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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비안 나이트: 천일야화
아라비안 나이트: 천일야화
아라비안 나이트: 천일야화
Ebook396 pages3 hours

아라비안 나이트: 천일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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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과 지니, 신밧드, 알리바바의 오리지널 이야기!
1,001일 밤의 환상적인 이야기를 생동감 넘치는 일러스트와 함께 만나다

알라딘, 지니, 알리바바, 신밧드… 『아라비안 나이트』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용감한 셰에라자드가 잔혹한 샤리아르 왕에게 1,001일 동안 매일 밤마다 매력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에 ‘천일야화千一夜話’라고도 불린다. 그렇지만 이 방대한 이야기의 원작을 조금이라도 제대로 읽어본 독자는 얼마 없을 것이다. 『아라비안 나이트』는 원래 아랍에서 전해지는 작자 미상의 이야기들을 한데 모은 책이다. 그렇기에 분량이 많고, 읽다 보면 비슷비슷한 이야기들이 나와 지루한 감이 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알라딘과 요술램프」,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 「신밧드의 모험」 등 총 26편의 이야기를 선별하여 담았다.

또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함께 아라비안 나이트 삽화가 중에서 최고라고 평가받는 르네 불의 생생한 일러스트로 이야기의 맛을 살렸다. 100년 전에 그려졌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름답고 정교한 일러스트는 각 이야기들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아랍의 문화와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는 이국적이고도 매력적인 이야기의 샘 속으로 빠져보자.

Language한국어
Publisher현대지성
Release dateMay 7, 2020
ISBN9791187142935
아라비안 나이트: 천일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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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라비안 나이트 - 작자미상

    1장

    아라비안 나이트의 시작

    고대 페르시아의 사산 왕조 연대기를 보면 어린 시절부터 총명하기로 이름이 난 한 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지혜롭고 사려가 깊어 백성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으며, 용맹스럽고 잘 훈련된 병사들을 거느리고 있어서 이웃 나라들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그에게는 두 아들이 있었는데, 왕위 계승자인 큰아들 샤리야르는 왕처럼 아주 덕망이 높았고, 작은 아들 샤스난 역시 그에 못지않은 덕성을 지니고 있었다.

    사산 왕조(A.D. 226~651): 제국의 영토는 오늘날의 이란을 중심으로 이라크, 터키 동부, 인도 북부 등에 이르렀다.

    오랫동안 화평한 가운데 왕이 나라를 다스리다 죽자 샤리야르가 왕위를 이어받았다. 왕국의 법에 따라서 장남이 아닌 샤스난은 조그만 땅덩어리도 가질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형이 누리는 행복을 시샘하기는커녕 형의 마음에 들도록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하여 어렵지 않게 형의 마음을 살 수가 있었다. 본래부터 동생에게 큰 애정을 가지고 있던 샤리야르는 타타르 왕국을 그에게 주었다. 샤스난은 즉시 타타르로 가서 그곳의 도시인 사마르칸트에 궁전을 지을 터를 정했다.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뒤, 그동안 동생을 보지 못한 샤리야르는 동생이 몹시 보고 싶어졌다. 그리하여 동생을 자신의 궁전으로 초대하기 위해 대신大臣을 보냈다. 대신이 사마르칸트 근처에 도착했을 때 샤스난이 소식을 듣고 영주들을 거느리고 그를 맞으러 나왔다. 영주들은 황제가 보낸 대신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화려하게 차려입고 나타났다. 타타르 왕은 반갑게 대신을 맞으며 형의 안부를 물었다. 대신은 형이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고 전하고는 그곳에 온 목적을 말했다. 샤스난은 감격에 차서 대답했다.

    현명하신 대신이여, 형님이신 황제께서 내게 이 같은 영광을 주시다니 이보다 더 기쁜 일이 어디 있겠소. 나 역시 형님을 얼마나 뵙고 싶었는지 모르오. 내 왕국은 평화로우니 10일이면 떠날 준비를 할 수가 있소. 그러니 수고스럽게 굳이 성 안까지 오실 필요가 없소. 여기에 천막을 치고 기다려 주시오. 당신과 수행원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모두 마련해 주겠소.

    대신은 그 제안을 선뜻 받아들였다. 그로부터 10일 후, 떠날 준비를 마친 샤스난은 아내인 왕비를 두고 저녁에 수행원들을 데리고 도시를 벗어났다. 그는 대신의 천막 옆에 자신이 묵을 막사를 마련하고 대신과 밤이 깊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다가 몹시 사랑하는 왕비를 한 번 더 보고 싶어 혼자서 막사를 나와 궁전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왕비가 적과 내통하며 자신을 배신할 음모를 꾸미고 있지 않은가. 그는 가슴이 무너져 내려앉았다. 불운한 왕은 분함에 못 이겨 배신자들이 그가 온 것을 미처 알아채기도 전에 긴 칼을 뽑아들고 그들의 목을 쳐서는 시체를 궁전 밖 도랑으로 던져 버렸다.

    이렇게 복수를 하고 막사로 돌아온 그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없이 막사를 걷으라 명하고는 날이 밝기 전에 행군을 서둘렀다. 행군과 함께 울려 퍼지는 큰 북과 악기 소리에 모두 즐거워하였지만 왕만은 그렇지 못했다. 그는 아내가 배신했다는 사실이 몹시 괴로워서 행군하는 내내 매우 침울해했다.

    그가 페르시아 수도 가까이 다다르자 샤리야르 황제와 그의 신하들이 모두 나와 그를 맞이하였다. 두 왕은 서로를 보자 너무 기뻐서 마차에서 내려 서로 얼싸안고 애정과 존경 어린 말을 주고받고는 다시 마차에 올라타 백성들이 환호하는 가운데 궁전으로 향했다. 황제는 동생을 위해 마련해 둔 궁전 거처로 동생을 안내했는데 자신의 거처와 정원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곳이었다. 사실 동생이 거처할 궁전은 연회와 다른 행사들이 열리는 곳이었기 때문에 훨씬 더 호화로웠다.

    샤리야르는 동생이 목욕을 하고 옷을 갈아입도록 곧바로 그곳을 나갔다. 동생이 목욕을 끝내자 샤리야르가 곧 다시 돌아왔다. 두 왕은 소파에 나란히 앉아 정담을 나누며 오랜만에 회포를 풀었다. 저녁식사 시간이 되자 두 사람은 함께 식사를 하고 다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다가 샤리야르는 시간이 너무 늦은 것을 알고 동생이 쉴 수 있도록 자리를 떴다.

    불운한 샤스난은 잠자리에 들었지만, 형과 이야기하는 동안 잠시 잊혔던 슬픔이 밀려들어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쓰라린 기억으로 밤새 괴로워했다. 아내가 내통하던 장면이 너무도 생생하게 떠올라 정신이 나가 버릴 것 같았다. 그는 잠을 잘 수가 없어서 자리에서 일어나 몹시 비참한 감정에 빠져들었다. 그의 얼굴에 그러한 감정이 너무도 역력하게 나타나 황제가 눈치 채지 않을 수가 없었다. 샤리야르는 동생이 침울해하는 것을 마음 아파하며 날마다 색다른 즐거움이나 가장 호화로운 여흥으로 동생의 마음을 달래 주려고 애썼다. 그러나 그러한 노력이 동생의 근심을 덜어주기는커녕 더욱더 슬프게 만들었다.

    어느 날 샤리야르가 수도에서 이틀이 걸리는, 사슴들이 아주 많이 사는 지역에서 사냥 시합을 열자고 하자 샤스난은 건강이 나빠 함께 갈 수 없으니 참석하지 못하는 점을 용서해 달라고 청했다. 동생에게 어떤 것도 강요하고 싶지 않았던 황제는 동생이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도록 귀족들만 데리고 사냥에 나섰다. 이렇게 해서 혼자 남은 타타르 왕은 방에 틀어박혀 정원이 내다보이는 창문 옆에 앉아 있었다. 그곳은 안에서 바깥을 볼 수는 있어도 밖에서 안을 들여다볼 수는 없는 곳이었다. 잠시 후 그는 온 신경을 곤두서게 만드는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황제의 궁전으로 통하는 밀실문이 갑자기 열리더니 몇 사람이 밖으로 나왔는데 그들 가운데 황비가 끼여 있는 것이 아닌가. 그녀의 당당한 태도는 나머지 사람들과 뚜렷이 구별이 되었다. 황비는 타타르 왕이 황제와 함께 사냥을 나가고 없는 줄 알고 수행원들과 함께 그의 창문 가까이로 다가왔다. 그래서 그는 황비가 동행한 사람들과 반역의 음모를 꾸미며 밀담을 나누는 소리를 들을 수가 있었다.

    황비의 비열한 행동을 보면서 타타르 왕은 수많은 생각에 잠겼다.

    ‘나처럼 불행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다니, 얼마나 어리석은가! 높은 지위에 있는, 권력을 쥔 자들에게 있어서 그들의 명예와 재산을 탐내는 자들의 존재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야. 이치가 그러할진대, 비탄에 젖어 나를 망치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그런 불운한 일이 나에게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니, 이제 마음의 평화를 찾아야지.’

    그 순간부터 그는 괴로움을 털어 버렸다. 그는 저녁식사를 가져오라 하여 사마르칸트를 떠난 후 처음으로 맛있는 식사를 하였다. 그리고 식사를 하면서 그를 위해 연주해 주는 음악을 즐겼다. 그 후 그는 매우 쾌활해졌다. 황제가 돌아온다는 전갈이 오자 그는 나가서 황제를 맞으며 아주 유쾌하게 인사를 했다. 동생이 떠날 때처럼 침울하리라 생각했던 샤리야르는 동생의 유쾌한 모습을 보고 너무도 기뻤다.

    내 아우야, 내가 없는 동안 기운을 차리고 밝은 모습으로 돌아와서 참으로 다행이구나. 네가 왜 그처럼 우울해했는지, 그리고 왜 지금은 그렇지 않은지 물어봐도 될까?

    타타르 왕은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난감해하며 한참을 생각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형님은 저의 황제이시자 주인님이십니다. 하지만 청하건대,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없음을 용서해 주십시오.

    그럴 수 없다, 아우야. 하고 황제가 말했다. 대답해야 하느니라. 꼭 들어야겠다.

    황제의 간곡한 청에 못 이겨 샤스난은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형님, 제게 명하시니 말씀해 드리지요.

    그는 사마르칸트에서 왕비가 배신한 일에 대해 얘기를 하고는 이렇게 말했다.

    이 때문에 제가 슬퍼했던 것입니다. 제가 그리 침울해할 만하지 않습니까?

    오! 내 아우야, 하고 황제가 말했다. 그런 끔찍한 일을 당하다니! 네 나라와 너를 배신한 그 자들을 처단한 것은 참으로 잘한 일이다. 그 누구도 네가 한 일을 비난하지 않을 것이다. 정당한 일이었으니까. 내가 그런 일을 당했다면 그보다 더한 일을 했을 것이다. 이제 네가 왜 그리 우울해했는지 알겠구나. 너무도 괴롭고 분통한 일을 겪었으니 그럴 수밖에! 오, 참으로 희한한 경험을 했구나. 하지만 너에게 다시 마음의 평온을 되찾아주신 신께 감사할 따름이야. 이제 네가 그처럼 평온을 찾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터이니 그에 대해 하나도 숨김없이 말해다오.

    샤스난은 형을 생각하니 이번에는 말문이 쉽게 열리지 않았다. 그러나 황제가 집요하게 물어 와서 피할 수 없었기 때문에 우연히 듣게 된 왕비의 밀담에 대해 털어놓았다. 샤스난은 계속해서 얘기했다.

    이 같은 밀담을 엿듣게 되자, 여자란 모두 천성적으로 믿을 수 없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이런 생각을 하게 되자 여자들의 충실함을 믿는 남자라는 존재가 참으로 나약한 것 같았습니다. 다른 생각들도 들었지요. 요컨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나 자신을 위해 마음을 편히 갖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형수님께서 언제 형님을 배신할지 모르니 그에 대해 형님에게 경고해야겠다고 생각했지요.

    동생에게서 끔찍한 소식을 전해들은 황제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즉시 황비와 공모자들을 처형하라고 명했다.이러한 가혹한 조치를 취한 후 어떤 여자도 믿지 못하게 된 황제는 앞으로 결혼하게 될 여자들이 그와 같은 배신을 하지 못하도록 결혼을 하고 하룻밤을 지내면 다음날 아침에 목을 졸라 죽이기로 결심하였다. 스스로 이러한 잔인한 법을 지킬 의무를 부여한 황제는 타타르 왕이 떠나는 즉시 이 법을 시행하기로 맹세하였다. 곧이어 타타르 왕은 황제가 준 훌륭한 선물들을 가득 싣고 길을 떠났다.

    샤스난이 떠나자 샤리야르는 재상을 불러 자신의 맹세에 대해 알리고 날마다 새로운 신부를 데려다 바치라고 명했다. 재상은 그런 명령을 따르는 것이 참으로 내키지 않았지만 그의 주인인 황제에게 무조건 복종해야 했기 때문에 명령대로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해서 매일, 황제와 결혼한 처녀들이 아내가 된 다음날 죽임을 당했다.

    이 같은 극악한 잔혹 행위가 널리 알려지자 온 도시가 술렁거렸지만 울며 탄식을 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딸을 잃고 통곡하며 처절해하는 아버지들이 있는가 하면, 자기 딸도 그와 같은 일을 당할까봐 두려워하며 마음 졸이는 어머니들로 온 도시가 걱정과 비탄으로 가득했다. 이제까지 황제에게 쏟아졌던 찬사와 축복 대신에 저주의 말들이 백성들의 입에서 쏟아져 나왔다.

    앞서 말했듯이, 이러한 잔혹한 명령을 실행하는 것이 내키지 않았던 재상에게는 두 딸이 있었다. 큰딸은 셰에라자드였고 작은 딸은 디나르자드였다. 작은 딸도 재주가 아주 많았지만, 큰딸은 여자로서 대단한 용기와 기지와 과단성까지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많은 책을 읽은 데다 기억력이 뛰어나서 읽은 내용을 하나같이 생생하게 기억했다. 철학, 의학, 역사, 그리고 교양에 정통했으며, 시를 짓는 솜씨는 당대 최고의 시인을 훨씬 능가했다. 게다가 미모가 완벽할 정도로 뛰어났으며 하는 일마다 미덕을 발휘했다. 재상은 큰딸을 애지중지했다. 그러한 사랑을 받을 만 했으니까.

    어느 날, 아버지와 얘기를 나누던 중 셰에라자드가 말했다.

    아버지, 한 가지 부탁드릴 게 있어요. 제발 제 청을 들어주시기 바라요.

    거절하지 않겠다, 온당하고 합당한 부탁이면 말이다. 하고 재상이 대답했다.

    온당함으로 말하자면 이론의 여지가 없어요. 하고 셰에라자드가 말을 이어갔다.

    온당한지의 여부는 제가 이러한 청을 드릴 수밖에 없는 이유를 듣고 판단해 주세요. 저는 이 도시에 사는 가족들에게 황제께서 행하시는 야만적인 행위를 중단시키고 싶어요. 저는 그처럼 끔찍하게 딸을 잃을까 무서워하는 수많은 어머니들의 고통스런 걱정을 말끔히 없애 주고 싶어요.

    딸아, 하고 재상이 입을 열었다. 너의 의도는 참으로 높이 살 만하구나. 하지만 네가 치료하고자 하는 그 사악한 존재는 치료가 불가능한 것 같다. 어떻게 그 일을 해낼 생각이냐?

    아버지, 하고 셰에라자드가 대답했다. 황제께서는 아버지를 통해서 날마다 신부를 새로 들이십니다. 그러니 저에 대한 아버지의 애정을 생각하시어 저를 황제에게 데려다 주세요. 재상은 이 말을 듣고 공포에 질렸다. 오 맙소사! 하고 재상이 흥분하여 말했다.

    대체 제정신으로 하는 말이냐, 그런 위험한 부탁을 하다니? 황제가 어떤 맹세를 했는지 알지 않느냐. 그러고도 날더러 널 황제에게 시집보내 달란 말이냐? 그 같은 분별없는 열정 때문에 네가 어찌 될지 잘 생각해 보거라.

    알아요, 아버지, 하고 품성이 착한 셰에라자드가 대답했다. 제가 어떤 위험에 처하게 될지 알아요. 하지만 그래도 두렵지 않아요. 제가 죽게 된다면 그건 영광스런 죽음이 될 거예요. 제가 성공을 거둔다면 이 나라를 위해 중요한 일을 하는 게 될 거고요.

    안 된다, 안 돼! 하고 재상이 말했다. 불 보듯 뻔한 그런 위험 속으로 가게 해 달라고 아무리 설득해도 안 된다. 내가 허락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말아라. 황제께서 나의 긴 칼을 네 가슴에 겨누라고 명한다면, 아! 복종하지 않을 수 없겠지. 아버지로서 그런 못할 짓이 또 어디 있겠느냐! 아! 설사 죽는 것이 두렵지 않다 하더라도 최소한 내 손을 네 피로 물들이는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지르고 내가 얼마나 슬프고 고통스러워할지에 대해서는 염려해 주려무나.

    한 번 더 청하건대, 아버지, 제 부탁을 들어주세요. 하고 셰에라자드가 말했다.

    네 고집에 화가 나는구나! 하고 재상이 목소리를 높였다. 왜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느냐? 무모하게 위험한 일에 뛰어들어 결과가 어찌될지를 모르고 덤벼드는 자는 결코 끝이 좋지 않느니라. 잘 먹고 잘 지내던 당나귀가 자기 꾀에 속아 결국 고생만 하게 되는 그 꼴이 될까 염려 되는구나.

    당나귀가 어떻게 불행하게 되었는데요? 하고 셰에라자드가 물었다.

    듣고 싶다면 얘기해 주마. 하고 재상이 대답했다.

    2장

    당나귀와 황소와 일꾼

    아주 부유한 한 상인이 시골에 집을 여러 채 가지고 있었는데, 그곳에서 온갖 종류의 소들을 기르고 있었단다. 상인에게는 동물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있었지. 그런데 자기가 들은 동물들의 말을 다른 사람에게 전해서는 절대로 안 되었단다. 그렇게 하면 목숨을 잃게 되어 있었지.

    상인은 작은 외양간에 황소와 당나귀를 한데 넣어 키우고 있었단다. 어느 날, 상인이 그 외양간 옆에 앉아 있는데 황소가 당나귀에게 하는 말이 들렸지.

    오, 넌 편하게 쉬면서 할 일도 별로 없으니 정말 행복하겠다. 주인이 널 정성들여 반질반질 닦아주고 씻겨 주는데다 넌 날마다 미끈한 옥수수와 신선하고 깨끗한 물을 먹잖아. 네가 하는 중요한 일이라곤 주인님을 실어 나르는 것이 고작인데, 주인님이 나들이를 하는 일마저 거의 없으니 그것마저 없다면 넌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며 노는 거나 다름없지. 넌 그렇게 운이 좋은데, 내 신세는 처량하기 짝이 없어. 나는 날이 밝기가 무섭게 멍에를 메고 밤늦게까지 쟁기질을 해야 해. 너무 힘들고 피곤해서 어쩔 때는 완전히 녹초가 되지. 게다가 늘 내 뒤에서 나를 끄는 일꾼이 계속 매질을 해대기까지 한단다. 그렇게 쟁기를 끄느라 살갗이 다 벗겨져 버렸어. 한마디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죽도록 일을 하지. 그리고 저녁에 돌아오면 맛없는 음식을, 그것도 허기를 달랠 정도밖에 주지 않아. 이러니 네 신세를 부러워하지 않을 수 있겠니?

    당나귀는 황소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다가 황소가 말을 마치자 이렇게 대답했지.

    사람들이 널 어리석은 짐승이라고 하더니 틀리지 않은 말이네. 넌 정말 단순하기 짝이 없구나. 사람들이 자기네 맘대로 널 부려먹는데도 단호하게 거부하지 못 하다니! 하지만 힘이 센 것만큼 용기도 있다면 사람들이 널 그렇게 함부로 다루지 못할 거야. 널 외양간에 매어 놓으려 할 때 왜 저항하지 않는 거야? 왜 뿔로 받아버리지 않지? 발로 밟아 네가 화났다는 걸 왜 보여주지 않는 거야? 그리고 왜 소리를 질러 그들을 겁먹게 만들지 않지? 넌 네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모든 조건을 타고났으면서도 그걸 사용할 줄을 몰라. 그들이 한심한 콩이나 지푸라기를 가져다주면 그 음식에 입도 대지 마. 그냥 냄새만 맡고 먹지 마. 내 충고를 따른다면 너에 대한 대우가 곧 달라질 거야. 나한테 고마워하게 될걸.

    황소는 당나귀의 충고를 선의로 받아들이고 매우 고마워했지.

    다음날, 이른 아침에 일꾼이 황소를 데리러 갔단다. 일꾼은 황소를 쟁기에 매고 평상시대로 일터로 끌고 갔어. 하지만 당나귀의 충고를 귀담아 들었던 황소는 그날 내내 애를 먹였지. 저녁에 일꾼이 외양간으로 데려와 매어 놓으려 하자 악의를 품고 있던 황소는 평상시대로 고분고분 머리를 들이밀지 않고 뒤로 물러서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어. 그리고는 뿔로 들이받을 것처럼 일꾼에게 달려들었지. 한 마디로 말해서 황소는 당나귀가 해준 충고대로 했던 거야.

    다음날, 일꾼은 평소와 다름없이 황소를 일터로 끌고 가려고 외양간으로 갔어. 그런데 전날 밤에 그가 넣어준 콩과 밀짚이 손도 대지 않은 채 여물통에 그대로 있는 거야. 황소는 두 다리를 뻗고 이상한 숨소리를 내며 헐떡거리면서 땅바닥에 누워 있고 말이야. 일꾼은 황소가 아프다고 믿고는 가엾게 여기며 그 상태로는 일터로 끌고 나갈 수 없다고 생각하고 즉시 주인한테 가서 그 사실을 알렸단다. 황소가 짓궂은 당나귀의 충고에 따라 아픈 척하고 있음을 눈치 챈 상인은 당나귀를 혼내 줄 작정을 하고 일꾼에게 가서 황소 대신 당나귀를 쟁기에 매어 호되게 일을 시키라고 명했지. 일꾼은 주인이 명하는 대로 따랐어. 그래서 당나귀는 하루 종일 쟁기를 끌어야 했어. 당나귀는 그런 일에는 서툴렀기 때문에 완전히 녹초가 되어 버렸지. 게다가 호되게 매질을 당해서 저녁에 외양간으로 돌아오자 서 있을 수조차 없었단다.

    한편, 황소는 아주 만족스러웠지. 황소는 외양간에 있는 음식을 다 먹어치우고 하루 종일 쉬었어. 당나귀의 충고를 따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친절을 베풀어 준 것에 대해 수천 번 축복을 해 주었지. 그리고 저녁에 당나귀가 돌아오자 너무도 고맙다고 말했어. 당나귀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어. 완전히 녹초가 되어 반쯤 죽은 듯이 곯아떨어져 버렸거든.

    여기까지 이야기를 마친 재상이 셰에라자드에게 말했다.

    딸아, 네 행동이 이 당나귀 같구나. 잘못된 판단으로 파멸을 자초하게 될 거다. 내 충고대로 잠자코 있거라. 죽음을 앞당기려 하지 말고.

    아버지, 하고 셰에라자드가 대답했다. 그런 얘기를 하신다고 해서 제 결심이 변하진 않아요. 황제께 저를 신부로 데려다 주실 때까지 계속 조를 거예요.

    딸이 계속 고집을 부릴 것을 안 재상이 말했다.

    이런! 계속 고집을 부리니 앞서 말한 상인이 자기 아내에게 했던 대로 하지 않을 수 없구나.

    당나귀가 처량한 신세가 된 것을 안 상인은 당나귀와 황소가 무슨 얘기를 주고받는지 궁금했단다. 그래서 저녁식사를 한 후 아내를 데리고 달빛을 받으며 밖으로 나갔지. 두 사람은 마구간 옆에 앉았단다. 상인이 도착한 후 당나귀가 황소에게 하는 말이 들렸지.

    이봐, 친구, 내일 일꾼이 음식을 가져다주면 어떻게 할 작정인지 말 좀 해 봐.

    어떻게 할 거냐고? 하고 황소가 말했어. 네가 가르쳐준 대로 계속 그렇게 할 거야.

    조심해, 하고 당나귀가 말했지. 계속 그러면 네 신세를 망치게 될 거야. 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우리 주인님인 상인이 너에 관해 하는 말을 들었는데 정말 소름끼치는 말이었어.

    오! 무슨 말을 들었는데? 하고 황소가 물었지. 넌 나를 사랑하니까 하나도 숨김없이 말해 줘.

    당나귀가 대답했지. 우리 주인님이 일꾼한테 이렇게 말했어. ‘저 황소는 먹지도 않고 일도 할 수 없으니 내일은 잡아 죽여야겠다. 그러니 도살장으로 보내야겠다.’ 이게 내가 해줄 말이야. 하고 당나귀가 말했지. 널 지켜주고 싶은 우정 때문에 말해 주는 거야. 새로 충고 하나 할게. 일꾼이 밀겨와 밀짚을 가져다주거든 불끈 일어나서 먹어. 그러면 주인님이 네가 다 나았다고 생각하고 널 죽이라는 명령을 취소할 거야. 하지만 그러지 않을 경우에는 널 죽이고 말거야.

    이 얘기를 듣자 황소는 당나귀가 의도했던 대로 반응을 보였지. 매우 겁을 먹고 두려워서 울어댔거든. 유심히 그 대화를 듣던 상인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어. 그 바람에 옆에 있던 그의 아내가 화들짝하고 놀랐지.

    여보, 왜 그리 배꼽을 잡고 웃는지 이유를 말해 줘요, 나도 좀 같이 웃게요. 하고 아내가 말했어.

    부인, 하고 상인이 대답했지. 내가 웃는 소리를 듣는 것으로 족하시오. 속 시원히 말해 줄 수가 없으니 말이오. 방금 당나귀가 황소에게 한 말을 듣고 웃은 것이라오. 무슨 말을 했는지는 말해 줄 수가 없소. 그것은 누설하면 안 되게 되어 있으니까.

    아니, 무엇 때문에 비밀로 해야 한다는 거예요? 하고 아내가 물었지.

    내가 그걸 말하면, 내 목숨을 잃게 될 테니까. 하고 상인이 대답했단다.

    지금 날 놀리시는 거예요? 하고 아내가 말했지. 말도 안 돼요. 뭣 때문에 그렇게 웃는지 당장 말해 주지 않으면, 그리고 황소와 당나귀가 서로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얘기해 주지 않으면 맹세컨대 당신과는 더 이상 살 수 없어요.

    아내는 이렇게 말하고는 집으로 돌아가 한쪽 구석에 앉아 밤새 울었지. 다음날 아침까지도 아내가 계속 울고 있는 것을 본 상인은 아내에게 말했어. 그렇게 스스로를 괴롭히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말이야. 그리고 아내가 사소한 호기심 때문에 비밀을 알고자 하지만 그 비밀을 지키는 것이 상인 자신에게는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말했지.

    그러니, 그 일에 대해서는 더 이상 생각하지 마시오. 하고 상인이 말했단다.

    그러자 아내가 대답했어. 내 호기심이 충족될 때까지 눈물이 마르도록 더 생각할 거예요.

    진지하게 말하는데, 당신의 그 무분별한 고집을 따른다면 나는 목숨을 잃게 될 거요. 하고 상인이 대답했지.

    그러든 말든 얘기해 줘요! 하고 아내가 말했어.

    상인이 말했지. 아무리 말해도 사태 파악을 못하니 그 고집 때문에 죽음을 자초하게 될 거요. 그러니 자식들을 부르겠소. 당신이 죽기 전에 당신 얼굴을 볼 수 있도록 말이오.

    그리하여 상인은 자식들을 부르고 아내의 부모와 다른 친척들도 불렀단다. 한자리에 모인 가족들은 그렇게 불려온 사연을 알게 되자 아내가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고 설득하려 애썼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지. 아내는 남편이 왜 웃었는지 이유를 알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말했단다. 자식들은 아무리 애를 써도 어머니가 그처럼 우울해하자 통곡을 했지. 상인 역시 정신이 나가다시피 하여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는 아내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던질 각오를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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