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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스터 - Prophet 13권
마이스터 - Prophet 13권
마이스터 - Prophet 1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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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스터 - Prophet 1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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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 성인게임을 전문으로 스트리밍 하던 한지우는 우연히 한 후원자가 보낸 쪽지를 받게 된다.
한지우는 그 쪽지의 링크를 클릭한 후 정신을 잃고, 다시 깨어나보니 게임에서와 같은 시스템 창을 얻는다.
이후 시스템 창을 이용해 그저 하루하루 쾌락에 빠진 삶을 즐기던 와중 우연히 한 뉴스를 보게 된다.
\"생존과 야생?\"
목표가 없이 지내는 것에 무료함을 느끼려던 찰나 보게 된 생존과 야생 모집 뉴스.
본능적으로 그것에 끌리게 되고 작은 삶의 목표가 되어 정신없이 빠져들게 된다.
그리고 30인의 후보 중 1인으로 생존과 야생에 참여한 한지우.
그곳에서 알게 된 충격적인 사실들과 앞으로 닥쳐올 미래와 맞닥뜨린다.

Language한국어
PublisherWHISTLE BOOK
Release dateJan 7, 2021
ISBN979113278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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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스터 - Prophet 13권 - 플라 우드

    1. 2부 (1)

    음습한 동굴의 벽에는 보랏빛 줄기들이 마치 핏줄처럼 뻗어있었다. 종종 움찔거리며 이동하다 멈추다를 반복하는 빛들이 향하는 동굴의 한가운데에는 어두운 분위기와 소름 끼치는 보랏빛 빛들과는 어울리지 않는 화려한 외모를 한 십여 명 남짓한 인영이 원탁에 둘러앉아 있다.

    감지형 게이트가 소거됐다고?

    백금발의 긴 머리가 아름다운 여성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갸웃하는 고개 옆으로 백금발의 머리가 흘러내리며 동그랗게 말린 새하얀 뿔이 드러난다.

    네, 아리스.

    아리스라 불린 백금발 여성의 질문에 대답하는, 푸른 머릿결이 부드러운 남성이었다. 긴 머리를 뒤로 끌어모아 어피로 보이는 비늘 가죽으로 질끈 동여맨 모습이 잘 어울린다. 푸른색 비늘 갑주와 금색 테두리의 마감이 꽤나 고급스러워 보인다. 그리고 등 뒤의 삼지창이 눈길을 끌었다.

    이해가 안 되는데. 아쿠아리우스, 확인 제대로 한 거 맞지? 아무리 정보 수집 특화 코어라고는 하지만 E급 아니었나?

    네. 내우주 경계를 지키던 땅꾼이 전한 소식입니다. 흘러가던 어비스 에너지의 흐름이 막혔다고 하더군요.

    그 말에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아리스의 표정이 절로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킨다. 턱을 괸 채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아리스가 입을 열었다.

    그 낙후된 곳에 감지형 게이트를 소거할 만한 전투력을 가진 존재가 있다고?

    저도 귀를 의심했지만 확실합니다.

    분명히 에너지의 개념조차도 없는 하급 생명체들이 머무는 별 아니었나?

    예전엔 있었다곤 하지만 그마저도 어비스 에너지 부스러기에 오염됐으니 말입니다.

    아리스와 아쿠아리우스의 대화 도중 에메랄드빛 머리를 늘어뜨린 채 턱을 쓸며 중얼거리는 여성의 목소리가 들린다. 턱을 쓰는 손의 피부가 핏줄이 비칠 정도로 투명하고 맑았는데 등에 멘 활이 눈에 띈다.

    설마 관리자들이 나선 건 아니겠죠?

    아냐, 지나르. 아무리 지구 주 관리자가 잠들었다고는 해도 수하들이 그렇게 멍청하진 않을 거야.

    피세스가 그런 지나르의 질문에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그 소리에 고개를 주억거리는 지나르였다.

    하긴 그래 주면 일이 너무 쉬워지지. 우리도 나서면 되니까.

    그리고 빈 자리를 향해 시선을 보내며 묻는 아리스였다.

    물병은?

    피세스는 지금 사태 파악 중입니다.

    호기심이 드는군. 물병더러 바로 내게 보고하라고 해.

    지금 도착했습니다, 아리스.

    동굴 안쪽 어둠으로 가득한 곳에서 가녀린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그리고 온몸에 낡은 후드형 가죽 로브를 뒤집어쓴 존재가 모습을 나타냈다. 얼굴을 가린 후드에서 흘러내린 보랏빛 머리카락에 은은한 빛이 휘감겨 있었다. 그리고 어깨부터 가슴까지 로브가 흘러내리며 드러나는 몸매 선과 목소리에 여성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또 그 누더기를 뒤집어쓰고 있냐. 그리고 왜 이렇게 늦었어?

    조용히 탁자에서 아리스와 아쿠아리우스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작달막한 키와 검은색의 짧은 머리를 한 꼬마가 투덜거리듯 말한다. 그러자 그 꼬마의 어깨 너머로 흰색과 보라색이 뒤섞인 머리카락이 어깨를 기어오르듯 나타난다. 그리고 슬며시 드러난 창백한 팔이 검은 머리 소년의 턱 아래를 간지럽힌다. 그런데 드러난 얼굴은 검은 머리의 꼬마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어디서 바알 닮은 남자랑 떡이라도 치고 온 건지도 모르지. 아니면 그를 그리워하며 수음이라도?

    제미니, 거기까지만 해.

    네, 아리스. 젬, 너도 들어가 있어. 당분간은 내가 본체잖아.

    쳇, 알았다.

    혀를 차며 아쉽다는 듯 검은 머리의 소년 뒤에서 모습을 감추는 흰 머리의 소년이었다.

    하던 이야기 계속해 봐, 피세스.

    아니나 다를까, 사과 한마디 없군요. 어찌 됐건 아리스, 지구의 동쪽에 연결됐던 게이트 중 감지형 게이트가 파괴된 걸 확인했습니다. 거기다 크랙이 먼저 닫히면서 코어에 기록된 정보 역시도 아쉽지만 회수할 길이 없어졌습니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게이트를 닫을 수 있는 존재, 혹은 존재들이 있다는 건 사실이라는 거군.

    그런데…….

    보고를 마친 피세스가 말끝을 흐리듯이 중얼거려 아리스가 반문했다.

    음? 뭐, 더 할 말이라도 있나?

    아직 확실하진 않지만 미세하게…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나중에 확실하게 판단될 때 말씀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입술을 달싹이며 말을 할까 말까 고심하는 듯이 보이던 피세스가 조용히 중얼거렸고 아리스는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의지하도록 하지. 다른 두 개는?

    하나는 안타깝게도 코어가 심해로 가라앉는 바람에 시간이 좀 많이 걸릴 듯합니다. 하필 육지형 코어였거든요. 거기다 크랙과 상당히 멀어지는 바람에 필드의 성장과 효과가 정지했습니다. 크랙이 제자리를 잡기 전에 그렇게 되는 바람에… 아무래도 손실 처리를 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건 아쿠아리우스가 한번 알아봐, 수중형으로 변형 가능한지. 실패했다고 나무랄 생각 없으니.

    네, 아리스.

    계속해, 피세스.

    예. 그리고 또 다른 동쪽 지역에 열린 3번 게이트는 아무래도 봉인당한 듯합니다.

    봉인?

    봉인이라고?

    아리스와 아쿠아리우스, 그리고 지나르와 어깨 너머 흰 머리의 소년과 장난치던 제미니조차도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그리고 그 시선을 받던 아쿠아리우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아리스를 향해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여전히 후드에 가려진 얼굴이었지만 오밀조밀한 입술과 턱이 열리기 시작했다.

    마땅한 단어를 찾지 못해 봉인이라 말씀드렸습니다. 필드의 성장세가 제로에 가깝게 매우 둔화되어 있습니다. 거기다 그 지역의 관리자가 손을 쓴 게 아닐까 의심되는 정황이 발견되었습니다.

    조약 위반이라는 말인가?

    피세스의 부정적인 보고와는 다르게 마치 흥분된다는 듯 기쁨 어린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제미니였다. 하지만 피세스는 그 말에 고개를 젓는다.

    그렇게 보기는 어려워요. 여전히 코어가 멀쩡히 살아있기 때문이죠. 거기다 코어를 획득한 생물체가 구금된 상황은 지구 지배 종족의 주도로 이루어지기도 했고요. 인과율상 문제가 없어요.

    그 말은 코어가 겨우 인간의 손에 의해 강제적으로 필드를 떠나있다는 말인가?

    네. 그렇습니다, 아리스.

    그 말에 아쿠아리우스가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린다.

    허, 그런 경우도 있네.

    애초에 너무 약한 코어를 보낸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제미니가 투덜거리듯 말하자 지나르가 핀잔을 주듯 말한다.

    애초에 네가 F급이면 충분하다 우겼잖아.

    아니, 그렇긴 하지만… 감시형 게이트까지 소거할 능력이 있는 줄은 몰랐지. 그건 E급이었는데.

    아리스가 둘의 대화를 끊어내듯 손을 들어 올리자 조용히 입을 다무는 제미니와 지나르였다.

    그럼 그곳 관리자 중 하나가 코어가 없는 필드의 확장성 자체만 억누르고 있다는 말이 하고 싶은 거로군.

    저는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그럼 막연하게 조약을 위반했다고 보기도 어렵군.

    네. 코어가 필드를 이탈했을 경우에 관해선 조약 항목에 없으니까요.

    애초에 코어가 필드를 이탈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드니까. 어머니 몸속보다 편안한 곳일 테니 자의적으로 떠날 리는 더더욱 없고.

    아리스가 고개를 주억거리며 대답했고 그 말에 화답하듯 아쿠아리우스와 지나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거기다 에너지도 쓰지 못하는 미개한 지배 종족이 있는 별에서 코어가 패배한다는 건 더더욱 예상하기 어렵긴 하죠.

    분명히 비르고가 예전에 찾아갔을 때는 갓 태어난 원숭이 수준이었는데 저도 이해가 가질 않네요, 아리스.

    법칙에게 물어보긴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제미니의 질문에 피세스가 고개를 젓는다.

    시도는 해봤는데 법칙이 칠죄와 대화 중이시라고 하더군요. 알았다고 대답하고 서둘러 연결을 끊었어요. 괜히 얼쩡거렸다가 칠죄 눈에 띄고 싶지 않아서요.

    피세스의 말에 넷의 표정이 황당함으로 물든다. 그리고 아쿠아리우스와 지나르의 목소리에 다급함이 어린다.

    칠죄가 갑자기 왜 나와?

    뭐야, 우리하고 상관있는 문제야?

    조용. 계속 이야기해 봐. 나도 궁금하구나.

    이유는 알 수가 없습니다만 칠죄가 법칙에게 대화를 요청했다는 것만 알아냈습니다.

    특이하군. 몇만 년만인 것 같은데? 그럼 칠선도 움직임이 있나?

    안타깝게도 알 수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칠선 쪽은 함부로 접근했다가는 일이 커집니다.

    아, 알고 있지. 아쉽군. 그나저나 오랜만에 듣는 이름들인데.

    아쿠아리우스가 중얼거리자 지나르와 제미니 역시 고개를 주억거린다.

    그 전투 이후로 꽤 시간이 흐르긴 했지. 그래도 난 아직도 소름 끼친다.

    나도. 지긋지긋한 새끼들.

    혹시 모르니 말조심해요.

    피세스가 경고하듯 두 사람에게 날카롭게 말하자 입을 다무는 제미니와 지나르였다. 그러자 깍지 낀 채 턱을 받치고 있던 아리스가 입을 열었다.

    일단 칠죄와 칠선에 대해선 신경 끄도록 해. 괜히 거기와 얽히면 머리 아파진다.

    예, 아리스.

    2차 게이트 소환 의식이 언제라고 했지?

    지구 시간으로 일주일 뒤입니다.

    미뤄.

    네?

    미루라고. 아무래도 지구의 서쪽 구역보다 동쪽 구역에 집중하는 편이 좋겠어. 분명히 필드의 확장세를 억압한 부분에서 관리자의 기색이 느껴진다 했지?

    예, 아리스.

    그럼 동쪽으로 집중해 보도록 하지. 겨우 그런 일로 힘을 드러낼 정도로 성격이 급한 관리자가 있는 거라면 조약을 제 손으로 어기도록 이용해 보는 방법도 좋지 않겠나?

    그 말에 제미니와 지나르, 아쿠아리우스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일리 있는 말씀인 것 같습니다, 아리스.

    그러네요. 하지만 서쪽 관리자들 성향도 알아둘 필요는 있습니다만…….

    그럼 한 개만 준비해 보도록 해.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따로 내가 지나르에게 지시하도록 하지.

    네, 아리스.

    네, 아리스.

    72 악마 쪽은 어떻지?

    여전히 회복에 집중하는 중입니다. 과거 솔로몬이라는 관리자가 영혼까지 희생하며 쳐둔 장벽이 여전히 버거운 모양입니다. 크랙이 열릴 때 억지로 비집고 들어가려다 상당수가 부상을 입었던 모양이고요.

    물병의 말에 턱을 쓰다듬으며 의문스럽다는 듯 제미니가 중얼거렸다.

    걔네들이 진짜 도움이 될까? 전투력도 상위 악마 말고는 처지는 데다 하나같이 너무…….

    제미니의 중얼거림에 화답하듯 지나르가 덧붙인다.

    멍청하지.

    그러니까. 몇 놈 빼고는 말이야. 바알 뒈지고 나서는…….

    제미니, 말조심해라.

    여태까지 존중하는 말투로 소곤거리며 이야기하던 피세스의 목소리에 순간적으로 날이 서며 제미니에게 끈적거리는 기운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순간 움찔거린 제미니가 조심스러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

    아직도 바알 못 잊었냐?

    님.

    알았다, 바알 ‘님’. 거 슬슬 잊으라고. 영원으로 돌아간 건 우리에겐 일종의 축복이기도 하잖아. 단탈리온인가 걔가 바알만큼 잠자리 좀 한다고 하던데. 나라도 괜찮다면 언제든지 환영이고 말이야.

    일부러 장난스레 말하는 제미니였지만 피세스는 이미 기분이 상한 데다 저걸 위로라고 지껄이나 싶어 어이없는 표정으로 제미니에게 냉기 서린 말투로 대답한다.

    그런 거 아니에요. 부디 남의 사생활에 신경 꺼주시죠.

    알았다.

    거, 뭐 하러 순둥이를 건들고 그러냐.

    조용히 대답하는 제미니를 지나르가 팔꿈치로 툭 치면서 속삭인다.

    나도 모르게 그랬지. 깜짝 놀랐네. 아리스 앞에서 힘까지 풀어낼 줄은…….

    크크.

    가만히 둘을 노려보던 피세스가 시선을 떼고선 아리스에게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그럼 전 이만 물러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리스.

    음. 아, 가는 길에 내우주 경계 쪽 상황도 한번 알아봐. 레오와 스코르가 가있지?

    아리스 말에 제미니가 덧붙였다.

    게딱지 녀석도요.

    알겠습니다. 그럼…….

    그리고 등 뒤에서 어둠이 몽글거리며 피세스의 몸을 감싸기 시작했고 어둠이 사라진 자리에 피세스의 모습은 역시 사라지고 없었다.

    그럼 2차 게이트 소환 의식 때 보도록 하지.

    네, 아리스. 너무 염려 마시길 바랍니다. 일종의 사고 아니겠습니까.

    그래요. 그래 봤자 촌구석 행성인데 별일 있겠어요?

    아쿠아리우스와 지나르의 위로에 냉막한 표정을 유지하던 아리스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떠오른다.

    흠, 알았으니 가보도록.

    부끄러워하시긴, 크크.

    그렇게 말하며 제미니가 몸을 어둠에 감췄고 하나둘 아리스에게 고개를 숙인 뒤 어둠 속으로 몸을 숨겨나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잠시 눈을 감고 있던 아리스 역시 등 뒤에서 피어오르는 암운에 몸을 맡겼고 잠시 후 동굴 안에는 아무런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는다.

    내가 눈앞을 메우는 플래시들과 시스템창에 넋이 나가 있는 동안 어느새 선글라스를 쓴 주진태와 김지연, 라미현 그리고 한두리가 다가와 실실 웃으면서 날 한쪽으로 이끌기 시작했다. 그리고 검은 양복과 선글라스, 그리고 인 이어를 낀 건장한 남자들이 우리를 등진 채 둘러싸기 시작했다.

    한지우 씨!

    꺄악, 오빠!

    여전히 내 귓가를 채우는 소음에 멍한 표정으로 옆에서 히죽거리고 있는 주진태를 바라본다. 그러곤 선글라스 다리 이음새를 한 번 밀어 올리며 소음을 뚫어내듯 내게 외쳤다.

    일단 가자고. 대기실 마련되어 있다고 했어.

    어, 네.

    이쪽으로 가시면 됩니다. 펜스에서 한 걸음 물러나 주십시오.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 한 걸음 더 펜스에서 물러났다. 얼떨떨한 기분으로 주변을 둘러보면서 일행들의 재촉에 발걸음을 옮겼다. 로비로 향하는 길이 아니라 조립식으로 보이는 간이 펜스 사이로 생긴  길을 따라 걸음을 옮기다 보니 어떤 문이 나타났다.

    임시로 만든 대기실이래. 일단 여기서 대기하면 안내원들 올 거야.

    주진태가 얼떨떨해하는 내게 속삭이며 문을 열자 따뜻한 대기실의 공기가 얼굴을 감싼다. 나를 방 안으로 민 후 일행들이 하나둘 대기실 소파에 몸을 묻기 시작했고 이동걸은 콧노래를 부르며 한쪽에 있는 냉장고 문을 열고 있었다. 고개를 돌려 보니 장 PD와 주 PD는 건드리기만 하면 당장이라도 배꼽을 잡을 기세로 웃음을 참고 있었고 VJ들 역시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지우야. 큭큭, 표정.

    아.

    주진태도 결국 웃음을 참지 못하다가 내게 언질해 준다. 당황스러움과 놀람으로 조금 바보 같은 표정이었겠구나 싶어 마른세수를 하며 경직된 얼굴을 풀어본다.

    이게 다… 뭐예요?

    뭐긴 뭐야, 몰래카메라 처음 당해?

    어느새 소파에 앉아있던 김지연이 몸을 돌려 등받이를 감싸듯 팔짱을 낀 채 히죽거리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몰…래카메라요?

    어. 장 PD님, 설명해 줘도 되죠?

    푸흐흐. 아, 그럼요. 내가 원하는 그림은 다 나왔어요. 화면은 이미 충분해요. 아, 마이크들은 그냥 계속 차고 계시고. 동걸 씨.

    에잉. 네.

    그렇게 이어지는 김지연의 말에 하나둘 숟가락을 얹듯 이야기를 이어나갔고 그제야 상황 파악이 되어가는 나였다.

    "그러니까 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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