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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살 마리옹: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열세 살 마리옹: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열세 살 마리옹: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Ebook224 pages2 hours

열세 살 마리옹: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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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13일, 프랑스 보그리뇌즈에 거주하던 열세 살 중학생 소녀 마리옹 프레스가 학교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가족들이 외출한 틈을 타 자신의 방에서 머플러에 목을 매달아 목숨을 끊었다. 밝혀진 유서에는 그동안 마리옹이 친구들에게 당한 온갖 수모와 모욕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딸을 잃은 슬픔에 빠져 있던 마리옹의 엄마 노라 프레스는 직접 반 아이들과 가해 학생들을 만나고 문자와 페이스북 메시지를 뒤져 마리옹이 학교 안에서 괴롭힘을 당한 사실을 밝혀냈다. 마리옹을 괴롭힌 아이들은 수업시간에 욕을 하며 손가락질을 했고, 심지어 탈의실에서 성추행까지 했다.
이 책은 마리옹이 죽기 전에 남긴 편지를 비롯해 사건을 파헤치며 알게 된 그녀의 살아생전 학교생활, 학교폭력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관계자들의 냉정한 모습들이 생생하게 담겨 있어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해져 온다. 프랑스 독자들은 저자에게 감정 이입되어 학교폭력에 대해 깊게 생각해볼 계기가 되었다는 평을 남겼다.

Language한국어
Publisher애플북스
Release dateDec 26, 2016
ISBN9791157712137
열세 살 마리옹: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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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세 살 마리옹 - 노라 프레스

    저/자/소/개

    노라 프레스 Nora Fraisse

    학교 폭력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마리옹 프레스의 엄마. 마리옹은 2013년 열세 살의 나이에 친구들의 지속적인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자신의 방에서 머플러에 목을 매달아 목숨을 끊었다. 마리옹이 세상을 떠난 후 그녀는 딸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에 다가가면서 학교 폭력의 실상에 대해 깨달았다. 그 후 제2의 마리옹이 생기지 않도록 ‘마리옹 프레스-손을 내밀어요(Marion Fraisse–La main tendue)’라는 단체를 설립하여 적극적으로 학교 폭력 근절 정책 마련에 힘쓰고 있다.

    배영란 옮김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에서 순차 통역 및 번역 석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파리, 서른, 싱글, 로미》 《에펠 스타일》 《책의 탄생》(공역) 《피에르 라비의 자발적 소박함》 《내 아이와 소통하기》 등이 있으며, 《르몽드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번역에도 참여하고 있다.

    Contents

    추천의 글

    머리말

    사랑하는 내 딸, 마리옹에게

    1. 영원한 고통의 시작 :

    왜 널 혼자 집에 내버려둔 걸까?

    2. 풀리지 않는 의혹들 :

    넌 절대 그럴 애가 아니야 !

    3. 마리옹이 남긴 편지 :

    더 이상 내 심장이 뛰지 않더라도

    4. 학교의 침묵 :

    인생 끝난 거 아니지 않습니까 ?

    5. 외로운 사투 :

    도대체 왜 자꾸 알려고 하죠 ?

    6. 빨간 장미 꽃다발 :

    마리옹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아요

    7. 문제의 학급, 3학년 C반 :

    엄마, 애들이 나 재수 없대 !

    8. 지옥에서 보낸 사흘 :

    내일 학교 가기 무서워 !

    9. 너에 대한 추억들 :

    너는 정말 용기 있는 아이였어

    10. 알 수 없는 묘한 기류 :

    왜 다들 꺼리시는 거죠 ?

    11. 끝없는 죄책감 :

    괜한 루머에 휘말리지 마시고……

    12. 매정한 언론 매체들 :

    우리도 맘 좀 편히 살고 싶다 !

    13. 학교 밖으로 끄집어낸 이야기 :

    지금부터는 엄마의 싸움이야 !

    14. 폭력 없는 학교 만들기 :

    손을 내밀어요

    맺음말

    클라리스와 밥티스트에게

    에필로그

    감사의 말

    추천의 글

    얼마 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친구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던 한 중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다. 

    최근에는 모바일 메신저나 SNS를 사용하는 학생들이 늘면서 학교 폭력의 양상도 많이 달라졌는데, 물리적 폭력보다는 정서적·심리적으로 학생들을 괴롭히는 언어폭력, 집단 따돌림, 사이버 폭력 등이 많아졌다. 특히 집단 따돌림은 은밀하게 지속적으로 진행되어 피해가 더 크다. 피해 학생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정신적인 고통에 시달리다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이 책의 주인공인 열세 살 마리옹 역시 집단 따돌림의 피해자로, 극심한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을 저질렀다. 집단 따돌림 같은 정신적 폭력은 신체에 직접적으로 가해지는 폭력과 달리 눈에 잘 띄지 않기에 보다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 그러나 마리옹의 사례에서도 봤듯이 이를 찾아내 해결책을 제시하기란 쉽지가 않다.

    더욱이 우리 사회는 아직도 학교 내 괴롭힘 문제를 그저 아이들 간의 사소한 장난 정도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아직 가치관이 제대로 성립되지 않은 일부 청소년들은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친구에게 폭력을 행사하는데, 이때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으면 그 폭력의 강도는 더욱 높아진다. 괴롭힘을 당한 학생은 대개 보복이 두려워 피해 사실을 함구하는 편이다. 설령 용기를 내어 입을 열더라도 돌아오는 건 무관심과 무대책. 별 뾰족한 수가 없으니 결국 침묵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그 침묵이 누군가를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음을 우리는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된다.

    그동안 노르웨이, 핀란드 같은 유럽 나라들의 학교 폭력 실태와 대처 노력이 우리나라에 소개된 적은 있지만 이 책처럼 피해자의 어머니가 직접 들려주는 이야기는 거의 없었다. 이 책은 마리옹의 어머니가 진실을 밝혀가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느낀 고통, 학교 안의 현실 및 언론의 대처 모습 등을 소상히 밝히고 있다. 프랑스에서 발생한 집단 따돌림의 실태를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 생각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학교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2004년 제정된 ‘학교 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과 동 시행령을 시작으로 2014년 12월에는 ‘제3차 학교 폭력 예방 및 대책 기본계획(2015~2019)’을 수립해 발표하였고, 2015년 8월에는 ‘초등학생 맞춤형 학교 폭력 대책’을 추진하는 등 학교 폭력으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보호하려는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처럼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추진과 학교 폭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의 증가로 학교 폭력은 지속적으로 감소되는 추세다. 그렇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학교 폭력 문제는 여전히 우리 사회가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마리옹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학생들에게는 학교 폭력의 위험성을 상기시키고, 학부모와 선생님에게는 지속적인 관심으로 아이들을 지켜봐야 함을 인지시키며, 교육 관계자들에게는 좀 더 실질적인 학교 폭력 예방 정책 수립의 필요성을 일깨워줄 수 있을 것이다.

    학교 폭력으로 딸을 잃은 엄마의 슬픔, 학교 폭력에 침묵하는 학교를 향한 분노, 그리고 뻔뻔한 가해자들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답답함……, 이처럼 생생한 심리 묘사는 많은 독자들의 심금을 울릴 것이다. 청소년을 자식으로 둔 부모는 물론이고 마리옹 또래의 학생들, 학교 선생님, 교육 관계자들이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이 겪고 있을 학교 폭력의 현실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한국교육개발원 학교폭력예방연구지원센터 소장

    박효정

    머리말

    사랑하는 내 딸, 마리옹에게

    사랑하는 내 딸 마리옹, 2013년 2월 13일 너는 우리 곁을 떠났어. 열세 살의 나이에 네 방에서 머플러에 목을 매달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더랬지.

    높은 벙커 침대에 매달린 채 아래로 늘어뜨려진 네 휴대폰도 보였어. 학교에서 수많은 모욕과 협박으로 널 괴롭히던 아이들과 더 이상 연락하지 않겠다는 상징적인 의미였는지, 휴대폰도 너처럼 그렇게 줄에 매달려 있었어.

    엄마는 네 죽음을 애도하고, 네가 우리와 함께하지 못하게 된 미래에 대한 그리움을 이야기하기 위해 이 책을 쓰기로 했어.

    또 네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다시는 너 같은 피해자를 자식으로 둔 부모가 나오지 않도록, 그리고 너를 못살게 괴롭힌 가해자의 부모가 생기지 않도록 이 책을 써. 이 책을 계기로 학교도 조금 더 귀를 열고 주의를 기울여줄 수 있었으면 해. 그리고 고통 받는 아이들을 따뜻하게 보살펴줄 수 있었으면 해.

    이 책을 읽고 많은 사람들이 ‘학교에서의 괴롭힘’이라는 문제를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줬으면 좋겠어.

    그리고 다시는 그 어떤 아이도 자신의 휴대폰을 교수형에 처하고 싶어하지 않기를, 절대 스스로 목숨을 끊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기를 바라며 네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기로 했어.

    일러두기

    1) 프랑스의 학제는 초등학교 과정 5년, 중학교 과정 4년, 고등학교 과정 3년으로 이루어져 있다. 본문에서 이야기하는 중학교 3학년은 우리나라 학제를 고려하면 중학교 2학년에 해당함을 밝힌다.

    2) 프랑스의 나이 체계는 우리로 치면 ‘만 나이’를 뜻한다. 프랑스에서 열세 살은 우리로 치면 열네 살, 혹은 (생일에 따라서는) 열다섯 살이 된다. 따라서 마리옹의 나이는 우리나라 1~2학년 중학생의 나이로 보면 된다. 국내식으로 표기하자면 번역 과정에서 다소 복잡해질 우려가 있어 원서의 나이 체계를 그대로 따르기로 한다.

    3) 참고로 프랑스의 신학기는 9월에 시작하며, 한 해의 학사 일정은 매년 6월에 끝난다. 따라서 본문 중 ‘신학기’라고 나오는 부분은 9월 개학 시즌을 의미한다.

    4) 프랑스의 점수 체계는 100점 만점이 아닌 20점 만점이다. 점수가 그리 후한 편은 아니기 때문에 10점 이상만 받아도 그럭저럭 잘 받은 점수에 해당하며, 15점 이상은 상당히 잘한 점수로 보면 된다.

    5) 각주 내용 중 ‘옮긴이’ 표시가 없는 것은 원서에서 저자가 남긴 각주다.

    마리옹, 그날 아침 너는 책상 위 벙커 침대에서 잠들어 있었어. 네 이마를 만져보니 열은 좀 떨어진 것 같더구나. 좀 나아졌네. 이렇게 말했지만, 알고 보니 네 상태는 조금도 괜찮아지지 않았어.

    전날, 너는 학교를 조퇴하고 일찍 돌아왔지. 오후 1시 15분쯤 할머니가 학교에 가서 널 데리고 오셨으니까. 감기라도 걸렸는지 너는 몸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아 보였어. 네가 목이 아프다고 투덜대기에 나는 약 먹고 안방에서 좀 쉬라고 권했었지. 저녁때 네 볼이 발그레 달아올라서 약 한 봉지를 더 먹였고, 그 뒤 다 같이 저녁식사를 했지. 그런 다음 곧장 넌 네 방으로 들어갔어. 그 상황이 딱히 이상하진 않았어. 몸이 안 좋으면 다들 으레 그러니까.

    다음 날 아침, 학교에 가야 하는데도 너는 좀체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더구나. 그래서 난 네가 몸이 안 좋아서 학교에 못 갈 것 같다고 미리 연락을 해두었지. 11시쯤, 너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내려와서 점심을 먹었어. 말은 별로 없었는데, 잠에서 깬 다음에는 늘 그랬으니까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 다만, 뭔가를 깊이 생각하는 듯한 그날의 네 눈빛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구나. 네 얼굴만 봐서는 그 당시 네가 겪고 있던 일들을 전혀 짐작조차 할 수 없었지만 어두운 그 눈빛만은 심상치가 않았어. 그러나 자식을 사랑하는 순진한 부모였던 나는 괜한 상상력은 발휘하지 않은 채 그저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리려 했어.

    매주 수요일은 엄마가 출근하지 않는 날이야. 엄마 혼자서 너희 셋을 돌보는 날이지. 엄마는 마리옹 네가 열세 살이라 이제 네 앞가림 정도는 스스로 하겠지 생각했어. 너도 엄마랑 같은 생각이었고, 엄마는 네 듬직함을 믿었지. 하지만 아홉 살인 네 여동생 클라리스와 이제 막 18개월이 된 네 남동생 밥티스트는 아직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아이들이었어.

    모처럼 집에 있는 날이라 쓰레기 분리수거도 해야 했고 할 일이 한두 개가 아니었지. 게다가 작아서 못 입게 된 너희 옷들을 자이아 아줌마한테 주기로 해서 거기도 다녀와야 했어. 자이아 아줌마처럼 애가 넷이나 되는 집은 이렇게 주위에서 갖다 주는 옷들이 꽤 유용한 법이거든. 그래서 나는 서둘러 네 방에 가서 엄마가 잠시 집에 없을 거라고, 자이아 아줌마네 갔다가 금방 다시 올 거라는 말을 남기고 나왔지. 그 시간 동안 그 엄청난 일들이 벌어질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어.

    그때 너는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침대에 누워 있었어. 나는 너무 어두운 데 있으면 안 된다고 한숨을 쉬면서 지붕창 블라인드를 열어젖혔지. 그러고는 피곤한 기색으로 실눈을 뜨고 있는 네게 집전화기를 가져다주면서 무슨 일 생기면 엄마한테 전화하라고 일렀어. 그 뒤 현관문을 잠그고 밖으로 나온 엄마는 바보같이 집 안에 도둑 들 걱정밖에 안 했단다. 엄마들은 말이야, 마리옹. 늘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면서 스스로의 불안감을 떨쳐내려 해. 교통사고가 나면 어쩌나, 병에 걸리면 어쩌나, 강도가 들이닥치면 어쩌나 항상 노심초사인데, 정작 최악의 상황은 그런 게 아니었더구나. 하지만 너를 죽음의 문턱으로 몰아간 그 끔찍한 고통을, 엄마가 어떻게 상상할 수 있었겠니?

    2013년 2월 13일 수요일, 엄마에게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어. 분리수거를 마친 뒤, 엄마는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자이아 아줌마 집에 갔어. 때마침 아이들에게 점심을 먹이던 자이아 아줌마는 접시 두 개를 더 내놓고 네 동생들 식사까지 챙겨주셨지. 엄마랑 아줌마는 휴대폰과 페이스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어. 엄마는 페이스북의 문제점들을 늘어놓고, 지난달 네 휴대폰의 문자 폭탄에 대해서도 얘기했지. 1월 한 달 동안 네가 쓴 문자가 무려 3천 통이었어. 엄마로선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었지.

    그때 문득 침대 위에 혼자 널브러져 있던 네가 떠올랐어. 그리고 동시에 9일 전, 네 휴대폰에서 우리가 같이 봤던 그 끔찍한 내용의 문자 메시지가 생각났어. 내가 휴대폰 비밀번호를 묻자 당황한 너는 두 손에 휴대폰을 꼭 쥔 채 엄마한테 건네주지 않으려 했지. 갑자기 너와 대화를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또 네 상태가 어떤지 확인해보고 싶어졌어. 네가 그 높은 침대에서 떨어졌으면 어떡하니? 혹시 욕실에서 미끄러졌으면 어떡해? 그런데 네 휴대폰으로 아무리 전화를 해봐도 안 받더구나. 집전화도 마찬가지였어.

    갑자기 하늘이 노래지면서 아찔한 생각이 들었어. 엄마는 서둘러 네 동생들을 차에 태우고 미친 듯이 집으로 달려갔지. 오후 1시도 채 안 되었을 때야. 무언가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힌 엄마는 운전을 하면서도 미친 여자처럼 계속 집으로 전화를 걸어댔어. 집 앞에 도착해서는 시동도 끄지 않은 채 아이들을 차에 두고 현관으로 달려갔단다. 문은 엄마가 잘 잠가둔 채로 굳게 닫혀 있었어. 그러자 마음이 좀 놓이더구나. 집 안으로 들어간 엄마는 네 이름을 계속 불러댔지만, 아무런 대답도 들리지 않은 채 집 안엔 적막만이 가득했지.

    엄마는 성큼성큼 계단을 올라가 2층을 살펴봤어. 욕실엔 아무도 없었어. 네 방문은 닫혀 있었는데, 문을 열려고 해봤지만 안에서 무언가가 문을 밀고 있는지 잘 열리지 않더구나. 나는 네 공간으로 엄마가 들어오지 못하게끔 네가 방 안쪽에서 문을 막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좀 더 힘을 주어 밀어보니 네 책상 의자가 문을 막고 있는 거였어. 엄마에겐 그 몇 초의 순간이 영원처럼 느껴졌었단다. 조금 더 힘줘서 간신히 들어갈 틈을 만들고 나서야 네 모습이 보였지.

    높은 침대에 목이 매달려 있던 너를 본 엄마는 비명을 지르면서 눈물범벅이 되어 네 곁으로 달려갔지. 서둘러 너를 들어 올리고 머플러를 풀어보려 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어. 네 목에 감긴 머플러는 엄마 힘으로는 풀 수가 없었단다. 욕실에 있던 가위로 네 목을 조이던 머플러를 자르고 나서야 네가 바닥으로 떨어졌어. 너를 깨워보려고 따귀를 때리자 의식이 돌아온 것 같더구나. 엄마는 네게 인공호흡을 한 뒤 서둘러 응급구조대에 신고를 했어. 그런데 구조대가 엉뚱하게 다른 동네 쪽으로 가고 있다고 해서 우리 집은 그쪽이 아니라 보그리뇌즈 쪽이라고 소리쳤지. 하도 울어대서 거의 숨이 막힐 지경이었어. 구조대가 전화로 알려주는 대로 네게 심장 마사지를 해주었더니 네가 구토를 하더구나. 기도가 막힐까봐 잠시 너를 모로 뉘인 뒤, 다시 심장 마사지를 했어. 일어나, 얼른 일어나, 마리옹. 눈을 떠봐. 엄마는 간절히 애원하며 너를 깨워보려 안간힘을 썼단다.

    네 동생들은 여전히 시동이 켜진 차 안에 자기들끼리만 있는 상태였고, 구급대원들은 여전히 길을 찾지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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