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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라이즈 22권
메모라이즈 2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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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라이즈 2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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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is ebook

◆ 본 작품은 15세 이용가 개정판입니다 ◆

현대와는 다른 세상 홀 플레인.
김수현은 군 전역을 신고하고 집으로 귀가하던 도중 홀 플레인의 세상에 강제로 소환 당한다.
많은 우여곡절을 거치고 끝끝내 정상에 오르는데 성공하지만, 홀 플레인에서 활동한 10년의 세월은 이미 너무나도 슬픈 과거로 얼룩진 상태였다.
김수현은 슬픈 과거를 바꾸기 위해, 제로 코드의 힘을 10년의 시간을 되돌리는데 사용하기로 결정한다.

Language한국어
PublisherWHISTLE BOOK
Release dateJun 3, 2019
ISBN9791132757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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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모라이즈 22권 - 로유진

    1. The Downfall Of The Koran Union (2)

    면회실은 이상하리만치 추웠다. 둘만 남게 된 순간, 신혁의 몸이 눈에 띌 정도로 크게 떨렸다. 그런 신혁을 보는 김수현의 눈동자는 차갑기 그지없다. 칠흑색 눈동자는 은근한 살기를 내비쳤고, 어느새 주변 공기도 한없이 가라앉은 상태였다.

    신혁은 살그머니 눈동자를 굴렸다. 그리고 최대한 침착하려 애쓰며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 그래… 머셔너리 로드께서 여기는 무슨 일이지? 시인을 하지 않으니까 그 명성 높은 백서연 사건을 재현하러 온 건가?

    비꼼이 가득한 목소리였다. 그러나 김수현은 화내기는커녕 오히려 실소를 터뜨렸다. 그러더니 탁자를 톡톡 두드리며 응수했다.

    못해줄 것도 없지. 그래도 백서연은 꽤 버텼는데 말이야. 너는 어느 정도 버텨줄지 기대되는데? 그래도 명색이 한 클랜의 로드인데, 한 사나흘은 버텨야 하지 않겠어? 하하하.

    누, 누가 무서워할 줄 알고…….

    그러고 보니 속담에 이런 말이 있지. 도둑이 제 발 저리다. 그리고 그렇게 덜덜 떠는 목소리로 말해 봤자 별로 설득력 있게 들리지는 않는다고.

    누가!

    벌컥 고함을 치려던 신혁은 돌연 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한껏 조롱 섞인 목소리로 비아냥거리던 김수현이 품에 손을 넣어 무언가를 꺼냈기 때문이다.

    갑자기 까닭 없는 절망감이 엄습했다. 속으로 올 게 왔구나, 정말 하면 어떡하나, 걱정하던 신혁은 이내 창 너머로 김수현이 놓은 구슬을 보며 의아한 기분을 느꼈다. 조막만 한 크기에 파란빛을 띠는 구슬은 바로 진실의 수정이었다.

    이건… 진실의 수정?

    오. 역시나 잘 알고 있구나. 호호……. 아.

    …모를 리가 없지. 그런데 이건 갑자기 왜 꺼내놓은 거지?

    흐흠. 이래봬도 나름 신사적이라 처음부터 강압적으로 나가지는 않아. 그러니까, 기회를 주는 거라고나 할까?

    마치 살살 달래는 듯한 부드러운 저음의 목소리. 그러나 그 안에는 숨길 수 없는 날카로움이 깃들어 있었다. 신혁의 목울대가 꿀꺽 움직였다. 그럼에도 목이 바짝바짝 타오르는 탓에 신혁은 한동안 진실의 수정을 물끄러미 바라만 보아야 했다.

    김수현. 나한테 뭘 원하는 거냐.

    뭘 원하냐고? 진실. 네가 알고 있는 모든 진실. 그렇게 자신 있으면 손을 얹어. 그리고 증명해 봐.

    큭! 상황은, 상황은 들어서 알고 있어! 그럼 이 정도면 충분하잖아! 도대체 어디까지 가려는 거야! 이… 피도 눈물도 없는 놈!

    아니, 왜 이렇게 혓바닥이 길까? 입 다물고, 그냥 좋게 말할 때 손 얹지 그래. 지금 네가 이러는 건 네 행동을 결국 시인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거부…….

    거부해 봐. 한번.

    신혁은 몸을 벌떡 일으키며 외쳤다. 아니, 외치려고 했다.

    그러나 김수현이 곧바로 말을 끊은 탓에 입을 멍하니 벌린 채 멈추고 말았다. 목구멍에 맴도는 말은 미처 꺼내지도 못한 채.

    김수현은 태연히 입을 열었다.

    미리 말하는데, 네가 진실의 수정에 손을 얹든 얹지 않든 결과는 똑같아. 이미 중앙 관리 기구로부터 추궁 권한은 부여받았고, 너를 인계받으면 끝나는 일이니까. 사실 나는 네가 계속 부인하는 게 더 좋거든. 괜히 머리 아프게 질문할 필요도 없지, 진실의 수정도 아낄 수 있지, 그리고 무엇보다 정신 오염보다 확실한 방법도 없으니까. 그리고 하나 더 말해 주자면.

    김수현은 잠시 뜸을 들였다가 이내 두 눈을 크게 뜨며 말을 이었다.

    이 자리에서 약속하지. 거부한 순간을 기점으로 너는 죽는 날까지 절대 편하게 지내지 못할 거야. 무엇을 상상하든 간에 그 이상을 보여줄 생각이니까. 이건 정말로 기대해도 좋다.

    그 말이 끝난 순간, 신혁의 눈동자가 눈에 보일 정도로 흔들렸다. 자기도 모르게 입을 부르르 떨고 말았다. 부드러운 호선을 그리는 입꼬리를 확인했을 때, 온몸에 오소소 소름이 끼친 것이다.

    신혁은 아무 말도 못했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김수현의 말이 허세가 아니라는 사실을, 그리고 자신에게는 어떤 선택지도 없다는 사실을 느꼈기 때문에.

    이놈은 정말로 내가 거부하는 걸 원하고 있다. 아니, 어떻게 되어도 상관이 없다. 결국 도달하는 방법의 차이뿐, 결론은 똑같다.

    그렇게 생각한 신혁은 이내 아래서 올라오는 싸늘한 눈초리와 마주하자 반사적으로 도로 주저앉고 말았다.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그러나 김수현은 이렇게 한없이 흘러가는 침묵이 싫었는지 불쑥 입을 열었다.

    더 말을 나누는 건 시간 낭비겠지. 신혁? 마지막 기회다. 3초 안에 진실의 수정에 손을 얹어라. 만약 얹지 않으면 거부 의사로 간주하고 너를 인계받겠어. 그럼 하나.

    자, 잠시만! 김수현, 잠시만! 아니, 머셔너리 로드!

    둘.

    얹을게! 얹는다고! 그전에 하나만, 부탁이니까 하나만 대답해 줘!

    신혁은 비굴해 보일 정도로 간청하며 재빠르게 손을 얹었다. 막 셋을 세려던 김수현의 목소리가 멈추었다. 그리고 곧 입맛을 다시는 게, 결국 진실의 수정에 손을 얹은 걸 상당히 아쉬워하는 모습이었다. 그 반응을 확인한 신혁은 등에 식은땀이 흐르는 걸 느꼈다.

    흠. 부탁이라. 하기야, 죽은 사람 염원도 들어준다는데. 그래, 어떤 게 궁금하지?

    누가, 누가 그랬는지만 알려줘. 회의 내용을 녹화하고, 너한테 알려준 사용자가 누구인지만 알려줘.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최소한 누가 그랬는지는 알고 싶다.

    음? 아아. 흐음. 글쎄. 개인적으로 비밀 엄수를 부탁받아서.

    어차피 이제 모두 끝났으니까 상관없잖아! 누구지? 박태진? 아니, 백두산인가? 아니면 박환희?

    김수현의 얼굴은 미묘했다. 알 듯 말 듯한 미소를 짓고 있는 게, 마치 말해 줄까 말까 고민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러나 박환희라는 이름이 나온 순간, 매끈한 미간이 살며시 좁혀졌다.

    박환희? 걔는 누구……. 아. 아아! 맞다. 그러고 보니 사용자 아카데미에서 만난 적이 있었지. 그런데 걔 이름은 갑자기 왜……. 박환희가 코란 연합이었나? 아무튼 걔는 아니야.

    이번에는 신혁의 얼굴이 일그러질 차례였다. 거의 혼잣말에 가깝기는 했으나, 흡사 박환희를 모르고 있었다는 뉘앙스를 풍겼기 때문이다. 또한 얼마 전 박환희가 머셔너리 로드를 만났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 만큼 신혁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반응이었다.

    그게… 무슨 말이지? 너는 박환희를 모른다는 소린가?

    아니, 아니. 잠깐 기억하지 못했을 뿐, 누군지는 알아. 사용자 아카데미에서 교관 대 병아리로 만난 적이 있거든. 그때 약간 안면을 익혔지. 그리고 2년 전 전쟁이 끝나고 나서 조금 도와준 적도 있고. 우리 클랜에 그놈이랑 동기가 있었거든. 아무튼 그러고 연락이 끊겼는데, 설마 코란 연합에 있을 줄은 몰랐네. 그런데 그건 왜 물어보는 거지?

    오히려 의아해하며 되물어보는 김수현을 신혁은 멀거니 바라만 보았다. 그러면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확실히 자신이 알고 있는 바와 비슷한 이야기였으나, 연락이 끊겼다는 말은 금시초문이었다.

    ‘잠깐. 그러고 보니… 박환희는 스파이가 아니잖아. 그러면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박환희가 스파이가 아니라는 사실은 진실의 수정으로 입증됐다. 그리고 박환희는 그때 머셔너리 로드를 만났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 머셔너리 로드는 박환희를 거의 잊고 있었다는 말을 꺼냈다.

    이마에 어지러움이 핑 돌았다. 신혁은 지끈지끈한 머리를 부여잡았다가 세차게 털며 외쳤다.

    너는 어디까지 나를 농락해야 만족하려는 거냐! 얼마 전에 코란에서 박환희를 만나지 않았나!

    응? 농락이라니? 이건 사실…….

    시치미 떼지 마라! 다 알고 있으니까! 밤의 거리, 창관에서! 박환희와 밀담을 나누지 않았나! 그리고…….

    아니, 잠시만. 잠시만. 그게 무슨 헛소리야? 나는 그 이후로 박환희를 만난 적도 없다고. 그리고 창관에는 간 적도 없어. 다른 사람이랑 헷갈린 거 아니야?

    신혁의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거짓말하지 마! 아니, 잠깐만. 아, 아닌데? 그럴 리가 없는데? 뭐, 뭐지?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나 참. 이해가 안 가네.

    그러다 불현듯 무언가를 떠올린 듯 신혁은 떨떠름히 말을 더듬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미친놈처럼 악을 쓰며 소리치기 시작한다.

    밀폐된 공간인 탓에 소음이 웅웅 울려 김수현은 살며시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네가 왜 그러는지 전혀 모르겠다는 얼굴로 손을 내밀어 먼저 얹은 손을 치운 후, 자신의 손을 얹었다. 그리고 잠시 후, 진실의 수정에서 환한 빛과 함께 자그마한 불빛이 피어올랐다.

    뭐, 뭘 하려는 거야?

    귀 씻고 잘 들어라. 나는 최근 2년간 박환희라는 사용자를 만난 적이 없다. 나는 박환희와 어떠한 수단으로 연락도 한 적 없다. 나는 근래 네가 말하는 창관에 간 적도 없으며, 창관에서 박환희를 만나지도 않았다.

    …헉!

    어때. 이 정도면 내 말이 사실이라는 게 입증됐겠지?

    신혁은 반사적으로 진실의 수정을 살폈다. 그리고 불빛의 색이 그대로임을 확인한 순간, 괴상한 신음을 내었다. 그와 동시에 왼쪽 머리에 둔중한 충격이 느껴졌다. 갑작스레 온몸에 힘이 빠져 몸을 한쪽으로 고꾸라트린 것이다.

    어이! 신혁? 어이!

    자, 잠깐! 입, 입 닥쳐!

    뭐라고?

    제발! 잠깐만이라도 좋으니까! 아니, 그러니까! 입, 아니! 제발, 제발!

    자신도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는 횡설수설. 그러나 도로 허겁지겁 일어난 신혁은 둥근 구멍으로 손을 넣어 빼앗듯 진실의 수정을 가져왔다. 그리고 아무 말이나 지껄여보자 불빛이 변했다가 도로 원래 색깔을 되찾는 모습을 수없이 볼 수 있었다. 즉, 모조품이 아닌 진품이라는 소리였다.

    이건 무슨…….

    신혁의 안색이 삽시간에 빛을 잃었다.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지금만큼은 그 어떤 생각도 나지 않았다.

    오직 하나.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걸까? 이 하나의 물음만이 남아 신혁의 온몸을 바늘처럼 찌르는 중이었다.

    끼익!

    클랜 로드. 잠시…….

    그때였다. 앞에서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와 김수현이 몸을 일으키는 소리, 그리고 잠시 나갔다 올 테니 그동안 머리나 식히고 있으라는 소리가 연속으로 흘러들었다.

    하지만 지금 신혁에게는 조금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두 개의 기억, 그리고 두 개의 진실의 수정에서 생겨난 괴리감이 신혁의 전신을 사정없이 몰아치고 있었다.

    이내 탕 소리와 함께 문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홀로 남은 신혁은 있는 힘껏 숨을 들이켰고, 힘차게 숨을 내뿜었다. 그런 비상식적인 호흡을 열 번을 넘게 하자 잠시 놓쳤던 정신 줄을 힘겹게나마 잡을 수 있었다.

    신혁은 그때 박환희와 머셔너리 로드가 만나는 현장을 직접적으로 보지는 못했다. 그냥 그럴 것으로 생각했고, 그건 박환희도 인정했다. 그러나 지금 머셔너리 로드는 박환희를 만난 적이 없다고 한다.

    신혁은 진실의 수정을 으스러질 듯이 움켰다. 그리고 지그시 눈을 감고 필사적으로 생각을 정리했다.

    이윽고 그때의 상황이 신혁의 머릿속에 하나하나 회상되기 시작했다.

    …마, 만났습니다. 예. 그건 인정합니다.

    첫 기억을 떠올린 찰나, 신혁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이때 박환희는 진실의 수정을 사용하기 전이었다. 말인즉슨, 거짓말을 했다는 소리였다.

    그렇다면 왜? 왜 거짓말을 했을까?

    차오르는 의문을 뒤로한 채, 신혁은 최대한 침착함을 찾으려 안간힘을 썼다. 그리고 박환희가 머셔너리 로드를 만나지 않았다는 가정에 따라 회상을 지속했다. 여기서부터는 진실의 수정을 사용했다.

    사, 사용자 박환희는… 이,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래. 누군가와 확실히 이야기는 했다. 하지만 누구와 이야기했는지, 주체가 없다.

    아닙니다! 저는 창관에서 형님의 계획을 실토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오늘은 물론이거니와, 예전에도 머셔너리 로드에게 계획을 실토한 적이 없습니다! 억울합니다!

    신혁의 계획을 실토하지 않았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서 실토하지 않을 수도 있다. 상대가 이미 신혁의 계획을 알고 있는 상태였다면 굳이 말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더구나 계획 한정이라는 조건이 있으니 얼마든지 다른 이야기를 했을 수도 있는 노릇이다. 그러니까 중요한 건 머셔너리 로드가 아닌 누군가와 말이다.

    ‘잠깐만. 내 계획을 알고 있던 상대라면? 설마 그때 회의에 참가했던……?’

    그리고 마지막으로.

    형님! 저는 머셔너리 클랜의 스파이가 아닙니다. 머셔너리 클랜에서 스파이 지령을 받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또한 머셔너리 로드에게 계획을 실토한 적도 없거니와, 단순히 부탁을 들어주기 위함이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이 부분이었다. 박환희는 연합의 스파이가 아니다. 그러면 왜 머셔너리 로드를 만났다고 거짓말을 했을까?

    그리고 부탁을 들어주기 위함이었다, 이것도 애매하다. 말이 미묘하게 연결되지 않는다. 그때는 머셔너리 로드와 만났다는 생각에 이야기를 진행했는데, 지금 보면 누굴 만나 부탁을 받았는지 정확히 말을 하지 않았다. 즉, 이것 또한 주체가 없는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신혁은 거의 울먹이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박환희가 거짓말을 한 이유도 모르겠고, 그때 누구와 만났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그때 박환희가 만난 사용자가 범인일지도 모른다. 아니, 아닌가? 그냥 위장이었나?

    끼익.

    그때였다. 여러 생각이 왔다 갔다 하던 와중, 조용히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신혁은 지금껏 꾹 쥐고 있던 진실의 수정이 산산이 바스러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본능에 따라 생각을 멈추고 문을 응시했다. 그러자 잠시 나갔다 온다던 김수현이 다시 면회실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신혁은 그런 김수현을 뚫어지라 주시했다.

    모든 해답은 저 사내에게 있었으니까.

    * * *

    다시 면회실에 들어와 앉았을 때, 신혁의 얼굴은 정말 가관이었다. 처음 허세를 부리던 모습도, 이어서 미친놈처럼 꽥꽥 소리를 지르던 모습도 온데간데없다. 입을 딱 다문 채 오직 이글이글 불타오르는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웃음이 터지려는 걸 간신히 참으며 품속으로 손을 넣었다.

    개인적으로 신혁 같은 사용자는 무척 좋아하는 편이다. 자기가 똑똑하다고 생각하지만, 똑똑하지 않다. 스스로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만, 특별하기는커녕 자신이 만들어낸 세상에 사는 편협한 사용자에 불과하다.

    그런 만큼 뜻대로 다루는 게 쉽다. 몇 가지 그럴듯한 먹이만 던져주면 자기 멋대로 해석해 그걸 진실이라고 단정해 버리기 때문이다.

    어찌 됐든 생각할 시간은 충분히 주었다. 물론 진실의 수정 사용 시간이 다할 시간이기도 했다.

    아무튼 워낙 생각이 많은 놈이니만큼 지금쯤 머릿속이 복잡하다 못해 미치기 일보직전일 터. 그렇다면 이제는 그 모든 걸 하나로 묶어줄 먹이만 보여주면 된다.

    어때. 머리는 좀 식혔나?

    …누구냐.

    뭐, 이제는 알려줘도 상관없겠지.

    …….

    나는 머리를 갸웃해 보인 후, 어쩔 수 없다는 투로 입을 열었다. 그리고 품에서 녹화용 수정구를 꺼내 들자 신혁의 따가운 시선이 꽂혔다. 또 수정구냐는 눈초리였다.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천연덕스레 말을 이었다.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낫거든. 특히 너같이 의심 많은 놈은 말이다.

    나는 창 중앙 아래 트인 둥그런 구멍 안으로 수정구를 굴려주었다. 신혁은 생각보다 차분히 수정구를 받았다. 이내 조용히 손을 얹자 곧 말간 빛이 흐르며 영상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영상의 시작은 조승우가 오른쪽 머릿결을 쓸어 넘기는 부분부터였다.

    ―그렇군요.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아까 조금 무례했던 언행은 진심으로 사과합니다. 사실 처음 말을 들었을 때 너무 화가 난지라…….

    ―아아. 아닙니다. 상황은 충분히 인지했습니다. 아까 수 로드께서 말씀하셨던 대로 잘못은 오롯이 남벌 로드에게 있으니까요. 더구나 이렇게까지 코란 연합의 긍지와 배포를 보여 주셨는데……. 이 정도면 우리 클랜 로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실 겁니다. 아까 말씀대로 남벌을 제외한 연합에는 최대한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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