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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와 함께 읽는 셰익스피어 20
명화와 함께 읽는 셰익스피어 20
명화와 함께 읽는 셰익스피어 20
Ebook490 pages4 hours

명화와 함께 읽는 셰익스피어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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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 『한여름 밤의 꿈』, 『베니스의 상인』, 『로미오와 줄리엣』……
역사상 최고의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
거장들의 명화 106장과 함께 셰익스피어 4대 비극·5대 희극을 비롯한 대표작 20편을 만나다

“셰익스피어 말고는 그 누구도 이토록 엄청난 작품을 만들 수 없다.” T. S. 엘리엇의 말처럼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은 인류의 보물이다. 하지만 38편에 달하는 그의 전 작품을 모두 읽기란 쉽지 않다. 이 책은 『로미오와 줄리엣』 등 제목은 익숙하지만 자세히는 몰랐던 셰익스피어의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장편 희곡이었던 각 편의 원문을 단편 소설 형식으로 읽기 쉽게 편집했으며, 셰익스피어 4대 비극, 5대 희극을 비롯한 그의 대표작 20편을 쉽게 만날 수 있는 ‘셰익스피어 작품 입문서’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시대를 초월해 풍부한 상상력을 제공해주는 원천이 되었다. 지금까지 그리고 현재도 수많은 화가들이 그의 작품을 토대로 그림을 그려 왔다. 『명화와 함께 읽는 셰익스피어 20』에서는 100장이 넘는 명화를 수록하여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흥미를 느끼고, 시각적인 즐거움과 함께 이야기에 더욱 쉽게 몰입할 수 있도록 하였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통해 변화무쌍한 운명에 관한 이야기, 인간의 고뇌와 다양한 본성들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Language한국어
Publisher현대지성
Release dateNov 22, 2019
ISBN9791195329397
명화와 함께 읽는 셰익스피어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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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화와 함께 읽는 셰익스피어 20 - 윌리엄 셰익스피어

    덴마크의 왕비 거트루드는 햄릿 왕의 급작스러운 죽음으로 과부가 되었는데, 남편이 죽고 두 달이 되지 못해서 시동생 클로디어스와 결혼했다. 그런데 당시 클로디어스는 무분별하고 무감각하고 괴상한 행동으로, 아니 그보다는 더 사악한 일로 온 백성들에게 악명 높았다. 왜냐하면 이 클로디어스는 인품이나 지성에서 형님을 전혀 닮지 않았고, 외모는 한심하고 성품은 비열하고 하찮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그가 형수와 결혼하고, 죽은 왕의 아들이며 왕위의 합법적인 승계자인 젊은 햄릿을 제치고 덴마크의 보좌에 오를 심사로 선왕(先王)인 형을 몰래 처치했다는 혐의를 떨칠 수 없었다.

    그리고 왕비의 경솔한 행동에 젊은 왕자만큼 깊은 충격을 받은 사람은 없었다.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사랑했으며 우상 숭배라고 생각될 정도로 그를 경모했으며, 경의감을 가지고 더할 나위 없이 예의를 실천하는 사람이므로 어머니 거트루드의 이 적절하지 않은 행동을 마음 아프게 생각했다.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슬픔과 어머니의 재혼에 대한 수치 사이에서 젊은 왕자는 깊은 우울증에 빠져 모든 환희와 환한 표정을 잃어버릴 지경이었다. 그는 평소 책을 즐겨 읽었지만 이제는 삼갔고, 젊은 시절에 어울릴 만한 왕자로서의 신체 단련과 운동을 더 이상 즐기지 않았다. 그는 점차 세상에 염증을 느끼게 되었고, 세상이 잡초로 무성하여 몸에 좋은 꽃들이 질식당하는 뜰처럼 보였다. 자신이 합법적으로 이어받아 보좌에 오르지 못하리라는 전망에 그의 마음이 압도당한 것은 아니었다. 물론 젊고 고결한 왕자에게 그런 일은 쓰린 상처이며 가슴아픈 모욕이었다. 그러나 그를 화나게 만들고 즐거운 기분을 몽땅 사라지게 만든 것은 아버지의 추억을 완전히 망각한 듯이 처신하는 어머니의 태도였다.

    그 아버지가 어떤 아버지였던가! 아내를 끔찍이 사랑하고 온화했던 남편이 아니었던가? 그리고 그때는 그의 어머니도 항상 그의 아버지에게 사랑 많고 순종하는 아내처럼 보였고 남편에 대한 사랑이 날로 커지는 듯이 그에게 의지하곤 했다. 그런데 두 달 만에 (젊은 햄릿에게는 두 달이 되지 않은 듯이 느껴졌다) 그녀는 재혼했고, 그것도 죽은 남편의 동생과 결혼했다. 참으로 근친간에 도의를 크게 벗어나고 불법적인 결혼이었다. 게다가 그것은 꼴불견처럼 서둘러 행해진 결혼이었고, 그녀가 왕위와 침실의 동반자로 택한 사람은 군왕답지 못한 성품의 소유자였다. 열 개의 나라를 잃은 것보다 서글픈 이 일 때문에 이 덕망 높은 젊은 왕자의 심기는 땅에 추락했고 그의 마음에는 먹구름이 끼었다.

    그의 어머니 거트루드나 왕이 그의 마음을 돌리려고 온갖 일을 생각해 내었지만, 모두 허사였다. 그는 여전히 죽은 아버지의 죽음을 슬퍼하는 듯 짙은 검은 색 옷을 입고 궁정에 모습을 나타냈고, 그 옷차림을 절대 벗지 않고 심지어 어머니가 결혼하던 날에도 인사하지 않았으며 (자기에게는) 수치스러운 날의 행사나 축하 잔치에 참석할 수 없었다.

    그를 가장 괴롭게 한 것은 아버지의 석연치 않은 죽음이었다. 클로디어스는 뱀이 그를 물어 죽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젊은 햄릿은 클로디어스가 바로 그 뱀이라고 날카로운 혐의를 품고 있었다. 쉬운 말로 클로디어스가 왕위를 노리고 선왕을 살해했으며 자기 아버지를 죽인 뱀이 지금 보좌에 앉아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의 추측이 얼마나 정확하며, 어머니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해야 마땅하며, 그녀가 이 살해 사건을 얼마나 알고 있으며, 그 사건이 그녀의 동의에 의해서인지 아니면 그녀가 알고 있었는지 아니면 이것도 저것도 아닌지 이런 의문들이 계속 그를 괴롭혔고 그의 마음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그런 중에 젊은 햄릿의 귀에 소문이 들려 왔는데, 이삼 일 동안 한밤중에 궁궐 앞의 망대에서 경계를 보는 군인들이 그의 아버지 죽은 왕을 빼다박은 유령을 보았다는 것이었다. 그 유령은 머리에서 발까지 죽은 왕이 입고 다녔다는 그 갑옷을 항상 입고 나타났다. 그리고 그것을 본 자들(햄릿의 가장 사랑하는 친구인 호레이쇼도 그 한 사람이다)은 유령이 나타나는 시간과 모습에 관하여 일치된 증언을 했다. 유령은 12시 정각에 나타나며 그 모습은 창백하여 분노보다는 슬픔의 얼굴을 하고 있으며, 그 턱수염은 소름끼치며, 그 빛깔은 그의 생전에 보았던 대로 검은 담비빛의 은색이었다. 그들이 말을 걸어도 유령은 묵묵부답이었다. 하지만 한 번은 유령이 머리를 쳐들고 마치 말하려는 듯이 몸짓으로 표현한다는 느낌을 주었다. 그러나 그 순간 아침 수탉이 울자 유령은 순식간에 몸을 움츠리며 사라졌다.

    젊은 왕자는 놀라울 정도로 그들의 이야기가 너무도 일관되고 일치하므로 믿지 않을 수 없어 그들이 자기 아버지의 유령을 보았다고 결론짓고, 그날 밤에 아버지의 유령을 보려고 군인들과 함께 경계를 서기로 결심했다. 왜냐하면 그는 속으로 그런 유령의 출현이 그냥 있는 게 아니며, 뭔가를 전해 주려고 그러는 것이라고 추론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유령이 침묵을 지켰지만, 자기에게는 이야기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인내하며 밤이 오기를 기다렸다.

    밤이 오자 그는 호레이쇼와, 경계병 가운데 하나인 마셀러스와 함께 망대에 섰다. 그 곳은 이 유령이 출현하곤 하던 곳이었다. 밤기운이 차가웠고 공기는 평소와 달리 으스스하고 살을 에는 듯했기 때문에 햄릿과 호레이쇼와 일행은 밤기운의 차가움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유령이 다가온다는 호레이쇼의 말에 대화는 중단되었다.

    햄릿은 아버지의 유령을 보자 갑자기 두려움과 공포에 사로잡혔다. 처음에 그는 천사들과 하늘의 사역자들을 불러 자기들을 보호해 달라고 했다. 왜냐하면 이것은 선한 영인지 아니면 악한 영인지, 선한 일을 위하여 왔는지 나쁜 일을 위하여 왔는지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는 점차 용기를 갖게 되었다. 그리고 (그의 눈에 비치는 대로) 그의 아버지는 그를 아주 불쌍하게 쳐다보는 듯했고, 그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어느 모로 보나 생전의 모습과 흡사하므로, 햄릿은 그와 이야기를 나누지 않을 수 없었다. 왕자는 그를 햄릿, 왕, 아버지라고 불렀고, 왜 고요하게 누워 있던 무덤을 떠나 달밤에 다시 세상을 찾아왔는지 그 이유를 말씀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자기 마음에 평안을 얻기 위하여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알려 달라고 청했다.

    그러자 유령은 햄릿에게 손짓했고, 햄릿은 단둘이 있을 만한 다소 떨어진 곳으로 그를 따라갔다. 그리고 호레이쇼와 마셀러스는 젊은 왕자에게 따라가지 말라고 설득했다. 왜냐하면 그것이 악한 일이라면 그를 유혹하여 근처의 바다나 두려운 절벽 꼭대기로 이끌고 가서 왕자가 이성을 잃게끔 무시무시한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의 충고와 간청에도 햄릿의 결심은 바뀌지 않았다. 그는 생명을 잃는 것 따위는 전혀 개의치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영혼에 대하여 말하기를, 자기의 영혼이 불멸적 존재이므로 영들이 그것에게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그리고 그는 사자처럼 대담해짐을 느끼고, 가능한 한 그를 붙들려고 했던 그들을 박차고 유령이 이끄는 곳으로 따라갔다.

    단 둘만 있게 되었을 때, 유령은 침묵을 깨고 자기가 처참하게 살해당한 그의 아버지의 유령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유령은 그가 어떻게 죽었는지를 이야기해 주었다. 햄릿이 이미 큰 의혹을 품고 있었듯이, 아버지를 죽인 것은 아버지의 침실과 왕관을 노리던 햄릿의 숙부 클로디어스였다. 그가 관행대로 오후에 뜰에서 잠자고 있었을 때, 그의 배신자 동생이 몰래 들어와 그의 귀에 독초 즙을 부었던 것이다. 이 독초 즙은 사람의 생명에 매우 치명적인 것으로서 수은처럼 모든 혈관을 신속히 돌아다니면서 혈관을 부풀어오르게 하고 온 피부에 빵껍질 같은 문둥병을 퍼뜨린다. 선왕은 잠을 자는 도중에 동생의 손에 의해 곧바로 왕관과 왕비와 생명을 잃었다. 그리고 그는 햄릿에게 여전히 아버지를 사랑한다면, 이 더러운 살인을 복수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리고 유령은 햄릿의 어머니가 덕행에서 크게 떨어져서 첫남편에게 부정한 태도를 보였고 그의 살인자와 결혼했다고 자기 아들에게 일러주었다. 그러나 그는, 햄릿이 사악한 숙부에게는 복수할지라도 어머니에게는 아무런 폭력을 행사하지 말고 고이 하늘로 가게 하고 양심의 바늘과 가시에 찔리게 내버려 두라고 주의를 주었다. 그리고 햄릿은 모든 일에 유령의 지시를 따르겠다고 약속했고, 유령은 사라졌다.

    그리고 혼자 남은 햄릿은 기억에 남아 있는 모든 것, 책이나 관찰로 배운 모든 것을 즉시로 잊고 유령이 자기에게 행하라고 말한 것만 머릿속에 남게 하겠다고 엄숙히 결심했다. 그리고 그는 일어난 일의 자세한 내용을 사랑하는 친구 호레이쇼에게만 알려 주었다. 그리고 그는 호레이쇼와 마셀러스에게 그날 밤에 본 것을 죽을 때까지 비밀로 간직하라고 명령했다.

    그렇지 않아도 유약하고 기가 약한 햄릿은 유령을 보고 놀라서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했고, 이성을 잃을 지경이었다. 그리고 그는 이런 증세가 계속되어 사람들에게 발각되어 숙부가 자기를 경계하면서 자기가 숙부를 해칠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은지 혹은 숙부 자신이 알린 것보다 아버지의 죽음에 대하여, 실제로 더 많이 알고 있지 않는지 의심할까 두려워서, 그때로부터 정말로 미친 사람의 시늉을 하겠다는 이상한 결심을 품었다. 숙부가 자기를 심각한 계획을 꾸밀 수 없는 자로 여기면 의심의 대상이 되지 않을 것이며 실제로 미친 사람으로 가장하면 마음의 동요가 가장 잘 숨겨지고 은폐되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때부터 햄릿은 아무렇게나 이상하게 옷을 입고 말을 하고 행동을 취하는 척했고, 너무도 미친 사람 흉내를 잘 내는 바람에 왕과 왕비는 깜빡 속고서 아버지의 죽음을 슬퍼하는 마음 때문에 정신 이상 상태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유령의 출현에 관하여 전혀 아는 바가 없었기 때문에 그의 병이 부친에 대한 연모 때문이라고 결론짓고, 그게 그의 질병의 원인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햄릿은 방금 이야기한 우울한 행동을 취하기 전에, 국사와 관련하여 왕에게 간언하는 고문인 폴로니어스의 딸 오필리아라는 아리따운 아가씨를 매우 사랑했다. 그는 그녀에게 편지와 반지를 보냈고, 사랑의 선물을 많이 보냈다. 그리고 덕망높은 태도로 그녀의 사랑을 구했다. 그리고 그녀는 그의 맹세와 끈덕진 태도에 신뢰를 표시했다. 그러나 최근에 햄릿은 우울증에 빠지자 그녀를 소홀하게 대하게 되었고, 미친 사람 흉내를 내려고 생각한 때부터 그녀를 몰인정하게 그리고 무례하게 대하는 척했다.

    그러나 착한 아가씨는 자기에게 불성실하다며 그를 질책하기는커녕 그의 마음이 병들었다고 확신했다. 그리고 그가 이전보다 자기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게 되었지만, 몰인정한 마음이 굳어져서 그런 것은 아니라고 믿었다. 그리고 그녀는, 마음을 짓누르는 심각한 우울증으로 손상된 그의 고결한 마음과 탁월한 지성을, 가장 절묘한 음악을 만들 수 있지만 화음이 맞지 않거나 함부로 다루어 귀에 거슬리고 듣기 싫은 소리만 내는 아름다운 종에 비유했다.

    아버지의 살인자에게 죽음의 복수를 가하는 힘든 일이 즐거운 구애와 어울리지 않기에 햄릿이 사랑의 한가로운 교제를 허용하지 않지만, 오필리아에 대한 다정한 생각이 끼어드는 것은 막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이 다정한 아가씨를 야박하게 홀대했다고 생각될 때, 그는 열정의 격렬한 말과 터무니없는 표현으로 가득한 편지를 썼다. 이런 말과 표현은 그의 미치광이 흉내와 아주 잘 어울리지만 거기에는 부드러운 사랑의 표시가 뒤섞여 있었기에, 이 덕망높은 아가씨는 그의 마음 깊은 곳에 자신에 대한 뜨거운 사랑이 있다고밖에 볼 수 없었다. 그는 오필리아에게, 별이 불이 아닌지 의심하고, 태양이 움직이는지 의심하고, 진실이 거짓말이 아닌지 의심해도 자기가 사랑하는 것은 의심하지 말라고 했다.

    그런 터무니없는 표현이 많았다. 오필리아는 이 편지를 아버지 폴로니어스에게 착실히 보여 드렸고, 폴로니어스는 왕과 왕비에게 보여 드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그들은 햄릿의 광증을 일으킨 진짜 이유가 사랑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왕비는 다행히도 오필리아의 미모가 그의 광포함의 원인이었으면 하고 바랐다. 왜냐하면 그녀의 덕행으로 그가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와 왕과 왕비의 체면을 살려주기를 또한 소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햄릿의 광증은 왕비의 생각보다 훨씬 심해졌고, 고칠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 그가 보았던 아버지의 유령은 계속 그의 상상 세계에 출몰했고, 살인자에게 복수하라는 신성한 명령을 이루기까지 그는 쉬지 못했다. 복수가 연기되는 모든 시간이 일종의 죄를 짓는 것처럼 느껴졌고, 아버지의 명령을 어기는 처사로 생각되었다. 하지만 왕에게는 항상 호위병이 둘러싸고 있으므로 그를 죽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기회를 잡더라도 햄릿의 어머니 왕비가 있어서 장애물이 되었다. 햄릿은 이 장애물을 결코 뚫고 지나갈 수 없었다. 게다가 왕위 찬탈자가 어머니의 남편이라는 사실 때문에 그는 깊은 연민이 우러나와서 목적하던 일에 대하여 결심이 무디어졌다. 다른 사람을 죽이는 행위 자체가 햄릿처럼 천성적으로 다정다감한 성품에는 증오스럽고 두려운 일이었다.

    오랫동안 우울증과 낙담에 빠져 지낸 까닭에 우유부단해지고 목적이 흔들거렸다. 그래서 햄릿은 극단적인 행위를 취하지 못했다. 게다가 그는 마음으로 주저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본 유령이 진짜 자기 아버지인지, 혹은 그가 들었던 목소리의 유령이 자기 마음대로 모습을 취할 수 있고 아버지의 모습을 가장하고는 자신의 유약함과 우울증을 이용하여 가망 없는 살인 행위를 저지르게 만드는 마귀가 아닌지 하고. 그리고 그는 속임수일지 모르는 환상이나 유령보다 확실한 근거를 얻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가 우유부단한 태도를 보이는 동안 궁정에 배우들이 찾아왔다. 전에 햄릿은 그들을 보고 즐거워했고, 그들 가운데 하나가 트로이의 왕 프리암의 죽음과 왕비 헤쿠바의 슬픔을 묘사하며 비극적인 대사를 읊조리는 것을 특별히 좋아했다. 햄릿은 옛 친구들인 배우들을 환영했고, 이전에 그들의 대사가 즐거움을 준 것을 추억하고 그 배우에게 다시 그것을 연기해 달라고 부탁했다. 배우는 힘빠진 늙은 왕을 잔인하게 죽인 것과 불로 그 백성과 성을 파멸한 것과 늙은 왕비가 맨발로 궁궐을 이리저리 달리며 왕관이 있던 머리에 형편없는 천조각을 쓰고 왕비의 옷을 둘렀던 그 허리에 담요만 급하게 대충 걸치고는 미친 듯이 슬퍼하는 것을 아주 생동감 넘치게 묘사했다. 배우의 연기를 보며 옆에 서 있는 사람들은 너무도 생생하게 연기하여서 실제로 벌어진 일을 보는 듯이 눈물을 흘렸을 뿐만 아니라 배우 자신도 목멘 소리를 내고 진짜로 눈물을 흘리면서 연기했다.

    이를 본 햄릿은 배우가 단지 연극 대사로 격정에 복받쳐 수백년 전에 죽은 허큐바를 보지 못하고도 그를 위하여 눈물을 흘리는데, 격정에 복받칠 만한 진짜 이유와 단서가 있으면서도, 진정한 왕이자 사랑하는 아버지가 살해를 당했는데도 마음이 별로 움직이지 않고 내내 둔하고 멍청하게 망각하며 복수심을 잠재우고 있는 듯한 자신이 얼마나 무감각한 사람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를 보고 깊은 생각에 빠져 실제처럼 연기하는 멋진 연극이 관객에게 미치는 강력한 효과를 깊이 살피는 동안, 그는 무대에서 살인 사건을 보고 그 장면의 힘과 상황의 유사함에 깊은 영향을 받아 자신이 저지른 범죄를 극장에서 고백한 살인자의 경우를 기억해 냈다.

    그리고 그는 이 배우들이 숙부 앞에서 자기 아버지의 살인과 비슷한 연극을 연기하게 하려고 마음을 먹었고, 그것이 숙부에게 어떤 효과를 미치는지 면밀히 관찰하여 그의 표정에서 그가 살인자인지 아닌지 좀 더 확실한 증거를 얻으려고 했다. 이를 위하여 그는 무대를 준비하게 하고 거기서 상연할 왕과 왕비의 역을 생각해 냈다.

    연극의 줄거리는 비엔나에서 일어난 한 공작의 살인 사건에 관한 것이었다. 공작의 이름은 곤자고이며 그의 아내는 밥티스타였다. 연극은 공작의 가까운 친척인 루시아너스라는 사람이 그의 재산을 노리고 정원에서 공작을 독살하는 것과 곧 살인자가 곤자고의 아내에게 사랑을 얻는 것을 보여 주었다.

    왕이 자신을 걸려들게 할 덫인 줄 모르고 이 연극을 보러 참석했고 왕비와 모든 신하들도 참석했다. 햄릿은 왕 가까이에 앉아서 그의 표정을 조심스럽게 살폈다. 연극은 곤자고와 그의 아내의 대화로 시작되었다. 부인은 갖가지 사랑을 다짐하고 곤자고보다 오래 살더라도 두 번째 남자와 절대 결혼하지 않겠다고 했다. 만일 재혼하면 저주를 받고 싶다고 말했고, 첫 남자를 살해한 사악한 여자가 아니라면 아무도 그런 짓을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햄릿은 이 대사에 왕인 숙부의 표정이 바뀌는 것을 목격했다. 그리고 이 장면이 숙부와 왕비에게 쑥같이 쓴 것임을 목격했다. 그러나 대사에 따라 루시아너스가 정원에서 잠자는 곤자고를 독살하러 왔을 때, 선왕에게 사악한 짓을 한 것과 너무도 비슷한 장면인 것을 본 왕위 찬탈자 숙부는 양심에 큰 찔림을 받아 연극의 나머지 부분을 더 이상 볼 수 없으니 갑자기 자기의 침실에 불을 밝히라고 명령하고 갑자기 몸이 아픈 척하며(어쩌면 실제로 그랬을 것이다) 극장을 황급히 떠났다.

    왕이 떠나자 연극은 중단되었다. 그런데 햄릿은 유령의 말이 사실이며 환상이 아님을 만족할 만큼 확인했다. 그리고 큰 빚이나 양심의 가책을 갑자기 덜어낸 사람처럼 갑자기 즐거운 마음이 들어서, 호레이쇼에게 유령의 말이 천 파운드만큼 값어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숙부가 자기 아버지를 죽인 자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어떻게 복수할 것인지 결심을 굳히기 앞서, 그는 왕비의 부름을 받아 그녀의 방에서 은밀하게 만났다.

    왕의 소원을 받들어 왕비는 햄릿을 불렀다. 지난번 아들의 행동이 왕과 왕비의 심기를 참으로 불편하게 만든 것을 알려주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왕은 또 왕비가 편파적인 이야기를 늘어놓아 왕에게 의미심장한 의미를 많이 담고 있을 햄릿의 말을 편들 것이라고 생각하고, 모자 간의 이야기를 모두 알기를 바랐다. 국사 고문이자 오필리아의 아버지인 폴로니어스에게 왕비의 방 커튼 뒤에 있다가 몰래 그들의 대화를 엿듣고 오라고 명령했다. 이 술책은 폴로니어스의 기질에 딱 맞는 것이었다. 그는 국가의 부정한 원칙과 정책에 도가 튼 사람이었고 간접적으로 교활하게 문제를 알아내는 것을 좋아하는 인물이었다.

    햄릿이 어머니에게 오자, 그녀는 아주 우회적으로 그의 행동과 처신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가 아버지(즉 그의 숙부인 왕을 뜻한다)에게 큰 심려를 끼쳤다고 말했다. 햄릿은 왕비가 그토록 소중하고 존귀한 아버지라는 이름을 숙부에게, 자기 친아버지의 살인자에 불과한 비열한 자에게 사용하는 것이 매우 화가 나서 매섭게 대꾸했다. 어머니, 어머니야말로 내 아버지께 큰 심려를 끼쳐드린 것입니다.

    왕비는 그런 말도 안되는 대답이 어디 있느냐고 했다. 그러자 질문에 적절한 대답입니다. 하고 햄릿이 말했다. 왕비는 누구에게 말하고 있는지 잊었느냐고 그에게 물었다.

    차라리 잊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머니는 왕비, 시동생의 아내이십니다. 그리고 나의 어머니이시기도 합니다. 이것이 사실이 아니면 오죽 좋겠습니까?

    아니 네가 나를 무시한다면 너를 꾸짖을 수 있는 분을 부르겠다. 하고서는 왕이나 폴로니어스를 부르려고 나가려 했다. 그러나 햄릿은 그녀를 가지 못하게 하고 그녀에게 부정한 삶을 직시하게 하려고 애를 썼다. 그리고 왕비의 손목을 꽉 잡고 자리에 앉혔다. 왕비는 그의 진지한 태도에 겁을 먹고 그가 미쳐서 자기에게 해코지를 하지 않을까 두려워 소리쳤다.

    그러자 커튼 뒤에서 도와라, 왕비가 위험하다. 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햄릿이 그 소리를 듣고 왕이 숨어 있다고 생각하고 칼을 빼고는 그리 도망친 쥐를 찌르듯 소리가 나는 곳을 찔렀다. 소리가 그칠 때까지.

    그리고 그는 그 사람이 죽었다고 믿었다. 그러나 몸을 끄집어내어 보니 그것은 왕이 아니라 참견 잘하는 고문 폴로니어스였다. 왕이 그를 커튼 뒤에 첩자로 심어 두었던 것이다.

    왕비는 소리쳤다. 네가 무모하게 피를 흘렸구나!

    피를 흘렸어요, 어머니. 그러나 왕을 죽이고 숙부와 결혼한 어머니의 죄보다는 나쁘지 않아요.

    햄릿은 이미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할 지경이 되었다. 이제 그는 어머니에게 속시원히 말하고 싶은 기분이 들었고, 그렇게 했다. 그리고 자녀들이 부모들의 잘못을 부드러운 마음으로 대해야 하는 법이지만, 그 죄가 심각하다면 설사 어머니라고 해도 매서운 말로 이야기할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게 어머니의 유익을 위한 것이라면, 그리고 비난할 목적이 아니라 어머니를 사악한 길에서 돌이키기 위한 것이라면 말이다. 그리고 이 덕망 높은 왕자는 감동적인 말로 왕비의 잔인무도한 죄를 이야기했다. 자기 아버지, 죽은 왕을 쉽게 잊어버리고 살인자라는 혐의를 받는 숙부와 그렇게 빨리 결혼한 죄를 이야기했다.

    어머니가 첫남편에게 맹세한 맹세에 비추어 보면 그런 행위는 여인의 모든 맹세를 의심스러운 것으로 만들기에 충분했고, 여인의 모든 덕을 위선으로 간주하고, 그 약속을 노름꾼의 맹세보다 못한 것으로 여기고, 신앙을 조롱거리와 말장난에 불과하게 만드는 것으로 보기에 충분했다. 그는 왕비가 그런 짓을 저질렀으며, 하늘이 그 일에 얼굴을 붉히며 땅이 그 때문에 왕비를 메스꺼워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햄릿은 두 개의 그림을 보여 주었다. 하나는 그녀의 첫남편 선왕의 그림이며, 다른 하나는 두 번째 남편인 현재 왕의 그림이었다. 그리고 왕비에게 그 차이를 지적해 보라고 했다. 자기 아버지의 눈썹은 참으로 덕이 흘러 넘쳐서 신과 같은 모습이며, 머리카락은 아폴로의 곱슬머리 같고, 이마는 주피터의 것과 같고, 눈은 마르스의 것과 같고, 자태는 산꼭대기에 내려 선 머큐리의 것과 같았다. 그는 이 사람이 틀림없이 왕비의 남편이었다고 말했다.

    그런 다음 그는 왕비가 옆에 두고 있는 사람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 그 사람이 해충이나 곰팡이처럼 보인다고 했다. 왜냐하면 건강한 형님을 독살했기 때문이다. 왕비가 너무 수치스러워하자, 햄릿은 그녀의 눈을 그 영혼으로 돌리게 했다. 이제 왕비는 자신의 영혼이 참으로 시커멓고 흉한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는, 왕비가 이 사람과 어떻게 계속 살 수 있으며, 첫남편을 죽이고 도둑처럼 야비하게 왕관을 찬탈한 그의 아내가 될 수 있는지 물었다.

    그가 말하고 있는 그 순간에, 생전에 보았던 모습 그대로 아버지의 유령이 방에 들어왔다. 그러자 햄릿은 너무 놀라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유령은 햄릿이 잊은 듯이 보여 약속한 대로 복수할 것을 그에게 상기시켰다. 그리고 유령은 왕비가 슬픔과 공포로 자칫 죽게 되겠으므로 그녀에게 고민을 덜어 주는 말을 하라고 했다. 그러자 유령은 사라졌다. 유령은 햄릿에게만 보였다. 그래서 그는 유령이 서 있는 곳을 가리키면서 무슨 설명을 해도 자기 어머니에게 유령이 있다는 것을 알려 줄 수 없었다. 왕비는 아들이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듣는 동안 내내 겁에 질려 있었다. 그녀에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것을 아들의 정신 이상 탓으로 돌렸다.

    그러나 햄릿은 자기 아버지의 영혼이 지상에 다시 나타난 것이 왕비의 죄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광증 때문이라고 편할 대로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정상적으로 뛰는 자신의 맥박을 만져 보라고 했다. 그것은 미친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는 왕비에게, 지난날의 잘못을 하늘에 고백하고, 앞으로 왕과의 결합을 피하고 더 이상 그의 아내가 되지 말도록 눈물을 뿌리며 간곡히 부탁했다. 그리고 왕비가 아버지의 추억을 존중하여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 준다면, 아들로서 그녀의 복을 빌겠다고 했다. 그리고 왕비는 아들의 뜻을 따르겠다고 약속했고, 이야기는 끝났다.

    그러자 햄릿은 이제 마음의 여유를 얻어 불행히도 자신이 무모하게 죽인 자가 누구인지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그가 폴로니어스, 즉 자기가 끔찍이 사랑하는 오필리아의 아버지인 것을 알고 시체를 따로 두었고, 이제 마음이 조금 가라앉았지만 자신이 한 일을 두고 슬퍼했다.

    폴로니어스의 불행한 죽음으로 왕은 햄릿을 나라에서 쫓아낼 구실을 찾아냈다. 그는 햄릿을 위험 인물로 두려워하여 그를 죽이고 싶었지만, 햄릿을 사랑하는 백성과 아들의 온갖 잘못에도 왕자를 총애하는 왕비가 무서웠다. 그래서 이 교활한 왕은 햄릿이 폴로니어스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도록 햄릿의 안전을 도모한다는 구실로 그를 영국행 배에 태우고 두 명의 시종을 딸려 보냈다. 그리고 왕은 그들 편으로 영국 궁정에 편지를 보냈다. 당시 영국은 덴마크에 예속되어 조공을 바치고 있었는데, 그 편지는 햄릿이 영국 땅에 도착하는 즉시 그를 죽이라는 요구를 담고 있었다. 햄릿은 왕의 배신 행위를 의심하고 밤에 몰래 편지를 보았고 재주 좋게 자기 이름을 지우고 대신에 자신을 감시했던 두 시종들의 이름을 써서 그들을 죽게 만들었다. 그런 다음 편지를 봉인하고 원래의 자리에 갖다 놓았다.

    갑자기 그의 배가 해적의 공격을 받자, 해전이 시작되었다. 그러는 도중에 햄릿은 용맹을 보여주고 싶어서 혼자 칼을 들고 원수의 배에 승선했다. 덴마크의 배가 겁을 먹고 도망가면서 햄릿을 내팽개치자, 두 명의 시종은 햄릿이 고쳐 놓은 내용이 담긴, 자신들의 처형 내용이 담긴 편지를 간직하고, 있는 힘을 다해서 영국으로 항해했다.

    왕자를 사로잡은 해적들은 알고 보니 착한 원수였다. 그리고 자기들이 잡은 죄수가 누구인지 알아보고 자기들이 왕자를 후대했으니 왕자가 궁정으로 돌아가면 보상으로 선물을 줄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덴마크에서 가장 가까운 포구의 해안에 내려다 주었다. 그 곳에서 햄릿은 왕에게 편지를 썼다. 이상한 일이 생겨 본국으로 돌아오게 되었다는 소식을 알리고 다음 날 폐하 앞에 알현하겠다고 했다. 집으로 돌아갔을 때, 그의 눈은 슬픈 광경을 목격했다.

    한때 끔찍이 사랑하던 젊고 아리따운 오필리아의 장례식이었다. 젊은 아가씨의 맑은 정신이 가련한 부친의 사망 이후 흐트러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부친이 처참하게 죽임을 당했고, 게다가 자신이 사랑하던 왕자의 손에 죽임을 당한 것 때문에 이 다정다감하던 젊은 아가씨는 큰 충격을 받아 잠시 후 정신이 완전히 이상해졌다. 그래서 궁정의 여인들에게 꽃을 나눠주며 그 꽃이 자기 아버지의 장례식용이라고 말했으며, 또 사랑과 죽음에 관한 노래를 불렀고, 이따금씩 아무 뜻도 없는 노래를 불러 마치 자기에게 일어난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시냇가에 버드나무 한 그루가 비스듬히 자라며 시냇물에 그 잎사귀가 반사되었다.

    오필리아가 하루는 아무도 몰래 이 시냇가에 와서 데이지와 쐐기풀, 꽃과 잡초를 뒤섞어 화관을 만들고 버드나무 가지에 화관을 걸려고 올라갔다가 가지가 부러지자 아리따운 젊은 아가씨와 화관과 그녀가 쥐고 있던 모든 것이 물 속으로 풍덩 떨어졌다. 잠시 동안 그녀는 옷 때문에 물 위에 떠 있으면서 자신의 괴로움을 모르는 사람처럼 혹은 물을 자연스럽게 여기는 생물인 듯이 태평스럽게 옛날의 노래를 불렀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그녀의 옷은 물에 젖어 무거워졌고 그녀는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면서 물 속으로 가라앉아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다.

    이 아리따운 아가씨의 장례식에는 그녀의 오빠 레어티즈와 왕과 왕비와 모든 중신이 참석했는데, 그때 마침 햄릿이 도착했던 것이다. 햄릿은 웬일인지 몰라, 장례식을 방해하지 않을 의도에서 한 편에 서 있었다. 그는 처녀의 장례식의 관행대로 그녀의 무덤에 꽃이 흩뿌려지는 것을 보았다. 왕비도 꽃을 뿌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꽃을 뿌리면서 이렇게 말했다. 고운 처녀에게 고운 꽃을! 네가 햄릿의 아내가 되기를 바랐건마는, 그리고 이 꽃으로 네 신방을 장식해 주려고 생각했건만 이렇게 네 무덤에 뿌려 줄 줄이야.

    그리고 햄릿은 제비꽃이 무덤에서 피어나기를 바란다는 오빠의 말을 들었다. 그리고 그가 슬픔에 미친 듯이 무덤으로 뛰어가 자기에게 흙을 산더미처럼 뿌려 그녀와 함께 묻히게 해 달라고 했다. 그러자 이 아리따운 아가씨에 대한 사랑이 햄릿에게 되살아났다. 그래서 햄릿은 그녀의 오빠가 슬픔에 빠져 있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자기가 4만 명의 오빠보다 오필리아를 더 사랑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그는 완전히 미친 듯이, 아니 레어티즈보다 더 미친 듯이 오필리아가 있는 무덤으로 달려갔고,레어티즈는 그가 아버지와 누이를 죽게 한 햄릿인 것을 알고 하객들이 떼어놓을 때까지 원수의 멱살을 잡듯 그의 멱살을 잡았다.

    그리고 햄릿은 장례식이 끝나자 레어티즈를 무시하듯 무덤으로 돌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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