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over millions of ebooks, audiobooks, and so much more with a free trial

Only $11.99/month after trial. Cancel anytime.

강철의 전사 32권
강철의 전사 32권
강철의 전사 32권
Ebook266 pages2 hours

강철의 전사 32권

Rating: 0 out of 5 stars

()

Read preview

About this ebook

정통 판타지. 현실감과 환상이 공존하는 중세풍에서 시골 청년이자 환생자인 드낙이 출세하는 이야기.

Language한국어
PublisherWHISTLE BOOK
Release dateNov 3, 2020
ISBN9791132778912
강철의 전사 32권

Related to 강철의 전사 32권

Titles in the series (41)

View More

Related ebooks

Reviews for 강철의 전사 32권

Rating: 0 out of 5 stars
0 ratings

0 ratings0 reviews

What did you think?

Tap to rate

Review must be at least 10 words

    Book preview

    강철의 전사 32권 - 쿠우울

    77. 판타지 월드 (26)

    오만한 아스톨포 왕자를 보며 뿔 쥐들의 기세가 변했다. 자신들을 가볍게 보는 저 말이 지독하게 느껴져서 마음에 불을 지폈다.

    ‘신성 모독이다.’

    살아 숨 쉬는 우리들의 신을 모시는 뿔 쥐를 가볍게 본다는 것은 그들이 모시는 신마저 가볍게 본다는 말과 다를 바가 없다. 그렇기에 뿔 쥐들은 그 도발에 넘어갔다.

    ‘가진 걸 모두 쓴다.’

    들어라! 발라쿠의 진(陣)을 사용한다!

    세 개의 분대를 지휘하는 피 숨결 검은 뿔 쥐 대장의 말에 뿔 쥐들의 태세가 달라졌다.

    발라쿠의 진은 자신의 그릇조차도 파괴하고, 그 배수진과도 같은 맹공을 따라 하는 형세다. 특히, 뿔 쥐들은 머릿수가 많기에 가능한 대열이다. 목숨을 도외시한 공격이기에 보통은 소모를 감당하지 못한다. 죽기 위해서 달려드는 셈이다.

    철컥!

    바이저를 벗은 뿔 쥐들 아예 투구를 벗어서 내던졌다. 아스톨포가 매우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투구를 벗다니. 접근전을 할 생각인가? 어울려주고 싶지는 않은데.’

    말 그대로 야만적 전투가 벌어질 것 같았다. 발라쿠처럼 싸운다면 당연히 그에 따른 과정이 필요하다.

    뽕!

    뿔 쥐들은 검은 줄과 붉은 줄로 표시를 해놓은 강철로 만든 물약의 뚜껑을 열고, 그대로 자신들의 몸에 뿌렸다. 물약을 뿌리자마자 이글거리는 ‘힘’이 아스톨포의 눈에 들어왔다.

    ‘뭐지? 마력 물약인가?’

    반은 맞는 말이다.

    T34 융합 물약. 오우거들에게 소비문화가 생기면서 오우거들의 물건 또한 곳곳으로 뻗어나갔다. T34 융합 물약은 산업용으로 자주 쓰인다. 하지만 그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군용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게다가 뿔 쥐들은 이를 정예 뿔 쥐, 배불뚝 리전에 보급했다. 그 외의 리전에 보급하지 않은 이유는 물량 때문이다. 오우거만 만들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T34 융합 물약은 그만큼 많은 곳에 쓰인다.

    특히 오우거 리고에 의해서 신의 재능을 지닌 자만이 매개체 없이 마주력(魔呪力)을 사용할 수 있다고 판명이 났다. 그렇기에 힘의 증폭을 끌어내는 T34 융합 물약은 전투용으로 제격이었다. 매개체를 이용하지만, 순간적으로 그런 악마의 재능을 지닐 수 있기 때문이다.

    크, 아아아아아아아!!

    뿔 쥐들이 고함을 내질렀다. 그들의 몸에 있는 마력과 주력이 표출되자마자 융합 물약의 매개체와 만나 단번에 마주력으로 변형되었다.

    백금 카드가 뿔 쥐들의 등판에 들러붙어서 철사가 쭉 삐져나왔다. 이내 입체적인 마법진이 그려졌다.

    부웅!

    뿔 쥐들이 날아올랐다.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속력으로 아스톨포 왕자에게 날아갔다. 아스톨포 왕자는 거리를 벌리려고 했지만, 단순한 날개로는 힘을 많이 소모해서 속력을 높인 비행 마법을 이길 수 없다.

    혈주술(Blood Witchcraft), 스카 스파이더 웹(Scar Spider web).

    도망치는 아스톨포 왕자에게서 날카롭게 벼려진 칼처럼 반짝이는 거미줄이 뿜어져 나와서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그를 포위하듯이 날아오던 뿔 쥐들은 거미줄에 얽힌 나방이 될 것 같았지만, 순식간에 뭉쳐서 일점 돌파를 감행했다.

    펑!

    충격 마법에 의해서 피로 만들어진 거미줄이 터졌다. 하지만 아스톨포 왕자는 이미 어둠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용기는 대단하지만, 판단이 안 좋았어. 그렇게 증폭시킨다고 해도 상대가 어딨는지 모르면 끝이지.

    그 말에 대답하는 뿔 쥐들은 없었다. 대신 그들은 전심전력을 다 하여 주변의 어둠을 불사를 광역 마법을 시전했다.

    아스톨포 왕자는 가만히 지켜보았다.

    이글거리는 화염이 광풍을 따라서 모든 것을 휩쓸었고, 어둠마저도 쓸어버리며 도서관을 걸레짝으로 만들었다.

    크으으윽!

    뿔 쥐들은 큰 반발력을 느끼며 이를 악물었다. 어둠이 광풍 화염 주문을 상쇄시키려고 삐져 들어왔다.

    모든 것이 끝났을 때, 뿔 쥐들은 모든 마력과 주력을 소진해 버렸고, 아스톨포의 어둠에 의해서 사지가 묶였다.

    저벅. 저벅.

    아스톨포 왕자가 뿔 쥐들에게 다가갔다. 중급 권속 악마 수준에 올랐다고 해도 필멸자는 필멸자다. 결코, 반신을 이길 수 없었다.

    무엇보다 접근전을 하지 않은 아스톨포 왕자의 전략이 뛰어났다. 데몬 뱀파이어(Daemon Vampire)의 장점을 두고, 뿔 쥐들은 전투를 해야 했다. 융합 물약을 뿌리고, 마력과 주력을 합일시켰음에도 아스톨포 왕자에게 닿지 못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아쉬운 전투였다. 강자와의 싸움에서 단 하나라도 비트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었다. 강팀을 상대로 약팀이 할 수 있는 전략과 전술은 제약되어 있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아스톨포 왕자는 장점, 강점만을 드세우며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한 정석적인 싸움을 했다. 오직 초월의 힘으로 이루어진 싸움이었다. 그걸 어떻게든 비틀고, 접근하려고 했던 뿔 쥐들은 ‘어둠’이라는 속성을 이기지 못했다. 관측에 실패하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크윽. 분하다!

    자, 그럼…….

    아스톨포 왕자가 뿔 쥐의 털을 손으로 뽑았다. 손가락으로 털을 비비면서 질감부터 시작해서 모든 것을 탐닉하기 시작했다.

    ‘억세기 짝이 없는 털이라고 여겼는데, 아니군.’

    멧돼지 털같이 굵어 보였는데, 그 안쪽에 잔잔하고 폭신한 털이 있었다. 뿔 쥐는 드낙과 가장 깊게 연결된 필멸자고, 드낙이 지닌 능력이 소소하게 발현되고 있다. 그들은 다각수(多角數)였으며, 뿔 하나에 하나의 능력이 있다.

    이번 전투에서는 자잘한 능력에 힘을 사용하지 않고, 적에게 피해를 주기 위해서만 노력했다. 오히려 그 덕에 승부가 일찍 판명 나버렸다.

    시작부터 패배를 인정하고, 지구력 전으로 갔다면, 아스톨포를 물러나게 했겠지만, 전투에 임할 때 패배를 확정 지을 정도로 결단력이 있을 수는 없었다. 아스톨포에 대한 정보가 적기 때문이다. 허나, 이것으로 뿔 쥐들은 아스톨포에 대해서 완전히 깨달았다.

    ‘놈은 반마급이다.’

    어디…….

    아스톨포가 전신 갑주를 우악스럽게 쥐어뜯었다. 강력한 악력이었다. 그러고는 뿔 쥐의 가죽을 잡아당겼다. 인간과는 다르게 가죽이 이리저리 움직여지고, 당길 수도 있었다.

    쥐치고는 두껍다.

    놈! 어딜 만지는 거냐! 죽여라!

    죽는 게 두렵지 않은가?

    대답할 가치조차 없다.

    뿔 쥐는 그 어떤 것도 아스톨포에게 내어주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흥.

    그 충성스러운 모습에 아스톨포는 이 뿔 쥐들이 세뇌를 당한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성과 감성이 모순적으로 공존하는 존재는 이 정도로 충성스러울 수 없다.

    턱.

    아스톨포가 뿔 쥐의 머리에 손을 대었다. 그 손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크. 큽. 크.

    뿔 쥐가 숨을 힘들게 쉬기 시작했다. 아스톨포는 뿔 쥐의 눈을 바라보았다. 뿔 쥐의 뇌 속에 존재하는 광경들, 기억들이 눈에 비쳤고, 그것은 다시 아스톨포의 눈에 새겨졌다.

    약 15분의 시간이 지나고, 아스톨포가 눈을 깜빡였다. 잔뜩 건조해진 눈이 시큰거리며 눈물이 흘러나왔다.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이었다.

    흡혈귀는 언데드가 아니다. 그들은 혈액을 필요로 하는 생명체의 일종이다. 죽었는데 피가 필요하다는 건 큰 모순이다. 살아있고, 피를 자원으로 쓰는 생명체가 바로 뱀파이어란 족속들이다.

    세뇌는 당하지 않았군.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충성스러울 수가. 하하하.

    아스톨포가 웃었다. 하지만 이미 그 답을 알고 있었다. 뿔 쥐 하나의 모든 기억을 시각적으로 봤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스톨포는 뿔 쥐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의 신에게 달려가서 전해라. 뿔 쥐들을 살리고 싶다면, 최대한 빨리 날 찾아야 할 것이다. 나는 이대로 검은 돔으로 향해서 뿔 쥐의 중추를 흡혈귀로 만들겠다.

    크으윽!

    그가 그렇게 단언하자 뿔 쥐들이 버둥거렸다. 하지만 어둠에 속박된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아스톨포는 유유하게 걸어서 사라졌다.

    그는 지하 도시를 빠져나가지 않았다. 순식간에 뿔 쥐로 변해서 능숙하게 뗏목 기차에 올라탔다. 의도적으로 만든 물길과 주술을 이용해서 운용되는 뗏목 기차는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서 이제는 제법 그럴듯해 보였다.

    아스톨포는 느긋하게 검은 돔으로 서서히 나아갔다.

    * * *

    이, 이게 대체?

    빨리 주술사를 데려와라! 서둘러라!!

    뿔 쥐들은 고블린들에게 발견된 후에야 겨우 풀려날 수 있었다. 주술을 통해서 어둠을 물리치고, 서둘러 이 정보를 지하 도시 곳곳에 전달했다. 하지만 이미 뿔 쥐를 통해서 시각적 정보를 취득한 아스톨포는 뿔 쥐 그 자체가 되었다.

    그 누구도 아스톨포를 특정하지 못했다. 애초에 아스톨포가 어떤 수단으로 검은 돔에 갈 것인지는 누구도 몰랐고, 예측할 수도 없었다.

    흡혈귀가 된 뿔 쥐가 나올 수 있다!

    무엇보다 공포에 떠는 것은 신앙의 주체가 드낙이 아닌, 엉뚱한 놈에게로 옮겨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뿔 쥐는 서둘러 드낙을 찾았다.

    살아 숨 쉬는 우리들의 신의 현재 위치는 어디인가?

    최신 정보에 따르면 자치 왕국의 동쪽 변방에 있는 우뚝 골렘 마을에 있다.

    우뚝 골렘 마을? 이름이 왜 그래?

    농업 골렘을 처음으로 수리 불가능으로 만든 마을인데, 그걸 자기네들의 역사로 내세우고 있다.

    미쳐버린 마을이다. 그런 작은 마을에는 왜 간 거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폭주 중이시다. 인간들은 가만히 놔두면 범죄자들밖에 없다. 아주 열등한 종족이다.

    법을 지키면 간단한 것을!

    넌 지하 도시에서만 있어서 그렇지, 법도 모르는 인간도 많다. 우리는 우리의 법을 모르는 자가 없지.

    허, 법을 모르는 인간이라니……. 어떻게 그런 바보가 태어날 수 있는 거지?

    뿔 쥐가 혀를 내둘렀다.

    뿔 쥐들은 자기네들의 법을 다 알고 있어야 했다. 그래야 드낙에게 누를 범하지 않을 수 있다고 여겨서였다.

    서둘러 그곳 근방으로 뿔 쥐 정보원을 보내라!

    뿔 쥐들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물론 아스톨포 왕자가 향하는 곳은 검은 돔이 아니었다. 그는 ‘밤의 귀족’. 귀족은 품위 없게 자신의 행선지를 말하지 않는다.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귀족은, 자신을 찾는 것에 수고하게끔 만든다. 그게 바로 귀족이다.

    ‘그것이 바로 기품이지.’

    * * *

    뿔 쥐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한탕을 한 드낙은 국제 연합 도시에 돌아와 있었다. 서쪽의 변방, 우뚝 골렘 마을이 그의 마지막 한탕 장소였다.

    드낙은 그렇게 작은 마을까지 털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고, 국제 연합 도시에 돌아와서 그간 놓쳤던 정보들을 취득하기 위해 게제라스 총리의 집무실에 들렀다.

    드낙 님!

    게제라스가 그렇게 외쳤다가 이내 호칭을 바꾸었다.

    반마반신님! 지금 여기에 이스핀이 와 있습니다!

    엉? 이스핀이 여기에 왜 있어?

    드낙은 게제라스의 입을 통해서 그간 놓쳤던 최신 정보를 쉽고 간단하게 취득하려고 했다가 급선회를 했다.

    ‘이스핀? 뭔가 재밌어 보인다.’

    실로 간단한 이유였다.

    …그런 이유로 지금 이스핀 백작이 농땡이를 피우면서 치안을 어지럽히고 있습니다.

    예능 찍고 있네. 안 그래도 자치 왕국이 삐걱거리는데.

    드낙은 현 상황이 누구 때문에 그렇게 된 건지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신경질을 냈다. 무엇보다 범죄자를 잡으며 오랜만에 땀을 뺀 드낙이었다. 그런데 이스핀은 놀고만 있었다.

    ‘괘씸하네.’

    드낙 자신은 땀을 흘리며 범죄자를 말끔하게 청소했는데, 이스핀은 청소도 안 하고 빗자루도 던져버리고 도망쳐서 술래잡기하고 있었다.

    술래잡기라, 언제 했는지 기억도 안 나네.

    자식분들이랑 하지 않으셨습니까?

    크레시미르는 검에 미쳤고, 나이가 좀 차자마자 모든 걸 공부하다 보니까…….

    다이앤타는 아기 때부터 벽에 달라붙거나, 천장에 들러붙는 기행을 벌였으니 말할 것도 없었다.

    정상적이지 않은 가정이었다. 레이시아의 경우에는 몸을 움직이는 것보다는 정적인 걸 좋아했다. 세리안의 경우에는 대련을 하고, 침실로 드낙을 끌고 가는 게 일상이었다.

    좋아, 이스핀 녀석. 내가 한 방에 잡아주지.

    드낙이 순식간에 밖으로 나갔다. 게제라스 총리는 그걸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놀자판이나 다름없네.’

    어찌 되었든 이스핀은 잡힐 게 분명했다.

    드낙은 지붕을 누비고, 옥상을 건너뛰며 이스핀을 찾아다녔다. 그런 그의 눈에 너무 티가 나는 여장을 한 사람이 보였다.

    ‘의심스럽군!’

    냉큼 내려가서 그 어깨를 잡았다. 다부진 체격이다.

    남자티가 너무 나는데 왜 여장을 했어? 이스핀아. 변장이라기에는 너무 심하잖아.

    그 말에 남자가 고개를 홱 돌렸다. 간드러진 가성이 입에서 터져 나왔다.

    변장이요? 이건 화장인데요? 그리고 이스핀은 이 세계에서 최고로 멋진 말이에요. 그쪽도 경찰?

    으악, 내 눈!

    화장을 짙게 한 남자가 순식간에 드낙의 팔을 휘감으면서 드낙의 손을 자신의 가슴에 대었다.

    어머, 근데 오빠. 너무 잘 생겼다.

    ‘으악, 내 손!’

    드낙은 순식간에 그림자로 변해서 사라져버렸다. 드낙은 경찰을 골려 먹으려고 이스핀이 돈을 쥐여주고 풀어놓은 여장남자에게 제대로 당하여 크게 분노했다.

    왜 저렇게 다녀도 경찰들이 하나도 안 붙어있는지 깨달았다.

    ‘이스핀, 이 미친놈이. 저딴 놈을 풀어놔?!’

    드낙이 더는 참지 못하고 자신의 권능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본래 존재 추적의 권능은 재능으로 꽃피운 것에 불과했지만, 이를 더 강력하게 만들려고 권능으로 만들어놓았다.

    * * *

    존재 추적의 권능은 단서가 있어야지만 상대를 찾아갈 수 있다. 흔적이 없는 사냥감을 쫓는 사냥꾼은 없다.

    쫓고 있는 대상이 어떤 놈인지에 대한 념(念)이 필요했다. 대단히 모호한 힘이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부여해도 큰 효력을 내비치지 못하는 권능이기도 했다.

    ‘다른 존재에게도 주기 애매하지.’

    사냥꾼에 대한 재능이 뛰어나지 않으면 써먹지를 못한다. 효과를 보는 게 어려운데, 권능의 힘 소비는 큰 편이다. 드낙이 주는 것부터 손해고, 필멸자가 받아도 사용하지 못해서 손해인 권능이다. 효율이 실로 쓰레기 같은데도 드낙이 이를 권능으로 만든 건 순전히 자신을 위해서, 재능을 권능으로 변환해서 더 확실하게 이용하고 싶어서였다.

    드낙은 이스핀을 잡는 데 이를 요긴하게 쓸 생각에 빙그레 웃었다.

    ‘역시 이거지. 분명 필요하다고 여겼다니까! 믿고 있었다고, 젠장! 역시 난 선견지명(先見之明)이 대단하다니까. 이래서 중립신이 안배, 안배 노래를 부르는구나. 짜릿해. 새로워!’

    드낙은 변화된 곳에서도 이스핀이라는 객체를 단번에 잡아냈다.

    그는 아티팩트를 통해서 완벽하게 얼굴을 변형시킨 채로 의자에 앉아서 나무를 멍하게 올려다보고 있었다.

    ‘크윽……. 저렇게 태평하다니!’

    약 아침 11시. 실로 적당한 시간에 공원 벤치에 앉아서 게으름을 피우고 있는 이스핀의 모습에 질투가 날 수밖에 없었다. 드낙은 이스핀의 뒤로 가서 얼굴을 양손으로 잡고, 자신의 얼굴을 시야에 내비쳤다.

    잡았다, 요놈. 아주 태평하기가 이루 말할 때 없네. 난 범죄자들 족치고 다녔는데 말이야.

    컥?!

    이스핀이 크게 들썩였다.

    케켁! 콜록! 케해애애액!

    사레가 들린 이스핀이 콜록거리자 드낙이 그를 놓아줬다. 혹시나 잘못될까 봐서였다.

    후다닥!

    이스핀은 그 틈을 이용해서 바로 튀었지만, 발목에 마법 속박이 걸리며 쭉 잡아당겼다.

    ‘어딜.’

    켁!

    바로 넘어지며 흙먼지가 일어났다.

    우리 사이, 다 알면서 왜 도망쳐? 넌 전신 갑주도 안 입고 있잖아.

    헤, 헤헤……. 드낙 님께서 저를 왜 잡으러 오십니까……. 이거 반칙 아닙니까? 헤헤!

    그가 웃었다. 드낙도 마주 보며 웃었다.

    빨리 가서 너도 일해. 나도 일했는데, 넌 왜 쉬고 있어? 미쳤어? 미쳤냐고.

    자치왕국이 저 같은 보통 사람까지 필요한 곳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데요. 엘리트가 얼마나 많습니까!

    이스핀이 말대꾸하며 일어나자 드낙이 이스핀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아! 왜요!

    괘씸해서. 자꾸 말대꾸할래? 왜 이렇게 머리가 커졌어? 엘리트가 많으니까 일을 안 해도 된다는 건 뭐야? 내가 일했으니까, 너도 일하라고.

    논리로는 안 통하는 게 드낙이다. 애초에 이스핀이 내걸고 있는 논리도 엉망진창이다.

    …죄송합니다.

    빨리 네가 필요한 곳으로 가. 도렌한테 안 갔다는 소리가 들리면 그때는 내가 직접 너한테 일거리를 준다. 내 아이디어 알지? 천재적이라고. 그걸 실현화시키는 영광을 너한테 주겠다.

    이스핀이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옙! 도렌 공왕에게 바로 달려가겠습니다!

    냉큼 대답하는 이스핀을 보며 드낙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

    이스핀! 너에게 다종족 연합이 실로 강대해 보이겠지만, 차원 전쟁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인간은 끝없이 정화되고, 바로잡혀야 한다. 훈육을 그만둔다면, 빠르게 타락하는 것이 사람이다. 사람은 간사하기 때문이지.

    이스핀이 전율했다.

    간사한 사람을 바로잡아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차원 전쟁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건 인간이 될 것이다. 계속 날 실망시킨다면, 다종족 연합 차원에서 인간의 입지는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다.

    예!

    이스핀이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조아렸다.

    돌아가라. 도렌에게도 전하고.

    예!

    이스핀이 황급히 달려 나갔다. 드낙은 눈을 비볐다. 나무 사이로 햇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의 착 가라앉은 고요한 눈에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이 담겼다.

    ‘사람은 계속 들쑤셔야 한다. 그리고 거기에 따른 대처를 계속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소 과격한 방법이 좋지.’

    민주주의처럼 끝없이 시험받아야 올곧을 수 있는 게 사람이다. 인간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티끌 같은 존재이다.

    ‘차원 전쟁을 생각하면 범죄자의 숫자는 적어야만 한다.’

    혼란 속에 날뛰는 것이 인간이라는 족속들이다.

    또 범죄자를 관리하는 것마저도 인력 소비가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 예산과 세금, 노동력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드낙이 생각하는 ‘차원 전쟁’의 양상을 생각한다면 교도소 같은 곳은 굉장히 위태로운 시설이 될 수밖에 없다.

    ‘뿔 쥐들이 오고 있군.’

    드낙이 의자에 앉았다.

    조금 뒤, 뿔 쥐가 도착했다. 그들은 드낙에게 고개를 조아리며 외쳤다.

    뜨나아악! 살아 숨 쉬는 우리들의 신을 뵙습니다!

    뿔 쥐들은 게제라스 총리와의 정보 공조를 통해서 드낙이 이곳에 있음을 알았고, 국제 연합 도시에 상주하는 피 숨결 검은 뿔 쥐가 드디어 드낙과 마주할 수 있었다.

    급한가 본데, 이번에 차원 이동한 존재에 대한 것인가?

    예! 맞습니다. 현재 지하 연합 도시로 침투하여 한 번 헤집고, 현재는 잠적한 상태입니다.

    그 말에 드낙이 깜짝 놀랐다.

    그럴 리가 있을 수 있나?

    상대는 반마급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어둠을 다루고, 육체 변이 능력이 대단히 뛰어납니다.

    뭐라고? 반마급으로 추정된다고? 확실한 거냐?

    예! 실제로 배불뚝 리전의 최정예 소속 30명이 순식간에 제압당했습니다.

    허.

    드낙이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단번에 시공간을 뛰어넘어 차원의 먼 거리를 격하여 도착하는 차원 이동은 엄청난 소비가 따른다. 그 소비량은 격(格)에 따라서 수천 배까지 차이가 날 정도로 극심하다.

    ‘대충 마신조차도 오벨리스크를 통해서 드워프 3천을 희생시켜서 소환한 게 반신인데. 진짜 미친놈인가?’

    단순히 이동시키는 것만으로도 가성비가 박살이 난다.

    드낙이 날카로운 눈을 했다.

    ‘상대는 엄청난 세력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반마신을 차원 이동시킨다는 건 그만큼 많은 힘이 필요하다.

    ‘그뿐만 아니지. 반마급을 한 마리만 차원 이동시켰다.’

    마신의 경우에는 워낙 유명한 신이라서 그렇다고 쳐도, 상대는 마신의 종자가 아니라는 게 밝혀진 상태였다. 즉, 제3의 존재가 또 이곳에 참전한다는 소리다.

    ‘그것도 반마급을 소모병처럼 굴리는 놈이다.’

    리스크를 본다면 결코 소중한 반신급을 혼자서 다른 세상에 보내지 않을 터였다. 아군과 함께 있는 반신급과 혼자

    Enjoying the preview?
    Page 1 of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