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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스터 - Prophet 38권
마이스터 - Prophet 38권
마이스터 - Prophet 38권
Ebook199 pages1 hour

마이스터 - Prophet 38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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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 성인게임을 전문으로 스트리밍 하던 한지우는 우연히 한 후원자가 보낸 쪽지를 받게 된다.
한지우는 그 쪽지의 링크를 클릭한 후 정신을 잃고, 다시 깨어나보니 게임에서와 같은 시스템 창을 얻는다.
이후 시스템 창을 이용해 그저 하루하루 쾌락에 빠진 삶을 즐기던 와중 우연히 한 뉴스를 보게 된다.
\"생존과 야생?\"
목표가 없이 지내는 것에 무료함을 느끼려던 찰나 보게 된 생존과 야생 모집 뉴스.
본능적으로 그것에 끌리게 되고 작은 삶의 목표가 되어 정신없이 빠져들게 된다.
그리고 30인의 후보 중 1인으로 생존과 야생에 참여한 한지우.
그곳에서 알게 된 충격적인 사실들과 앞으로 닥쳐올 미래와 맞닥뜨린다.

Language한국어
PublisherWHISTLE BOOK
Release dateDec 1, 2021
ISBN979113279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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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스터 - Prophet 38권 - 플라 우드

    1. 3부 (5)

    그건 일반 쓰레기죠. 그건 분리수거하고.

    …알았다니까요?

    어느새 이설아의 집으로 돌아온 나와 이설아는 청소에 매진하고 있었다. 정말 깜짝 놀란 건 분리수거의 개념조차 없었다. 결국 초등학생 레벨로 하향 조정한 이설아 곁에서 일일이 잔소리를 했다.

    그 전에 같이 좀 해주면 안 돼요?

    안 돼요. 직접 해야죠. 누가 이런 기초적인 걸 성인에게 친절하게 가르쳐준답니까? 얼른 투덜거리지 말고 움직여요.

    …내가 생각한 건 이게 아니란 말이에요.

    응, 아녜요. 내 생각은 이게 맞아요. 습, 빨리빨리. 날 새우겠네.

    …이게 아닌데.

    그래도 오후 내내 움직인 게 마냥 헛된 일은 아니었는지 거실과 주방 그리고 침실은 어느 정도 깨끗해지기 시작했다. 그나마 내가 있어 청소기를 돌리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얼마나 큰지조차 모르는 이설아의 얼굴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있었다. 몸 컨디션이 제대로 오르지 않았던 이설아였기에 이해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어떻게든 움직이는 게 나았다.

    그리고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하자 힘없던 이설아의 목소리에도 힘이 돌아오기 시작했고 창백했던 혈색도 조금씩 돌아온다.

    소생이라고 해도 잃었던 근력을 돌려주지는 않으니까. 얼마나 술을 들이부어 댔는지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훈련병, 이거 보고 느껴지는 거 없습니까?

    산더미처럼 쌓인 와인 병과 위스키 병에 질린 내가 낮은 목소리로 묻자 이설아가 내 눈치를 살피더니 작은 목소리로 대답한다.

    …있어요.

    교관, 그리 나쁜 사람 아닙니다. 다 이설아 훈련생을 생각해서 하는 일이라는 것 잊지 마십시오.

    …진짜 이런 사람이라는 걸 사람들이 알아야 할 텐데.

    그건 제가 알아서 합니다. 본인부터 걱정합니다. 움직입니다.

    치…….

    날 흘겨본 이설아와 세탁실로 향했다. 이설아는 투덜거리긴 했지만 종종 좋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세탁실에 쌓여있는 빨래를 바라보고 한숨 지으며 이마의 땀을 훔치는 이설아에게 말을 건넨다.

    막상 해보니까 나쁘지 않죠?

    …그러네요.

    나도 청소를 좋아하는 건 아닌데 하다 보면 기분 좋아요. 머리도 비워지는 것 같고. 그러니까 이게 마지막이니 서둘러 처리해요.

    …알았어요.

    빨래를 세탁기에 집어넣으려던 이설아가 내 눈치를 살피기 시작한다. 왜 그러나 했더니 빨래 더미 사이로 팬티나 브래지어가 삐져나와 있다.

    나는 그 모습에 헛기침을 하고는 뒤를 돌았다. 역시 컨디션이 돌아오긴 한 모양인지 꽤 부끄러워하는 이설아의 모습에 자리를 비켜줄 생각이었다.

    본 교관은 이만 쉴 테니 서둘러 처리하고 거실로 복귀하십시오.

    …알았다구요.

    천천히 걸음을 옮겨 거실이 아닌 주방으로 향한다.

    주방에서 나던 냄새가 음식물 처리기의 문제라는 걸 알았고 그건 이설아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었기에 도와줄 생각이었다.

    막힌 입구와 필터만 청소하면 끝나는 일이었다.

    냉장고도 텅 비었고.

    슬쩍 열어 본 커다란 냉장고 안은 말 그대로 새것 그대로였다.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 수 있었다. 예전의 나 역시 마찬가지였으니까.

    입맛을 다시고는 주변을 열어 보자 그래도 커피는 종종 마신 모양인지 티 세트와 티백이 보인다.

    커피가 없는 건 아쉽지만 이것만 해도 어딘가 싶어 커피포트에 물을 끓이고는 식탁 위에 찻잔을 내려놓는다.

    어서 와 앉아요.

    …집주인 같네요.

    어떻게 보면 이 다기 세트도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군요.

    세탁실에서 나오는 이설아를 향해 식탁으로 앉으라 권하자 입을 삐죽인 이설아가 투덜거리고는 식탁으로 다가온다.

    엉망이 된 이설아의 옆 머리카락이 흔들거리자 이설아도 자신의 꼴이 대충 짐작이 가는지 머리를 손가락으로 정리하며 식탁에 앉는다.

    기분은 좀 어때요?

    많이 좋아졌어요. 좀 울렁거리는 건 있지만.

    찻잔을 손바닥으로 감싸며 온기를 느끼던 이설아가 날 잠시 바라보자 나는 그 시선을 받으며 찻잔을 입에 기울인다. 우리가 잠시 침묵을 지키자 집 안에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가 화이트 노이즈처럼 귀에 잡힌다.

    조용한 것보단 좋죠?

    …네.

    이제 표정이 좀 부드러워지고 밝아진 이설아였지만 그렇다고 현실 도피를 해봐야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앞으론 어떻게 할 거예요? 또 폐인 라이프?

    …그게 왜 궁금해요?

    막상 이설아 씨 그런 모습 보니까 괜히 신경 쓰여서.

    취향 독특한 거 알아요?

    그럴지도.

    식탁에 팔꿈치를 대고서 턱을 괸 얼굴은 그간 보아왔던 이설아와는 완전 다른 사람같이 보인다.

    회의실에서 만났던 완벽하게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세팅된 이설아는 도시적이었고 지적이었으며 도도했다. 하지만 지금 이설아는 그저 무방비하기 그지없는 그저 이십 대 여성이었다.

    화장기도 없었고 머리는 흐트러져 있는 데다 청소를 하며 은은한 땀방울이 조명에 반짝인다. 오히려 이 갭에서 오는 묘한 매력이 자꾸 이설아를 신경 쓰게 만든다.

    …….

    가만히 그런 날 바라보는 이설아의 눈동자를 나 역시 들여다보다 천천히 차를 입 안으로 기울이자 이설아가 입을 열었다.

    모르겠네요. 일단 이력서라도 써봐야겠죠.

    한성 크리에이티브는 그럼 포기하는 건가요?

    어쩔 수 없죠. 그간 한성 그룹 관련 CF나 협력 업체 관련 일을 해오면서 겨우 수익을 냈는데 이젠 그 일을 할 수 없어졌고… 프로젝트 만들어서 다른 일을 해오더라도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요. 일을 수주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심드렁하게 대꾸하는 이설아였지만 어조가 조금 풀 죽어 있는 게 느껴진다. 찻잔을 들여다보며 슬쩍 고개를 숙인 이설아의 옆으로 이설아의 머리카락이 스르륵 흘러내린다.

    보유한 촬영 팀은요?

    아직 남아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슬슬 눈치채고 있겠죠. 프리랜서들은 눈치가 생명이니까. 소문도 돌기 시작했을 테고.

    흠.

    찻잔의 테두리를 매만지는 이설아의 가느다란 손가락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우리 일 한번 해볼래요?

    내 말에 찻잔을 매만지던 손가락이 멈추며 천천히 고개를 드는 이설아의 표정은 무덤덤했다. 나 역시 가만히 그런 이설아의 표정을 바라보면서 찻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지금 감독 충원하느라 정신이 없어요. 장 PD와 주 PD 인맥으로 충원하는 건 한계가 있더군요.

    그건 당연하겠죠. 감독들도 예술가 기질이 있어서 누구 아래로 잘 안 들어가요. 특히 스타 PD 아래로 들어간다고 하면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거부감부터 느끼는 사람도 꽤 많죠. 특히 공중파라면 더더욱 그런 경향이 짙고요.

    그런 것 같더군요.

    유일하게 내가 오판한 부분이었다. 작가진들도 마찬가지였다.

    생각보다 엉덩이들이 무거웠다. 물론 장 PD와 주 PD의 인맥으로 데려온 팀들도 있지만 여전히 부족했다.

    특히 지금 한성 스튜디오에서 만드는 콘텐츠들은 너무… 잔인해요.

    그건 그랬다. 뉴튜브나 크위치에서도 한성 스튜디오 콘텐츠는 모조리 성인물 딱지가 붙어있었으니까. 피가 튀고 살점이 흩날리는 실황물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일부러 그러는 거예요. 사실 아직도 모자라요.

    …….

    날 가만히 바라보는 이설아를 향해 시선을 던지며 입을 열었다.

    지금 우리가 굉장히 운이 좋은 거거든요. 일본이나 호주 이야기가 종종 나오긴 하지만 까딱 실수하면 어느 대도시가 그 꼴을 당할지 몰라요.

    …….

    어느 날 갑자기 초등학교 운동장에 크랙이 생긴다고 생각해 봐요. 운동장이면 다행일지도 모르죠. 우리가 감지해 내는 데 1분도 걸리지 않지만 준비하고 출발하는 시간도 있어요. 그 시간을 사람들이 합심해 버텨내 주지 않으면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공포감에 짓눌리지 않아야 하니 촬영 기획 중 선택권이 굉장히 좁죠.

    ‘형님 학교’에 출연한 이후 한성 스튜디오에서 송출하는 거의 모든 방송에 포함되는 내용이었다. 은근하게 자꾸 반복적으로 촬영물에 삽입하는 중이었다. 세뇌 소리가 나올 정도로.

    방통위 제재는 어쩌려고요?

    못 할걸요. 지금 각성자 등록 관련해서 우리가 아껴주는 예산이 얼만데. 거기다 우리가 알아서 홍보와 교육까지 자연스럽게 해주고 있잖아요. 피곤하게 나오면 그 사실부터 오픈해 버릴 겁니다.

    미국의 일이 국정원에 들어갔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 정보를 듣게 된다면 최소한의 고마움 정도는 느끼지 않을까 싶다.

    물론 방통위는 가만히 눈치를 보고 있는 걸지도 모르지만 오히려 그렇게 나와도 상관없었다.

    애초에 내가 원하는 한성 스튜디오의 기능은 각성자들의 베이스캠프 역할이었으니까. 거기다 언젠가 정부와 거리를 둬야 할 텐데 그때 사용할 적당한 명분까지 챙길 수 있고.

    …대통령과 이야기한 건가요?

    문득 한 달하고도 조금 더 전의 기억이 떠오른다. 그때야 이렇게 세세한 이야기는 나누지 않았지만 그 이후로 권승철의 투덜거림을 들어보니 이런저런 고충은 있었지만 꾸준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진통이야 없을 수가 없었다. 이 모든 일은 다들 처음이었으니까.

    대통령을 봤을 때는 큰 줄기만 이야기했을 뿐이에요. 나머진 실무진이 알아서 하겠죠.

    권 사장을 많이 믿나 보죠?

    이설아의 말투는 비꼬는 게 아니라 그저 무덤덤한 게 단순히 궁금했던 모양이다.

    그렇죠. 실무 거의 대부분을 권 사장이 맡고 있으니까.

    …어떻게 그렇게 믿을 수 있나요?

    이설아는 찻잔을 매만지며 조심스럽게 말한다. 조심하는 건 내 기분이 상할까 봐 주의하는 것 같았지만 멀리서 본다면 우리들이 끈끈하게 뭉쳐있는 게 이상해 보일 법도 했다.

    그냥 믿어요.

    …부럽네요.

    이설아가 찻잔을 입에 기울이는 걸 가만히 바라보자 이설아가 입을 열었다.

    인수 합병을 제안하는 건가요?

    글쎄요. 그걸 원해요?

    이설아가 쥔 한성 크리에이티브 주식의 가치가 얼마나 될 지는 모르겠지만 이설아가 그걸 원하진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네.

    하지만 막상 돌아오는 대답은 내 예상과 달랐다.

    왜죠?

    …지금 내 마지막 동아줄이 내려온 것 같으니까요.

    날 바라보는 이설아의 눈동자는 흔들림이 없었다. 그리고 약간은 흐리멍덩하던 이설아의 눈동자에 빛이 돌아온 게 느껴진다.

    이미 한성 그룹에서 제가 쫓겨났다는 소문이 돌아서 주가는 반토막이에요. 실적이 없어도 그나마 주가가 유지되던 건 제가 한성 후계자 계열이기 때문이었죠. 거기다 크랙의 일 때문에 모든 주식들이 바닥을 치고 있었고요. 현재 QPT 자금 사정이 어떤지 모르겠지만 모두 맞춰주겠어요. 물론 조건은 있어요.

    뭔데요?

    투 트랙을 원해요.

    …투 트랙.

    그 말에 이설아가 바라는 게 뭔지 알 것 같았다.

    권승철 사장과 경쟁하겠다는 말이군요.

    네. QPT와 별개로 방송 송출권과 프로젝트를 진행할 권한을 주세요.

    내가 원하는 것과 조금은 다른 이설아의 제안이었다. 나는 인력이 모자란 QPT에 도움을 줄 생각이었지만 이설아 말대로라면 또 다른 QPT 채널이 생길 뿐이었다.

    채널이 늘어난다는 장점은 있겠지만 굳이 지금 이럴 필요가 있을까 싶다. 천천히 QPT 채널이 받아들여지고 나서 생각해도 될 일 같은데.

    아예 다른 회사로 취급받길 바라나요?

    아뇨. 협력은 할 거예요. 지우 씨 지시도 받을 거고요. 대중이 받아들이는 단계라는 것도 알아요. 하지만 나도 경쟁할 수 있게 해줘요.

    가만히 그런 이설아의 눈동자를 바라본다. 기이한 열망의 불꽃이 피어오른 이설아의 눈동자는 묘한 색기를 불러일으킨다.

    가만히 그런 이설아의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자 또다시 거실에는 은은한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만이 채워지고 있었다.

    ‘어쩐다.’

    나쁜 제안은 아니었다. 적어도 권승철의 일거리가 줄어든다는 건 큰 장점이다. 권승철은 진작 한계를 넘어선 상태였다.

    정지율이나 안지상의 치료 스킬이 아니었다면 쓰러져도 진작 쓰러졌을 터였다.

    그리고 이 정도로 업무 부하가 지속된다면 실수가 나오는 건 당연지사였다. 지금부터 일어나는 실수는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할 거예요.

    이설아의 중얼거림에 시선을 돌리자 천천히 식탁의 의자에서 일어나는 이설아였다. 이미 이설아를 받아들이기로 작정한 이상 권승철과의 대립 관계에 대해 고민하는 중이었는데 이설아는 내 고민을 오해한 모양이다.

    …….

    가만히 날 내려다보던 이설아의 머리가 내려온다. 점점 몸을 낮추던 이설아는 의자에 앉는 게 아니었다. 그대로 식탁의 아래로 허리가 내려가기 시작한다.

    이설아의 단발머리와 고운 턱선 그리고 날카로운 코가 순서대로 식탁의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이내 날 흔들림 없이 바라보는 이설아의 섹시한 눈매 역시도 식탁에 가려지고 만다.

    ‘…….’

    사각거리는 이설아의 치맛자락이 바닥에 쓸리는 소리가 들린다. 점점 날 흥분시키는 소리였다. 그리고 내 무릎을 감싸 쥐는 가느다란 흰 손가락이 느껴진다.

    그 손가락은 마치 사시나무처럼 떨리고 있었고 그렇지 않아도 흰 손가락은 창백하기까지 했다. 누가 봐도 무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내 무릎을 감싸 쥐었음에도 나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러다 천천히 내 허벅지를 타고 올라오는 새하얀 손에 내가 슬그머니 다리를 벌려줬다.

    순간 움찔 놀란 이설아였지만 이내 다시 내 다리 사이로 들어오는 이설아의 단발머리에 천천히 등받이에 몸을 기댄다.

    내 허벅지를 타고 올라오던 가느다란 손가락이 조심스럽게 내 바지의 단추를 풀었고 지퍼를 내리는 소리가 식탁 아래에서 흘러나온다.

    흣…….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커다란 이설아의 심장 소리와 점점 거칠어지는 이설아의 숨소리는 마치 오케스트라와 같았다.

    그리고 어느샌가 반 정도는 깨어난 내 아들 녀석이 드로어즈를 터트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넋이 나간 듯 바라보던 이설아의 단발머리를 조심스럽게 쓸었다.

    무리하는 것 같은데.

    …….

    하지만 이설아는 내 말에 잠시 날 올려다보더니 이내 말없이 시선을 내린다. 그러고는 떨리는 손을 천천히 내 드로어즈의 밴드로 향했다.

    이내 다음 순간을 예상한 나는 가만히 그런 이설아를 내려다보았다.

    꺅…….

    아니나 다를까, 서투르게 밴드를 내리는 바람에 단숨에 튕겨 나온 내 아들 녀석이 이설아의 콧잔등을 후려친다. 후려쳤다는 표현 그대로 꽤 묵직한 타격감이 느껴진다.

    순간 귀여운 비명을 흘리는 이설아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흘리자 날 올려다보는 이설아였다. 그 얼굴엔 경악이 가득 차 있었다.

    붉어진 콧잔등과 커진 눈동자가 스스로를 얼마나 귀여워 보이게 만드는지는 모르는 모양이다.

    이게…….

    왜 그래요? 처음 보는 것처럼.

    …….

    내 핀잔 아닌 핀잔에 이설아의 미간이 조금 찌푸려졌고 이내 시선을 내린다. 마치 괜찮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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