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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스터 - Prophet 9권
마이스터 - Prophet 9권
마이스터 - Prophet 9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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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스터 - Prophet 9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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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is ebook

가상현실 성인게임을 전문으로 스트리밍 하던 한지우는 우연히 한 후원자가 보낸 쪽지를 받게 된다.
한지우는 그 쪽지의 링크를 클릭한 후 정신을 잃고, 다시 깨어나보니 게임에서와 같은 시스템 창을 얻는다.
이후 시스템 창을 이용해 그저 하루하루 쾌락에 빠진 삶을 즐기던 와중 우연히 한 뉴스를 보게 된다.
\"생존과 야생?\"
목표가 없이 지내는 것에 무료함을 느끼려던 찰나 보게 된 생존과 야생 모집 뉴스.
본능적으로 그것에 끌리게 되고 작은 삶의 목표가 되어 정신없이 빠져들게 된다.
그리고 30인의 후보 중 1인으로 생존과 야생에 참여한 한지우.
그곳에서 알게 된 충격적인 사실들과 앞으로 닥쳐올 미래와 맞닥뜨린다.

LanguageEnglish
PublisherWHISTLE BOOK
Release dateNov 2, 2020
ISBN9791132778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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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스터 - Prophet 9권 - 플라 우드

    1. 1부(55)

    그릉―

    걸쇠를 풀어내서 입구를 들어 올리자 칠흑같이 어두운 박스 내부가 보인다. 배가 불러오는 상현달의 빛에 눈이 적응한 모양인지 발달된 내 시각에도 바로 내부의 모습이 캐치되지는 않는다. 눈을 가늘게 좁히며 내부를 응시하다 보니 천천히 박스 안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벽면에 붙어있는 하나의 물건에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대박!

    낮은 박스의 천장 때문에 허리를 굽힌 채 정신없이 다가가 등에 메고 있던 가방을 풀어 투하될 때의 충격에 흩어져 버린 세 개의 전투 식량과 세 통의 생수병을 챙겼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벽에 붙어있는 두 개의 물체에 손을 가져갔다. 케이블 타이로 묶여있었기에 나이프를 꺼내 타이를 끊어낸다.

    반합, 반합이라니…….

    검은색으로 코팅된 반합이 벽면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것도 두 개씩이나. 반합을 보자마자 짜릿함이 등골을 울렸다. 순식간에 떠오르는 닭 육수와 소금이 들어간 짭조름한 국물, 그리고 이젠 해산물을 이용한 국물까지 머리를 스치며 지나간다.

    절로 군침이 입 안에 돌았다. 정신없이 배낭 안에 반합을 집어넣었고 배낭 안의 고리에 고정했다. 국군 반합 디자인과는 조금은 다른 모양이었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었다.

    ‘돌아가는 길에 몇 마리 잡아 가야지.’

    작은 동물들은 패스하려던 내 생각이 반합을 보자마자 바뀌고 말았다. 반합이 있다면 작은 동물이건 뭐건 상관없었다. 특히 토끼나 닭의 뼈는 국물 우려내는 데 아주 좋은 재료였다.

    절로 콧노래가 나오려는 걸 삼키며 혹시나 빠트린 건 없는지 박스 내부를 둘러보다 입구로 나왔다. 퀴퀴한 박스 안의 냄새를 지워주는 상쾌한 바닷바람이 폐 안을 씻어주는 것 같았다. 거기다 따뜻한 국물을 생각한 것만으로 스트레스가 조금은 풀리는 것 같다.

    ‘역시 한국인은 국물이지, 흐흐.’

    재차 입 안에 고이는 침을 삼키며 숲 안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새 반합이라 그런지 움직일 때도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나지 않았다. 다행이다 싶었다. 하지만 혹시나 싶어서 발걸음을 느긋이 움직였기에 이동 속도는 확연히 줄어들어 있었다. 어차피 돌아가는 길에 크랙이 없다는 건 이미 검토를 마쳤으니 사냥에만 조금 신경 쓰면 되었다.

    달이 머리 위까지 올라왔을 무렵 세 마리의 토끼와 한 마리의 야생 닭을 사냥하는 데 성공했다. 닭은 조금 무리해서 쫓아간 감이 없잖아 있었지만 이미 끓어오른 식욕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덕분에 헌터 센스를 이용하는 데 거의 적응을 완료한 것도 수확이었다. 너무 기계적인 모습을 보이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지금 내 머릿속에는 닭 육수의 뜨끈함만이 가득 차있었다.

    어느새 캠프 근처로 다가온 내가 수풀에서 나오자 그루터기에 앉아서 멍하니 숲 쪽을 바라보고 있는 라미현과 시선이 마주쳤다. 갑자기 바스락대는 수풀과 대처하기도 전에 튀어나온 내 모습에 라미현은 꽤 놀랐는지 눈이 휘둥그레졌고 그 귀여운 모습에 나는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왜 그러고 앉아있어?

    아, 아니에요. 오셨어요, 오빠. 와, 또 잡으신 거예요?

    나와 라미현의 목소리에 모닥불에 둘러앉아 있던 사람들이 나를 발견했고 손을 흔든다.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라미현의 팔을 잡아 일으켜 세운 뒤 모닥불을 향해 턱짓했다.

    이리 와. 다 같이 들을 좋은 소식이 있거든.

    무슨 좋은 일 있으셨어요?

    라미현은 내 표정과 말투가 들떠있자 조금은 갸웃하다가 미소 지으며 내게 물었다.

    그럼, 아주 좋은 일이지.

    뭔지는 몰라도 오빠가 좋다니깐 저도 좋아요.

    그 말에 나는 살짝 멈칫하긴 했으나 발걸음을 멈추지는 않았다. 묘하게 선을 넘지 않으려 조심스럽게 굴던 라미현의 말치고는 꽤 단도직입적이었다.

    어서 와. 다친 데는 없고?

    모닥불에서 꼬치로 쓸 만한 나뭇가지를 다듬고 있던 김지연이 빙긋 미소 지으며 물어왔다. 나는 당당하게 씨익 웃으면서 위에 메고 있던 가방을 내렸고 천천히 토끼를 한 마리씩 꺼내 모닥불 옆에 내려놓는다. 하지만 이미 사람들은 스마트워치로 내가 사냥에 성공할 때마다 업데이트되는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기에 놀라지는 않았다.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내가 으스대는 모습이 귀엽다는 듯 미소를 보낸다. 평소엔 내가 이러지 않았으니까 신선해 보였나 보다.

    물론 다들 점수로 확인해서 놀랍진 않으시겠지만… 이건 다를걸요?

    사람들에게 시선을 보낸 채 슬그머니 가방에서 꺼낸 검은 반합의 손잡이에 손가락을 걸고서 대롱대롱 흔들었다. 순간 생각지도 못한 반합의 모습이 나타나자 뇌 정지가 온 것 같은 사람들의 모습에 웃음이 터질 뻔했다. 반합을 보고서 순간 멈춰있던 주변 분위기가 주진태와 이동걸, 특히 김지연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비명을 지르자 순식간에 뒤바뀐다.

    반합!

    반합이잖아!

    꺄악, 지우야! 당장 끓이자!

    호들갑을 떨며 내게 대가와 반합을 빼앗듯 챙기는 김지연이었다. 그리고 내가 하나 더 꺼내주자 그 반합 역시도 번개처럼 채 간다. 역시 나이가 좀 있는 참가자들의 표정은 내가 상상한 그대로였다. 그리고 세 사람만큼은 아니지만 다른 사람들도 놀란 표정과 들뜬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반합과 토끼, 닭을 챙겨 연못가로 향하는 이동걸과 김지연이었다. 주진태는 그 뒤를 따라가려다가 내게 자초지종을 물었고 나는 그대로 설명해 주었다. 그러자 주진태는 욕심이 생겼는지 남서쪽에 투하됐을 박스를 언급했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미 반합까지 챙겼는데 더 욕심부리는 모습은 보기 좋지 않잖아요.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뭐, 괜찮겠지. 반합 저거 하나로 이젠 타로도 충분히 먹을 만하게 조리할 수 있게 됐어.

    흐흐, 그보다 얼른 누나가 닭 손질 마치고 오면 좋겠는데요?

    그러게, 흐흐. 이젠 해변도 쓸어버려야겠다. 당장 통발부터 만들고 해변도 돌아봐야지.

    흐흐, 조개탕 좋죠.

    그나마 이성적이던 주진태도 점점 눈빛에 광기가 돌았다. 다른 사람들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았다. 어느새 김지연이 물을 떠 온 반합을 모닥불에 걸쳐놓고서 끓이기 시작했다. 닭을 손질할 때 쓰려는 것 같다. 그리고 다시 연못가로 바쁘게 움직였다.

    모닥불 안에서 장작이 탁탁 소리를 내며 타들어 간다. 그리고 그 위에는 검은 찬합이 작게 흔들리며 안에서는 보글보글 끓는 소리가 내 귓가에 들린다. 아마 다른 사람들의 귀에는 잘 들리지 않겠지만 내게는 천둥 치는 소리처럼 들린다.

    사람들은 말 한마디 없이 시선이 반합에 박혀있다. 코에 향긋하게 풍기는, 닭이 익어가는 향기에 꿀꺽이는 소리가 캠프에 수없이 울리고 있다.

    이제 된 거 아냐?

    조금만 더.

    아, 미치겠다, 진짜.

    김지연이 조바심 난다는 듯 이동걸에게 물었지만 이동걸 역시 반합에 구멍이 뚫어질 기세로 노려보며 김지연을 말린다. 그렇게 잠시간의 시간이 지난 뒤 사람들을 돌아본 이동걸이 진지한 목소리로 나에게 시선을 보내며 말했다.

    열어본다?

    네.

    이동걸이 양손에 든 나뭇가지로 Y자 막대 사이에 걸쳐져 있는 나뭇가지를 그대로 들어 올려 모닥불 곁에 내려놓는다. 그리고 반합의 뚜껑을 조심스럽게 열려고 하자 반합 통이 움직였고 김지연이 양손에 돌을 거머쥔 채 반합 통을 양옆에서 잡아준다. 그렇게 이동걸이 천천히 반합 뚜껑을 들어 올리자 흰 김이 이동걸의 얼굴을 순식간에 가렸고 우리의 코에는 고소한 닭고기의 향기가 풍성하게 잡힌다. 기대감이 가득한 모두의 얼굴이 그 향긋함에 절로 녹아내리기 시작한다.

    어디…….

    여, 여기요.

    어느새 라미현조차도 옆에서 작은 나무 그릇을 내밀었다. 겨우 두 개의 나무 그릇이지만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만든 것치고는 꽤 대단해 보였다.

    자, 지우야.

    형님 먼저 드셔보세요.

    아냐. 얼른 네가 맛보는 게 우릴 위한 거다. 부탁이니까 빨리…….

    아까의 식사 때처럼 실랑이를 벌이지 말아 달라며 이동걸의 표정에는 간절함이 번진다. 하긴 어린 나조차도 이렇게 국물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침이 고이는데 저 형들은 오죽할까 싶었다. 작은 나무 그릇을 양손으로 받친 채 뿌옇게 올라오는 김 아래에 고여있는 말간 국물을 보다 침을 한번 꿀꺽 삼킨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는 사람들조차 목울대가 따라서 아래위로 움직인다.

    지우야, 어서 먹어봐.

    네.

    재차 재촉하는 김지연의 목소리에 천천히 나무 그릇을 입가로 가져갔고 그대로 입 안으로 슬며시 흘려 넣는다. 그리고 내 머릿속에는 마치 고소함이라는 폭죽이 폭발하는 것 같았다. 소금의 짭조름한 맛과 작게 쓴맛이 주는 자극의 쓰나미에 그대로 눈을 감으며 고개를 들어 올린다. 식도를 따라 뜨거운 국물이 내장을 투영하듯 그대로 그려나가며 위까지 마사지해 주듯 흘러내리는 뜨거움에 절로 미소가 번진다.

    꿀꺽…….

    한참을 내가 그대로 맛을 음미하다 삼키자 이동걸이 다급하게 묻는다.

    어, 어때?

    미쳤어요. 끝내줍니다. 고소함에 감칠맛까지……. 어서 드셔보세요.

    그, 그래. 먹자.

    그릇이 두 개뿐이라서 국물을 맛보는 데에는 조금 시간이 걸렸지만 그릇을 입에 가져간 사람들은 하나같이 나처럼 표정이 멍해졌다. 게다가 김지연은 울먹거리기까지 했다.

    훌쩍, 맛있어.

    하아… 따뜻해… 역시 국물이 최고야…….

    그 모습이 웃겨 바라보고 있자 옆에서 불쑥 나뭇잎이 내밀어진다. 고개를 돌려보니 라미현이 나뭇잎 위에 닭 다리 하나를 뜯어서 올려둔 후 내게 내밀었다.

    오빠, 이거…….

    응, 고맙다.

    방금 전 모습도 그랬지만 차라리 내가 빠르게 받아들이는 게 다른 일행들이 조금이라도 빨리 먹게 만든다는 이동걸의 말에 이제는 그저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나뭇잎 위에서 모락모락 김을 풍기는 하얀 닭 다리를 손에 쥐고 그대로 입 안에 집어넣은 후 뜯어냈다. 역시 꽤 오래 익힌 보람이 있는지 그대로 살결을 따라 찢어지는 닭 다리 살과 입 안에서 탱글탱글하게 느껴지는 식감, 거기에 씹을 때마다 흘러나오는 육즙에 마치 포근한 이불에 둘러싸인 기분이었다.

    그런 내 모습을 턱을 괸 채 미소 지으며 구경하던 라미현이 속삭이듯 말한다.

    그렇게 맛있으세요?

    응. 너도 어서 먹어봐.

    내가 아무 생각 없이 물어뜯었던 닭 다리를 내밀자 잠시 멈칫하던 라미현이다. 그제야 나도 내가 입을 댔다는 점이 떠올라 아차 싶어 손을 거두려던 찰나 라미현이 내 손을 양손으로 붙잡고 닭 다리를 향해 입을 가져다 대고 작게 뜯어서 붉은 입술을 오물거린다. 그리고 붉어진 양 볼을 움직이던 라미현이 내 눈치를 살피며 작게 중얼거린다.

    마, 맛있어요.

    그, 그렇지?

    하나만 해라. 미식 프로그램인지 청춘 로코물인지.

    그때 내게 접시를 가져다주려 다가온 김지연이 조금은 타박하는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라미현의 볼이 터질 듯 붉어진다. 그 모습에 김지연은 기름이 묻어 번들거리는 손으로 라미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농담이라고 달래준다.

    ‘연못까지 씻으러 가는 게 귀찮은 걸지도…….’

    어차피 다들 꾀죄죄한 몰골인 건 똑같으니 닭기름이 좀 묻는다고 큰일 나진 않을 테니까 나 역시 굳이 지적하진 않는다. 여덟 명의 사람들이 모조리 달라붙자 길고 긴 요리 시간에 비해 식사 시간은 너무나 짧았다. 텅 빈 반합과 네 마리의 토끼를 번갈아 보면서 다들 입맛을 다시고 있을 때 내가 박수를 치며 시선을 모았다.

    오늘은 시간이 너무 늦었으니까 나머진 내일 드시기로 해요. 오늘은 충분히 배 채우셨잖아요. 내일은 무조건 토끼탕이니까 어서 빨리 잠자리에 드는 게 좋지 않을까요?

    내 말에 서둘러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이었고 주진태가 덧붙여 이야기를 시작했다.

    보다시피 이젠 타로도 굽는 게 아니라 충분히 삶을 수 있고 조개들도 구워 먹기만 하는 게 아니라 국물을 내서 먹을 수 있게 됐어. 양도 불릴 수 있고. 그러니 앞으로 식량 확보를 지우에게만 의존하지 말고 우리도 할 수 있는 걸 해보자.

    그 말에 이동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일단 최대한 빨리 캠프 건설을 마치죠. 아직 소금은 충분하니까 염전은 미뤄두고 캠프 건설에 협조하겠습니다.

    그래 주면 좋지. 그럼 잘하면 내일 오후 안에는 완료할 수 있을지도 몰라.

    목책까지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박영철이 옆에서 거들었다. 단 하나의 반합으로 만든 따뜻한 국물 덕분에 사람들의 에너지를 가득 채워준 것 같았다. 꽤 정력적으로 움직이는 아저씨, 아니 형들이었다.

    오늘 불침번 순서가 어떻게 돼?

    주진태가 묻자 박영철이 대답했다.

    동걸이 형, 저, 그리고 지연이 이렇게 세 명이면 될 것 같습니다.

    지연이 오늘 꽤 힘들었을 텐데. 그러지 말고 지연이 빼고… 두리나 미현이를 넣자.

    그럼 미현이로 하죠. 두리도 오늘 꽤 힘들었을 겁니다.

    그래. 일단 오늘은 그렇게 세 명이서 해보고 힘들면 한 명 더 추가하도록 하자.

    계속 이어지는 주진태와 이동걸, 그리고 박영철의 대화를 듣던 사람들은 다들 포만감과 함께 찾아온 졸음에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나 모닥불에서 떠나갔고 대화를 마친 주진태는 내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

    지우야, 일단 네 움막 먼저 대충이나마 지어놨어.

    아니, 그러실 것 없는데…….

    아냐. 다들 같은 의견이었어. 너는 여기서 최대한 조금이라도 푹 쉬어야 하는 입장이니깐.

    감사합니다.

    당연한 거니까 그럴 거 없어. 연못 왼쪽으로 도니까 꽤 땅이 단단한 잡초지가 있던데?

    아, 거기요? 네.

    응. 거기에다 지어뒀으니까 가서 봐봐. 조금 모닥불에서 떨어진 게 걸리기는 하는데 차라리 조용히 쉬기엔 적당해 보이더라. 그리고 완성한 건 아니고 급한 대로 대충 세운 거니까 너무 타박은 하지 마라.

    타박은요, 무슨. 감사합니다.

    그래. 어서 들어가 쉬어라. 이거 내일 아침까지 얼마 못 쉬겠는데?

    형도 어서 쉬세요. 오늘 고생 많으셨습니다.

    고생은 뭘. 너도 오늘 고생했다. 쉬어라.

    네.

    주진태는 내게 손을 흔들며 등을 돌려 사라졌고 묘한 미소가 주진태의 입가에 걸려있는 건 미처 보지 못했다.

    꽤 떨어져 있는데?

    막상 움막에 도착해서 캠프를 향해 고개를 돌려보니 상당히 거리가 떨어져 있었다. 거의 연못의 끝과 끝인 것 같다. 처음 머물 때는 이렇게까지 떨어져 있는 것 같지는 않았는데 막상 모닥불의 크기가 꽤 작아진 게 보이니 내 기억이 조금은 미화되었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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