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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만필: 우리나라 최초 산문집
음악만필: 우리나라 최초 산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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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만필: 우리나라 최초 산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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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 산문집~!!
나는 과거 4반세기 동안 여행을 하였다.
그리고 이 여행은 연전에 일어나던 세계대전 이상의 큰 변동이 내 몸에 생기지 않는 한, 나의 일생을 두고 계속될 장기의 여행일 것이다. 그러나 내가 여기서 말하는 여행이란 기차 타고 화륜선(火輪船)을 타고 다니는 그러한 여행은 아니다. 그렇다고 낙타를 타고 다니는 사막의 여행도 아니다. 말하자면 끝도 밑도 없는 세계에의 여행이다. 나는 이 여행 중에서 듣고 보고 한 모든 것을 어떤 때는 적어두기도 했고, 어떤 때는 오려 두기도 했고, 어떤 때는 친우와 노변(爐邊)에 앉아서 이야기했고, 또 어떤 때는 신문이나 잡지에 단편적으로 기고(寄稿)도 했던 것이다. 그러한 것을 조각조각 주워 모아 한 책에 골라 베낀 것이 곧 이것이다.
Language한국어
Publisher온이퍼브
Release dateMay 17, 2020
ISBN9791163395379
음악만필: 우리나라 최초 산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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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만필 - 홍 난파

    음악만필(音樂漫筆)

    지은이 홍난파

    발행일 2020년 05월 16일

    발행인 김응환

    편집 · 디자인 박순임

    홍보 · 마케팅 김지현

    펴낸곳 온이퍼브

    등록번호 제 2011-000124호

    등록년원일 2011년 08월 08일

    E-mail onepub@naver.com

    값 8,000원

    ISBN 979-11-6339-537-9 05810

    ⓒ Copyright ⓒ 2020 onepub.

    All rights reserved.

    이 책은 저작권법에 따라 보호를 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전재와 무단복제를 금지하며, 이 책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용하려면 반드시 저작권자의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 이 책은 코펍체를 사용하였습니다.

    프롤로그(PROLOGUE)

    제1부 35 야화

    1. 이탈리아 소녀

    2. 진주의 선물

    3. 옛날의 적수

    4. 마스카니의 제자

    5. 이별의 소야곡

    6. 사교와 음악

    7. 극장에서 천당으로

    8. 묘모(猫毛)의 흉식(胸飾)

    9. 유럽의 큰북 2개

    10. 세계의 오직 3인

    11. 호접부인(胡蝶夫人)

    12. 주점의 전속 악사(樂士)

    13. 복수의 술잔

    14. 벨리니의 비련

    15. 극장으로!

    16. 불가능의 사람

    17. 한 잔 물을

    18. 프랑크의 기재(奇才)

    19. 쌍둥이 바이올린

    20. 입옥(入獄) 자원(自願)

    21. 악성의 침실

    22. 연주가의 태도

    23. 전쟁의 곡(曲)

    24. 술 먹지 않는 악기

    25. 영광스러운 봉욕(逢辱)

    26. 피아니스트의 횡액(橫厄)

    27. 키스의 벼락

    28. 영웅 교향곡

    29. 침묵의 이유

    30. ‘카르멘’작곡 비문(秘聞)

    31. 종달새의 노래

    32. ‘로렐라이’의 유래

    33. ‘악마의 트릴

    34. 이상한 보물

    35. 월광(月光)의 곡(曲)

    제2부 논초(論抄) 1속(束)

    • 동서 음악의 비교

    • 가정 음악에 대하여

    • 색채 음악에 대하여

    • 재즈 음악에 대하여

    • 음악가로서 본 세인의 청각

    • 셰익스피어와 음악

    제3부 한시한필(閑時閑筆)

    • 문호 시성(詩聖)의 음악관

    • 과거 악성의 수명

    • 구미의 저명한 실내악단

    • 세계의 대표적 교향악단

    • 음악과 건강

    • 음악과 모발의 관계

    제4부 노변(爐邊) 백화(百話)

    1. 정차명령

    2. 1만 불의 두발

    3. 시니컬한 냉소

    4. 1인 2중주

    5. 기막힌 절평(絶評)

    6. 폐물 음악회

    7. 이야기의 방해

    8. 피아니스트의 명답

    9. 본직은 문지기

    10. 엄청난 음악학교

    11. 대가(貸家)라고

    12. 이것은 ‘봄’이다

    13. 30만 원의 바이올린

    14. 방송료 5만 원

    15. 내 노래를

    16. 생명보다 돈

    17. 관극료 6만 불

    18. 제2 바이올린을

    19. 날아갔습니다

    20. 기막힌 이야기

    21. 제1바이올린만으로

    22. 간부(姦婦)의 남편

    23. 이리 오라고 해라

    24. 시집을 가시오

    25. 대신(大臣)의 증명

    26. 너무 소인수(少人數)

    27. 구두시간(口頭試間)

    28. 문지기와의 대화

    29. 톱으로 연주

    30. 우리는 무엇을

    31. 휘파람의 인사

    32. 원무곡왕(圓舞曲王)의 기지(奇智)

    33. 훌륭한 반주

    34. 구세주의 개작

    35. 과도의 예우

    36. 알뜰한 보물

    37. 생색 없는 수고

    38. ‘마왕’의 작곡

    39. 자화자찬

    40. 천직은 불가피

    41. 신동의 예사(禮射)

    42. 욕심 많은 부인

    43. 잠 안 오는 자장가

    44. 모차르트의 실연

    45. 승려의 전직

    46. 진기한 관례

    47. 불행한 예언

    48. 선하심(先何心) 후하심(後何心)

    49. 말보다 실행

    50. 관대한 찬사

    51. 솔직한 고백

    52. 악기 도살자

    53. 영구의 결별

    54. 순진한 변명

    55. 돈견(豚犬)으로 상쟁

    56. 동전이 없습니다

    57. 죽어서는 손(損)

    58. 구원된 명기(明器)

    59. 3B, 3S, 3M

    60. 바그너와 13의 수(數)

    제5부 악성(樂聖) 연사(戀史)

    • 베토벤과 불후의 총자(寵者)

    • 리스트의 국제적 연애

    • 쇼팽과 그의 연인

    제6부 광상소곡

    • 광상소곡

    • ALOHA OE

    난파(蘭坡) 연보

    음악만필

    [音樂漫筆]

    음악만필

    音樂漫筆

    홍난파 지음|온이퍼브 옮김

    제(題)하여 <음악만필(音樂漫筆)>이라 하였다.

    매약상(賣樂商)의 약 포장지 같은 서문이나 머리말 따위는 쓰고 싶지 않지만, 그러나 이 책 자체를 놓고 생각할 때, 이것이 본시 뼈도 없고 줄기도 없는, 말하자면 창작도 아니요 번역도 아니요, 논문도 수필도 아니며, 그렇다고 문학서도, 순수한 음악서도 아닌 일종의 악의 없는 붓장난이라면, 책머리에 이렇게 쓰는 것도 또한 일종의 붓장난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과거 4반세기 동안 여행을 하였다.

    그리고 이 여행은 연전에 일어나던 세계대전 이상의 큰 변동이 내 몸에 생기지 않는 한, 나의 일생을 두고 계속될 장기의 여행일 것이다. 그러나 내가 여기서 말하는 여행이란 기차 타고 화륜선(火輪船)을 타고 다니는 그러한 여행은 아니다. 그렇다고 낙타를 타고 다니는 사막의 여행도 아니다. 말하자면 끝도 밑도 없는 세계에의 여행이다.

    나는 이 여행 중에서 듣고 보고 한 모든 것을 어떤 때는 적어두기도 했고, 어떤 때는 오려 두기도 했고, 어떤 때는 친우와 노변(爐邊)에 앉아서 이야기했고, 또 어떤 때는 신문이나 잡지에 단편적으로 기고(寄稿)도 했던 것이다. 그러한 것을 조각조각 주워 모아 한 책에 골라 베낀 것이 곧 이것이다.

    나는 이 한 권의 잡동사니가 독자 여러분에게 음악에 대한 이해나 혹은 감수성을 도와 드리리 라고는 감히 생각지 않는다.

    그러나 또한 이것을 읽어서 별 큰 해가 없으리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춘향전을 읽고 지친 끝이거나, 혹은 구운몽(九雲夢) 같은 데 심취된 때에, 한 방울의 청신제(淸新劑)라도 되지나 않을까 하는 주제 넘는 생각에서 이것을 발표하는 것이요, 동시에 나의 사반세기(四半世紀)의 과거 여행을 청산하고, 지금부터는 좀 더 보람 있는 새 생활, 새 여행을 해보리라는 생각에서, 묵은 짐을 풀어 패각(貝殼)을 방축(放逐)하는 것이다.

    1938년 7월 1일

    애아(愛兒) 정희(丁姙)의 탄생 1주년을 맞는 날

    난파 씀

    35야화

    (夜話)

    1

    이탈리아소녀

    뜻한 웃옷을 맵시 나게 입은 파리의 젊은이들은 가벼운 발길로 첫 여름에 밤거리를 이리저리 소요하는 것이 그들에게는 유일한 즐거움이 없습니다. 어느 카페를 가보거나 푸른 연기, 붉은 등불 아래에는 청춘 남녀의 웃음소리가 제철이나 만난 듯이 요란스럽게 흘러나왔습니다.

    나직나직한 정화(情話), 외로움을 하소연하는 남자들의 휘파람, 맥주잔이 서로 마주칠 때에 일어나는 아찔아찔하고도 기분 좋은 음향… 웃음과 말소리가 꽉차있는 이 카페에는 매일 밤같이, 한 젊은 가희(歌姬)가 찾아오는 것입니다. 이 소녀의 이국적 용모도 확실히 일종의 매력을 가졌지만, 그녀의 아름다운 노래야말로 깊어가는 밤과 함께 청춘의 피를 타오르게 하던 것입니다.

    대체 어디 사는 여자일까?

    한 번 이 소녀의 노래를 들은 사람치고는 이 같은 의문을 품지 않은 이 없게 되어, 이 종류의 남자들은 날이 저물기를 기다려서, 이 카페의 문안으로 발길을 급히 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필경은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그 소녀의 뒤를 쫓아 밤을 새워가면서 이 카페에서 저 카페로 그림자 같이 따르는 카페 순례자의 무리까지도 생기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이 소녀의 본색을 알아내기 위하여 별별 수단을 다 써 보았습니다만, 그러나 어느 한 사람도 시원한 대답을 들어 본 일은 없었습니다.

    나요? 베니스에서 왔어요. 뱃사공의 딸이구요. 이름이요? 이름도 성도 그런 것은 없어요.

    그 소녀는 언제나 쾌활한 음성으로 이같이 대답하는 것이었습니다.

    이탈리아 소녀! 뱃사공의 딸! 이 말을 듣는 사람은 으레 잔잔한 강상(江上)이나 로맨틱한 곤돌라를 연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는 거기다가 일종의 알지 못할 달콤한 공상조차 그리어 보곤 했습니다. 남쪽 나라의 한 떨기 꽃송이에 그럴 듯이 알맞은 향기와 빛이 그 소녀의 몸을 싸고도는 듯이 생각되었습니다.

    그런 때에 갑자기 한 큰 변사(變事)가 일어났습니다. 어느 카페에나 없어서는 아니 될 이 소녀의 노랫소리는 고별의 인사 한마디조차 없이 슬그머니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구슬을 굴리는 듯한 이 소녀의 노래가 들리지 않게 되자, 젊은이들의 발그림자는 자연히 멀어지게 되고, 보기만 해도 시원하고 씩씩하던 맥주의 빛까지도 검은 구름이 낀 것 같았습니다.

    카페의 밤은 마치 부슬비 뿌리는 그믐밤과 같았습니다. 누구든지 서로 만나기가 무섭게 첫 인사가 반드시 이탈리아 소녀의 간 곳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그 계집애가 어떤 신사와 같이 가데…….

    신사?

    응, 신사치고도 아주 훌륭한 신사야. 그다지 젊지도 않데만, 또 그리 늙어 뵈지도 않아.

    소문은 소문을 낳았습니다. 그러나 어느 한 사람도 참 사실을 아는 이라고는 없었습니다.

    이탈리아 소녀는 어떻게 되었노?…

    남몰래 은근히 나오는 한숨과 함께 이 같은 의문은 대답해 주는 이도 없건만 몇백, 몇천 번 되풀이되는 동안에 두서너 달의 세월은 흘렀던 것입니다.

    모처럼 진정되어 가는 젊은이들의 마음에는 갑자기 다시 큰 폭풍이 일어났습니다. 카페란 카페의 둥근 탁자에 둘러앉아 있는 넋을 잃은 젊은이들의 입에서는 벼락이 떨어지듯이 아우성 소리와 기쁨의 부르짖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오페라 쁘파로 가자!

    오페라 쁘파로!

    바람결에 불려서 몰려드는 모기떼와 같이, 이 ‘오페라 쁘파로!’라는 부르짖음은 이 카페에서 저 카페로 때를 옮기지 않고 쭉 퍼져 버렸습니다.

    오페라 쁘파라고 하면 그 당시(18세기 말) 전성의 절정에 있던 파리의 대가극장이었습니다. 첫 여름 카페로부터 갑자기 모습을 감추자, 천만 사람이 모두 아까와하고 그리워하던 문제의 이탈리아 소녀가 돌연히 이 큰 극장의 무대 위에 나타나게 되었으니, 이 경이의 새 사실이 젊은이들의 뛰는 가슴을 어찌 사로잡지 않을 수가 있었겠습니까? 환호, 갈채, 열광, 전부터 이 소녀를 알던 사람은 다시 두말할 것도 없거니와, 지금에 처음으로 이 소녀의 노래를 듣게 된 사람치고는 어느 누구나 놀라지 않는 이 없었고 칭찬하지 않는 이 없었습니다.

    어제까지도 다만 이탈리아 소녀로, 또는 뱃사공의 딸로 알았던 이국의 표랑가년(漂浪歌女)가 오늘에는 일약 파리의 프리마돈나가 된 것입니다.

    그 여자가 카페로부터 몸을 숨기던 그 날 밤의 일입니다. 그 소녀는 카페로부터 나오자마자 한 신사에게 붙잡힌바 되없습니다. 그 신사야말로 오페라 쁘파의 지배인으로, 이 소녀의 희세(稀世)의 미성(美聲)에 많은 기대를 가지고 즉석에서 극장으로 데리고 갔던 것입니다.

    표랑의 한 소녀로부터 파리의 프리마돈나로 일약한 행운의 이탈리아 소녀! 그녀의 이름은 *반티 지오르기였습니다.

    *반티 지오르기(Brigida Banti Giorgi)는 1759년에 롬바르디의 크레마라는 곳에서 태어나 1906년에 폴로나에서 죽은 가극 가수. 프리마돈나는 가극의 주역을 맡은 스타 여가수의 뜻.

    오페라 쁘파는 프랑스말로 희가극 명칭의 일종인데, 당시 파리에 있던 한 가극장의 이름.

    2

    진주의선물

    웨덴의 서울 스톡홀름에한 가련한 고아가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요한네였습니다, 그 소녀는 양친을 잃어버린 뒤 어떤 과부 노파의 집에서 길리우게 되었습니다. 길리웠다면 듣기에 그다지 거북할 것도 없지마는 실상인즉 길리웠다는 것보다도 종보다 더한 천대를 받으면서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중까지 힘 드는 일과 주인 노파의 심부름을 하기에 고달픈 팔다리를 쉴 겨를이 없었던 것입니다.

    요한네란 이름은 그 소녀의 생부모가 지어주었을 뿐이요, 이 집으로 오게 된 다음부터는 이 깍정아, 거지새끼야가 그의 이름이 되고 만 것입니다. 그러나 이같이 갖은 학대를 받고 지내는 요한네에게도 오직 한 가지의 위안물이 있었으니, 그것은 고달픈 일을 하면서도 눈물에 얽힌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서, 자신의 불행을 스스로 위로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소녀는 그의 어린 나이에 비겨서는 아주 딴판으로 어찌나 목소리가 아름다웠던지 그의 고운 음성으로 가만가만히 남몰래 부르는 노래는 하루 이틀 지나갈수록 근처 동네에 소문이 나게 되어, 온 동네 사람들의 이야깃거리가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어떤 날 저녁때, 그 집 앞을 지나가던 어떤 귀부인이 그 소녀의 노래를 듣고, 몹시도 마음이 감동되어, 요한네의 뛰어난 재주와 타고난 고운 음성을 그냥 썩히기는 아까와 했던지, 소녀로 하여금 지금까지의 쓰라리고 괴로운 생활에 작별을 하고, 그 귀부인의 집으로 함께 가게 하였던 것입니다.

    이 고아 요한네야말로 뒷날에 ‘꾀꼬리 아가씨’라는 별명으로 천하 사람의 귀염을 한 몸에 받게 된 제니 린드 양이었으니, 그는 귀부인의 집으로 옮겨 온 뒤로부터, 음악 학교에 들어가서 훌륭한 선생의 지도 아래에서 정식의 음악 교육을 받게 된 것입니다.

    늙은 과부의 집에서, 음악 학교로, 다시 왕립극장으로! 진흙 속에 버림을 받았던 주옥(珠玉)이 이제는 씻기고 닦이고 문질러져서, 찬란한 광채를 내게 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꾀꼬리 아가씨’가 프랑스의 유명한 가수 라쁘라슈와 함께 처음으로 같은 무대에 출연하게 된 때의 이야기입니다. 연습하러 왔다가 처음으로 ‘꾀꼬리 아가씨’의 노래를 들은 라쁘라슈는 그의 아름다운 목소리에 홀딱 반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눈이 둥그레지고 가슴이 두근거렸을 뿐이지, 무엇이라고 칭찬을 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이윽고 그는 두 손을 싹싹 비비면서 입에 침이 말라가지고,

    참말 훌륭하십니다. 무엇이라고 칭찬할 말씀이 없습니다. 마음속으로 오직 감탄할 뿐입니다. 그대의 한 소리 한 소리마다 모두 값비싼 진주알과 같습니다.

    하고, 늘어놓을 수 있는 대로 칭찬의 말을 늘어놓았습니다.

    뜻밖에 굉장한 칭찬을 받은 제니 린드는 아무 대답도 없이 오직 생긋생긋 웃기만 했습니다. 이윽고 무대 연습이 시작되자, 그 여자는 라쁘라슈의 옆으로 가까이 오더니,

    미안하지만 모자를 잠깐만 빌려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하고, 은근하고도 친절하게 청했습니다.

    모자를요?

    라쁘라슈는 이상히 생각하면서도 모자를 벗어주었습니다. 그 여자는 공손이 절을 하며 모자를 받아 들고서는 무대 저쪽으로 걸어갔습니다. 무대 한복판에 가서는 몸을 빙글 돌려 돌아서서 라쁘라슈를 향하여 꼿꼿이 서더니, 그 모자를 자기 입에 가까이 갖다 대고는 어여쁜 음성을 목이 터지도록 내어 질러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듣고 또 듣고 몇 번을 다시 들어도 들을수록 새 맛이 나는 아름다운 음성이었습니다. 라쁘라슈는 또다시 감격하여 소리를 질러 칭찬을 하자, 그 여자는 그의 곁으로 살짝살짝 걸어와서 극히 다정하고도 점잖은 태도로,

    저는 아까 선생께서 칭찬해주신 호의에 대하여 답례를 드리렵니다. 무릎을 꿇으시고 정중히 이것을 받으십시오.

    하고 말했습니다. 라쁘라슈는 너무도 창졸간에 무엇을 받으라는 줄도 모르고, 그 여자가 명하는 대로 한 다리를 굽혀 꿇어앉았습니다. 답례로 받으라는 것은 조금 전에 *제니 린드에게 빌려주었던 지기의 모자!

    아까 그처럼 굉장히 칭찬해 주시던 진주올시다. 당신께서 사랑하시는 이 진주를 저는 당신의 모자에 하나 잔뜩 부어왔습니다. 자, 받으십시오.

    * 제니 린드(Jenny Lind)는 1820년 10월 6일에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 출생하여 1887년 11월 2일에 사망했습니다. 당대 세계 일류의 유명한 소프라노 가수로 ‘스웨덴의 앵무’니 ‘꾀꼬리 아가씨’니 하는 아름다운 별명으로 세상 사람들은 그를 애칭해 주었습니다.

    3

    옛날의 적수 

    *헨

    리엣테 손탁이 비엔나에서 처녀무대를 밟게 된 때에는 그의 선배들 많았고 경쟁자도 또한 적지 않았습니다. 그 중에도 아마리 스타닝겔의 인기야말로 대중을 압도하는 위에, 그 여자의 예술에는 일종의 독특성이 있어서, 도저히 남의 추종을 허락하지 않던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보니 그 여자야말로 당연히 손탁에게는 둘도 없는 두려운 적수가 되었을 것은 의심할 여지조차 없는 일이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스타닝겔을 누를 수가 있을까?'하는 경쟁심은 손탁의 심중에 맹렬히 불붙어서 은연히 그 여자를 시기하고 미워하는 한편으로는 밤낮의 분별이 없이 눈에서 불이 나도록 맹연습을 해오던 것입니다. 어쨌든 그 여자의 노력과 정열과 또 그의 타고난 천품은 그의 예술에 나날이 새로운 광채를 더했던 것입니다.

    헨리엣테! 그 이름이 점점 음악팬들의 입에서 오르내리게 됨과 동시에 영광이 비치는 날은 마침내 그 여자에게. 찾아오고야 만 것입니다. 그 여자는 훌륭한 독립한 가수로서 비엔나의 좁은 무대로부터 유럽의 본무대에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이때 그 여자의 득의(得意)와 만족은 족히 미루어 알 것이 아닙니까?

    그러나 그렇게도 그 여자의 마음을 괴롭게 하고 강한 자극을 주던 스타닝겔의 이름도, 길고 긴 동안의 유럽 편력 중에는 뇌리에서 사라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수년이 지난 후 베를린에 정주(定住)하게 된 때에는, 그 여자의 예술은 더욱 원숙한 경지에 들어가서 세상의 인기는 바야흐로 하늘을 찌르는 듯했습니다.

    어떤 청명한 날 아침 헨리엣테는 마차를 몰아서 베를린의 교외로 산책을 할 제, 맑고도 깨끗한 아침 공기는 심신을 함께 유쾌와 열락(悅樂) 속으로 끌어들일 때에, 그 여자는 문득 전날의 비엔나 시대를 회상하고 몹시 그리워했던 것입니다. 바로 이때였습니다. 동구 밖 한 모퉁이로부터는 지금 바로 생각하고 있던 그 그리운 <비엔나의 노래>가 바람결에 들려왔습니다. 아무리 급한 볼일이 있기로서니 그냥 모른 체하고 지나칠 수 없는 그리운 옛 노래, 힘껏 맘껏 아침의 청신한 공기를 마시려고 나온 그 여자, 더구나 옛날의 애달픈 추억을 꿈꾸고 있던 그 여자에게 있어서 이 얼마나 반가운 경희(驚喜)였겠습니까? 그는 마차를 머물게 하고서 정신없이 그 노래에 취해 있었던 것입니다.

    아아, 몹시도 아름다운 음성! 몹시도 그리운 노래! 부지중에 그 여자는 마차에서 내려와서 그 음성의 주인공을 찾아갔던 것이었습니다. 그 주인공은 어여쁘기는 했지마는 의복은 몹시도 남루한 한 작은 소년이었음에는 새삼스럽게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이 예쁘기도 하지…너 누구한테 그 노래를 배웠니?

    <비엔나의 노래> 말씀이어요? 우리 어머니께 배웠어요.

    어머니께? 퍽 재주있구나. 네 아버지는?

    소년은 갑자기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 모양을 자세히 보니, 이 애는 걸인인 것이 분명했습니다. 그 여자는 눈치 없게도 어린애의 슬픔을 자아내게 해준 것을 뉘우치는 동시에, 까닭 모를 연민의 정이 끓어올랐습니다. 헨리엣테는 그대로 버릴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친절한 말로 달래어 가면서 그 소년의 내력을 캐물었던 것입니다.

    듣기에도 구슬픈 이야기는 소년의 입으로부터 힘없이 새어 나왔습니다. 소년의 어머니는 본시 유명한 가수였으나, 수년 전에 안질에 걸려서 백약의 효험이 없어서 지금은 장님이 되었답니다. 설상가상으로 그 여자의 천래(天來)의 미성(美聲)도 점점 쇠퇴해지기 시작하여, 그는 정든 무대생활에 석별의 눈물을 뿌린 지도 이미 오래되었다고 합니다. 병신이 된 가수……. 그는 날을 거듭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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