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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智는 어떻게 삶을 이끄는가: 지식을 넘어서는 통찰력을 얻는 힘
지智는 어떻게 삶을 이끄는가: 지식을 넘어서는 통찰력을 얻는 힘
지智는 어떻게 삶을 이끄는가: 지식을 넘어서는 통찰력을 얻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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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智는 어떻게 삶을 이끄는가: 지식을 넘어서는 통찰력을 얻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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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is ebook

AI시대, 단순한 앎에서 그치지 않고
사고하고 통찰하는 힘만이 삶의 나침반이 된다!
이 책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고 헤쳐나가게 하는 나침반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지금까지와 같이 상식에 근거한 고정된 세계관을 고수한다면 더 이상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이제 다방면의 지식, 과학적인 사고법에 바탕을 두고 감춰진 세상의 원리와 구조를 파악하여 세계관을 수정해나가야 한다.
저자 완웨이강은 물리학 박사 출신으로 다양한 학문을 넘나드는 지식, 유연한 사고와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일반인뿐만 아니라 지식인 계층으로부터도 인정받는 칼럼니스트다. 그는 교육학, 통계학, 윤리·철학, 경제학, 진화심리학, 수사학, 첨단과학 등 현대사회를 구성하는 여러 주요 분야를 두루 섭렵한 식견을 펼치며, 동떨어져 보이던 세상의 요소들을 통섭적으로 파악하고 세상을 움직이는 법칙을 꿰뚫어보는 방식을 일러준다. 즉 우리가 삶을 이끌어갈 때 믿고 활용할 수 있는 사고의 도구를 개발해주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단순한 지식(知識)이 아닌, 지혜와 식견을 겸비한 지식(智識)이 어떻게 삶의 힘이 되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Language한국어
Publisher애플북스
Release dateJun 17, 2019
ISBN97911577138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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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智는 어떻게 삶을 이끄는가 - 완 웨이강

    완웨이강 萬維鋼 지음

    중국과학기술대학교를 졸업한 뒤 현재 미국 콜로라도대학교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물리학자이자 칼럼니스트. 다양한 학문을 넘나드는 지식, 유연한 사고와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이성적・과학적 사유에 바탕을 둔 글을 쓴다. 발상의 전환, 시야의 확장을 촉진하는 글로 중국 네티즌뿐 아니라 지식인 계층에서도 유명하다. 전작 《이공계의 뇌로 산다》는 중국 CCTV선정 ‘올해의 책’, 국가도서관 ‘문진도서상’을 수상하고 2015년 중국 아마존 교양분야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그 외 저서로 《10만 가지의 호기심》 《유언비어 시대의 사이언스》 등이 있다.

    이지은 옮김

    중앙대학교 중국어학과와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중 통역학과를 졸업하고 게임 로컬라이제이션 중화권 PM으로 근무했다. 현재 게임・IT 산업 분야 번역사, 출판 전문 번역사로 활동 중이다. 번역서로는 《영혼을 훔친 황제의 금지문자》 《부자 중국, 가난한 중국인》 《레드머니 : 중국은 어떻게 달러 제국을 잠식하고 있는가》 《중국을 통해 본 생활경제학》 《누가 중국경제를 죽이는가》 《벼랑 끝에 선 중국경제》 《진시황 : 신화가 된 역사 그리고 진실》 등이 있다.

    智識分子:做個復雜的現代人

    Copyright © 2016 by 萬維鋼

    Copyright © 2016 by Publishing House of Electronics Industry

    Korean translation copyright © 2018 by Vision B&P Co., Ltd.

    All Rights Reserved.

    Korean language edition arranged with Vision B&P Publishers through Linking-Asia International Inc.

    이 책의 한국어판 저작권은 연아 인터내셔널을 통한 Publishing House of Electronics Industry와의 독점계약으로 비전비엔피가 소유합니다.

    저작권법에 의하여 한국 내에서 보호를 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전재와 무단복제를 금합니다.

    • 일러두기

    1. 중국 인명은 발음식으로 표기했습니다.

    2. 외국도서 중 ‘원제’라고 표기가 된 것은 국내에 출간되지 않은 책입니다.

    여는 말:

    복잡한 현대를

    지식인(智識人)으로 살아가기

    이 책은 현대 세계에 관한 내용으로 현대인이 반드시 갖춰야 할, 그리고 현대인만 지닐 수 있는 ‘지식(智識)’, 즉 지혜와 견해를 다루고 있다. 현대 세계를 이해하고 나아가 무언가를 결정함에 있어서 지식은 필수 불가결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사회 변혁이라는 거대한 틀에서 봤을 때, 이 책에서 제시하는 사상은 관용어나 전고(典故, 시나 문장 작성 시 인용되는 고대 고사와 유래–옮긴이)로 발전해 우리의 문화 DNA로 미처 자리 잡을 새도 없었을 만큼 상당히 새로운 축에 속한다. 각 과학 영역에서도 최신 정보에 속하는 이런 사상은 전문가가 아닌 이상 알기 어렵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특별한 전문지식 없이도 이해할 수 있다. 왜냐면 이런 사상은 과학자, 철학자, 엔지니어, 기업가, 창업자, 대학생, 교수 등 각 분야에서 현대 세계에 남다른 호기심을 가진 집단 사이에 이미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앞서 언급한 사람들은 전통적인 의미의 ‘지식인(知識人)’이자, 동시에 ‘지식인(智識人)’이다.

    나는 과학 연구를 생업으로 삼고 있지만 어디 가서 직업이 물리학자라고 말하기에는 차마 부끄러운 성과를 내는 데 그치고 있을 뿐이다. 직업이 직업이니만큼 물리 연구에 매진해야 옳겠지만, 전공과 무관한 서적을 읽으며 물리학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 글을 쓰기도 한다. 전공이 아닌 일에 열심히 매달리는 내게 혹자는 물리학자가 그렇게 한가한 직업이냐며, 엉뚱한 일에 시간 버리지 말라고 나무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다른 사람보다 시간이 남아돌아서가 아니라,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현대 세계에 대한 남다른 호기심과 관심 때문에 나는 지금의 자리로 이끌리게 되었다. 현세대의 최신 동향, 사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특정 분야에 정통한 지식인(知識人)의 역할에만 만족한다면 그 삶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로 인해 시대의 흐름에서 도태되는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지식(智識)에 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는데, 그 형태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1. 지식에 대한 3대 도전

    첫째, 세상은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자주 연필을 애용한다. 그런데 평범하기 그지없는 한 자루의 연필이라도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느 것 하나 허투루 지나갈 수 없다. 먼저 연필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살펴보자. 연필은 크게 흑심, 홈이 팬 나무로 구성된다. 용도에 따라 끝에 지우개가 달리거나 금속 테두리 등으로 장식되기도 한다. 원자재에서 가공 작업, 조립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중간 과정을 거친 끝에 한 자루의 연필이 탄생한다. 이렇게 흔히 볼 수 있는 연필도 개인이 온전히 자신의 힘만으로 만들어낼 수 없다. 연필 한 자루를 만드는 데 투입되는 사람은 각자의 영역만을 담당할 뿐이다.

    하이에크(Friedrich August von Hayek)•는 이것을 시장의 힘이라고 설명했다. 지식(知識)은 여러 집단 속으로 흩어진 채 분산화(Decentralization)를 지향하고, 시장은 사람들을 조직해서 분업을 통한 협업을 유도한다. 당신이 특정한 지식을 지녔다면, 가격 신호(Price Signal)에 합리적으로 반응하기만 해도 먹고사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가 모든 지식을 소유하려 든다면, 또 전체적인 상황을 통제하고 계획까지 세우려 한다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는커녕 오히려 난처한 처지에 몰리게 될 것이다.

    • 1899~1992. 1974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오스트리아 태생의 영국 경제학자. ‘자유시장경제 옹호자’, ‘통화주의 아버지’로 불렸던 그는 자유주의의 입장에서 모든 계획경제에 반대하였다.–옮긴이

    왜냐면 현대사회는 전통적인 연필 생산자가 직면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만일 현대적 사상을 지녔지만 낮은 임금을 받는 연필 생산자라면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그러면 현재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경제 지식을 공부해야 한다. 또한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연필에 문구나 무늬를 새기라고 공장 측에 건의할 수도 있다. 이는 경제학과 무관한 심리학과 관련된 문제이므로 심리학에 대한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 그 외에도 알아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금의 나는 내 ‘밥그릇’이 튼튼한지 그것이 가장 궁금할 것이다. 주변에서 연필 제조업은 사양산업이라고 하는데, 그 말을 믿어야 하는 것일까? 사양산업이라고 말하는 근거는 또 무엇이란 말인가? 비용 절감 차원에서 도입하는 기계에 일자리를 빼앗기는 것은 아닐까? 사장한테 아부라도 떨어야 하나? 내 자식이 나보다 번듯한 직장에서 일하도록 하려면 입시교육과 인성교육 중에서 무엇에 더 치중해야 하는가?

    이처럼 가격 신호만으로 모든 물음에 답할 수 없을 만큼 현대사회는 복잡하게 변하고 있다. 우리는 날마다 수많은 문제를 마주한다. 과연 이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스로 고민해 봐도 소용없으니 고전에서 답을 구하겠다며 《삼국지연의(三國志演意)》, 《손자병법(孫子兵法)》, 《후흑학(厚黑學)》 등을 뒤적거리지만 결과적으로 아무런 소용도 없다. 비교적 단순했던 전통사회의 경험과 사상으로 복잡하기 짝이 없는 현대사회를 이해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둘째, 인공지능(AI)이 서서히 인간을 대신하고 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본문에서 자세히 다룰 예정이지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사람들은 예상보다 훨씬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단순노동이나 심지어 일부 고급 기술을 포함한 많은 작업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하는 추세에 있다. 머지않아 우리는 사고방식을 혁신하지 않으면 도태를 피할 수 없는 시대에 살게 될 것이다.

    셋째, 많은 사람이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고 있지만 사회 전체적인 계층화 현상은 날로 확대되고 있다.

    최근 실시된 빈부격차에 대한 연구에서 한 가지 사실이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동안 빈민과 부자를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는 보유한 자산이나 누릴 수 있는 기회처럼 ‘수치’로 환산할 수 있는 것이었지만, 이제는 문화와 관념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서 빈곤은 더 이상 경제적 상황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고방식과도 깊은 관련을 맺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사고방식의 차이는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Rich Dad Poor Dad)》와 같은 재테크에 대한 인식의 차이로만 머물지 않고 삶을 대하는 전반적인 자세 또는 태도와도 직결된다.

    예를 들어서 이방인에 대한 신뢰는 당신이 속한 계층의 수준을 반영한다. 미국 보스턴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이탈리아 이주 노동자 계층의 사회적 관습에 대한 조사 결과•, 이들이 가족, 친척,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 친구에게 보여주는 신뢰는 그 어떤 이방인에 대한 신뢰보다 높았다. 그들은 외부의 존재에 대해 호기심, 심지어 적대감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도 했다. 영국에서 실시된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노동자 계층과 빈민층은 주변의 가족, 친구, 지인만 알아들을 수 있는 은어를 즐겨 사용한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의 말을 외부인이 이해하든 말든 아무런 관심도 없는 이들과 달리 중산층은 가급적 모든 사람에게 자신의 말을 이해시키려 노력한다.

    • 이 연구와 뒤에서 다루게 될 영국의 연구는 모두 브링크 린지(Brink Lindsey)의 《인본 자본주의 (원제: Human Capitalis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연, 학연에 집착하는 중국인은 어떤 계층에 속할까? 지인으로 형성된 전통사회 또는 원시사회에서 비롯된 진화심리학으로부터 영향을 받는 가치관에 빠져 있지는 않을까? 현대사회가 추종하는 이성적 사고를 과연 갖추고 있을까?

    우리가 사는 세상은 결코 녹록지 않다. 노력한 만큼 성과를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모두 행복하게 살게 되는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래서 낙후된 가치관으로는 시대의 변화를 따라잡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 책은 ‘빈곤한’ 가치관을 바꾸려는 몇몇 시도와 연구를 소개할 예정인데, 그중에는 제법 성공한 사례도 포함되어 있다.

    캐나다의 심리학자 키스 E. 스태노비치(Keith E. Stanovich)는 《IQ를 넘어: 똑똑한 사람들도 멍청한 짓을 하는 이유(원제: What intelligence tests miss: the psychology of rational thought)》 에서 대규모 연구 결과를 동원해 IQ와 이성은 아무런 관련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이성은 현재 상황을 충분히 인식하고 최선의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으로서, 별도로 습득해야 하는 것이다.

    양질의 교육 자원이 부족한 데다 가정의 계층별 문화적 차이가 날로 심화되는 상황에서 누가 좀 더 쉽게 이성을 습득할 수 있을 것인가?

    세상은 점점 복잡해지며 난해하게 변하고 있다. 설상가상 AI마저 우리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빈부격차는 당연히 확대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은 우리에게 커다란 도전이다. 현대사회의 지식(智識)을 갖춘 소수의 사람과 달리 대다수 사회 구성원은 여전히 전통사회에 머물러 있거나 심지어 원시사회로 후퇴해 있다.

    그렇다면 이 세 가지 도전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전문가의 말을 따라야 할 것인가?

    2. 이공계 전문가의 의견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이공계의 가치관은 가장 중요한 현대적 가치관으로서 ‘취사(tradeoff)’, ‘계량화’, ‘과학적 방법’을 강조한다. 내가 물론 《이공계의 뇌로 산다: 세상을 깊이 있고 유용하게 살아가기 위한 과학적 사고의 힘》이라는 책을 쓰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착각해선 안 된다. 이공계 분야의 전문가라고 해도 자기 영역에만 머무르며 편협한 시각을 고집한다면 이공계의 가치관으로 세상을 이해할 수 없다.

    이공계의 전문가도 나름의 고충이 있다. 견해를 듣고 싶다는 누군가의 요청에 자신의 본업에 속하는 지식과 관계가 없는 대답을 한다면 해당 분야의 전문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설사 전문적인 지식을 동원해서 대답해도 기껏해야 참고용 도구로 취급당할 뿐이다.

    무슨 뜻인가 하면, 복잡한 세상에서 한 가지 분야의 지식만을 활용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사실상 극히 적다는 것이다. 미국의 유명한 과학자는 환경보호에 대한 좌담회에 초청받았다가 웃음거리로 전락한 사연을 공개하기도 했다.• 환경 관련 연구에 종사하는 과학자로서 환경보호를 강조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사건의 주인공이 평소에 다소 과격한 성격이라는 데 문제가 있었다. 그는 좌담회에 참석한 대형 에너지 기업의 CEO들에게 반인륜적인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난했다.

    • 출처: 랜디 올슨(Randy Olson), 《말문 트인 과학자: 데이터 조각 따위는 흥미롭지 않아요 특히 숫자!(Don’t Be Such a Scientist: Talking Substance in an Age of Style)》

    이러한 전문가라면 어디 가서도 제대로 된 대접을 받기 어려울 것이다.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은 우리들인데 에너지 기업의 CEO를 탓할 이유가 뭐란 말인가? 게다가 반인륜적인 범죄를 저지른다니? 사건 속 과학자는 자신의 연구 결과를 가장 우선시하며, 다른 분야에 대한 무지함을 드러냈다. 이런 행동은 취사 가능한 가치관도 없고,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영역에 대한 중요성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전문가를 향해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늘어놓는다고 비아냥거리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상당히 보편적이다. 사회문제(Public Affairs)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일부 과학자와 기획자는 획기적인 방안을 제시하기는커녕 습관적으로 자신의 지식이 얼마나 중요한지만 강조한다. 지구 온난화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기상학자는 경제 규모가 축소되어도 아무런 문제도 없는 것처럼 이산화탄소 배출을 무조건 줄여야 한다고 소리 높여 주장한다. 우주항공 산업 분야의 종사자는 해당 산업에 100원을 투자하면 700원의 수익을 벌어들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바이오 에너지 전문가는 핵발전소의 위험성을 강조하고, 물리학자는 충돌형 가속기가 모든 산업이 낙후되었던 1980년대 초반의 중국이 발전하는 데 지대한 역할을 담당했다고 주장한다[이와 관련하여 그나마 ‘공평한’ 의견을 제시하는 전문가는 자신은 물리학에 몸담고 있지만 21세기는 ‘생물학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양전닝(楊振寧) 선생이다].

    이공계 전문가를 대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그들의 의견을 올바른 결정을 위한 참조 자료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공계 전문가는 전문 영역 안에서 최고의 논점과 자료를 제공해줄 수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는 당사자가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공자가 ‘군자는 일정한 용도로 쓰이는 그릇과 같은 것이 아니다(君子不器)’라고 했듯이 특정 영역에만 정통한 기술형 전문가는 작게는 공공정책, 크게는 인생의 이치에 대해 이야기할 만한 능력이 없다.

    그렇다면 인문계 전문가는 어떠할까?

    3. 이념과 계산

    이공계 전문가는 적어도 자신의 지식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만 인문계 전문가는 종종 자신이 모르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그들은 ‘이성’이 아닌 ‘이념’으로 세상을 살아가기 때문이다.

    경제학자, 정치학자, 사회학자가 포함된 수많은 인문・사회학과는 여전히 초기 단계에 있다. 여러 가지 중대한 문제에 관해 여러 학자들이 불협화음을 낸다는 점에서 이러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평소 여러 파벌로 나뉜 채 ‘○○주의’라는 이름을 내걸고 지내다가, 때로는 무협소설에 등장하는 문파처럼 생각이 같은 상대와 한패가 되어 생각이 다른 상대를 무차별 공격하기도 한다. 수요 측 경제학자는 소비가 성장을 촉진한다고 주장하며 정부가 경제성장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에 반해 공급 측 경제학자는 기업가를 진정한 영웅으로 치켜세우며 최고의 경제성장 정책은 감세라고 주장한다. 또 자유주의 정치학자는 정부가 사회 전반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보수주의 정치학자는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

    세율이 높은 만큼 수준 높은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스웨덴은 전형적인 큰 정부의 형태에 속한다. 민주당 출신인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전 미국 대통령은 집권 시절에 큰 정부를 지향하는 다양한 정부정책을 추진했다. 일부 언론은 오바마가 미국을 스웨덴처럼 만들려고 한다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지만, 그 당시 스웨덴은 세수를 축소하며 이른바 ‘스웨덴식 복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 중이었다. 그렇다면 오바마는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멍청이란 말인가?

    한 수학자는 이러한 사고방식을 가리켜 ‘선형성(線形性) 사고’라고 주장했다.• 내용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머릿속에 그래프를 하나 그려보자. 가로축은 큰 정부를 지향하는 스웨덴과 비슷한 정책, 세로축은 경제발전 정도를 표시한다. 과연 그래프는 어떤 형태를 보이겠는가? 아마도 그래프상의 그림은 직선이 아닐 것이다. 경제가 가장 발전했을 때를 보여주는 최댓값은 곡선의 양 끝이 아닌 중간의 특정 지점에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요컨대 오바마와 스웨덴은 서로 반대되는 방향에서 중간의 최댓값을 찾고 있는 것뿐이다.

    • 조던 엘렌버그(Jordan Ellenberg), 《틀리지 않는 법: 수학적 사고의 힘(How Not to Be Wrong: The Power of Mathematical Thinking)》

    방향을 정할 때는 이념, 파벌 투쟁, 이데올로기, 그리고 정서에 흔들리지 말고 최댓값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조정하고 행동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이성적인 태도다. 당신이 제아무리 숭고한 이념을 지녔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그보다는 ‘정도(度)’, 즉 ‘숫자’가 좀 더 효과적이다.

    복잡한 세상에서 모든 존재는 저마다의 장단점을 지니고 있다. 무언가를 쓸 것인지 말 것인지 선택할 때는 대상이 지닌 가치의 숫자 외에 당신이 짊어져야 할 대가의 무게도 따져봐야 한다.

    독립심, 자주성, 국산품 애용 등은 개별적으로 보면 하나같이 소중한 이념이다. 하지만 양무운동(洋務運動)• 당시 장지동(張之洞)이 호북창포창(湖北槍炮廠)• 에서 거액을 쏟아부어 제작한 한양조(漢陽造)의 성능이 같은 돈을 주고 수입한 외국 소총보다 못했다는 사실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강한 국방력을 필요로 하는 시대에 무조건 국산화를 추구하는 일도 능사는 아닐 것이다. 신중국의 개혁・개방 초기, 정부가 군수 관리를 거의 포기하다시피 해서 일부 군대는 먹고살기 위해 돼지를 키우기도 했었다. 훗날에는 중국산 고속철도 ‘중화지성(中華之星)’의 기술을 포기하고 외국에서 고속철도 기술을 수입했다. 심지어 지금은 핵발전소 기술도 수입하고 있다. 이들 정책은 여론으로부터 많은 질책을 받았다. 하지만 정책노선 변경으로 절감된 비용이 경제발전에 크게 일조했으며, 중국 내 수송능력이나 경제발전 문제가 기술 국산화를 기다릴 수 없을 만큼 시급했음은 누구도 알지 못했다.

    • 19세기 후반 중국 청나라에서 일어난 근대화 운동으로 서양의 문물을 수용해 부국강병을 이루려 하였다.–옮긴이

    •• 1837~1909. 중국 청말 정치가로 1907년 요직인 군기대신의 자리에 오른 당대의 실력자 –옮긴이

    ‘정도’를 찾는 법을 배우고 싶다면 적어도 두 가지 서로 다른 이념을 이해해야 하지만, 우리가 현실 생활에서 만나는 수많은 공공지식인(Public Intellectual)은 자신의 한 가지 이념을 내세울 줄만 알 뿐이다. 심지어 사실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2015년 9월 5일은 웨이보(微博, 중국판 트위터–옮긴이) 역사상 매우 의미심장한 날이다. 유명인사 세 명이 거의 동시에 황당한 글을 올렸기 때문이다. 유명인 A씨는 《내 영혼의 닭고기 수프》 같은 식의 이야기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며 인터넷 소설 속 광서(光緖) 황제의 이야기를 실제인 줄 알고 공유했다. 유명인 B씨는 자신의 남다른 애국심을 자랑하기 위해 인류의 기원이 중국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을 담은 ‘웅문(雄文)’을 발표했다. 마지막으로 유명인사 C씨는 민간 제조업을 지원해야 한다는 견해를 내세우기 위해 통계 오류를 범했다. 그가 저지른 오류는 신념을 미신에 불과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C씨는 본인의 신념에 스스로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자유시장을 동경하는 교수는 모든 경제문제가 시장에 의해 해결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자유민주주의를 부르짖는 칼럼니스트는 미국 정치의 단점을 선동의 소재로 둔갑시키기도 한다. 유교문화를 사랑하는 역사애호가는 송나라의 모든 것을 숭배하고, 자칭 보수주의자라는 중국의 사상가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수립된 국제조약 체제를 현대 영국인, 미국인과 비교도 안 될 만큼 추종하기도 한다.

    미국의 정치학자 필립 테틀록(Philip E. Tetlock)은 이와 같은 이들을 ‘고슴도치’라고 표현했다.

    4. 여우와 고슴도치

    1980년대부터 테틀록은 무려 20년에 걸쳐 정치적 사건에 대한 전문가의 예측 정확도를 과학적인 방법으로 평가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요란스레 온갖 이야기를 하고 결국 ‘사후약방문’식 분석이나 엉터리 전망을 내놓는 자칭 전문가가 수두룩한 탓에, 테틀록은 이들이 함부로 ‘뒷북’을 치지 못하도록 무척 복잡하고 엄격한 평가방법을 적용했다. 이를테면 소련이 해체되기 전에 정치 전문가들에게 그 미래를 점쳐달라고 주문한 것이다. 소련의 미래가 지금보다 나아질 것인지 나빠질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지금과 유사한 상태를 유지할 것인지 세 개의 보기 중에 하나를 고르도록 했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후 문제의 답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초 전문가들의 예상을 평가한 결과, 그들의 ‘성적표’는 동전을 던져서 앞뒷면을 맞히는 확률보다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미래를 전망하는 문제에 있어서 상당수의 정치 전문가는 ‘문외한’과 별로 다를 바가 없다. 다른 분야의 전문가 역시 대부분 이와 마찬가지다. 미래에는 어떤 분야에 투자해야 성공할 수 있을지 또는 어떤 전공을 선택해야 취업에 도움이 될 것인지 궁금한가? 전문가보다 어쩌면 자신에게 물어보는 편이 더 정확한 답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테틀록의 연구에서 특기할 만한 점은, 모든 전문가가 그렇게 엉터리는 아니며 심지어 일부 전문가는 상당히 정확한 예측을 내놓는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정확성은 무엇에 의해 결정되는가? 전문가가 전문 영역에 몸담은 시간? 기밀자료의 확보 여부? 아니면 전문가가 추종하는 정치집단의 색채? 그것도 아니라면 삶에 대한 자세? 결론적으로 말해서 이런 요소들은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다. 정확성에 영향을 주는 유일한 요소는 바로 전문가의 사고방식이다.

    테틀록은 전문가의 사고방식을 ‘고슴도치형’과 ‘여우형’으로 구분했다. 고슴도치형 전문가는 자신이 전문적으로 종사하는 특정 분야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지니고 있으며 ‘빅 아이디어’를 지향한다. 이에 반해 여우형 전문가는 모든 분야에 대해 넓지만 얕은 지식을 지니고 있으며 수많은 ‘스몰 아이디어’를 추구한다. 테틀록의 저서 《전문가의 정치적 판단》•은 그 차이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데, 요지는 다음과 같다.

    • 원제는 《Expert Political Judgment: How Good Is It? How Can We Know?》이다. ‘여우와 고슴도치’라는 비유는 철학자 이사야 벌린(Isaiah Berlin)에 의해 처음 제시되었다.

    고슴도치형 사고방식은 진취적이지만 ‘빅 아이디어’만 취급한다. 고슴도치형 전문가는 새로운 분야로 자기 이론의 해석력을 성급하게 확대한다. 이에 반해 여우형 사고방식은 한결 타협적이다. 다양한 ‘스몰 아이디어’에 대해 파악하고 있으며, 빠르게 변하는 세상과 발걸음을 맞출 줄 안다. 여우형 전문가는 시대에 따라 적절한 해결안을 찾아내는 능력을 지녔다.

    이와 같이 여우의 예측 정확도는 고슴도치를 훌쩍 뛰어넘는다. 이 사실은 너무나 중요하다. 근대에 이르기까지 지식인은 자신의 지식에 의심할 여지가 한 톨도 없다고 믿으며 그 점을 무척 명예롭게 생각했다. 그래서 자신의 학설이 원천적으로 적용될 수 없는 영역까지 확대되고, 배움이라는 길에서 그 누구보다도 멀리 갈 수 있기를 간절히 원했다. 그래서 소위 ‘○○주의’를 내세워 수많은 ‘추종자’를 양산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들은 모두 고슴도치에 속한다. 이들은 자신의 빅 아이디어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큰소리치지만 현실이 자신의 이론과 맞지 않을 때면 갑자기 현실을 외면한다. 결과가 예측과 다를 경우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자신의 당초 주장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온갖 핑계를 찾아 나선다.

    한 그루 나무를 알기는 쉬워도 수백, 수천 그루의 나무로 이루어진 숲은 파악하기가 무척 어렵다. 하지만 고슴도치는 자신이 나무를 이해할 수 있으며 숲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고슴도치의 눈에 비친 세상은 자신의 한 가지 이론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을 만큼 지극히 단순하다.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이 단순하니 세상을 대하는 방법 역시 단순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복잡한 외부 세계에 맞서 자신의 몸을 둥글게 말아 뾰족한 가시로 상대를 위협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세상을 대하는 현명함을 지닌 것은 고슴도치가 아닌 여우다.

    현대적으로 해석된 처세술은 다양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을 뽑으라고 한다면 자신 있게 다음 이야기를 할 것이다. 자신의 ‘빅 아이디어’에 스스로 사로잡히지 마라!

    그래서 지식인(智識人)의 가장 기본적인 교훈은 고슴도치가 아닌 여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테틀록은 설문지를 통계하는 방식으로 여우형 사고방식 중 일부가 좌우명으로 삼아도 될 만큼 (고슴도치형 사고방식에 비해) 모범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 새로운 정보를 수용하는 데 능하다.

    • 자신의 결정에 대한 신뢰도가 고슴도치보다 현저히 낮다.

    • 결단을 내렸다고 해도 여전히 다양한 관점에서 문제를 재검토한다.

    • 자신의 예측을 끊임없이 수정하는 데 적극적이다.

    • 고슴도치처럼 특정 영역에 대해 전문적이지 않지만 여러 분야에 대한 지식을 보유하고 있어 다양한 문제를 쉽게 이해한다.

    • 다양한 문제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취한다.

    • 갈등이 불거졌을 때, 당사자 간의 정확한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과 기꺼이 친분을 맺는다.

    • 일하는 도중에 명확한 규정과 질서를 결코 추구하지 않는다.

    • 정답이 여러 개인 문제를 선호한다. 문제를 해결할 때 종종 다양한 선택을 발견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해서 여우의 눈에 비친 세상은 무척 복잡하다. 세상은 의견과 생각을 제공해줄 수많은 고슴도치를 항상 필요로 하지만, 과학적인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고슴도치의 역할은 바람잡이나 도구에 불과하다. 여우야말로 날로 복잡하게 변하는 세상에서 누구에게나 환영받는 존재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여우가 될 수 있을까?

    5. 지식인과 복잡성

    위의 물음을 다른 관점에서 해석해본다면,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 각종 지식을 광범위하게 습득하고 ‘일반 상식’에 정통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사회, 경제, 나아가 일상적인 삶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죽기 살기로 한 우물만 파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유파의 사고방식을 습득할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하다.

    서구 교육 시스템에서 추구하는 ‘자유과(Liberal Arts)’•의 취지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자유과는 고대 그리스로부터 내려오는 개념으로서, 플라톤은 ‘7 자유학예(Septem Artes Liberales)’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문법, 수사(修辭), 논리, 역사, 천문학, 수학, 음악 등을 자유민이 반드시 갖춰야 할 기본 학문이라고 주장했다[공자는 당대 지식인이 갖춰야 할 소양으로 ‘육예(六藝)’를 제시한 바 있다]. 이들 학문은 직접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술은 아니지만 인간의 지식과 정신적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는 ‘인성교육’에 해당한다.

    • ‘교양 있는 지식인’이 기본적이며 공통적으로 갖춰야 할 폭넓은 소양과 이에 관련된 학문들을 의미한다.–옮긴이

    중국의 교육가들은 인성교육을 무척 강조하는데, 그중에서도 문학, 음악, 미술 등을 유독 선호한다. 그리고 이런 교육은 대부분 방학 때 학원을 다니는 형태로 구체화된다. 그들은 왜 인성교육을 강조하는가? 아인슈타인처럼 과학 연구에 필요한 영감을 얻을 수도 있으니 바이올린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인성교육을 통해 지금보다 더 나은 자신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를테면 아이가 인성교육을 받으면 나중에 커서 외국인과 《오만과 편견》 과 같은 세계문학 걸작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상상한다. 또 사업 파트너와 한가하게 골프를 치며 ‘있는 사람들의 여유’를 만끽할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 한마디 거들자면 세계문학 걸작을 화젯거리로 삼는 외국인은 없다. 그보다는 IT나 정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편이 대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들에게 인성교육은 자신을 꾸미는 ‘장신구’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사실 인성교육의 본질은 뛰어난 실용성에 있다. 평생의 짝을 찾기 위한 연애의 기술 따위가 갖는 실용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삶을 살아나가며 무엇을, 어떻게 결정해야 하는지 배우게 해준다는 뜻이다.

    고대 그리스에서 ‘자유인’의 반대말은 수감자가 아니라 ‘노예’였다. 노예는 주인의 명령에 따라 일만 하면 자유인과 비슷한 조건 속에서 살아갈 수 있었다(미국 남북전쟁 기간 동안 남부의 언론은 노예는 일자리를 잃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평생 의료보험을 보장받을 수 있을 만큼 안정적이라는 논리를 펼쳤다. 그들은 노예가 북부 노동자보다 훨씬 윤택한 삶을 누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노예는 어떤 문제에 대해 자신의 의지에 따른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다스리고 사회문제에 대한 견해를 피력하고 결정을 하는 일은 오로지 자유인에게만 부여된 권리였다.

    자유학의 본질은 올바른 결단을 내리기 위한 학문이라는 데 있다.

    순수문학을 통해 우리는 타인의 감정을 파악할 수 있고, 현실 세계에서 만났거나 만나게 될 다양한 삶의 유형을 이해할 수 있다. 논리를 통해 추리와 변증을 배우고, 문법과 수사를 통해 자신의 의도대로 타인의 감정을 이끌어낼 수 있다. 또한 역사를 통해 이전 세대의 경험을 흡수하고, 수학을 통해 취사를 배우게 된다. 음악은 정서를 함양시키고, 마지막으로 천문학은 세상의 자연 규칙에 대한 인간의 경외감을 이끌어낸다. 이들 학문은 자신을 꾸미거나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해 갖추는 ‘교양’이 아니라 큰 인물이 큰일을 하기 위해 갖춰야 할 실용적인 스킬인 것이다.

    그래서 자유과에서는 ‘귀족의 품격’ 따위를 훈련하는 것이 아니라, 건전한 사회를 지탱하는 든든한 기둥인 진짜 귀족, 즉 엘리트가 되는 법을 가르친다.

    다시 말해서 자유과는 우리에게 세상은 모두 공평하다는 진리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우화, 이야기, 명사의 일화, 사고의 요령을 제공한다. 당신이 거기서 간파한 요령이 많을수록 문제를 처리할 때 선택 가능한 해결책이 늘어난다. 어떤 상황을 어떤 요령으로 해결해야 하는지 정해진 법칙 따위는 없다. 오로지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

    이를테면 경제학 이론을 불변의 진리로 이해하고 그 진리에 기반하여 계획을 세운다면, 자신의 생각대로 일을 해결할 수 없다. 이와 반대로 경제학 이론을 참고용 우화로 여긴다면 오히려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 경제학자 애리얼 루빈스타인(Ariel Rubinstein)은 《경제학 우화집(Economic Fables)》에서 경제학 이론의 한계를 강조하며, 각 이론을 우화로 여기는 것이 최선이라고 주장했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무협소설을 예로 들어 설명해보겠다. 자신이 속한 문파의 무공이 제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그 파의 무공만 익히거나 뻔한 패턴을 지닌 조연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여러 고수를 스승으로 모시고 복잡하기 짝이 없는 초식(무공을 이루는 동작과 기술-옮긴이)을 연마하고, 주변 인물이 종잡을 수 없는 성격이라고 투덜거릴 만한 복잡한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하나의 초식이 통하지 않으면 재빨리 다른 초식을 펼칠 줄도 알아야 한다. 똑같은 문제를 놓고 경제문제 또는 정치문제, 심지어 물리문제로 여길 줄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론을 다루기 어렵다며 선생님이나 학교를 탓할 것 없다. 다룰 줄 아는 초식이 적은 자신의 무능함을 탓해라.

    단순함은 복잡함을 이기지 못한다. 복잡성을 갖춘 사람만이 복잡함을 상대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능력을 얻으려면 죽도록 공부하는 수밖에 없다.

    6. 이 책

    이 책은 학술서나 교재도 아니고 완벽한 행동 지침서도 아니다. 유용한 모든 지식을 이 책에서 전부 소개할 수도 없거니와 그런 지식의 목록만 나열할 생각도 없다. 책에서 언급한 이론이 모두 옳다는 약속도 할 수 없다. 리처드 파인만(Richard Phillips Feynman)•은 물리학 이론의 발전 속도가 서적 출판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빠르다고 설명했다.

    • 1918~1988. 미국의 이론물리학자. 양자전기역학 분야의 연구 업적으로 1965년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옮긴이

    다만 이 책에서 다루게 될 내용이 무척 재미있을 것이라는 사실은 확실히 약속할 수 있다. ‘재미’라는 것은 상당히 고급스러운 기준인데, 그 기준을 달성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 책은 독자에게 깨달을 수 있는 영감을 주는 데 취지를 두고 있다. 현대 세계의 지식이 우리가 좇는 달이라면 이 책은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이라 하겠다.

    이 책은 크게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다.

    제1장 ‘세계관 각성’에서는 독자에게 전통적인 견해와는 다른 세상을 소개한다. 온라인에서 흔히 말하는 ‘가치관, 세계관, 인생관(三觀)이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학자들은 ‘버지 마이 프라이어스(Budge my priors)’라는 좀 더 고상한 말로 표현한다. ‘Budge my priors’를 직역하면 세상에 대한 자신의 기본적인 가설을 약간 이동한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상식은 우리의 ‘적’이다. 이는 사회적으로 흔히 볼 수 있는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일반적인 견해가 사실은 틀렸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뜻이다. 1장에서 다루는 내용을 통해 세상에 대한 당신의 기본적인 가설이 약간 이동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제2장 ‘컨베이어 벨트 시대의 영웅’에서는 교육, 특히 중국의 교육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교육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과 논의는 현재 핵심을 찌르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서 현대 교육제도의 본질은 유용한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종류별로 나누고 계층별로 구분하는 데 있다. 이 문제에 대해 알면 알수록 수긍하기 어렵겠지만, 영웅이 어떻게 교육과 계층의 한계를 극복하는지도 들려줄 생각이다. 그 밖에도 빅데이터, 자유의지(Free Will), 인공지능, 정보론과 공급 측 경제학에 근거해 영웅을 정의하려 한다. 영웅의 존재는 복잡한 세상이 지닌 큰 장점이다.

    제3장 ‘지식인의 잡학사전’에서는 세상에 대한 관점과 세상을 해석하는 방법을 알아본다. 현재 학계에서 유행 중인 방법을 소개하는데, 여기에는 심리학은 물론 물리학, 일상적인 내용부터 전문적인 내용 등 편견을 배제한 다양한 설명이 포함되어 있다.

    제4장 ‘이미 다가온 미래’에서는 미래를 전망하고 AI 시대에 인간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을 다루고 있다. 새로운 시대에 맞서 우리는 새로운 업무 전략과 조직관리 방식을 비롯해 새로운 사회 형태를 수용해야 한다. 이러한 전략, 방식과 형태는 SF 소설에 나오는 이야기처럼 황당무계한 것이 아니다. 이미, 아니 어쩌면 수년 전부터 등장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저 우리가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을 뿐이다.

    과학자는 빼어난 무언가를 자신이 가장 먼저 발견해야 한다는 직업병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다루는 모든 이론은 다른 사람의 것이다. 내가 연구하는 자기 밀폐형 핵융합 플라스마는 이 책에서 말하는 ‘재미’의 기준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이 책의 일부 내용은 독자에게 처음 소개되는 것이며, 저자로서 그에 나름 큰 의미를 두고 있음을 밝혀둔다.

    차례

    여는 말: 복잡한 현대를 지식인(智識人)으로 살아가기

    제1장 세계관 각성

    1. ‘상식’으로 복잡한 세상을 이해하지 마라

    2. 모방의 눈덩이 효과

    3. 가장 쉬운 경제학의 지혜

    4. 유권자의 ‘뇌구조’ 살펴보기

    5. 높은 효율의 방임

    6. ‘이기심’이라고 부르는 차별

    7. 인간의 도덕성은 어디서 비롯되는가?

    8. 시대를 관통하는 권력의 여러 법칙

    제2장 컨베이어 벨트 시대의 영웅

    1. 학교라는 등급 분류기

    2. 섬세한 이기주의자와 아이비리그의 순한 양

    3. 가난한 사람을 평범한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교육법

    4. 미국인이 말하는 성현의 길

    5. 누가 영웅인가?

    제3장 지식인의 잡학사전

    1. 답은 정해져 있고 넌 대답만 하면 돼

    2. 빅데이터가 불러온 ‘군비경쟁’

    3. 척도와 조건으로 쓴 4만 년의 역사

    4. 기술이 세상을 지배한다

    5. 실용적인 영어 학습법

    6. 인포러스트의 3대 비책

    7. ‘설전군유’의 스킬분석

    8. 베이즈의 정리가 보여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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