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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 글쓰기 수업: 논픽션 스토리텔링의 모든 것
퓰리처 글쓰기 수업: 논픽션 스토리텔링의 모든 것
퓰리처 글쓰기 수업: 논픽션 스토리텔링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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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 글쓰기 수업: 논픽션 스토리텔링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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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is ebook

평범한 소재를 모두가 열광하는 스토리로 바꾸어주는
퓰리처상 심사위원의 특급 글쓰기 코칭!

장강명, 은유, 오후 작가 추천!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서부터
뇌과학의 ‘스토리텔링 두뇌’ 최신 연구까지,
독자를 매혹하는 “내러티브 논픽션 스킬”이 펼쳐진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의 35년 글쓰기 코칭 스킬을 전부 녹여내, 초보에서 전문 작가들까지 모두에게 인사이트를 줄 만한 내용을 풀어냈다. 취재나 인터뷰, 글 구성 등 자료 조사 시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과 테크닉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어 경험이 부족한 작가에게도 유용하다. 또한, 이렇게 수집한 재료를 어떻게 “잘 팔리는” 내러티브로 요리할 것인지, 저자가 직접 겪은 시행착오와 고민에서 나온 노하우를 모두 공개한다.
소재가 평범하다고, 글솜씨가 부족하다고 주저하지 말라. 솜씨 좋고 열정적인 작가는 어떤 매체에서든 좋은 이야기를 풀어낼 줄 안다. 평범한 직장인들도 기획안에 자신만의 내러티브를 입혀 눈에 띄는 기획안과 보고서를 완성한다. 이 책을 통해 스토리텔링이 활용되는 다양한 영역에서 써먹을 수 있는 유용한 통찰을 발견할 수 있다.

Language한국어
Publisher현대지성
Release dateNov 5, 2021
ISBN9791139700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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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ook preview

    퓰리처 글쓰기 수업 - 잭 하트

    지은이

    잭 하트Jack Hart

    저자 잭 하트는 역사상 최고의 내러티브 편집자다.

    _존 프랭클린(퓰리처상 두 차례 수상작가)

    퓰리처상 심사위원. 17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잡지 『오레고니언』에서 25년간 편집장을 맡았고, 글쓰기 코치로 일하면서 퓰리처상 수상자 및 전미 장편 작가상 수상자를 다수 길러냈다. 엄청난 잠재력이 숨어 있는 소재를 눈앞에 두고도 그냥 지나치거나 가망 없는 스토리에 무수한 시간을 허비하는 작가와 후배 기자들을 위해 글쓰기 코치로 나서서 눈부신 성과를 거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쌓인 자료와 실제적인 성과를 기반으로 이 책을 썼으며, 특히 10여 명의 최상급 논픽션 작가와 30여 년간 논픽션 글쓰기를 해오며 배운 점들을 완벽히 정리했다. 주위에서 평범하게 찾을 수 있는 소재에 생명력을 입히고, 독자들이 열광하고 끝까지 한눈을 팔 수 없게 만드는 글 구성 능력을 갖추게 하며, 같은 사건이라도 독자가 긴장의 끈을 놓지 않도록 사건을 배열하는 기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검증된 이론과 결과물로 보여준다.

    명실공히 내러티브 논픽션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다. 미국신문편집자협회로부터 최초로 글쓰기 교육상을 받았으며, 저널리즘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위스콘신대학교 특별공로상을 받았다. 오리건주립대학교 종신교수이자 저널리즘 및 커뮤니케이션 부학장을 역임했으며, 6곳의 대학교에서 교수로 강단에 서기도 했다. 현재는 미국언론연구소와 포인터연구소의 객원 교수로 활동하는 한편, 영어권 국가에서 글쓰기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옮긴이

    정세라

    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고 영어월간지 기자로 일했다.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서소울이라는 필명으로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 『피터팬』, 『경쟁의 역설』, 『뷰티풀 보이』, 『아버지의 오래된 숲』, 『모든 일의 발단은 고양이』 등을 옮겼다.

    표지 디자인 구경표

    incover

    STORYCRAFT: The Complete Guide to Writing Narrative Nonfiction, Second Edition

    © 2011, 2021 by Jack Hart

    All rights reserved.

    Licensed by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Chicago, Illinois, U.S.A.

    Korean translation © 2021 by Hyundae Jisung

    이 책의 한국어판 저작권은 대니홍 에이전시를 통한 저작권사와의 독점 계약으로 ㈜현대지성에 있습니다.

    저작권법에 의해 한국 내에서 보호를 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 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

    논픽션 작법을 찾아 고락을 함께했던

    위대한 작가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

    일러두기

    1. 이 책의 핵심 개념인 내러티브 논픽션(Narrative Nonfiction)은 사실을 바탕으로 한 스토리텔링을 말한다. 신문이나 잡지 등 시사 매체에 실리는 저널리즘이긴 하지만 육하원칙에 근거해 사실을 전달하는 전통적 기사가 아니라, 구성과 스타일 등 여러 면에서 문학성을 띠기 때문에 문학적 저널리즘이라고도 한다.

    2. 본문의 각주는 모두 옮긴이 주이며, 미주는 저자의 것이다.

    3. 단행본, 신문, 정기간행물(잡지)는 겹낫표(『 』)로, 에세이, 기사명, 보고서, 논문 제목 등 책의 형태가 아닌 인쇄물은 홑낫표(「 」)로, 저자의 부연 설명은 대괄호([ ])로 표기했다. 영화, 방송, 연재물, 연극, 뮤지컬, 개별 프로그램은 《 》로, 시(개별제목), 노래명, 그림명, 희곡, 프로그램 에피소드(개별제목)는 〈 〉로 표기했다.

    4. 국내에 번역 소개된 작품은 문장 부호 안에 병기하고(예. 『새로운 기계의 영혼The Soul of a New Machine』), 소개되지 않은 작품은 문장 부호 밖에 괄호로 표기한다(예. 『전원』(Coming into the Country)).

    추천의 글

    정교하고 울림 있는 콘텐츠 구성을 위한 최적의 안내서

    나는 최근의 에세이 출간 열풍을 크게 반긴다. 저자 본인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도 큰 도움이 되는 일이다. 그런 책들로 직장생활이나 투병 같은 은밀하고 사적인 경험들이 한 시대의 공적 기록이 된다.

    나도 『책 한번 써봅시다』라는 글쓰기 책을 내기도 했지만, 문장에 대해 파고드는 작법서는 시중에도 많다. 그러나 취재 현장의 테크닉과 한 권의 책을 감당할 매력 있는 서사 구조를 설계하고 길을 안내하는 실용서는 드물다. 가령, 타인의 경험에서 핵심을 찾아내는 법, 듣고 기록하는 법, 한눈팔지 못하게 하는 스토리텔링으로 재구성하는 법, 이야기의 주인공을 만들고 그에게 성격을 입히는 법, 그 과정에서 지켜야 할 윤리적인 부분까지 실용적이고 상세한 조언이 가득하다. 인터뷰 장소로 적당한 곳이나 통화 내용을 녹음할 때의 에티켓까지 소개한다.

    특히 나는 이 책을 현직 기자들이 꼭 읽어줬으면 좋겠다. 매체 환경이 급변하고 있고, 언론사에서는 자기 사명을 실현하고 보람을 찾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획안이나 보고서를 작성할 일이 많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에게도 ‘논픽션 스토리텔링’은 강력한 대안이다. 회사에서 가르쳐주지 않은 ‘긴 스토리텔링’, 더 나아가 팟캐스트 같은 새로운 미디어에 적용할 수 있는 글쓰기 전략까지 이 책을 통해 배울 수 있다.

    이제는 ‘나의 고백’을 넘어 타인의 경험을 소재로, 단편적인 생각을 병렬식으로 엮은 구성에서 벗어나 보다 정교하고 울림 있는 서사 구조를 지닌 굵직한 원고로 구성한 책들이 나오길 기대한다. 그리고 여기에 도전하는 작가들에게 잭 하트의 『퓰리처 글쓰기 수업』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장강명

    소설가, 장편소설과 논픽션을 쓰고 사랑하는 사람

    내 삶의 주인이 되는 글쓰기가 펼쳐진다

    나는 이런 삶을 살았다고 꺼내놓는 사람들 이야기는, 늘 압도적이었다. 인터뷰 현장에서, 글쓰기 수업에서 만난 이들이 들려준, 그 엄청난 사실을 엄정한 진실로 가공하는 작업이 나의 오랜 글쓰기 과제였다. 언어가 품지 못하는 현실에 쩔쩔매면서도 나는 사실을 바탕으로 한 논픽션에 점점 빠져들었다. 글의 힘은 삶에 있음을, 삶의 힘은 글에 있음을 믿게 되었다. 산다는 것은 밀려오는 사건을 받아들이는 수락의 여정이다. 때로 어떤 일은 삶보다 커서 존재를 덮어버리곤 하는데, 그럴 때 사람들은 말을 하고 글을 쓴다. 글쓰기를 통해 나를 짓누르는 일이 내가 다룰 만한 일이 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이야기의 힘일 것이다.

    허구가 아닌 사실에 기반을 둔, 예술 창작물보다는 삶의 미학화를 지향하는 이런 글쓰기를 무어라 부를지 막연했는데 비로소 마땅한 이름을 얻었다. 일명 내러티브 논픽션. 이 책은 진짜 사람에게 벌어지는 사건들에서 가치와 의미를 생산하는(인간 이해에 기여하는) 글쓰기 방법론을 보여준다. 작가, 기자, 학자 등 사람 이야기에 기대어 사는 직업인은 물론 자전적 글쓰기를 꿈꾸는 이들에게 좋은 반려서가 될 것이다. 소설의 주인공이 되는 게 아니라 소설보다 더 재미있는 삶의 주인이 되는 글쓰기가, 지금부터 펼쳐진다.

    은유

    『글쓰기의 최전선』 저자, 글을 쓰고 가르치는 사람

    이보다 더 좋은 글쓰기 교본은 없다

    강연 후에 ‘글을 잘 쓰는 법’에 대한 질문을 종종 받는다. 솔직히 말해서 단번에 글을 잘 쓸 비법 같은 건 없다. 이건 그냥 타고나는 거예요라고 말하고 싶지만, 나 역시 타고나진 못했기에 실전에서 터득한 팁을 몇 가지 알려준다. 하지만 그분들에게 딱히 도움이 되진 않았을 것이다. 오직 내게만 유용한 팁이었으니까.

    하지만 『퓰리처 글쓰기 수업』은 어떻게 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매우 예리하고 구체적인 답변서로 읽힌다. 영화 시나리오든, 팟캐스트 대본이든, 유튜브 제작이든 간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새로운 플랫폼 안에서 어떻게 고전적인 글쓰기 방법을 통해서도 성공할 수 있는지를 설파한다. 어떤 글이 좋은 글인가부터 시작해 세세한 예시를 통해 비법을 전수한다. 글 쓰는 이의 윤리까지 다루는 챕터를 읽다 보면 저자의 진심과 장인의 숨결이 느껴진다.

    최근 인기 있다는 콘텐츠(글이든 영상이든 오디오든 간에)를 일별해보면, 잔기술은 화려하나 기본은 약한 원고가 넘쳐난다. 그런 의미에서 좋은 글이 무엇인지를 심도 있게 고민하는 이 책은 읽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위안이 된다. 주로 논픽션을 다루지만 픽션을 쓰는 작가에게도 좋은 책이다. 모든 스토리텔링은 픽션이든 논픽션이든 동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픽션일수록 더욱 논픽션다운 글쓰기 방법을 알아놓는 게 좋다. 소설은 현실처럼, 현실은 소설처럼 써야 독자의 뇌리에 오래 기억되고 살아남는다.

    책을 읽는 중간중간 읽기를 멈추고 출간 준비 중인 내 원고를 수없이 살피고 고쳤다. 여전히 부족하지만 그래도 덕분에 조금은 나아진 느낌이다.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정도의 정성만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글쓰기 교본은 없다.

    오후

    『나는 농담으로 과학을 말한다』 저자,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글 쓰는 논픽션 작가

    들어가는 글

    평범한 소재를 독자가 열광하는 스토리로

    바꾸어주는 특급 글쓰기 코칭

    40여 년 전 경찰서 출입기자 한 명이 당시 내가 발행하던 『노스웨스트 매거진』 사무실로 걸어 들어와 사건 하나를 풀어놓았다. 한 젊은 엄마가 음주 운전자의 차에 치여 죽은 사건이었다. 그는 경찰서 출입기자의 본분을 다해 그 사건을 단신으로 처리했지만 그 후로도 좀처럼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던 모양이다. 이 여인은 무슨 얄궂은 운명의 장난으로 뜻밖의 장소에서, 뜻밖의 시간에 죽음을 맞았을까? 그녀는 어떤 삶을 남기고 떠났을까? 그녀를 죽음으로 내몬 남자는 어떤 사람일까? 한낱 술주정뱅이일까 아니면 그런 파렴치범에게도 의외의 인간적인 면모가 숨어 있을까?

    이 사건은 신문 사회면 치과 보험 광고 위에 빼곡히 들어가는 1단짜리 단신에 그치지 않았다. 그 후 내가 『오레고니언』(Oregonian) 편집기자로 막 합류했을 때 당시 경찰서 출입기자였던 톰 홀먼이 일요판 기자로 들어왔다. 나는 그가 풀어놓은 진짜 이야기에 넘어가버렸다. 이번에는 단신이 아닌 서두와 본문, 결말을 모두 갖춘 제대로 된 기사를 싣기로 했다. 치밀한 짜임새로 극적 긴장감을 조성하되 완급을 적절히 조절했다. 정보원 대신 인물이 있었고 화젯거리 대신 장면이 있었다. 꼼꼼하게 정확성을 기하되 보통의 뉴스 보도에는 담지 못할 진정성이 드러나도록 했다.

    그렇게 5,000단어에 달하는 이야기 「충돌 진로」(Collision Course)가 탄생했다. 톰도 나도 신문에 이런 글을 써보긴 처음이었다. 독자의 반응 역시 남달랐다.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다는 전화와 편지가 쇄도했다. 이야기에 푹 빠져들었고, 교훈과 감동을 얻었다고도 말했다. 너무 짧아 아쉽다며 더 듣고 싶다고들 했다.

    이 이야기는 수많은 사람을 논픽션 스토리텔링에 매료시켰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에 사람들이 관심을 조금씩 보이던 때였다. 한마디로 시류를 잘 탄 것이다. 우리가 감행한 실화 스토리텔링이 사람들의 이러한 관심을 수면 밖으로 끌어낸 셈이었다. 존 맥피의 『전원』(Coming into the Country)이나 트레이시 키더의 『새로운 기계의 영혼The Soul of a New Machine』처럼 소설 작법을 기사에 도입한 논픽션 기사집이 베스트셀러 순위에 단골로 오르내렸다. 보스턴에 사는 세 가족을 통해 정부의 강제 인종 통합 정책의 현실을 낱낱이 파헤친 토니 루카스의 『한 땅』(Common Ground)은 퓰리처상을 받는 기염을 토했다. 이와 맞물려 소설을 비롯한 픽션은 독자들을 예전만큼 사로잡지 못했다.

    이러한 경향은 책에 국한되지 않았다. 이후 몇 년 동안 미국의 유력 일간지, 잡지에는 논픽션 스토리텔링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라디오뿐 아니라 영화에서도 다큐멘터리가 새롭게 두각을 드러냈다. 훗날 인터넷이 이 트렌드를 이어받았다.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논픽션 작가의 작업 방식이 크게 달라졌고, 논픽션은 더욱 새롭고 흥미진진한 국면을 맞았다. 팟캐스트는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매체와 가장 오래된 매체 중 하나인 라디오를 결합해 새로운 열혈 독자층을 찾아냈다.

    『노스웨스트 매거진』에 다니던 시절, 우리는 논픽션 스토리텔링의 인기를 타고 호시절을 보냈다. 벌목에서 심장 이식, 유전 공학까지 주제를 가리지 않고 논픽션 스토리텔링 형식을 사용했다. 잡지 구독자 수가 치솟았고, 논픽션 스토리텔링 형식을 취한 글은 한결같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오레고니언』에서 필진과 편집자들을 대상으로 글쓰기 코치를 맡게 되면서 대학교에서 12년 동안 스토리텔링 이론을 강의하며 개발한 글쓰기 요령을 그대로 전수했다.

    그들은 내가 가르쳐준 이론을 실전에 멋지게 적용했다. 종교, 비즈니스, 음악, 범죄, 스포츠 등 각종 분야에서 스토리텔링 형식을 취한 『오레고니언』 기사들이 굵직한 상을 수상했다. 리치 리드가 내 지도 아래 쓴 국제 비즈니스 관련 기사는 해설보도 부문 퓰리처상을 수상했고, 톰 홀먼과 내가 두 번째로 의기투합해 쓴 기사는 특집기사 부문 퓰리처상을 받았다. 내 손을 거쳐 간 미셸 로버츠의 스토리텔링 기사도 특종보도 부문 퓰리처상을 받았다. 리치 리드 그리고 나와 함께 오랫동안 손발을 맞췄던 작가 줄리 설리번은 어맨다 베넷이 이끄는 기획취재팀 일원으로 2001년 언론계 최고의 영예로 꼽히는 퓰리처상 금메달을 받았다.¹

    나는 『오레고니언』 편집장이 된 후에도 기자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쳤다. 『오레고니언』에서 운영하는 글쓰기 훈련 프로그램의 대표 자격으로 신문사 편집기자, 언론학 교수, 음식 전문기자, 탐사보도 전문기자, 여행 전문기자, 와인 전문기자, 원예 전문기자 등 모든 분야의 언론인이 모이는 회의에 참석하기도 했다. 잡지 『편집자와 출판인』에 칼럼을 썼고, 전국에 배포되는 교육적인 성격의 월간 소식지를 발행했다. 교편을 놓은 뒤에도 이따금 대학교에서 글쓰기 수업을 진행했다. 그러는 사이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논픽션 스토리텔링에 집중했다. 강연, 워크숍, 수업을 하고 기사를 쓸 때마다 ‘진짜’ 사람을 다룬 사실적인 이야기가 독자를 매료시키는 힘이 어디에 있는지를 깊이 고민했다.

    그때마다 내게 값진 가르침을 준 것은 수십 명의 기자, 작가들과 함께했던 수백 개의 글 작업이었다. 마감에 쫓기며 글을 만들었던 경험이 곧 훈련이 된 셈이다. 이러한 경험은 일류로 손꼽히는 대학원에서도 배우지 못할 귀중한 자산이다. 현직에서 물러났을 때 나는 그간 쌓은 실전 지식을 제대로 전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 첫 결실로 『작가의 코치』(A Writer’s Coach)를 출간했다. 함께 작업했던 기라성 같은 작가들이 힘 있고 생생하며 깊은 정서를 건드리는 글, 무엇보다 전달력이 좋은 글을 만드는 데 사용했던 기법을 망라한 책이다. 랜덤하우스에서 처음 출간되었으나 어느덧 시대에 뒤처졌고, 랜덤하우스의 어마어마한 도서 목록에 묻혀버렸다. 그로부터 몇 년 뒤, 나는 글쓰기 코치 시절 주력했던 논픽션 스토리텔링을 다룬 이 책의 초판을 시카고대학교출판부(UCP)에서 출간했다.

    『작가의 코치』까지 UCP로 데려올 기회가 생겼을 때 나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그 김에 오래된 예문을 교체하고 예상 독자를 기자나 칼럼니스트에서 대중으로 확장하여 글을 손보았다. 또한, 이 기회에 『작가의 코치』에 원래 붙이려고 했던 제목 『낱말 짓기』(Wordcraft)를 되살렸다. 『낱말 짓기』는 책의 의도를 그대로 반영한 제목이다. 『작가의 코치』를 『낱말 짓기』라는 새 제목으로 개정하면서 실용성에 대한 초점을 더욱 넓혔다. 『낱말 짓기』와 이 책을 한데 묶어 내려던 계획도 되살릴 수 있었다. 『퓰리처 글쓰기 수업』과 『낱말 짓기』는 짝을 이뤄(이 책의 원제는 Storycraft로 『낱말 짓기』의 원제 Wordcraft와 짝을 이룬다—편집자) UCP에서 출간되었고, 각 권에는 상호참조가 수록되어 있어 서로 참고서로 삼을 수 있다.

    수백 명의 작가가 『낱말 짓기』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했고, 교사들도 학생들이 책을 쉽게 이해했다는 피드백을 주었다. 실전에서 활용할 여지를 염두에 두고 매 페이지에 노력을 기울인 데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글쓰기 조언들은 이미 대중적 성공을 거둔 작가들과 빠듯한 마감을 앞두고 작업하면서 어렵사리 알게 된 것들이다. 그들에게 효과가 있었던 것은 대체로 학생들에게도,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복잡하고 어려운 기술 중 하나인 글쓰기와 씨름하는 다른 작가들에게도 효과가 있었다.

    『퓰리처 글쓰기 수업』 개정판은 실용성을 중시하는 원칙을 유지했다. 이 책의 초판 역시 독자들로부터 가슴 따뜻해지는 후기가 쏟아졌다. 이색 소재에 맞는 틀을 찾거나 구성상 엉킨 지점을 풀어야 할 때, 시점을 잡을 때, 사건의 시간 배열이나 디테일 수준을 정할 때 부딪히는 난감한 문제 등 까다로운 글쓰기 고민들을 해결할 수 있었다는 말들에서 큰 보람을 느꼈다.

    내가 바랐던 대로 작가들도 이 책의 실용적 가치를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나는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실용성을 최우선 원칙으로 삼고 책에 쓸 예문을 골랐다. 예문의 출처는 내 도움을 요청했던 작가들과 함께 작업한 작품들이다. 그들은 시시콜콜한 디테일이 아니라 기사로 보도하고, 사용할 장면을 고르고, 등장인물을 묘사하고, 무엇을 빼고 남길지 선택하는 문제로 도움을 청했다.

    그들은 다른 선택지가 있는지도 알고 싶어 했다. 대학교 문학 수업에서 배우는 고전적인 내러티브 포물선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기존의 글쓰기 책에서는 내러티브 논픽션 형식 중 한두 가지에 집중하고 있기에 다양한 형식을 살펴보기는 힘들다. 이 책에서는 해설 내러티브, 소품문•, 내러티브 에세이, 팟캐스트 등 다양한 형식의 논픽션 내러티브를 다루었다.

    •vignettes. 스냅사진처럼 순간의 분위기, 특정 사물이나 인물, 배경 등을 잡아낸 짤막하지만 운치 있는 스케치 기사. 본문에 있는 각주는 특별한 언급이 없는 한 모두 옮긴이의 것이다.

    이번 개정판에서는 초판 이후 10년 동안 내러티브 논픽션을 더욱 중요하고 폭넓게 만든 변화들까지 아우르고자 했다. 예를 들면, 팟캐스트 방송은 기막히게 훌륭한 내러티브를 전달하는 매체로 급성장했다. 퓰리처상 선정위원회가 ‘오디오 보도’라는 생소한 부문을 신설한 것은 그 달라진 위상을 인정한 것이다. 개정판에는 팟캐스트 섹션을 별도로 만들어 비슷한 기존 매체, 즉 인쇄물이나 다큐멘터리와 자세히 비교했다. 기존의 스토리텔링 이론을 오디오 스토리텔링에 적용할 때마다 스토리텔링 이론이 확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의 초판 이후로 생긴 큰 변화 중 하나는 인류의 뇌에서 스토리텔링 본능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척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10년 전, fMRI(기능성 자기공명영상) 기술이 획기적 전환점을 맞이할 때쯤 이미 인간은 ‘이야기하는 동물’로 설계되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신기술로 자극받은 문화인류학자를 비롯한 연구자들은 전 세계 문화에서 스토리텔링의 핵심 역할을 조명하는 연구에 나섰다. 그 뒤 수백 건의 연구 보고서가 나왔고, 덕분에 우리 모두의 이야기 솜씨를 갈고닦아줄 지식을 더 얻게 됐다.

    개정판에는 새 예문도 많이 추가했다. 내러티브 논픽션이 그만큼 중요하고, 신문사 보도국을 벗어나 모든 대중매체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확장성 있는 형식이라는 방증이다.

    그러나 바뀌지 않는 진리도 있다. 다양한 스토리텔링 형식을 섭렵하는 것은 여전히 성공의 관건이다. 또 하나는 부적절한 소재를 스토리텔링이라는 틀에 억지로 구겨 넣는 치명적 실수를 피하기 위해 이론을 충분히 숙지하라는 것이다. 나는 아무리 봐도 고전적 스토리텔링 취향이긴 하지만, 대부분 소재는 핵심 요점을 신속하게 전달하는 정보성 글쓰기에 적합하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스포츠 기자나 작가들이 시작부터 득점 결과를 말하는 이유가 있다. 주민들이 현재 진행 중인 심사에서 지역 학교가 예산 삭감을 당할 것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데, 이야기를 길게 감아 돌리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구글, 애플 등에 인터넷뉴스 피드를 채우고 있는 단신도 마찬가지다.

    글쓰기 실전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이미 출간된 책을 많이 인용했다. 상당수는 출간되기까지 내 손을 거친 책들이다. 인용된 작품은 참고 문헌 목록에 올려놓았고, 출판되지 않은 내용이나 인용은 책 말미에 출처와 부가 설명을 달았다.

    이 책에는 편집자의 관점이 포함되어 있다. 스토리텔링 기술을 다루는 대부분 책이 편집자를 배제한 채 저자 관점에서만 설명한다. 하지만 나는 신문, 잡지, 책, 팟캐스트, 온라인의 글을 막론하고 편집자의 손을 거친 뒤에야 스토리텔링 완성도가 높아지는 경우를 숱하게 봐왔다. 『뉴요커』에서 논픽션 스토리텔링의 전통을 세운 사람은 편집자 해럴드 로스와 윌리엄 숀이다. 해럴드 헤이스는 『에스콰이어』에서 편집자로 일할 때 현대 논픽션 스토리텔링의 토대를 마련했다. 리처드 프레스턴은 『핫존The Hot Zone』의 머리말에서 이 책을 편집한 랜덤하우스의 편집자 샤론 들라노 덕분에 스토리텔링이 설득력을 갖는 데 이야기 구조가 얼마나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지 알게 되었다라고 감사를 표했다. 최근 주목받는 편집자로는 아이라 글래스가 있다. 미국 공영 라디오방송 《디스 아메리칸 라이프》와 사라 쾨니히가 진행하는 인기 팟캐스트 《시리얼》을 총지휘했다. 이 프로그램으로 그는 긴 안목을 가진 제작자와 편집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여실히 보여주었다.

    25년간 논픽션 작가들과 일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는 이야기는 비범한 재능에서 나오는 것도, 수십 년 동안 골방에 들어앉아 쓴다고 나오는 것도 아님을 깨달았다. 실화를 이야기로 풀어내는 기술을 알고 싶다면 겁을 내선 안 된다. 한 번도 이야기를 써본 적 없는 사람이 핵심 원칙을 정확히 파악하고 적절한 이야기 구조를 찾아내고 초고에서 극적인 이야기를 뽑아내 독자를 감동시킨 예는 무수히 많다. 처음으로 평단의 인정까지 받은 경우도 있다. 클래식 평론가 데이비드 스터블러는 『오레고니언』에 한 음악 신동에 대한 연재기사를 쓰면서 처음으로 스토리텔링 기법을 사용했고, 퓰리처상 최종 결선까지 올랐다. 리치 리드 역시 논픽션 스토리텔링 기법을 사용한 첫 기사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내가 그랬듯 이들이 성장한 곳은 지난 20년간 훌륭한 이야기를 생산해낸 신문사 편집국이다. 하지만 지금의 신문사들은 디지털판 뉴스에 독자를 빼앗기는 과도기를 맞고 있다. 호흡이 긴 기사는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사정이 어려운 신문사들은 20년 전에 비하면 이런 기사들을 훨씬 적게 써낼 수밖에 없다. 차세대 논픽션 작가들은 지금 나와 함께 일하는 작가들과는 다른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신문이 아닌 다른 매체에서 활동하는 작가들 역시 독자를 만날 새로운 통로를 고민해야 한다. 미디어 시장 전체가 지각 변동을 겪는 오늘날, 연륜이 부족한 작가는 난관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진취적인 사람은 변화하는 과학기술에 적응해 인쇄, 오디오, 비디오가 통합된 새로운 전달 방식을 찾아낼 것이다. 하지만 전달 방식에 상관없이 모든 이야기에 적용되는 보편타당하고 영원불변한 원칙을 터득한 사람만이 진정한 성공을 거둘 수 있다. 이 책은 이러한 원칙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여전히 전통적인 신문사 편집국을 거쳐 논픽션 스토리텔링으로 가는 이도 존재하겠지만 그 외의 다른 길도 얼마든지 열려 있다. 트레이시 키더는 하버드대학교 영문과를 거쳐 아이오와대학교 작가 워크숍에서 문예 창작을 공부했다. 논픽션 스토리텔링은 미국의 모든 대학교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문예창작과의 주력 과목이다. 테드 코노버는 애머스트칼리지에서 인류학을 공부하던 중 문화기술지학(文化記述誌学, ethnography)을 접하고 논픽션 스토리텔링에 입문했다. 윌리엄 랑게비셰는 미국에서 손꼽히는 잡지기자가 되기 전 항공기 조종사로 일했다. 훌륭한 이야기꾼이 되는 데 필요한 자격은 그 기술을 터득하려는 굳은 의지뿐이다.

    오늘날 논픽션 스토리텔링은 광범위한 영역을 아우른다. 이 책에 인용한 사례 대부분은 신문 이외의 매체에서 가져온 것이다. 물론, 신문에서 인용한 사례도 상당수다. 내가 글쓰기 코치로, 편집자로 잔뼈가 굵은 분야이기 때문이다. 내 경험을 이 책에 고스란히 녹여내고 싶다는 바람으로 그 시절 내가 배웠던 것을 전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

    이야기가 갖춰야 할 이론적 원칙과 그것을 실전에 적용할 방법을 동시에 알고 있는 저자와 편집자에게서 좋은 스토리텔링이 나오는 법이다. 스토리텔링을 익히려는 이들은 그 분야에서 일해본 사람, 그래서 이론과 실전을 모두 잘 아는 사람에게 배워야 한다. 나에겐 신문사 시절 경험, 그 후에는 워크숍에서 만난 논픽션 내러티브 작가들과의 대화, 수많은 논픽션 내러티브 책을 처음부터 출간까지 코칭했던 경험이 스승이었다.

    스토리텔링의 활용 폭이 이토록 넓은 이유는 이야기가 인간의 보편적 필요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하나의 행위가 어떻게 다음 행위로 이어지는지 보여줌으로써 혼란스러운 세계를 이해하는 틀을 제공하며, 누군가가 어떻게 삶의 고비를 넘었는지 알려줌으로써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준다.

    솜씨 좋고 열정적인 작가는 어떤 매체에서든 좋은 이야기를 풀어낼 줄 안다. 좋은 스토리텔링 이론과 기법은 대중매체를 초월한다. 변호사들은 워크숍에 참가해 배심원을 설득할 수 있는 이야기 구축 기술을 배운다. 심리학자들은 환자를 치료하는 데 스토리텔링을 사용한다. 이 책을 통해 스토리텔링이 활용되는 다양한 영역에서 써먹을 수 있는 유용한 통찰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뇌에는 스토리를 추구하는

    본성이 각인되어 있다.

    대니얼 스미스_진화인류학자

    보스턴의 어느 호텔 연회장 맨 뒤편에서 아이라 글래스•가 큐 사인을 내리고 음악 볼륨을 조정하고 작가 수백 명의 마음을 휘어잡으며 자신의 스토리텔링 이론을 능수능란하게 풀어내는 모습을 넋 놓고 지켜보고 있을 때였다. 왜소한 체구의 이 천재 진행자가 시종일관 에너지 넘치는 모습으로 설명하는 방송용 스토리텔링 이론은 신문에 실을 논픽션 내러티브를 선정하거나 편집할 때 내가 원칙으로 삼는 항목과 똑같았다!²

    •미국 공영 라디오방송 NPR의 《디스 아메리칸 라이프》 진행자.

    ‘아하!’ 하는 그 순간 이제껏 제각각 따로 놀던 생각들이 하나로 모이며 한 가지 깨달음이 번득 머리를 스쳤다. 바로 배경 설정, 캐릭터 형상화, 플롯 설계라는 스토리텔링 원칙은 어느 매체든 비슷하다는 점이다. 신문과 잡지에 싣는 논픽션 내러티브 편집에 잔뼈가 굵은 나는 이 두 매체에 적용되는 스토리텔링 원칙을 많이 알고 있었다. 아이라 글래스가 말하는 방송용 스토리텔링 역시 다르지 않았다. 신문 연재물이든 라디오 다큐멘터리든 잡지기사・책・영화・인터넷 게시물이든, 하나같이 주인공을 갈등에 빠뜨리는 흥미진진한 심리적 시련•이 캐릭터를 생생하게 살아나도록 한다.

    •이야기에서 주인공을 갈등에 빠뜨리는 플롯상의 여러 사건 혹은 주인공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헤쳐나가야 하는 문제들을 가리킨다. 한마디로 주인공에게 닥친 시련이다.

    어쩌다 이런 중요한 사실을 간과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를 증명할 만한 증거는 늘 내 주변에 널려 있었다. 나는 마크 보든이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 기자로 재직하던 시절 어떤 일이 있었는지 누구보다 잘 알았다. 당시 경찰서 출입기자였던 마크 보든은 미국의 소말리아 공습에 대한 연재기사를 썼다. 이 기사의 인터넷판이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블랙 호크 다운』이라는 책으로 출간되기까지 했다. 책 역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고, 리들리 스콧은 이 책을 영화로 만들었다. 그리고 보든은 『애틀랜틱』 워싱턴 특파원으로 스카웃되었다.

    스토리텔링의 원칙이 모든 매체에 적용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자 이러한 사례가 곳곳에서 발견되었다. 『볼티모어 선』의 데이비드 사이먼처럼 신문에 글을 쓰는 이들은 취재한 내용을 책으로 내고 그 책은 다른 매체로 재가공된다. 사이먼의 『강력계, 살인의 거리에서 보낸 1년』(Homicide: A Year on the Killing Streets)이 인기리에 방영된 TV 시리즈 《강력계, 거리 위의 생사》(Homicide: Life on the Street)로 재탄생한 것이 일례다. 서배스천 융거의 『퍼펙트 스톰』, 수전 올린의 『난초 도둑』(The Orchid Thief), 로라 힐렌브랜드의 『시비스킷』(Seabiscuit) 등 굵직한 논픽션 베스트셀러는 모두 할리우드에서 영화로 제작되어 책에 버금가는 성공을 거두었다.

    내가 『오레고니언』에서 편집했던 장편 스토리 중에도 이런 사례가 있었다. 신참 기자였던 반스 엘리스와 내가 팀을 이뤄 썼던 「지옥으로의 여행」(A Ride through Hell)은 신문에 실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조애나 컨스와 배리 보스트윅 주연의 TV 영화 《포로》로 제작되었다. 톰 홀먼이 쓴 장애인 방문 외판원 빌 포터의 감동적인 실화는 그 후 지면을 바꾸어 『리더스 다이제스트』에 실렸고, 뒤이어 ABC방송 《20/20》에서 심층 보도했다. 그리고 윌리엄 메이시 주연의 TV 영화 《도어 투 도어》로 재탄생했다.

    스토리는 어딜 가도 변함없이 스토리다. 어디에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든 그 바탕을 가로지르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퓰리처상을 두 차례 수상한 존 프랭클린은 모든 스토리에는 몇 가지 공통된 속성이 일정 방식으로 배치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스토리텔러로서 잠재력을 100퍼센트 펼치려면 이 보편타당한 원칙을 알아야 한다. 기본적으로 스토리를 이루는 기초 이론과 그 이론이 제시하는 스토리 구조를 이해하고 있어야 제대로 된 논픽션 스토리텔링을 쓸 수 있으며, 독자의 마음도 얻을 수 있다.

    스토리 이론의 기원은 고대 그리스다. 각본의 거장 로버트 맥키는 이렇게 말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시학』을 쓴 후 2,300년 동안 스토리의 ‘비법’은 동네 도서관처럼 누구에게나 열려 있었다. 우리는 지난 수천 년간 고대 그리스 이론에 충실한 스토리 구조를 발전시켜 왔을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많은 사람이 스토리의 비법을 알고 흔하게 써먹었다는 뜻은 아니다. 나 역시 신문사 편집자 경력이 중반에 이르러서야 도서관에 가 어떤 책을 찾아달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전까지는 갈팡질팡하며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리고 옛날의 나처럼 방향을 잃고 헤매는 스토리텔러 지망생을 꽤 많이 만났다. 그들은 엄청난 잠재력이 숨어 있는 소재를 눈앞에 두고도 그냥 지나치거나 가망 없는 스토리에 무수한 시간을 허비했다.

    무엇을 찾아야 하는지 안다면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사실 스토리의 기본 재료는 주위에 널려 있다. 일상생활에서 소재 찾는 법을 배워 스토리 보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 정말 훌륭한 스토리를 찾고 싶다면 앞으로 내가 설명할 재료들을 찾아보라. 위대한 스토리를 쓰고 싶다면 이 책에서 설명하는 기법들을 공부하라.

    현실의 한 부분에서 스토리의 모든 구성 요소를 찾아내기는 쉽지 않다. 내러티브를 잡아내는 일은 흑과 백, 모 아니면 도로 명쾌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스토리 요소가 풍부한 사건과 맞닥뜨리면 (길든 짧든) 캐릭터가 하나의 완결된 내러티브 포물선을 따라가는 본격적인 스토리를 뽑아내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야기의 흥미로운 전개에 도움이 될 만한 에피소드가 약하다면 해설기사로 작성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그럴 거리도 안 된다면 개인적인 생각이나 감상이 담긴 에세이 혹은 소품문으로 써볼 수 있다. 그도 아니면 일화를 하나 잡아 좀 더 고전적인 보도기사나 특집기사로 만들 수도 있다.

    독자들이 있는 그대로의 꾸밈없는 정보를 원한다면 사족을 붙이지 말고 정보만 제공하면 된다. 빵 포장지에 제빵사 이름과 재료가 적혀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나는 빵에 얽힌 사연이 포장지에 구구절절 적혀 있는 것을 좋아한다. 이 빵을 만든 제빵사는 교도소에서 15년을 복역한 뒤 사회에 나와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으로 새 삶을 살고 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정성껏 빵을 만든다처럼 말이다. 이런 사연이 있는 빵이라면 누구든 한 입 먹어보고 싶지 않을까?

    문장력보다 스토리가 더 중요하다

    조지프 캠벨의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은 다양한 문화권에서 나온 원시적인 이야기 저변에는 동일한 원형이 자리 잡고 있음을 밝힌다. 고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부터 언어학자 스티븐 핑커에 이르기까지 세계적 석학들은 스토리텔링에 진화의 근거라 할 만한 부분이 존재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³ 정보를 정리하는 시스템이 세계를 바라보고 이해하는 방식을 제공해 인류에게 생존 우위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개발된 첨단 뇌 분석 기술은 인간이 스토리텔링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이론에 힘을 실어 준다. 과학 저술가 스티븐 홀은 이야기를 만드는 동안 자신의 뇌를 MRI로 찍는 실험을 진행했는데 실제로 오른쪽 전두엽에서 각설탕만 한 구역이 활성화되는 것을 확인했다. 홀은 『뉴욕타임스 매거진』에 발표한 글에서 하전두회에 위치한 이 부위를 ‘스토리텔링 영역’이라고 이름 붙였다. 이곳은 시각피질•을 비롯한 뇌의 다른 영역과도 연결되어 있다. 홀은 이 영역이 모여 ‘스토리텔링 시스템’을 이룬다고 설명한다.

    •후두엽에 위치해 있으며 대뇌피질 내에서 시각 정보 처리에 관여한다.

    엄밀히 말하면 홀의 실험은 과학적 연구가 아니었지만, 스토리텔링을 생물학적 본성으로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인류에게 스토리텔링 본능이 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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