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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스터 - Prophet 39권
마이스터 - Prophet 39권
마이스터 - Prophet 39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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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스터 - Prophet 39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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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is ebook

가상현실 성인게임을 전문으로 스트리밍 하던 한지우는 우연히 한 후원자가 보낸 쪽지를 받게 된다.
한지우는 그 쪽지의 링크를 클릭한 후 정신을 잃고, 다시 깨어나보니 게임에서와 같은 시스템 창을 얻는다.
이후 시스템 창을 이용해 그저 하루하루 쾌락에 빠진 삶을 즐기던 와중 우연히 한 뉴스를 보게 된다.
\"생존과 야생?\"
목표가 없이 지내는 것에 무료함을 느끼려던 찰나 보게 된 생존과 야생 모집 뉴스.
본능적으로 그것에 끌리게 되고 작은 삶의 목표가 되어 정신없이 빠져들게 된다.
그리고 30인의 후보 중 1인으로 생존과 야생에 참여한 한지우.
그곳에서 알게 된 충격적인 사실들과 앞으로 닥쳐올 미래와 맞닥뜨린다.

Language한국어
PublisherWHISTLE BOOK
Release dateDec 1, 2021
ISBN979113279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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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스터 - Prophet 39권 - 플라 우드

    1. 3부 (11)

    차분하게 걸어가는 신전의 복도 끝에는 마치 극장의 스크린을 가리고 있는 듯한 벨벳의 암막 커튼이 드리워진 기도실의 입구가 보였다.

    ‘…….’

    차분하게 입구에 다가서자 스르륵 열리는 커튼이었고 이내 들어선 기도실은 다른 곳과 별다른 차이는 없었다.

    가만히 제단을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아리.

    그러자 제단 위에서 두 개의 빛무리가 터져 나오며 순식간에 두 인영을 내보였고 익숙한 둘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보낸다.

    오랜만.

    그렇군. 오랜만이야.

    곁에 선 치우에게도 손을 흔들어주자 아리가 기도실의 중앙에 티 테이블과 의자를 만들어낸다. 이젠 익숙하기도 했고 아리가 주는 차 역시 꽤 기다려졌다.

    의자에 앉아 주전자가 따라주는 분홍빛 차를 바라보다 천천히 입을 축였다. 아리와 치우 역시 차를 음미하고 테이블에 내려놓고 나서야 내가 말문을 열었다.

    일단 이거.

    인벤토리에서 방콕의 A급 코어를 꺼내 들었다. 색마저 검게 변한 코어의 모습과 정보창의 깨진 내용을 천천히 늘어놓았다.

    코어 모습이 이상해. A급 크랙이 그런 모습으로 변형된 것도 처음이었어.

    타원형이 점점 부풀어 오른 것 같은 모양에다 이글거리는 보랏빛 기운의 넘실거림, 거기다 중앙의 불길해 보일 정도로 깊은 검은색의 원은 잊기 힘들었다.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아리였고 치우가 턱을 쓸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우리도 보았다. 정말 이상하더군.

    난 그게 시간이 흐르면서 변형되는 건 줄 알았는데.

    아니야. 우리도 처음 보는 광경이었네. 아무리 뒤져봐도 그런 정보는 없었어.

    흠, 그럼 뭔가 또 수작을 부린다 생각하면 되겠나?

    …그럴 가능성이 없지는 않아.

    아리가 가만히 대답하자 치우와 내 시선이 모인다. 뭔가 알고 있나 싶어 바라봤지만 아리 역시 고개를 가로젓는 게 처음 보는 현상인 모양이었다.

    처음 보는 광경에다 데이터도 없으니 함부로 추측하긴 어려워. 코어에 남은 잔여 흔적을 연구해 보지.

    알았어. 거기다 코어 정보가 평소와 달랐어.

    이건 아리도 미처 몰랐는지 날 동그란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뭔가 글자가 깨진 것 같은 문장이 있었어. 그것도 확인해 봐.

    뭔가 있긴 있군. 알았어. 서두르지.

    내 말에 대답하는 아리를 바라보며 천천히 찻잔을 입 안에 기울여 목을 축였다. 그리고 가만히 날 바라보는 아리를 향해 입을 열었다.

    …슬슬 스탯을 올릴까 해.

    각오가 섰나.

    치우가 빙긋 웃으면서 내게 대답하자 나는 볼을 긁적이고는 대답했다.

    여전히 뭔가 망설여지게 하는 게 있긴 해.

    내 말에 부드럽게 웃는 아리와 호탕하게 웃는 치우였다. 치우가 날 흐뭇하게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다.

    원래 다들 그렇다. 여기서 관리자가 된 녀석들 모두 그 격을 넘는 순간 느꼈던 미지에 대한 공포심을 잊긴 힘들걸.

    너도 그랬나?

    당연하지. 어휴, 말도 마라. 마치 심연으로 빨려들었다가 허공으로 치솟는 기분이었지. 그것도 전장에서 가슴에 칼을 꽂은 채 말이야. 깨어나 보니 도원이었고… 뭐, 그랬지.

    마치 어제 있었던 일을 설명하는 것 같은 치우의 말을 들어보면 인상적인 경험이긴 한 모양이다. 하지만 아리는 그저 웃고만 있었다. 내가 아리를 바라보자 치우가 말을 이어나간다.

    아리 님은 좀 다르다. 이 별에서 나고자란 관리자가 아니다 보니.

    음. 치우 말이 맞는다. 나는 중앙에서 왔으니까.

    왠지 아련한 눈빛으로 허공을 바라보는 아리였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치우의 얼굴은 존경으로 가득했다. 종종 보이는 치우의 충성심이나 다른 각성자들이 아리를 존중하는 모습은 나름 보기 좋았지만 이상하기도 했다.

    뭐, 더 자세한 이야기는 그대가 격을 벗어난 뒤로 미뤄도 충분하다.

    아직 내게 이야기할 수 없는 사안인 모양이다. 궁금하긴 했지만 굳이 캐물을 필요성은 느끼지 못했다.

    알았어. 그럼 나도 도원에서 깨어나게 되는 건가?

    글쎄, 각자 다 다르다. 신선으로 태어나 지상에 머물렀다 등반을 하는 경우도 있고. 특히 마나가 풀려서 더 예상하긴 힘들다. 하지만 각자 다른 경로를 통하긴 하지만 도원에 오게 되는 건 확실하다.

    그렇다면 내가 관리자들처럼 행동에 제약이 생길 가능성이 있나?

    내 말에 대답한 건 치우가 아닌 아리였다.

    그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왜지?

    다른 관리자들은 대부분 수명이 다하는 순간 관리자로 각성했으니까. 격을 넘을 때의 충격을 죽음의 충격으로 상쇄하는 부분이 있다. 그러지 않으면 이성이 부서지고 만다. 별에 살던 생명체는 무조건 그 과정을 거쳐야 격을 넘을 수 있다.

    흠.

    그대는 자신의 의지로 격을 넘어서는 것에 가깝고 이미 어느 정도 격의 탈피가 진행 중이니 행동에 제약이 생기리라 예상하긴 힘들다.

    그렇군. 그거면 됐어.

    가장 불안하던 이동의 제약에 문제가 없다는 장담을 받고 나자 마음이 훨씬 편해졌다. 절반 정도 남은 차를 단숨에 입 안에 털어 넣고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혹시나 묻지만 다시 그 공간을 쓸 수는 없겠지?

    음. 격을 넘는 순간 임의로 설정된 시간 축은 의미가 없어진다. 거기다 해주고 싶더라도 아직 불가능하다. 그때 흔들린 시간 축이 아직 복구되지도 않았다.

    확인 차원에서 물었지만 어차피 스탯을 올리는 건 어디서 하건 상관이 없었다.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천천히 아리와 치우에게 손을 흔들고는 몸을 돌려 기도실을 나섰다.

    안 가?

    먼저 가지. 아직 차가 남아서 말이야. 워낙 오랜만이다 보니 이대로 돌아가긴 아쉽군.

    …그래.

    아리의 말에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지만 아리의 표정에서 이상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천천히 기도실을 벗어나는 내 뒤로 아리의 시선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이내 닫히는 커튼의 움직임에 시선이 가려진다.

    ‘뭐, 별일 있겠어?’

    그렇게 가려진 커튼 너머로 아리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져 있다는 걸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

    ‘좋았어.’

    ―준비됐어?

    ‘잠시만. 후우.’

    침대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은 나는 가만히 심호흡을 하고 있었다. 마음이 붕 뜨려 하기도 하고 가라앉으려 하기도 하는 걸 보니 이 상황에 대해서 굉장히 부담을 느끼고 있음을 스스로도 알고 있다. 하지만 어차피 해야 할 일이었고 오히려 내 포텐셜을 억제하는 것 같기도 했다.

    ‘좋아, 한번 가보자고.’

    ―기운의 운용 부분은 내가 맡을 테니까 고통만 버텨.

    ―뀨!

    그리고 오랜만에 움직이는 뇌정이 자신도 있다는 듯 존재감을 과시하자 나나 린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후…….’

    린과 뇌정이 긴장을 풀어주긴 했지만 여전히 걱정되는 건 사실이다. 또 그 무지막지한 고통이 기다리고 있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하지만 얼마 만에 이렇게 시간이 비게 된 건지 모른다. 오늘 해내야 했다.

    상태창.

    결의를 다지며 일부러 육성으로 상태창을 열었다. 오랜만에 열리는 상태창의 수치를 가만히 바라본다. 자유 등급 포인트 두 개와 각 스탯별 전용 상승 포인트가 두 개씩 있었다.

    ‘단숨에 간다.’

    곧장 손을 뻗어 단숨에 근력의 스탯을 두드리는 순간이었다. 메시지창이 떠오르자마자 어금니를 악물고는 고통을 버틸 준비를 하며 민첩을 두드리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응?’

    그제야 떠오른 메시지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 내용을 읽어 내려가자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온다.

    [자유 스탯 포인트와 근력 전용 스탯 포인트 중 사용하실 포인트를 선택해 주십시오.]

    ‘나쁜 놈들.’

    물론 대상은 누군지 알지도 못했지만 욕지거리가 나온다. 일일이 이렇게 골라야 한다는 말인데 그렇게 된다면 내가 굴린 잔머리는 소용이 없어진다. 단숨에 스탯 포인트를 올려버리고 한 번으로 끝내고 싶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단념하는 수밖에.

    …근력 전용.

    [근력 전용 스탯 포인트를 사용합니다.]

    [주의!]

    [근력 전용 스탯 포인트 사용 시 격의 탈피가 진행됩니다.]

    [근력 스탯을 상승시키시겠습니까?]

    …그래.

    하지만 마냥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고통을 견딜 준비를 하는 내게 재차 떠오른 메시지는 꽤 위로가 되었다. 아니, 위로 정도가 아닌 대박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

    [위대한 업적!]

    [인간의 몸으로 격의 탈피를 진행합니다.]

    [격의 탈피를 미루며 손실됐던 경험치가 복구됩니다.]

    [전설적인 업적!]

    [선지자로서 최초로 격의 탈피를 진행합니다.]

    [잠재력이 한 등급 상승합니다.]

    ‘어?’

    생각보다 보상이 너무나 좋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올릴 걸 싶은 생각이 들던 순간이었다.

    [손실됐던 경험치가 선적용됩니다.]

    [근력이 S+등급에서 SS등급으로 상승합니다.]

    [민첩이 S+등급에서 SS등급으로 상승합니다.]

    [체력이 S+등급에서 SS등급으로 상승합니다.]

    [지능이 S+등급에서 SS등급으로 상승합니다.]

    [마력 스탯이 없습니다.]

    [마력의 경험치가 무작위 특수 스탯의 경험치로 환산됩니다.]

    [행운이 S등급에서 S+등급으로 상승합니다.]

    이어지는 메시지창에 나도 모르게 헤벌레 웃음이 지어진다. 정신력은 아직 경험치에 도달하지 못한 모양이다. 하지만 이걸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예상치 못한 보상이나 선물은 언제나 즐거웠다.

    하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그것이 오고 있었다.

    ―정신 차려!

    린의 말이 들리자마자 온몸을 강타하는 충격은 지금까지 겪었던 모든 고통을 한참 상회했다.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마치 누군가가 모든 말초 신경에 침을 쑤셔 넣고 있었고 척추를 타고 오르는 고통은 마치 온몸에 말뚝이 박히는 것 같았다. 그것도 마치 즐기는 것처럼 살을 파고들도록 천천히.

    거기다 내장이 한 두세 바퀴는 뒤집혀 쥐어짜이는 것 같았다. 뇌정이 내 안에서 내장으로 줄넘기를 해도 이것보다는 덜 고통스러울 것 같다. 상상하자 꽤 웃기는 광경인데 다음에 한번 시켜볼까.

    ―집중해!

    끄윽…….

    순간 집중력이 흐트러졌나 보다. 린이 재촉하는 목소리에 서둘러 이를 악물며 잡생각을 흩어버리자 목구멍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부끄럽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미 내장이 뒤틀리는 것 같은 고통 때문에 체면 같은 건 신경조차 쓰이지 않는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더 이상은 못 버틸 것 같았다. 린에겐 미안하지만 뒤를 부탁한다고 말하려던 순간 희미해지는 시야 앞에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첫 번째 엔딩 조건을 갖췄습니다.]

    [알 수 없는 곳으로 영혼과 의식을 전이합니다.]

    ‘그게… 무슨…….’

    ―큭, 뇌정! 네가 안쪽을…….

    린의 외침이 점점 희미하게 들린다. 눈앞이 불투명해지다 이내 검게 암전되었고 내 의식은 거기서 끊겼다.

    허억…….

    갑갑하던 폐부에 산소가 들어차며 단숨에 몸에 퍼져나간다. 마치 한참이나 잠수했던 것처럼 온몸이 공기를 갈구하고 있었다.

    세포 하나하나가 서로 산소를 달라며 비명을 지르는 착각이 든다.

    허억… 허억… 후우… 후우…….

    등에서 어색한 감촉이 느껴진다. 그리고 누워있는 내 위로 보이는 새하얀 하늘이 이곳이 적어도 침실은 아니라는 걸 전해준다.

    하지만 지금 그런 사실은 ‘따위’에 불과했다. 정신없이 숨을 들이켜기 시작하자 온몸에 점점 활기가 돌았다.

    후우…….

    온몸이 땀에 젖었는지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 꽤나 상쾌했다. 공허한 하늘과는 달리 바람 하나는 끝내준다는 생각이 들 때였다.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흐른다.

    ‘이것도 경험이라고…….’

    갑작스러운 공간의 이동에 적응이 된 모양이다. 자연스럽게 주변을 둘러보려다 천천히 상체를 세운다. 적어도 주변엔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그나저나…….’

    왠지 낯설지 않았다. 새하얀 하늘은 봉신 탑의 그것과 같지만 봉신 탑은 왠지 음울한 느낌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여긴 그렇지 않았다.

    마치 해맑게 웃는 아기 같은 느낌처럼 맑고 순수했다. 린이 보면 뭐가 다르냐고 물어볼 만했지만 내가 받아들이기에 그랬다.

    흠…….

    저릿저릿하던 팔을 이리저리 흔들자 어느새 컨디션이 조금은 돌아온 것 같다.

    멀리 보이는 새하얀 하늘과 흙밖에 없는 대지가 만나는 지평선을 바라봤다.

    정말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는 공간이다. 데자뷔인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 그 순간, 코를 스치고 가는 산뜻한 풀 향기에 몸을 뒤로 돌린다.

    오.

    내 뒤편으로 보이는 광경에 나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는다. 공허하고 텅 빈 앞과는 다르게 내 뒤로는 연둣빛 잔디들이 푸르게 번져있었다.

    관리되지 않았다 내게 말하는 것처럼 잔디 이곳저곳에 가지각색 꽃들이 피어있었고 흘러 다니는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모습은 귀엽기 그지없었다.

    …….

    그 잔디밭이 펼쳐진 뒤로 새하얀 대리석 건물이 보인다. 건물이라기보다 구조물인 것 같다. 지붕과 기둥만이 보이는 사각형 구조물은 일종의 정자(亭子)처럼 보였다.

    디자인은 동양적인데 소재가 유럽 느낌이 물씬 풍긴다. 각진 사각형 처마 아래는 열두 개의 기둥이 지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 보이는 한 인영에 내 시선과 몸이 멈춘다.

    …….

    가봐야 한다는 건 알고 있다. 이곳이 어딘지가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나가야 하는지 정도는 알아내야 하니까.

    하지만 움직일 수가 없었다. 내 감각에도 잡히지 않는 이상한 기척의 인영은 날 매우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감각뿐만이 아니었다.

    ‘대체…….’

    내가 혼란스러운 건 이상할 정도로 익숙하고 그립다는 것 정도였다. 심장이 두근거릴 정도였다. 이렇게 감정이 들쭉날쭉하게 흔들리는 건 오랜만인 것 같다.

    나도 모르게 한 발을 내디뎠다. 발아래 밟힌 잔디는 오히려 날 반기는 듯 내 걸음 하나하나를 비켜서는 기분이다. 하지만 내 시선은 정자 안에 앉아있는 인영에 고정되어 있었다.

    ‘어떻게…….’

    점점 정자로 다가가니 안의 인영의 겉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펑퍼짐한 아이보리 면 원피스 자락 아래로 가녀린 발목이 보인다. 그리고 발등의 상처가 보였다.

    어렸을 때 기억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나 때문에 다쳤던 그 사람의 발등이다. 그 발등에 내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내 발걸음이 나도 모르게 빨라졌고 정자로 다가서자마자 그 빨라졌던 걸음은 언제 그랬냐는 듯 우뚝 멈추고 만다.

    어서 오렴.

    마치 먹구름이 걷히는 것처럼 정자의 지붕이 가려놓던 인영의 얼굴이 서서히 드러났다. 약간은 높은 톤의 목소리.

    하지만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만약 내가 생각한 그 인물이 아니라면 나 스스로에게 너무 실망할 것 같다. 하지만 어서 오라는 말도 익숙했다. 천천히 새하얀 대리석 테이블에서 시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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