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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형제 동화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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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형제 동화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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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형제 동화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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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is ebook

총1,062페이지에 걸쳐 210편 전편 수록!
등 유명 동화들의 원작 완역.

초판 발행 후 200년…
오늘날 더 많이 사랑받는 이야기.

일러스트의 거장 ‘아서 래컴’ 컬러 삽화 전체 수록.

. 어렸을 적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만한 익숙한 동화의 제목이자 오늘날에는 애니메이션, 영화 등의 형태로 끊임없이 재해석되는 이야기들이다. 이 이야기들의 공통점은 독일의 유명한 학자이자 작가인 ‘그림 형제’가 약200년 전 수집했던 이야기들이 원작이라는 점이다. 그림 형제는 유럽 지역에 전해 내려오던 이야기들 속에서 인간적인 심성의 기원이 무엇인지를 밝히고자 노력했고, 이들의 노력으로 이 이야기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이 책에 담긴 총210편의 원작(Original)을 통해 인간 본성의 여러 가지 모습과 함께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Language한국어
Publisher현대지성
Release dateNov 2, 2018
ISBN9791195329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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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형제 동화전집 - 야코프 그림

    Since 1984

    크리스챤다이제스트 출판그룹의 브랜드

    교양&실용서 기독교 도서

    현대지성 동화&신화 시리즈①

    그림형제 동화전집

    종이책 1판 1쇄 발행 1999년 4월 25일

    종이책 2판 1쇄 발행 2015년 1월 26일

    전자책 초판 발행 2015년 2월23일

    지은이 그림 형제

    옮긴이 김열규

    펴낸곳 현대지성

    펴낸이 박지성

    출판등록 제406-2014-000124호

    전화 070-7538-9864 팩스 031-944-9820

    주소 경기도 파주시 회동길 152 4층 3호

    원고투고/문의 cdp1984@naver.com

    홈페이지 www.cdp1984.com

    © 현대지성 2015

    ISBN 979-11-953293-2-8 05850

    이 도서의 국립중앙도서관 출판예정도서목록(CIP)은 서지정보유통지원시스템 홈페이지(http://seoji.nl.go.kr)에서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CIP제어번호: CIP2015000886)

    크리스챤다이제스트 출판그룹은 우리 세대와 후세를 위한 가치 있는 콘텐츠 발굴을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이디어 또는 기획안이 있으면 저희 이메일 cdp1984@naver.com 으로 간단한 내용 소개와 연락처 등을 보내주세요.

    이 전자책은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를 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전재와 무단복제를 금합니다. 이를 위반시에는 형사/민사상의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All rights are reserved. Produced in Korea. No part of this book may be reproduced in any form without permission in writing from the publisher.

    저자 그림 형제(Brüder Grimm)

    독일의 언어학자이자 문헌학자 형제.

    형 야코프 그림(Jacob Grimm, 1785~1863), 동생 빌헬름 그림(Wilhelm Grimm, 1786~1859)은 하나우에서 출생하여, 대학에서는 법률을 전공했다. ‘독일적인 것’에 대한 애착과 집념을 가지고 고대 독일 문학과 독일의 옛 관습을 연구하여 중요한 업적을 남겼다. 그림 형제는 신화, 전설, 동화 등에 많은 관심을 가져서, 독일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들을 모아서 이 책을 펴냈다. 1812년과 1815년에 각각 한 권씩 합해서 156편의 이야기가 수록된 초판이 나온 후 1819년에 170편이 수록된 개정판이 나오고, 1857년 모두 210편(정확하게 211편)을 실은 7판이 간행되게 된다. 그리하여 가장 이상적인 ‘문학적 동화’가 지상에 비로소 탄생하게 되었다. 이후 그림 형제는 세계의 동화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림 아서 래컴(Arthur Rackham, 1867-1939)

    일러스트레이션의 황금기라 불리던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영국에서 활동하며 에드몽 뒤락, 카이닐센과 함께 ‘3대 일러스트레이터’로 불렸다. 그림 형제의 동화 삽화를 그리면서 주목받게 되었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피터팬」등 많은 작품에 참여했다.

    야코프 그림(좌측)과 빌헬름 그림(우측)

    역자 해설

    1812년은 야코프 그림, 빌헬름 그림 두 형제의 공저인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동화집>이 인쇄물로 그 첫권이 간행된 해입니다. 지금부터 무려 200년 전의 일입니다. 그러나 앞으로 이 동화집이 읽혀 나갈 세월에 비하면 그리 멀지 않은 과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야코프 루트비히 그림(1785~1863), 그리고 그 아우인 빌헬름 카를 그림(1786~1859)은 여섯 형제 중 첫째와 둘째로 태어났습니다. 원래는 아홉 형제였으나 그 가운데 셋이 일찍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여섯 형제만 남았습니다. 아버지 필리프 빌헬름 그림은 매우 야심적이고 부지런한 법률가로 많은 돈을 모았다고 전해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어머니인 도로테아는 카셀 시의 시의회 의원의 딸로서 이따금씩 우울증에 빠져들기는 했지만 자상하고 헌신적인 아내요 어머니였습니다.

    형 야코프가 일곱 살 나던 해에 가족은 하나우 마을을 떠나서 카셀 부근의 슈타이나우로 이사를 갔는데, 거기서 아버지는 ‘지역 법관’의 자리를 얻고 곧 시 전체에서 주도적인 인물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이야기>의 저자인 두 형제는 다른 동생들과 더불어 매우 유복하고 행복한 소년 시절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그림 형제의 아버지는 시골 생활을 매우 좋아해 자연을 사랑하고 목가적인 농촌 분위기를 좋아했다고 전해져 있습니다.

    이 때 형제는 이미 자연을 관찰하고 그 속에서 영위되는 농부들의 생활 등을 지켜 보면서 훗날 그들이 동화의 수집가이자 동화집의 저작자가 될 기초를 다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들은 개신교파에 속하는 개혁교회에서 엄한 종교적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아버지 필리프는 정직은 인생을 위한 가장 좋은 정책이다.라는 가훈을 몸소 실천해 보였습니다. 두 형제의 삶의 궤적을 살펴볼 때 우리들이 깨닫게 되는 그들의 인생 덕목, 즉 고난 속에서도 화목하게, 불안 속에서도 성실하게라고 요약될 덕목도 아버지에게서 배워서 평생을 지키게 됩니다.

    그러나 아버지 필리프가 1796년 마흔네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자 가족은 고난을 겪게 됩니다. 남편이 숨진 뒤 불과 몇 주일 지나지 않아 어머니 도로테아는 대궐 같은 집을 정리하고는 시종 한 사람 부릴 수 없는 처지로 여섯 아이들을 키워야 했습니다. 이 때부터 그림 가족은 완전히 남의 도움에 의존하며 살았는데 특히 큰 도움을 준 이는 도로테아의 언니이자 헤세-카셀 공국 왕비의 시녀였던 헨리에트 짐머였습니다. 두 형제는 이모 헨리에트의 도움으로 카셀에 있는 유명한 리체움에 들어가 학교 교육을 받게 됩니다.

    야코프와 빌헬름은 성질이 매우 딴판이었습니다. 형 야코프는 내성적이고 까다롭고 건강한 편이었지만 동생 빌헬름은 외향적이고 사교적이며 병치레를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어릴 때부터 같은 방을 쓰면서 서로 잘 협조해 가는 버릇을 익혔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두 형제는 하루에 열두 시간 이상씩 공부를 하며 리체움에서 가장 뛰어난 학생들이 되려고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그들은 고등학교 교육 과정을 밟는 동안 줄곧 최우수 귀족 가문 출신에 비해서 열등한 집안의 아이들이라는 이유로 멸시를 해도 그들은 기죽지 않고 더욱 노력했습니다.

    아버지가 살아 계셨을 때 그들은 ‘왕자’였습니다. 그러나 근근이 남의 도움으로 학업과 삶을 이어가던 당시, 그들은 ‘쫓겨나거나 버림받은 왕자’였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마침내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동화집의 저작자가 되었을 때 그들은 다시금 왕자의 자리를 되찾은 것입니다. 이 과정, 이 역정은 동화 주인공, 특히 서구 동화 주인공의 몫임에 틀림없습니다. 야코프와 빌헬름, 두 형제는 동화의 삶을 산 것입니다. 정직, 근면, 성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간에 대한 희망 등으로 역경을 이겨낸 것조차 동화적입니다. 동화 주인공이 끝내 자신의 목표를 성취하고 달성하는 경우, 그 최종적 수단이 바로 이 같은 인간 미덕임을 여러분들은 이미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1802년과 1803년 야코프와 빌헬름은 각각 수석으로 리체움을 졸업하게 되었으나 그들이 사회적 신분이 높지 않다는 이유로 마르부르크 대학의 법학부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특별 허가를 받아야 했습니다. 그러나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도 그들은 또 다른 불공평한 처사를 경험하게 됩니다. 그들보다 훨씬 더 부유한 집안의 학생들 대부분은 장학금을 받아 공부를 하는데 그들은 장학금도 없이 자신들의 돈으로 공부를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불공평한 처사를 겪으면서 천신만고 끝에 택하게 된 전공인 법률이 이들 형제를 신화, 전설, 동화 그리고 민속 등에 관심을 갖게 하고 바로 그 영역에서 가장 많은 업적을 남길 인물이 되게 할 줄이야 본인들로서는 예상도 못 했던 일입니다. 그리고 법률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생활 습관, 풍속 등을, 그리고 그것들에 끼친 민심의 동향을 먼저 잘 이해해야 한다는 지도 교수 사비니의 가르침이 없었다면 그림 형제의 동화집은 태어나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대학을 마치고 난 뒤에도 형제는 이 방면에 대한 관심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생활은 여전히 어려웠습니다. 비서로 조수로 혹은 도서관 직원으로 일하는 한편 형제는 민속, 신화, 동화에 관한 그들의 집념을 끈질기게 추구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차츰 법률을 더욱 잘 이해하기 위해서라는 동기 이외의 다른 동기가 이들을 더욱더 강하게 이끌어 갔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가 있습니다.

    첫째는 나폴레옹 전쟁의 여파로 독일 통합의 기운이 높아지면서 독일 정신, 독일의 민족적 주체성을 희구하던 당시의 사회 풍조가 이들 형제에게도 영향을 주었다는 점입니다.

    둘째는 1830년을 전후해서 독일에서 민중 의거가 터지고 그와 때를 같이 해서 ‘젊은 독일’과 같은 일군의 지적인 젊은 세력이 민주적인 사회 개혁을 요구하고 나선 시대적 변화가 이들 형제에게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들이 잘 아는 하인리히 하이네야말로 이 젊은 독일의 정화였습니다. 핍박받고 있는 가난한 서민, 민중들에 관한 열정이 그림 형제로 하여금 민속문화에 관심을 기울이게 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실제로 1848년 혁명이 일어난 뒤, 그림 형제는 시의회 의원으로 선출되었고, 특히 형 야코프는 프랑크푸르트에서 소집된 국민의회의 대표적 인물의 하나로 간주될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혁명의 쇠퇴와 함께 야코프와 빌헬름은 각기 대학 교수의 자리를 내놓고 저술 작업에 전념하게 됩니다. 이들 형제는 그들의 저작물이 독일 민족 사이에서 정의를 실천하는 노력의 일단이 되기를, 또 민족에 바치는 긍지의 일단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정의, 자유, 평등 그리고 민족—이 네가지 이념에 그들의 책을 바친 것입니다. 이 경우, 민족 그리고 인류라는 말을 쓴다면 이들 형제가 그들의 저작물을 바쳤던 이념이야말로 동화의 이념 바로 그 자체라는 것을 시인하게 될 것입니다. 전쟁의 소용돌이, 혁명과 폭동의 회오리는 이들로 하여금 이들 이념에 헌신토록 재촉한 것입니다. 전쟁, 혁명은 이를테면 동화 주인공에게 가해지는 마술사의 저주, 마녀 할머니의 요술, 악령들의 핍박 같은 것이었지만, 이들 형제는 동화 주인공이 그 모든 것을 물리치듯 그들의 이념을 향해 전진한 것입니다.

    1810년, 형제는 브렌타노의 요구에 따라 49편의 동화를 그에게 보내게 됩니다. 물론 원본은 아니고 베껴 쓴 원고였지만 불행히도 그것은 알자스의 욀렌베르크 수도원에 깊이 감추어지고 맙니다. 이것들은 1920년에야 겨우 햇빛을 보게 되어 1924년, 1927년 그리고 1975년에야 각기 판을 달리하며 출판되었습니다.

    이같이 일부 원고의 출간이 지연되자, 형제는 직접 출간하기로 하고 더욱더 많은 이야기를 수집하고 가필한 끝에 1812년과 1815년에 각각 한 권씩 합해서 156편의 이야기가 수록된 동화집을 간행하게 됩니다. 이리하여 가장 이상적인 ‘문학적 동화’가 지상에 비로소 탄생하게 되었고, 또 입으로 전해진 동화에 충실하면서도 그 형식에서나 그 이념에서나 당시 독일의 중류층 구미에 가장 알맞은 동화가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연이어서 1819년에 170편이 수록된 개정판이 간행된 뒤에도 다섯 번에 걸친 개정판이 나오게 됩니다. 그러고는 1857년에 제7판이 간행되었을 때에는 전 210편의 이야기를 수록하게 됩니다. 야코프는 21권, 빌헬름은 14권의 저서를 출간하는 한편 두 형제는 공저를 무려 8권이나 간행했습니다. 따라서 그들의 정진, 노력이 어떠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1859년 동생 빌헬름이 죽자 야코프는 충격과 외로움을 달래면서 더욱더 작업에 정진했습니다. 그리고 1863년에 생을 마치게 됩니다. 그리하여 문명의 기원, 가장 인간적인 심성의 기원이 무엇인가를 민속을 통해서 밝히고자 한 이들 형제의 노력의 일단이 동화집의 형태로 완결된 것입니다.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이야기>는 실제로 인간적인 것의 심층, 인간문명의 이념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간적인 것의 근원 내지 기원에 관한 기념비일 수 있다는 것을 이 두 형제는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확신은 그후 오늘날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확인되고 또 확증되고 있습니다. 그림 형제의 동화집은 그 모든 것을 위한 ‘마술 언어’로서 읽혀지고 있는 것입니다.

    아서 래컴 컬러 삽화 1

    1. 개구리 왕자

    할 수 없이 공주는 두 손가락으로 개구리를 집어 위층으로 데리고 가서 방 구석에다 내려놓았습니다.

    아서 래컴 컬러 삽화 2

    2. 고양이와 쥐

    고양이는 마을을 둘러싼 성벽 뒤로 해서 교회로 갔다.

    아서 래컴 컬러 삽화 3

    4. ‘소름’을 찾아 나선 소년

    소년은 도끼를 집어들더니 단 한방에 모루를 두 쪽 내고는 늙은이의 수염을 그 갈라진 모루 사이에다 끼워 버렸습니다.

    아서 래컴 컬러 삽화 4

    5. 늑대와 일곱 마리의 새끼 염소

    새끼들은 엄마와 함께 샘 주위를 돌면서 기쁘게 춤을 추었습니다.

    아서 래컴 컬러 삽화 5

    10. 불량배들

    지금은 나무열매들이 익을 때니 다람쥐들이 그것들을 모두 거두어 가 버리기 전에 우리 산으로 가서 배를 잔뜩 채워 보자.

    아서 래컴 컬러 삽화 6

    12. 라푼첼

    그가 땅에 발을 디디는 순간 그는 기절초풍할 정도로 놀랐습니다. 바로 눈 앞에 여자 마법사가 버티고 서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서 래컴 컬러 삽화 7

    12. 라푼첼

    라푼첼은 길게 땋은 머리채를 아래로 늘어뜨렸고 여자 마법사는 그것을 붙잡고 탑으로 올라가는 것이었습니다.

    아서 래컴 컬러 삽화 8

    15. 헨젤과 그레텔

    갑자기 문이 열리더니 아주 늙은 할멈 하나가 목발에 몸을 의지한 채 슬그머니 집에서 나왔습니다.

    아서 래컴 컬러 삽화 9

    15. 헨젤과 그레텔

    헨젤은 그 때마다 조그만 뼈를 내밀었고 마녀는 눈이 아주 나쁜 탓으로 그 뼈를 헨젤의 손가락으로 잘못 알곤 했습니다.

    아서 래컴 컬러 삽화 10

    17. 하얀 뱀

    물고기들은 기쁨에 겨워 파닥거리다가 물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소리쳤습니다.

    당신이 우리 목숨을 구해 준 걸 잊지 않겠어요. 언젠가는 그 보답을 받게 될거예요.

    아서 래컴 컬러 삽화 11

    18. 밀짚, 석탄, 콩

    옛날 어느 마을에 가난한 할머니가 살고 있었습니다.

    아서 래컴 컬러 삽화 12

    20. 용감한 꼬마 재봉사

    재봉사는 주머니 속에서 물렁한 치즈를 꺼내 거기서 물이 흘러나올 때까지 쥐어짰습니다.

    아서 래컴 컬러 삽화 13

    20. 용감한 꼬마 재봉사

    둘 다 머리 꼭대기까지 화가 뻗쳐 나무를 뿌리째 뽑아 들고 한동안 상대를 후려치다가 결국 둘 다 바닥에 쓰러져 죽고 말았습니다.

    아서 래컴 컬러 삽화 14

    21. 신데렐라

    신데렐라는 서둘러 드레스로 갈아입고 성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아서 래컴 컬러 삽화 15

    25. 일곱 마리의 까마귀

    소녀는 칼을 꺼내 자기의 새끼손가락의 살을 베어내고 뼈만 남은 손가락을 그 문의 자물쇠 속에 끼워 넣었습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그 문이 열렸습니다.

    아서 래컴 컬러 삽화 16

    25. 일곱 마리의 까마귀

    누가 내 밥을 먹었지? 누가 내 잔의 물을 마셨지? 인간의 입이 닿은 흔적이 있는데 그래.

    아서 래컴 컬러 삽화 17

    26. 작은 빨간 모자

    작은 빨간 모자는 숲 속에 들어서자마자 늑대를 만났습니다.

    아서 래컴 컬러 삽화 18

    26. 작은 빨간 모자

    할머니 입은 왜 이렇게 커요?

    아서 래컴 컬러 삽화 19

    37. 엄지둥이

    아버지는 많은 돈을 받고 두 사람에게 엄지를 넘겨 주었습니다.

    아서 래컴 컬러 삽화 20

    40. 강도 신랑

    그녀는 지하실로 내려갔습니다. 거기에는 고개를 계속 흔드는 늙은 노파가 있었습니다.

    아서 래컴 컬러 삽화 21

    50. 잠자는 숲 속의 공주

    왕비는 예쁜 딸을 낳았습니다. 왕은 너무 기뻐서 잔치를 크게 벌였습니다.

    아서 래컴 컬러 삽화 22

    50. 잠자는 숲 속의 공주

    난 두렵지 않습니다. 가서 아름다운 들장미를 보아야겠어요.

    아서 래컴 컬러 삽화 23

    52. 지빠귀 부리 왕

    딸은 거지의 손을 붙잡고 따라 나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서 래컴 컬러 삽화 24

    53. 백설공주

    저녁이 되어 집에 돌아온 난쟁이들은 백설공주가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아서 래컴 컬러 삽화 25

    56. 사랑하는 롤란트

    롤란트가 연주를 시작하자 마녀는 자신도 모르게 저절로 춤을 추는 것이었습니다.

    아서 래컴 컬러 삽화 26

    57. 황금새

    왕자가 여우의 꼬리에 올라타자마자 여우는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아서 래컴 컬러 삽화 27

    62. 여왕벌

    언젠가 목숨을 살려 주었던 오리들이 헤엄쳐 왔습니다. 그러고는 물 속으로 쑥 들어가 열쇠를 물고 나왔습니다.

    아서 래컴 컬러 삽화 28

    69. 요린데와 요링겔

    낮에는 고양이나 올빼미로 변했다가 밤이면 도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아서 래컴 컬러 삽화 29

    69. 요린데와 요링겔

    덤불로 날아 들어갔습니다.

    아서 래컴 컬러 삽화 30

    77. 꾀많은 그레텔

    주인은 한 손에 칼을 든 채 손님의 뒤를 쫓아갔습니다.

    하나만! 하나만!

    아서 래컴 컬러 삽화 31

    78. 노인과 손자

    늙은 아버지를 난로 뒤편 한쪽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서 밥을 먹게 했습니다.

    아서 래컴 컬러 삽화 32

    88. 노래하는 종달새

    그녀는 사자들을 거느리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아서 래컴 컬러 삽화 33

    89. 거위치는 소녀

    오, 가엾은 팔라다. 애처롭게도 이곳에 매달려 있구나.

    아서 래컴 컬러 삽화 34

    89. 거위치는 소녀

    "불어라, 바람아. 오, 바람아 거세게 불어 다오!

    콘라드의 모자가 저 멀리 날아가도록."

    아서 래컴 컬러 삽화 35

    92. 황금산의 임금님

    땅에 동그라미를 그린 다음 아버지와 함께 그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아서 래컴 컬러 삽화 36

    97. 생명의 물

    저, 아저씨. 혹시 우리 형들이 어디 있는지 아세요?

    아서 래컴 컬러 삽화 37

    98. 척척박사

    크렙스라는 이름을 가진 농부가 있었습니다.

    그는 소 두 마리가 끄는 수레에 땔감을 싣고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팔곤 했습니다.

    아서 래컴 컬러 삽화 38

    102. 굴뚝새와 곰

    세 번째 찔렸을 때는 더 이상 고통을 참을 수 없어서 울부짖으며 꼬리를 다리 사이로 감추고 말았습니다.

    아서 래컴 컬러 삽화 39

    129. 재주가 좋은 네 형제

    그래서 네 형제는 먼 길을 떠날 준비를 한 후 아버지에게 하직 인사를 드리고 마을을 떠났습니다.

    아서 래컴 컬러 삽화 40

    129. 재주가 좋은 네 형제

    나라에 큰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공주가 용에게 잡혀간 것입니다.

    1.

    개구리 왕자

    옛날 옛날, 사람이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이루어지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한 왕이 살고 있었는데, 그에게는 아름다운 딸들이 여러 명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막내딸은 유독 아름다워서 많은 것들을 보고 경험한 해님조차도 막내 공주의 얼굴에 빛을 뿌릴 때마다 그 아름다움에 놀라움과 감탄을 금치 못할 정도였습니다.

    왕이 살고 있는 성 부근에는 나무들이 울창한 숲이 있었습니다. 숲에는 오래된 보리수가 있었으며 나무 밑에는 샘이 하나 있었습니다. 날이 더울 때면 막내 공주는 그 숲으로 들어가 시원한 샘물가에 앉아 있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그러다가 심심해지면 가져간 황금 공을 공중에다 높이 던졌다가 받는 놀이를 하며 지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공주가 황금 공을 공중에 던졌다가 잡으려 하는데 공이 공주의 손에 맞고 튀어나가 샘 쪽으로 떼굴떼굴 굴러가는 것이었습니다. 공은 공주가 지켜보는 가운데 그대로 샘 속으로 굴러 들어가 자취를 감춰 버렸습니다. 샘은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었습니다. 공주는 울기 시작했습니다. 공주의 울음소리는 점점 더 커졌습니다. 그 곳에는 공주의 마음을 달래줄 게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공주가 거기 그렇게 주저앉아 슬피 울고 있을 때였습니다.

    무슨 일 때문에 그렇게 슬피 울고 있나요, 공주님? 공주님의 눈물은 돌까지도 녹이겠군요.

    어디서 들려오는 소리일까 하고 공주는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샘 속에서 개구리 한 마리가 그 두툼하고 못생긴 머리를 물 밖으로 삐쭉 내밀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아, 개구리 너였구나! 나는 지금 황금 공이 샘 속에 빠져 버려서 울고 있는거란다.

    그러자 개구리가 대답했습니다.

    울음을 그치고 마음을 가라앉히세요. 제가 공주님을 도와 드릴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런데 제가 공주님의 황금 공을 찾아오면 저한테 뭘 주실거죠?

    네가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다 줄게. 내 옷이랑 진주, 보석들도 주고, 내가 머리에 쓰고 있는 금관도 네가 원한다면 줄게.

    전 공주님의 옷도 진주도 보석도 금관도 원치 않아요. 그런 것 대신 절 사랑해 주고, 제 친구가 되어 함께 놀아 주고, 식탁 앞에 앉을 때 저를 공주님의 옆자리에 앉게 해주고, 공주님의 작은 금접시에 담긴 음식을 먹게 해주고, 공주님의 작은 컵에 들어 있는 물을 마시게 해주고, 공주님의 작은 침대에서 함께 자게 해주겠다고 약속하신다면 물 속에 들어가서 공주님의 황금 공을 찾아 가져다 드리겠어요.

    그래, 약속할게. 그 공만 찾아 준다면 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줄게!

    그러면서 공주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저 멍청한 개구리가 무슨 잠꼬대 같은 소리를 하고 있담! 다른 개구리들과 함께 물 속에 들어앉아 개골개골거리기나 할 것이지. 어떻게 사람이 자기를 친구로 대해 주기를 기대한담?’

    일단 공주의 약속을 받아 낸 개구리는 물 속에 머리를 집어넣고 깊숙이 헤엄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에 입에 공을 물고 물 밖으로 헤엄쳐 나왔습니다. 개구리가 풀밭에 황금 공을 던져 주자 공주는 너무 기뻤습니다. 그러더니 재빨리 그 공을 집어 들고 쏜살같이 달려가 버렸습니다.

    개구리가 소리쳤습니다.

    기다려요, 공주님! 저도 데리고 가야죠. 전 공주님처럼 빨리 달릴 수가 없어요.

    개구리는 있는 힘을 다해 개골개골거렸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공주는 이제 개구리에게 아무 관심도 없었습니다. 공주는 곧바로 성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곧 그 개구리에 대해서는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개구리야 샘으로 돌아가면 된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이튿날이었습니다. 공주가 왕과 신하들과 함께 식탁에 앉아 작은 황금접시에 담긴 음식을 먹고 있는데 무엇인가가 팔딱팔딱하면서 대리석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공주님, 막내 공주님, 문 좀 열어 주세요!

    밖에 누가 왔는지 궁금하게 생각한 공주는 문 쪽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런데 문을 열어 보았더니 그 곳에 그 개구리가 와 있는 게 아니겠어요. 공주는 재빨리 문을 쾅 닫아 버리고는 겁먹은 얼굴로 식탁으로 되돌아왔습니다. 왕은 공주의 가슴이 마구 뛰고 있다는 걸 눈치 채고 물었습니다.

    공주야, 대체 뭐가 그렇게 두려운 거냐 거인이 널 잡으러 오기라도 했느냐?

    공주가 대답했습니다.

    아, 아니예요. 거인은요. 징그러운 개구리인걸요.

    개구리가 뭘 바라고 널 찾아왔지?

    어제 제가 숲 속의 샘 근처에 앉아서 황금 공을 가지고 놀다가 그만 그걸 샘 속에 빠뜨리고 말았어요. 그래서 제가 엉엉 울고 있으니까 저 개구리가 나타나 그걸 건져 주었어요. 그 대가로 개구리는 제게 친구가 되어 달라고 했어요. 저는 그러겠다고 약속하고 말았지 뭐예요. 하지만 전 저 개구리가 물 밖으로 나올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그런데 그 개구리가 지금 저 밖에 와서 이 안으로 들어와 저랑 함께 있고 싶대요.

    바로 그 때 또다시 문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개구리가 외쳤습니다.

    "공주님, 공주님, 막내 공주님,

    문을 열고 절 들여보내 주세요.

    그 차가운 샘물 곁에서

    저한테 약속하신 걸 잊으셨나요?

    공주님, 공주님, 막내 공주님,

    문을 열고 절 들여보내 주세요."

    이윽고 왕이 말했습니다.

    네가 약속을 했다면 지켜야 한다. 가서 들어오게 하렴.

    공주가 가서 문을 열어 주자 방 안으로 훌쩍 뛰어들어온 개구리는 공주를 따라 공주의 의자가 있는 데로 팔짝팔짝 뛰어갔습니다. 의자 옆에 온 개구리는 소리쳤습니다.

    절 공주님 곁에다 올려 주세요!

    공주는 정말 싫었습니다. 하지만 왕이 그렇게 하라고 분부하는 바람에 할 수 없이 분부대로 했습니다. 일단 의자 위에 올라온 개구리는 다시 말했습니다.

    우리가 함께 먹을 수 있도록 공주님의 작은 황금 접시를 제 쪽으로 더 가까이 밀어 주세요.

    물론 공주는 개구리가 요구하는 대로 해주긴 했지만 싫은 것을 참고 억지로 하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개구리는 접시에 담긴 음식을 맛있게 먹었지만 공주는 음식이 목에 걸려 체할 지경이었습니다. 개구리가 다시 말했습니다.

    아, 참 잘 먹었다. 먹고 나니 피곤하네요. 절 위층에 있는 공주님 방으로 데려다 주시고 공주님의 비단 침대를 손봐 주세요. 우리가 함께 잘 수 있도록.

    공주는 그 개구리가 무섭고 징그러워 울기 시작했습니다. 개구리를 건드리는 것조차도 끔찍한 일인데 이제 그 개구리를 자신의 아름답고 깨끗한 침대 위에다 재워야 할 지경이었으니까요. 그러나 왕은 화난 표정을 하며 공주에게 말했습니다.

    네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너를 도와준 상대를 무시하는 건 옳지 않은 일이다.

    할 수 없이 공주는 두 손가락으로 개구리를 집어 위층으로 데리고 가서 방 구석에다 내려놓았습니다. 그리고 공주는 침대로 올라가 누웠습니다. 개구리는 침대 곁으로 기어와 말했습니다.

    난 피곤해요, 공주님. 나도 공주님처럼 침대에서 자고 싶어요. 날 침대 위로 올려 주세요. 안 그러면 아버님께 일러바치겠어요!

    이 말에 공주는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개구리를 집어 들어 있는 힘껏 벽에다 던졌습니다.

    이제 푹 쉴 수 있을거야, 이 더러운 개구리 같으니!

    그러나 개구리가 방 바닥에 떨어졌을 때 개구리는 이미 아름다운 눈을 지닌 왕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공주는 이제 아버지가 지시하신 대로 왕자를 자신의 다정한 친구요 남편으로 맞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왕자는 공주에게 못된 마녀가 자기에게 마법을 걸었으며 오로지 공주만이 자기를 그 샘에서 꺼내 줄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왕자는 다음 날 공주를 자기 나라로 데려가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잠이 들었습니다.

    이튿날 아침 밝은 햇살이 그들을 깨울 즈음, 여덟 마리의 하얀 말들이 끄는 마차 한 대가 성에 도착했습니다. 머리에 타조 깃털을 꽂고 금사슬로 된 마구를 걸치고 있는 말들이 끄는 마차였습니다. 그 마차 뒤에는 왕자의 충성스런 신하인 하인리히가 선 채로 타고 있었는데 그의 가슴에는 철로 된 세 개의 띠가 감겨 있었습니다. 자기 주인이 개구리가 된 걸 알고 너무나 슬픈 나머지 자기 가슴이 슬픔과 괴로움으로 터져 버릴까봐 철로 만든 띠로 가슴을 감아 달라고 부탁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그는 왕자를 자기 나라로 모셔 가기 위해 마차를 몰고 왔습니다. 충신 하인리히는 왕자와 공주가 마차에 타는 걸 도운 뒤 다시 마차 뒤의 자기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그는 자기 주인이 구원을 받았기 때문에 너무 기뻐서 심장이 터져 버릴 것만 같았습니다.

    마차가 어느 만큼 달렸을 때 왕자는 뒤에서 무엇인가가 부서지는 듯한 소리를 들었습니다. 왕자는 고개를 돌리고 소리쳤습니다.

    하인리히, 마차가 부서지고 있어!

    "아닙니다. 왕자님, 제 가슴을 감은

    쇠띠에서 나는 소리일 뿐입니다.

    마녀가 마법을 걸어

    왕자님을 개구리로 만들어 놓았을 때

    철로 만든 띠로 가슴을 감았거든요."

    여행을 하는 동안 그 소리는 두 번 더 들렸고 그 때마다 왕자는 마차가 갈라지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 소리는 이제 왕자님이 안전하고 행복하다는 것을 알게 된 충신 하인리히의 가슴이 기쁨으로 부풀어오르는 바람에 철로 된 띠들이 차례차례 터져나가는 소리에 불과했습니다.

    2.

    고양이와 쥐

    어떤 고양이 한 마리가 쥐와 사귀게 되자 틈만 나면 자기가 그 쥐를 얼마나 좋아하고 사랑하는지 줄줄이 늘어놓았습니다. 고양이는 쥐에게 같이 살자고 졸랐습니다. 그리하여 고양이와 쥐는 한 집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고양이가 말했습니다.

    겨울이 다가오니 겨울을 날 양식을 준비해야겠어. 안 그러면 굶어 죽을 거야. 그렇지만 너같이 작은 쥐는 함부로 밖에 나다니면 안 돼. 요즘 같은 때는 덫에 걸리기 십상이니까.

    쥐는 고양이가 하라는 대로 따랐고 그들은 요리용 굳기름(지방) 한 단지를 샀습니다. 그런데 그걸 어디에 두느냐 하는 게 문제였습니다. 오랫동안 궁리를 한 끝에 마침내 고양이가 말했습니다.

    교회보다 더 안전한 장소는 없을거야. 교회에서 감히 물건을 훔쳐 가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교회 제단 밑에 그걸 두자. 그리고 꼭 필요할 때가 아니면 건드리지 말자구.

    그래서 단지를 교회 제단 밑에 안전하게 보관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고양이는 그 굳기름이 너무나 먹고 싶어졌습니다. 고양이는 한 가지 꾀를 생각해 냈습니다.

    너한테 할 말이 있어, 쥐야. 내 사촌이 아들을 낳았지 뭐야. 갈색 반점들이 찍힌 하얀 놈을. 그런데 내 사촌이 나더러 대부가 되어 달라는 거야. 그러니 세례식에 참석해서 그 애를 내가 안고 있어야 해. 오늘 외출해도 괜찮겠니? 집안 일은 너 혼자 하고.

    쥐는 선선히 대답했습니다.

    물론 괜찮고 말고. 꼭 가봐야지. 내 생각이 나서 맛있는 걸 좀 가져다주고 싶은 마음이 들면 세례식 때 쓰는 달콤하고 향긋한 붉은 포도주를 좀 가져 왔으면 좋겠어.

    물론 고양이의 말은 모두 거짓이었습니다. 고양이에게는 사촌도 없었고, 따라서 대부가 되어 달라고 부탁한 이도 없었습니다. 고양이는 곧바로 교회로 달려가 그 조그만 굳기름 단지가 있는 데로 기어들어갔습니다. 고양이는 할짝할짝 굳기름을 핥아먹기 시작했습니다. 단지 아가리 부분까지 꽉 차 있던 굳기름은 순식간에 안으로 쑥 들어갔습니다.

    배불리 먹은 고양이는 마을의 이 집 저 집 지붕 위를 한가로이 산책하면서 앞으로 또 무슨 핑계를 대고 굳기름을 훔쳐 먹을까 궁리했습니다. 그는 햇빛이 잘 비치는 곳에서 네 활개를 쭉 뻗고 엎드렸습니다. 그리고 그 굳기름 단지가 생각날 때마다 열심히 수염을 문질러 닦았습니다. 그는 밤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고양이가 돌아오자 쥐가 말했습니다.

    이제 돌아왔군. 아주 근사한 하루를 보냈겠지?

    그리 나쁘지 않았어.

    그 아기 이름을 뭐라고 지었어?

    고양이는 태연하게 대답했습니다.

    위없다.

    쥐는 놀라서 소리쳤습니다.

    위없다라구? 그것 참 괴상하고 별난 이름이네. 너희 집안에서는 이름을 그렇게 이상하게 짓니?

    고양이가 대답했습니다.

    그게 어때서? 빵도둑이라는 너희 집안 아이 이름보다야 낫지.

    며칠 지나지 않아 다시 굳기름이 먹고 싶어 견딜 수 없게 된 고양이는 쥐에게 말했습니다.

    또 내 사정 좀 봐줘야겠어. 너 혼자 집안 일을 해야겠어. 또 대부가 되어 달라는 부탁을 받았어. 목에 하얀 띠가 있는 아기라 거절할 수가 없었어.

    마음 좋은 쥐는 선선히 그러라고 했습니다. 고양이는 마을을 둘러싼 성벽 뒤로 해서 교회로 가 굳기름 단지를 반쯤 비워 버렸습니다.

    혼자서 몰래 먹을 때가 제일 맛있단 말이야.

    고양이는 아주 만족스런 기분으로 중얼거렸습니다. 고양이가 집으로 돌아오자 쥐가 물었습니다.

    이번 아기에게는 어떤 이름을 붙여 주었대?

    반쯤 없다.

    반쯤 없다! 세상에! 이제까지 그런 이름은 들어본 적이 없어. 그런 이름은 인명록에도 나오지 않을거야.

    며칠 가지 않아 그 맛좋은 먹이 생각 때문에 고양이의 입 속에는 침이 그득하게 고였습니다. 그래서 고양이는 쥐에게 또 말했습니다.

    좋은 일은 세 차례씩 되풀이되게 마련인가봐. 또다시 대부가 되어 달라는 부탁을 받았지 뭐야. 이번 아기는 발들만 하얗고 나머지는 흰 터럭 하나 없이 온통 까맣대. 그런 아기는 몇 년에 하나 나올까 말까 해. 날 보내주지 않겠어?

    쥐는 대답했습니다.

    위없다! 반쯤 없다! 그건 정말 괴상한 이름들이야. 그 이름들 때문에 난 이상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

    이것 봐. 넌 진회색 털외투를 걸치고 뒷머리를 아래로 길게 땋아 늘이고서 집안에 꼼짝없이 들어앉아 이런저런 공상이나 하고 있으라구. 낮 동안에는 외출하면 안 되니까 말이야.

    고양이가 나간 뒤 쥐는 집안을 깨끗이 청소하고 정리해 놓았습니다. 그동안 탐욕스런 고양이는 단지 속에 남아 있는 굳기름을 모조리 먹어 치웠습니다.

    고양이는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먹을 게 완전히 바닥이 나니 마음이 편하군.

    고양이는 밤이 이슥해서야 벙벙하게 부푼 배를 쓰다듬으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쥐는 먼저 세 번째 아기에게는 어떤 이름을 붙여 주었느냐고 물었습니다.

    넌 이번 이름도 좋아하지 않을거야. 그 아기이름은 하나도 없다거든.

    쥐는 놀라서 소리쳤습니다

    하나도 없다라구? 그 이름 정말 이상하군. 난 그런 이름은 생전 듣지도 보지도 못했어. 하나도 없다! 그건 뭘 뜻하는걸까?

    쥐는 고개를 갸우뚱갸우뚱하다가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잠이 들었습니다.

    그 후로는 고양이한테 대부가 되어달라고 부탁하는 이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겨울이 닥쳐와 밖에서 먹을 것을 전혀 구할 수가 없게 되자 쥐는 교회 제단 밑에 저장해 둔 굳기름이 생각나서 고양이에게 말했습니다.

    고양이야, 우리가 저장해 둔 단지가 있는 데로 가자. 맛이 아주 근사할 거야.

    고양이가 말했습니다.

    맞아. 네가 그 예민한 혀를 내밀어 싹싹 핥는다면 그 맛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을 거야.

    그들은 길을 나섰습니다. 그들이 교회에 도착해 보니 단지는 제자리에 그대로 있었지만 속은 텅 비어 있었습니다. 그것을 본 쥐가 말했습니다.

    오 이제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았다! 아주 분명해졌어. 넌 아주 좋은 친구로구나! 대부가 된다고 나갔을 때 모조리 먹어 치우셨군. 처음에는 윗부분을, 다음에는 반을, 그 다음에는 … .

    고양이는 소리쳤습니다.

    아가리 닥치고 있는 게 좋을 거야! 한 마디만 더 했다간 너를 잡아먹어 버릴 테니까!

    그러나 이미 쥐는 ‘모조리’라는 말을 내뱉고 말았습니다. 쥐가 그 말을 하자마자 고양이는 쥐에게 달려들어 쥐를 덥썩 움켜잡은 뒤 통째로 꿀꺽 삼켜 버렸습니다.

    여러분, 바로 이게 이 세상의 법칙이랍니다.

    3.

    성모 마리아의 아이

    어느 커다란 숲 언저리에 가난한 나무꾼과 그의 아내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 부부에게는 세 살배기 딸 하나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너무 가난해 매일매일 먹고 살 양식이 없어 어린 딸에게조차 먹일 것이 없었습니다.

    어느 날 아침 괴로운 나날을 보내던 나무꾼은 일을 하러 숲으로 들어갔습니다. 그가 나무를 막 베기 시작했을 때 키가 크고 아름다운 한 여인이 갑자기 그의 앞에 나타났습니다. 머리에 빛나는 별들로 엮은 관을 쓴 그 여인이 그에게 말했습니다.

    나는 아기 예수의 어머니인 성모 마리아이다. 넌 가난해 생활이 어려운 사람이니 네 딸을 나에게 다오. 내가 네 딸을 데리고 가서 그 아이의 어머니가 되어 주고 잘 돌봐 주마.

    나무꾼은 성모 마리아의 말에 따랐습니다. 그가 딸을 데려와 성모 마리아에게 넘겨 주자 마리아는 그 아이를 데리고 하늘로 올라갔습니다. 거기서 그 아이는 아주 잘 지냈습니다. 달콤한 케이크를 먹고 향긋한 우유도 마셨습니다. 황금으로 만든 옷을 입었으며 아기천사들이 그 아이와 놀아 주었습니다. 아이가 열네 살이 된 어느 날 성모 마리아는 아이에게 말했습니다.

    얘야, 이제부터 나는 긴 여행을 할 참이니 네가 하늘 왕국의 열세 개의 문 열쇠들을 관리해 주었으면 좋겠구나. 그 중 열두 개의 문을 열어 그 안에 든 모든 놀랍고 신비한 것들을 들여다보는 건 괜찮다. 하지만 이 작은 열쇠로 열리는 열세 번째 문만은 절대로 열지 말아라. 내 말을 명심해라. 그 문을 열면 넌 불행해질거야.

    소녀는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성모 마리아가 떠나자 소녀는 하늘 왕국의 방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방문을 하나씩 열어 보아서 마침내 열두 개를 다 열어 보게 되었습니다. 그 방들 속에는 빛에 둘러싸인 12사도가 한 사람씩 들어 있었습니다. 소녀는 그 황홀한 광채와 영광스런 광경을 보고 몹시 기뻐했으며 소녀 곁을 늘 따라 다니던 아기천사들도 역시 기뻐했습니다. 이제 성모 마리아가 열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 방 하나만이 남았습니다. 소녀는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몹시 알고 싶었습니다. 소녀는 아기천사들에게 말했습니다.

    난 이 문을 열지도 않고 안에 들어가지도 않을게. 그냥 문틈으로 살짝 엿보기만 할게.

    그러자 아기천사들이 말했습니다.

    오, 안 돼요! 그건 죄를 짓는 일이에요. 성모 마리아님이 금하신 일이니 무서운 일이 일어날 거예요.

    그래서 소녀는 더 이상 그 문을 열어 보자는 말을 꺼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소녀는 그 문을 열어 보고 싶은 마음을 억누를 수 없었습니다. 그런 호기심은 자꾸 소녀의 마음을 유혹하고 괴롭혀서 한시도 마음이 편할 날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기천사들이 밖으로 나간 후 혼자가 되자 소녀는 생각했습니다.

    ‘이제, 나 혼자뿐이니 몰래 들여다볼 수 있겠다. 내가 들여다본 걸 아무도 모를 거야.’

    소녀는 열세 번째의 문의 열쇠를 찾아내어 방문 자물쇠에 끼우고 돌렸습니다. 그러자 그 문이 열리고 소녀는 그 속에서 활활 타는 불길과 눈부신 빛 속에 앉아 있는 성 삼위일체를 보았습니다. 소녀는 한동안 얼이 빠져서 그 광경을 지켜보았습니다. 소녀는 손가락 하나로 그 빛을 살짝 건드려 보았습니다. 그러자 그 손가락이 황금빛으로 변해 버렸습니다. 너무나 두려운 생각이 들어 소녀는 문을 쾅 닫고 달아나 버렸습니다.

    그 후로는 그녀가 무슨 일을 하든 두려움이 가라앉지 않았으며 그녀의 가슴은 계속 쿵쾅거리며 뛰었습니다. 게다가 황금빛으로 된 그녀의 손가락은 변하지 않고 그대로였습니다. 얼마 후 성모 마리아가 돌아왔습니다. 마리아는 소녀를 불러 하늘의 방문 열쇠들을 돌려 달라고 했습니다. 소녀가 그 열쇠꾸러미를 넘겨 주자 마리아는 소녀의 눈을 들여다보며 말했습니다.

    열세 번째 문을 열어 보진 않았겠지?

    예.

    성모 마리아가 그녀의 가슴에 손을 갖다대자 그녀의 가슴이 심하게 두근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리아는 소녀가 자신의 말을 듣지 않고 기어이 그 문을 열어 보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마리아는 다시 한 번 물었습니다.

    그 문을 열어 보진 않았겠지?

    소녀는 두 번째로 대답했습니다.

    예.

    마리아는 하늘의 불을 건드려 황금빛이 되어 버린 소녀의 손가락을 보고 죄를 지었다는 것을 확실히 알았습니다.

    마리아는 세 번째로 물었습니다.

    진짜 안 그랬니?

    소녀는 세 번째로 대답했습니다.

    예.

    그러자 마리아가 말했습니다.

    너는 내 말을 듣지 않았고 심지어는 거짓말까지 했다. 그러므로 너는 더 이상 하늘 나라에 머무를 자격이 없다.

    소녀는 곧 깊은 잠에 빠졌습니다. 소녀가 눈을 떴을 때 그녀는 지상의 황야 한복판에 누워 있었습니다. 소녀는 울고 싶었지만 소리를 낼 수가 없었습니다. 그녀는 벌떡 일어났습니다. 어디론가 달아나 버리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녀가 몸을 돌릴 때마다 무성한 가시덩굴들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아 뚫고 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소녀는 황량하고 쓸쓸한 곳에 갇힌 것이었습니다.

    소녀는 할 수 없이 속이 빈 고목 속에 잠자리를 만들었습니다. 밤이 되자 소녀는 고목 속으로 기어들어가 누웠습니다. 소녀는 하늘 나라에서의 아름다웠던 생활이 생각날 때마다, 또 아기천사들과 함께 놀던 기억이 떠오를 때마다 가슴이 쓰렸고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먹을 것이라곤 식물 뿌리와 야생 딸기밖에 없었으며 그녀는 그런 것을 구하기 위해 발이 붓도록 돌아다녔습니다.

    가을이 오자 소녀는 땅바닥에 떨어진 나무 열매들과 나뭇잎들을 속이 빈 고목 속에 모아놓았습니다. 열매들은 소녀가 겨울을 날 양식이었고, 나뭇잎들은 눈과 서리가 내릴 때 불쌍한 작은 짐승처럼 소녀가 기어들어가 잘 이부자리였습니다. 그래야 얼어 죽지 않을 테니까요. 오래지 않아 소녀가 걸치고 있던 옷은 넝마가 되어 조각조각 떨어져 나가고 맨살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태양이 빛나고 주위가 따뜻해지자 소녀는 고목 속에서 기어 나왔습니다. 소녀의 긴 머리가 외투처럼 그녀의 맨살을 덮어 주었습니다. 이렇게 몇 년간을 지내는 동안 소녀는 이 지상에서 삶의 슬픔과 괴로움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숲이 다시 신록으로 뒤덮인 어느 날 그 나라의 왕이 사냥을 하러 숲으로 들어와 사슴 한 마리를 쫓기 시작했습니다. 사슴은 소녀가 머무르고 있는 곳을 둘러싼 덤불 속으로 도망쳐 왔고 왕은 말에서 내려 칼로 덤불을 내리치면서 그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마침내 덤불을 헤치고 들어온 왕은 황금빛 머리를 발까지 길게 늘어뜨린 한 아름다운 소녀가 나무 밑에 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왕은 그 자리에 선 채 소녀를 지켜 보다가 이윽고 말을 걸었습니다.

    그대는 누구요? 왜 이 쓸쓸한 곳에 혼자 앉아 있는거요?

    그러나 소녀는 입이 열리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자 왕은 다시 말했습니다.

    나와 함께 내 성으로 가지 않겠소?

    소녀는 그저 고개만 살짝 끄덕였고, 왕은 두 팔로 소녀를 안아 말 위에 태운 뒤 함께 성으로 갔습니다. 소녀는 비록 말을 하지는 못했지만 너무나 아름다웠기 때문에 왕은 곧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와 결혼했습니다.

    일 년쯤 지나자 왕비는 아들을 낳았습니다. 아들을 낳은 그 날 밤 왕비가 침대에 홀로 누워 있을 때 마리아가 그녀 앞에 나타나 말했습니다.

    네가 내가 금한 그 방문을 열어 보았다는 사실을 솔직히 고백한다면 말할 수 있는 힘을 네게 돌려주겠다. 그러나 네가 끝까지 사실을 털어놓지 않는다면 지금 태어난 네 아기를 내가 데리고 갈 테다.

    왕비는 대답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지만 여전히 고집을 부렸습니다.

    아뇨, 전 그 방문을 열지 않았어요.

    그러자 성모 마리아는 왕비의 품 안에서 아기를 빼앗은 뒤 아기와 함께 사라져 버렸습니다. 이튿날 아침 아기가 보이지 않자 왕비가 자기 아기를 죽이는 도깨비라는 소문이 사람들 사이에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왕비도 그 소문을 들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아니라고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왕비를 너무나 사랑한 왕은 그 소문을 믿지 않았습니다.

    일 년 뒤 왕비는 다시 아들을 낳았습니다. 그리고 성모 마리아가 다시 찾아와 말했습니다.

    네가 그 금지된 문을 열었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털어놓기만 한다면 네 아기를 돌려주고 네 굳은 혀도 풀리게 해주겠다. 하지만 네가 여전히 고집을 부려 아니라고 한다면 이번에 태어난 아기도 내가 데리고 갈 테다.

    왕비가 말했습니다.

    아뇨, 전 그 문을 열지 않았어요.

    그러자 마리아는 그녀의 품 안에서 아기를 빼앗아 하늘 나라로 또 데려가 버렸습니다. 이튿날 아침 두 번째 아기도 사라져 버렸다는 걸 알게 된 사람들은 왕비가 그 아기를 삼켜 버렸다는 이야기를 거리낌없이 했고, 왕의 고문관들은 왕에게 왕비를 처형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왕은 왕비를 사랑했기 때문에 그 말을 믿지 않았고, 자신의 고문관들에게도 죽고 싶지 않거든 그런 말을 입에 담지 말라고 명령했습니다.

    그 이듬해, 왕비는 아름다운 딸을 낳았습니다. 그 날 밤 세 번째로 찾아온 성모 마리아는 왕비에게 말했습니다.

    나를 따라 오너라.

    마리아는 왕비의 손을 잡고 하늘 나라로 데려 갔습니다. 거기서 마리아는 왕비의 두 아이들이 웃고 떠들면서 지구를 갖고 노는 광경을 보여 주었습니다. 왕비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자 마리아는 말했습니다.

    아직도 네 마음이 열리지 않았느냐? 네가 그 문을 열었다는 사실을 고백한다면 저 두 아들을 네게 돌려줄 텐데.

    그러자 왕비는 이번에도 대답을 했습니다.

    아뇨, 전 문을 열지 않았어요.

    그러자 마리아는 세 번째 아기마저 빼앗고는 왕비를 다시 지상으로 떨어뜨려 버렸습니다. 이튿날 아침 세 번째 아기마저 사라졌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모든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했습니다.

    왕비는 도깨비입니다! 왕비를 사형에 처해야 합니다!

    왕은 더 이상 고문관들의 입을 막을 수 없게 되어 왕비를 재판에 부쳤습니다. 왕비는 혀가 굳어 자신을 변호할 수 없었습니다. 왕비는 화형을 언도받았습니다. 사람들이 말뚝 주위에 나뭇단들을 쌓고 왕비를 그 말뚝에 묶은 뒤 나뭇단에 불을 피자 그 뜨거운 불길이 그녀의 단단히 얼어 붙었던 자존심을 녹여 버려 그녀의 가슴은 후회로 가득찼습니다. 왕비는 ‘내가 그 문을 열었다는 사실을 죽기 전에 고백할 수 있다면!’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 순간 굳었던 혀가 풀리면서 그녀는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그래요, 마리아님, 전 그 문을 열어 보았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하늘에서 비가 쏟아지면서 불길이 꺼졌습니다. 그리고 왕비의 머리 위에 환한 빛 줄기가 떨어지면서 성모 마리아가 빛을 타고 내려왔습니다. 성모 마리아는 양쪽에 두 아들을 거느리고 새로 태어난 딸을 품에 안고 있었습니다. 마리아는 왕비에게 다정하게 말했습니다.

    자신이 지은 죄를 회개하고 고백하는 사람은 용서를 받으리라.

    마리아는 왕비에게 세 아이를 넘겨 주고 왕비의 굳은 혀를 풀리게 해주었습니다. 왕비는 남은 평생 동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4.

    ‘소름’을 찾아 나선 소년

    어느 아버지에게 두 아들이 있었습니다. 큰 아들은 영리하고 지혜로웠으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척척 일을 잘 해냈습니다. 그러나 작은 아들은 멍청해서 어떤 것도 배울 수 없었고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작은 아들을 만나 본 사람들은 누구나 입을 모아 이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저 애는 평생 아버지의 짐이 될거야!

    집안에 할 일이 생기면 늘 큰아들이 그 일을 해내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큰아들은 겁이 많아서 날이 어둑해진 때나 밤에 아버지가 일을 시키거나, 교회 묘지같이 음산한 곳을 지나가야 하는 심부름을 시키면 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못 해요, 아버지. 전 거기 못 가요. 그 곳은 생각하기만 해도 소름이 끼치는걸요!

    이따금 밤중에 난롯가에 둘러앉아서 등골이 오싹한 이야기를 들을 때면 사람들은 다들 소름이 끼친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작은아들도 종종 방구석에 앉아 그런 이야기를 듣곤 했지만 그게 무슨 소린지 전혀 이해하지 못해 혼자 중얼거리곤 했습니다.

    사람들은 늘 ‘정말 소름 끼쳐!’라고 하는데 그 소름이란게 뭔지 모르겠어. 그건 아마도 내가 알지 못하는 무슨 기술이 아닌가 싶어.

    어느 날 그의 아버지는 작은아들에게 한 마디 했습니다.

    얘야, 내 말 좀 들어 봐라. 넌 이제 몸집도 커지고 힘도 강해졌으니 밥벌이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네 형이 얼마나 열심히 일하고 있나 좀 보려무나. 그런데 너는 그저 방구석만 차지하고 앉아 아무것도 하려 들지 않으니 정말 큰일이다.

    작은아들은 대답했습니다.

    아니예요, 아버지. 저도 뭔가를 배우고 싶어요. 전 소름 끼치는 법을 알고 싶다구요. 전 그게 뭔지 전혀 모르고 있거든요.

    큰아들은 이 말을 듣고 동생을 비웃으며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맙소사, 내 동생은 정말 멍청해! 저 애는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애가 될거야. 뭔가를 해내려면 젊을 적에 해야 할 텐데.’

    아버지는 한숨을 쉬며 말했습니다.

    때가 되면 소름 끼치는 게 뭔지 상세히 알게 될게다. 하지만 그걸 안다고 해서 밥이 생기는 건 아니다.

    그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교회 일꾼 한 사람이 그 집에 들렀습니다. 아버지는 그에게 자기 작은아들이 뭘 배울 능력도, 깨달을 능력도 없는 데다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며 불평을 늘어놓았습니다.

    아 글쎄, 내가 녀석한테 밥벌이 삼아 뭘 하고 싶으냐고 물어 보았더니 녀석이 한다는 소리가 소름 끼치는 법을 배우고 싶다지 뭡니까?

    그러자 교회 일꾼이 말했습니다.

    그 애가 바라는 게 그것이라면 제가 일하는 데서 배울 수 있을겁니다. 그 애를 제게 맡겨 주신다면 제대로 된 아이로 만들어 놓겠습니다.

    아버지는 작은아들에게는 훈련 같은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기꺼이 그의 말에 따랐습니다.

    그리하여 교회 일꾼은 그 소년을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가서 교회종 치는 일을 맡겼습니다. 그러고 나서 며칠이 지난 뒤 교회 일꾼은 한밤중에 소년을 깨워 교회 종탑으로 올라가 종을 치라고 말했습니다.

    교회 일꾼은, ‘이제 너도 소름 끼친다는 게 뭔지 제대로 알게 될게다.’라고 생각하면서 소년보다 먼저 종탑으로 올라갔습니다. 물론 소년이 눈치 채지 못하게 몰래 올라갔습니다. 소년은 종탑에 올라가 종에 매달린 끈을 붙잡기 위해 몸을 돌리다가 종 밑으로 나 있는 구멍 건너편 계단 위에 하얀 물체가 서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거기 누구요?

    소년이 소리쳤지만 그 물체는 대꾸도 하지 않고 움직이지도 않았습니다. 소년은 다시 소리쳤습니다.

    대답해요. 대답하기 싫으면 여기서 썩 꺼져요! 한밤중에 여기서 볼 일은 없을 테니까.

    그러나 교회 일꾼은 꼼짝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소년이 자기를 유령으로 생각해 주기를 바랐던 것입니다.

    소년은 다시 한 번 더 소리쳐 보고는 그래도 소용이 없자 그 물체에 달려들어 계단 아래로 떠밀었습니다. 그 물체는 열 계단쯤 굴러 내려가 계단 한모퉁이에 길게 늘어졌습니다. 그러고 나서 소년은 종을 치고는 교회 일꾼 집으로 돌아와서 아무 말 없이 이불 속으로 들어가 그대로 잠들어 버렸습니다. 교회 일꾼의 아내는 아무리 기다려도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걱정이 되어 잠자는 소년을 깨워 물었습니다.

    우리 그이 어디 있는지 아니? 너보다 먼저 종탑으로 올라갔는데.

    소년이 대답했습니다.

    몰라요. 하지만 종소리가 울리는 구멍 건너편에 누군가가 서 있었어요. 제가 누구냐고 물어도 대답을 안 하고 꺼지라고 해도 안 꺼지길래 전 나쁜 사람인 줄 알고 계단 아래로 떠밀어 버렸죠. 그 사람이 아저씨인지 아닌지 한 번 가서 살펴보세요. 그 사람이 아저씨라면 정말 죄송해요.

    교회 일꾼의 아내는 급히 뛰어나갔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계단 한 모퉁이에서 다리가 부러진 채 쓰러져 신음하고 있는 남편을 발견했습니다. 그녀는 남편을 부축해 집으로 데려온 다음 소리 내어 울며 곧바로 소년의 아버지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녀는 소년의 아버지에게 악을 썼습니다.

    댁의 아들이 끔찍한 일을 저질렀어요! 그 녀석이 내 남편을 계단 아래로 떠밀어 다리를 분질러 놓았다구요.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그 놈을 당장 데려가세요!

    화가 난 아버지는 당장 교회 일꾼의 집으로 달려가 소년을 야단치기 시작했습니다.

    너 그게 무슨 못된 짓이냐? 그런 짓을 한 걸 보니 아무래도 악마한테 홀렸나 보다!

    소년이 대답했습니다.

    아버지, 제 말 좀 들어 보세요. 전 아무 잘못도 없어요. 그분은 무슨 못된 짓을 하는 사람처럼 어둠 속에 서 있었어요. 저는 그분이 누군지 몰라 세 번이나 물었어요. 내 말에 대꾸를 하든가 꺼지든가 하라고.

    그러자 아버지는 말했습니다.

    넌 평생 나한테 골칫거리밖에 되지 않을거다. 더 이상 꼴도 보기 싫으니 당장 내 눈 앞에서 없어져.

    알았어요, 아버지. 기꺼이 그렇게 해드리죠. 하지만 날이 밝을 때까지만 참아 주세요. 해가 뜨는 대로 집을 나가서 소름 끼치는 법을 배울 테니까요. 그렇게 되면 저도 밥벌이를 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게 될 거예요

    네 마음대로 배우고 싶을 걸 배워라. 나는 아무래도 상관없으니까. 50탈러(독일의 옛 은화)를 줄 테니 이걸 갖고 넓은 세상으로 나가거라. 하지만 네가 어디서 왔고 네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 아무한테도 이야기하지 말아라. 창피하니까.

    아버지 말씀대로 할게요. 아버지가 바라시는 게 그것뿐이라면 명심하겠어요.

    날이 밝자 소년은 50탈러를 주머니 속에 집어넣고 집을 나와 큰 길을 따라 걸어갔습니다. 소년은 길을 가면서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소름이 끼쳤으면! 제발 소름이 좀 끼쳤으면!

    소년이 그렇게 중얼거리며 가는데 한 남자가 옆에서 걸어가다가 그 말을 들었습니다. 두 사람이 얼마쯤 걸어가다가 교수대가 눈에 띄자 그 남자는 소년에게 말했습니다.

    저기 저 교수대 보이지? 저기서 일곱 명의 사내들이 밧줄잡이 딸한테 장가를 들었단다. 지금쯤 그 친구들은 두 발을 버둥거리며 하늘을 나는 법을 배우고 있을걸. 밤이 올 때까지 저 교수대 밑에 앉아 기다려 봐라. 그러면 넌 분명히 소름 끼치는 법을 배우게 될거야.

    소년이 대답했습니다.

    저기 앉아서 기다리는 일 정도라면 저도 쉽게 할 수 있겠네요. 제가 그처럼 금방 소름 끼치는 법을 배우게 된다면 제 50탈러를 아저씨께 드릴 테니 내일 아침 이리로 오세요.

    소년은 교수대가 있는 데로 가서 그 밑에 앉아 밤이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날이 추워 소년은 불을 지폈습니다. 그러나 자정쯤 되자 바람이 한층 싸늘해지면서 모닥불 곁에 있어도 몸이 따뜻해지지 않았습니다. 목 매달려 죽은 시체들이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면서 서로 부딪치자 소년은 ‘여기 불 곁에 있어도 이렇게 몸이 꽁꽁 얼어 붙는데, 저기 매달린 저 사람들은 얼마나 추울까?’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불쌍한 생각이 들어 교수대에 사다리를 걸치고 올라가 그들의 목에 걸린 밧줄을 하나하나 풀어 시체들을 땅바닥에 내려놓았습니다. 그러고 나서 그들을 따뜻하게 해주려고 모닥불을 훅훅 불어 불을 살아나게 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꼼짝하지 않고 앉아 있었으며 이윽고 그들의 옷에 불이 옮겨 붙었습니다.

    소년은 그들에게 말했습니다.

    조심해요. 안 그러면 댁들을 다시 저기다 목매달아 버릴 테니까요.

    그 시체들은 소년의 말을 듣지도 못했습니다. 그들은 그저 입을 꾹 다물고 있었고, 그들이 걸친 넝마 같은 옷들에 붙은 불은 계속 타올랐습니다. 그러자 소년은 화를 내면서 말했습니다.

    당신들이 조심하지 않으니 나도 어쩔 수 없군요. 당신들 때문에 나까지 불에 타 죽을 수는 없어요.

    그리하여 소년은 다시 그들의 목을 나란히 교수대에 걸어 놓고 불 곁으로 돌아와 이내 잠이 들었습니다. 이튿날 아침이 되자 그 전날 길에서 만났던 남자가 50탈러를 받을 욕심으로 소년에게 돌아왔습니다.

    그 남자가 말했습니다.

    자, 이제는 소름이 뮌지 알았겠지?

    아뇨, 제가 그걸 어떻게 알 수 있겠어요? 저기 걸려 있던 사람들이 입도 열지 않았는데요. 그 사람들은 너무나 멍청해서 자기네가 입고 있는 넝마 같은 옷들이 타도 가만히 있더라구요.

    그 남자는 50탈러를 받기는 다 틀렸다는 걸 알았습니다.

    내 평생 저런 녀석은 처음 보네!

    그 남자는 혼자 중얼거리면서 제 갈길로 가 버렸습니다.

    소년도 다시 길을 떠났습니다. 그는 길을 걸으며 또다시 중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소름이 끼쳤으면! 제발 소름이 좀 끼쳤으면!

    소년의 뒤에서 걷고 있던 한 짐마차꾼이 그 말을 듣고 물었습니다.

    넌 누구냐?

    몰라요.

    마차꾼은 다시 재우쳐 물었습니다.

    어디서 왔냐?

    몰라요.

    네 아버지는 누구시냐?

    그런 말에 대답하면 안 된대요.

    아까부터 계속 뭐라고 중얼거리는거냐?

    전 소름이 끼쳤으면 해요. 그런데 아무도 소름 끼치는 법을 가르쳐 주지 않는거예요.

    그러자 마차꾼은 말했습니다.

    그런 바보 같은 소리는 집어치우고 나랑 같이 가면서 네가 잘 만한 곳이 있나 알아보자꾸나.

    소년은 마차꾼과 함께 갔습니다. 그 날 밤 그들은 어느 여관에 도착해서 그 곳에서 하룻밤 묵어 가기로 했습니다. 그들이 큰 방으로 들어갔을 때 소년은 또다시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소름 좀 끼쳐 봤으면! 제발 소름 좀 끼쳐 봤으면!

    여관 주인은 이 말을 듣고 껄껄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게 네 소원이라면 여기서 그런 경험을 할 기회를 갖게 될게다.

    그러자 여관 주인의 아내가 말했습니다.

    입 다물어요! 그렇지 않아도 목숨을 잃은 멍청한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구만. 저렇게 예쁜 눈을 가진 애가 다시는 햇빛을 보지 못한다고 생각해봐요. 얼마나 끔찍한 일이겠어요?

    그러나 소년은 말했습니다.

    제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 해도 난 상관 안 해요. 난 소름이 끼쳤으면 좋겠어요. 내가 집을 떠난 것도 그 때문인걸요.

    소년은 여관 주인을 조르고 졸라 마침내 가까운 곳에 있는 귀신 붙은 성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야 말았습니다. 여관 주인은 거기야말로 소름 끼친다는 게 뭔지 제대로 알 만한 곳이라고 말했습니다. 소년은 그저 성 안에서 사흘 밤을 보내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왕은 그런 모험을 무사히 치르는 사람에게는 자기 딸을 주겠다는 약속을 해두고 있었습니다. 그 딸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처녀였습니다. 그리고 그 성 안에는 마귀들이 지키고 있는 엄청나게 많은 보물이 있어 일단 그 보물을 마귀들한테서 빼내기만 한다면 가난한 사람도 큰 부자가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 때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그 성 안으로 들어갔지만 살아 나온 사람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이튿날 아침, 소년은 왕 앞으로 나아가 말했습니다.

    그 귀신 붙은 성에서 사흘 밤을 보내고 싶으니 허락해 주셨으면 합니다.

    소년을 본 왕은 소년이 마음에 들어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대는 그 성 안으로 들어갈 때 가져갈 물건을 세 가지 청할 수 있다. 하지만 세 가지 모두 생명이 없는 물건이어야만 한다.

    그렇다면 불과 갈이기계 한 대와 칼이 붙어 있는 목공용 작업대 하나를 가져가고 싶습니다.

    왕은 낮 동안 그 세 가지 물건들을 성 안에 들여놓게 했습니다. 밤이 오기 직전 소년은 혼자서 그 성 안으로 들어가 방 안에다 불을 피우고 칼이 붙어 있는 목공용 작업대를 설치한 뒤 갈이기계 위에 걸터앉았습니다.

    오, 소름 좀 끼쳐 봤으면! 하지만 여기서도 그 기술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아.

    자정이 가까웠을 때 소년은 다시 불을 휘젓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소년이 모닥불에다 대고 바람을 ‘푸’ 하고 부는 순간 갑자기 한구석에서 비명소리 같은 게 들려 왔습니다.

    야옹! 야옹! 얼어 죽을 것 같아!

    소년은 소리쳤습니다.

    이 멍청이들! 무엇 때문에 비명을 지르는거야? 얼어 죽을 것 같으면 이 불 곁에서 몸을 녹이면 되잖아.

    소년이 그 말을 하자마자 두 마리의 커다란 검은 고양이들이 껑충 뛰어와 소년 곁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고양이들은 불이 번쩍번쩍하는 눈으로 소년을 무섭게 노려보았습니다. 잠시 후 몸을 다 녹이고 난 고양이들은 소년에게 말했습니다.

    이봐 친구, 우리 카드 한 판 할까?

    좋지. 하지만 우선 먼저 너희들의 발을 보여줘.

    고양이들은 자기네의 발톱을 삐쭉 내밀었습니다.

    맙소사! 발톱 한 번 엄청나군! 기다려, 내가 그 발톱을 깎아 줄 테니까.

    소년은 그렇게 말하면서 고양이들의 목덜미를 움켜 쥐고 목공용 작업대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그리고 고양이들의 발을 바이스(고정하는 기구)에 고정시켰습니다.

    소년은 말했습니다.

    내 너희 둘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지. 그런데 이제 카드 놀이 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져 버렸어.

    그러고 나서 소년은 그 고양이들을 흠씬 두들겨 패 죽인 뒤 물 속에다 던져 버렸습니다. 그가 고양이들을 처치하고 나서 다시 모닥불 곁에 앉으려는데 목에 새빨간 쇠사슬을 맨 검은 고양이들과 검은 개들이 사방에서 기어나와 그의 주위로 다가오는 바람에 그는 도망칠 수도 없게 되어 버렸습니다. 그들은 낮은 소리로 으르렁거리면서 모닥불을 마구 밟아 꺼버리려고 했습니다. 소년은 얼마 동안 그것들이 하는 짓을 지켜 보다가 하는 짓이 너무 고약하다 싶은 기분이 들자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칼을 움켜 쥐고 소리쳤습니다.

    여기서 썩 꺼져, 이 더러운 놈들아!

    그리고 그는 칼을 마구 휘두르기 시작했습니다. 일부는 달아나 버렸고 달아나지 않은 놈들은 소년이 모두 죽여 연못 속에 던져 버렸습니다. 제자리로 돌아온 소년은 남은 불씨들에다 대고 훅훅 바람을 불어 다시 불을 살려 내고 몸을 따뜻하게 했습니다. 그렇게 모닥불 옆에 앉아 있다 보니 점차 소년의 눈꺼풀이 무거워지면서 몹시 졸렸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던 소년의 눈에 방구석에 놓여 있는 커다란 침대 하나가 띄었습니다.

    내가 찾던 게 바로 이거야.

    소년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그 위에 누웠습니다. 그러나 소년이 침대에 누워 눈을 감자마자 침대가 요동을 치기 시작하더니 성 안을 마구 내달리는 것이었습니다. 소년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습니다.

    그래, 달려라 달려. 좀더 빨리 달려 보지 그래.

    침대는 여섯 마리 말이 끄는 마차처럼 번개같이 내달렸습니다. 문과 문을 지나서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와르르, 쿵쾅 하는 소리를 내면서 침대가 뒤집히더니 그것이 몸 위에서 산처럼 그를 내리눌렀습니다. 그러나 소년은 담요와 베개들을 내던지고 침대 밑에서 기어나와 말했습니다.

    자, 이 침대를 타실 분 있으면 얼마든지 타세요.

    소년은 모닥불 옆에 길게 누운 뒤 이튿날 아침까지 푹 잤습니다. 아침 나절 성 안으로 들어온 왕은 소년이 방바닥에 길게 누워 있는 광경을 보고는 소년이 유령들에게 목숨을 잃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 딱도 하지! 잘 생긴 아이였는데.

    왕이 중얼거리자 그 말소리에 잠에서 깬 소년은 주섬주섬 일어나 앉으며 말했습니다.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왕은 처음에는 놀랐지만 곧 기뻐하면서 하룻밤을 어떻게 보냈는지 물었습니다. 소년은 왕의 물음에 대답했습니다.

    아주 잘 지냈습니다. 이걸로 하룻밤은 무사히 지낸 셈이고, 나머지 이틀도 쉽게 보낼겁니다.

    소년은 여관 주인에게 갔습니다. 여관 주인도 놀라서 입을 딱 벌렸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다시는 널 못 볼 줄로만 알았는데. 그래 이제는 소름이 뭔지 알았니?

    아뇨.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어요. 누가 좀 가르쳐 줬으면 좋겠어요.

    두 번째 밤에도 소년은 그 낡은 성으로 들어가 불 옆에 앉아서 늘 하던 소리를 다시 늘어놓았습니다. 소름 좀 끼쳐 봤으면!

    자정이 가까웠을 때 소년은 요란한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 소리는 처음에는 낮게 들리다가 점점 커졌습니다. 곧이어 그 소리가 사라지면서 얼마 동안 잠잠하다가 갑자기 귀청을 찢을 듯한 비명 소리와 함께 반토막짜리 사람 하나가 굴뚝을 타고 내려와 소년의 발 밑에 툭 떨어졌습니다. 그것을 본 소년이 말했습니다.

    야, 이것 봐라! 반쪽이 달아나고 없네. 정상이 아니로군.

    또다시 요란한 소리가 나더니 고함소리와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면서 나머지 반쪽도 떨어져 내렸습니다.

    기다려. 너희들을 위해 불길을 좀 세게 해줄 테니.

    소년은 모닥불을 휘저어 불이 활활 타오르게 했습니다. 그리고 소년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그 반토막짜리 몸 두 개가 하나로 합쳐지더니 무시무시한 인상을 가진 사람으로 변하는 광경을 보았습니다. 그 사내는 소년의 작업대 위에 걸터앉았습니다.

    소년이 말했습니다.

    거기 앉으라고 허락해 준 적 없는데. 그 작업대는 내 거야.

    그 사내는 소년을 밀쳐 버리려 했으나 소년은 그대로 당하지 않고 힘껏 그 사내를 떠밀어 버린 뒤 자기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습니다.

    갑자기 굴뚝에서 많은 사람들이 차례차례 뛰어내려왔습니다. 그들은 아홉 구의 시체에서 나온 뼈들과 두개골 두 개를 가지고 와서 아홉 개의 뼈들을 세워 놓고 두개골을 굴려 쓰러뜨리는, 볼링 비슷한 게임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소년은 자기도 그걸 하고 싶어 물었습니다.

    이봐, 나도 끼워 줄 테야?

    돈을 갖고 있다면 끼워주지.

    돈이야 많지. 하지만 너희들이 갖고 있는 공들은 둥그렇지가 않구나.

    소년은 두개골들을 집어서 갈이기계에다 끼운 뒤 그것들이 둥그렇게 될 때까지 기계를 돌렸습니다.

    자, 이제는 더 잘 굴러갈거야. 야호! 이제 재미있게 놀아 보자!

    소년은 그들과 함께 게임을 하여 약간의 돈을 잃었습니다. 그런데 시계가 열두 시를 치자 모든 것들은 말끔히 사라져 버렸고 소년은 그대로 바닥에 누워 편안하게 잠이 들었습니다.

    이튿날 아침, 소년이 무사한가 알아보려고 성으로 온 왕은 소년에게 물었습니다.

    이번에는 어떻게 지냈지?

    볼링을 하다가 돈을 좀 잃었어요.

    그래 소름이 끼치지는 않았니?

    전혀요! 꽤 재미있었는걸요. 아, 소름이 뭔지 알 수만 있다면!

    사흘째 밤이 되자, 소년은 다시 작업대 위에 앉아 구슬프게 말했습니다.

    소름 좀 끼쳐 봤으면!

    밤이 으슥해지자 여섯 명의 거인들이 관 하나를 들고 왔는데, 그걸 본 소년이 말했습니다.

    아, 저건 며칠 전에 죽은 내 사촌동생임이 분명해.

    소년은 그들에게 손가락으로 신호하면서 소리쳤습니다.

    이리 와, 동생. 이리 와!

    거인들은 관을 바닥에 내려놓았습니다. 소년은 그리로 가서 관뚜껑을 들어올렸습니다. 관 속에는 시체 하나가 누워 있었습니다. 소년이 시체의 얼굴에 손을 대보니 얼음처럼 찬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소년이 말했습니다.

    기다려. 내가 널 따뜻하게 해줄 테니까.

    소년은 불 옆으로 가서 손바닥을 따뜻하게 한 뒤 다시 그걸 시체의 얼굴에 갖다 댔습니다. 하지만 시체의 얼굴은 여전히 싸늘했습니다. 그래서 소년은 시체를 관에서 들어내 불 옆으로 끌고 온 뒤 자기 무릎 위에 올려 놓고 시체의 두 팔을 계속 주물러 주었습니다. 마침내 시체의 몸에서 피가 다시 통하기 시작했지만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 때 소년은 두 사람이 한 침대에 누우면 서로의 몸이 더워진다는 말이 기억 나서 시체를 침대로 끌고 갔습니다. 그리고 침대에 눕히고 담요를 덮어 준 뒤 자기도 그 곁에 누웠습니다. 잠시 후 죽은 사람의 몸이 따뜻해졌고 곧이어 꿈틀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네 몸을 따뜻하게 해주지 않았으면 어쩔 뻔했어 그래?

    소년이 말을 하자 시체는 버럭 고함을 쳤습니다.

    이제 네 목을 졸라 주지!

    뭐라구? 고맙다는 인사가 고작 그거냐? 안 되겠다. 널 다시 관 속에 집어넣어 버려야지.

    소년은 시체를 번쩍 들어 관 속에 처넣고 뚜껑을 닫았습니다. 그러자 여섯 명의 거인들이 돌아와 관을 메고 나가 버렸습니다.

    소름이 끼치지 않아. 여기서 아무리 오래 지내도 소름 끼치는 법을 배우진 못할 거야.

    소년이 그 말을 하자마자 유령처럼 보이는 어떤 사람이 들어 왔습니다. 그는 다른 어떤 자들보다도 더 늙어 보였고, 더 커 보였으며, 턱에는 길고 하얀 수염이 달려 있었습니다. 그 늙은이는 소년에게 소리쳤습니다.

    이 악당놈아! 이제 소름이 뭔지 알게 될거다. 너도 죽을 때가 가까웠으니까.

    소년이 말했습니다.

    이렇게 빨리 죽는 건 싫어. 날 죽이려면 먼저 나를 이겨야 할걸.

    그러자 늙은이가 말했습니다.

    걱정마. 널 이길 테니까.

    입만 나불거리는군. 허풍 그만 떨어! 난 너만큼 강해. 아니, 더 강할지 몰라.

    늙은이가 다시 말했습니다.

    어디 정말 그런가 한번 볼까? 네가 나보다 더 강하다면 널 무사히 내보내 주지. 따라와. 시험해 보자.

    그는 소년을 끌고 캄캄한 복도를 여러 곳 지나 대장간으로 갔습니다. 거기서 그는 도끼를 집어 들더니 모루를 내리쳐 단 한 방에 모루를 땅 속에 들어가게 했습니다.

    난 그보다 더 잘할 수 있어.

    소년은 그렇게 말하면서 또 다른 모루가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하얀 수염을 늘어뜨린 늙은이는 소년이 하는 짓을 자세히 지켜보기 위해 소년의 곁으로 다가갔습니다. 소년은 도끼를 집어 들더니 단 한 방에 모루를 두 쪽 내고는 늙은이의 수염을 그 갈라진 모루 사이에다 끼워 버렸습니다. 그러고 나서 말했습니다.

    내가 이겼어! 죽을 사람은 바로 너야!

    소년은 쇠몽둥이 하나를 집어 들고는 늙은이를 때리기 시작했습니다. 늙은이는 엉엉 울면서 소년에게 많은 보물을 줄 테니 제발 쇠몽둥이로 때리지는 말아 달라고 사정했습니다. 소년은 쇠몽둥이를 내려놓고 늙은이를 놓아 주었습니다. 늙은이는 소년을 성의 지하실 방으로 데리고 가서 금이 가득 든 세 개의 궤짝을 보여 주며 말했습니다.

    하나는 가난한 사람들 것이고, 또 하나는 왕의 것이고, 남은 것은 당신 것입니다.

    그 때 시계가 12시를 쳤습니다. 그 늙은 유령은 소년을 어둠 속에 남겨 둔 채 사라져 버렸습니다.

    나 혼자서도 여기서 나가는 길을 찾을 수 있어.

    소년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어둠 속을 더듬어 드디어 그의 방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아냈습니다. 방으로 되돌아온 소년은 불 옆에 누워 잠이 들었습니다.

    이튿날 아침에 왕이 와서 말했습니다.

    이제는 소름이 뭔지 배웠겠지?

    소년은 대답했습니다.

    아뇨, 소름이란 게 뭐죠? 죽은 제 사촌동생이 여기 왔었고, 턱수염 난 사람이 와서 제게 지하실에 있는 엄청나게 많은 금을 보여 주기는 했지만 소름이 뭔지 가르쳐 준 사람은 아무도 없는걸요.

    그러자 왕은 말했습니다.

    그대는 성을 구했으니 내 딸과 결혼하도록 해라.

    소년은 대답했습니다.

    그거 아주 좋죠. 하지만 전 아직도 소름이 뭔지 모르겠어요.

    사람들은 지하실에서 황금을 꺼내 왔습니다. 그리고 성대한 결혼식이 거행되었습니다. 소년은 아내를 몹시 사랑했으며 아주 행복했지만 가끔씩 혼자 중얼거리곤 했습니다.

    소름 좀 끼쳐 봤으면! 소름 좀 끼쳐 봤으면 좋겠어!

    그의 아내는 그 일 때문에 은근히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시녀가 말했습니다.

    걱정마세요. 그분은 소름이 뭔지 제대로 아시게 될 테니까요.

    시녀는 왕궁 정원을 흐르는 시내로 나가서 양동이 가득 잉어를 잡아 왔습니다. 그 날 밤 젊은 왕이 잠들었을 때 그의 아내는 이불을 걷어 내고 차가운 물과 잉어가 가득 든 양동이를 그의 몸 위에 엎어 버렸습니다. 그러자 그 작은 물고기들이 그의 몸 위에서 펄떡펄떡 뛰기 시작하는 바람에 젊은 왕은 잠에서 깨어나 소리쳤습니다.

    오, 소름 끼친다! 소름 끼쳐! 이제 알았소, 부인. 소름이 뭔지를.

    5.

    늑대와 일곱 마리의 새끼 염소

    옛날 옛날에 엄마염소 한 마리가 일곱 마리의 새끼를 데리고 평화롭게 살고 있었습니다. 어머니라면 누구나 다 그렇듯이 엄마염소는 새끼들을 무척 사랑했습니다. 어느 날 엄마염소는 먹을 것을 구하러 숲으로 가야 했습니다. 엄마염소는 걱정이 되어 일곱 마리 새끼염소들을 불러다 놓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얘들아, 엄마가 숲에 가서 먹을 것을 구해 오마. 그동안 너희들은 늑대를 조심해야 한다. 늑대가 집 안에 들어오게 된면 그 놈은 너희들을 모두 잡아먹어 버릴거야. 뼈도 남기지 않고 말이야. 그 악당놈은 가끔 변장을 하기도 한단다. 그러니까 너희들은 그 놈의 쉰 소리와 검은 발을 보고 금방 그 놈을 알아볼 수 있어야 해.

    새끼염소들은 입을 모아 말했습니다. 엄마, 조심하고 있을 테니 염려하지 말고 다녀오세요.

    엄마염소는 매애애애 하면서 안심하고 길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엄마염소가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며 소리쳤습니다.

    문 열어라. 얘들아, 엄마가 먹을 걸 갖고 왔다.

    그러나 새끼염소들은 쉰 목소리를 듣고 그것이 늑대인 줄 대번에 알아차렸습니다. 그래서 다같이 소리쳤습니다.

    문을 열지 않을거야. 너는 우리 엄마가 아니야. 우리 엄마 목소리는 예쁘고 고운데 네 목소리는 잔뜩 쉬었잖아. 넌 늑대야!

    늑대는 가게로 가서 큼직한 분필 한 토막을 먹었습니다. 그러자 늑대의 목소리가 고와졌습니다. 늑대는 다시 새끼염소들이 있는 집으로 돌아와 문을 두드리며 소리쳤습니다.

    얘들아, 문 열어라. 엄마가 너희들이 먹을 걸 갖고 돌아왔단다.

    하지만 새끼염소들은 창턱에 걸쳐 놓은 늑대의 검은 발을 보고 소리쳤습니다.

    안 열거야. 우리 엄마 발은 그렇게 시커멓지 않아. 넌 늑대야!

    늑대는 빵가게로 달려가 주인에게 말했습니다.

    돌에 채이는 바람에 발을 다쳐 그러니 발에 밀가루 반죽 좀 발라 주슈.

    빵가게 주인이 밀가루 반죽을 발라 주자 이번에는 방앗간으로 달려가 주인에게 말했습니다.

    내 발에 하얀 밀가루 좀 뿌려 주슈.

    방앗간 주인은 이 늑대가 누군가를 속이려고 한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거절했습니다. 늑대가 무서운 얼굴을 하고 주인에게 말했습니다.

    내가 해 달라는 대로 해주지 않으면 잡아먹고 말 테다!

    겁이 난 방앗간 주인은 늑대가 해달라는 대로 늑대의 발을 하얗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늑대는 세 번째로 새끼염소들이 사는 집으로 가서 문을 두드리며 말했습니다.

    얘들아, 문 열으렴. 이 엄마가 숲에서 너희들이 먹을 걸 잔뜩 구해 갖고 돌아왔단다.

    그러자 새끼염소들이 소리쳤습니다.

    진짜 우리 엄만가 아닌가 알아보게 먼저 발을 보여 주세요.

    늑대는 창턱에 발을 올려놓았습니다. 새끼염소들은 하얀 발을 보고 진짜 엄마가 왔나 보다 생각하고 문을 열었습니다. 그러자 집 안에 발을 들여놓는 것은 바로 늑대였습니다. 새끼염소들은 겁에 질려 허겁지겁 숨었습니다. 첫째는 식탁 밑으로, 둘째는 침대 밑으로, 셋째는 오븐 속으로, 넷째는 부엌 안으로, 다섯째는 찬장 속으로, 여섯째는 세면기 속으로, 일곱째는 시계 상자 속으로 각각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늑대는 새끼염소들을 하나하나 통째로 삼켜 버린거죠. 그런데 늑대는 시계 상자 속에 숨은 막내만은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배가 차자 아주 만족한 늑대는 넓은 초록색 풀밭에 있는 나무 밑으로 뒤뚱뒤뚱 걸어가 그 밑에 누워 잠이 들었습니다.

    잠시 후 숲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온 엄마염소는 집 안이 난장판이 되어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집 문은 활짝 열려 있고, 식탁, 의자 등 가구들이 모두 뒤집혀 있었으며, 세면기는 바닥에 떨어져 박살이 나 있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침대시트와 베개들도 침대 밑에 나뒹굴고 있었습니다. 엄마염소는 이곳저곳 새끼들을 찾아보았지만 아무 데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시계 상자를 놓아 두었던 곳에서 막내의 가냘픈 목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엄마, 나 시계 상자 속에 있어요.

    엄마염소는 막내를 꺼냈습니다. 막내는 늑대가 와서 언니들을 모두 잡아 먹었다고 말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엄마염소는 불쌍한 새끼들을 생각하며 얼마나 슬피 울었는지 모릅니다.

    엄마염소는 슬피 울며 밖으로 나왔습니다. 막내도 엄마 곁을 졸졸 따라갔습니다. 풀밭에 이르렀을 때 그들은 늑대가 머리 위에 있는 나뭇가지들이 부르르 떨릴 정도로 코를 크게 골며 자고 있는 광경을 보았습니다. 늑대가 잠들어 있는 그 주위를 빙빙 돌며 이것저것 살펴보던 엄마염소는 늑대의 불룩한 뱃속에서 뭔가가 꿈틀거리며 움직이고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엄마염소는 생각했습니다.

    ‘맙소사. 늑대가 저녁거리로 삼켜 버린 내 불쌍한 새끼들이 아직 저 뱃속에 살아 있는 건 아닐까?’

    엄마염소는 막내한테 집에 가서 가위와 실과 바늘을 가져오라고 했습니다. 막내가 그것들을 가져오자 엄마염소는 늑대의 배에 가위를 댔습니다. 엄마염소가 가위로 늑대의 배를 살짝 가르자마자 새끼염소의 머리 하나가 튀어나왔습니다. 그리고 좀더 가르자 여섯마리의 새끼염소들이 차례로 늑대의 뱃속에서 튀어 나왔습니다. 새끼들은 모두 털끝만큼도 다치지 않은 채 말짱하게 살아 있었습니다. 그 먹보가 너무나 허기진 나머지 여섯 마리 새끼들을 씹지도 않고 통째로 삼켜 버렸기 때문입니다. 어미와 새끼들이 뛸 듯이 기뻐한 건 새삼 말할 필요도 없지요! 새끼들은 어미를 끌어안고 깡충깡충 뛰었습니다. 그 때 엄마염소가 말했습니다.

    자, 얘들아. 들에 가서 돌멩이를 주워 오너라. 저 못된 놈이 잠들어 있는 동안 저 놈 뱃속에다 돌멩이들을 가득 채워 놓을 거니까.

    일곱 마리의 새끼들은 얼른 흩어져 늑대의 뱃속을 가득 채울 수 있을 만큼 돌멩이들을 주워 왔습니다. 엄마염소는 늑대의 뱃속에 돌멩이들을 꽉 채운 뒤 늑대가 깨어나기 전에 날렵한 솜씨로 늑대의 배를 꿰맸습니다.

    늑대는 실컷 자고난 뒤 몸을 일으켰습니다. 뱃속에 돌멩이들이 꽉 들어 차 있었기 때문에 늑대는 몹시 목이 말랐습니다. 샘으로 가서 물을 마시려고 걸음을 옮기던 늑대는 이리 비틀 저리 비틀 했습니다. 늑대의 뱃속에 들어 있는 돌멩이들이 서로 부딪치면서 요란한 소리를 냈습니다. 그러자 늑대가 소리쳤습니다.

    "내 뱃속에서 덜거덕거리는 것들이 무엇일까?

    내 뼈들이 부서지는 소리일까?

    내가 먹은 건 여섯 마리의 새끼염소들뿐인데,

    그 놈들은 돌멩이들보다 더 무겁구나."

    늑대가 샘가로 겨우 와서 물을 마시기 위해 몸을 앞으로 기울이자 무거운 돌멩이들이 앞으로 우르르 몰리는 바람에 늑대는 그만 거꾸로 물 속에 처박혀 죽고 말았습니다. 이 광경을 본 일곱 마리의 새끼염소들은 일제히 샘가로 달려와 크게 소리쳤습니다.

    늑대가 죽었다! 늑대가 죽었다!

    새끼들은 엄마와 함께 샘 주위를 돌면서 기쁘게 춤을 추었습니다.

    6.

    충신 요하네스

    어느 늙은 왕이 병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앓다가 이번에는 분명히 죽을 것이라고 생각한 왕은 시종들에게 큰 소리로 명령했습니다.

    충신 요하네스를 이리로 들라 해라.

    왕이 가장 아끼는 신하인 요하네스는 왕을 평생토록 진심으로 섬겼기 때문에 ‘충신 요하네스’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그가 왕의 침대 곁으로 다가가자 왕이 말했습니다.

    나의 가장 충성스런 요하네스여, 나는 최후가 가까워오는 걸 지금 느끼고 있소. 하지만 나는 다른 것은 아무것도 염려가 되지 않소. 오직 왕자가 걱정될 뿐이요. 아직 너무 어려서 자기한테 이익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해가 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고 있소. 그대가 왕자의 양아버지가 되어 주시오. 만약 그렇지 않으면 나는 안심하고 눈을 감을 수 없을 것이오.

    충신 요하네스는 왕에게 다짐했습니다.

    저는 절대로 왕자님을 저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제 목숨을 바쳐서라도 왕자님을 충실히 모시겠습니다.

    그러자 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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