 주자 나탈리는 갸웃하고는 좌우로 고개를 돌렸다.

    맞아. 죽지 않았을지도 모르잖아?

    맞아. 혹시 잘못 건드려서 신이 깨어나면 어떡해?

    그러자 나탈리에 동의하는 두 앳된 음성이 동시에 겹쳐서 들렸다.

    나이는 각각 십 대 중후반쯤 되었을까? 방금 목소리를 낸 두 여인은 특이하게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생김새가 거의 비슷했다. 각자 줄로 묶어 올린 머리가 반대 방향인 걸 빼면 일란성 쌍둥이 자매라고 봐도 믿을 정도였다. 어쩌면 정말로 그럴지도 모른다.

    으음, 확실히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요.

    그때 한 사용자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안경을 낀 사내는 순하면서도 유약한 인상이었으나, 총명한 눈동자가 매력적인 청년이었다.

    성물로 봉인 의식을 치렀다면 반대의 경우, 즉 성물을 가져감으로써 봉인이 해제되는 상황도 염두에 둬야 하니까요. 어쩌면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좋은 기회라고?

    이번에는 낮고 굵직한 목소리가 반문했다. 맞은편에는 머리를 빡빡 민 거한이 울퉁불퉁한 근육으로 덮인 팔로 팔짱 낀 채 청년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커먼 피부인데 양 소매가 없는 흰 사제 로브를 걸치고 있는 것이, 조금은 어색하게 느껴지는 복장이다.

    별 뜻은 아닙니다. 만일 정말로 봉인이 해제된다면 신을 잡아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지도 모르니까요.

    …너무 낙관적으로 말하는데. 혹시 위험하다는 생각은 안 해봤나?

    당연히 위험하겠지요. 하지만 아주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타 대륙 이야기이기는 합니다만, 신을 상대로 이겨낸 사례가 있거든요. 우리도 못할 건 없잖아요?

    오, 그건 조금 흥미로운데. 계속해 봐, 이안.

    거한이 반짝 흥미를 보이자 이안이라 불린 청년은 안경을 치키며 침을 꼴깍 삼켰다.

    에, 혹시 북 대륙에 있는 강철 산맥을 아십니까?

    강철 산맥? 아니.

    우리가 오크 성을 넘어 라그나로크를 발견했듯이 북 대륙도 비슷합니다. 강철 산맥을 공략해 아틀란타라는 신대륙을 발견했지요.

    아, 그런 의미로군. 이해했다.

    예. 아무튼 우리가 전진 기지를 거치며 최종적으로 오크 성을 점령했다면, 북 대륙은 강철 산맥을 총 네 지역으로 구분해 통과했다고 합니다. 그중 세 번째 지역에서 신이라는 괴물이 출현했습니다.

    신이라는 괴물? 그건 또 무슨 소리지?

    "으음. 그러니까, 그곳에서는 거인들의 제왕이라고 하더군요. 거신 전쟁에서 저주를 받아 괴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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