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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라이즈 5권
메모라이즈 5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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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라이즈 5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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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작품은 15세 이용가 개정판입니다 ◆

현대와는 다른 세상 홀 플레인.
김수현은 군 전역을 신고하고 집으로 귀가하던 도중 홀 플레인의 세상에 강제로 소환 당한다.
많은 우여곡절을 거치고 끝끝내 정상에 오르는데 성공하지만, 홀 플레인에서 활동한 10년의 세월은 이미 너무나도 슬픈 과거로 얼룩진 상태였다.
김수현은 슬픈 과거를 바꾸기 위해, 제로 코드의 힘을 10년의 시간을 되돌리는데 사용하기로 결정한다.

Language한국어
PublisherWHISTLE BOOK
Release dateJun 3, 2019
ISBN9791132757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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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모라이즈 5권 - 로유진

    1. 대박, 대박. 그리고 또 대박 (2)

    그렇겠지.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인데 저렇게 뜸을 들이니 심드렁한 얼굴로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정하연은 살며시 웃더니 내 손에 반지를 내려놓았다.

    놀라지 마세요. 이 반지에는 안티 매직 주문이 걸려있어요. 그것도 충전 형식인 것 같구요.

    오. 놀랍군요. 안티 매직 주문이라니.

    정확히는 하루에 세 번 사용할 수 있고, 여덟 시간 주기로 1회가 충전된다. 내 교과서를 읽는 듯한 대답에 정하연이 눈을 가늘게 뜨는 걸 볼 수 있었다.

    …별로 놀라지 않으신 것 같은데요.

    아니에요. 충분히 놀랐습니다. 아무튼 여기서 많은 시간을 소비했으니 슬슬 탐험을 지속해야겠죠.

    …….

    정하연은 뭔가 불만 어린 얼굴이었지만 내 말이 틀린 건 없었기에 주섬주섬 자리에서 일어났다. 새로운 장비를 착용한 일행은 희희낙락한 얼굴로 바닥에 둔 금화와 보석들을 쓸어담았다. 서쪽은 완벽하게 공략을 완료했으니 이번에는……. 마침 신상용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한 듯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그럼 리더. 이쪽 통로는 모든 방을 돌아봤으니 이번에는 어디로 가시겠습니까?

    북쪽으로 가죠.

    나는 간단하게 대답했다.

    북쪽 통로 맨 끝 방. 맨 마지막 방의 문을 열자 눈앞으로 침을 질질 흘리는 동물이 한 마리 서있었다.

    오빠. 저놈은 뭐야? 마음에 안 들어.

    흠. 글쎄다. 변종으로 보이는데.

    유정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제 애들은 제법 침착한 음성으로 내게 묻고 있었다. 눈앞에 보이는 놈은 몸은 늑대의 형상을 하고 있었지만 세 개의 머리를 달고 있었다. 또 하나의 특이점이라고 한다면 콧구멍과 입에서 자꾸만 불을 내지른다는 점이었다.

    변종? 서, 설마 케르베로스? 마, 말도 안 돼.

    설마. 그럴 리가 없잖아. 당연히 말도 안 돼.

    비비앙의 물음을 나는 단호한 음성으로 일축했다. 지옥의 수문장이라는 케르베로스가 지금 나올 리는 절대로 없었다. 아니, 그전에 진짜 케르베로스는 절대로 저렇지 않다. 키만 3미터를 넘고 온몸에 시뻘건 염화를 일으키는, 말 그대로 무시무시한 놈이었다.

    아마 진짜 케르베로스가 눈앞의 변종 늑대를 본다면, 그리고 비비앙의 말을 들었다면 분명 억울함에 몸서리칠 것이다.

    변종 늑대는 총 한 마리밖에 없었다. 그러나 방의 이곳저곳에 늑대의 뼈가 일부 남아있는 걸 보면, 아마 더 많은 변종들이 이곳에 있었으리라 추측할 수 있었다. 그리고 모종의 이유로 저놈 혼자 살아남은 거고.

    크르르르.

    늑대가 원래 영악한 동물이기는 하지만, 눈앞의 놈은 뭔가 달라도 달랐다. 설마 지능 개발 프로그램이라도 이수한 건가. 나는 실없는 생각에 실소를 흘린 후 오더를 내렸다.

    비비앙은 키퍼. 안현, 유정…….

    크아앙!

    화르륵!

    예의가 없는 놈이군. 변종 늑대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기습 공격을 가했다. 중앙에 있는 개 대가리가 입을 쩍 벌리더니 진홍빛 붉은 염화를 쏘아낸 것이다. 뒤에서 빠르게 실드 주문을 외우는 목소리들이 들렸지만, 나는 담담히 반지를 낀 왼손을 들어 올렸다.

    안티 매직(Anti Magic).

    내 반지에서 나온 흰 빛과 염화의 구가 허공에서 부딪치고 곧이어 둘 다 빠른 속도로 소멸한다. 그러자 주문을 외우던 목소리들이 멈추고 탄성과 안도의 한숨이 동시에 흘러나온다. 그동안 나는 태연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은 내 뒤로. 비비앙은 내가 왜 키퍼로 세웠는지 알고 있지?

    응. 풉.

    그런 내 행동이 웃긴지 비비앙이 끅끅거리는 기척이 들렸다. 비비앙이 입고 있는 블록 오브 파이어라면 저놈의 같잖지도 않은 불은 방어하고도 남았다. 솔직히 불의 정수라는 화정을 품은 후 저 정도 불은 그냥 불 같지도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법사들과 솔의 선제공격 이후 놈의 발이 묶이면 세 방향으로 돌격한다. 머리들은 내가 맡는다. 너희들은 측면으로 돌아가 최대한 괴롭히는 역할을 맡으면 돼.

    오케이. 오빠.

    네. 형.

    그럼 그전까지는 방진 유지하고. 온다. 조심해.

    염화의 구가 간단히 막히자 놈은 조금 흠칫한 듯 보였지만 자신을 앞에 놔두고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우리에게 매우 열이 받은 것 같았다. 설마 들을 수도 있는 건가?

    제3의 눈으로 놈의 정보를 확인해 보고 싶었지만 일단은 우리를 향해 달음박질치는 늑대의 처리가 우선이었다.

    막 내 정면으로 달려들던 놈은 나와 어느 정도 거리를 남긴 상태에서 순식간에 방향을 급선회하더니 이내 유정을 향해 달려들었다. 아마 본능적으로 가장 강한 나를 피하고 약한 유정부터 공략할 생각인 듯싶었다. 설마 자신을 공격할 줄은 몰랐는지 유정의 자세가 조금 흐트러질 조짐이 보였다.

    핫!

    나는 빠르게 유정의 커버를 들어갔다. 그래도 그동안 놀고만 있던 건 아니었는지 유정은 나와 시선을 맞춘 후 빠르게 발돋움해 옆면의 허공으로 뛰었다. 아마도 예전에 보여줬던 것처럼 높은 민첩성을 이용해 허공을 넘어 놈의 후방을 점할 셈인 것 같았다. 나름 괜찮은 생각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어?

    화르륵!

    유정의 도약력은 충분하지 못했다. 제대로 자세를 잡고 뛰면 충분히 가능한데, 급하게 뛰느라 자세를 가다듬지 못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허공으로 고개를 올린 머리의 입에서 불길 하나가 쏘아지는 걸 보고 유정은 당황한 얼굴이 되었다. 허공에 떠있어도 불길에 맞을 판이고 떨어져도 놈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곳에 떨어진다. 속으로 혀를 차고 막 나서려던 찰나였다.

    거스트 오브 윈드(Gust of Wind)!

    유정이 서있던 자리에 미약한 돌풍이 일어나더니 그대로 바람이 올라와 유정의 몸을 밀어내는 걸 볼 수 있었다. 그 타이밍은 그야말로 시기적절해, 놈이 쏘아 보낸 염화의 구는 그대로 허공을 가르고 지나갔고 유정은 애초의 목표대로 후방에 안전하게 안착할 수 있었다.

    공격을 피하게 하는 동시에 모자라는 도약력을 높인다. 신상용의 솜씨였다.

    아저씨! 잘했어요!

    아, 아저씨 아닌데…….

    유정이 환희 어린 목소리로 외치자 신상용이 우물거리는 목소리로 화답했다. 제법이다. 정말로 제법이다. 그동안 정하연한테 밀리는 감이 없잖아 있었는데, 이번의 한 수로 신상용도 주가를 올렸다.

    그러나 질 수 없다는 듯 곧이어 정하연과 안솔의 주문 폭격이 시작되었다.

    속박!

    콘 오브 아이스(Cone of Ice)!

    솔의 속박이 늑대의 몸을 휘감아 움직임을 멈춘다. 그리고 바로 연이어 얼음 덩어리들이 땅 밑에서 생성되더니 비죽이 솟아오르며 놈의 몸 안에 파고들었다. 아쿠아(Auqa)가 아니라 아이스(Ice)라……. 확실히 물 계열 마법은 정통했군.

    캐갱! 캥! 캥! 캥!

    늑대는 개 짖는 소리를 내며 이리저리 날뛰었다. 그러나 속박 주문에 걸린 상태라 날뛰는 만큼 얼음 송곳들이 더욱 몸 안으로 파고들었다.

    또한 여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실력 있는 마법사들의 필수품인 고속 신언과 더블 캐스팅을 익힌 정하연인 만큼 그녀의 예쁜 입술이 또 한 번 열렸다.

    브로큰(Broken)!

    파삿! 파사삿!

    정하연의 외침이 들리고 놈의 몸 안에 박힌 얼음 송곳들이 이리저리 흩뿌려진다. 밖으로 나와있던 얼음 조각들이 아름답게 비산하는 걸 보며 안현과 유정은 탄성을 질렀다. 가뜩이나 찔린 것만 해도 아픈데, 몸 안에서 그걸 터뜨렸다. 머리 세 개는 동시에 이리저리 몸을 비틀며 게거품을 물었다.

    케에에엥.

    개새끼! 나 노리더니 꼴좋다. 하앗!

    일련의 과정들을 가만히 지켜보던 유정은 아까의 일이 열받는지 단검을 꼬나 쥐고 달려들었다. 마력 능력치를 올린 효과가 있는지 솔의 속박은 아직도 유지되고 있었다. 그 말인즉슨 뒤에 있는 유정에겐 지금이 마음껏 공격할 기회라는 소리였다.

    마치 드럼을 난타하듯 단검을 쑤시고 베는 유정을 보며 나는 침음성을 흘렸다.

    아하하하하하하하!

    유정은 광소하며 더욱더 단검질에 박차를 가했다. 그리고 그에 당하는 놈의 몰골은 처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몸을 뒤로 돌리려고 애쓰는 모습이 보였지만, 곧 이어진 하나의 기다란 창에 뜻을 이룰 수 없었다.

    흡!

    케엑!

    숨을 들이켜는 기합성과 함께 안현이 늑대의 입안으로 창을 쑥 지르고 말았다. 그리고 그대로 머리 하나는 혀를 길게 빼물고 절명하고 말았다. 옆에서 끼잉거리는 남은 두 놈의 머리들이 보였지만 그것들은 가차 없이 변종 늑대의 남은 수명을 줄여가고 있었다. 보다 못한 나는 그대로 달려들어 남은 두 개의 머리를 한꺼번에 자르고 말았다.

    불쌍하다. 보는 내가 다 불쌍할 정도였다. 곧이어 편안한 얼굴로 몸을 허물어뜨리는 늑대의 몸을 보며 나는 한숨을 쉬었다. 아직 분이 안 풀린 듯 한동안 씩씩거리던 유정은 단검 두 개를 내밀어 그대로 허공에서 부딪쳤다. 이윽고 창, 검신과 검신이 부딪치는 청명한 소리와 함께 유정이 들고 있던 단검에서 후드득 핏물들이 떨어졌다.

    그때서야 조금 기분이 나아졌는지 유정은 상큼한 미소를 짓고는 나를 돌아보았다. 온몸에 피칠갑을 한 채 웃으니 일행 모두가 한 걸음 물러서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오빠. 나 잘했지?

    …그래. 잘했다.

    히힛. 칭찬받았다.

    나는 이례적으로 유정을 칭찬했다. 보통 근접 계열 초보 여성 사용자들은 이렇게 단시간 안에 적응하지 못한다. 현대에서 공주님 대접을 받은 여성들일수록 더욱 그런 현상이 심하다. 동물 한 마리도 죽이지 않는 여성들인데 몬스터를 떡 갖다 놓으면 알게 모르게 주저하는 경우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심지어 사용자 아카데미를 이수한 사용자들조차 말이다.

    그러나 유정은 그런 내 생각을 비웃듯 제대로 광년의 정석을 보여주었다. 온몸에 튄 피도 별 거리낌 없이 닦는 걸 보니, 참 좋아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들었다. 이대로 크면 왠지…….

    조금 불안한 기분이 들었지만, 어쨌든 지금 그녀의 모습은 내게 예쁘게 보이고 있었다. 나는 살짝 손을 들어 그녀의 볼을 어루만졌다.

    내가 피를 닦아주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잠시 바라본 유정은 이내 내 손길을 음미하듯 가만히 눈을 감았다.

    북쪽 통로의 방들을 모두 클리어한 후 얻은 물품들은 오직 금화들이었다. 북 통로에 있던 방들의 수익은 총 102골드. 나름대로 괜찮은 수준이었고 애들도 딱히 불만은 없어 보였다. 이미 서쪽 통로에서 엄청난 대박을 얻은 만큼 마음이 넉넉해 보였다.

    내가 잠시 휴식을 취할 것을 권했지만 애들의 요청으로 그대로 동쪽 방으로 진입하기로 했다. 다들 즐거운 얼굴이었다. 그리고 그런 일행을 보며 나는 입가에 연한 미소를 걸었다. 원래 휴식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애들이 보물들을 보자 눈이 뒤집히는 모양이었다.

    폐허의 연구소 1층 공략의 진행은 상당히 순조롭다고 볼 수 있다. 위험한 순간이 없지는 않았지만, 원래 던전을 탐험할 때 캐러밴 구성원을 잃는 건 드물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한 것들을 감안하면 현재 공략 속도는 매우 빠르다고 봐도 좋았다.

    이 순조로움의 중앙에는 나와 비비앙이 있었다. 물론 다른 사용자들의 성적 또한 모두 준수했지만, 이미 일정 경지에 다다른 비비앙은 자신의 실력을 마음껏 뽐내는 중이었다. 특히 몬스터 하나만 상대하는 건 몰라도 다수를 상대할 때는 그녀의 마수들이 큰 도움이 되고 있었다.

    동쪽 통로로 진입 후 첫 번째 방을 발견했다. 들어오면서 감지를 해본 결과 사실상 동쪽 통로는 이 방 하나밖에 없었다. 즉, 이 방만 공략한다면 1층은 완전히 청소했다고 봐도 무방했다.

    저 앞에 계단이 보이는군요.

    흘끗 고개를 옆으로 돌린 정하연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녀 말대로 앞쪽으로 80미터만 더 가면 2층으로 통하는 층계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눈앞의 방을 청소한 후 이대로 바로 2층으로 올라갈까, 아니면 아예 야영을 할까. 잠시 고민하던 나는 모두를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저기 보이는 계단은 아마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일 겁니다.

    원, 원래 이런 던전들의 특성상 2층은 더 난이도가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신상용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내 경험에 비추어 봐도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체감 난이도는 더욱 높아지는 게 던전들의 특성이다. 내 다음 말을 기다리는 일행을 보며 나는 조금 뜸을 들인 후 말을 이었다.

    일단 눈앞에 보이는 방을 클리어링한 후 당일 탐험을 지속할지, 아니면 야영을 할지 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으. 이 연구소는 창문도 없나. 지금이 낮인지 밤인지 모르겠어.

    유정이 뚱한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한두 번 머리를 긁적인 후 문고리에 손을 넣는다. 이제는 딱히 말을 안 해도 일행이 바로 자세를 잡는 기척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미 감지로 살펴본 방 내부에는 어떤 반응도 잡을 수 없었다. 망설임 없이 그대로 문을 열려는 순간이었다.

    달칵.

    응?

    왜요, 형?

    내가 멈칫하자 안현이 옆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이 방…….

    다시 한 번 들어가려고 살짝 밀었지만 문은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았다. 어떤 방인지 몰라도 문은 폐쇄된 상태였다.

    잠겨있네.

    어. 그럼 어떡해. 그냥 올라가?

    아니.

    유정의 속 편한 질문에 간단히 대답한 후 나는 발로 문을 뻥 차버렸다. 물론 어느 정도의 마력을 담아서. 이윽고 뭔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폐쇄된 문이 부담 없이 열리는 걸 볼 수 있었다.

    막 긴장을 놓고 있던 일행은 깜짝 놀라며 무기를 들었지만 이내 방 안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다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렸다. 물론 정하연은 한마디 덧붙이는 걸 잊지 않았다.

    …화끈하시네요.

    방 안으로 들어서자 빛바랜 대리석들이 깔린 바닥이 보였다. 옆쪽에는 자그마한 침대가 놓여 있었고 시트가 곱게 깔려 있었다. 구석으로 시선을 돌리자 책상이 하나 보였는데, 그 위는 이리저리 흐트러져 있었다. 깃펜과 굴러다니는 잉크병, 그리고 한쪽에 펼쳐져 있는 기록서 등등.

    벽에 걸린 선반에는 해지다 못해 살짝만 건드려도 바스러질 것 같은 옷가지들이 걸려 있었다. 이미 반 이상이 훼손되어 옷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옷가지들.

    잠시 주변을 둘러본 나는 침대로 다가가 시트를 걷었다. 그러자 시트 안에서 인간의 뼈로 보이는 유골이 몇 조각 보였다. 즉, 눈앞에 보이는 뼛조각들로 보아 여기 살던 인간은 침대 위에서 최후를 맞이한 모양이었다.

    수현. 수현. 이 방도 탐색할 거야?

    비비앙이 호들갑을 떨며 내게 물었다. 나는 수긍하는 어조로 대답했다.

    응. 그러자. 한 명이 망을 보고 나머지 사람들이 모두 이 방을 탐색하는 걸로 하죠.

    내 말이 떨어지자 신상용은 익숙한 듯 대형을 이탈해 문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남은 사용자들은 곳곳으로 퍼져 내 오더대로 방 안을 살피기 시작했다.

    잠시 후 일행은 별 소득이 없는 얼굴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딱히 수익이라 부를 만한 물품들을 발견할 수 없었다. 혹시 몰라 제3의 눈으로 방 안을 꼼꼼히 살폈지만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

    그래도 문이 잠긴 만큼 쪼끔 기대했는데. 힝. 아쉽다.

    힘내. 첫 끗발이 개 끗발이라는 말도 있잖아.

    응? 힘내라고 말하는 것치고는 문장이 조금 이상한데.

    그런가?

    안현과 유정은 서로 말을 주고받으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바보들.

    오라버니.

    다들 맥 빠진 얼굴로 몸을 돌리려는 찰나 미약한 솔의 목소리가 나를 붙잡았다. 다시 한 번 일행의 고개가 전광석화 같은 속도로 그녀를 향하는 걸 볼 수 있었다.

    막 손에 무언가를 쥔 채 내게 오려던 솔은 그들의 시선을 받자 몸을 움찔했다. 한동안 가만히 그들의 시선을 받던 솔은 이윽고 입을 삐죽삐죽 내밀고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일행은 모두 한결같이 당황하고 말았다.

    왜 내가 무슨 말만 하면… 나한테만 그래요오. 흑.

    이유 모를 서러움이 북받치는 듯 입을 달싹이는 안솔. 나는 얼른 그녀에게 다가가 우루루까꿍(?) 달래주었다. 안현도 마찬가지로 바로 솔에게 달려왔다.

    하하. 솔이가 지금까지 복덩이 노릇을 해왔잖니. 그러니 다들 기대가 돼서 그러는 거란다.

    그래, 그래. 우리 솔이는 복덩이예요. 울면 복이 달아난답니다.

    …정말요? 저는 복덩이예요?

    일행의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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