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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위의 미생물: 우리 몸을 살리는 마이크로바이옴과 발효의 비밀
식탁 위의 미생물: 우리 몸을 살리는 마이크로바이옴과 발효의 비밀
식탁 위의 미생물: 우리 몸을 살리는 마이크로바이옴과 발효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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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위의 미생물: 우리 몸을 살리는 마이크로바이옴과 발효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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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is ebook

우리가 먹는 것이 체내 미생물을, 그리고 우리를 만든다
세계 곳곳을 누비며 알아낸 가장 맛있는 건강 이야기

* ‘장까지 살아서 가는’ 유산균은 가능할까?
* 내 안의 미생물이 나의 감정까지 좌우한다면?
* 프로바이오틱스와 프리바이오틱스, 대체 어떻게 다를까?
* 살기 위해 남의 똥을 이식받는 사람들이 있다?
* 세계에서 인정받는 김치 유산균의 비밀
* 우리는 혼자가 아니야, 세계 백년 장수 식단의 공통점

요즘 과학계를 들썩이게 하는 키워드는 무엇일까? 바로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이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우리 몸 안의 미생물 생태계를 말한다. 건강한 미생물은 우리의 위와 장을 튼튼하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비만, 자폐, 알레르기, 우울증 등까지 치료하는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잘 먹인 마이크로바이옴은 우리 몸을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다. 특히 우리와 오랫동안 공생해온 장내(腸內) 미생물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식탁 위의 미생물』에서는 치즈, 요거트, 김치, 낫토, 사우어크라우트, 콤부차, 올리브, 코코아 등 우리의 장내 미생물을 먹이는 전 세계의 대표 전통 음식들을 찾아 떠난다. 그리고 최신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이 음식들을 왜,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준다. 미생물은 어떤 존재이며 우리는 어떻게 그들과 멋진 공생을 이룰 수 있을까? 이전과는 다른 질병으로 고통받는 현대 사회에서 건강과 음식에 관심이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다.

Language한국어
Publisher현대지성
Release dateJul 16, 2020
ISBN9791190928083
식탁 위의 미생물: 우리 몸을 살리는 마이크로바이옴과 발효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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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탁 위의 미생물 - 캐서린 하먼 커리지

    건강한 마이크로바이옴을 배양하기 위한 여정을 떠나려면 마이크로바이옴이란 무엇인지와 함께, 우리가 지금껏 살아오면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마이크로바이옴을 조성하는 데에 일조해왔다는 사실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이 조그마한 동거인들이 우리 몸 안에서 어떤 보금자리를 꾸몄는지, 그리고 우리의 생활 습관이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보면서 이 여정을 시작해보자.

    인체 내 미생물은 장에 집중적으로 분포한다.⁰⁸ 어떤 미생물은 평생 장에 머무르지만 또 어떤 미생물은 그곳을 잠시 거쳤다가 지나간다. 어쨌든 장에 미생물이 산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도 최근의 일이므로 인간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서 미생물이 맡은 역할의 크기를 가늠하기까지는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08장내 미생물 사이에서는 결장이 진짜 ‘핫 플레이스’라는 이야기를 듣고 나는 처음에 매우 놀랐다. 관계자들이 미생물 연구의 시장성과 자금력을 도모하고 일반 대중에게 쉽게 다가가기 위해 ‘결장 내 미생물 공동체’보다는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이라는 용어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미생물과 건강의 상관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서 지극히 인간의 기준으로 미생물을 분류해보자. 미생물은 계속해서 장에 머무르는 미생물과 그렇지 않은 미생물, 이렇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이런 이분법적 분류는 지나치게 단순하고 정확하지 않은 면이 있지만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장내 미생물을 (특히 음식과 관련지어) 이야기할 때는 너무 자주 등한시되곤 한다. 이 때문에 우리의 소중한 동거인들에 대해 수집한 새로운 정보들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혼란이 생기기도 한다.

    생 발효한 프로바이오틱 음식, 즉 건강에 이로운 효과가 나타난 박테리아나 균류를 함유하고 있는 음식에 대한 열화와 같은 열정 때문에 우리는 두 미생물의 차이는 대충 얼버무려 넘어가거나 아예 빼먹고 지나가기 일쑤다. 그보다는 새로 나온 콤부차 맛이 얼마나 독특한지, 가장 맛있는 김치는 무엇인지, 어느 지역의 염소젖 케피르가 전통적인지 등에 정신이 팔린다. 누가 우리를 비난할 수 있겠는가? 이들 모두 하나같이 흥미롭고 신선하고 톡톡 튀는 발효 음식이니 말이다. 하지만 프로바이오틱 음식에 든 미생물은 사실 우리 장 속에 머무르지 않는다. 건강에 좋을 수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우리 몸에 부족한 마이크로바이옴을 채워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러한 음식에만 집중하느라 우리 몸에 거처를 정한 미생물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은 소홀히 하고 있다. 장내 토박이 미생물들은 섬유질을 필요로 한다. 복잡하고 투박하며 소화하기 쉽지 않은 섬유질이자 미생물의 영양공급원인 프리바이오틱스prebiotics는 장내 영구 거주자들이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식량을 제공한다.

    안녕, 나는 장에 사는 미생물이야

    인간의 장에 좀 더 영구적으로 머무르는 미생물은 요거트나 김치에서 오지 않는다. 이들은 처음부터 우리 몸 안에 있던 미생물이다. 태어날 때에 생겨서 영아기를 지나 유아기를 거쳐 지금껏 살아오면서 여기저기서 얻은 것들이다.

    장내 미생물은 건강과 생존에 필수적이다. 면역 체계를 단련시키고 신경계와도 끊임없이 소통한다. 깨지기 쉬운 장내 균형을 유지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미생물은 자신의 환경에 맞춰 진화합니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미생물학자이자 면역학자인 저스틴 소넨버그Justin Sonnenburg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 역시 미생물에 맞춰 진화해왔을 수도 있다. 소넨버그는 인간은 무작위로 수집한 미생물 군집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끼리 미생물을 서로 주고받기도 하고 다음 세대에 물려주기도 하죠.라고 말했다. 수천 년간 환경에 적응하며 진화를 거듭하는 동안, 보잘것없어 보이는 장내 미생물들이 인간의 가장 든든한 아군이 되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 친구들의 정체는 과연 무엇인가? 인체 내에서 확인할 수 있는 미생물의 종류는 열 개 문⁰⁹이 넘는다. 인간의 소화기관은 박테로이데테스문(Bacteroidetes, 의간균)과 퍼미큐티스문(Firmicutes, 후벽균)에 속하는 박테리아가 군림하고 있어서 전체 미생물 중 80%가 여기에 속한다. 우리에게 친숙한 락토바실러스속(Lactobacillus, 요거트나 프로바이오틱 영양제 포장 겉면에서 본 적이 있을 것이다)이 바로 퍼미큐티스에 속하며 박테로이데스속Bacteroides과 프레보텔라속Prevotella은 박테로이데테스에 속한다. 영유아기에는 악티노박테리아문(Actinobacteria, 방선균)을 흔히 접하는데, 비피도박테리움속(Bifidobacterium, 최초의 프로바이오틱 음식인 모유에 많이 함유된 성분¹⁰)이 여기에 속해있다. 이러한 미생물들이 장에서만 발견되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는 거기에서만 살 수 있다. 그들에게는 인간의 장이 유일하게 생존 가능한 행성인 지구와 다름없다.

    09잠시 생물의 분류 체계에 대해 환기하고 가자면 ‘문’은 ‘종속과목강문계’에서 ‘계’ 다음으로 넓은 단위이다. 우리 인간은 척추를 가진 다른 동물(캥거루, 거북이, 장어 등)과 함께 동물계Animalia 척추동물문Chordata에 속한다. 그 외에도 동물계에는 불가사리와 해삼 등의 극피동물문Echinodermata, 해면류인 해면동물문Porifera 등이 있다.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대부분의 박테리아가 거기서 거기인 것 같지만 분류학적 관점에서 보면 사실 상당히 다양하다.

    10장과 유선은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는데 어떻게 미생물이 모유에 들어갈 수 있는지는 아직까지 정확하게 알려진 바가 없다. 그러나 모유 속 박테리아는 아기의 장이 나중에 더 복잡하고 고형인 음식물을 잘 소화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데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장내 미생물의 구성은 다양하다. 대부분의 미생물 개체는 수명이 매우 짧다. 인간은 매일 아침 새로운 세대의 미생물과 함께 기상한다. 락토바실러스속에 속하는 미생물 같은 경우는 생존 주기가 25분밖에 안 된다. 심지어 그보다 더 빨리 태어나고 죽는 미생물도 있다. 당신이 어젯밤 핫도그를 먹는 꿈을 꾸는 동안 장내 미생물 구성은 잠든 시점과 비교해서 이미 세대가 스무 번쯤 바뀌었을 수도 있다. 사람으로 치면 1500년대와 현재 세대 정도의 차이인데, 참고로 1500년대는 음식의 보관 방법이 건조, 절임, 발효밖에 없었을 정도의 옛날이다. 미생물 간에 세대교체가 일어날 때에는 많은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그 사이에 pH가 증가했거나(산성 감소), 새로운 음식물이 들어왔거나, 미생물이 좋아하는 섬유질이 부족해졌거나, 항생제 폭탄이 떨어졌거나 해서 그들이 지내는 환경에 변화가 일어나면 더욱더 그러하다.

    안녕, 우리는 그냥 지나가는 미생물이야

    일반적으로 장은 미생물들이 살기에 좋은 환경은 아니다. 인간의 소화기관은 미생물들에게 적대적이도록 설계되었다. 산성이 강한 위는 원활한 소화를 위해 음식물을 잘게 부수기도 하지만 바이러스부터 박테리아까지, 우리가 매일 마주치는 여러 외부 유기체를 무장해제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장은 미생물로 번화한 대도시와 같아서 대부분의 외부인은 거기에 쉽게 끼어들지 못한다. 발효 분야의 권위자인 산도르 카츠Sandor Katz에 따르면 장은 경쟁이 치열한 환경이다. 그곳에 이미 살고 있던 박테리아가 외부인에게 선뜻 공간을 내어주며 ‘아이고, 어서 오세요! 환영합니다, 새로운 이웃님!’ 하고 반갑게 맞아주는 경우는 없다. 그곳은 미생물 간에 먹고 먹히는 살벌한 세계이다. 그리고 이러한 모든 현상들이 인간에게는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해로운 미생물이든 아니든 모든 소화 과정을 이겨내고 인체 내 증식에 성공하는 미생물은 거의 없다.

    이처럼 혹독한 과정을 극복하고 살아남는 미생물도 있다. 대장균Escherichia coli과 같이 질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이 몇 있지만 대부분은 중립적이다. 낮은 확률로 인체에 이로운 미생물도 있다.

    그러나 이롭든 해롭든 무해하든 이들 미생물 중에서 실제로 우리 장에 계속해서 머무르는 미생물은 없다.

    희망으로 한껏 부푼 당신의 기대를 터트리기는 정말 싫지만, 요거트 한 숟갈, 아니 한 상자를 다 먹어도 타고난 장내 박테리아를 재구성하여 먼 옛날 정점을 찍었던 시절의 장 건강을 회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광고에서 뭐라고 선전을 했든, 장까지 살아서 가는 박테리아를 얼마나 많이 함유하고 있든, 전부 부질없다. 미생물들은 유당이 가득한 요거트의 세계에서 때를 기다리는 생활에 전혀 불만이 없다. 또한 놀랍게도, 강한 산성을 띠는 소화 과정을 무사히 견뎌낼 수도 있다. 그러나 인간의 장에 오랜 기간 머무르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어째서일까? 식단을 보충해줄 이로운 미생물을 고르는 과정에서 우리가 잘못된 선택을 내린 것일까? 검사 기술은 정교해졌지만 적절한 프로바이오틱 미생물을 고르는 우리의 시야가 너무 편협한 것은 아닐까? 아니면 건강에 도움이 될 잠재력을 지닌 외부 미생물을 몰아낸 토박이 미생물을 탓해야 할까? 조금만 더 연구하면 장내에 영구적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는 미생물을 함유한 기능성 식품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프로바이오틱 미생물이 장 내에 거처를 정하지 못하는 원인을 찾기 위해 한 연구팀이 기발한 연구를 진행했다. 실험은 완벽하게 살균 처리한 환경에서 체내·외 어디에도 미생물이 존재하지 않는 무균 상태의 쥐를 기르는 것으로 시작했다. 쥐의 체내에는 새로운 미생물을 몰아낼 토박이 미생물이 전혀 없는 상태였다. 다음으로 따뜻하고 산성을 띠며 미생물이 풍부한 늪에서 흙을 채취했다. 흙 속 미생물들은 쥐의 장과 유사한 환경에서 살았기 때문에 장에 들어갔을 때에도 잘 생존하고 번성할 수 있으리라 생각됐다. 그러나 아무리 시도해도 그 많은 유망주 중에서 아무도 살지 않는 텅 빈 쥐의 장으로 이주하여 장기간 살아남는 데에 성공한 미생물은 하나도 없었다. 잠재적 입주 후보자들이 그렇게나 많고 쥐의 장 또한 새로운 입주자를 향해 활짝 열려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영구 거주자는 단 하나도 발생하지 않았다. 미생물들은 늪에서 살며 번성하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겉보기에는 늪과 매우 유사한 기후를 지닌 쥐의 장에는 적응하지 못했다.

    요거트, 영양제 등이 함유하고 있는 프로바이오틱 미생물도 이와 다르지 않다. 장내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긴 하지만 오랜 기간 머무르지는 않는다. 어쩌다 보니 그저 지나가게 됐을 뿐이다. 마이크로바이옴을 강화해주기를 바랐다면 이는 매우 안타까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프로바이오틱 제품 관련 사업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희소식이겠다.) 그러나 음식물로 섭취한 미생물이 장 속에 영원히 뿌리를 내리지 않는다는 사실이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과학자들은 지적한다. 어쩌면 우리가 외부 미생물의 영구 거주를 원치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오랜 진화 과정을 거치며 인간은 장내 거주자의 목록을 우리에게 필요한 조합으로 적절하게 다듬어왔다. 그리고 생태계를 흔들어 놓으려는 노력에 있어서만큼은 우리 인간이 항상 옳았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시적으로 지나가는 미생물이라고 해서 평가절하하지는 말자. 사실 진짜로 재미있어지기 시작하는 것은 지금부터다. 식품으로 섭취한 미생물 중 상당수는 다른 음식물과 함께 쓸려가버린다. 그러나 나머지는 소장 또는 대장에 조금 더 머무르기도 한다. 장내에 머무르는 동안 그들은 계속해서 무언가를 한다. 공원을 지나가는 개미 한 마리가 행사하는 영향력은 미미하다. 그러나 큰 무리의 개미가 매일매일 같은 곳을 지나간다면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영구적으로 거주하지는 않더라도 우리의 장을 지나가는 동안 미생물들은 먹고 대사하고 배설한다. 미생물이 장내에서 소비하고 생산하는 어떤 물질이라도 장내 환경을 바꿀 수 있으며 언젠가는 그 사람(바로 당신)까지도 바꿔놓을 힘이 있다. 심지어 과학자들은 미생물의 존재 자체만으로도(표면이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자) 인간의 면역 체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추측하기 시작했다.

    그토록 우리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미생물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왔을까? 세계 여러 전통 음식에 대한 간단한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사람들로 이루어진 집단, 즉 문화¹¹를 이룬 사람들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체내 미생물 군집 또한 먹이고 보호할 수 있는 식단을 만들어왔다. 모모푸쿠 레스토랑을 시작한 뉴욕의 셰프 데이비드 장은 미생물을 함유한 음식 개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토착indigenous’, ‘토종native’, 심지어 ‘책임 의식stewardship’과 같은 단어를 사용했다. 이러한 용어는 식물군에서부터 인류학적 문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에 쓰인다. 따라서 우리가 간과해온 체내 미생물의 환경과 성향을 이야기할 때에 써도 어울리겠다. 앞으로 차차 살펴보겠지만 사실 체내 미생물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 및 인류 문화와 밀접하게 얽혀있다.

    11‘culture’는 같은 (음식뿐만이 아니라) 전통과 관습을 공유하는 사람들 집단, 즉 ‘문화’를 뜻하면서 의도적으로 미생물을 기르는 행위, 즉 ‘배양하다’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라틴어 ‘cultura’에서 유래한 ‘culture’는 사실 인류 역사의 대부분 동안 ‘경작하다’라는 의미로 쓰였다. 사람들 집단을 가리키는 것으로 의미가 확장된 것은 19세기 들어서나부터다. 이 책을 읽을 때에는 ‘culture’의 처음 뜻도 염두에 두도록 하자.

    그러나 수천 년간 전통적이고 문화적으로 이루어진 우리 식습관을 과학이라는 이름의 훼방꾼이 나타나 망쳐놓기 시작했다. 19세기에 루이 파스퇴르Louis Pasteur는 질병을 옮기는 주범이 (더러운 공기가 아니라) 미생물이라고 주장하는 세균 이론germ theory을 대중화했다. 그 이후로 사람들은 음식과 주변 환경에서 미생물을 박멸하는 데에 집착하기 시작했다.¹² 그러나 프로바이오틱 미생물을 함유한 음식을 먹는다고 해서 우리가 기대했던 것처럼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지는 않더라도, 미생물을 함유한 식사를 꾸준히 유지하는 것은 여전히 매우 중요하다.

    12우유를 먹으며 장티푸스를 걱정하거나 상수도 시설 때문에 콜레라에 걸릴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물론 기쁘다. 그러나 해롭기는커녕 몸에 이로운 미생물을 함유한 음식까지 포함하여 살균에 집착하는 것은 지나치지 않은가 한다.

    굶주리는 미생물

    사람들은 저온 살균 기술을 마음껏 남용함과 동시에 식품 산업 발달을 위한 기계들을 크게 늘리기 시작했다. 음식에서 섬유질을 정제하는 기술과 다양한 종류의 단순 탄수화물을 첨가하는 기술, 이 두 가지는 체내 미생물 거주민들이 좋아하는 식량을 빼앗아가는 쌍두마차였다.

    몸 안에 사는 이로운 미생물들에게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채, 우리는 수천 년 동안 이어져온 전통 음식을 밀어내고 빵 조각이나 영양 성분을 강화한 스낵바를 식탁에 올렸다. 맛과 마케팅의 꼬임에 넘어가서 전통 음식이 지켜온 균형을 포기했다. 오랜 시간을 들여 서서히 우리 몸에 맞춰진 식단 대신, 잠깐 스쳐가는 변덕을 충족하기 위해 생긴 음식 문화를 선택했다. 과학 발전 또한 이에 가세하여 기록적인 속도로 식재료의 정제 및 가공 기술을 발달시켰다. 현재 우리가 선택한 ‘음식’을 몇 세대 전(천 년 전은 말할 것도 없다)과 비교해보면 우리 몸을 망가뜨려온 범인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곡물의 경우 불과 몇백 년 전 이루어진 도정 작업의 기계화 덕분에 작업 효율은 증가하였으나, 거친 부분을 쉽게 제거할 수 있게 됨으로써 빵이나 쌀 등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의 섬유질 함유량이 감소했다. 그 전에는 대부분의 식단이 섬유질이나 소화가 안 되는 복합 탄수화물을 매우 풍부하게 제공했다. 이러한 화합물은 곡물뿐만 아니라 씨앗, 콩류, 과일, 채소 등 많은 식물에 다량 들어있어서 장내에 거주하는 이로운 박테리아 군중을 배불리 먹이곤 했다.

    대부분의 미생물은 배설 직전의 음식물 찌꺼기를 주요 통화로 쓰는 세계에 산다. 우리가 먹은 음식이 출구를 빠져나가기 전 마지막 정거장이 바로 미생물들의 집이다. 대장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를 생각하면 이토록 필수적인 기관의 벽이 세포 하나 정도 두께밖에 안 된다는 사실에 놀랄 수밖에 없다. 이 얇은 벽이 장에서 물과 영양분을 흡수하고 면역 체계를 모니터링하는 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래서 (인체의 나머지 부분에서, 배설물이 되기 전 물질과 미생물이 들어있는 기관을 분리해주는) 이 벽이 온전하게 유지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 그래서 인체는 결장 속 내용물과 혈류 사이에 안전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장의 벽 내부에 점액질 층으로 보호막을 치게끔 진화했다. 점액질 층은 장내 미생물에게 추가 식량을 제공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복합 탄수화물로 이루어진 점액질 층은 식이섬유가 떨어졌을 때 장내 미생물에게 먹을거리가 되어준다. 보호 역할을 확실히 하고 미생물에게 비상식량을 제공하기 위해 인체는 이 중요한 층을 정기적으로 보강한다. 그러나 우리가 먹는 음식물에 미생물이 좋아하는 물질이 충분하지 않으면 체내 미생물 거주민들이 점액질 층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는데, 때로는 이 속도가 인체의 보강 능력을 앞지르기도 한다.

    여기서부터 문제는 심각해진다. 장의 벽을 이루는 세포는 미생물과 접촉하면 안 되도록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 점액질 층이 파괴되어 미생물이 장의 벽에 도달하면 면역 체계에 경고등이 들어온다. 세포 간 연결 부위가 위태로워지고 벽이 느슨해져 침투하기 쉬운 상태가 되면 장 속 내용물이 인체의 나머지 부분으로 새어나갈 수 있다. 면역 체계는 (일어나지 않아야 할) 이 일을 그냥 두고 보지 않는다. 장 밖으로 흘러나간 박테리아와 음식물 찌꺼기가 혈액 속을 돌아다니면 안 되기 때문에 면역 체계는 맡은 바 소임을 다하기 위해 더러운 침입자를 쓸어버리는 면역 세포를 활성화한다. 이는 염증을 일으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관절염, 당뇨, 심장질환, 그 외에 갈수록 흔해지는 여러 질병에 영향을 미친다. 어떤 의사들은 ‘장 누수’라는 유쾌하지 않은 이름을 지닌 이 상태가 음식 알레르기의 증가에도 일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의심한다.¹³

    13이들의 이론은 이렇다. 땅콩, 밀, 계란 등의 음식이 함유한 단백질이 파괴된 장의 벽을 통과해 빠져나가면(미생물을 배불리 먹였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면역 체계는 해당 단백질을 위협 요소로 지목하고, 앞으로는 그 음식을 강하게 경계할 것이다.

    불결한 요리법

    고대 곡물 저장고를 보면 농업이 시작하기도 전인 최소 11,000년 전부터 사람들은 야생 보리 등의 식품을 다량 저장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모든 음식이 말린 곡물과 같이 보관이 쉬웠던 것은 아니다. 육류 등 일부 식품은 보존을 위해 소금에 절이기도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금 공급이 원활해야 했는데, 그것이 모든 음식에 통하는 방법도 아니었다.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상태로 유지하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은 사실상 썩히는 것이다. 여기서 열쇠는 부패를 통제하는 데 있다. 온도, 염분, 공기 노출 등을 제어하고 어떤 경우에는 일부러 특정 박테리아나 균류를 추가하기도 한다. 물과 불과 동식물을 다스리는 방법을 배운 것과 상당히 유사한 방식으로 인류는 우리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생물을 이용하는 법을 터득했다.

    성과는 어마어마했다. 미생물을 적절히 활용하기만 하면 아침에 짠 염소젖을 다음 주까지 먹을 수 있었다. 가을에 추수한 배추를 겨우내 먹었고 막 잡은 생선은 다음 해까지도 유지할 수 있었다. 미생물이 ‘발효’¹⁴ 과정을 일으켜서 당분을 알코올이나 산성, 때로는 알칼리성의 화합물로 전환해준 덕이었다. 조력자 미생물이 만들어낸 가혹한 환경 덕분에 해로운 미생물은 발을 붙이지 못했다. 그리고 많은 경우 영양가까지 증가했다.

    14‘끓다, 부글거리다’라는 뜻의 라틴어 ‘fervere’에서 유래한 ‘발효fermentation’는 그 과정에서 기체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그와 같은 이름이 붙었다.

    임의의 유전적 돌연변이가 결과적으로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한 진화를 이끌어낸 것과 같이, 음식의 변화도 속도만 더 빠를 뿐 그와 평행이론을 이루며 진행되어 왔다고 상상하는 것도 지나친 과장은 아니다. 다윈식 논리로 보면, 한 무리의 사람들이 더 건강하고 튼튼해질 수 있는 식재료나 요리법을 발견하면 그 새로운 문화가 널리 퍼지는 것이 타당하다.(실제로 이 같은 설명이 낙농업의 확산이나 어른이 되어서도 유제품 소화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을 이해하는 데에 쓰인다.) 새롭게 발견한 식품 전략은 식재료나 요리법처럼 전파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것은 지역 사람들의 화살통 속에 새로운 도구로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제일 먼저 불을 써서 음식을 익혀 먹기 시작했고 다음으로 식물을 경작하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양한 발효 방법을 통해 미생물을 배양하기 시작했다.¹⁵

    15이 책에서는 넓은 의미에서 미생물로 음식을 변형시키는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배양culture’과 ‘발효ferment’라는 단어를 모두 사용한다. ‘배양’은 (치즈나 빵 반죽을 만들 때처럼) 특정 미생물 덩어리를 배양액에 넣어 기르는 것을 가리키기도 한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먹어도 탈이 나지 않은 음식들이 살아남았다. 이들 음식은 계절이 지나고 세대가 바뀔수록 거듭 다듬어져 더 오랫동안 변함없이 보존할 수 있게 됐고 덕분에 사람들은 1년 내내 충분한 열량과 필수 영양소를 얻을 수 있었다.

    발효 식품은 기본적인 영양소 외에도 매우 다양한 종류의 미생물을 운반한다. 현재 많은 과학자들은 우리 인체가 꾸준히 일정량의 미생물을 원한다고 생각한다. 몸속으로 들어온 미생물은 체내 토박이 미생물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그들의 일을 돕고, 일시적이긴 하지만 그 외에도 여러 혜택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입에 맛있게 느껴지는 음식(단 것, 짠 것, 기름진 것 등)을 먹고 싶은 욕구와, 건강과 관련하여 쏟아지는 최신 헤드라인(무설탕, 저지방, 저탄수화물 음식을 골라라)을 따르려고 하는 마음, 이 두 가지 상충되는 충동에 정신이 팔려있다. 그러는 사이에 우리는 자기도 모르게, 그동안 인류와 함께(혹은 내부에서) 진화하며 건강을 지켜주었던 수많은 유기체들을 무시해왔다. 게다가 잘못된 음식을 선택한 것으로도 모자라 생활 방식까지 그들을 위협하는 쪽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지나친 위생관리

    조상들이 상상도 못할 만큼 변한 식단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생활 방식도 지나치게 깔끔하여 부자연스러운 방향으로 변화해왔다. 사람과 동물의 체내에만 마이크로바이옴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주변 환경에도 존재한다. 흙 속에도, 바닷물에도, 집 안에도, 심지어 커피메이커 속에도 미생물이 살고 있다. 인류 역사의 대부분 동안 우리가 생활하면서 접촉하는 외부 미생물 군집은 우리 인간도 속해있는 친숙하고 자연스러운 세계의 것이었다. 집을 짓고 살기 시작한 이후로도 오랫동안 인류는 바닥이 흙으로 된 주거지에서 생활했다. 외부 공기를 차단하는 창문, 헤파HEPA 필터가 달린 진공청소기는 물론 항균력을 지닌 세정제 등도 당연히 없었다. 인간은 자연이 제공하는 다양한 미생물 군집에 둘러싸여 살았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이 고작 몇백 년 만에 변화했고 극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흙과 동물 등 도시 사람들이라면 더럽다고 생각할만한 것들을 자주 만지며 자란 시골 아이들이 알레르기와 천식을 일으킬 수 있는 과민성 면역 체계를 가질 확률이 더 낮다는 사실은 예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한 세기 반 전 즈음 세균 이론을 받아들이면서부터 사람들은 해마다 점점 더 청결에 신경을 쓰고 있다. 처음에는 그로 인한 장점이 무궁무진한 듯 보였다. 런던 주민들은 공공 급수 때문에 콜레라에 걸릴 위험에서 벗어났다. 수술을 받는 환자들은 비위생적인 수술도구로 괴사가 일어날 걱정을 덜었다. 기니아충 감염으로 고통받는 일도 사라졌다. 그러나 우리는 화학, 미생물학, 그리고 마케팅의 화려한 언변에 넘어가 긍정적인 작용에만 지나치게 집중한 나머지, 수확 체감diminishing returns¹⁶의 지점을 지나치고 말았다. 어쩌면 과도하게 청결해진 우리 몸은 한때 우리 주변 환경에서 살면서 인체 내 면역 체계의 균형을 지켜줬던 미생물들을 그리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 같은 개념은 과학계에서 인기를 얻으며 ‘오래된 친구old friends’ 가설로 알려지게 됐다. 중요한지도 모르고 그렇게 없애버리려고 많은 노력을 쏟아부었던 유기체들을 이제야 그리워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16다른 생산 요소를 통제한 상태에서 한 가지 생산 요소만 늘리면 그로 인한 생산량의 증가 정도가 점점 감소한다는 이론이다. 여기에서는 위생 문제에 대한 집착이 지나치게 커져서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는 의미이다. -옮긴이 주

    뿐만 아니라 청결을 유지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집이나 건물 등 주변 환경에서 미생물을 완전히 박멸하려 아무리 노력해도 미생물은 기어코 다시 증식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외부로 통하는 창문이 있는 병동보다 폐쇄된 공간에서 공기 정화 시스템을 돌리는 병원의 대기 중에 있는 병원성 박테리아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¹⁷

    17환자들에게 창문을 열고 있으라고 조언했던 플로렌스 나이팅게일Florence Nightingale은 1850년대에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 조상들이 마주했던 야생과 달리 오늘날 우리가 거주하고 있는 환경 대부분은 나눠줄 미생물이 많지 않다. 오히려 인간이야말로 미생물의 가장 큰 서식지인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우리는 깨끗한 호텔방에 들어선 수 시간 안에 그곳을 박테리아 천지로 만들 수 있다. 럿거스 대학교Rutgers University에서 미생물 군집을 연구하는 마리아 글로리아 도밍게스-벨로Maria Gloria Dominguez-Bello는 정글에 가면 정글 바닥이 인간을 미생물 식민지로 삼지만 건물 환경에서는 인간이 건물 바닥을 식민지로 삼는다고 말한다. 역학 관계가 뒤바뀐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우리 몸 또한 미생물이 풍부한 운반원이 아니다.

    과거에 아기는 살균 비누와 항균 세제가 존재하는 않는 세상에 태어났다. 산도를 통과해 (제대로 씻지 않은) 다른 사람의 팔에 안겼다. 태어나자마자 비누로 씻기고 플라스틱 요람으로 데려가는 사람도 없었다. 하지만 파스퇴르 시대의 산물로 지금의 아기들은 미생물이 궁핍한 상태에서 인생을 시작한다. 물론 어느 정도의 청결은 아기와 엄마를 감염 위험에서 지킨다. 그러나 21세기 삶의 다른 여러 모습들이 그러하듯이 지나친 청결 유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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