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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라이즈 10권
메모라이즈 10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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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라이즈 10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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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is ebook

◆ 본 작품은 15세 이용가 개정판입니다 ◆

현대와는 다른 세상 홀 플레인.
김수현은 군 전역을 신고하고 집으로 귀가하던 도중 홀 플레인의 세상에 강제로 소환 당한다.
많은 우여곡절을 거치고 끝끝내 정상에 오르는데 성공하지만, 홀 플레인에서 활동한 10년의 세월은 이미 너무나도 슬픈 과거로 얼룩진 상태였다.
김수현은 슬픈 과거를 바꾸기 위해, 제로 코드의 힘을 10년의 시간을 되돌리는데 사용하기로 결정한다.

Language한국어
PublisherWHISTLE BOOK
Release dateJun 3, 2019
ISBN9791132757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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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모라이즈 10권 - 로유진

    1. 전조 (2)

    박환희의 계획. 신규 사용자들의 동조. 모종의 거래. 그리고 신의 방패 백한결. 오늘 얻은 정보가 매우 많았기 때문에 차분히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더불어 앞으로의 계획에 몇 가지 추가시킬 일들도 있었다. 갑자기 할 일들이 늘어나자 절로 즐거운 콧노래가 흘러나왔다.

    헤헤. 오라버니 기분 좋으신 거 보니까 저도 좋아요오.

    안솔은 자꾸 예쁜 말을 하며 나에게 응석을 부렸다. 어느새 아까의 날카롭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어지고 원래의 맹한 안솔로 되돌아와 있었다. 나는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좁을 길을 빠져나왔다. 안솔은 내 허리에 팔을 감아 팔자걸음을 걸어 불편하게 만들었지만, 오늘만큼은 너그러이 넘어갈 생각이었다.

    밖으로 나오니 어느덧 해가 조금씩 기울고 있었다. 신규 사용자들이 가득 메우던 쉼터는 어느새 상당히 한산해져 있었다. 슬슬 저녁을 먹을 시간인 만큼 다들 준비에 들어간 것 같았다.

    이제 슬슬 고연주와 안솔을 보낼 시간이었다. 아마 지금쯤이면 고연주 또한 볼일을 다 봤을 것이고 이스터 에그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아마 제법 기다렸을 거라는 생각에 얼른 그쪽을 향해 걸음을 옮기려는 순간이었다.

    타닥! 타다닥!

    흑.

    갑작스레 누군가 흐느끼는 소리를 내며 옆쪽 좁은 길에서 튀어나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리자 익숙한 모습의 사용자 한 명을 볼 수 있었다. 그 정체는 바로 오늘 아침부터 모습을 보이지 않은 김한별이었다. 아마 내가 왼쪽 좁은 길에서 빠져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오른쪽 길로 나온 것 같았다.

    그 순간, 나는 아까 전 선택하지 않았던 앞쪽 길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럼 만약 그때 앞쪽 길을 선택했더라면…….

    그녀 또한 뛰쳐나오다가 나를 발견했는지 걸음을 멈칫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을 보는 순간, 나는 살짝 미간을 찡그리고 말았다.

    그녀는 한 손으로 입을 가리고 있었다. 평소의 차갑고 도도하던 눈에는 서글픔이 가득 차 있었으며 볼에는 눈물 자국이 그득하게 찍혀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한 손으로 가리고 있었지만, 위로 살짝 빠져나온 불그스름한 손자국을 완전히 가리지 못하고 있었다.

    아……!

    아……?

    김한별과 안솔은 서로를 알아봤는지 동시에 당황함을 섞은 소리를 내뱉었다. 이윽고 한별의 시선은 안솔에게서 다시 내게로 옮겨졌다. 그녀는 곧 입술을 질끈 깨물고는 이내 몸을 돌려 앞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오, 오라버니이. 방금… 한별이 언니 맞아요?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안솔의 머리를 몇 번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처량히 달리는 그녀의 뒷모습만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수현. 이만 가볼게요. 클랜원들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어련히 잘하시겠죠. 잘 부탁드립니다.

    오라버니. 바이바이~

    그래. 솔이도 안녕. 말 잘 듣고 훈련도 열심히 해야 한다.

    고연주와 다시 합류한 이후 우리는 곧장 워프 게이트로 향했다. 그냥 정문에서 헤어지는 것보다는 끝까지 배웅해 주는 게 더 마음이 편했기 때문이다.

    고연주와 안솔은 모두 환한 미소를 선보이며 내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다른 건 몰라도 예전처럼 울면서 헤어지는 게 아닌, 웃음꽃이 활짝 핀 솔을 보자 적이 마음이 놓였다.

    그렇게 둘을 보낸 후 나는 곧바로 아카데미로 되돌아왔다. 간단한 저녁 식사를 마치고 앞으로의 계획을 수정하는 동안, 어느새 시간은 흘러 밤이 되고 말았다.

    ‘오늘은 아예 들어오지 않을 셈인가?’

    신규 인원 명단에서 ‘차유나’라는 이름을 찾은 후 나는 한숨을 내쉬며 방을 둘러보았다. 한별이 사용하는 침대에는 사늘한 냉기가 흐르고 있었다. 잠시 그녀가 사용하는 물품들을 물끄러미 보다가 라이트 스톤을 소등시켰다. 어쨌든 잠은 자야 하니까.

    방 내부는 삽시간에 어둠으로 물들었다. 그대로 침대 위로 몸을 던지며 나는 밀려오는 수마에 스르르 눈을 감았다.

    끼익, 끼이익.

    갑작스레 들려오는 문 여는 소리에 반짝 눈을 뜨고 말았다. 본래 예민한 편이기는 하지만―고연주, 정하연과 함께하는 경우는 예외로 두자― 요즘 들어 선잠을 드는 일이 잦았다. 살며시 숨을 들이켜자 허공을 맴돌던 차가운 공기가 콧속으로 밀려들어 왔다.

    잠시 내 침대 앞에서 주춤거리는 기척이 느껴졌지만 이내 그녀는 맞은편 침대 위로 조심스레 몸을 뉘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눈을 감았다. 지금 와서 괜찮은지 묻기도 그렇고, 본인도 그냥 없었던 일로 하고 넘어가는 게 더 마음이 편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다시 잠을 청하려는 순간이었다.

    흑흑. 끅.

    한별이 흐느끼는 소리가 조용히 귓가를 타고 흘러들어왔다. 그 와중에도 내가 들을까 싶어 억지로 소리를 죽이고 있는 티가 한껏 묻어나오고 있었다. 안타까운 마음이 일었지만, 나는 결국 반대로 몸을 돌려버리고 말았다. 흐느낌은 잠시 끊겼다가 이내 다시금 이어지기 시작했다.

    그 처량히 들리는 울음소리를 반주 삼으며 나는 억지로 잠을 청했다.

    문득 귀를 막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우리 둘 사이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나도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그녀를 대했고, 한별도 언제나 같은 태도를 보였다. 발간 눈동자가 약간 걸렸지만 애써 무시하고 숙소를 나서려는 찰나였다.

    저기…….

    한별의 자그마한 목소리가 내 발길을 붙잡았다. 그냥 고개만 돌릴까 했지만, 아예 몸을 돌렸다. 그녀의 얼굴은 미묘한 불안감으로 물들어 있었고, 가냘픈 손가락을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어려운 말을 꺼내기 직전의 모습과 흡사했다.

    응. 왜?

    오늘 오후 교육 일정을… 혹시 바꿀 수 있을까요?

    오후 교육 일정을? 그건 이미 정해졌잖아. 갑자기 왜?

    그게… 마력 재능 계열 교육이 있는데, 통제 교관이 부족하다고 하셔서…….

    부족하다고? 그건 말도 안 되지. 근접이나 체력도 아니고. 내가 알기로는 사제 계열도 포함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는데.

    …부탁드려요.

    완곡한 거절에 한별은 고개를 푹 숙이더니 가늘게 어깨를 떨기 시작했다. 이제는 거의 히스테리 비슷한 증상까지 보였다. 그런 그녀를 보며 잠깐 입맛을 다시다가 이내 크게 숨을 뱉으며 말을 이었다.

    쯧. 일단 일정표 줘봐.

    한별에게서 결재판을 건네받은 나는 찬찬히 오늘 일정을 훑어보았다.

    ‘잠시만. 백한결이 분명 마력 재능 계열이었던가?’

    각성 시크릿 클래스 신의 방패. 어제 명단을 확인한 바로는 백한결은 마력 재능 계열로 분류되어 있었다. 내구, 체력, 마력이 특기 능력치인 만큼 본인이 소속할 계열을 정하기 조금 모호한 감이 있다.

    어쨌든 마력 계열로 갔다면 크게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아니, 어쩌면 아주 좋다고 볼 수도 있었다. 거듭 말하지만, 능력치 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다름 아닌 마력이었으니까. 애매한 클래스를 가진 만큼 골고루 올리되, 보조의 성격에 맞춰 마력을 주력으로 삼는 게 가장 무난하리라 여겨졌다.

    나는 일정을 바꾸는 거로 마음이 기우는 것을 느꼈다. 물론 그동안 몇 번 마주쳤겠지만, 그때는 백한결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 박환희 말마따나 설마 본인 스스로 숨고 싶어 하는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그것도 모르고 성적 좋은 애들의 정보만 죽어라 확인했으니 발견할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어차피 교관 업무는 최대한 동일하게 나가고 있었기 때문에 변경하는 데 큰 부담은 없었다. 나는 결재판을 열심히 살피는 척하며 고민하는 표정을 연기했다. 그리고 전혀 내키지 않지만 어쩔 수 없다는 말투로 입을 열었다.

    …알겠다. 한번 바꿔볼게.

    아!

    내 허락이 떨어지자 한별은 작은 탄성을 질렀다. 결재판을 돌려주며 표정을 살피자 조금이나마 화색이 돌기 시작하는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그녀는 내가 내미는 것을 얼른 받고 자신의 품에 꼭 움켜쥐더니 머뭇거리며 말을 이었다.

    저… 그리고 박현우 님이 언제 한번 식사를 같이하고 싶다고 전해달래요.

    식사? 그건 또 왜?

    긴히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다고 하셨어요. 바쁘시면 이번 주 교육이 끝나고라도 자리를 만들고 싶어 하시는데…….

    ‘뮬, 너도밤나무와 관련한 일이겠군.’

    그동안 많은 일로 묻힌 감이 있지만, 어쨌든 한 번은 짚고 넘어갈 일이었다. 오히려 조금 늦었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잠잠했다. 나는 한 번 더 고개를 끄덕여 주었고, 내 반응을 확인한 한별은 아련한 눈길로 나를 응시했다.

    그 시선에 뭔지 모를 호의가 담겨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아마 내가 자신의 사정을 짐작하고 배려해 준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다른 건 몰라도 다음부터 교관 업무 스케줄은 일찍 좀 말해 줘. 급하게 바꾸러 다닐 필요 없이 미리 조정하면 좋잖아.

    죄송해요.

    죄송할 것까지는 없고. 그래도 네 덕분에 상당히 편하게 생활하고 있으니까. 이제 그만 밥 먹으러 가자.

    그렇게 얼추 대화를 매듭지은 후 나와 한별은 곧장 식당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 내 뒤를 따르는 그녀의 발소리가 살짝 가벼워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침 식사를 마친 후 나는 예정대로 근접 계열 집체 교육에 통제 교관으로 참가했다. 해당 교육 교관은 처형의 공주 연혜림으로, 2주라는 시간 동안 매우 친밀한 관계를 다질 수 있었다. 중요한 자리에서는―예를 들어 한소영이 있을 때라고 그녀가 말해 줬다― 예의를 지키지만, 그 외 자리에서는 서로 말을 놓을 정도였다.

    거의 한소영만큼이나 성격이 까다로운 그녀지만, 클랜 로드에게 뭔 말을 들었는지 오히려 먼저 다가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나 또한 연혜림과는 1회차에서 오랫동안 한솥밥을 먹었으니 서로 간의 기호를 맞추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지금도 나와 그녀는 교육 중 휴식 시간을 틈타 하하 호호 수다를 나누고 있었다.

    그 살기 덩어리가? 아하하하! 아, 대~박이야, 진짜. 상상도 못 하겠어. 평소에 나만 보면 살기를 있는 대로 뿌려대더니. 하긴, 머셔너리에서 고연주를 영입했다는 기록을 봤을 때는 한창 떠들썩했지. 푸훗.

    고연주의 일상을 이야기해 주자 웃겨 죽겠는지 연혜림은 배꼽을 잡으며 웃어젖혔다. 그녀는 고연주의 일상에 관해서 지대한 관심을 두고 있었는데, 평소 나한테 하는 행동을 이야기해 주니 폭소한다.

    물론 방금 대화에서 고연주를 깎아내렸다는 소리는 절대로 아니었다. 그저 나와 그녀가 일상에서 농담으로 주고받는 말 중 일부를 말해 준 것에 불과했으며, 홀 플레인에서 너그러이 받아들일 수 있는 농담의 일종으로 봐도 무방하다.

    사실 고연주와 연혜림도 사이가 안 좋아진 이유가 웃기긴 하지.

    난 또 뭔가 대단한 이유가 있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통과의례를 같이 헤쳐 나왔다더라. 즉 어찌 보면 동기라는 소리.

    통과의례 때부터 사사건건 부딪쳤던 둘은 사용자 아카데미에 이르기까지 쭉 경쟁 관계를 형성했었다고 한다.

    단, 이것은 어디까지나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한 이야기.

    1회차 때 한 번 물어본 기억이 있었는데, 그 당시 연혜림은 그녀답지 않게 몹시 슬픈 표정을 지었었다.

    ‘통과의례에서…….’까지 말했었다가 아무것도 아니라며 고개를 흔들었었다.

    보아하니 통과의례에서 둘의 사이가 틀어질 만한 결정적인 일이 있었을 것 같은데. 남의 사정인 만큼 깊게 캐묻지는 않았다.

    단지 짐작 가는 건 있다. 김한별과 이유정만 봐도 알 수 있으니 말이다.

    어쨌든 한창 이야기하는 동안 주변의 다른 통제 교관들은 모두 우리 둘의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10강과 요즘 한창 주가가 오르는 머셔너리 클랜의 로드. 시선에는 자기도 끼고 싶어 죽겠다는 빛이 역력했지만, 차마 그러지 못하고 주위에서 어정거리고만 있었다.

    오전 교육을 끝내고 리버스 클랜의 김덕필과 점심을 함께했다.

    점심을 끝낸 뒤, 나는 비로소 오후 교육에 참여할 수 있었다.

    오늘 마력 재능 계열 교육을 맡은 교관은 황금 사자와 우호 관계인 북녘 클랜. 1주 차가 지난 이후로 대부분의 교육을 원정 비참가 클랜들이 맡게 됐지만, 그래도 2할에서 3할 정도는 점유하고 있었다. 이전과 비교하면 상황이 거의 반대로 뒤바뀌었다고 볼 수 있었다.

    교육 시작 전 나는 먼저 교육 장소로 입실했다. 교육 교관이 오기 전에 미리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안으로 들어선 순간, 소란스럽던 강의실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내가 따로 통제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마력 재능 계열 인원은 총 38명. 통제 교관은 나 말고 한 명도 오지 않은 상태였지만, 인원이 적어 큰 무리는 없었다.

    나는 그들을 전체적으로 둘러보며 중앙 단상 위로 올라섰다. 그네들의 시선은 모두 내게로 집중되어 있었고, 이따금 소곤거리는 소리도 들렸다. 아무래도 박환희, 백한결이 말했던 것처럼 교관들이 내 얘기를 몇 번 한 모양이었다. 솔직히 그동안 나는 잘 모르고 있었는데, 아마도 내가 없는 데서만 이야기한 것 같았다.

    내 시선에 가장 먼저 걸린 사용자는 박환희였다. 그는 중앙에서 조금 위쪽으로 앉아 있었는데, 나와 눈을 마주치자 꾸벅 고개를 숙였다. 나도 간단히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받은 후 그의 주변에 앉아있는 사용자들의 얼굴을 일일이 확인했다.

    이윽고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맨 끝자락에 앉아있는 백한결을 발견할 수 있었다. 최대한 박환희와 떨어져 앉겠다는 의도가 다분히 묻어나오고 있었다.

    백한결은 전전긍긍한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내가 시선을 보내자 화들짝 놀라며 꾸벅 고개를 숙였다. 나는 박환희 때와는 다르게 가느다랗게 미소 지으며 화답했다.

    내가 알은체를 한 게 기뻤는지 그는 옆에 앉은 여성 사용자의 팔을 잡아당기며 들뜬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마 그 여성이 백한결의 여자 친구인 차유나일 것이다. 이 교육에 있다는 사실로 미루어보아 그녀 또한 마력 재능 계열일 터. 나는 차분히 그녀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백한결에게 헌신적이라는 말은 들었지만, 첫인상은 퉁명스러워 보인다는 느낌을 받았다. 선이 고와 전체적으로 예쁘장한 얼굴이기는 해도, 솟아오른 눈썹과 고양이 같은 눈 모양을 보니 새침데기라는 인상이 강해 보였다. 굳이 비교하자면 이유정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래 봤자 우리 유정이가 훨씬 예쁘기는 하지만.’

    내가 아빠 마음으로 그러는 게 아니라 실제로 유정이 훨씬 예뻤다.

    곧 실없는 생각을 마친 후 나는 시선을 유지한 채 제3의 눈을 활성화했다.

    사용자 정보(Player Status)

    1. 이름(Name) : 차유나(0년차)

    2. 클래스(Class) : 일반 마법사(Normal Mage Beginner)

    3. 소속 국가(Nation) : ―

    4. 소속 단체(Clan) : ―

    5. 진명 · 국적 : 자격을 증명한 자 · 대한민국

    6. 성별(Sex) : 여성(20)

    7. 신장 · 체중 : 167.3cm · 52.7kg

    8. 성향 : 선 · 욕망(Good · Ambition)

    [근력 22] [내구 16] [민첩 25] [체력 28] [마력 47] [행운 39]

    ‘별거 없는데… 성향이 선, 욕망이네?’

    극명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상반 속성으로 분류할 수 있었다. 차유나는 자신을 잡아당기는 백한결의 손을 꽉 잡고는 슬쩍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백한결을 본 게 아니었다. 그녀의 이목은 박환희가 있는 곳을 향하고 있었다.

    그 광경을 확인한 순간, 차유나의 시선에 미묘한 감정이 담겨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2. Many

    ‘뭔가 조금 이상한데.’

    딱히 꼬집어 말하기는 어려웠다. 다만 그 흐름에서 뜻 모를 이상한 내음이 밀려오는 것 같았다.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나는 곧바로 시선을 거두고 말았다. 강의실 문이 열리고 북녘 클랜의 교육 교관이 입실했기 때문이다.

    형식적인 인사를 나눈 후 나는 교육 교관에게서 감사의 인사를 받을 수 있었다. 요즈음 손이 부족했는데 지원을 와주셔서 감사하다, 앞으로도 종종 부탁드린다, 등의 의례적인 인사말이었다. 나 또한 웃으면서 화답을 해주긴 했다. 그러나 그 말이 당연히 거짓말임을 알고 있었기에 속으로는 콧방귀만 뀔 뿐이었다.

    교육에 들어간 이후 나는 신규 사용자들의 얼굴을 철저히 익히기로 마음먹었다. 박환희는 이미 알고 있었으니 넘어가고, 그의 주변에 앉아있는 사용자들의 얼굴을 되새김질하는 데 주력했다. 일전에 들었던 이야기로 미루어보면 그의 계획에 동조하는 인원들이 분명히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간중간 백한결과 차유나의 동태를 살피기도 했는데, 초반을 제외하고는 딱히 이상한 점을 찾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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