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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 플라톤의 대화편
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 플라톤의 대화편
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 플라톤의 대화편
Ebook367 pages16 hours

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 플라톤의 대화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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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is ebook

서양 철학의 근간이 된 소크라테스 사상의 정수를 한 권으로 만나다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으로 읽는 인류 최고 지성인의 영원한 유산

참된 진리 앞에서 죽음도 기쁘게 받아들인 탁월한 지성인이자 정의의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사상을 한 권에 담았다. 소크라테스는 기원전 5세기경 상대주의적이고 실용적인 진리를 내세운 소피스트에 대항하여 절대적이고 변하지 않는 진리를 추구하며, 질문과 대화를 통해 사람들의 무지를 일깨웠다. 그뿐만 아니라, 불경죄로 사형 선고를 받아 죽음에 이를 때까지 자신의 사상과 철학을 흔들림 없이 지켜 나가며 서양 철학의 근간이 되었다. 죽을 때까지 단 한 권의 책도 저술하지 않았지만 그의 사상은 모두 수제자인 플라톤에 의해 보존되어 전해졌다.
이 책 또한 플라톤이 저술한 것으로 소크라테스의 죽음과 관련된 세 권의 책 ― 『소크라테스의 변명』, 『크리톤』, 『파이돈』 ― 그리고 ‘에로스’를 예찬하는 『향연』을 담고 있다. 이 네 권의 책은 『플라톤의 대화편』이라고 불리는 25편의 대화편 중 초·중기 저작들이다. 시리즈에서는 이 네 권의 책의 그리스어 원전을 완역하여 한 권으로 엮어냈다. 이에 덧붙여 전문 번역가 박문재의 상세한 주석과 해제를 통해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사상을 더욱 쉽고 자세하게 만나볼 수 있다.

Language한국어
Publisher현대지성
Release dateNov 15, 2019
ISBN9791190398046
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 플라톤의 대화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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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 - 플라톤

    소크라테스 Socrates, BC 469-399

    서양 철학의 창시자들 중 한 사람이자 최초의 윤리철학자로 평가받는 소크라테스는 기원전 469년경 아테네에서 태어났다. 그의 어린 시절과 청년 시절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지만, 자연철학을 탐구했고, 아낙사고라스의 책을 읽었으며, 펠로폰네소스 전쟁에 여러 차례 참전했다고 전해진다. 이후 그는 평생 교육자로서 청년들을 교화하였고, 진리를 상대적이고 주관적으로 해석하는 소피스트들의 태도를 배격하며 객관적이고 보편타당한 진리로써 이상주의적·목적론적 철학을 수립하는 데 힘썼다. 소크라테스는 아리스토파네스가 그를 희극의 주인공으로 삼을 정도로 아테네에서 유명인사가 되었지만, 말년에 정치적 문제에 휘말려 결국 불경죄와, 청년들에게 궤변을 가르쳤다는 죄목으로 사형을 당했다.

    플라톤 Platon, BC 427-347

    플라톤은 기원전 427년경 아테네의 한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다. 그는 청년 시절 소크라테스의 사상에 매료되어 그의 제자가 되었다. 하지만 플라톤이 28세가 되던 해, 스승 소크라테스가 사형 선고를 받아 독약을 마시고 죽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로 인해 플라톤은 현실 정치에 큰 환멸을 느끼고, 아테네를 떠났다. 그는 메가라, 이탈리아, 시칠리아, 이집트 등지를 여행하며 다채로운 사상을 접하고 40살이 지나 아테네로 돌아와서 아카데메이아를 세워 학생들을 가르쳤다. 플라톤은 기원전 366년과 361년경 ‘이상국가’라는 자신의 정치철학을 직접 실천하기 위해 시칠리아에 갔으나 결국 실패하고 다시 돌아왔다. 그는 80세에 별세할 때까지 제자들을 양성하며, 많은 책들을 저술하였다. 저서로는 『국가』를 비롯하여 25편의 대화편이 있다.

    옮긴이 박문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와 장로회신학대학교 신대원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였으며, 신학과 사회과학을 좀 더 깊이 연구하기 위해 독일 보쿰Bochum 대학교에서 공부하였다. 또한 고전어 연구 기관인 Biblica Academia에서 오랫동안 고대 그리스어(헬라어)와 라틴어를 익히고, 고대 그리스어와 라틴어로 쓰여진 저서들을 공부하였다. 대학 시절에는 역사와 철학을 두루 공부하였으며, 전문 번역가로 30년 이상 신학과 인문학 도서를 번역해왔다. 역서로는 『자유론』,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실낙원』, 『톨스토이 고백록』 등이 있고, 라틴어 원전 번역한 책으로 『고백록』, 『철학의 위안』 등이 있다. 그리스어 원전에서 번역한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은 매끄러운 번역으로 독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표지 그림 자크 루이 다비드, 〈소크라테스의 죽음〉, 1787

    incover

    일러두기

    • 『소크라테스의 변명』은 ‘변명’이란 단어에 담긴 부정적 뉘앙스로 ‘변론’으로 옮길 때가 많다. 어떤 역자는 소크라테스는 단순히 고발된 혐의 내용을 반박하면서 무죄 판결을 받아내려 ‘변론’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고발에 함축된 자기 삶 전체를 향한 물음과 도전에 ‘항변’하고 있다. 소크라테스로 대변되는 삶의 방식, 그러니까 철학과 철학적 삶 자체에 관한 ‘변명’인 셈이다라고 주장한다. ‘변명’이나 ‘변론’ 둘 다 일리가 있으나 역자는 오랫동안 다수의 독자에게 익숙한 『소크라테스의 변명』으로 제목을 정했다.

    • 본문의 난외에 표시된 아라비아 숫자와 로마자는 스테파누스Stephanus 표기이다. 출판업자였던 스테파누스는 1578년에 제네바에서 요안네스 세르라누스Joannes Serranus가 번역한 세 권짜리 플라톤 전집을 발행했는데, 그 후에 플라톤의 저작들을 번역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이 쉽게 참조할 수 있도록 그 판본의 쪽수는 아라비아 숫자로, 판본의 단락은 로마자로 표기했다. 『소크라테스의 변명』은 그 판본의 제1권 17a-42a에, 『크리톤』은 43a-54e에, 『파이돈』은 57a-118a에, 『향연』은 제3권 172a-223d에 수록되어 있다.

    • 그리스어 인명, 지명은 외래어 표기법을 따랐다.

    • 본문 하단의 각주는 모두 역자가 붙인 것이다.

    1. 소크라테스의 1차 변론

    아테네¹ 사람들이여, 나를 모함한 사람들에게 여러분이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는 내가 잘 모릅니다. 하지만 나로 말하자면 그들 때문에 내가 대체 누구인지를 잊어버릴 뻔했습니다. 그 정도로 그들의 말에는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한 말 중에서 진실은 한 마디도 없었습니다. 그들이 한 많은 거짓말 중에서 특히 나를 경악하게 만든 것이 하나 있었는데, 내가 말을 아주 잘하기 때문에 여러분이 거기에 속아 넘어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었습니다. 내가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금방 드러날 테고, 그러면 그들의 말이 거짓임이 사실로 즉시 증명될 것인데도, 그들이 아무런 부끄러움도 없이 그런 말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내게는 너무나 후안무치한 일로 생각되었습니다.

    1고대 그리스어에서 아테나이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테네라고 부르는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이자 그 수도를 가리키는 데 사용한 명칭이었다. 현대 그리스어로는 아티나이라 불린다. 아테네는 고대 그리스의 중남부에 걸쳐 있던 아티케 지방의 중심도시였다. 여기에서 아테네 사람들은 소크라테스를 피고로 하여 열린 법정에서 배심원을 맡은 500명의 아테네 사람과 방청객을 지칭하는 말이다. 소크라테스는 나중에 그들을 배심원 여러분이라고 부르지만, 여기에서 이런 식으로 부르는 이유는 단순히 배심원이 아니라 아테네 사람 전체를 향한 변론이라는 의미를 둔 것으로 보인다.

    설마 그들이 진실을 말하는 사람을 말 잘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한 것은 아니겠지요. 그들이 그런 의미로 말한 것이라면, 나는 내가 말 잘하는 웅변가라는 것에 동의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런 뜻으로 말한 것이 결코 아닙니다. 앞에서 이미 말했듯이, 그들이 말한 것 중에서 진실은 거의 없거나, 실질적으로 전무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여러분은 나에게서 오직 진실만을 듣게 될 것입니다.

    아테네 사람들이여, 제우스를 걸고 맹세하건대, 그 진실은 그들처럼 미사여구와 노련한 수사법을 사용한 어구들로 표현한 것이 아니라, 내 마음에서 그때그때 떠오르는 것을 그대로 표현한 데 있을 것입니다. 나는 내가 말하는 것들이 옳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여러분 중에서 내게 다른 어떤 것을 기대하는 사람이 없기를 바랍니다. 내가 이 나이에 여러분 앞에 나와서 마치 청년 웅변가처럼 그럴 듯한 말을 꾸며내어 장황하게 늘어놓는 것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아테네 사람들이여, 나는 여러분에게 이 한 가지를 간곡히 청하고 부탁하고자 합니다. 여러분 다수가 거리에 있는 환전상의 좌판 옆에서 내가 말하는 것을 들었겠지만, 이제 내가 거기서 사용하던 것과 똑같은 말들로 자신을 변론하는 것을 듣더라도, 이상하게 생각하거나 소란을 피우고 야유하지 말아달라는 것입니다.

    내가 이렇게 말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내 나이가 일흔이 되었지만, 법정에 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법정에서 말하는 어투에서 나는 완전히 외국인입니다. 내가 정말 외국인이라면, 여러분은 내가 자란 곳의 방언과 어투로 말한다고 할지라도 나를 용납해줄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므로 이제 여러분에게 말하는 방식이 훌륭하든 형편없든 거기에 신경 쓰지 말고, 내가 하는 말이 옳은 것인지 틀린 것인지에만 집중하고 주목해주기를 요청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웅변가의 미덕이 진실을 말하는 데 있듯이, 재판관과 배심원의 미덕도 거기에 있기 때문입니다.

    아테네 사람들이여, 나에 대해 오래전부터 제기된 거짓 모함 및 그런 모함을 한 사람들과 관련해 먼저 자신을 변호하고, 그런 후에 지금 나에 대해 제기된 모함 및 그런 모함을 한 사람들과 관련해서 나 자신을 변호하는 것이 순서일 것입니다.² 많은 사람이 이미 오래전부터 오랜 세월 여러분에게 나를 모함해왔지만, 그런 모함 중에서 참된 것은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나는 아니토스와 그의 패거리들보다도 그들이 더 염려됩니다. 물론, 후자도 그렇지만 전자가 더 염려됩니다.

    2소크라테스는 자신에 대한 거짓 모함을 둘로 구분해서 변론하겠다고 밝힌다. 즉, 오랜 세월 그에 대하여 제기되어 왔던 모함과 이제 그를 고발하여 재판정에 세운 자들이 고발장에서 제시한 모함이 바로 그것이다. 그를 고발한 명목상의 대표자는 당시에 아주 젊은 청년이었던 멜레토스였고, 그 뒤에서 그를 조종한 인물이 바로 아니토스와 리콘이었다. 아니토스는 무두장이로 부자가 된 후 민주정 체제에서 상당한 정치적 영향력을 얻은 인물이었다. 그는 세 명의 고발자 중에서 장인과 정치인 세력을 대변하는 인물로 묘사된다.

    아테네 사람들이여, 그들은 여러분 중에서 다수를 제자로 삼아, 소크라테스라는 현자³가 있는데, 그는 위로는 하늘에 있는 것과 아래로는 땅 밑에 있는 것을 연구해서 궤변을 정설로 만드는 자라고 말함으로써, 전혀 진실이 아닌 것으로 여러분을 설득해서 나를 모함해온 자들입니다.

    3‘현자’는 지혜로운 자라는 뜻인데, 이때 사용된 그리스어는 ‘소포스’이다. ‘소포스’는 ‘지혜’를 뜻하는 명사 ‘소피아’의 형용사다. 당시에 ‘소피아’는 기본적으로 현실 세계와 관련된 전문 지식을 뜻하는 말이었고, 이러한 ‘소피아’(지혜)를 연구하고 가르치는 사람들은 ‘소피스트’로 불렸다. 그러니까 사람들은 소크라테스를 ‘소피스트’로 본 것이다. 소피스트들은 천문지리를 비롯해서 온갖 전문 분야를 연구해서 가르쳤고, 특히 수사학에 뛰어났다. 조금 후에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소피스트라는 주장을 반박한다.

    아테네 사람들이여, 그런 소문을 퍼뜨려온 자들이 바로 나를 모함한 자들이고, 내가 염려한 자들입니다. 그들이 하는 말들을 들은 사람이라면, 그런 것을 연구하는 자는 신들을 믿지 않을 것이라고 쉽게 지레짐작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나를 모함한 자들은 수가 많고, 이미 오래전부터 그렇게 해왔습니다. 또한 그들은 그런 말들을 아주 쉽게 믿어버리는 어린 나이나 청년 시절부터 여러분에게 그렇게 말해왔기 때문에, 내가 참석하지 않은 상태로 재판을 진행해서 내게 변호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로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 모든 일과 관련해서 가장 황당하고 곤혹스러운 일은 그들 중 한 사람이 희극작가⁴라는 사실 외에는 이름도 알 수 없어서 그들이 누구인지를 밝힐 수조차 없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나를 악의적으로 비방해온 자들이었고, 그중에는 나에 대한 거짓을 진실로 믿고서 다른 사람에게도 그것을 믿도록 애써 설득해온 자들도 있습니다. 어쨌거나 그들 모두는 상대하기가 대단히 어렵습니다. 그들을 법정으로 호출할 수도 없고, 그들이 하는 말을 직접 듣고 반박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나는 단지 그림자를 상대로 싸우며 나 자신을 변호해야 하고, 답변할 당사자들이 한 사람도 없는데, 그들을 상대로 반대 심문을 해야 합니다.

    4여기에 언급된 ‘희극작가’는 아리스토파네스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소크라테스에 대한 재판이 열리기 24년 전인 기원전 423년에 희극 『구름』을 써서 소크라테스를 풍자하고 조롱하였다.

    그러므로 나를 모함한 사람들이 두 부류라는 나의 말을 여러분이 알아주었으면 합니다. 한 부류는 최근에 나를 모함한 자들이고, 다른 한 부류는 내가 방금 말한 것같이 오래전부터 나를 비방하고 모함해온 자들입니다. 내가 먼저 후자를 상대로 나 자신을 변호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것도 알아주었으면 합니다. 여러분도 최근 모함보다는 오래된 모함을 먼저 그리고 더 많이 들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건 그렇고, 아테네 사람들이여, 이제 나는 변론을 시작해서 여러분의 마음과 생각 속에 아주 오랫동안 자리 잡아온 나에 대한 나쁜 편견을 아주 짧은 시간 내에 제거하려고 시도할 것입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어떤 식으로든 여러분과 내게 더 좋은 일이라면, 나는 이 변론이 성공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고 있고, 그런 변론을 해내는 일도 정말 어렵다는 것을 잘 압니다. 그렇다고 할지라도 그 결과는 신의 뜻에 맡기고, 나는 법에 복종해서 변론을 행할 뿐입니다.

    그렇다면 이 문제의 발단으로 돌아가봅시다. 도대체 나에 대한 모함이 무엇이었기에, 거기로부터 사람들의 편견이 생겨났고, 멜레토스가 그 모함을 믿고서 고발장을 썼던 것입니까? 좋습니다. 그들은 나를 어떻게 모함했습니까? 실질적으로 나를 고발한 그들이 거짓 없이 진술하겠다고 선서하고 쓴 고발장을 읽어보겠습니다. 소크라테스는 하늘에 있는 것과 땅 아래 있는 것을 연구하는 데 몰두하여, 궤변을 정설로 만들어서,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가르치는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 나에 대한 고발의 내용은 대체로 그런 것들입니다.

    여러분도 아리스토파네스의 희극에서 그런 고발을 직접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거기에 등장하는 소크라테스라는 인물은 해먹⁵ 속에서 좌우로 흔들흔들하면서, 자기가 공중에서 걷고 있다고 말하거나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것에 관해 이런저런 말도 안 되는 것들을 많이 늘어놓습니다. 나는 그런 지식을 경멸하기 때문에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사람이 그런 지식에 정통했다면, 나는 그 사람이 지닌 그런 지식을 절대로 경멸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멜레토스도 내가 지식을 경멸했다는 죄목으로 나를 고발하지 못할 것입니다.

    5‘해먹’은 공중에 달아맨 그물 침대로, 보통 양쪽 끝을 나무에 묶어 사용한다. 여기에서 그런 지식이라고 표현한 것은 소피스트들이 연구하고 가르치는 현실적인 전문 지식을 가리킨다.

    하지만 아테네 사람들이여, 나는 그런 지식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거기에 대해서는 여러분 다수가 증인입니다. 여러분은 전에 내가 사람들과 토론하고 대화하는 것을 들었을 것입니다. 내가 그런 주제들에 관해 단 한 번이라도 토론하거나 대화하는 것을 들어보았다면, 서로에게 가르쳐주고 지적해주십시오. 그렇게 한다면, 여러분은 많은 사람이 나에 대해 말한 다른 비방이나 모함들도 그런 부류임을 알게 될 것입니다.

    나에 대한 비방이나 모함 중에서 사실인 것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내가 사람들을 가르치려고 하고, 또한 그에 대한 수업료를 받고자 한다는 말을 누군가로부터 들었다면, 그 말도 사실이 아닙니다. 레온티노이의 고르기아스, 케오스의 프로디코스, 엘리스의 히피아스처럼⁶ 사람들을 가르칠 수 있다면, 그것은 좋은 일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아테네 사람들이여, 이들은 어느 도시로 가서는 젊은이들을 설득해서, 동일한 시민에 속했다면 아무나 스승으로 삼아도 수업료를 내지 않고 배울 수 있는데도, 도리어 그런 스승을 떠나 자기에게 오게 합니다. 그러고는 수업료를 받고 가르칠 뿐만 아니라, 자신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까지 합니다.

    6여기에 언급된 세 사람은 당시에 이름을 날렸던 소피스트들이었다. 가장 유명한 소피스트였던 프로타고라스가 언급되지 않은 것은 그가 이미 죽었기 때문일 것이다. 고르기아스는 기원전 483년경에 시칠리아 섬의 레온티노이에서 태어났다. 웅변술로 유명했던 그는 427년 아테네에 외교사절로 와서 탁월한 연설로 아테네 의회와 대중을 감동하게 했다. 그리스 전역을 순회하며 자신의 철학과 웅변술을 전수하다가 100세가 넘어 죽었다. 프로디코스는 기원전 465-415년경에 케오스 섬에서 태어나 활동한 소피스트로서 언어학에 특히 뛰어났다. 히피아스는 박학다식하여 모든 분야의 지식에서 권위자로 여겨졌다. 학생들에게 논쟁하는 법을 가르쳐 모든 주제의 토론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하려고 시, 문법, 천문학, 수학, 고고학, 정치, 역사, 문법 등 모든 분야를 강의하였다고 한다. 플라톤은 그에 관한 대화편인 『대大히피아스』와 『소小히피아스』를 썼다.

    실제로 지금 이곳에는 파로스 출신인 또 한 명의 소피스트가 와 있습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다른 모든 사람이 낸 수업료를 모두 합한 것보다도 더 많은 수업료를 소피스트들에게 낸 사람 하나를 내가 만났기 때문인데, 그는 히포니코스의 아들 칼리아스⁷입니다. 그에게는 두 아들이 있어서, 나는 그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7칼리아스는 방탕하게 산 것으로 이름난 아테네의 부자로서 소피스트들의 후원자였다. 플라톤이 쓴 『프로타고라스』에서는 그가 프로디코스와 히피아스와 프로타고라스를 자기 집에 묵게 했던 것으로 묘사했고, 크세노폰이 쓴 『향연』이라는 글의 무대도 그의 집이다.

    칼리아스여, 만일 당신의 아들들이 망아지나 송아지였다면, 당신은 아들들의 고유한 덕목이나 자질을 훌륭하게 빛내줄 사람을 찾아 고용했을 것이고, 그는 말 조련사나 농부였겠지요. 하지만 그들이 사람으로 태어났으니, 당신은 그들을 누구에게 맡길 생각이십니까? 인간의 덕목과 시민의 덕목을 잘 갈고닦게 해줄 사람은 대체 누구입니까? 당신은 이 일을 깊이 생각해보았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런 사람이 있는 것입니까, 없는 것입니까?

    내가 이렇게 물었더니, 그는 당연히 그런 사람이 있지요라고 말했습니다. 그가 누구며, 그의 이름이 무엇이고, 어디 출신이며, 수업료는 얼마나 받나요라고 내가 묻자, 소크라테스여, 그의 이름은 에우에노스⁸이고, 파로스 출신이며, 수업료는 5므나를 받지요라고 대답했습니다.

    8에우에노스는 비가 시인으로서, 그가 쓴 약간의 단편이 남아 있다. 당시에 장정의 하루 일당이 1드라크메였고, 1므나는 100드라크메였기 때문에, 그는 장정의 500일 임금을 수업료로 받은 셈이다.

    나는 에우에노스에게 정말 그런 전문 기술이 있어서, 그 정도의 수업료를 받고 가르치는 것이라면, 그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만일 내게 그런 지식이 있었다면, 분명히 나는 자부심을 가지고 자랑스러워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테네 사람들이여, 나에게는 그런 지식이 없습니다.

    여러분 중의 누군가는 아마도 이런 나의 말에 대해 이렇게 이의를 제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소크라테스여, 그렇다면 당신은 지금까지 무슨 일을 해온 것이고, 당신에 대한 이러한 비방과 중상모략은 도대체 어디로부터 생겨난 것입니까? 만일 당신이 다른 사람들과 조금도 다름없이 행해왔고, 대다수 사람과 다르게 행한 것이 아니었다면, 이런 좋지 않은 소문이 널리 퍼져서 당신이 구설수에 오르는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당신에 대해 경솔한 판단을 내리지 않도록, 당신이 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에게 말해주시오.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내가 보기에 바른 말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므로 나는 어떻게 해서 명성을 얻게 되었고 아울러 비방과 모함을 받게 된 것인지를 여러분에게 밝히고자 합니다. 그러니 내 말을 주의 깊게 경청해주십시오. 어떤 분에게는 나의 말이 놀리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부터 내가 말하는 것들은 오직 진실뿐이라는 것을 믿어주십시오.

    아테네 사람들이여, 나는 다름 아닌 모종의 지혜⁹ 덕분에 명성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 지혜라는 것이 도대체 어떤 것이냐고요? 아마도 인간적인 지혜인 것 같습니다. 사실 나는 인간적인 지혜에서 지혜로운 것 같습니다. 반면, 내가 앞에서 언급한 사람들은 인간적인 지혜를 뛰어넘는 어떤 지혜를 소유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들의 지혜에 관해 나는 달리 설명할 방법을 알지 못합니다. 내게는 그런 지혜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내게 그런 지혜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거짓말을 하는 것이고, 나를 비방하고 모함하려고 그렇게 말하는 것입니다.

    9앞에서 ‘전문 기술’로 번역한 그리스어는 ‘테크네’이고, 여기에서 소크라테스가 자신에게 있다고 말한 ‘지혜’는 그리스어로 ‘소피아’이다. 의술, 수사학, 웅변술, 작곡이나 작시 등은 ‘테크네’이고, 당시에는 그런 기술들을 아는 지식을 ‘소피아’(지혜)로 칭했다.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지혜를 단지 인간적인 지혜라고 규정함으로써, 그런 지혜와 구별한다. 즉, 자신이 추구한 것은 이성에 의거한 추론과 변증을 통해서 알아낸 보편적인 지혜인 반면에, 소피스트들이 추구했던 상대적이고 현실적인 지혜는 자신에게 천부적으로 주어진 어떤 특정한 재능이나 영감을 통해 얻어진 단편적인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아테네 사람들이여, 내가 하는 말이 여러분에게 오만방자하게 들리더라도, 내게 야유를 보내지 말아주십시오. 내가 지금 여러분에게 들려드리는 말은 나 자신이 스스로 생각해낸 말이 아니라, 여러분이 신뢰할 만하다고 여길 분이 한 말이기 때문입니다. 내 지혜와 관련해서, 즉 과연 내게 지혜가 있는가와 그 지혜는 어떤 것인지와 관련해서 나는 델포이의 신¹⁰을 증인으로 신청하고자 합니다.

    10델포이의 신은 아폴론을 가리킨다. ‘델포이’는 신탁으로 유명한 아폴론의 신전이 있던 고대 그리스의 도시였다.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은 그리스는 물론이고 주변 국가에게도 거룩한 장소로 여겨졌다. 일반인은 물론이고 유명한 철학자와 사상가들조차도 델포이의 신탁을 중시했다. 이 신탁을 주관한 것은 ‘피티아’라 불린 여사제였고, ‘펠리노스’라는 세금을 바치면 신탁을 받을 수 있었다.

    여러분은 카이레폰¹¹을 압니다. 그는 어릴 적부터 나의 친구였고, 여러분 대다수의 친구이기도 합니다. 그는 최근에 여러분과 함께 돌아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은 카이레폰이 어떤 사람인지, 즉 자신이 시작한 일에 얼마나 진지하고 열정적인지를 압니다.

    11카이레폰은 소크라테스의 친구이자 열렬한 추종자였다. 그는 민주정을 지지하던 정치인으로서, 기원전 404년에 30인 참주정이 아테네에 수립되자 민주정을 지지했던 다른 정치인들과 함께 망명했다가, 그다음 해에 민주정이 회복되자 돌아왔다.

    그런데 그가 한번은 델포이 신전으로 가서는 신탁을 구했답니다. 이미 앞에서도 말했듯이, 오 아테네 사람들이여, 내가 이렇게 말한다고 야유하지 말아주십시오. 그가 신탁을 얻기 위해 물은 것은, 소크라테스보다 더 지혜로운 사람이 있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여사제는 더 지혜로운 사람은 없다고 대답했답니다. 카이레폰은 이미 죽었기 때문에, 이 일에 대해서는 지금 여기에 와 있는 그의 동생이 여러분에게 증언해줄 것입니다.

    내가 왜 이런 말을 하는 것인지, 그 이유를 여러분이 한번 곰곰이 생각해보십시오. 그것은 나에 대한 비방과 모함이 어디로부터 생겨났는지를 여러분에게 보여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나는 그런 이야기를 듣고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신께서는 무슨 의미로 그렇게 말씀하신 것인가? 이 무슨 수수께끼 같은 말씀이란 말인가? 나는 내게 큰 지혜가 없다는 것은 물론이고, 작은 지혜조차 발휘하지 못하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그런 나를 보고 신께서 가장 지혜롭다고 말씀한 것은 도대체 무슨 의미란 말인가? 신께서는 거짓말을 할 수 없는 분이기 때문에, 거짓일 리는 없는데.’

    그때부터 한동안 나는 그 신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몰라서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러다가 많이 주저하고 망설인 끝에 신이 무슨 의미로 그런 신탁을 내리셨는지를 알아보고자 한 가지 방법을 시도하기로 했습니다. 나는 지혜롭다고 소문이 자자한 사람들 중 한 사람을 찾아갔습니다. 그 사람을 만나서 얘기해보면, ‘신께서는 내가 가장 지혜로운 자라고 단언하셨지만, 당신이 나보다 더 지혜로운 것이 분명하지 않느냐’고 자신 있게 말함으로써 그 신탁을 반박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나는 그 사람을 시험하려고 함께 만나 깊이 대화를 해보았습니다. 여기에서 굳이 그 사람의 이름을 밝힐 필요는 없겠지만, 그는 정치가였습니다.

    아테네 사람들이여, 내가 그와 대화하며 그를 시험하면서 느낀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다른 많은 사람이 그를 지혜롭다고 생각하고, 특히 자기 자신이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가 자신을 지혜롭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나의 그런 행동은 그와 그 자리에 함께 있던 많은 사람에게 미움을 샀습니다.

    나는 그 자리를 떠나면서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우리 두 사람 모두 대단하고 고상한 무엇에 관해 아는 것이 전혀 없는 것은 동일하다. 하지만 그는 아무것도 모르면서도 자기가 무엇인가를 안다고 착각하는 반면에, 나는 그와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모르지만 내가 무엇인가를 안다고 착각하지는 않는 것을 보니, 내가 그 사람보다 더 지혜롭기는 하구나. 나는 내가 알지 못하는 것을 안다고 착각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적어도 이 작은 것 한 가지에서는 내가 그 사람보다 더 지혜로운 것 같아 보이는군.’

    그런 일이 있은 후에, 나는 앞서 만난 사람보다 더 지혜롭다고 생각되는 또 다른 사람을 찾아가서 만났지만, 똑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나는 그 사람을 비롯해서 거기에 있던 다른 많은 사람에게 미움을 사게 되었습니다.

    그 후에도 나는 계속해서 다른 사람들을 찾아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내가 사람들에게 미움을 사고 있다는 것을 알고서 슬프기도 하고 놀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신께서 주신 신탁의 의미를 푸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에, 그 의미를 찾아내려면 지식으로 명성이 자자한 모든 사람을 찾아가서 만나는 것이 꼭 필요해 보였습니다.

    아테네 사람들이여, 나는 여러분에게 진실만을 말해야 하기 때문에, 개를 걸고 맹세합니다.¹² 신께서 주신 신탁의 의미를 풀기 위해 많은 사람을 찾아다니고 만나면서 내가 느낀 것은 대략 이런 것이었습니다. 최고의 명성을 지닌 사람들은 대체로 결함이 아주 많아 보였고, 그들보다 못나고 부족하다고 여긴 사람들이 더 나은 분별력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 신탁이 과연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정도로 틀림없는 것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내가 걸어야 했던 고된 여정을 여러분에게 설명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12플라톤의 『고르기아스』에 이집트인의 신인 개를 걸고 맹세하건대라는 표현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여기에서 ‘개’는 개의 머리를 한 이집트의 신 아누비스를 가리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아누비스는 사람이 죽은 후에 재판을 받는 오시리스의 법정에서 죽은 자의 심장을 진리의 저울에 달아 측정해서, 그 죽은 자가 천국에서 다시 살아날 수 있는지의 여부를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맡은 신이다.

    정치가들을 만나본 후에, 이번에는 시인들, 즉 비극시와 주신酒神 찬가¹³ 같은 것을 쓰는 시인들을 찾아갔습니다. 그들 앞에서는 내가 그들보다 더 무지하다는 것이 저절로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보기에 그들이 가장 공을 들여 완성했다고 여긴 몇 편의 시들을 들고 가서, 그들로부터 뭔가를 배우려고 그 시들이 어떤 의미인지를 그들에게 물었습니다.

    13주신 찬가는 술의 신 디오니소스를 찬양하는 서정적인 내용을 담은 합창곡이었다.

    아테네 사람들이여, 여러분에게 진실을 말하는 것이 민망한 일이기는 하지만, 나는 진실을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그 자리에 있던 다른 모든 사람이 그 시들을 직접 쓴 시인보다도 그 시들에 대해 더 잘 설명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시인들과 관련해서도 이내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것은 예언자들이나 선견자들¹⁴이 훌륭한 것들을 많이 말하기는 하지만, 자신이 말하는 것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시인들도 지혜가 아니라 어떤 타고난 본능과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영감을 이용해서 자신의 작품을 만들어낸다는 것이었습니다.

    14‘예언자들’은 예언의 능력을 통해 어떤 것을 말해주는 자들이고, ‘선견자들’은 어떤 미지의 것들을 환상을 통해서 보고 말로 표현하는 자들이다. 소크라테스는 예언자와 선견자, 시인들 모두 인간적인 지혜를 통해 안 것을 말로 표현하는 자들이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져 있는 어떤 다른 능력과 본능, 또는 그때그때 주어지는 영감을 통해 표현하는 자들이기 때문에, 자신이 표현해 놓고도 그것의 의미를 알지는 못한다고 말한다. 그런 것들은 소크라테스가 추구한 지혜, 즉 철학적 변증을 통해 진리를 아는 것과 판이하게 달랐다.

    따라서 내게는 시인들도 예언자나 선견자와 다를 바가 없어 보였습니다. 시인들은 자신이 지은 훌륭한 시들 덕분에 자신이 다른 일에서도 지혜롭다고 여기지만, 나는 그들이 지혜롭지 못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 자리를 떠나면서, 내가 정치인보다 나은 바로 그 점에서 동일하게 시인들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장인匠人들을 찾아갔습니다. 나는 내가 아는 것이 거의 없음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와는 달리 그들은 훌륭한 지식을 많이 소유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고 확신했습니다. 그 점에서 그들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내가 알지 못하는 것들을 알고 있었고, 그 점에서 나보다 더 지혜로운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아테네 사람들이여, 훌륭한 장인들조차도 시인들과 똑같은 오류 속에 빠져 있는 것이 내 눈에 보였습니다. 그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뛰어난 기술 덕분에 다른 중요한 일들에서도 매우 지혜롭다고 생각했고, 그러한 오류는 그들에게 있던 지혜마저도 가려버렸습니다.¹⁵

    15‘장인들’은 전문 기술에 대한 지식을 가진 자들이었고, 사람들은 그런 실용적인 지식들을 ‘지혜’라고 불렀다.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그런 지식들은 보편성을 지닌 참된 지혜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에게 소피스트는 지혜로운 자들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그들의 지혜와 무지 그 어느 것도 가지지 않은 현재의 모습으로 계속 살아가는 쪽을 선택할지, 아니면 그 둘 모두를 가진 모습으로 살아가는 쪽을 선택할지를 놓고 신탁을 구하기 위하여 자문해보았습니다. 신탁이 준 대답은 현재의 나의 모습으로 계속해서 살아가는 쪽이 더 낫다는 것이었습니다.

    아테네 사람들이여, 내가 이렇게 그 신탁의 의미를 풀기 위해 사람들을 찾아가서 꼬치꼬치 묻고 다니자, 나로서는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반감과 미움이 많이 생겨났습니다. 나에 대한 많은 비방이나 모함 그리고 지혜롭다고 말하는 것도 모두 그 자리에서 나를 지켜본 사람들에게서 생겨난 것입니다. 내가 어떤 문제에서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것이 잘못된 것임을 드러냈을 때, 그 상황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내가 그 문제와 관련해 지혜롭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테네 사람들이여, 내 생각에는 오직 신만이 진정으로 지혜롭습니다. 그리고 신께서 우리에게 신탁을 주시는 이유도 인간의 지혜라는 것에는 가치가 거의 또는 전혀 없음을 보여주시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신께서 소크라테스라는 나의 이름을 언급한 것은 나에 대해서 말씀하신 것이 아닙니다. 단지 나를 하나의 본보기로 사용해서, 이렇게 말씀하신 것과 같습니다. 인간들아, 소크라테스처럼 자기가 지혜에 관해서는 실제로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아는 자가 너희 중에서 가장 지혜로운 자이다.

    그래서 지금도 여전히 나는 이 나라 시민이든 외국인이든 누구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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