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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한 스푼
달빛 한 스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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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한 스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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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is ebook

컴퓨터에서 오래도록 잠자고 있던 작품들이 꺼내 달라고 아우성치는 소리에 용기를 냈다.
비록 별스럽지 않은 일상의 얘기들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타산지석이 될 것이라 믿고 3집을 펴낸 지 10년이 넘는 동안 쌓인 작품들을 모아 정리했다.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IT 혁명이 일어난 후로 끊임없이 진화하며 발전한 오늘이지만, 책 읽는 사람들은 줄어들었고 갈수록 전자책을 선호하고 있다.

지금은 종이책이 뒷걸음질치고 있다.
그렇다 해도 문학정신은 파멸시킬 수 없다.
그럴수록 더 예리하게 갈고 닦아야 한다.
작가의 길이 힘들어도 고집스러운 정신 하나로 버텨낸다.
어렵고 힘들 때는 다 걷어치우고 싶은 생각이 들다가도 보람을 느끼는 때가 더 많아 마음을 다잡는다.

늘 공부하는 자세로 쓴 작품 중에서 49편을 선별하여 네 번째 수필집 『달빛 한 스푼』을 독자 제위께 내어놓는다.

Language한국어
Publisher문학관
Release dateApr 21, 2022
ISBN9788970776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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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빛 한 스푼 - 이 영숙

    채홍 이영숙

    1949년 충남 홍성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성장했다.

    1999년 안양대학교 사회교육원 문예창작과 이수한 후,

    2002년 『현대수필』 여름호 「사추기思秋期」로 문단 데뷔했다.

    2004년 첫 수필집 『행복의 바이러스』를 내며 본격적으로 작품활동, 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대표작으로 「능소화」가 있다.

    2006년에는 두 번째 수필집 『바람이 다니던 길』을,

    2011년 세 번째 수필집 『희망 리포트』를 출간했다.

    수상으로는 2011년 한국불교문인협회 수필부문 「어머니 가신 나라」로 작가상, 2011년 현대불교 신문 봉축특집, 수필 작가상을 수상했다.

    현대 한국문인현회 회원, 한국불교문인협회 이사, 안양문인협회 자문위원, 현대수필문인회, 안양여성문인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고, 월간 「나라 사랑」 신문 <생각 나누기>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e-mail : lys51@hanmail.net

    | 머리말 |

    컴퓨터에서 오래도록 잠자고 있던 작품들이

    꺼내 달라고 아우성치는 소리에 용기를 냈다.

    비록 별스럽지 않은 일상의 얘기들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타산지석이 될 것이라 믿고

    3집을 펴낸 지 10년이 넘는 동안 쌓인

    작품들을 모아 정리했다.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IT 혁명이 일어난 후로

    끊임없이 진화하며 발전한 오늘이지만,

    책 읽는 사람들은 줄어들었고

    갈수록 전자책을 선호하고 있다.

    지금은 종이책이 뒷걸음질치고 있다.

    그렇다 해도 문학정신은 파멸시킬 수 없다.

    그럴수록 더 예리하게 갈고 닦아야 한다.

    작가의 길이 힘들어도 고집스러운 정신 하나로 버텨낸다.

    어렵고 힘들 때는 다 걷어치우고 싶은 생각이 들다가도

    보람을 느끼는 때가 더 많아 마음을 다잡는다.

    늘 공부하는 자세로 쓴 작품 중에서 49편을 선별하여

    네 번째 수필집 『달빛 한 스푼』을 독자 제위께 내어놓는다.

    2022년 3월

    동양옥東洋屋에서 

    채홍 이영숙

    | 차 례 |

    머리말

    1 녹색 꿈을 꾸는 호박

    행운목

    녹색 꿈을 꾸는 호박

    나팔꽃과 부모님

    분꽃은 야행성

    메타세쿼이아

    분홍 목화木花

    제라늄

    능소화

    2 맨드라미꽃과 어머니

    송화다식

    맨드라미꽃과 어머니

    토끼풀꽃

    햇순을 피워낸 햇무리

    아보카도와 지구온난화

    코로나바이러스 시대

    군포와 안양의 축제

    3 달빛 한 스푼

    관악산 나들이

    지금도 수필밭을 일구시는 선생님

    글을 쓰게 된 동기

    달빛 같은 문장, 별 같은 구절

    달빛 한 스푼

    백성을 깨우쳐주신 임금님

    ‘화요문학동인회’를 추억하다

    4 가을장마

    가을장마

    수그리족

    관악대로

    건망증과 상식

    둘레 사람들

    단일민족

    등화관제

    디지털 시대

    맨션아파트

    5 살다 보니

    원금 손실

    말과의 교감

    코로나바이러스와 묵언 수행

    물 타령

    살다 보니

    이 생각 저 생각

    지신밟기

    6 희망 나무, 네 그루

    해프닝

    탈수기

    가족 간의 호칭

    며느리와 냉장고

    희망 나무, 네 그루

    삼림감수와 아버지

    작은 전설

    추억 속의 소꿉장난

    아버지께

    4인방 친구

    새 가족

    행운목

    화분에 옮겨 심은 지 5년도 채 되지 않은 행운목에서 꽃이 피었다. 그것도 쌍둥이처럼 가지런히 두 개의 나무에서 하얀 꽃이 피어서 저녁마다 향기를 뿜어낸다. 그리고 사람을 홀린다. 향은 베란다에서 거실로 스멀스멀 날아들어 온다. 도둑놈처럼 들어와서 거실을 돌아다닌다.

    며칠은 일부러 늦게 잠자리에 들곤 했다. 모양은 파꽃처럼 별스럽지 않으나 그 향은 향수 이상으로 진하다. 백합 향인 듯 아카시아 향인 듯, 하여간에 사람을 혼수상태에 빠지게 했다. 밤에 피는 꽃을 속된 말로 기생꽃이라 했다.

    조선 시대 기생은 그야말로 남에게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을 말하기보다 관청에서 여악과 의침에 있었다. 의녀로서 행세하여 약방기생 또는 침선 - 바느질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지만, 행사 때 노래와 춤을 맡아 했다. 사회계급으로는 천민에 속하지만, 시와 글에 능한 교양인으로 대접받는 등 특이한 존재였다.

    이런 기생꽃들은 밤에 움직이는 나방이나 박쥐들을 이용해 꽃가루받이하는 것으로 노란색이나 흰색이 많다. 주로 꽃의 색이 밝고 향기를 많이 내는 것이 특징이다. 현란한 꽃 색과 모양은 갖추었으되, 향이 없는 서양란처럼 그럴듯한 꽃도 많다.

    은은한 향을 뽑아내는 동양란처럼 그들만의 차별화가 확실하다. 사람 사는 세상도 외모에 치중하다 보면 속이 찬 사람을 잃는 경우가 있다. 꽃을 평가할 때 너무 외형적인 것에 치우치지 않는 것도 꽃을 아끼는 사람이 한 번쯤 생각해볼 일이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연세가 90이나 된 할머니가 스칠 적마다 향수가 은은히 풍긴다. 당연히 기분이 좋아진다. 으레 노인에게선 꾀지지한 냄새가 나거늘, 이 할머니는 워낙 부지런하여 샤워도 자주 하나 보다. 그래서 자꾸 말을 걸어 보게 된다. 생각도 젊은이 못지않게 긍정적이며 반듯하다. 보고 배울 것이 많은 노인이다.

    쌍둥이 행운목 화분을 멱살 잡아 끙끙대며 거실로 끌고 들어와 앉혔다. 밤인 줄 알고 꽃잎을 열어 이 주인을 매료시킨다. 핸드폰으로 꽃을 사진 찍어 친구들에게 보냈다. 향기를 찍을 수 없음이 매우 유감이다. 한 열흘을 그렇게 나를 홀리더니 마지막으로 꿀이 흘러내렸다. 밖에 있었으면 꿀벌들이 와서 죽자 살자 덤벼들었을 것이다. 행운목에 꽃이 피면 좋은 일이 일어난다고 했다.

    좋은 일이 따로 있으랴. 삼시 밥 잘 먹고 잠 잘 자면 이것이 행운이다. 나에게 딸린 직계 가족들이 다 무고하면 이것이 행복이고 다행이다.

    꽃이 지고 난 후 힘들었을 나무에게 다시 나만의 밑거름을 더 해주었다. 까칠한 산모의 얼굴처럼 푸석해 보인다. 그래서 양분을 채워 주어야 한다. 고마움의 표시고 나무에 대한 예의다.

    녹색 꿈을 꾸는 호박

    지난가을 시골 사는 먼 친척이 늙은 호박 한 덩이를 선물로 가져왔다. 작은 방에 그대로 있어서, 찹쌀가루 남겨둔 것이 생각나 죽을 쑤어볼 요량으로 몸통을 이리저리 굴려 살폈다. 겨울 동안 썩지는 않았을까 걱정이 되었다. 골이 진 곳에 허연 분이 퍼져있지만, 겉모양이나 빛깔로 보아 그대로인 것 같다. 하지만 배꼽 부분에서 손길이 멈췄다. 짓무른 듯이 상처가 만져졌다. 물엿 같은 물방울이 서너 군데 맺혀 있어 손톱으로 눌러보니 물컹한 느낌이 손끝에 와닿는다.

    행주질을 말끔히 하여 칼로 반을 쭉 갈라 보았다. 맛깔스러운 노란색과 단 냄새가 온 부엌에 은은하게 풍겼다. 거뭇한 곳에 생각보다 속 멍이 많이 번져 있다. 씨를 긁어내어 신문지에 펼쳐 널었다. 혹 다시 호박이 되어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기에. 순간 움직이던 손이 움찔했다. 많은 씨 중에 두 개가 허연색의 싹이 되어 머리를 오그리고 있다. 껑충한 키에 뿌리까지 길게 나 있다. 신생아를 받아내는 산파처럼 조신하게 싹을 꺼냈다.

    호박의 생명력에 경건하고 숙연한 마음이 든다. 어리디 어린싹은 손도 대지 못할 만치 가냘펐다. 호박이 속앓이하고 있을 때 배꼽을 통하여 바깥 공기가 왕래하고, 씨앗은 날숨을 쉬며 방안의 온기를 빌어 본능적으로 성장을 시도했나 보다.

    호박 속의 축축한 습기와 바늘구멍만 한 틈새로 넘나드는 바람을 흡입하며 허리조차 바로 펼 수 없는 공간에서도 힘을 다해 햇빛을 원했으리라. 소우주 속에서 몸을 일으켜 발돋움을 시도한 부단함이 보인다. 어두운 구석방에서 때를 알고 기지개를 켠 그 작은 섭리를 어찌 신비롭지 않다 할 수 있을까.

    별안간 부신 빛에 알몸이 된 어린싹은 살아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어린싹의 파란 꿈을 파헤친 나의 손이 미웠으리라.

    좀 늦은 감은 있으나 받아낸 다른 씨들을 넓은 화분에 살짝 묻어 주었다. 며칠 후 하얀 깍지의 모자를 쓴 떡잎들이 당당히 열 지어 올라왔다. 나의 게으른 배려를 골내지 않고 신명 나게 자라는 고것들이 당차 보인다.

    호박은 비교적 비옥한 땅이 아니더라도, 손이 자주 가지 않아도 잘 자란다. 아무렇게나 씨앗을 내다 버리다시피 해도 제 혼자 힘으로 자라는 걸 볼라치면, 나약한 사람이 본받을만한 교훈이 된다. 그래서 그런지 호박은 많은 문학작품 속에 등장하기도 한다. 호박 예찬이 나올 만하다.

    이런 자연계와 마찬가지로 우리네 삶도 평탄하지는 않은 법이어서 더러는 극한 상황에 놓일 때가 있다. 암흑 같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하다가도 다시 일어서곤 한다. 우리는 그처럼 무섭도록 아름다운 인내의 과정까지도 모두 다 진실한 삶의 모습으로 인정해야 한다.

    봄은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그저 마음속으로 느끼고 바라보는 것만으로 신비롭기만 하다. ‘어둠에 휩싸일수록 작은 빛을 찾아라’고 한 김대규 선생님의 시 한 구절이 스쳐 간다.

    나팔꽃과 부모님

    여름이 마루턱 위로 훌쩍 올라선다는 칠월이다. 1년의 절반이 후딱 지나가고 남은 절반이 시작되는 달이다.

    긴 플라스틱 화분에서 나팔꽃 모종이 어우러질 만큼 자라서 길게 뻗고 있다. 공중으로 머리를 들고 잘래잘래 흔들며 감길만한 곳을 찾고 있다. 덩굴들이 웃자라서 이리저리 땅으로 넘친다. 벽으로 기어오르려다 미끄러지곤 한다. 어린 팔들이 헛손질하길래 보다 못해 얼른 줄을 구해다 담벼락에 못을 치고 줄을 늘여 주었다. 햇고사리 같은 어린줄기들은 제 세상을 만난 듯이 도둑처럼 기어오르며 세상 구경을 시작한다. 좁은 잎들도 넓적 해져간다.

    한약방에선 나팔꽃을 견우화牽牛花라고도 부른다. 꽃잎이 진 자리에 속속들이 들어앉은 검정 씨앗들은 견우자牽牛子라 하며, 부종이나 이뇨제로 쓰이고 있다. 나팔꽃의 다른 이름이 있다는 것이 재미있다. 덩굴이 한번 뻗어 올라가기 시작하면 아침과 저녁이 다르게 우북하다. 정말 ‘소가 끌고 가는 마차처럼’ 쑥쑥 웃자라는 식물이다.

    나팔꽃은 날이 밝음과 동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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