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over millions of ebooks, audiobooks, and so much more with a free trial

Only $11.99/month after trial. Cancel anytime.

마이스터 - Prophet 34권
마이스터 - Prophet 34권
마이스터 - Prophet 34권
Ebook194 pages1 hour

마이스터 - Prophet 34권

Rating: 0 out of 5 stars

()

Read preview

About this ebook

가상현실 성인게임을 전문으로 스트리밍 하던 한지우는 우연히 한 후원자가 보낸 쪽지를 받게 된다.
한지우는 그 쪽지의 링크를 클릭한 후 정신을 잃고, 다시 깨어나보니 게임에서와 같은 시스템 창을 얻는다.
이후 시스템 창을 이용해 그저 하루하루 쾌락에 빠진 삶을 즐기던 와중 우연히 한 뉴스를 보게 된다.
\"생존과 야생?\"
목표가 없이 지내는 것에 무료함을 느끼려던 찰나 보게 된 생존과 야생 모집 뉴스.
본능적으로 그것에 끌리게 되고 작은 삶의 목표가 되어 정신없이 빠져들게 된다.
그리고 30인의 후보 중 1인으로 생존과 야생에 참여한 한지우.
그곳에서 알게 된 충격적인 사실들과 앞으로 닥쳐올 미래와 맞닥뜨린다.

Language한국어
PublisherWHISTLE BOOK
Release dateSep 30, 2021
ISBN9791132789475
마이스터 - Prophet 34권

Related to 마이스터 - Prophet 34권

Titles in the series (39)

View More

Related ebooks

Reviews for 마이스터 - Prophet 34권

Rating: 0 out of 5 stars
0 ratings

0 ratings0 reviews

What did you think?

Tap to rate

Review must be at least 10 words

    Book preview

    마이스터 - Prophet 34권 - 플라 우드

    1. 2부 (136)

    가만히 손에 들린 주머니를 바라본다. 짙은 갈색의 가죽 주머니는 굵은 가죽끈으로 연결되어 있었고 쉼표 모양이 꽤나 멋스러웠다. 쉼표의 끄트머리는 코르크와 비슷한 재질의 뚜껑으로 막혀있었고 마개를 열자 손가락에 잡혀있던 코르크가 단숨에 사라진다.

    조금 당황해 이리저리 주머니를 둘러보고 있으니 어느새 다시 나타난 코르크가 주머니의 입구를 막고 있었다. 편리했다. 정보를 열어 보자 내 얼굴에 함박웃음이 떠올랐다.

    [영원의 샘물](S)

    야마타노오로치의 첫 번째 독샘 주머니를 이용해 반고가 급하게 만든 주머니.

    처음 넣은 음용 가능한 액체를 무한히 생성한다.

    액체의 온도를 가장 맛있는 온도로 유지한다.

    비워낼 때는 가죽 주머니를 뒤집은 채 모두 쏟아버리면 된다.

    ‘앞으로는 물 걱정은 안 해도 되겠네.’

    전투 중 가장 힘들었던 건 육체적 고통도 배고픔도 아닌 갈증이었다. 물론 물을 더 챙기지 못한 내 실수기도 했지만 생수를 한 박스 이상 들고 다니는 것도 좀 이상했다. 거기다 인벤토리의 부피를 상당히 차지하는 것도 있었기에 꽤나 다행스러웠다.

    휘파람을 불면서 물잔을 주머니 주둥이 안으로 기울여 물을 채운다. 반 컵도 채 들어가지 않았지만 단숨에 주머니가 묵직해진다. 코르크 마개를 열고서 주둥이를 입 안으로 기울이자 청량하고 깨끗한 물이 입 안에 가득 채워진다. 꽤 시원한 물의 온도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후우.

    물주머니를 인벤토리에 던져 넣은 나는 눈을 감고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혔다. 겨우 D등급에 이리 긴장하는 건 다름이 아니었다. 내가 여기서 죽음을 경험했다는 점이 신경 쓰일 뿐이었다.

    ‘…별거 아니야. 걱정할 것 없어.’

    마나도 돌아왔고 신검합일도 얻은 데다 튕기기와 흘리기는 이제 기계보다 더 정밀했다. 사량발천근의 획득으로 더 편해졌을 게 분명하다. 그리고 풍룡섬과 폭룡섬도 사용할 수 있었다. 반고의 허락도 있었고. 하지만 풍룡섬과 폭룡섬은 사용할 생각이 별로 없었다.

    ‘지금이 아니면 더 연습할 기회가 없을지도 몰라.’

    시간은 흐르지도 않고 죽어도 부활한다는 이런 사기적인 기회를 날렸다간 바보 소리를 들어도 충분했다. 적어도 신검합일을 6성 이상으로 만들 생각이다. 10성에 다다른다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다. 검강이라는 단어는 남자를 흥분시키는 묘한 매력이 있었으니까.

    ‘…….’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히며 의자에서 일어나 가만히 눈을 감는다. 탁자와 의자가 모래로 변해 쏟아지는 소리와 대지에서 흘러나가는 모래의 흐름이 느껴진다. 백여 미터 앞에서 서서히 솟아오르는 석순의 느낌, 그리고 온몸을 바람처럼 휘감고 있는 푸른 마나가 전해주는 부드러움과 몸 안에서 당장이라도 폭발할 기세로 흘러다니는 회색빛 기운이 느껴진다.

    그 너머에 부드럽게 내 단전을 유영하는 뇌정의 움직임까지 확연하게 느껴지는 감각은 쾌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아직 이름조차 붙여주지 못했지만 지금 중요한 건 이 에너지의 분석이 아니었다. 천천히 해도 된다. 지금 굳이 내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 필요는 없다. 검술에 집중해야 한다.

    크르르.

    석순이 토우로 변한 채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 올렸고 내 눈에는 순간 빛이 흐른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대로 넘어가기 힘들다.

    ‘…그래도 한 방은 먹여줘야 분이 풀릴 것 같은데.’

    물론 날 죽인 녀석들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일단 화풀이를 해야 속이 시원할 것 같았다. 양의심공과 화랑심법이 기다렸다는 듯이 일어나 내 온몸을 휘감기 시작한다.

    어느새 내 손에 들린 쌍룡검을 머리 위로 치켜들었고 그 순간 이어지는 쌍룡검과의 일체감에 등골에 짜릿함이 흐른다. 쌍룡검 역시 기다렸다는 듯이 주변의 바람과 마나를 빨아들인다. 마치 내가 무얼 할지 알고 있다는 것처럼. 그렇지 않아도 빨라진 풍룡섬의 개시가 이젠 숨을 쉬듯 자연스러워졌다.

    풍룡섬.

    내 중얼거림이 방아쇠가 된 듯이 엄청난 기세로 주변의 마나를 빨아들인다. 그리고 몸 안에서 폭발적인 기세로 팔을 타고 흘러간 회색빛 기운이 순식간에 쌍룡검의 바람을 회색빛으로 물들이며 주변의 대지를 어두운 스파크로 때려대기 시작한다.

    어느새 새하얀 하늘을 꿰뚫듯이 솟아오른 허리케인이 주변의 모래를 엄청난 기세로 흘려냈다. 큰 변화는 없었지만 이전의 풍룡섬과는 완전히 다르다 말해도 좋을 모습이었다. 손아귀에 느껴지는 무게는 전혀 없다 말해도 좋을 정도였다.

    나는 가만히 내게 달려드는 토우 떼를 무심하게 바라보다 그대로 쌍룡검을 내리쳤다.

    투쾅―!

    마치 신의 몽둥이가 대지를 가격한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였다. 하얀 하늘을 가로지른 회색빛 바람기둥은 그대로 대지를 쪼개버릴 듯 내리꽂혔다. 대지를 달려오던 토우 떼는 그 회색빛 기둥에 모조리 쓸려 나간다.

    바람기둥을 직접 받아낸 중앙의 토우들은 이미 박살이 났다. 그리고 양옆의 토우들은 바람기둥이 부서지며 흘려낸 바람에 사지가 잘려 흩날렸고 내리치는 스파크에 까맣게 타버렸다.

    …….

    나는 쌍룡검을 내리친 자세를 천천히 고치며 다음을 준비한다. 이미 토우의 정보를 확인했고 이 토우 떼들은 완전 회복 기능이 있었던, 처음 보았던 D등급 토우들과 능력이 같았다.

    …가자.

    일부러 입 밖으로 목소리를 내며 의지를 다지듯 중얼거린다. 천천히 앞으로 향하는 내 발걸음에 점점 속도가 붙기 시작한다. 뇌운보의 영향으로 주변 대지에 스파크가 흘러나가기 시작한다.

    어느새 박살 난 대지 위에 널브러져 있던 토우들이 하나씩 모습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박살 났고 회복 역시 가장 빠른 토우가 머리 형태를 갖추자마자 괴성을 토해내려 입을 벌렸지만 이미 그 앞엔 내가 도달해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쌍룡검의 검첨이 이제 회복을 마친 토우의 정수리를 그대로 베어낸다.

    캭!

    단말마의 비명을 질러낸 토우의 머리가 단숨에 양옆으로 벌어지며 그대로 몸을 풀썩 대지로 눕힌다. 점점 몸이 부서지며 모래로 변하기 시작했지만 나는 그런 토우에게서 이미 멀어져 다음을 향해 뛰어가고 있었다.

    캬악!

    캭!

    쌍룡검의 검신이 부드럽게 흘러가며 토우를 이등분한다. 다음 토우가 동료의 시신을 이용해 내게 달려들지만 걱정할 것 없다. 어느새 내 양손으로 나뉜 풍룡검의 검신이 토우의 뿔을 그대로 흘려낸다. 정말 손아귀에 느껴지는 반탄력이 거의 없다시피 줄어들었다.

    흘렸을 뿐만 아니라 풍룡검의 검신에 휘감긴 검기가 그대로 토우의 목을 긁고 지나간다. 단숨에 목 가죽이 벌어지며 새하얀 목뼈를 드러낸다. 이미 목뼈까지 관통된 토우는 뜨거운 피를 쏟아낸 채 관성에 이끌려 내 뒤에 널브러졌다.

    그리고 반대편의 토우의 주둥이 안에 폭룡검이 꽂혔고 토우의 목 뒤는 산탄총에 맞은 것처럼 터져나간다. 쌍룡검의 순간 변환은 사선 베기를 연습하며 얻은 방법이었다. 이것 역시 이미 가능했던 방법이지만 지금까지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다.

    ‘…좋아.’

    절로 얼굴에 웃음이 흐른다. 마나는 넘치고 회색빛 기운은 붉은 천에 유혹당한 황소처럼 바닥을 긁으며 터져나갈 준비를 내게 전한다.

    검이 내 뜻대로 움직인다. 의지가 일어나면 이미 기운은 움직였고 검은 향하고 있으며 적은 격살된다. 쌍룡검이 내게 속삭이는 것 같다. 이곳으로 가고 싶다고.

    그럼 나 역시 쌍룡검의 의지에 도움을 줬고 내가 이곳을 휘두르고 싶다 생각하기도 전 쌍룡검은 이미 그곳으로 향하고 있다. 내가 쌍룡검이었고 쌍룡검이 나였다.

    …….

    10만의 토우를 처리하기까지 두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어느새 하나로 합쳐진 쌍룡검이 대지를 가르듯 세로로 떨어져 내렸고 이마로 받아낸 마지막 토우는 단말마의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그대로 두 갈래로 벌어지며 주변에 내장과 피를 쏟아낸다.

    …아쉽다.

    하지만 내가 처음 느끼는 감정은 성취감이 아니라 아쉬움이었다. 뭔가, 뭔가가 잡힐 듯 말 듯 하던 순간이었다. 여전히 토우를 베어낸 자세로 굳어있던 나는 아쉬움 가득한 한숨을 내쉬고는 쌍룡검을 반지로 되돌린다. 그러고는 바닥에 그대로 주저앉고는 팔짱을 낀 채 고심에 빠진다.

    ‘…대체 뭐였지.’

    마치 순식간에 시간이 지나간 것 같았다. 어디론가 의식이 빨려드는 기분이기도 했다. 무언가에 취한 것 같기도 했지만 모든 감각은 평소보다도 더 직접적이고 강렬하게 날이 서있었다.

    마치 이 감각을 처음 얻었을 때처럼 720p 화질이 단숨에 4k 화질로 변한 그날의 감각보다도 더 명확하고 자극적이었으며 짜릿했다. 마치 온몸이 성기가 된 채 피스톤 운동을 했을 때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다.

    단숨에 내 아들 녀석이 고개를 들어 올린다. 섹스가 하고 싶었다.

    ‘…알 수 없네.’

    도무지 알 수 없는 감각은 여전히 알듯 말듯 사람을 미치게 했고 치밀어 오르는 엄청난 성욕과 식욕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정신 차려.

    뒤에서 들리는 굳은 듯한 반고의 목소리에 순간 짜증이 머리끝까지 치솟아 오른다. 날 방해하는 저 목소리의 주인을 찢어 죽이고 싶었다.

    서둘러 고개를 돌리지만 딱딱하게 굳은 반고의 얼굴에 움찔 놀란다. 반고의 무심한 눈빛이 내 이마를 꿰뚫듯 파고드는 기분이다. 머릿속이 쩡 소리를 내며 단숨에 얼어붙는 기분이었다. 몸 안에 차올랐던 기묘한 흥분감이 천천히 가라앉기 시작하는 게 느껴진다.

    점차 이성이 돌아오기 시작하는 내 정신이었고 등골을 타고 소름이 돋기 시작한다.

    …아주 할 건 전부 하는군.

    반고가 핀잔을 주듯 말하지만 얼굴은 여전히 날 살피는 데 집중하는 게 느껴진다.

    …제게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내 목소리에 기가 막힌다는 듯 팔짱을 낀 채 한숨을 내쉰 반고가 내 앞에 털썩 주저앉으며 입을 열었다.

    심마였다.

    …심마?

    설마 처음 듣… 그럴 만도 하지.

    한심하다는 듯 날 바라보는 반고의 시선에 절로 시선을 내리깔았다. 굳이 저 심마라는 단어를 설명해 주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알았다.

    방금 전 나는 내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했다. 여전히 부풀어있는 내 앞섶이 수치스러웠다.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 같다. 아무리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나 스스로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급격한 욕망의 생성은 잊기 힘들었다.

    칠죄에 대해 알고 있나?

    …예. 하지만 자세하게는 모릅니다.

    갑작스럽게 들리는 반고의 딱딱한 목소리에 움찔 놀랐고 대화에 등장한 칠죄라는 단어에 재차 당황했다. 내게 각 스탯의 자유 포인트를 준 장본인들이었으니까. 다만 관리자들은 이야기를 꺼내려 하지 않았고 미호는 두려워하기까지 했다.

    칠죄는 전 우주의 생명체들이 갖고 있는 일곱 가지 감정에 대해 지배력을 가진다.

    …감정에 대한 지배력?

    그렇지. 식욕, 성욕은 물론이고 탐욕과 분노 등… 본능에 충실한 일곱 가지 감정에 대한 관장자다.

    …….

    가만히 볼을 타고 흐르는 땀을 손등으로 훔쳐낸 채 반고의 말에 집중한다.

    생명이 아닌 관념이자 본능 그 자체인 칠죄는 법칙이 아니고서는 제어할 수조차 없지. 그러니 뭐, 칠죄가 법칙의 우산을 벗어나길 바랄 일은 절대 없을 걸세. 법칙의 굴레를 벗어나는 순간 소멸할 테고 우주의 균형은 칠선에 기울어버릴 테니까.

    …혹시 그들이 적입니까?

    내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뜬 반고가 이내 껄껄 웃는다.

    어떻게 감정이 적이 될 수 있겠나. 누군가가 전 우주의 생명체를 말살하더라도 말살한 생명체가 숨을 쉬는 이상 사라지지 않는 게 칠죄일세. 사실 모든 생명체가 소멸해도 법칙이 있는 이상 또 다른 생명이 우주 어딘가에 잉태할 테고 그 순간 칠죄는 부활하겠지.

    …아.

    즉 평생 스스로를 제어하는 수밖에 답이 없지. 칠죄가 싫다거나 이성을 갖고 있는 생명이라면 말이야.

    방금 일어난 일은…….

    아무래도 그대가 내 예상보다 더 큰 수확을 얻었던 모양일세. 갑작스러운 감정의 변화에 순간 욕망이 충돌했고 그 순간 그대의 정신력을 벗어난 모양이지. 아니, 애초에 제어할 생각보다 즐기기 바빴을 테니 당연한 수순이었을지도 모르고.

    순간 토우와의 전투 도중이 떠오른다. 쌍룡검과 하나가 된 채 전투에 빠져들던 순간이 뇌리를 스친다.

    그럼 제가 검에 몸을 맡긴 게 잘못된 방식이라는 겁니까?

    아니지. 그 방법엔 문제가 없었으나 그때 흔들린 그대의 감정이 문제가 되었음일세.

    어느새 나와 반고의 사이에 긴 주둥이의 백자 술병과 작은 술잔 두 개가 나타나 있었다. 반고는 내 앞의 잔에 술을 따라주고는 단숨에 술병 주둥이를 입 안에 기울인 뒤 내게 말을 이었다.

    내가 겁을 주듯 말은 했지만 사실 칠죄가 나쁜 게 아닐세.

    …그렇습니까?

    당연하지. 생명체의 번식과 종족 보존, 거기다 갖은 욕망이라는 건 법칙조차 인정한 생명 그 자체의 존재 의의에 가까우니까.

    …….

    지성이 없는 곤충과 짐승 같은 미물에게는 거의 축복이나 마찬가지지. 칠죄가 아니라면 멸종하고 말 테니까.

    술병을 탁 내려놓은 반고가 날 바라보며 말을 잇는다.

    하지만 지성체에겐 이야기가 좀 다르네.

    …알 것 같습니다.

    반고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것 같았다.

    …거기서 더 진행되었다면 지성을 잃는다는 거군요.

    약간 다르지만 그렇게 이해해도 무방하네.

    내게 백자 주둥이를 들이미는 반고의 모습에 가만히 술잔을 들어 올려 가볍게 부딪친다. 나와 반고가 동시에 술을 입 안에 털어 넣고는 입술을 손등으로 쓸었다.

    칠죄와 칠선의 권력 구도는 굉장히 복잡하지. 그들끼리도 서로 적이라고 이해하면 되겠지만 그렇다고 죽일 듯이 달려들려 하지 않아. 서로의 존재를 서로가 보증해 주고 있음이니.

    …빛과 그림자라고 이해하면 되겠습니까?

    그렇지. 그게 맞겠군.

    씩 웃은 반고가 무릎을 들어 올리고는 손으로 잡은 채 말을 이어나간다.

    칠죄는 지성이 없는 존재가 많을수록 힘이 강해지며 칠선은 지성을 가진 자들이 스스로를 구도자로 만들려 하는 데에 충실하지.

    …왠지 칠선이 더 좋게 들리는 건 착각입니까?

    절대 아니네.

    꽤 단호한 목소리로 내게 말하는 반고의 모습에 순간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적어도 그대만큼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어선 안 되네. 그대의 목표가 무언지 잊었나?

    아무래도 여기서 반고가 말하는 건 어비스 녀석들과의 마찰이나 전투 혹은 제거가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하나밖에 없었다.

    …진화입니까.

    Enjoying the preview?
    Page 1 of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