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over millions of ebooks, audiobooks, and so much more with a free trial

Only $11.99/month after trial. Cancel anytime.

언어의 뇌과학: 이중언어자의 뇌로 보는 언어의 비밀
언어의 뇌과학: 이중언어자의 뇌로 보는 언어의 비밀
언어의 뇌과학: 이중언어자의 뇌로 보는 언어의 비밀
Ebook204 pages2 hours

언어의 뇌과학: 이중언어자의 뇌로 보는 언어의 비밀

Rating: 0 out of 5 stars

()

Read preview

About this ebook

뇌과학자 정재승, 유튜버 겨울서점 추천!
생후 7개월 아기의 언어 인식 실험부터 80세 치매 노인들의 뇌 활용 실태까지,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 “언어와 뇌과학” 지식 콘서트

“어떻게 하나의 뇌에 두 언어가 공존할 수 있을까?” 이중언어, 나아가 다중언어가 이상하지 않은 시대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신기하다. 사람은 어떻게 말을 하고 언어를 사용하며, 또 일상에서 2개 국어 이상을 사용하는 경우 뇌가 어떻게 정보를 저장하고 처리할까? 말의 생산성과 이중언어 사용에 대해 20여 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이끌고, 저명한 과학 저널에 150편 이상의 글을 기고해온 저자는 지금까지의 연구를 집대성해 『언어의 뇌과학』을 썼다. 이 책에서 언어 사용과정에서 주의력과 학습능력, 감정, 의사결정 등과 같은 인지 영역과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를 최신 연구 사례를 통해 밝히고 있다. 저자 본인이 이중언어를 사용하는 가정에서 태어나 동일한 환경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경험한 생생한 깨달음이 뇌과학과 심리학, 사회학적인 지식과 어우러져 시종일관 신선하고 즐거운 지식 여행으로 독자들을 인도할 것이다.

Language한국어
Publisher현대지성
Release dateAug 14, 2020
ISBN9791190994163
언어의 뇌과학: 이중언어자의 뇌로 보는 언어의 비밀

Related to 언어의 뇌과학

Related ebooks

Reviews for 언어의 뇌과학

Rating: 0 out of 5 stars
0 ratings

0 ratings0 reviews

What did you think?

Tap to rate

Review must be at least 10 words

    Book preview

    언어의 뇌과학 - 알베르트 코스타

    영화 《대부》를 보면 비토 안도리니(Vito Andolini, 로버트 드니로 분)가 20세기 초 미국으로 건너왔을 당시를 이야기하는 장면이 나온다. 12살 소년 비토는 고향인 시칠리아섬, 코를레오네 마을에서 혼자 도망쳤다. 배를 타고 뉴욕으로 온 비토는 이름을 비토 코를레오네(Vito Corleone)로 바꾼다. 그렇게 미국에서 코를레오네 가문이 시작된다(영화를 아직 보지 못한 독자를 위해 내용은 여기까지만 소개한다). 내가 말한 비토 안도리니의 이야기는 지난 세기 많은 사람이 미국에 처음 발을 들여놓을 때의 경험과 비슷하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25년까지 비토뿐만 아니라, 약 1,200만 명의 사람이 엘리스섬으로 알려진 맨해튼 근처 작은 섬에서 입국 심사 관리국의 심사를 받았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미대륙으로 건너온 이민자들은 주로 유럽 국가 출신이었다. 이 섬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할 일이 설문지에 응답하는 것이었다. 출신 국가와 경제 수준, 건강 상태 등이 질문으로 적혀 있었다. 운이 좋은 사람은 이 섬에서 ‘단지’ 5시간 정도만 머물다가 미국으로 들어갔다. 운이 나쁘면 이 고립된 섬에서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보내거나(천연두로 격리 수용된 방에 있던 비토처럼), 본국으로 추방당했다.

    따라서 이곳에서 어떤 통역관을 만나는가가 중요했다. 새로 온 이민자가 입국 서류를 작성하고 이민국 직원과 소통하도록 돕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엘리스섬에는 그야말로 현대판 바벨탑처럼 이탈리아인부터 이디시어와 아랍어를 사용하는 아르메니아인까지 서로 다른 말을 하는 수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기 때문에 통역관이 꼭 필요했고, 그들의 역할은 무척 중요했다.

    당시 이민의 바람은 매우 거셌다. 오늘날 기준으로 약 1억 명의 미국인이 당시 이 섬을 통과한 이민자들의 후손이다. 내 아들 알렉스의 증조부와 증조모 역시 이곳을 통과해 미국에 들어왔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이 번영을 누렸고, 덕분에 후대까지 그 가문은 이어지고 있다. 본국을 멀리 떠나 전혀 모르는 낯선 곳에 정착해 새로운 삶을 일군다는 것이 어떤 일인지 감히 상상하기 어렵다. 추측하건대 경제적 이유 또는 정치적 박해라는 어려움을 겪지 않고는 이렇게 멀리 오기 힘들었을 것이다. 또한 그들은 이곳에서 새로운 언어를 배워야 하는 난관에 부딪혔으리라는 사실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6개월 된 아기 이중언어자가 만나는 도전

    그렇다면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단순히 단어와 문법을 외우는 데 그치지 않고, 해당 소리(즉, 음운론적 특징들, phonological properties)와 의사소통 시 맥락에 맞게 그것을 적절히 사용하는 법(화용론, pragmatics)을 습득하는 것을 포함한다. 그러니까 단어만 안다고 언어를 배우는 게 아니다. 언어의 소리를 익히고 그것의 조합 방법을 알며, 어떤 구문 구조가 맞고 틀린지 대화 상대자에게 어떤 표현을 하고 어떤 단어를 사용해야 하는지 등을 알아야 한다.

    외국어 학습은 큰 도전이고 어른이 되어 외국어를 배우면 습득에 한계가 많다는 것을 우리도 잘 안다. 새로운 언어 소리를 익히기 어렵기 때문에 외국어 억양이 생긴다. 또한, 통사구조를 배우는 게 어려워서 문법 오류를 범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스페인어에서는 엘 마빠(el mapa)를 라 마빠(la mapa)라고 말한다(mapa[지도]는 일반적인 규칙에 따르면 ‘a’로 끝나서 여성 명사로 오해하기 쉽지만, 남성 명사[보통은 ‘o’로 끝남]다. 따라서 여성 관사[la] 대신 남성 관사[el]를 붙여야 한다-옮긴이).

    단어의 미묘한 뜻을 몰라 종종 장소에 맞지 않은 단어를 쓰거나, 대화 중 틀린 단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가령 ‘타코’(taco)라는 단어를 상황에 맞게 사용하는 법을 살펴보자(이 단어에는 약 서른 개 정도의 다양한 뜻이 있다-옮긴이). 또한 다른 언어와 비교했을 때 단어 차이를 모르거나 헷갈린다. 그 차이를 구분하기도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스페인어로 ‘콘스티파도’(constipado: 감기 걸린)가 영어의 ‘컨스티페이티드’(constipated: 변비에 걸린)와 같은 뜻이라고 생각한다. 두 단어가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이다. 결국, 이 모든 정보를 제대로 통합하기가 매우 어렵다. 용기를 내서 다른 언어로 계속 대화하려다가 결국엔 좌절한다. 이 도전은 너무나 거대하고 이제까지 만났던 어려움과는 차원이 다르다.

    매일 잠만 자는 것처럼 보이는 아기들은 이런 것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 보인다. 우리 모두 그런 단계를 거쳐 언어를 익혔는데, 상대적으로 성인보다 쉽게 언어를 배우는 것 같다. 적어도 아기의 언어 발달을 보면 그래 보인다. 과연 우리는 어떻게 언어를 배운 걸까?

    이번 장에서 이 질문에 포괄적인 답변을 하거나 자세히 들여다보진 않을 것이다(나는 그런 주제에 특화된 작가는 아니다). 다만 아기가 두 언어를 동시에 학습하면서 겪는 어려움은 소개할 예정이다. 내가 소개할 내용은 발달 초기 아기들의 언어 습득 과정이다. 언어 발달 과정에서 아기들이 무엇을 배우는지를 알아내고자 학자들이 사용하는 전략을 소개할 것이다.

    특히 아기 단일언어자와 아기 이중언어자에 관한 연구가 있다. ‘아기 이중언어자’라는 표현에 놀랐을지도 모르겠다. 아기들이 말 한 마디 못한다고 해서(말하는 건 시간이 훨씬 더 지나야 한다), 이중언어를 경험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대부분 이중언어 학습 경험은 아기가 말을 하기 전부터 시작된다. 따라서 ‘아기 이중언어자’라는 표현은 틀린 것이 아니다. 두 언어 사용 환경에서 태어난 아이와 단일언어 사용 환경에서 태어난 후에 타 언어에 도전하는 아이를 구분하기 위해 이런 표현을 사용했다. 실제로 하나의 언어만 들으며 자란 아이를 ‘아기 단일언어자’라고 부른다. 그리고 두 언어를 체계적으로 들으며 자란 아이를 ‘아기 이중언어자’라고 한다.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그들에게 놓인 공통적인 도전이 있다. 아이가 말은 안 해도 그들의 뇌는 주변에서 흡수하는 정보를 계속 처리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실제로 수많은 연구에서 생후 몇 개월 안 된 아기들이 언어에 관한 매우 정교한 지식을 얻는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빠르면 보통 1년이 지나야 말을 시작하지만, 6개월 즈음에 이미 무시할 수 없는 많은 양의 단어를 비롯해 복잡한 언어 지식을 얻는다. 앞으로 소개할 연구는 언어 산출(language production: 자신의 심적 내용을 상대방에게 전달하기 위해 언어를 생성하고 표현하는 과정-옮긴이)이 아닌, 언어의 이해와 인식 과정에 중점을 두었다.

    단어는 어디 있을까?

    «Wer fremde Sprachen nicht kennt, weiß nichts von seiner eigenen». 독일의 유명한 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남긴 말이다. 독일어를 모르는 사람도 이 문장을 보면 (뜻은 몰라도) 문장을 구성하는 단어는 구분할 수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보통은 단어와 단어 사이에 공백이 있기 때문에 Wer, fremde 등을 한 단어라고 생각한다. 독일어를 모른다고 해도 이미 한 걸음 앞으로 나간 셈이다. 즉, Sprachen이 무슨 뜻인지는 몰라도, 독일어 단어라는 것은 알게 된다.

    이제 잠깐 책을 내려놓고 음악 플레이 리스트에서 모르는 언어로 된 노래를 골라보자(만일 독일어 노래를 듣다가 ‘슈프라흔’[Sprachen, 말]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한 단어는 알고 있는 셈이다). 이제 그 노래를 좀 더 자세히 들어보자. 노래가 들을 만하면, 무슨 내용인지 정확히는 몰라도 가사에서 단어를 찾아낼 수는 있을까? 단어들 사이에 빈칸이 있음을 추측할 수 있을까? 아마도 부정적일 것이다. 그 노래 가사는 어디에서 단어를 끊어야 할지 감이 전혀 오지 않는, 계속 이어지는 소리 사슬처럼 들릴 것이다. 그래도 포기하지 말고 계속 연습해보자. 그리고 소리 사슬을 끊어서 단어를 찾아보자.

    아마 대부분은 끊는 부분이 단어가 아니거나, 끊어서 모아둔 소리들이 전혀 다른 단어가 될 수도 있다. 이것은 문자 언어(written language)와 달리 구두 언어(oral language)에는 공백이 없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괴테의 이 말을 눈으로 보지 않고 귀로 들었다면, 소리가 쭉 이어진 것으로 인식했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WerfremdeSprachennichtkenntweißnichtsvonseinereigenen». 자, 이제 이 문장에서 단어가 어디에서 시작하고 끝나는지 한번 끊어보자.

    (더 이상의 고통은 주지 않겠다.)

    이 문장은 외국어를 모르는 사람은 모국어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라는 뜻이다. 자, 이것이 바로 언어를 처리할 때 아기들이 겪는 어려움이다. 말을 듣고 하나의 단어일 거라고 예상되는 부분을 끊어 단어집이나 심성 어휘집(mental lexicon: 뇌 속에 가상적으로 존재하는 수많은 단어에 대한 기억-옮긴이)을 만들어가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아기들은 어떻게 이 일을 할까? ‘소리 사슬’을 자르고 구분하는 방법에 따라 서로 다른 두 언어가 될 수 있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아기들은 어떻게 단어를 구분할까?

    뻔한 말이긴 하지만, 우리는 모든 언어를 배울 수 있다. 아이가 배울 수 없는 언어라면 아주 빨리 사라졌을 것이다. 따라서 구두 신호(oral signal)에서는 아이가 어디에서 말을 자르고 나눠야 하는지에 대해 기준으로 삼을 만한 단서가 필요하다. 즉, 들리는 소리 사슬을 잘 나누도록 안내하는 일정한 규칙이 있다.

    예를 들어, 언어마다 결합 가능한 소리는 제한되어 있다. 모든 소리가 다 결합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스페인에서는 세 개의 자음 ‘str’이 연속으로 들리면, s 뒤에는 적어도 음절이 한 번 끊기고, 단어 끝부분에 해당될 확률이 매우 높다. 스페인어에서는 st로 끝나거나 str로 시작 또는 끝나는 단어가 없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스페인어를 배우는 아이는 8개월쯤 되면, 이미 s 다음에 한 단어가 끝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다. 즉, 음절 경계가 있음을 알게 된다. 아기가 어떻게 그것을 알 수 있을까? 아기들 말의 세분화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한 연구는 아기들이 여러 소리 사이에서 동시 발생(co-occurrence) 확률을 계산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연구에 대해 좀 더 알아보자. 생애 초기 아기의 지식 탐색 방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모든 언어에서, 두 음절(또는 음소[더 이상 작게 나눌 수 없는 음운론상의 최소 단위로, 하나 이상의 음소가 모여서 음절을 이룬다-옮긴이])이 서로 붙을 확률(전이 확률, transitional probability)은 서로 다른 단어 사이보다는 단어 내부에서 더 높다. 예를 들어, las palabras que oímos라는 문장을 생각해보자. 음절 pa 다음에 음절 la가 붙을 확률은 음절 bras 뒤에 que가 붙을 확률보다 훨씬 더 높다. 미국 로체스터대학교의 제니퍼 사프란 교수와 동료들은 8개월 된 아기들이 이런 추측을 할 수 있다는 가설을 증명하는 독창적인 연구를 했다. 이것을 위해 서로 다른 음절들 사이의 전이 확률을 조작한 음절 배열을 만들었다([그림 1] 참조).

    그림 1

    실험에서 배열된 음절순서이다. 보이는 것처럼, 이 단어의 각 음절은 늘 같은 순서를 따른다. 따라서 늘 나타나는 것처럼, 예를 들어 pi 뒤에는 ro가 나온다. 그러나 ro가 나오면, 그다음에는 음절 go, bi 또는 pa가 올 수 있다.

    아기들의 언어 지식(이 경우는 영어)이 영향을 주지 않도록, 영어와 전혀 상관없는 단어들을 지어냈다. 연구진이 만든 단어에는 음절 배열의 속임수가 있다. 단어의 음절들 사이 전이 확률은 100퍼센트였다. 예를 들어, 그중 하나가 tupiro라고 배열한 단어였다. 따라서 음절 tu가 나타나면 그다음에는 pi가 따라오고, pi가 나타나면 늘 그 뒤에는 ro가 따라왔다. tupiro라는 음절이 연속으로 나타난 후에는 실험에 포함된 또 다른 단어들(golabu, bidaku, padoti) 중 아무거나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tupiro 뒤에 또 다른 음절이 붙을 가능성은 30퍼센트(ro 뒤에 go, bi 또는 pa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서로 다른 단어들 사이의 전이 확률은 단어 내부 음절의 전이 확률보다 훨씬 더 낮았고(3분의 1), 단어 내부에서 음절들은 정해진 방법으로 배열되었다. 다른 식으로 말하자면, 음절들 사이에서도 자주 어울리는 음절이 있고, 덜 어울리는 음절이 있다. 이 실험은 앞에서 말한 문장인 las palabras que oímos에서 음절 pa와 la가 붙을 확률이 bras와 que가 붙을 확률보다 더 높은 것과 같은 이치다. 여기에서는 이 소리 사슬을 억양의 변화 없이 아기들에게 연속해서 2분간 들려주었다. 실제로 이 소리는 우리가 전혀 모르는 언어로 된 노래를 들을 때 경험했던 것보다 훨씬 더 느낌이 좋지 않은 인공적인 사운드 생산 시스템으로 재생되었다.

    과연 8개월 된 아기들이 이 소리(음절) 사슬에서 어떤 규칙성을 계산하고 자주 어울리는 음절과 덜 어울리는 음절을 골라낼 수 있을까? 놀랍게도 아기들은 골라냈다. 자세히 말하자면, 아기들은 음절 사이의 전이 확률을 계산할 수 있다. 따라서 tupiro 각 음절이 늘 함께해서 하나의 단어를 이루고, rogola는 자주 붙지 않는 음절들이 조합된 단어임을 이해한다. 이 결과는 아기들에게는 누군가의 말을 들을 때 나타나는 통계적 규칙성을 탐색할 능력이 있음을 보여준다. 마치 어휘 항목이나 단어 파악에 필요한 세부적인 전략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말의 세분화 과정에 대한 설명만으로는 이것을 이해하기 힘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실제 신호에는 강세 있는 음절과 없는 음절 사이의 교체 또는 음절들의 지속 시간 등 아기들의 탐색 단서가 추가로 들어 있다.

    정말 흥미로운 실험이다. 단순하지만 멋진 아이디어가 틀림없다. 하지만 어떻게 8개월 된 아기들에게 이런 것들을 물어볼 수 있을까? 간단히 말하자면, 2분간 소리 사슬을 들려준 후에 단어가 될 때와 비단어(no-words)일 때 주는 자극에 아기들이 주목하는 모습을 관찰한다. 만일 아기들이 이 두 자극에 똑같이 반응했다면, 이 실험은 실패했을 것이다. 소리 사슬에서 더 자주 어울리는 음절을 아기가 골라낼 수 있음을 보여줄 근거를 아무것도 얻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그랬다면 실험 설명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둘 사이의 반응은 달랐다. 아기들은 언어 친숙화 단계에서 단어가 될 때보다는 안 될 때(비단어일 때)의 자극에 더 반응했다. 그 소리가 들릴 때 좀 더 집중해서 더 오래 바라보았기 때문에 알게 된 사실이다. 친숙화 단계에서 비단어가 들리면 더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모습은 아기들이 친숙화 단계에서 들리는 단조로운 소리 사슬로 이어진 음절 사이에서 전이 확률을 마치 통계 장치처럼 무의식적으로 계산해낸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아기들은 머릿속으로 ‘tu라는 소리가 들리면 그다음에는 pi와 ro가 올 확률이 매우 높군. 이런 반복되는 패턴은 뭔가 하나의 단위 그러니까 단어인 것 같아. 하지만 ro가 나타나면 go가 이어서 나타날 확률은 희박해. 그러니까 rogola는 하나의 단위, 그러니까 단어 같지는 않아’라고 생각하는 셈이다. 만일 아기들이 그저 먹고 자기만 한다고 생각했다면, 큰 오해다! 이제 아기들을 볼 때마다 머릿속에는 무척 강력한 통계 컴퓨터가 있다는 생각도 하길 바란다.

    이 연구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하진 않을 것이다. 이 실험은 아기들이 소리 사슬을 이해하는 데 사용하는 음운적 단서를 알아보려고 소개했기 때문이다. 이 실험 덕분에 아기들도 말의 신호 안의 규칙성, 예를 들어, 한 언어에서 나타나는 소리의 조합 가능성(이것을 ‘음소 배열 규칙’이라고 한다)과 억양과 강세의 특징, 소리 목록 등에 매우 민감함을 알게 되었다. 비록 나이에 따라 이런 특징에 반응하는 데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 단서를 이용해 단어를 골라내고 어휘 또는 심성 사전도 만들 수 있다.

    두 언어 환경에서 살아가는 아기들

    아기들이 두 언어에 노출되고 처음 몇 달 동안 언어 신호를 푸는 작업에 익숙해지면, 이제 또 다른 문제를 만난다. 모든 언어에는 음운 규칙이 있는데, 반드시 똑같을 필요는 없고 실제로도 같지 않다. 언어에서 허용되는 소리 배열에 대한 예를 들어보겠다.

    스페인어에는 str로 시작하는 단어가 없다. 따라서 스페인어에 많이 노출된 아기는 risas tristes라는 소리 배열을 들으면서, 여기엔 적어도 두 단어가 들어 있고, s와 t 사이에 적어도 음절 경계가 하나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스페인어와 반대로 영어에는 str로 시작하는 단어가 아주 많다(strong, stream, strange 등). 따라서 영어에 많이 노출된 아기는 이 두 소리 s와 t를 다른 음절이나 단어로 구분할 필요가 없다. 그렇지만 스페인어에 노출된 아기는 four streets라는 배열에서 s와 t 사이에 단어 경계가 있다고 생각하고, fours treets로 이해할 것이다.

    바로 여기에서 어려움이 생긴다. 스페인어와 영어에 둘 다

    Enjoying the preview?
    Page 1 of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