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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을 수 없는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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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을 수 없는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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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주인공은 ‘버즈’란 별명으로 알려진 미국 상원의원 버질리어스 윈드립이다. 그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가난하고 성난 유권자들에게 미국을 다시 한 번 자랑스럽고 번성하는 나라로 만들겠다고 약속한다. 국민의 지지를 얻고 대통령에 선출된 그는 권력을 잡자마자 공약을 모두 폐기한 것처럼 군사법을 제정한다. 통치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국가의 행정구역을 재편하고, 언론과 대학을 장악한 후 의회와 사법부의 견제를 무력화시킨다. 이렇게 윈드립은 온 나라를 점점 어두운 나락으로 떨어뜨린다.
새 정권이 독재로 치닫는 동안 신문사 편집장 도리머스 제섭은 그 정권이 지속되리라고 생각지 않고,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사랑하는 사위의 죽음으로 인해 자신의 침묵을 후회하며 이렇게 외친다.

“이 독재의 폭정은 주로 거대기업이나 자신의 더러운 일을 하는 선동가의 탓이라고 할 수 없다. 그것은 바로 도리머스 제섭의 잘못이다! 충분히 격렬하게 항의하지 않은 채 선동가들이 준동하도록 내버려 둔, 양심이 있고 존경받지만 의식은 깨어있지 못한 모든 도리머스 제섭들의 잘못인 것이다!”

Language한국어
Publisher현대지성
Release dateJan 2, 2018
ISBN979118714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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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있을 수 없는 일이야 - 싱클레어 루이스

    금박을 두른 석고 방패와 그린 산맥(Green Mountains) 벽화로 꾸며진 웨섹스 호텔의 멋진 연회장은 포트 뷰러 〈로터리 클럽〉 회원 부인들을 위한 저녁 만찬 장소로 잡혀 있었다.

    이곳 버몬트에서는 정세가 서부 대초원만큼 그다지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오, 그럴 만도 했다. 메더리 코울(제분소 및 사료가게 소유주)과 루이스 로텐스턴(양복점- 다림질 및 세탁소 겸업)이 버몬트 출신의 모르몬교 지도자 조지프 스미스¹와 브리검 영²처럼 여러 명의 아내를 거느리는 상상을 하며 그 자리에 함께 한 여인들을 대상으로 이러저러한 짓궂은 농담을 일삼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황은 본래 심각했다.

    1. Joseph Smith, Jr. 오늘날 모르몬교라고도 불리는 예수 그리스도 후기성도교회의 창시자. 신의 계시를 받아 천사에게서 고대 기록이 담긴 금판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1830년에 『모르몬경(Book of Mormon)』을 펴내고, 추종자들과 함께 뉴욕에서 그리스도의 교회(Church of Christ)를 세웠다.

    2. Brigham Young. 미국의 모르몬교 2대 지도자. 박해를 피해 성도들을 이끌고 뉴욕에서부터 대륙을 횡단하여 유타 주의 솔트레이트 시티에 정착하여 모르몬 공동체를 건설하고 정치적·경제적·사회적 지도자가 되었다. 모르몬교계 사립 종합대학교인 브리검 영 대학교를 설립하였다.

    1929년 이후로 7년간 불황이 계속되다보니 지금은 미국의 모든 것이 심각했다. 1914년부터 1918년까지의 제1차 세계대전 이후로 시간이 꽤 흘렀으므로 1917년에 태어난 젊은이들은 대학에 진학하거나 … 언제 터질지 모르는 전쟁에 참전 가능한 나이가 되어 있었다.

    로터리 클럽 회원들이 모인 이날 밤의 분위기는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다. 적어도 겉으로는 그랬다. 애국심에 불타는 퇴역 준장 허버트 에지웨이스와 아델라이드 타르 김미치 부인의 연설을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준장은 ‘방어로 지키는 평화 ― 무기에는 수백만 달러도 아깝지 않지만 공물은 한 푼도 바칠 수 없다’를 주제로 열렬히 연설했다. 아델라이드 부인은 1919년에 여성의 참정권에 반대하는 운동을 당당하게 전개했을 때보다는 1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병사들이 프랑스 카페에 드나들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1만 개의 도미노 세트를 보내는 기발한 방법을 생각해 냈을 때가 훨씬 더 유명세를 탔었다.

    그녀의 활동은 최근 들어서는 다소 설득력을 잃었지만 사회에 관심이 있는 애국자의 눈에는 웃어넘길 수 없는 것이었다. 그녀는 배우든, 감독이든, 촬영기사든, (a) 이혼한 전력이 있거나, (b) 자기가 메리 여왕을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으므로 영국을 제외한 외국에서 태어났거나, (c) 국기, 헌법, 성경과 미국의 모든 기관을 존중하겠다고 맹세하지 않는 모든 사람들을 추방함으로써 미국 가정의 순수성을 지키려고 발버둥쳤다.

    로터리 클럽 부인회 연례 만찬은 포트 뷰러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가장 고급 행사였다. 참석한 부인 대부분과 신사 절반 이상이 이브닝 정장 차림이었고, 연회가 시작되기 전에 289호실에서는 이미 핵심 인물들이 은밀한 칵테일 모임을 가졌다는 말이 돌았다. 연회장의 가장자리 삼면에 배치해 놓은 식탁은 촛불로 반짝거렸고, 캔디와 약간 딱딱한 아몬드가 담긴 크리스털 유리 그릇, 미키마우스 입상, 로터리 클럽의 상징인 청동 바퀴, 금박을 입힌 삶은 달걀에 꽂힌 작은 실크 성조기들이 놓여 있었다. 벽에는 ‘식전 서비스, 셀프’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고, 웨섹스 호텔의 최고급 수준에 걸맞게 셀러리, 토마토 크림수프, 대구구이, 치킨 크로켓, 완두콩, 각양각색의 과일 아이스크림으로 메뉴가 구성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집중하여 경청하고 있었다. 에지웨이스 준장은 애국심에 대해 강력하지만 모호한 열변을 토해냈다.

    "… 그 이유는 열강들 가운데 유독 미국만이 외국을 점령하려는 야욕이 없기 때문입니다. 두말할 것 없이 우리의 가장 고결한 야망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습니다! 유럽이 우리에게 떠넘긴 우둔하고 무지한 대중에게 미국 문화와 훌륭한 예의 같은 것들을 가르치고 교육시켜야 하는 힘든 과업을 완수할 때만이 유럽과의 참된 관계가 성립될 것입니다. 그러나 설명드렸듯이, 스스로 ‘정부’라 부르며 열렬한 선망의 눈길로 우리의 마르지 않는 광산과 우뚝 솟은 숲, 거대하고도 호화로운 도시, 드넓게 펼쳐진 멋진 목초지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국제 무법자들로 이루어진 외부의 모든 폭력세력에 맞서 우리의 해안을 방어할 준비를 해야만 합니다.

    역사상 처음으로, 정복이나 시기심이나 전쟁 때문이 아니라 오로지 평화를 위해서 위대한 국가는 무장을 더 계속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 불상사는 없어야겠지만, 만에 하나라도 외국이 우리의 경고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카드모스³가 죽인 용의 이빨이 땅에서 자라나듯 미국 방방곡곡에서 용맹한 무장 전사들이 분연히 일어날 것입니다. 그들이 누굽니까. 죽기 아니면 살기로 칼을 들고 싸웠던 개척자 선조들이 힘들게 지키며 키워낸 자식들 아닙니까!"

    3. 그리스 신화 속 인물. 도시를 세우기 위해 여러 곳을 떠돌던 중 샘으로 물을 뜨러간 사이 부하들이 용에게 죽임을 당하자 부하들의 복수를 위해 용을 죽인다. 지혜의 여신 아테네(Athene)의 말을 따라 용의 이빨을 땅에 심자 땅에서 군인이 자라나 서로 싸움을 시작하지만 결국 서로 화해하고 카드모스를 중심으로 거대한 도시를 건설했다.

    격렬한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학교 교장인 에밀 스타웁메이어 ‘교수’가 갑자기 환호성을 질렀다. 장군을 응원합시다, 야호, 야호, 만세!

    모든 청중의 얼굴이 준장과 스타웁메이어에게로 쏠렸다. 씩씩한 반전주의자 여성 두 사람과 포트 뷰러의 『데일리 인포머』(Daily Informer) 편집장인 도리머스 제섭만은 예외였다. 지역에서 ‘꽤 똑똑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냉소적’이라는 평판을 얻고 있던 제섭은 친구인 팰크 신부(성공회)에게 속삭였다. 우리의 선조 개척자들은 기껏해야 애리조나에서 땅 한 뙈기나 열심히 경작하는 정도밖에 안 하셨는데!

    그날 밤 만찬에서 최절정은 바로 아델라이드 타르 김미치 부인의 연설이었는데, 부인은 제1차 세계대전 동안 ‘연합 파견대’에 참가한 우리 청년들을 ‘아찌(삼촌)’로 부르는 것을 옹호했기 때문에 ‘아찌(삼촌)의 연인’으로 온 나라에 알려졌다. 그녀는 참전용사들에게 단순히 도미노만 보낸 것이 아니었다. 사실 그녀의 처음 생각은 훨씬 더 기발했었다. 전선에 있는 모든 병사들에게 새장에 든 카나리아를 한 마리씩 보내려고 계획했다. 그 새가 그들에게 말벗이 되어줄 수도 있고 고향과 어머니에 대한 추억을 불러일으킨다고 생각해보라! 작고 귀여운 카나리아 한 마리가 말이다! 혹시 모른다, 어쩌면 이를 잡으라고 그것들을 훈련시킬 수 있을지도!

    계획에 심취해 흥분한 그녀는 병창감의 사무실에 나타났지만 앞뒤가 꽉 막힌 데다 기계적 사고방식에 사로잡힌 관리는 카나리아를 실어 보낼 방법이 마땅찮다고 비겁하게 둘러대며 그 제안을 거절했다(아니면, 그 불쌍한 청년들이 전장의 진흙탕에서 그대로 외롭게 지내라고 거부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 말을 들은 김미치 부인은 눈에서 불을 내뿜으며, 그 거만한 장교를 안경 낀 잔 다르크처럼 마주보며 ‘그가 절대 잊지 못할 충고를 해주었다’고 한다.

    그 좋은 시절에는 여자들에게도 기회가 있었다. 여성이 자기 집이나 다른 집 남자들을 어떻게든 참전하게 만들도록 장려하고 있었다. 김미치 부인은 마주치는 모든 병사를 ― 두 블록 이내에서 겁 없이 얼쩡거리다 그녀의 눈에 들어온 병사마다 한 사람도 빼놓지 않고 ― ‘귀한 아들내미’라고 불렀다. 그녀가 사병에서부터 시작해 고위직에 오른 한 해군 대령에게 그렇게 불렀더니, 요즘에는 귀한 아들내미들에게 어머니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가보군. 나는 차라리 애인이나 많이 생겼으면 좋겠구먼.이라고 응수했다는 소문마저 돌았다. 소문에 따르면, 그녀는 그런 상황에도 아랑곳 않고 기침으로 잠시 끊어질 경우를 제외하고 대령이 손목시계로 재어보니 장장 1시간 17분이나 장광설을 늘어놓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녀의 사회활동은 오래 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최근인 1935년까지도 영화계를 정화하겠다고 나섰고, 그 이전에 먼저 불순분자들이 영화계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하자는 주장을 옹호했고, 그 다음에는 투쟁에 나섰다. 또한 1932년에는 (투표로) 공화당 여성 위원이 되어 후버 대통령에게 매일 장문의 충고가 적힌 전보를 보냈다.

    그리고 불행히도 정작 본인은 자식이 없었음에도 어린이 문화에 대한 저술가이자 강사로 평가 받으며 수많은 자장가를 짓기도 했는데 그 중에는 다음의 유명한 2행시도 있다.

    모든 동그라미들 줄지어 쉬고 있네,

    둥근 동그라미들 서로서로 맴도네.

    그러나 1917년이든 1936년이든 그녀는 늘 〈미국 혁명의 딸들(Daughters of the American Revolution)〉의 열성 회원이었다.

    (그날 밤 도리머스 제섭의 냉소적 기분을 반영하여 표현하면) 〈미국 혁명의 딸들〉은 약간 아리송한 단체였다. 접신학이나 상대성이론이나 소년을 사라지게 하는 힌두 마술처럼 아리송했고 그 세 가지와 닮은 점이 있었다. 이 단체는 깨어 있는 시간의 절반은 1776년 독립전쟁을 일으킨 투사들의 후예인 것을 자랑하는데 쓰고, 나머지 절반은 엄밀히 말해서 그 선조들이 쟁취하려고 애썼던 원칙들을 믿는 모든 동시대인들을 열렬히 공격하는데 썼다.

    (도리머스의 생각으로는) 〈미국 혁명의 딸들〉은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가톨릭교회나 구세군만큼이나 신성불가침이었다. 그리고 분별력 있는 사람들은 이들이 하는 짓을 보고 폭소를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다. 불행하게 사라진 백인우월결사조직인 KKK를 상징하는 검은 모자와 망토 같은 의상의 도움을 빌리지 않고도 어처구니없는 짓을 벌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군의 사기를 불어넣거나 리투아니아 합창단들이 「대서양의 보석, 콜롬비아」라는 노래로 프로그램을 시작하도록 설득하라는 요청을 받았든 그녀는 변함없이 〈미국 혁명의 딸들〉 회원이었다. 행복한 이 5월 저녁 포트 뷰러 로터리 클럽 회원들과 함께 그녀의 연설을 들어본다면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키가 작았고 통통했으며 멋진 코를 갖고 있었다. 젊어 보이게 하는 헐렁한 밀짚모자 아래로 풍성한 백발 ― 냉소적인 편집장 도리머스 제섭과 동갑인 60세였다 ― 이 드러나 있었다. 커다란 수정 구슬이 달린 실크 나염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불룩 솟은 가슴 위에는 골짜기의 백합들 사이에 핀 난초가 꽂혀 있었다. 그녀는 참석한 모든 남자들에게 한껏 다정한 모습을 보였다. 비위를 맞추고 품어주며 플루트처럼 낭랑하고 초콜릿 소스처럼 달콤한 어조로 ‘당신들 사내들이 우리 여성을 도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웅변을 쏟아냈다.

    그녀는 여성들이 투표로 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만약 미국이 19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자기 말을 들었더라면 오늘의 이 어려움은 겪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아니, 절대 안 된다, 여성에게 투표권이라니 어불성설이었다. 사실 여성은 가정에서 원래 위치를 찾아야만 한다. 그리고 위대한 저술가이자 학자인 아서 브리즈번이 지적했듯이 아이를 여섯 낳는 것이 바로 모든 여성이 해야 할 의무였다.

    이 순간에 놀랍게도 충격적으로 그녀의 말을 끊고 나선 사람이 있었다.

    그 장본인은 바로 유명한 유니테리언⁴ 목사의 미망인인 로린다 파이크였는데 ‘뷰러 밸리 태번’이라는 제법 큰 민박집의 관리인이었다. 언뜻 보기엔 성모와 비슷한 다소 젊은 여성으로서, 차분한 눈매, 가운데 가르마를 탄 매끄러운 밤색 머리칼, 간혹 웃음으로 생기가 돋는 부드러운 음성이 특징이었다. 그러나 공식석상에 서면 그녀는 언성이 높아지고 눈은 놀라우리만큼 분노로 이글거린다. 그 마을의 잔소리꾼이자 괴짜로 통했다. 자기와 전혀 상관없는 일들에 늘 참견했고, 읍민회에서는 전기 요금, 교사들의 봉급, 성직자 협회의 공공도서관 비치 책들에 대한 고상한 검열 등 온 동네의 중요한 관심사를 모두 비판했다. 모든 것이 유익과 기쁨이 되어야 할 이 순간 로린다 파이크는 비웃음을 쏟아냄으로써 분위기를 썰렁하게 만들었다.

    4. 그리스도교의 정통 교의인 삼위일체론에 반대하여, 그리스도의 신성을 부정하고 하느님의 신성만을 인정하는 교파.

    브리즈번을 위해 만세 삼창이요! 하지만 남자를 꼬시지 못하는 가엾은 처녀는요? 그런데도 아이 여섯을 낳으라고요?

    그러자 위험한 공산주의자들에 맞서 수백 건의 캠페인을 벌인 베테랑이자, 잘난체하는 사회주의 야유꾼들의 위선을 조롱하는데 이골이 난 김미치 부인이 신속히 맞받아쳤다.

    친애하는 부인, 진짜 매력과 여성스러움을 갖춘 처녀라면 당신 표현대로 남자를 ‘꼬실’ 필요가 없겠죠. 문 앞에 남자들이 줄지어 서있을 테니까요!(웃음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불쑥 나서서 끼어든 파이크 부인은 김미치 부인의 기만 살려준 꼴이 되었다. 이제 김미치 부인은 부드러운 태도를 거두고 거침없이 맹공을 퍼부었다.

    "여러분께 감히 말하건대, 지금 이 나라의 문제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이기적이라는 사실입니다! 1억 2천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있건만 그 인구의 95퍼센트나 되는 사람들이 번영을 되찾을 책임이 있는 사업가들에게 의지하며 돕는 대신 오로지 자기 생각만 하고 있단 말입니다! 사리사욕만 채우려 드는 썩어빠진 이 모든 노동조합들을 보란 말입니다! 돈이나 탐내는 수전노들이죠! 불쌍한 고용주에게 감내해야 할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는 어떻게 하면 봉급을 한 푼이라도 더 쥐어짜낼까만 궁리하고 있죠!

    이 나라에는 정말로 기강이 필요합니다! 평화는 위대한 꿈이긴 하지만 어떤 때는 그저 허황된 꿈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런 말을 하면 놀라시겠지만 여러분에게 듣기 좋은 사탕발림 대신 듣기에 괴로워도 한 점 거짓 없는 진실을 말씀드리는 이 여인의 말에 귀 기울여주시기 바랍니다. 규율을 배우기 위해 진짜 전쟁을 다시 할 필요가 있다고 확신합니다! 우리는 뻐기는 이 지성을, 현학적인 배움을 원하지 않습니다. 물론 그 나름대로 훌륭한 점이 있겠지만 결국 지성은 어른들을 위한 근사한 장난감에 불과하지 않나요? 이 위대한 나라가 열강들 틈에서 높은 지위를 계속 유지하려면 우리 모두가 가져야 할 것은 바로 규율, 다시 말해서 의지력, 기개입니다!"

    그녀는 우아하게 에지웨이스 준장을 돌아보며 웃었다.

    당신은 우리에게 평화를 지키는 방법에 대해 말씀해오셨죠. 하지만 우리 로터리 클럽 남녀 회원들이 모인 자리이니, 자 준장님, 이제 털어놓으시죠! 솔직한 분이시니까 이런 생각이 들지 않으십니까? 만에 하나 어쩌면 우리나라가 알뜰하고 근면한 사람들이 무능한 건달들을 위해 돈을 내게 하려고 소득세를 올리라고 주장하는 모든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처럼 돈에 혈안이 된다면, 게으른 영혼들을 구하고 따끔한 맛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전쟁이 해결책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자, 어서요, 본심을 말씀해주시죠, 몽 준장님!

    김미치 부인은 호들갑스럽게 자리에 앉았고,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보드라운 깃털 구름처럼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여기저기서 고함이 터져 나왔다. 어서 나와요, 준장님! 일어나시라고요! 한 말씀하라잖아요! 뭐해요? 마음이 넓은 사람들은 그냥 한 마디 했다. 좋아요, 준장님!

    준장은 키가 작고 땅딸막했고, 붉은 얼굴은 아기 궁둥이처럼 보드라웠으며, 백금테 안경으로 치장되어 있었다. 군인다운 자부심과 남성다운 미소를 보였다.

    그는 김미치 부인을 향해 격의 없이 둘째손가락을 흔들며 호방하게 웃어젖혔다. "좋습니다! 저도 전쟁은 싫지만 여러분들이 가엾은 병사에게서 비밀을 끌어내기로 단단히 작정하셨으니 더 나쁜 일들이 있다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군요. 아, 동지들이여, 훨씬 끔찍한 일이 있고말고요! 그것은 바로 노동단체들이 마치 전염병 세균처럼 무정부주의 빨갱이 러시아에서 나온 미친 생각들로 벌집을 쑤셔 놓은 소위 평화 상태입니다! 대학교수들, 신문기자들, 악명 높은 저술가들이 위대한 옛 미국 헌법에 이처럼 선동적인 공격을 은밀히 퍼뜨리고 있는 상태야말로 얼마나 위험합니까! 정신적으로 이렇게 약물 중독 같은 상태에 빠진 결과 국민들은 무기력하고, 비겁하고, 탐욕스럽고, 전사의 용맹한 자부심이 결여된 상태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런 상태야말로 전쟁보다도 천만 배는 더 나쁘고말고요!

    제가 앞의 연설에서 밝힌 것 가운데 아마도 어떤 것들은 약간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여단이 영국에 주둔할 당시 저희가 진부하다고 표현한 것이 있습니다. 오로지 평화만을 원하여 외국과의 분규에 휘말리고 싶어하지 않는 미국에 대해서입니다. 안 될 말이죠! 제가 정말로 원하는 것은 당당히 나서서 온 세상에 외치는 것입니다. ‘그대 청년들이여, 이 일의 도덕적 측면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마라. 우리에게는 힘이 있고, 힘이 있으면 모든 것이 용납된다!’

    저는 독일과 이탈리아가 한 모든 짓을 훌륭하게 생각하지 않지만 그들이 한 짓을 되갚아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솔직하고 현실적이어서 다른 나라들에게 대놓고 이렇게 말하지 않습니까? ‘당신들 일이나 신경 쓰시지? 우리에게는 힘과 의지가 있는데다, 누구든 하늘이 주신 그런 자질을 갖고 있다면 그것을 발휘하는 것이야말로 권리일 뿐 아니라 의무 아닌가!’ 하느님의 나라에서는 그 누구도 약골을 사랑하지 않지요, 약골 자신조차 말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에게 전할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고결하고도 공격적인 힘을 찬양하는 이 복음이 이 나라 방방곡곡 제일 훌륭한 젊은이들 사이에 퍼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1936년 현재 대학 기관 중 나치처럼 엄격하게 규율이 바로 선 군사훈련 부대를 갖고 있는 곳은 7퍼센트 미만이지만 당국이 나서서 강요하면 강한 젊은이들이 전쟁에 적합한 자질과 기술을 훈련받을 권리를 스스로 요구하게 될 것입니다. 특히 여성분들은 잘 들으십시오. 간호술과 방독면 같은 것들을 만드는 교육을 받게 되면 여성들 또한 남성 못지않게 완전히 열성적으로 변할 것입니다. 그리고 정말로 제대로 생각이 있는 교수들이라면 그들과 함께 할 것입니다!

    아주 최근인 3년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조국을 몰래 음해하려는 뻔뻔한 반전주의자 학생들이 역겨울 정도로 많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파렴치한 멍청이들과 공산주의를 옹호하는 자들이나 반전 집회를 열려고 하고 있죠. 1월 1일 이후로 지난 5개월 동안 과시하듯 무려 76회나 벌인 미친 반전집회에 동료 학생들이 난입했고, 조국에 불충하는 69명의 빨갱이 학생들이 다시는 이 자유의 땅에 무정부주의라는 유혈 기치를 들어 올릴 수 없게 흠씬 두들겨 맞음으로써 응분의 대가를 치렀습니다! 동지들이여, 그것이 바로 반가운 소식입니다."

    준장이 자리에 앉자 열화와 같은 박수가 쏟아지는 가운데 마을의 사고뭉치인 로린다 파이크 부인이 벌떡 일어나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다시 찬물을 끼얹었다.

    이보세요, 에지웨이스 씨, 이 말도 안 되는 궤변이 통할 거라고 생각한다면

    파이크 부인은 갑자기 제지당했다. 포트 뷰러에서 가장 중요한 사업가라고 할 수 있는 채석장 소유주 프랜시스 태스브로우가 당당하게 일어서더니 팔을 내저으며 황금빛 예루살렘 분위기를 풍기는 멋진 음성으로 파이크 부인의 입을 다물게 만들었다. 부인, 잠시만요! 이 근방에서는 모두 부인의 정치적 신념을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임의 사회자로서 유감스럽지만 다음의 사실을 상기시켜 드리지 않을 수 없군요. 에지웨이스 준장님과 김미치 부인은 저희 클럽의 초청을 받고 연사로 나오신 겁니다. 반면에, 이렇게 말씀드려도 될지 모르지만, 당신은 로터리 클럽과는 아무 관련도 없고 단지 우리가 존경해마지 않는 팰크 신부님의 초대로 참석하신 거죠. 그러니 그에 걸맞게 품위를 지켜주신다면 … 아, 감사합니다, 부인!

    파이크 부인은 분을 삭이지 못한 채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한편 프랜시스 태스브로우는 털썩 주저앉지 않았다. 마치 대주교 자리에 앉는 캔터베리의 대주교처럼 품위 있게 앉았다.

    그리고 로린다와는 매우 친했고, 프랜시스 태스브로우는 꼬맹이 때부터 싫어한 도리머스 제섭이 두 사람을 모두 진정시키기 위해 나섰다.

    『데일리 인포머』의 편집장인 도리머스 제섭은 유능한 사업가이자 재치와 뉴잉글랜드 특유의 솔직함이 특징인 논설위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포트 뷰러의 최고 괴짜로 생각되고 있었다. 그는 학교 교육위원회와 도서관 위원회 활동을 했고, 강연을 위해 그곳을 방문했을 당시 언론인 오스월드 개리슨 빌라드⁵, 정치인 노먼 토마스, 머드 장군 같은 인사들을 소개했다.

    5. 진보성향의 언론인이자 작가. 『더 네이션』과 『뉴욕 이브닝 포스트』의 편집장을 역임했다.

    제섭은 약간 작은 키에 깡말랐고, 웃는 상이며, 얼굴은 가무잡잡했고 짧은 회색 콧수염과 짧게 다듬은 회색 턱수염을 기르고 있었다. 어느 무리와 어울리더라도 턱수염은 농부나 남북전쟁 참전용사나 안식일 재림교 신자라는 자아를 드러냈다. 도리머스를 험담하는 사람들은 그가 ‘현학적’이고 ‘남들과 차별화되고’ 싶어서 또 ‘예술적’으로 보이려고 수염을 기르는 것이라고 수군거렸다. 어쩌면 그 말이 맞을 수도 있다. 어쨌든, 그는 벌떡 일어나더니 중얼거렸다.

    자, 모두 끼리끼리 어울리게 마련이지요. 저의 친구인 파이크 부인은 군대를 비난하고, 〈미국 혁명의 딸들〉과 반대 의견을 내고, 폭도의 권리를 옹호할 정도로 너무 과격할 경우에는 발언이 제한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그러니, 로린다, 우리나라의 지배 계층이 정말로 원하는 바를 설명해주셔서 감사해야 마땅할 준장님께 사과해야 할 것 같소. 자, 친구여, 어서 나와 용서를 비시오.

    그는 로린다를 준엄하게 내려다보고 있었지만, 로터리클럽 회장인 메더리 코울은 도리머스가 자기들을 ‘놀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아했다. 그는 이제껏 그래왔다. 긴가, 민가. 메더리 코울이 틀린 것이 분명하다. 놀랍게도 로린다 파이크가 (일어서지는 않은 채) 이렇게 읊조리는 것 아닌가. 알았어요! 준장님 사과드리죠! 신념을 드러낸 연설에 감사드립니다!

    그 말에 준장은 (웨스트포인트 사관학교 반지와 프리메이슨 반지를 낀 소시지처럼 두툼한 손가락과) 포동포동한 손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원탁의 기사인 갤러해드나 급사장이라도 되는 듯 정중히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그리고 연병장을 호령하듯 웅장하게 소리쳤다. 천만에요, 천만에요, 부인! 우리 노병들은 건전한 말다툼 따위는 전혀 개의치 않는답니다. 누군가가 우리의 미천한 견해에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고 화를 내주다니 기쁘답니다, 하하하!

    그러자 모든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고 분위기는 다시 화기애애해졌다. 그날의 일정은 루이스 로텐스턴이 「조지아를 뚫고 행진하기」, 「옛 야영지에서 텐트 치기」, 「딕시」, 「올드 블랙 조」, 「나는 가련한 목동에 불과하고 내 잘못을 안다네」 같은 애국심 가득한 노래들을 부르는 것으로 끝이 났다.

    루이스 로텐스턴은 포트 뷰러의 모든 사람들로부터 ‘진짜 정통 신사’ 계급 바로 아래의 ‘양민’으로 분류되었다. 도리머스 제섭은 그와 함께 낚시와 자고새 사냥을 즐겼다. 그리고 얇은 린넨 정장을 만드는 솜씨는 뉴욕 5번가의 어느 재단사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루이스는 주전론자였다. 그는 프로이센 치하의 폴란드 게토에서 태어난 사람은 자기도 아니고 아버지도 아닌 할아버지라고 입버릇처럼 설명했다. (도리머스가 추정하기로는 그 할아버지의 이름이 로텐스턴보다는 덜 멋지고 북유럽풍일 것 같았다.) 루이스의 몇 안 되는 영웅들로는 캘빈 쿨리지, 레너드 우드, 드와이트 무디, 듀이 장군을 꼽을 수 있었다. (듀이는 버몬트 태생이었는데 루이스는 그 점이 특히 좋았다. 자신도 롱아일랜드의 플랫부시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그는 100퍼센트 미국인일 뿐 아니라, 40퍼센트는 더 광신적 애국주의자였다.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렇게 말하곤 했다. 우리는 이 외국인들을 모두 나라 밖으로 쫓아내야 합니다. 내 말은 이탈리아 놈들과 외국인 노동자들과 중국 놈들 못지않게 유대 놈들도 다 추방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루이스는 무식한 정치인들이 금융과 증권거래소와 백화점 점원들의 노동시간에 더럽게 관여하지만 않는다면 미국의 모든 산업이 성장할 것이고 그 이익이 모든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며 (소매점 점원들을 비롯하여) 모든 사람들이 아가 칸처럼 부유해질 거라고 전적으로 확신하고 있었다.

    그래서 루이스가 산업 옹호자로서 또 국가주의적 열정을 담아 힘차게 선창하자 모든 사람들이 함께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특히 특유의 낮은 저음으로 유명한 아델라이드 타르 김미치 부인이 가장 목청껏 불렀다.

    저녁식사는 행복한 작별을 고하는 우렁찬 노래로 끝이 났고, 도리머스 제섭은, 뜨개질과 고독과 캐스린 노리스의 소설을 좋아하며, 단단한 체격에 다정하고 걱정이 많은 아내 엠마에게 속삭였다. 내가 너무 심하게 들이받았나?

    아니요, 도마우스. 잘했어요. 저도 로린다 파이크가 좋긴 한데, 왜 꼭 자신의 어리석은 사회주의 이상을 과시하려 들까요?

    당신은 보수적이야! 샴 코끼리 같은 저 김미치 부인에게 잠깐 들러서 한잔 하자고 초대할 마음은 없겠지?

    당연히 안 되고말고요! 엠마 제섭은 말했다.

    결국 로터리 클럽 회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수많은 자동차와 한데 뒤섞이는 동안 집에 가서 한 잔 더 하자고 도리머스를 비롯한 몇몇 사내들을 초대한 사람은 놀랍게도 프랭크 태스브로우였다.

    아내를 집에 데려다주고 태스브로우의 집이 있는 플레즌트 힐로 차를 모는 동안 도리머스 제섭은 에지웨이스 준장의 선동적 애국심에 대해 곰곰이 생각했다. 그러나 버몬트의 포트 뷰러에서 보낸 60평생에서 53년 동안 버릇처럼 늘 그래왔듯이 생각은 곧 잊어버리고 언덕의 경치에 마음을 빼앗겼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시였던 포트 뷰러는 노란색이나 짙은 갈색의 근사한 신식 소규모 단독주택들도 몇 채 있고 오래된 붉은 벽돌과 대리석 공장과 흰색 떡갈나무 판자나 회색 지붕을 인 집들이 들어선 안락한 마을이었다. 모직물 공장, 문틀과 문짝 공장, 펌프 공장 등 작은 공장들만 있었다. 이곳의 주요 생산품인 대리석은 6킬로미터쯤 떨어진 채석장에서 나왔다. 포트 뷰러에서는 채석장이 유일한 일거리요 모든 소득원이었고, 그곳에서 일하는 대부분 노동자들의 허름한 오두막이 모여 있는 곳이기도 했다. 포트 뷰러는 육체노동자가 2천 명, 사무직 근로자가 1만 명 정도 거주하고 있는 도시로서 사무직 근로자의 비중이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다.

    도심에는 오로지 (상대적으로) 유일한 고층 건물인 6층짜리 태스브로우 빌딩이 있었는데 태스브로우 앤 스칼렛 화강암 채석장 사무실, 도리머스의 사위인 파울러 그린힐과 그의 동료인 옴스테드 박사의 사무실, 멍고 키테릭 변호사 사무실, 해리 킨더맨 변호사 사무실, 메이플 시럽과 낙농품 대리점, 그 외에 3-40여개 점포가 입주해 있었다.

    그곳은 아늑하고, 따분하고, 안전한 마을이자, 추수감사절, 독립기념일, 현충일을 여전히 고수하는 전통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노동절에는 노동자들이 행진하는 행사가 아니라 작은 꽃바구니를 나누어주는 행사가 열렸다.

    그날은 5월의 어느 날 밤, 정확히 말하자면, 1936년 5월 말 그믐달에 가까워지는 날이었다. 도리머스의 집은 포트 뷰러의 번화가에서 1.6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플레즌트 힐에 있었는데, 그곳은 우뚝 솟은 울창한 테러 산 본령에서 쭉 삐져나온 지맥이었다. 저 위로 높이 솟은 산마루의 가문비나무, 단풍나무, 백양나무 삼림 사이로 달빛에 빛나는 초원이 보였다. 그리고 차가 올라가는 동안 아래로 보이는 초원 사이로는 에단 강이 굽이치고 있었다. 우뚝 솟은 산을 병풍처럼 에워싸고 있는 울창한 삼림에는 샘물처럼 상쾌한 공기가 맴돌고, 1812년 영국과의 전쟁과, ‘작은 거인’ 스티븐 더글러스⁶, 히람 파워스⁷, 태디우스 스티븐스⁸, 브리검 영, 체스터 앨런 아서 대통령⁹ 등 버몬트 출신 거물들의 유년시절을 기억하고 있는 고요한 떡갈나무 집들이 늘어서 있다.

    6. Stephen A. Douglas. 미국의 상원의원과 하원의원을 역임한 인물로서 1860년에 공화당의 링컨에 맞서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체구는 작았어도 정치계에서 거물로 통해 ‘작은 거인(Little Giant)’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7. Hiram Powers. 버몬트, 우드스탁 출신의 조각가. 옛 그리스 시대풍의 대리석 조각에 뛰어난 솜씨를 보였다.

    8. Thaddeus Stevens 미국의 하원의원. 공화당 급진파로서 가장 열렬한 노예제 폐지운동가였다.

    9. Chester Alan Arthur. 미국의 24대 대통령(1881-85). 23대 대통령 제임스 가필드가 암살되자, 그해 9월 19일에 사망함으로써 대통령 직위를 승계했다. 실력에 기초한 현대식 행정체계가 확립한 펜들턴법을 서명했다.

    도리머스는 생각에 잠겼다. ‘아니, 파워스와 아서는 안 돼. 둘은 똑같이 나약해빠졌어. 하지만 강골인 더글러스와 태드 스티븐스와 브리검은 용맹하고 퉁명스러운 저돌적인 투사들을 키우고 있지 않을까? 우리가 그들을 뉴잉글랜드 어딘가, 미국 어딘가, 세계 어딘가에서 길러내고 있다면? 그들은 배짱이 있어. 독립심이 있지. 하고 싶은 거나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했지. 어차피 누구나 지옥에 갈 수 있는 거니까. 요즘 젊은이들은 대단하지. 조종사들은 담력이 굉장한데다, 신성불가침의 원자력에 손을 대버린 이 스물다섯 살짜리 박사 같은 물리학자들은 선구자 정신에 불타지. 하지만 매가리 없는 요즘 젊은 것들 대부분은 시속 110킬로미터는 갈 수 있는데도 움직일 생각이 없지. 어디든 가고 싶다는 상상만으로는 충분치 않나보군!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나 흥얼거리고, 셰익스피어와 성경과 경제학자 베블런과 섬너 같은 인물의 작품 대신 만화책에 나온 구절을 읊조리지. 군살덩어리 같은 존재들! 빙충이와 어울려 다니며 우쭐대기나 하는 저 애송이 말컴 태스브로우 같은 녀석들이란! 아!

    우리가 아이들이라 부르는 이 꼭두각시들에게 활력과 근성을 불어넣기 위해 ― 생각하기도 싫지만 성가신 몇 나라를 정복하는 ― 이 모든 군사적 도발과 어쩌면 어리석은 전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저 꽉 막힌 에지웨이스와 정치적 구명조끼인 김미치가 옳다면, 그게 바로 지옥 아닐까? 아!

    하지만 저 쥐 같은 자들이. 이 산과 성벽까지는 못 오겠지. 아, 상쾌한 공기. 코츠월즈와 하츠 산맥과 로키산맥은 그들이 장악할 수 있겠지. 도리머스 제섭, 향토 애국자. 그래 내가 바로 …’

    도리머스, 커브 길이잖아요, 좀 더 우측으로 붙여야 하지 않아요? 아내가 조용히 한 마디 했다.

    위의 초원에는 아무도 없었고 달 바로 아래에는 안개가 드리워 있었다. 60년도 더 전에 불탄 한 농가의 폐허 옆에 피어난 오래된 라일락나무의 흐드러진 꽃송이들과 사과나무에 핀 꽃 위로 안개가 서려 있었다.

    프랜시스 태스브로우는 포트 뷰러에서 6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웨스트 뷰러에 있는 태스브로우 앤 스칼렛 화강암 채석장의 사장이자 최고경영자이자 대주주였다. 부유하고, 남의 말에 잘 넘어가는 그는 끊임없이 노사문제를 겪고 있었다. 그는 플레즌트 힐에 있는 도리머스 제섭의 집 바로 맞은편 조지아풍의 새 벽돌집에 살고 있었는데, 그로스 포인트 소재 한 자동차회사 광고부장의 것만큼 호화스러운 개인 홈 바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보스턴의 가톨릭 기풍 못지않게 뉴잉글랜드의 전통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의 가문이 뉴잉글랜드에 정착한지 6대가 되었지만 프랭크 자신은 미국의 전형적 회사 중역으로서 매출과 효율성 측면을 제외하고는 그렇게 인색한 사람은 아니라고 자랑했다.

    태스브로우는 키가 컸고 노란 콧수염을 길렀고 목소리는 강하고 단조로웠다. 도리머스 제섭보다 여섯 살 아래인 쉰네 살이었다. 네 살이던 태스브로우가 막대기, 장난감 마차, 점심도시락, 마른 쇠똥 등 손에 잡히는 대로 집어 들어 다른 소년들의 머리를 휘갈기는 고약한 버릇의 후환으로부터 지켜준 사람은 바로 도리머스였다.

    오늘 밤 로터리 클럽 회원들의 저녁 회합이 끝난 후 홈 바에 모인 사람들은 프랭크 자신을 비롯해, 도리머스 제섭, 메더리 코울, 밀러, 교장 에밀 스타웁메이어, 포트 뷰러의 가장 유력한 은행가 로스코 콘클링 크로울리 등이었고, 의외로 태스브로우의 성공회 교구 신부인 팰크 신부도 함께 했다. 도자기처럼 섬세한 늙은 손과 비단처럼 부드러운 백발의 풍성한 머리칼과 금욕적인 얼굴은 성직자에 걸맞은 삶을 살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팰크 신부는 올곧은 네덜란드 가문의 후예였고 뉴욕의 제너럴 신학대학을 나와 에든버러와 옥스퍼드에서 공부했다. 그리고 도리머스만 빼면 뷰러 밸리의 모든 사람들 가운데 그 언덕의 안식처에 가장 만족스럽게 은거하고 있었다.

    홈 바가 있는 방은 오른쪽 손등을 엉덩이에 대고 서 있는 버릇이 있던 뉴욕의 젊은 신사가 제대로 꾸며주었다. 철제 바, 오펜바흐의 오페레타 『파리인의 삶』 속 한 장면을 그린 그림 액자, 은도금 철제 탁자, 선홍색 가죽 쿠션을 씌운 크롬 도금 알루미늄 의자 등이 있었다.

    태스브로우와 메더리 코울 ― 프랭크 태스브로우가 꿀과 잘 익은 무화과만큼 좋아하는 출세주의자다 ― 과 에밀 스타웁메이어 ‘교수’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앵무새 새장처럼 좁아터진 이 고상한 방에 있는 것이 불편했지만, 프랭크가 내놓는 음료와 뛰어난 스카치 위스키나 정어리 샌드위치를 싫어하는 사람은 팰크 신부를 비롯하여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도리머스는 속으로 생각했다. ‘태드 스티븐스도 여기를 좋아할까. 코너에 몰린 늙은 들짐승처럼 못마땅해하겠지. 하지만 위스키만큼은 싫어하지 않을걸!’

    태스브로우가 불쑥 말을 꺼냈다. "도리머스, 이제 그만 정신 차리는 게 어때요? 요 몇 년 동안 늘 정부에 반대하고 모든 사람을 놀리며 비방하는데 너무 재미 들린 거 아닙니까. 너무 진보적이어서 근래의 모든 파괴적 활동들을 지지할 것 같은 태도를 취하고 있잖아요. 정신 나간 이상한 사상과는 이제 그만 놀고 우리와 함께 하자고요. 요즘은 상황이 심각하잖아요. 구호 대상자가 2,800만 명쯤 되는 것 같고 점점 악화되기 시작했어요. 게다가 이제 기득권이 자기들을 부양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단 말입니다.

    그리고 유대인 공산주의자들과 유대인 금융가들이 나라를 지배할 음모를 획책하고 있다고요. 제가 비록 연배는 아래지만 당신이 노동조합과 심지어 유대인에게조차 일말의 동정심을 품도록 어떻게 사람들을 북돋울 수 있었는지 알고 있습니다. 물론 저 악당 놈들이 대리석 가공 공장을 불태우며 제 사업을 몽땅 망치려고 들었을 때 당신이 파업에 참가한 자들의 편을 들어서 아직까지도 서운하긴 하지만요. 총파업을 시작한 장본인인 불한당 녀석 칼 파스칼에게까지 호의적이었잖아요. 그 덕분에 저는 파업이 끝나고도 그 놈을 해고하는 기쁨을 누리지도 못했다니까요!

    하지만 어쨌든, 이 노조 녀석들이 나라를 주물럭거리기로 마음먹고 공산주의 지도자들과 힘을 합치고 있어요. 저 같은 사람들에게 우리 사업 경영법을 훈수하려든다니까요! 그리고 에지웨이스 준장이 말한 대로 우리가 행여나 전쟁에 말려들게 된다면 그런 작자들은 나라를 위해서 복무하기를 거부할 거라고요. 확실히 심각한 순간이죠. 그러니 이제 그만 낄낄 대고 정말로 책임감 있는 시민들과 함께 할 때라고요."

    그 말에 도리머스가 대답했다. 흠. 심각한 때라는 것에는 나도 동의하네. 대부분의 사람들이 별로 원치 않는 상황인데도, 윈드립 상원의원이 오는 11월에 대통령으로 선출될 가능성이 아주 높아졌네. 그리고 그가 선출된다면 아마도 그의 똘마니들은 자신들의 정신 나간 자만심을 마음껏 뽐내면서 온 세상에 대고 이 나라가 가장 강건한 나라라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우리를 전쟁으로 몰아넣고 말걸세. 그렇게 되면, 진보주의자인 나와 가짜 보수주의자인 자네 같은 재벌은 새벽 3시에 느닷없이 끌려나가 총살될 거라고. 심각하지? 허!

    그러자 크로울리가 갑자기 끼어들었다. 설마! 과장이 심하네요!

    도리머스는 아랑곳 않고 꿋꿋이 이어나갔다. 캐딜락 16을 타고 다니는 현대판 사보나롤라¹⁰라고 할 수 있는 프랑 목사가 버즈 윈드립을 지지하도록 라디오 청취자들과 〈몰락한 중산층 연맹(League of Forgotten Men)〉을 움직인다면 윈드립이 이길 걸세. 사람들은 좀 더 경제적으로 안정을 찾기 위해 그를 뽑는 거라고 생각할 걸세. 그리고 나면 공포 정치를 맛보게 되겠지! 미국에서 독재가 일어날 수도 있는 조짐이 충분히 있다는 사실은 아무도 모르고 있네. 남부 소작인들의 비참한 상태, 광부들과 봉제공장 노동자들의 작업 환경, 무니(Mooney)의 장기 투옥 등 조짐은 널렸네. 그러나 윈드립이 기관총을 들고 뭐라고 말하며 나올지 기다려보게! 비록 프랭크 자네 같은 기업가와 크로울리 자네 같은 은행가들을 양산하고 너무 많은 힘과 돈을 몰아주긴 했어도 여기 미국과 영국과 프랑스의 민주주의는 나치 치하의 독일처럼 그렇게 전체적으로 심각한 예속 상태도 아니고, 러시아처럼 생각만으로도 끔찍한 형식적 물질주의에 사로잡혀 있지는 않지. 대체로 수치스러운 예외가 있긴 해도 민주주의는 이제껏 그 어느 정체보다도 평범한 노동자에게 더 많은 존엄성을 부여해왔다고. 그런데 이제 그 민주주의가 윈드립과 그의 모든 지지자들에 의해 위협받게 될 걸세. 그래 맞아! 어쩌면 건전한 소규모 혁명분자들과 독재에 맞서 싸워야 할 수도 있단 말일세. 총에는 총으로 맞서서 말이지. 어디 윈드립이 우리를 보호해주기를 기다려 보게. 진짜 파쇼 독재정권이 들어설 테니!

    10. Girolamo Savonarola. 메디치 가문 집권기 피렌체의 산마르코 도미니코 수도원 원장. 이탈리아와 전 세계에 대해 하느님의 심판이 곧 도래할 것이라고 예언하며 강력한 개혁을 요구하였고, 이후 종교개혁가들의 선구자가 되었다.

    그러자 태스브로우가 콧방귀를 뀌었다. 말도 안 돼요! 말도 안 되고말고요! 그런 일이 이 나라 미국에서 일어날 리가 없어요! 자유민들의 국가인 이 나라에서 말이죠.

    그 대답은, 팰크 신부님께서 용서해주신다면, ‘일어나서는 안 될 지옥’이라네! 왜 아니겠나, 전 세계에서 미국만큼 분별력이 없고, 그래 어쩌면 비굴한 나라는 없다고! 휴이 롱¹¹이 루이지애나에서 어떻게 제왕적으로 군림했는지, 버질리어스 윈드립 상원의원 각하께서 자기 주를 어떻게 소유하는지 보라고. 프랑 목사와 코릴린 신부가 라디오에서 수백만 명을 상대로 신탁처럼 하는 말을 들어보라고. 미국인 대부분이 부패의 온상인 태머니(Tammany)파¹²의 수뢰와 시카고 갱들과 하딩 대통령이 임명한 수많은 자들의 부정을 아무렇지도 않게 용인하지 않았는가? 히틀러 무리와 윈드립 무리 중 누가 더 나쁘겠는가? KKK단 기억하는가? 누군가가 소금에 절인 양배추를 ‘자유 양배추’라 부르고 독일 촌충들을 ‘자유 촌충’이라고 부르자고 실제로 제안했을 때 우리가 얼마나 전쟁의 광기에 사로잡혔는지 잊었나? 그리고 정직한 신문들에 대한 전시 검열은 어떠한가? 러시아만큼 잘못됐지! 백만장자 갑부인 복음전도자 빌리 선데이, 태평양에서 헤엄쳐 애리조나 사막으로 숨어들어가 얼마간 자취를 감췄던 에이미 맥퍼슨¹³에게 얼마나 환호했었는지 생각 안 나나? 볼리바와 마더 에디¹⁴도 잊었나? … 우리의 근거 없는 빨갱이 공포와 가톨릭 공포를 기억하나? 당시 박식하다는 사람들은 모두 소련 비밀경찰이 오스컬루사에 숨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고, 알 스미스에 맞서 선거운동을 하던 공화당원들은 캐롤라이나 산맥 주민들에게 스미스가 이기면 교황이 그들의 자식을 서출로 만들어버린다고 떠들고 다니지 않았나? 톰 헤플린¹⁵과 톰 딕슨은 또 어땠나? 어느 주에서는 멍청한 의원들이 생물학을 독실한 할머니에게서 배운 윌리엄 제닝스 브라이언¹⁶을 추종하여 과학 전문가처럼 사무소를 차려놓고 진화론 수업을 금지시킴으로써 온 세계의 웃음거리가 되었던 사건 기억 안 나나? … 폭력적인 복면 기마단원들을 잊었나? 사람들이 떼로 몰려다니며 살인을 자행하고 다닌 일이 기억 안 나는가? 미국에서는 독재가 일어날 리 없다고? 단지 술을 유통했다는 이유로 사람들을 쏴 죽였던 금주법이 미국에서 안 일어났단 말인가! 모든 역사를 보면 어디에서든 우리처럼 독재가 무르익도록 조장한 사람들이 늘 있었단 말일세! 말로는 어른들의 십자군이라고는 하지만 실상은 어린애들을 전쟁터로 내모는 십자군이 시작될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네. 그리고 저 선동가 윈드립과 프랑은 전쟁을 이끌 준비가 되었단 말일세!

    11. Huey Pierce Long. 미국의 상원의원, 루이지애나 주의 40대 주지사 역임. 급진적인 정책으로 유명하며, 루스벨트의 뒤를 이을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로 떠올랐지만 1935년 루이지애나 주 의회 건물에서 암살당했다.

    12. 독립 전쟁의 퇴역군인들이 조직한 공화파의 정치기구. 투표를 매수 조작하는 작태를 배후 조종하는 등 부패정치의 온상이 되었다.

    13. Aimee Semple McPherson. 사중복음교회의 창시자이자 치유사역자. 1926년 성공의 정점에 서 있었던 그녀가 한 달간의 종적을 감추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납치가 아니라 자작극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14. Mother Eddy. 1866년 종교단체 크리스천 사이언스를 창시한 종교인. 예수의 치유 행위는 오늘날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 가능한 과학이라고 주장했다.

    15. Tom Heflin. 미국의 정치인. 앨라배마 주 출신의 민주당 상원의원이었지만 민주당 대통령 후보 앨 스미스가 아니라 공화당 후보 허버트 후버를 지지하고 나서 민주당 지지자들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16. William Jennings Bryan. 1890년대 이후 미국 민주당의 지도적 정치인. 경건한 장로교회 신자로서 금주법을 지지했고, 진화론을 반대하였다.

    그러자 크로울리가 항변했다. 흠, 그렇다면 어떤가요? 그렇게 나쁘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저는 늘 저희 은행가들에 대한 이 모든 무책임한 공격들이 싫습니다. 물론 윈드립 상원의원이 저희 은행가들을 공개적으로는 꾸짖는 척 해야겠지만 일단 권력을 잡으면 은행이 행정부에 적절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하고 우리의 전문적인 재정 조언을 받아들일 겁니다. 암 그러고 말고요. 도리머스, 당신은 ‘파쇼’라는 말을 왜 그렇게 두려워하죠? 그저 말인데, 말에 불과할 뿐인데요! 그리고 요즘 들어 어떻게든 구호의 손길이나 청하고 저와 여러분의 소득세로 무위도식하려는 게으른 부랑자들을 생각해보면 꼭 그렇게 나쁘지 않을 수도 있죠. 히틀러나 무솔리니처럼 정말로 강력한 지도자를 갖는 것이 뭐 그렇게 나쁘겠어요. 저 옛날 부국강성 시대에 나폴레옹이나 비스마르크처럼 그렇게 강력한 지도자들이 다스려 다시 한 번 이 나라를 효율적이고 번창하게 만들면 좋잖아요. 비유하자면, 말대답을 용인하지는 않지만 환자를 꼼짝 못하게 해서 환자 마음에 들든 안 들든 낫게 해주는 의사라면 괜찮지 않나요!

    그 말에 에밀 스타웁메이어가 맞장구를 쳤다. 맞아요! 히틀러도 독일 국민들이 마르크스주의로 적화되지 못하게 막지 않았나요? 그곳에 사촌이 있답니다. 그래서 알죠!

    도리머스는 흔히 그러듯 혀를 찼다. 흠, 민주주의의 폐해를 파시즘의 폐해로 치료하겠다고! 거참 재밌는 치료법이로군. 환자에게 말라리아를 옮겨 매독을 치료했다는 말은 들어보았어도 매독을 옮겨 말라리아를 치료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네!

    팰크 신부님 앞에서 못하는 말씀이 없으시네요? 태스브로우가 화를 냈다.

    팰크 신부는 파이프를 물며 대답했다. 그 말이 어때서요, 흥미롭기만 한 데요, 제섭 형제!

    태스브로우가 계속 말했다. 게다가, 어쨌든 이런 말도 안 되는 농담이나 씹고 있다니. 크로울리가 말했듯이 강력한 사람이 권좌를 잡는 것이 좋은 일일 수도 있지만 그런 일이 미국에서 일어날 리는 없죠.

    그리고 도리머스가 보기에는 부드럽게 움직이는 팰크 신부의 입술이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런 지옥은 절대로 안 돼!

    뷰러 밸리 상류와 하류의 보수적인 버몬트 농부들에게는 성서와도 다름없는 『데일리 인포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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