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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의 뇌과학: 날마다 젊어지는 뇌의 비밀
건강의 뇌과학: 날마다 젊어지는 뇌의 비밀
건강의 뇌과학: 날마다 젊어지는 뇌의 비밀
Ebook416 pages3 hours

건강의 뇌과학: 날마다 젊어지는 뇌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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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is ebook

평생 건강을 위한 뇌과학적 지식의 기초와
이를 일상에서 쉽게 적용하게 하는
실용적인 팁이 조화된 책

누군가가 내게 다가와 몇 가지 간단한 실천만 하면 두뇌를 명석하게 만들고, 또한 그 상태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면? 그리고 실천 과제도 쉽고 부담스럽지 않고 재미있기까지 하다면? 더 나아가, 그 방법들 모두 과학적으로 ‘검증된’ 것이므로 일시적인 유행을 따라가느라 시간을 허비할 위험도 없다면? 더군다나 그렇게 정리해주는 사람이 세계 두뇌건강위원회의 특별 고문이면서, 노화와 관련된 주제에 관해서는 가장 대중적이고 실행 가능한 조언을 해온 전문가 중 한 명이라면?
이 책은 뇌과학 분야의 최신 연구를 기반으로, 나이 들수록 더 지혜롭고 행복하고 건강한 뇌 상태를 유지하는 비결을 담고 있다. 2020년까지 검증된 최신 연구 결과와 함께 사회학(인간관계) 및 일상의 흥미로운 이슈를 통합적으로 다루면서 나이에 상관없이 ‘행복한 인생 후반기’를 보내는 데 필요한 뇌 사용법을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제안한다.

Language한국어
Publisher현대지성
Release dateJul 12, 2022
ISBN9791139706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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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의 뇌과학 - 제임스 굿윈

    1장

    날마다 젊어지는 뇌

    1953년, 캠브리지 캐번디시 연구소 소속 과학자인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은 유전암호를 발견했다. 64개 염기쌍의 다양한 조합으로 만들어지는 유전암호는 놀랍게도 그 모양이 단순했다.

    그러나 DNA의 전체 알파벳, 즉 게놈Genome에 도달하기까지는 또 다른 반세기의 세월이 필요했다. 인간게놈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는 1990년에 시작되어 2000년에 완성되었고 총 10억 달러가 투입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30억 개의 유전암호와 2만 3천 개의 유전자로 우리 몸을 어떻게 지어갈 것인지에 관한 지침을 각자가 갖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제 우리는 그 지침의 수가 2만 3천 개를 훌쩍 넘어선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각각의 유전자는 생명의 근간을 이루는 단백질 수만 개에 대한 암호를 담고 있다.

    유전학이 복잡하다면 인간 두뇌를 떠올려보자. 간단하게 말해, 인간 두뇌는 과학적으로 가장 복잡한 기관이다. 대부분 신경과학자는 우리가 두뇌를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을 비웃는다. 시애틀에 있는 앨런 두뇌과학 연구소Allen Institute for Brain Science 대표인 크리스토프 코흐Christof Koch는 이렇게 인정했다. 우리는 벌레의 두뇌조차 이해하지 못합니다.¹) 그가 이 말을 할 때 생각했던 벌레는 예쁜꼬마선충Caenorhabditis elegans인데, 녀석의 두뇌는 302개의 세포와 7천 개의 연결로 이뤄져 있다. 이 수치는 860억 개의 세포와 각각 수천 개에 달하는 연결로 이뤄진 인간 두뇌와 비교할 때 초라하기 그지없다. 우리는 인간 두뇌세포의 전체 개수와 형태 그리고 그 기능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무엇을 모르는가보다, 어떤 것을 아는가이다. 2007년 ‘두뇌 훈련brain fitness’이라는 개념이 학계에 소개된 이후, 두뇌 과학에 관한 과학적 발견이 광범위한 규모로 이뤄졌다. 두뇌 훈련은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이라는 과학적 발견에 기반을 두었는데, 평생에 걸쳐 새롭게 나타나는 환경 변화에 대응하면서 두뇌에 새로운 연결을 만드는 능력을 의미한다. 두뇌의 가소성에 관해서는 이번 장 후반부에서 더욱 자세히 다룰 것이다.

    주요 연구 결과는 우리의 생활방식이 유전적 특성만큼이나 두뇌 건강에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가히 혁명적이다. 연구 결과는 두뇌 노화가 ‘생애 초반’부터 시작되며, 전반적인 노화 속도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똑같이 획기적인 또 다른 연구가 있는데, 이 연구는 우리가 이러한 변화에 제동을 걸 수 있고 정신적으로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예를 들어 (두뇌 건강을 염려하기에는 한참 이른 나이인) 20, 30대에 ‘특정 활동’을 한다면 40, 50대에 두뇌 건강을 개선할 수 있다고 밝힌다. 이처럼 변화의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생각은 2~30년 전만 해도 비웃음을 샀다. 그러나 새로운 연구는 더 나아가 두뇌 건강을 개선하기에 너무 늦은 나이란 없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어느 연령대에 있든, 자신을 더 똑똑한 사람으로 만들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는 셈이다.

    인간 두뇌와 그것이 할 수 있는 일에 관한 오늘날의 발견은 오랜 여정의 결과물이다. 약 5백 년 전에 벌어졌던 놀라운 사건을 통해 그 이야기를 시작해보고자 한다.

    인간 성격은 뇌가 좌우한다

    때는 1543년 여름. 조만간 신성로마제국 황제의 주치의로 임명될 안드레아스 베살리우스Andreas Vesalius의 머리는 복잡했다. 당시 베살리우스는 인체 해부에 관한 최초의 실증 도해서인 『인체 해부에 대하여De humini corporus fabrica』를 발표하면서 의도하지 않았지만 의학계를 혁신하게 되었다. 이 책은 명백하게 모순적인 두 가지 요소인 과학적 실증주의와 예술적 창조성을 하나로 묶었다. 이탈리아 화가 티치아노의 제자 얀 스테펜 반 칼카르Jan Stephen van Calcar가 삽화를 그리고, 베살리우스의 고된 연구가 기반이 된 이 책은 천재의 기념비적 작품이었다. 책에 삽입된 인체 그림은 예술가의 기발한 상상에 따른 것이 아니었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당시로는 놀랍게도 ‘시체 해부’에 기반을 둔 것이었다. 그때까지도 시체 해부는 교회와 국가 그리고 인체 해부를 금하는 그리스 전통을 따랐던 갈레노스 학파에 의해 금지되었다. 마치 운명의 장난이라도 되는 듯, 교황 레오 10세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해부 활동을 금지한 1514년에 베살리우스가 태어났다. 이는 결국 베살리우스의 신성한 작품으로 가는 문을 열어줬다. 베살리우스의 성공은 그의 재능 덕분만은 아니었다. 문화적인 변화와 유럽 학계의 진보 그리고 유럽 최고의 인쇄업자이자 목판 기술자 요하네스 오포리누스Johannes Oporinus가 활용했던 신기술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베살리우스 덕분에 인간 두뇌에 대한 정확한 해부가 그 자연적인 화려함과 더불어 세상에 공개되었다.

    하지만 두뇌가 실제로 무슨 기능을 하는가는 차원이 다른 질문이었다. 의사들은 가장 미묘하고 복잡한 두뇌의 아름다움에 비로소 접근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 기능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다.

    베살리우스의 위대한 작품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몇십 년이 지나지 않아, 불과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스트랫퍼드에서 셰익스피어는 『헨리 4세』 1부와 씨름하고 있었다. 그 희곡에서 네 명의 주인공은 인간 특성을 드러내는 ‘네 기질’을 상징했다. 아리스토텔레스와 히포크라테스로 대변되는 고대 그리스인들로부터 시작된, 이 호기심을 자극하는 생각은 인간의 몸이 네 가지 기질, 즉 우울질과 담즙질, 다혈질, 점액질로 구성된다는 잘못된 개념에 기반을 뒀다. 그들은 이러한 네 기질의 상호작용으로 나이와 성, 감정, 성격 차이까지 설명하고자 했다. 그 기질의 영향은 계절과 하루 시간대 그리고 평생에 걸쳐 바뀌었다. 열기는 행동을 자극하고 냉기는 행동을 억제한다. 그리고 젊은 전사의 담즙은 용기를 부여하는 반면, 점액질은 두려움을 자극한다. 젊은이는 뜨겁고 습하며 늙은이는 차갑고 건조하다. 남성은 여성보다 더 뜨겁고 건조하다. 이때 두뇌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고 했다면 비웃음만 살 뿐이었다.

    『헨리 4세』 1부에 등장하는 네 주인공에게 이 ‘기질’ 체계를 적용했을 정도로 셰익스피어가 보인 믿음은 강력했다. 심지어 셰익스피어는 『헨리 4세』 1부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지면 분량까지도 균등하게 배분했다. 폴스타프는 점액질, 할 왕자는 다혈질, 홋스퍼는 담즙질 그리고 왕은 우울질이었다. 사람들은 그 주인공들의 관계와 그 이면의 아이디어를 사랑했다. 1500년 동안 사람들과 사회, 과학 및 의학계의 관심을 사로잡아온 생각이었다. 버몬트에서 일어난 철도공사 사고로 쇠막대가 그 생각을 산산조각 내버렸던 1848년까지는 말이다.

    그 섬뜩한 사건은 과학이 인정하기 싫은 진실을 대면하게 한 역사적인 변곡점이었다. 1500년에 걸쳐 이어져 내려온 의학적 진실이 허구로 몰락하는 순간이었다. 그 사건은 인간 성격을 담당하는 것이 심장이나 영혼 혹은 기질이 아니라 뇌라는 사실을 말해주는 최초의 증거였다. 실제로 이러한 사건은 과학계에 큰 도움을 준다. 하버드 대학교의 토머스 쿤 교수는 1962년에 발표한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그러한 순간의 가치를 역설했다. 여기서 그는 보수적인 접근방식을 근간으로 하는 과학은 반대 견해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임계점을 넘어설 때 기존의 지위를 잃어버린다고 설명했다. 쿤은 이러한 현상을 ‘패러다임 변화’라고 불렀다. 피니어스 게이지 사례가 촉발한, 두뇌의 본질에 관한 생각의 혁신 역시 패러다임 변화로 인정받는다.

    1848년, 게이지를 치료했던 마틴 할로우 박사가 쓴 논문은 이 끔찍한 사례 연구를 의학계에 알리는 것 이상의 역할을 했다. 두뇌 기능에 대한 사회적인 이해 수준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출발점이 된 것이다. 오늘날에도 심리학 입문서 중 3분의 2 이상이 게이지 사례를 언급하고 있다. 그 중요성을 확인하듯 게이지의 두개골과 쇠막대는 하버드 의과대학에 영구 보존되어 있다.

    두뇌가 만들어지는 과정

    두뇌는 우리가 아는 한 세상에서 가장 복합한 조직이다. 최근 신경과학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성인 두뇌는 860억 개의 신경세포(뉴런)로 이뤄져 있으며, 각각의 뉴런은 1만 5천 개의 연결(시냅스)로 이어져 있다. 그리고 850억 개의 지지 세포(교세포)와 85만 킬로미터에 달하는 전송섬유 그리고 16만 킬로미터에 달하는 혈관을 통해 분당 750밀리리터의 혈류가 흐른다.

    우리 몸이 치러야 할 비용 관점에서 볼 때, 두뇌는 대단히 값비싼 기관이다. 무게는 체중의 2퍼센트에 불과하지만, 심장으로부터 나오는 전체 혈액 중 15퍼센트를 받아들인다. 걷기와 언어, 집단 생존에 필요한 사회적 교류가 가능할 정도의 두뇌를 갖춘 신생아를 출산하기 위해 여성의 골반은 최대 한계까지 벌어졌다. 그리고 산소 소비 관점에서 볼 때, 두뇌는 많은 것을 요구한다. 두뇌는 몸의 신진대사가 필요로 하는 산소 중 20~25퍼센트를 차지하며, 이는 하루에 500칼로리 정도에 해당한다(기본적인 기능을 발휘하기만 해도 그렇다). 왜 우리 두뇌는 이렇게 놀라운 수준으로 신진대사의 특권을 누리는가? 기본적인 생존 메커니즘(체온, 수분, 산성도, 혈압, 호르몬 분비, 자세, 균형, 움직임)뿐만 아니라, 고차원적 사고(계획 수립과 의사결정)와 사회적 관계 및 감정을 통제하는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본적인 차원에서, 두뇌는 염분 있는 물에 담긴 가방에 불과하다고도 볼 수 있다. 좀 더 정확하게는, 기껏해야 두께 5밀리미터에 불과한, 길고 접힌 관이 담긴 가방이다. 어떻게 그렇게 간단한 구조로 이루어진 두뇌가 우리 몸에서 가장 정교한 기관이 될 수 있는 걸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인간 태아의 두뇌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

    인간의 두뇌는 수정 후 약 21일 후에 단순한 관, 즉 신경관neural tube 형태로 자리 잡기 시작한다. 그 이후, 앞쪽에서 볼 때 신경관은 양쪽으로 크게 팽창한다. 이 팽창은 ‘대뇌반구’, 즉 두뇌를 이루는 두 개의 반구로 이어진다. 두 반구는 완전히 분리되지 않고, 넓은 조직다발인 뇌량을 통해 서로 의사소통을 한다. 이와 관련해서 여성의 두뇌는 남성 두뇌에 비해 이러한 ‘상호 의사소통’에 더 능하다는 증거가 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연구원들은 8~22세에 해당하는 남성 4백 명과 여성 5백 명의 두뇌를 촬영했는데, 13세 이후의 여성 두뇌에서 더 많은 (우뇌와 좌뇌 사이의) 연결이 이루어진 것을 확인했다. 이는 감정 처리를 활성화해서 사회적 교류를 더욱 원활하게 만드는 기능을 한다.

    다음으로 놀라운 전개가 시작된다. 수정 후 약 35일이 되면 신경관 전면이 위쪽과 뒤쪽으로 이동하면서 스스로 접혀 그 끝이 반구 뒤쪽에 도달한다. 바로 그 기간에 정교한 주름이 발생하면서 두뇌는 이랑gyri과 고랑sulci과 더불어 우리에게 익숙한 ‘호두’ 모양을 하게 된다. 두뇌에 주름이 발생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그것은 가능한 한 많은 두뇌 물질을 한정된 두개골 속에 집어넣기 위함이다. 주름진 두뇌 표면의 얇은 벽을 ‘피질cortex’이라고 하는데, 이 피질을 완전히 펼쳤을 때는 1.5~2평방미터 넓이가 된다. 이는 신문지 두 쪽에 해당하는 넓이다. 오직 이러한 방식으로 860억 개 뉴런이 1.4킬로그램의 두뇌 안에 공존할 수 있다. 여기서 두뇌 크기는 성인들 사이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으며, 또한 일반적으로 여성의 두뇌가 남성보다는 작다. 남성들이 우쭐해하기 전에 두뇌 크기는 지능과 별로 상관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언급해야겠다. 2012년 미시건 대학교 니처드 니스벳 교수는 관련 증거를 검토하여 남성과 여성의 전반적인 지능 사이에는 뚜렷한 차이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40년 전 아서 젠슨의 발견을 한 번 더 확인한 셈이다.

    두뇌 발달은 제한된 시간 안에 이뤄져야 하는 중대한 과제다. 임신 과정 전반에 걸쳐 분당 약 25만 개의 뉴런이 생성된다. 이 뉴런은 대단히 촘촘하게 들어차 있고, 또한 DNA를 담고 있는 세포핵은 어두운 빛을 띠고 있어서 두뇌 피질은 전반적으로 회색으로 보인다(흔히 말하는 ‘회색질’). 성숙한 두뇌는 대단히 정교하며, 두 살배기 두뇌는 성인의 80퍼센트 크기에 불과하다. 두뇌 성장은 약 25세까지 계속된다. 새롭게 생성된 뉴런은 이미 정해진 영역으로 이동하고, 그 영역에서 특화된 세포로 분화된다. 그리고 [그림 1.1]에서처럼 결국에는 다양한 구조를 형성한다.

    두뇌를 유지하는 문제는 정말 중요하기에 뉴런 중 적어도 50퍼센트(대단히 활동적이고 복잡한 피질은 그 비중이 훨씬 더 높다)는 ‘교세포’라고 하는 지지 세포로 구성되며, 이들은 실질적으로 기능하는 뉴런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교세포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그중 희소돌기아교세포oligodendrocyte는 두뇌의 배선(백질)을 절연하는 기능을 한다. 지방을 함유하고 있어 그렇게 불리는 백질은 수많은 섬유를 통해 860억 개의 모든 세포를 서로 연결하며, 이를 일컬어 두뇌의 커넥톰connectome이라고 한다. 두 반구는 뇌량의 횡단섬유로 연결되어 있다. 또한, 연합섬유association fiber는 반구 내 다양한 영역을 연결하며, 투사섬유projection fibres는 이들 영역을 척수로 연결하는 역할을 맡는다.

    뇌량의 위, 아래에는 다양한 조직이 자리 잡고 있으며, 이들은 하나로 뭉쳐서 강력한 원시적 시스템인 변연계limbic system를 형성한다. 심리학에서 ‘감정적 두뇌’라고 부르는 변연계는 가장자리를 뜻하는 라틴어, ‘림버스limbus’에서 왔는데, 이 강력한 시스템은 해마와 같은 ‘사고하는’ 피질과 더불어 시상하부, 편도체, 시상과 같은 깊고 원초적인 조직을 포함한다. 변연계의 구조는 [그림 1.2]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시상하부는 중요한 통제 센터로서 호르몬과 성적 행동, 혈압, 체온, 배고픔과 갈증을 관장한다. 그리고 편도체는 우리 몸의 강력한 ‘분노 기계’로서 화와 두려움, 걱정, 스트레스를 담당한다. 다음으로 시상은 두뇌로 유입되는 모든 감각 정보, 가령 시각 이미지와 촉각(통증을 포함하여), 온도 등을 처리한다. 또한, 시상은 우리 몸속과 주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말해주고, 그 모든 정보에 반응한다. 게다가 각성과 경계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

    변연계가 ‘감정-반응 두뇌’라고 불리는 데는 이러한 이유가 있다. 변연계에게는 중대한 목표가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생존과 자기보호다. 두뇌로 들어오고 나가는 양방향 고속도로에 의해 몸의 나머지 부분과 연결되어 있는 변연계는 강력한 반응을 촉발해 몸 전체로 전달한다. 우리는 때로 자신의 행동을 설명하지 못한다. 혹은 이해하지도 못한다. 그리고 어떤 행동은 통제하기가 대단히 힘들다. 붉게 피어오르는 분노와 두려움을 느끼고 달아나려는 충동 그리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혹은 즐기려는 충동…. 이 모든 원초적인 충동은 바로 ‘감정적 두뇌’의 고삐 풀린 활동에서 비롯된다.

    변연계는 전두엽에 저장되어 있는 학습된(혹은 본능적인!) 사회적 가치의 지배와 통제를 받는다. 하지만 과음을 하면 전두엽은 일시적으로 통제력을 잃고, 공격이나 분노, 화, 욕망 분출과 같은 고삐 풀린 변연계 활동이 시작된다. 뇌 절제술로 전두엽 기능이 영구히 상실되면(영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에서 잭 니콜슨이 간호사 래치드에게 겪을 운명처럼), 계획을 세우는 능력이 사라지면서 평안이 찾아온다.

    두뇌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최근에 떠오르는 변화 하나를 들자면, 기능의 ‘국소화localization’ 개념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개념은 1878년 존 헐링스 잭슨John Hughlings Jackson(왕립협회회원이자 런던병원 의사였다)이 처음 주장한 것으로, 두뇌의 특정 부분이 운동이나 시각 같은 단일 기능을 담당한다는 생각이다. 이 개념은 독일 과학자이자 생체해부를 지지했던 프리드리히 골츠와 데이비드 페리어가 1881년에 격렬한 논쟁을 벌인 끝에 의학계의 정설로 자리 잡았다.

    이 싸움에서 골츠는 패했다. 하지만 두뇌의 다양한 영역이 온전히 통합적인 방식으로 기능한다는 사실이 점차 분명해지면서, 현대 신경과학은 골츠의 주장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 예를 들어, 시각 피질에서 시상으로의 정보 이동이 놀랍게도 그 역방향보다 훨씬 더 활발하게 일어난다. 시상의 전달 기능을 감안할 때 후자가 더 활발할 것이라고 쉽게 떠올릴 수 있음에도 말이다. 시각 피질이 눈에서 유입되는 메시지를 받아들일 때, 시상을 통해 해마로부터 접근 가능한 기존 이미지(우리의 ‘세계관’)를 기준으로 계속해서 검토함으로써 감각이 우리에게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함을 의미한다. 이처럼 복잡한 기능을 수행하려면 복잡하고 상호 연결된 시스템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신경관에서 주름이 형성되지 않은 나머지 부분은 두뇌와 몸을 연결하는 관, 즉 척수가 된다. 척수는 두뇌에서 기능적으로 가장 발달된 부분이며, 삶을 지탱해주는 메시지(대부분 무의식적이다)를 주고받는 일종의 고속도로다. 몸에서 발생하는 모든 정보는 거의 예외 없이 척수와 뇌신경을 통해 그리고 주로 시상을 거쳐 두뇌로 전달된다. 여기서 시상은 피질 하부에 자리 잡은 대단히 강력한 배전반으로 기능한다. 그리고 이와는 반대로, 두뇌 역시 신체에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처럼 중요한 상호 통제 경로가 없다면, 정상적인 일상생활은 불가능해질 정도다.

    인간 두뇌의 길고도 복잡한 성장 과정은 우리를 예외적인 종으로 만든다. 다른 영장류에게도 적용되는 진화의 법칙에서도 인간은 예외다. 가령 피질에서 전두엽이 차지하는 비중은 인간(29퍼센트)이 침팬지(17퍼센트)나 붉은털 원숭이(11.5퍼센트)보다 훨씬 높다. 물론 인간의 수준 높은 사고 및 인지 기술은 그저 큰 ‘전전두엽’ 때문만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두뇌 크기가 아니라 피질이 조직된 방식이다. 인간 두뇌 속 뉴런은 대단히 복잡한 연결 형태를 이루고 있으며, 과학자들은 이를 일컬어 ‘수상돌기분지dendritic arborization’라고 부른다(라틴어에서 비롯된 이 용어는 ‘나뭇가지와 비슷한 패턴’이란 뜻이다). 그리고 인간 두뇌는 회색질을 기준으로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거대한 백질을 포함하고 있다. 우리는 모든 생물종 중에서 가장 강력하게 연결된 두뇌를 갖고 있다. 이는 특히 여성의 두뇌에서 두드러지며, 앞서 잠깐 언급했듯 여성의 두뇌는 좌뇌와 우뇌가 남성보다 더 강력하게 연결되어 있다.

    인류가 최고 영장류가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거의 모든 측면에서 지구상 다른 모든 동물 종은 환경에 적응함으로써 생존해왔던 반면, 인간은 적응을 넘어 환경을 변화시키면서 생존해왔다. 인간은 거대한 두뇌를 기반으로 냉혹한 사회적 집단 속에서 협력하고, 원초적이고 감정적인 행동을 냉철한 논리로 통제함으로써 자연 세상을 지배하고 스스로 먹이사슬의 맨 꼭대기로 올라섰다.

    한 시간에 2천 번의 결정을 내리는 뇌

    건강에 관한 우리의 생각은 지난 50년 동안 크게 달라졌다. 우리는 더 이상 건강을 ‘질병이 없는 상태’ 정도로 생각하지 않는다. 이제는 주변의 변화하는 물리적, 정서적, 사회적 압력에 대처하는 능력, 즉 변화에 적응하고 관리하는 능력을 효과적으로 발휘하는 상태로 이해한다. 두뇌 건강에 관한 의견에서 이러한 생각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다. 두뇌가 엄청나게 복잡한 조직임을 감안할 때 두뇌 건강 유지는 너무나 힘든 과제처럼 보인다. 두뇌 건강은 본질적으로 두뇌의 세 가지 핵심 기능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것과 관련된다. 즉, 관리 기능(의사결정, 문제해결, 추론, 학습 및 기억), 활발한 교류(신경과학자들이 말하는 ‘사회 인지social cognition’) 그리고 감정적 균형 혹은 행복 누리기다.

    어떤 TV 채널을 시청하고, 아침에 어떤 커피를 마시고, 어제 저녁에 요리했는지 아니면 외식했는지, 강아지와 산책했는지 아니면 그냥 집에 있었는지 등은 모두 간단하고 일상적인 의사결정에 관한 질문이다. 그런데 예일 대학교 신경과학자들은 놀랍게도 두뇌가 이러한 3만 5천 가지 의사결정을 ‘매일’ 내린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하루에 약 7시간을 잔다면(의사결정을 내리지 않는 시간이다), 우리는 깨어 있는 한 시간에 약 2천 가지 혹은 2초에 한 번씩 뭔가를 결정하는 셈이다. 이처럼 많은 의사결정을 내리자면 놀라운 수준의 컴퓨팅 파워가 필요하다. 그리고 실제 우리 두뇌는 참으로 놀랍다. 두뇌는 1조 바이트에 달하는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메모리를 갖고 있으며, 초당 100조 회가 넘는 작업을 처리할 수 있다. 최고급 성능의 슈퍼컴퓨터만이 비슷하게 흉내 낼 수 있는 수준이다(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자세히 살펴보겠다).

    이러한 능력을 기반으로 우리는 문제를 해결하고, 추론하고, 학습한다. 그리고 이 능력은 경쟁자(포식자든, 사냥감이든, 동료 인간이든 간에)보다 더 뛰어나게 생각하고 움직여야 한다는 요구를 기반으로 진화했다. 오늘날 우리는 선조들이 직면했던 생존 요구에 똑같이 직면해 있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심한 압박을 받고 있다.

    이 책 전반에 걸쳐 나는 우리가 받는 여러 다양한 압박을 살펴보고, 이에 대처하기 위한 전략과 함께 두뇌 파워를 지속해서 유지하는 데 필요한 조언을 제시하려 한다. 예를 들어 이제 훈련을 통해 두뇌의 활동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밴더빌트 대학교 연구원들은 실험을 통해 학생들의 멀티태스킹 능력을 시험했다. 학생들은 두 가지 소리 중 하나에 반응하면서 화면에 두 얼굴 중 어떤 얼굴이 등장하는지 확인했다. 이러한 훈련을 2주간 실시한 후, 연구원들은 피실험자들이 하나의 작업을 수행하는 것만큼 빠른 속도로 두 작업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게 되었음을 확인했다. 우리 두뇌의 작업 능력은 이 정도로 우수하다.

    그렇다면 사회 인지social cognition는 어떤가? 사회 인지는 두뇌가 다른 사람과 사회적 상황에 관한 정보를 처리하고, 저장하고, 활용하는 방식을 말한다. 사회 인지는 인간을 다른 영장류와 구분해주는, 근본적인 경쟁력이다. 약 1만 년 전, 인간 두뇌는 생존 경쟁 속에서 다른 동료와 함께 일하기 위해 인지 네트워크를 개발했다.

    이런 면에서 여성은 남성에 비해 더 많은 경쟁력을 확보했다. 여성은 비언어적인 사회적 메시지를 보내고 받는 데 더 능숙하다. 여기에는 표정과 몸짓에서 감정을 읽어내는 능력이 포함된다. 20명의 여성 중 17명이 같은 연령대의 ‘평균적인’ 남성보다 사회적 신호를 더 정확하게 읽어낸다. 이러한 경쟁력은 특히 여성만 있는 집단 내에서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 여성은 남성의 메시지보다 다른 여성의 메시지를 더 잘 읽어낸다. 이러한 결과는 생물학적 진화에서 나타난 선택압selection pressure 차이로 설명할 수 있다. 사회적 고립이 두뇌의 기능 방식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관해서는 이후 장에서 다룰 것이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읽는 것과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다.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과제다. 그러한 통제력이 부족할 때, 성과는 떨어지고 사회적 관계는 허물어진다. 집단 사냥에서 한 명이 이탈할 때, 집단은 먹잇감을 놓친다. 그에 따라 집단의 생존은 위험에 처할 수 있다. 감정 통제가 힘든 구성원은 사회적, 상호적 관계를 망칠 위험이 있으며, 집단 결속을 저해할 수 있다. 이 문제에 대한 진화적 열쇠는 거대한 전두엽 피질을 개발해 ‘파충류 뇌’의 감정적 충동, 즉 화와 분노, 공격성을 제어하는 힘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즉, 감정이 행동을 지배하도록 내버려두지 않고, 그 감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때 우리는 정서적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

    이러한 정서적 균형 상태가 어떻게 그리고 왜 일어나는지 그리고 그러한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말해주는 연구가 속속들이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사이코바이오틱스psychobiotics라는 분야는 장 속 미생물 활동이 대단히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우리의 감정과 느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는 대단히 놀라운 발견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4장에서 자세히 살펴본다.

    뇌가 기억을 저장하는 방식

    오늘날 과학은 평생을 살아가는 동안 두뇌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준다. 우리는 신경심리학 테스트를 통해 인지 능력 혹은 ‘사고 기술’을 추적할 수 있다. 신경과학자들에 따르면, 인간은 이미 20대 중반부터 ‘공간’ 능력이 쇠퇴하기 시작한다. 기억과 사고 능력은 30대 초반부터 서서히 감퇴하기 시작하며, 정보 처리 속도는 30대 중반부터 더뎌진다. 이러한 변화는 초기에는 미미하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누적되고, ‘망각의 순간forgetting moment’이 시작되는 50세를 넘기면서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26~38세에 해당하는 비교적 젊은 성인을 대상으로 ‘노화 속도’를 측정한 연구에서, (이론적으로 추정된) 예상 속도보다 전반적으로 더 높은 생물학적 노화(다양한 건강 기준으로 확인된)를 보여준 이들은 더 높은 수준의 인지 감퇴 및 두뇌 노화를 보여줬다. 게다가 그들은 더 나이 들어 보였다! 다시 말해, 두뇌 노화 속도는 젊은 나이에서조차 폐와 심장, 간, 신장 및 면역 체계와 같은 다른 신체 시스템의 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확인함으로써 두뇌 건강도 가늠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뒤에서 상세히 살피겠다.

    우리는 기억을 유지하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기억은 신체 건강만큼 중요하다. 우리는 단기 기억을 활용해 지금 읽는 단어를 기억하고, 문장을 다 읽었을 때 그 전체 내용을 이해한다. 그리고 장기 기억은 성격과 삶의 근간을 형성한다. 하지만 기억이 지금까지 많은 오해를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인간 두뇌는 영상을 녹화하는 방식으로, 다시 말해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을 모조리 저장하도록 진화하지 않았다. 두뇌는 생존을 위해 필요한 것을 위주로 생각하고 계획하고 실행하도록 진화했다.

    또한, 기억은 정확하지 않다. 정확성과는 거리가 멀다. 우리 기억은 인류가 존재했던 2만 년 동안 충분히 잘 작동해서, 통제 기능을 충분히 잘 발휘한 것은 맞다. 하지만 우리 두뇌는 기술이 지배하는 오늘날 세상에 대처하도록 진화하지는 못했다. 기억이 어떻게 저장되는지 그리고 어떤 것을 기억하는지와 관련해서는 아무런 논리가 없다. 우리의 기억은 전반적으로 감정적인 기준, 즉 우리에게 보상을 주고, 우리가 중요시하는 것을 근간으로 구성된다.

    우리를 미치게 만드는 기억의 한 가지 특성에 대해 살펴보자. 얼굴을 보고 이름을 붙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흔히 말하는 ‘안면인식 장애face blindness’를 모두가 어느 정도는 경험한다. 일반적으로 젊을 때는 별로 걱정하지 않지만, 실제로 경험하면 크게 당황한다. 그러나 신경과학은 우리에게 다소 위안이 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가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기억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얼굴은 의미를 전하고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기억을 자극한다. 반면 이름은 그 자체만으로 우리에게 아무런 이야기도 들려주지 않는다. 게다가 단기 기억은 연습하지 않는 한 의미 없는 항목을 그냥 방치한다. 일반적으로 뚜렷하게 나타나는 망각을 우리가 ‘기억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증거로 받아들이지 말라는 것이다. 오히려 대중문화가 알려주는 것보다 우리는 훨씬 더 오래 정신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신경가소성이라고도 불리는 두뇌가소성이란 새로운 위협과 도전 과제에 대처하기 위해 구조적, 생리적 변화를 수행하는 두뇌의 특별한 능력을 말한다. 이 두뇌가소성 덕분에 우리는 경험을 통해 반응하고 적응할 수 있다. 두뇌가소성은 시냅스 변화 그리고 새로운 두뇌 세포의 성장을 통해 가능하다. 예전에는 아동기에서만 나타나는 특성으로 생각했지만, 20세기 후반에 이뤄진 많은 연구에서 두뇌는 성인기 전반에 걸쳐 변화한다(즉, ‘가소성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이에 대해 노먼 도이지Norman Doidge는 자신의 책, 『기적을 부르는 뇌The Brain that Changes Itself』에서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표현을 사용해서 설명했다. 이 말은 많은 사람이 삶의 오랜 기간에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유능하게 자신을 지킬 수 있으며, 심지어 지식을 습득하고 새로운 활동을 배우면서 젊은 사람보다 더 높은 성과를 올릴 수 있다는 뜻이다. 분명하게도 이는 야심차고 ‘더 똑똑한’ 동료들과의 경쟁을 두려워하는 모든 이들에게 좋은 소식이다.

    두뇌가소성의 존재를 잘 보여주는 가장 좋은 사례는 아마도 두뇌 절반을 제거하는 수술인 반구절제술hemispherectomy일 것이다. 이는 대단히 극단적인 형태의 수술로, 대안이 없을 때만(가령 두뇌 반쪽이 라스무센 뇌염에 감염되어 죽기 직전) 시행된다. 그런데 놀랍게도 우리 두뇌는 대단히 탄력적이고 유연해서 이처럼 극단적인 형태의 수술을 하고서도 인격이나 기억에서 중대한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러한 측면은 영향을 받지 않은 두뇌 영역에 보존되어 있으며, 그것이 가능한 것은 전적으로 신경가소성 덕분이다. 한쪽에만 위치한 특정한(가령 좌뇌의 언어 중추처럼) 두뇌 기능 또한, 시간이 흐르면서 반대쪽 반구가 기능을 맡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수술 후 지속해서 결함은 발견된다. 예를 들어 지속적인 간질을 통제하기 위해 반구절제술을 받은 58명의 아동에 관한 연구에서, ‘편측 마비hemiparesis’ 증상이 대부분은 반대쪽 팔(제거된 두뇌의 반대쪽에 있는 팔)에서 나타났다. 하지만 아이들은 모두 걸을 수 있었고 일부는 달리기도 했다. 이처럼 극단적인 형태의 수술에서 예상할 수 있는 여러 영향이 있었지만, 두뇌가소성(이 경우, 트라우마 이후에 변화하고 적응하는 능력) 덕분에 크게 축소되어 나타났다. 가소성은 두뇌에 내재된 특성이며, 두뇌 기능을 유지하는 핵심이다.

    두뇌 건강에서 유전자보다 더 중요한 것들

    우리는 어떻게 두뇌를 돌봐야 할까? 쉽지 않은 질문이다. 두뇌 건강에 관여하는 요인을 확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마도 종단적 연구(아이나 유아를 선발해서 그들의 삶을 추적하는 방식의 연구)일 것이다. 이러한 연구로 유전학, 후생유전학(기존 유전자가 작동하는 방식에 따른 변화) 그리고 환경의 상대적 영향도 밝혀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앞서 소개한 ‘단절된 마음’ 연구 결과는 성인기 지능의 50퍼센트는 어릴 적 IQ로 설명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그리고 나머지 50퍼센트 중에서 약 4분의 1(전체의 12.5퍼센트)은 유전자로 설명이 가능하다. 이 말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지능의 변화 요소 중 4분의 3은 생활방식에 따른 것임을 알게 한다. 이를 일컬어 ‘변화 가능한 위험 요소modifiable risk factor’라고 부른다. 이러한 요소들이 두뇌에 미치는 영향을 밝혀내는 데 충분한 증거를 수집하려면 갈 길이 멀다. 나는 이 책의 여러 장을 통해 운동과 수면, 섹스, 사회적 관계, 스트레스, 행복, 장내 미생물, 영양, 두뇌 활동 등 주요한 요소와의 관계를 살펴볼 예정이다. 두뇌 건강을 위한 가장 일반적인 원칙은 전반적인 건강을 보살피는 것이다. 특히 염증 수치를 장기적으로 낮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염증에 대해 사람들은 부상이나 감염에 대한 면역 시스템의 반응이라고 생각한다. 로마 시대의 저자 코르넬리우스 켈수스가 기원전 100년에 처음으로 언급했던 열과 통증을 동반한 붉음과 부풀어 오름rubor et tumor cum calore et dolore는 염증 질환의 대표적인 임상 진단이 되었다. 염증은 본질적으로 면역 시스템의 보호 반응이다. 또한, 염증은 만성적이다. 즉 당뇨병이나 비만, 동맥 질환처럼 스트레스와 지속적인 질환에 대한 낮은 수준의 장기적 반응이다. 일상적으로 우리 몸에서 진행되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증가하는, 미묘하면서도 눈에 띄지 않는 과정이다.

    우리 몸에서 전반적인 염증 수치는 매년 증가한다. 장기적인 질병이 없더라도, 분명히 건강해 보여도 조직 내 염증 수치는 면역 체계가 일상의 도전과제와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서서히 증가한다. 오늘날 과학은 ‘염증 생성자’, 즉 콜레스테롤과 CRP(C-반응성 단백C-reactive protein), 사이토카인cytokines, 피브리노겐fibrinogen 등 트라우마나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으로 혈액 속에 나타나는 물질을 추적하고 있다. 이들 물질은 모두 현재, 임박한 혹은 미래의 질병을 말해주는 지시자 혹은 예측자다. 면역 체계는 조직 내부의 피해나 감염 혹은 변화에 대한 반응으로 이러한 물질을 생성한다. 예를 들어 CRP은 ‘감시’ 분자로 기능하면서 면역 체계에 뭔가 잘못이 있다는 조기 경보를 알린다. 또한, 이들 물질은 우리 몸과 두뇌의 노화 속도를 예측하기도 한다.

    노화에 따른 염증 수치의 증가는 필연적 과정이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이런 염증 수치를 낮출 수 있고, 우리 몸과 더불어 활력 있고 건강한 두뇌를 유지할 수 있다. 염증 수치를 낮출 수 있다면, 우리는 전반적인 노화 속도를 늦추면서 만성질환의 위험성도 동시에 낮출 수 있다. 일반적으로 30, 40대에는 만성질환을 찾기 어렵지만, 65세가 되면 평균 하나 정도 만성질환 진단을 받는다. 그리고 85세가 되면 평균 5~6가지 만성 질환을 앓고, 10~15가지 처방약을 복용한다. 주변을 둘러보면 어떤 사람들은 젊음을 유지하면서 길고, 활동적이고, 생산적인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누군가는 그 반대다. 조기에 만성질환을 겪고 낮은 생산성, 독립성 상실 그리고 짧은 수명을 경험한다. 몇십 년 전만 해도 이러한 차이가 어디서 오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이제는 노화가 11세 무렵으로부터 시작하는 평생 과정이며 ‘변화 가능한 위험 요인’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위험 요인들 모두는 어느 정도 염증을 유발한다. 음식과 영양, 수면, 사회적 삶, 신체 활동, 술, 담배, 약물 그리고 스트레스 등등.

    예를 들어 우리가 음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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