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석으로 쉽게 읽는 고정욱 삼국지 2: 난세의 간웅

By 고 정욱

꿈을 잃은 청소년의 가슴을 두드려라!
한 번뿐인 인생, 하나뿐인 영웅 서사
주석으로 쉽게 읽는 최초의 삼국지!
고정욱 작가의 친절한 주석과 고증을 통한 일러스트로 더 완벽해진 삼국지
그동안 어린이와 청소년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인기작가 반열에 오른 고정욱 작가가 장장 5년에 걸쳐 심혈을 기울여 작업한 『주석으로 쉽게 읽는 고정욱 삼국지』(전 10권)를 펴냈다. 두말할 나위 없이 『삼국지』는 중국 오천 년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일 뿐 아니라 손에 꼽는 고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조조의 위, 유비의 촉, 손권의 오가 대륙을 삼등분 해 서로 치열하게 싸우고 때로 손잡으며 천하를 도모하던 시절은 말 그대로 인생의 한 축도이자, 영웅들이 쏟아져 나와 대륙을 종횡무진 누비며 우리 가슴을 뛰게 만든 영웅 서사다.
『삼국지』의 원천은 정사인 진수의 『삼국지 三國志』다. 후한 말기부터 서진이 중국 대륙을 통일할 때까지 100여 년 동안의 격동기를 기술한 역사서다. 원래 진수의 『삼국지』는 내용이 간략하고 인용한 사료도 다양하지 않았다. 이 간략한 『삼국지』에 주석을 달고 내용을 풍부하게 설명한 사람이 송나라 역사가 배송지다. 그는 여러 사람의 글을 인용해 덧붙임으로써 원문보다 세 배가 넘는 주석을 달았는데, 여기에 상상력을 가미해 스토리를 꾸민 인물이 원말 명초의 소설가 나관중이다. 당시 작은 벼슬을 한 것으로 알려진 나관중은 『삼국지』를 바탕으로 뭇사람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쓰기 시작했다. 탁월한 작가적 역량을 발휘해 그가 완성한 책이 『삼국지통속연의 三國志通俗演義』, 우리가 보통 『삼국지연의』라고 부르는 작품이다. 『삼국지연의』는 수준 높은 소설 작품으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수많은 독자의 찬탄을 받아 지금까지 장기 스테디셀러가 되었다.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와 상대의 마음을 읽고 사람을 대하는 법을 알고자 할 때 우리는 『삼국지』를 통해 배움을 얻었다. 고전 작품을 얘기할 때 이보다 더 다이내믹하고 감동적인 작품을 찾을 수 있을까. 고정욱 작가는 어린이 청소년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고전 작품을 새롭게 엮고 싶은 열망을 품고 그들에게 맞는 보석이 무엇인가 찾아내느라 고심했다. 그리고 고전의 향기를 담으면서도 청소년의 가슴을 두드리는 웅혼의 기상을 담고자 한 결과물이 바로 고정욱표 『주석으로 쉽게 읽는 고정욱 삼국지』다.

• Language: 한국어
• Publisher: 애플북스
• Release date: Mar 18, 2022
• ISBN: 9791192081236

Book preview

어린이 청소년 도서 부문의 최강 필자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성균관대학교 국문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문학박사이기도 합니다. 소아마비로 인해 중증장애를 갖게 되었지만 각종 사회활동으로 장애인이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이 당선되어 작가가 되었고, 장애인을 소재로 한 동화를 많이 발표해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아주 특별한 우리 형》, 《안내견, 탄실이》,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까칠한 재석이 시리즈》 등이 대표적인 작품입니다. 또한 전공을 살려 《양반전》, 《홍길동전》, 《사씨남정기》 등의 고전문학 작품을 현대화하기도 해서 총 320여 권의 저서를 발간했습니다. 특히 《가방 들어주는 아이》는 MBC 느낌표의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선정도서이며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려 있습니다.

《고정욱 삼국지》는 필생의 역작으로, 어린이 청소년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고전 작품들을 새롭게 엮고 싶다는 수십 년의 열망이 빚어낸 결과물입니다.

연락처: [e-mail]

유튜브: 고정욱TV

일

러

두

기

1. ‌《고정욱 삼국지》는 기존의 여러 《삼국지》 번역본들을 비교, 대조하여 작가의 시각에서 현대적인 문장으로 재해석해 평역한 새로운 《삼국지》입니다.

2. ‌《삼국지》 원본의 장황하고 불필요한 사건이나 서술, 시, 관직, 인물명 등은 과감히 생략하여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도록 구성하였습니다.

3. ‌주석과 고 박사의 ‘여기서 잠깐’ 코너를 통해 역사와 문학, 그리고 사상과 철학 및 지식을 쉽게 배울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4. ‌지리적 배경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간략한 지도를 주석에 삽입하였습니다.

차

례

1. 유비, 서주 땅을 얻다

2. 대권을 잡은 조조

3. 여포와 유비의 뒤바뀐 신세

4. 여포의 능력

5. 조조가 군사를 일으키다

6. 원술이 혼나다

7. 궁지에 몰린 여포

8. 여포의 최후

9. 텃밭 가꾸는 유비

10. 유비와 조조의 대립

11. 조조에게 사로잡힌 관우

1

유

비

   ,

서

주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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얻

다

북평 태수로 있는 공손찬에게 귀한 손님이 찾아왔다. 다름 아닌 유비였다. 반갑게 맞아들인 공손찬이 물었다.

동생이 어쩐 일로 나를 찾아왔는가?

형님, 아무래도 제가 서주를 구해야겠습니다. 외람되오나 군사를 빌려주십시오.

다짜고짜 유비가 부탁을 했다. 신중하고 섬세한 성격에 비추어 보건대 유비가 이렇게 어려운 부탁을 하는 일은 보기 드물었다.

서주를 구한다는 것은 조조와 싸우겠다는 뜻이 아닌가?

그렇습니다.

당시 조조는 서주를 포위해 공격하고 있었다.

내가 알기에 조조와 자네는 합심하여 황건적을 물리쳐 사이가 그다지 나쁘지 않을 텐데, 왜 남들 싸움에 끼어들어 관계를 틀어지게 하려 하는가?

유비도 이 대목에서 고통스러운 얼굴을 보였다.

그렇긴 합니다만, 이미 약속한 터라 지키고자 합니다.

약속이라 말했지만 유비에게는 기회가 필요했다. 가만히 관청에 앉아 주어진 벼슬에 만족하며 살기에는 시대가 너무 혼란스러웠다. 전국 각지에서 제후 간의 암투와 전쟁이 끊임없이 이어진 까닭이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 유비에게도 전기가 필요했다. 그대로 주저앉아 있는 건 영웅의 행동이라 할 수 없었다.

제가 자초지종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유비는 자신이 나서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당시의 정세를 말하자면, 사도 왕윤이 여포를 이용해 암적 존재인 동탁을 제거했으니 나라가 태평성대를 누려야 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서량군의 우두머리인 동탁만 제거했을 뿐 나머지 세력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동탁의 수하를 비롯한 잔당들은 장안으로 사람을 보내 사죄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판사판의 심정으로 창과 칼을 들고 난을 일으켰다.

이각은 《삼국지연의》에서 동탁의 수하 장수로 동탁이 살해되자 바로 원수를 갚는다고 설치는 인물로 묘사되고 있지. 정사를 살펴보면 이각은 동탁의 수하가 아니라 동탁의 사위인 우보의 수하 장수였어. 우보의 명령을 받아 진류와 영천의 여러 현을 평정하는 공을 세운 장수이기도 해. 동탁이 죽고 우보도 죽자 우보의 원수를 갚는다고 난을 일으켜 실권을 잡은 것에 불과한데, 나관중은 바로 문학적 상상력을 발휘해 동탁의 수하로 그려 낸 거야.

주동자는 동탁의 수하였던 이각†과 곽사였다. 두 장수는 군사를 몰고 장안에 들이닥쳐 그들을 막으려던 여포의 배후를 휘저었다. 천하의 여포일지라도 악에 받친 이각과 곽사의 거친 공세를 막아 내지는 못했다. 결국 이각과 곽사가 장제, 번조 등 동탁의 잔당들과 함께 장안성을 점령하는 어처구니없는 결과가 빚어졌다. 동탁 제거의 일등 공신인 여포가 가족들을 챙길 새도 없이 도망갈 만큼 상황은 급박했다.

성안은 쑥대밭이 되었다. 수많은 백성과 신하들이 이때 죽임을 당했다. 이각과 곽사 무리가 내정을 둘러싸자, 헌제가 직접 밖으로 나와 반란군에게 말했다.

그대들은 어쩌자고 군사들을 끌고 궁 안에 들어온 것인가?

이각과 곽사가 험악한 얼굴로 되물었다.

황실을 지키려 한 동 태사를 왜 죽인 것입니까?

동 태사가 무슨 중죄를 지었다고 죽인 뒤에도 길거리에서 백성들에게 능욕을 당하게 놔둔 것입니까?

헌제는 두려운 마음이 있었지만 용기를 내어 다시 물었다.

그대들은 지금 반란을 일으키려는 것인가?

저희들은 왕윤을 죽이러 왔을 뿐 절대로 반란을 일으키려는 것은 아닙니다. 시시비비를 가리고 나면 군사를 물릴 것입니다.

주위에 있던 신하들은 기겁했다. 황제도 차마 왕윤에게 뭐라 할 수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보다 못한 왕윤이 나섰다.

신이 동탁을 제거한 것은 종묘사직을 위한 일이었지만, 일이 이 지경이 되었으니 저를 저 승냥이들에게 내주십시오. 저를 죽여 원한을 갚으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대는 동탁이라는 흉물을 제거한 공신이 아니던가! 내가 어찌 그런단 말인가?

폐하와 조정을 위해 죽을 수 있다면 소신은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애초에 동탁을 제거할 때 이미 내놓은 목숨입니다.

왕윤은 스스로 이각과 곽사 앞으로 나갔다.

죽음을 두려워할 내가 아니다!

이각과 곽사는 동시에 칼을 들어 왕윤을 내리쳤다. 왕윤은 비명과 함께 쓰러졌다. 군사들은 환호성을 올리고 나서 분풀이를 한답시고 성안을 마구 노략질했다. 동탁이라는 탐욕스러운 곰을 제거하자, 이각과 곽사라는 승냥이가 황제를 차지한 셈이 되었다. 그들은 길바닥에서 썩어 문드러진 동탁의 시신을 뒤늦게 수습했다. 훼손된 부분은 향나무로 모양을 만들어 맞춘 뒤 성대하게 제사를 지냈다. 그리고 제멋대로 대장군의 지위에 올라 권력을 한 손에 거머쥐었다.

수도인 장안이 이처럼 어지러워지자 지방 곳곳에 숨어 있던 황건군 잔당들까지 다시 들고일어났다. 지휘부는 없어졌지만 전국 각지에서 조정에 불만을 품은 자들이 머리에 누런 띠를 두르고 다시 노략질에 나선 것이다.

당시 민초들은 살아가는 두 가지 길이 있었다. 하나는 제후 밑으로 들어가 병사가 되어 한몫을 노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황건군이 되어 노략질을 일삼는 것이었다. 하지만 말이 좋아 군사지, 우두머리도 없이 저마다 각지에서 산발적으로 출몰하며 게릴라전을 벌이는 것이 고작이었다. 하는 일이라고는 애초의 뜻과 달리 양민을 짓밟고 그들의 식량이나 재물을 빼앗는 것뿐이었다.

조정을 장악한 이각과 곽사도 황건군 잔당을 소탕하느라 골머리를 앓았다.

도적들을 어떻게 소탕해야 한단 말인가?

우리가 궁을 비우고 직접 나가 도적들을 잡아들일 수도 없고…….

이각과 곽사는 전쟁터에서 잔뼈가 굵은 역전의 장수들이었다. 말하자면 그저 무식한 무장일 뿐이라 조정에 들어와 권력을 잡았으나 나라 전체를 아우르는 원대한 전략은 세워 본 적도, 세울 수도 없었다.

황건군을 확실하게 진압할 사람은 현재 조조밖에 없습니다.

한 신하가 조조를 천거했다.

조조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

동군의 태수가 되어 힘을 모으고 있다 합니다.

흑산적은 또 어떤 조직인지 궁금하지? 황건군과 비슷하게 후한 말에 발생한 도적 무리야. 그 수가 백만에 달해 중앙 정부에서 통제하기가 힘들었지. 게다가 거듭된 전란으로 유랑민까지 가세해 그 세력이 급증하고 있었어. 강력한 두령이었던 장연을 맹주로 하여 황건군이 궤멸된 뒤에도 황하 이북의 여러 현에 피해를 입힌 반군 조직이라고 보면 돼.

반동탁 연합군이 해산한 뒤 조조는 원소와 함께 힘을 기르고 있었다. 191년 7월, 원소는 한복을 협박해 기주목의 지위를 강탈했다. 그러자 원소와 대립하던 흑산적† 군사들이 원소가 다스리는 기주를 침입했다. 왕윤의 형인 동군 태수 왕굉이 나서서 막으려 했으나 패했고, 대신 그들을 격파하고 승리를 거둔 자가 조조였다. 그 공으로 조조는 동군 태수 자리를 차지했다.

조조가 동군 태수가 된 뒤 많은 인재들이 그의 곁으로 몰려들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군사와 말, 양곡을 잔뜩 쌓아 두고 있다 하니, 조조에게 명령을 내리시면 도적을 손쉽게 소탕할 것입니다.

그거 좋은 생각이다.

이각이 무릎을 쳤다. 곽사도 고개를 끄덕였다.

도적들을 소탕하라고 하면 그자의 힘도 소모될 것이야. 이거야말로 일거양득이지.

이각과 곽사는 황제의 이름으로 명령을 내렸다.

그로부터 얼마 뒤, 도적을 소탕하라는 황제의 조서가 조조에게 날아왔다.

드디어 나에게 기회가 왔구나.

조조는 기다렸다는 듯이 군사를 일으켰다. 명분은 확실했다. 황제의 명을 받든다는 것! 그렇지만 조조에게도 속셈이 있었다. 군사들을 그냥 먹고 놀게 할 수는 없었다. 실전 경험을 쌓아야 했을 뿐 아니라 위세를 보여 주변 제후들을 굴복시킬 필요가 있었다.

계획대로 군사를 일으킨 조조는 황건군을 하나둘 소탕해 나갔다. 싸움을 할수록 포로의 수가 늘었다. 하지만 항복한 황건군 포로들도 결국 근본은 백성이었다. 항복하고 마음만 바꾸면 조조의 군사가 될 수 있었다. 그러자 군사를 일으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조조의 군사가 삼십만 명이 넘었고, 거느리는 백성이 백만 명을 초과했다. 대부분 고향으로 돌려보냈지만 쓸 만한 자들은 휘하에 두면서 계속 힘을 길렀다.

이때 조조를 찾아온 사람이 순욱, 순유, 정욱, 유역, 만총, 여건, 효선, 우금 같은 인재들이었다. 수많은 용사들이 몰려들었는데, 그중에서 힘이 가장 센 자는 전위였다. 전위는 항상 조조의 곁을 떠나지 않고 지킨 경호 장수였다. 전위는 조조가 보는 앞에서 팔십 근짜리 장창을 바람개비처럼 가볍게 돌리며 힘을 자랑했다. 한번은 거센 바람에 깃대가 쓰러지려는 것을 보고 수많은 병사가 달려들어 세우느라 애를 먹었는데, 전위 혼자서 한 손으로 깃대를 붙잡아 세워 모두 놀란 적이 있었다. 인재를 모은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었다. 하나를 심어 하나를 수확하는 것은 곡식이고, 하나를 심어 열을 수확하는 것은 나무이며, 하나를 심어 백을 수확하는 것은 인재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조조가 승승장구하며 꾸준히 자신의 세력을 키우고 있을 때 뜻밖의 사건이 일어났다.

조숭은 정사에 의하면 일찍부터 벼슬에 올라 관직이 태위까지 이르렀다고 해. 원래 성은 하후씨인데 환관 조등의 양자로 들어가 조숭이라는 이름을 쓰게 되었어. 맹장인 하후돈의 숙부라는 관계를 따져 보면 조조와 하후돈은 사촌지간이 되지. 작품에서도 종종 보이는 조조의 하후돈에 대한 신임과 하후돈의 조조에 대한 충성은 바로 혈연이 바탕이 된 거였어.

도겸은 실제 역사와 다르게 많이 왜곡된 사람 가운데 하나야. 정사에 따르면 그는 동탁 토벌 연합군에 참여하지도 않았고, 성격도 온화하다기보다 도를 잘 어기고 감정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이었다고 해. 사람에게 벌을 줄 때도 형평성이 없었고, 그 때문에 선량한 사람이 피해를 입었다고 하니까, 어쩌면 도겸이 정말로 실수인 척 위장하고 조숭을 죽였 는지도 몰라. 그래 놓고 뒷감당을 하지 못한 감정적 인물이 아닌가 싶기도 하단다.

이때 조조의 아버지 조숭†은 난리를 피해 일찌감치 도망쳐 낭야에 살고 있었다. 조조는 그곳으로 사람을 보내 일가친척 사십 명과 하인들을 모두 자신의 근거지로 데려오도록 했다.

이 당시 이사를 간다는 것은 여러 현을 거쳐 몇 날 며칠이고 말과 수레에 사람들을 태우고 목적지를 향해 이동해야 하는 고생스러운 일이었다. 날강도가 된 황건군이 언제 어디서 들이닥칠지 모르는 상황이라 호위병 또한 적잖이 필요했다. 그 과정에서 조숭 일행이 서주 지역을 지나가게 되었다.

서주 태수 도겸†은 성품이 온화한 자였다. 그는 조조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호걸로 이름난 조조와 친하게 지내면 나쁘지 않겠다고 늘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조숭의 이삿짐 행렬이 관할 지역을 지나간다고 하자 때맞춰 잔치를 베풀어 정성껏 대접했고, 그들이 떠날 때가 되자 군사 오백 명을 붙여 호위하도록 했다.

군사들이 편안히 모실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나중에 아들놈을 만나면 꼭 얘기하겠습니다.

조숭은 아들을 잘 둔 덕에 어깨가 으쓱해진 채 군사들의 보호를 받으며 길을 나섰다. 그러나 이것이 화근이 될 줄 누가 알았으랴.

당시 유비가 군사라고 모은 자들이 동네의 어중이떠중이였던 것처럼 도겸의 군대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황건군이었다가 귀순한 자들을 군대에 편입시킨 일도 많았다. 한마디로 정체불명의 인간들이 관군에 섞여 있었다. 그들은 애초에 황건군에 들어간 것도 굶주림 때문이었기에 전쟁에 참가해서도 운 좋게 한몫 잡으려는 생각뿐이었다. 관군이 되었건 황건군이 되었건 밥만 먹을 수 있다면 아무 상관이 없었다. 당시 수많은 전쟁과 전투에서 장수들이 가장 곤혹스러워한 점이 패했을 때 군사들이 흩어져 사라지는 것이었다. 군사들은 불리하다 싶으면 바로 도망쳐 적군에 편입되기를 되풀이했다. 도겸이 조숭에게 붙여 준 군사도 예외일 수 없었다.

조숭 행렬이 부지런히 목적지를 향해 나가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저기 비를 피할 만한 절이 있습니다.

앞서가던 호위병이 알려 왔다.

조숭은 절에 들어가 자신을 소개하고 하룻밤 묵기를 청했다.

영웅호걸인 조맹덕의 부친이시니 저희가 영광입니다.

미리 소식을 듣고 있던 승려들이 반가이 맞아 주어 조숭 일행은 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