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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에 흔들리는 사람들: 사람의 마음을 믿고 싶은 당신을 위한 책
거짓말에 흔들리는 사람들: 사람의 마음을 믿고 싶은 당신을 위한 책
거짓말에 흔들리는 사람들: 사람의 마음을 믿고 싶은 당신을 위한 책
Ebook320 pages3 hours

거짓말에 흔들리는 사람들: 사람의 마음을 믿고 싶은 당신을 위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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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is ebook

속임수와 믿음 사이에서
상처 받은 당신을 위한 관계심리학
세계를 놀라게 한 희대의 거짓말쟁이에 대한 뉴스는 언제나 강력한, 그러나 모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사람들은 이들의 실체를 알게 되었을 때 두려움과 공포감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경탄의 감정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피해를 입은 사람이 내가 아니라면, 속이는 재주가 있는 그들에 대하여 ‘악당이지만 호감 가는 존재’라고 여긴다. 계급을 뛰어넘어 부자와 권력자들의 세계로 편입하는 능력을 그들이 가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책《거짓말에 흔들리는 사람들》은 세계를 놀라게 했던, 또는 내 주변에서 한 번쯤은 경험해본 적 있는 다양한 거짓말쟁이 사례를 통하여 그러한 행동 속에 숨겨진 인간의 욕망과 속마음을 세밀하게 포착한다. 그리고 모든 인간에겐 그 내면 깊숙한 곳에 ‘타인에게 속을까봐 두렵다’는 마음과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거짓말이 필요하다’는 상반된 두 마음이 공존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저자들은 타인의 눈에 비춰진 자기 모습에 예민한 인간의 모습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 거짓말이 어떻게 미덕으로 포장되는지, 그 모순의 근원과 숨겨진 사회 심리를 관계심리학으로 쉽게 설명하고 있다.

Language한국어
Publisher애플북스
Release dateMay 10, 2016
ISBN9791157711581
거짓말에 흔들리는 사람들: 사람의 마음을 믿고 싶은 당신을 위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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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짓말에 흔들리는 사람들 - 스텐 티 키틀

    Alles Bluff! Wie wir zu Hochstaplern werden, ohne es zu wollen. Oder villeicht doch?

    Copyrights ⓒ by Steen T. Kittl and Christian Saehrendt

    Copyrights ⓒ 2011 Wilhelm Heyne Verlag,

    a division of Verlagsgruppe Random House GmbH, München, Germany

    No part of this book may be used or reproduced in any manner

    whatever without written permission except in the case of brief quotations embodied in

    critical articles or reviews.

    Korean Translation Copyright ⓒ 2013 by Vision B&P

    Korean edition is published by arrangement with Verlagsgruppe Random House GmbH

    through BC Agency, Seoul

    이 책의 한국어판 저작권은 BC 에이전시를 통한 저작권자와의 독점 계약으로 비전 B&P에 있습니다.

    저작권법에 의해 한국 내에서 보호를 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

    작가 소개

    스텐 티 키틀(Steen T. Kittl)

    조형예술, 문화학, 문화사를 전공했다. 베를린에서 저술 활동과 더불어 프리랜서 예술감독 및 콘셉트 기획자로 일하고 있다.

    크리스티안 제렌트(Christian Saehrendt)

    역사학자이자 예술사가. 2002년 하이델베르트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스위스 툰 호숫가에서 살고 있다.

    두 사람은 공동으로 네 권의 책을 저술했으며, 대표작으로는 베스트셀러가 된 《Das kann ich auch! Gebrauchsanweisung fur moderne Kunst(그건 나도 할 수 있어! 현대미술 사용 설명서)》가 있다.

    옮긴이 류동수

    고려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독어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독일 뒤셀도르프 하인리히 하이네 대학교에서 독어학과 언어학을 수학했다. 옮긴 책으로는 《국가부도》,  《내 인생 나를 위해서만》,  《태고의 유전자》,  《내 안의 돌고래를 찾아라》 등이 있다.

    서문 빙산의 일각

    Chapter 01

    직장에서 잘나가는 것과 뻥

    45분 동안의 독백

    세계적인 금융 사기꾼의 거침없는 매력

    부도덕성을 키우는 구조

    리스크가 없으면 재미도 없다?

    금융 마술사와 그의 경영 비밀

    최고경영자(CEO)는 소시오패스

    경력은 이렇게 쌓는 법!

    능력자로 보일 수 있는 몇 가지 방법

    사기꾼 기질은 신입사원의 핵심 자격요건

    Chapter 02

    이건 틀림없이 사랑이야!

    매력 만점의 가짜 제임스 본드

    소울메이트를 연출하는 프로의 자세

    완벽한 남자의 완벽한 위장

    애정 사기꾼의 여러 가지 수법들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자신을 남의 손에 넘겨주는 일

    멋진 외모는 명함보다 힘이 세다

    그걸 사랑이라 부르자

    진화하는 '트로피 와이프'

    혼인 사기는 영혼마저 빼앗는다

    사랑에 죽고 사랑에 살고

    Chapter 03

    사회적 뻥의 가장 뜨거운 사례들

    천사로 둔갑하고 싶은 사기꾼들

    존경받는 사기꾼의 탄생

    가짜 질병이 판치는 세상

    피해자는 있는데 범인은 없다

    남의 관심은 곧 내 삶의 비타민

    이타적 행동의 이면

    스위스 축구계를 속인 아랍 왕자

    백색의 가운을 동경하는 사기꾼들

    아이덴티티 시대의 필수품, 거짓말

    Chapter 04

    과학 및 정치분야의 몽상가들

    정치가와 과학자의 공생관계

    저 하늘의 달은 아무나 따나

    도덕이 사라진 실험실

    가짜 졸업장, 가짜 학위

    카리스마와 사기의 상관관계

    정치인은 자기 연출의 귀재

    왕자와 거지는 한 끗 차이

    뻥쟁이의 사회적응 가능성

    참고문헌

    서문

    빙산의 일각

    공사장 인부가 우연히 특수 안경을 발견하고 그걸 써본다. 순간 수많은 외계인들이 보인다. 그들은 인간의 탈을 쓴 채 우리와 함께 뒤섞여 살고 있다. 또한 인간 세상의 중요한 지위를 은밀히 장악한 외계인은 오래전부터 인간을 지배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이 살고 있다!They live>는 컬트무비의 대가 존 카펜터John Carpenter 감독이 만든 영화다국내에서는 <화성인의 지구 정복>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다 ─ 옮긴이. 지난 수십 년 동안 신분을 사칭하는 온갖 사기사건에 직면할 때마다 이 영화가 뇌리를 스쳐갔다.

    실체가 드러난 사기꾼에 대한 뉴스는 언제나 강력한, 그러나 모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돌팔이 의사가 환자를 진료했다는 이야기, 조종사 자격증 비슷한 것도 없이 여객기를 운행한, 멋진 파일럿 제복을 입은 수상쩍은 인간들 또는 불과 몇 년 전에야 세기의 사기꾼으로 밝혀진 ‘버니’ 메도프Medoff처럼 욕심에 눈먼 투자자들을 등쳐먹은 자칭 금융 천재들. 이들은 우리에게 두려움과 공포를 야기하지만, 경탄의 감정을 유발하기도 한다. 사기의 당사자만 아니라면 사람들은 그런 사기꾼을 흔히 계급적 한계를 뛰어넘어 사회의 유력계층, 부자, 권력자의 세계로 슬쩍 끼어들 줄 아는, 악당이지만 호감 가는 존재로 여기기 때문이다.

    아직 탈을 벗지 않고 사기꾼으로 살아가는 이는 몇 명이나 될까? 드러난 사기 사례가 단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면? 우리 주변에 수많은 뻥쟁이들이 정체를 감춘 채 돌아다니고 있다면?

    이런 가정을 뒷받침하는 예가 있다. 신문의 구인 광고면을 펼쳐보라. 구인 대상은 언제나 외국어도 잘하고, 젊지만 노련하고, 해외 실습 유경험자에, 우수한 졸업 성적, 협동정신 및 지도력을 갖춘 사람이다. 노동시장에서 찾는 사람은 슈퍼맨과 슈퍼우먼뿐이다. 이런 구인업체의 면접에 초대받은 이는 어떻게든 번지르르한 간판을 유지해야만 한다. 물론 여기에는 약간의 뻥이 가미된다. 이런 짓을 편치 않은 마음으로 하는 이도 있지만,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연출된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이성 친구를 찾는 신문광고나 인터넷의 애인 중개 사이트를 보면 세상은 매력적인 사람,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람, 엄청난 대성공을 거둔 사람들로 넘쳐난다. 아닌 게 아니라 직장 동료, 친구나 친지들과의 일상적인 만남에서도 기만적인 자기 연출과 이기利己의 곡예가 오늘날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해준다. 이런 뻥은 진작부터 우리 시대의 너무나 당연한 행위의 하나로 터를 잡았다.

    신분을 사칭하는 사기꾼은 과거에는 공생의 규칙을 무시한 채 마치 예술가인 양 자신이라는 작품을 연출한 아웃사이더였지만, 이제 이들은 좀 더 현실적인 ‘사기詐欺 경영 시스템’으로 대체되고 있다. 오늘날 산더미처럼 쌓여가는 사기 사례는 이런 시스템이 현재 고조기에 있음을 의미한다. 이를 우리는 ‘사교력, 커뮤니케이션에서의 강점, 유연성’ 또는 평생 가는 ‘학습능력’ 같은, 사람들이 요란하게 떠들어대는 덕목의 응축물이라고 본다.

    필자는 이와 같은 뻥의 급속한 확산 뒤에 무엇이 있는지 뒤쫓아보았다. 이런 사고방식은 일상생활 깊은 곳까지 들어와 있다. 오래전부터 존경받은 사기수법이건잘 팔릴 거야!에서부터 외관상 성공한 것으로 보이는 인생을 완벽하게 연출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거의 누구도 이런 뻥의 흡인력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사기 전염병’이 만연하고 사기 재주를 타고났다 싶은 사람 천지다. 진화를 통해 물려받은 이 유산이 우리의 하이테크 자본주의라는 여건하에서, 또 언제 끝날지 기약할 수 없는 위기의 현실이라는 의식하에서 통제 불능의 상태에 빠진 것은 아닐까? 이러한 현실이 수많은 사람들의 ‘진짜 나’에 대한 동경과 진정한 삶, 스스로 결정하는 인생을 영위하려는 노력과 공존할 수 있을까?

    이 사회는 얼마나 많은 뻥을 용인할 수 있을까? 표절 연구 전문가 데보라 베버-불프Debora Weber-wulff 식으로 질문을 바꿔보자.

    돈으로 산 논문으로 졸업을 한 건축가의 계산에 따라 만들어진 다리 위로 차를 몰고 갈 것인가?

    유감스럽게도 현실은 글 첫머리에서 언급한 영화와 달리 돌아가고 있다. 거기서는 우주적 차원의 문제조차도 결국 주먹다짐으로 해결된다. 이와 달리 우리는 아직 그 끝을 알 수 없는 어떤 동향의 맨 처음 단계에 서 있다. 그래서 거울을 볼 때도 심지어 도대체 누구를 보고 있는지 물어보아야 할 판이다.

    45분 동안의 독백

    뉴욕시 3번가 립스틱 빌딩. 1998년, 파크 에비뉴 근처에 있는 이 건물 19층에서 10여 명의 거대한 재산을 소유한 개인투자자들이 만났다. 이들은 버나드 매도프Bernard L. Madoff에게 투자하려 한다는 점과 거대한 경제적 권력에도 불구하고 이 모임을 오랫동안 기다렸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매도프라는 인물이 엄청나게 바쁜 사람이기 때문이다. 브루클린 출신의 금융 중개인 매도프는 돈 찍는 기계로 최고의 명성을 날렸다. 몇 년 전 증권 거래 자동화를 위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도입했으며, 북미 증권시장Nasdaq의 공동 창립자로 여러 해 동안 이사직을 맡기도 했다. 나스닥 시장은 얼마 안 가 세계 최대의 전자 주식시장이 될 거라고 했다. 매도프 증권Madoff Securities은 시장 여건의 변동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듯한 수익률을 자랑하는 중개업체로 통했다. 매도프 증권은 투자자에게 매우 까다롭다. 아무 돈이나 다 받는 게 아니다. 사장이 투자자와 개인적으로 만나 면담하는 일 역시 극도로 드물다. 프랑스의 디자이너 겸 건축가 필립 스타크Philippe Starck의 디자인으로 꾸며진 회의실에 한 자리씩 차지한 열두 명의 신사들은 그래서 더더욱 행복해하고 있었다. 서늘하고 약간 어둑어둑한 데다 정갈한 분위기. 게다가 공간 내 모든 것은 직각으로 정돈돼 있다. 건물 평면은 둥그스름한 꼴인데 말이다. 매도프 증권의 모든 사무실은 뉴욕이든 런던이든 모두 동일한 스타일로 꾸며져 있다. 흰색, 검정, 회색의 무채색 계열, 전혀 흠 잡을 데 없이 잘 정돈된 책상, 극도의 정결함과 투명성이 사무실 분위기를 압도한다. 감시 카메라는 도처에서 돌아간다. 디자인과 질서, 겉으로 드러난 부분의 완벽성은 회사 설립자의 개인적 취향이다.

    문이 열리더니 버나드 매도프가 모습을 드러냈다. 중키에 머리가 희끗희끗한 그는 진지하고 정중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었다. 잠시 정겨운 말이 오간 다음 투자자 한 사람이 매도프 사장님, 제가 사장님의 투자 성향을 자세히 살펴봤는데 참 인상적이더군요.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사장님의 전략은 정확히 어떤 모습인가 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시민대학 강좌 수강생들과의 귀찮은 질의응답 시간인 양 매도프는 몸짓도 없이 ‘스플릿 스트라이크 컨버전Split-Strike Conversion’ 전략을 설명했다. 저는 S&P 100 중에서 주식 30 내지 35종을 구입한 다음 이를 풋옵션 매입으로 보호합니다. 그리고 이 전략에 필요한 자금은 콜옵션 매각으로 마련하지요. 그게 전부인가요? 좀 더 자세한 내용으로 들어갈 수는 없을까요? 잠재 투자자가 묻는다. 죄송합니다만 그건 곤란합니다라고 말을 끊고 매도프는 이렇게 덧붙였다. 전략의 세부적 내용은 비밀이라는 점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이 모임의 투자자산은 수십 억 달러에 달하는데 그 대부분을 매도프의 손에 쥐어주려는 순간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말이 없다. 아무도 더 캐묻지 않는다. 더 이상 설명을 요구했다가는 바보 취급을 당할까 봐 두려운 것이다. 어쨌든 수십 년 동안 20% 수준의 수익률을 유지했다는 것으로 인해 호기심 어린 질문이 제기되었다. 브라질의 한 투자자가 몸을 일으켰다. 그는 브라질 명문가를 대표하는 사람이다. 매도프는 이제 금융시장의 본질에 대한 논문을 한 편 가져온다. 그의 몸짓은 금융계의 모든 핵심 요건을 제어하고 있음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것 같다. 자신의 중요한 말을 예시하기 위해 두 손은 늘 반복적으로 지구를 그린다. 마치 지구의 명운이 전능한 매도프의 손에 달려 있는 양 말이다. 그러면서 장황하고 별 알맹이도 없는 말로 기업 철학을 설명하고 이를 주의, 통제, 책임 의식, 견고하고 다양화된 포트폴리오, 보수적 구조 등과 같은 잘 알려진 개념어로 치장한다. 45분에 걸친 독백이 끝났다. 매도프는 그 의혹 제기자도 설득한 것이다. 참석자들은 안도감과 더불어 이제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인사이더 서클에 들어갔음을 느끼며 회의실을 떠난다. 들떠 있는 모습이다. 아닌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은 개인 면담을 위해 여러 해를 기다려야 하며, 때로는 그것조차도 무위로 돌아갈 수 있음을, 아니면 매도프 증권은 당신네 투자를 전혀 받을 생각이 없다. 미안하다는 내용을 전자메일로 통보받는 것을 그들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세계적인 금융 사기꾼의 거침없는 매력

    수십 년에 걸쳐 자신을 금융 천재라고 연출한 매도프의 행위는 종국에 이르러 역사적 기록을 남겼다. 저 유명한 ‘폰치 수법Ponzi-Schema, 단기에 고율의 이자를 보장한다며 돈을 끌어들이는 사기수법. 이자 지급을 위해 갈수록 더 많은 돈을 끌어들어야 함. 피라미드 수법이라고도 함’, 시쳇말로 눈덩이 시스템을 이용해 희대의 금융 사기를 친 매도프는 최소 200억 달러 규모의 손실을 입혔으며 21세기 최초의 심각한 금융 및 경제위기 과정에서 투기적 자금 순환의 간판격 인물이 되었다. 그는 이 분야 범죄에서도 최대의 사상누각을 쌓아올린 건축가인 것이다. 매도프는 투자자로부터 엄청난 금액의 돈을 받아 1990년대 초부터 자기네 시스템 유지에 필요한 경상비를 제외하고는, 전액 낭비로 점철된 생활방식 유지에만 사용했다.

    매도프의 거짓말 구조가 붕괴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재산만 잃은 것이 아니었다. 몇몇 사람들은 목숨마저 끊어버렸다. 예컨대 프랑스 귀족 가문 출신으로 자산 컨설팅회사 소유주인 르네 티에리 마종 들라 빌르위셰René Thierry Magon de la Villehuchet 같은 사람이 그랬다. 그의 회사 직원들은 유럽의 호화 리조트에서 룩스알파Luxalpha 펀드를 판매했고, 거기서 조성된 수십억 달러의 돈이 매도프의 회사에 투자되었다. 매도프가 도주하기 직전, 금융위기가 이미 본격화한 시점에 마종 들라 빌르위셰는 안심되는 듯 미국 ‘금융 천재’의 회사는 예전과 다름없이 잘 굴러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이 꼬였음이 분명해지자 2008년 12월 23일 자기 사무실에서 문을 잠근 후 손목을 그어버렸다. 피는 쓰레기통 안으로 떨어졌다. 자신의 숨이 끊어진 후에 적어도 카펫이라도 깨끗이 남아 있기를 바라며 그곳에 두었음이 틀림없다.

    2년 뒤에는 매도프의 아들 마크가 자기 집 거실에서 개 줄에 목을 매 자살했다. 옆방에는 두 살 된 아들이 잠들어 있었고 죽은 그의 곁에는 개가 있었다. 아버지의 투자회사에서 일하면서도 아버지의 사기 행각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고 한 아들 매도프 주니어는 채권자와 언론의 압박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 마크는 아버지에 대해 극도로 실망한 상태였으며 이후 아버지와 단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버나드 매도프는 그 와중에 150년형을 언도받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연방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매도프는 누구와의 비교도 불허하는 완벽한 방식으로 사기를 연출했다. 그는 회사 내부에서 엄격하면서도 친절하게 행동했으며, 직원들에게는 평균을 웃도는 급료와 정기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한 반면, 투자자들에게는 과시하듯 차갑고 매정하게 대했으며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로 하여금 황송하게도 고객의 일원이 되는 데 더 몸 달아하도록 만들었다. 매도프에게 투자하겠다는 열망은 그의 투자자 무리에 낄 수 없다는 초조감과 실망감에 비례해 증가했다. 매도프는 함부로 범접 못할 큰 어르신 역을 맡고, 그러는 동안 억만장자 카를 샤피로Carl J. Shapiro의 사위로 머리가 잘 돌아가는 로버트 재프Robert Jaff가 신규 자금 유입을 맡았다. 매도프는 그렇게 자기 이미지를 관리할 수 있었으며, 정체가 폭로될 위험성이 조금이라도 수반되는 개인적 만남은 줄였다. 그렇게 몇 달 또는 몇 년을 기다린 끝에 투자자들이 마침내 친히 볼 기회를 얻게 되면 매도프에 대한 비판적 생각은 거품 날리듯 사라지고 말았다. 그들은 금융계의 대사제에게 추가 질문도 하지 않은 채 수백만 내지 수억 달러의 돈을 바쳤다.

    게다가 매도프는 스페인의 산탄더Santander 은행이나 스위스의 UBS 같은 유명한 은행과도 수지맞는 거래를 했다. 매도프의 파산 관리인 어빙 피카르Irving Picard에 따르면, 이런 규모와 기간 동안 눈덩이 시스템이 가동된 것은 UBS 측의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UBS 측 자금공급펀드인 룩스알파Luxalpha와 그루프망 피낭시에Groupement Financier를 통해 유럽 투자자의 돈에 접근하도록 UBS가 매도프를 도와주었다는 것이다. 또 유럽 투자자들은 그것이 진짜 UBS 펀드라고 믿었던 반면, 은행은 이 펀드를 통해 매도프 측에 자금 이전을 해주면서 최소 8,000만 달러를 수수료로 챙겼을 뿐이다.

    매도프는 사상 최고의 사기꾼의 자리에 있던 닉 리슨Nick Leeson을 끌어내리고 그 자리를 차지했다. 리슨은 1995년 초 무모한 거래로 223년 역사를 자랑하는 베어링 은행Barings Bank을 파산시킨 바 있다. 영국 여왕도 이용한 이 은행은 젊고 야심 많은 이 직원을 싱가포르로 파견해 소위 파생상품 업무를 맡겼다. 여러 증권 거래소의 가격 차이를 이용해 돈을 버는 업무였다. 위험도가 낮은 반면 별로 재미가 없는 이 일은 리슨의 성에 차지 않았다. 멀리 떨어져 있는 런던 본사에서 자신의 활동을 통제할 수 없었으므로 그는 1993년, 보다 위험도가 높은 선물先物 거래를 시작했다. 이 거래에서는 물품이나 금융 상품의 가격이 특정 만기일에 유효하며 그날 지불되어야 하는 것으로 합의가 이루어진다. 만기일에 상품의 가격이 실제로 더 높게 제시되면 원래 합의한 가격에 물건을 사서 더 높은 가격에 팔게 되므로 이 거래로 큰돈을 벌 수 있다. 반대의 경우가 되면 합의한 대로 더 많은 돈을 지급해야 한다.

    리슨은 유명한 금융 중개인으로 출세하기를 꿈꿨다. 또 실제로 그렇게 유명해졌다. 나중에 다른 거래에서 돈을 벌어 빚을 청산하겠다는 희망으로 자신이 만든 비밀 계좌의 점점 늘어나는 손실을 감추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 1993년 말에 88888이라는 번호를 가진 계좌⁸은 중국에서 행운의 숫자다에는 2,300만 파운드가 넘는 빚이 쌓였다. 그러나 지능적 사기꾼이 되어버린 리슨은 계속 스타 중개인인 듯 행세했고 런던에는 이익을 올리고 있다고 보고했다. 런던 본사에서는 그에게 황금의 손이라는 찬사와 함께 고액의 보너스를 제공했다. 1994년 말, 베어링 은행 소속 중개인들은 최고경영진으로부터 리슨을 본보기로 삼아 분투하라는 요구까지 받았다. 싱가포르 국제 외환시장 선물거래소Simex는 이 활달한 영국인을 최고의 중개인으로 뽑아 시상하기도 했다.

    그사이 이 투기꾼의 운이 오락가락하기도 했으나 결국 손실이 몇 배로 늘어나 총 14억 달러가 되어 더 이상 감출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끝에 가서는 매일 과일맛 나는 젤리를 5킬로그램이나 먹어치웠다는 리슨. 그는 마침내 포기했다. 런던의 상사에게는 이렇게 썼다. 업무 압박이 크고 건강도 악화되어 나자빠지기 일보 직전입니다. 그런데 나자빠진 것은 리슨이 아니라 오히려 은행이었다. 그는 죄송합니다라는 제목이 붙은 쪽지를 컴퓨터에 붙여놓고 아내와 함께 휴가를 떠나버렸다. 영국에서는 파운드화 가치가 나락으로 떨어졌고 의회는 위기대책 회의에 들어갔다.

    그사이 일요판 언론사는 누가 최대의 손해를 입히는지 신이 나서 풍성하게 다뤘다. 금융시장에서 무분별한 게임을 일삼는 것은 투기꾼인가, 아니면 여러 세대 동안 나라 살림살이에 빚을 안겨서 나라 전체를 금융시장이 갖고 놀 공으로 만들고 뇌물을 받아먹은 정치인인가 말이다.

    그러나 매도프는 정치와 시장 사이에 인위적 대립을 만들 필요가 없음을 알고 있었다. 상원의원들은 그에게서 정기적으로 정당 후원금을 받았다. 게다가 그는 지능적 금융 사기꾼으로서의 이력을 쌓기 시작할 무렵부터 증권거래소 통제당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으려 애썼다. 이런 밀접한 관계 덕에 그의 회사는 정밀한 감사를 한 번도 받은 적이 없었다. 그는 자신에 대한 사회적 인정을 촉진하기 위해 스스로를 박애주의자로 연출했으며 정기적으로 거액을 자선 목적에 기부했다. 이는 다시 그 재단의 재산과 설비를 자기네 투자기금으로 끌어들이는 데 효과적인 광고 수단이 되었다. 매도프는 정기적으로 배당금을 나눠줌으로써 고객의 기분을 좋게 유지해주었는데, 이는 투자자의 자금을 장기간 자신의 사기 펀드에 그대로 묶어두는 역할을 했다. 매도프는 이미 수차례에 걸친 금융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바 있으니 계속 그렇게 갈 수도 있었으리라고 보았다.

    그러나 국제 금융시장에서의 과도한 사기가 2008년에 이르러 큰 비난을 불러일으켰고 이에 따라 다수의 투자자들은 자기 돈을 급히 필요로 했다. 그래서 매도프 증권은 갑자기 70억 달러에 달하는 상환 요구에 직면했다. 감당할 수 있는 돈은 10억 달러에 불과했다. 이제 왕이 궁전을 나서서 몸소 이 집 저 집 다니며 돈을 빌려야 할 판이었다. 엄청난 규모의 상환 요구에 직면한 그는 이제 은행과 전문투자자 사무실 카펫 위에 섰다. 극도의 위기 상황에서 그는 새로운 충격적 금융상품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상품에는 상환 요구를 포기한 사람만이 참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자기 회사 내에서 그는 마지막까지 가상의 세계에 살았다. 체포되기 이틀 전까지도 직원들과 성공적인 한 해를 기원하며 건배를 했다. 그때는 이미 5억 달러짜리 마지막 대형 펀드가 붕괴된 뒤였다.

    부도덕성을 키우는 구조

    매도프가 자신을 대단한 기업인으로 연출한 것은 의심할 여지없이 성공적이었다. 혁신적 기업인을 위한 조언서를 보면 한결같이 비전을 설득력 있게 제시함으로써 투자자, 여신 제공자, 고객을 확보해야 한다고 돼 있다. 또 기업인은 이익과 가치 창조를 약속해야 하며 장기적 안목, 신뢰, 지성, 경험, 사회적 관계망을 과시해야 한다고 했다. 청중은 ‘여기에는 경제적 진화를 개척하는 사람들이 일하고 있다, 이곳에 있으면 선두 그룹의 일원으로 미래 시장에 동참할 수 있으며 조기에 큰 이익을 올린다’는 인상을 받아야만 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통념을 벗어난 사고, 전망, 상호 교류에 과장이 끼어들 때 이에 더욱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사례가 레파트 엘-사예트 ‘박사’Dr. Refaat El-Sayed다. 그는 스웨덴 생명공학 기업인 페르멘타Fermenta 사장으로, 1980년대에 수많은 기업과 금융기관에 손해를 입힌 인물이다. 이집트 출신인 그는 말을 빨리했으며 억양도 강했고 토막말에다, 맥락을 무시하고 말했으며 수치와 데이터로 곡예를 했고 동시에 온기와 관대함을 드러내고, 공감 능력과 암시 능력을 보여주었다. 한마디로 냉정하고 진지한 스웨덴의 기업계에서 절대적으로 별종이었으며, 그래서 단박에 ‘돈 불리기의 천재’라는 평가가 붙었다. 사실 페르멘타 사의 높은 주가는 그가 조작한 결과였으며 수많은 자금 이전과 투자도 거짓으로 꾸민 것이다. 가짜로 붙인 박사 호칭이 그에게는 결국 불행의 족쇄가 되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어떤 사업적 태도가 합법적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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