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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 상담원, 주운 씨: 전화기 너머 마주한 당신과 나의 이야기
콜센터 상담원, 주운 씨: 전화기 너머 마주한 당신과 나의 이야기
콜센터 상담원, 주운 씨: 전화기 너머 마주한 당신과 나의 이야기
Ebook165 pages2 hours

콜센터 상담원, 주운 씨: 전화기 너머 마주한 당신과 나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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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is ebook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지금도 어디에선가 전화벨이 울리면
크게 숨을 내뱉고 전화를 받는 상담원이 있다
보통 주 6일 근무, 하루 70콜 이상, 적어도 한 달에 1,500콜을 받아내는 콜센터 상담원.
《콜센터 상담원, 주운 씨》는 매일매일 불특정다수에게 걸려오는 수십 통의 전화를 받고, 온갖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콜센터 상담원으로 일하며 경험한,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던 콜센터 세계를 진솔하게 이야기한 책이다.
이 책은 고객의 문의와 민원을 해결하려 고군분투하는 상담원의 모습에서부터 진상 고객이 퍼붓는 막말이나 욕설을 고스란히 받아내고, 자신의 감정을 숨긴 채 감정노동의 중심에 서 있는 상담원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또한 누구나 쉽게 이용하면서도 속사정은 모르는, 이를테면 화장실조차 허락받고 가야 하는 현실, 복불복 점심시간, 콜센터 상담원의 진급과 인센티브, 일 잘하는 상담원이 되는 팁과 진상 고객 대처법 등 미처 알지 못한 콜센터의 실상을 알려준다.
저자는 성공한 사람의 미담만이 책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개인의 사소한 이야기도 누군가에게 위로와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고단한 감정노동은 비단 자신만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될 수 있을 거란 마음으로 용기를 내 글을 썼다고 말한다. 전화기 너머 묵묵히 자신의 감정을 어르고 달래며 스스로를 지켜온 저자의 이야기는 ‘감정노동’의 대명사로 불리는 콜센터 상담원의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며,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과 앞으로 나갈 힘을 줄 것이다.

Language한국어
Publisher애플북스
Release dateMar 10, 2020
ISBN9791190642453
콜센터 상담원, 주운 씨: 전화기 너머 마주한 당신과 나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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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콜센터 상담원, 주운 씨 - 박 주운

    박주운 지은이

    공연 티켓을 판매하는 콜센터에서 근무했다. 3개월만 머물 마음으로 들어간 그곳에서 5년을 일했다. 고객에게는 친절했지만 콜은 많이 받지 못하는 상담원이었다. 밥 먹듯이, 아니 밥 먹는 것보다 더 많이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면서도 막상 무엇이 죄송한지 모를 때가 많았다. 수화기 너머 누군가로부터 저기요, 아저씨, 당신, 너, 가끔은 선생님, 그리고 더 가끔은 개××라고 불리던 사람.

    브런치 @eklatilar

    콜센터 퇴사를 앞두고

    콜센터에 입사한 이후 줄곧 나의 목표는 퇴사였다. 그렇다고 바로 퇴사를 했냐면 그것도 아니었다. 매번 다짐만 반복하던 나는 스물아홉에서 서른넷이 되었고, 살아가기보다는 하루씩 늙어가고 있었다. 5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삶에 도움이 되는 지식을 쌓거나 기술을 배우고, 잊지 못할 추억 몇 개쯤은 만들 수도 있었을 텐데 게으르고 약한 나는 그렇지 못했다. 새해마다 작년의 목표를 하나도 이루지 못해 연도만 바꿔놓는 일을 다섯 번 반복하고 나서야 비로소 퇴사를 결심했다.

    이번만큼은 다를 거라며, 기필코 콜센터를 떠나겠다고 마음먹었지만 막상 목표한 퇴사일이 가까워질수록 초조해졌다. 콜센터에서 일한 시간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삶의 공백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좋은 경험을 했다고 치기에 5년은 너무 길었고 나는 더 이상 어리지 않았다. 이대로 그만두면 흘려보낸 시간을 안타까워하며 나를 원망할 게 뻔했다.

    그래서 글을 썼다. 뭐라도 남겨보자는 마음으로 브런치와 블로그에 내가 경험한 콜센터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놨다. 글이라도 남겨놓아야 지난 5년이 결코 의미 없는 시간은 아니었다고 포장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기록이자 일기였고, 고발이면서도 하소연인 글을 내키는 대로 써나갔다. 쓸수록 하고 싶은 말이 많아 어떤 것부터 쓸지 고민하는 시간이 늘었다. 처음에는 콜센터의 현실과 상담원들의 아픔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나중에는 그냥 내가 좋아서 썼다.

    이 책은 콜센터 퇴사를 결심한 시점부터 퇴사하는 날까지 쓴 글을 엮은 것이다. 쉽게 마음을 다치는 콜센터 일에서 글쓰기는 버팀목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나를 지치게 하는 진상 고객을 만나거나, 회사에서 인격체로 존중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일 때도 글감 하나는 얻었다는 생각으로 견뎠다. 어디에도 말하지 못한 이야기를 써내려가며 응어리진 마음을 풀었다. 더 일찍 글을 썼다면 지난한 콜센터 생활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마저 들 정도로.

    누구나 쉽게 이용하면서도 속사정은 잘 알 수 없는 곳이 콜센터다. 안에서 일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이야기를 세상 밖으로 풀어놓을 생각에 벅차다. 누가 상담원 이야기에 귀 기울여줄까 잠시 걱정도 됐지만, 꼭 성공한 사람의 미담만 책이 되는 건 아닐 거라고, 개인의 부끄러운 이야기도 어딘가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줄 사람이 있을 거라 스스로 위로하며 용기를 냈다.

    한편으로는 상담원이라는 직업을 너무 안 좋게만 그린 것 같아 자부심을 갖고 일하는 상담원분들께 죄송하다. 그림자가 많은 박주운이라는 개인의 이야기라고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 인터넷에 파묻혀 있다가 영영 사라질 수 있었던 이야기를 세상으로 꺼내준 조은아 편집자님께 감사드린다. 출간 계약을 맺었다는 말에 자기 일처럼 좋아해주고 책이 나오기까지 응원을 아끼지 않은 미은 님과 숙경 선배, 그리고 5년간 함께 고생한 동료들에게 고맙다.

    지금도 어딘가에선 어김없이 콜센터 전화벨이 울리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 크게 호흡을 내뱉고 전화를 받는 상담원이 있다. 이 책은 언젠가 당신이 스치듯 만났던 상담원의 이야기쯤으로 읽어주시면 좋겠다. 나는 그만뒀지만 세상의 상담원들이 조금 더 행복해지길 바란다.

    프롤로그 : 콜센터 퇴사를 앞두고

    1장/  나는 콜센터 상담원입니다

    어쩌다 보니 상담원

    어떤 공연을 예매해드릴까요?

    매일 시험에 듭니다

    융통성 없는 상담원

    가끔은 상담원도 칭찬이 필요하다

    상담원의 직업병

    적응과 순응 사이

    나는 예매하는 기계가 아닙니다

    언제쯤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고객의 좌석을 날린다는 건

    5년이라는 시간

    2장/  전화기 너머 당신과 나의 이야기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

    그럼에도 떠나는 사람들

    제가 진상인가요?

    그들은 왜 괴물이 되었을까

    진상 보고서

    잊지 못할 추석 덕담

    자존심 따위는 다 버린 줄 알았는데

    그들은 지금 어디에

    취소수수료가 뭐길래

    조금만 매너 있게는 어려우실까요?

    너무 악착같지 않아도 괜찮아

    헤어질 때 깨닫게 되는 것들

    티켓팅 & 피켓팅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조금 우스운 이야기들

    3장/  콜센터, 그 이상한 사회

    화장실 좀 다녀와도 될까요?

    친절한 상담원 씨

    콜센터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큰돈 벌겠다고 콜센터에 들어온 건 아니지만

    태풍 앞의 상담원

    2,500원짜리 경위서

    잠시만요잠시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의 차이

    콜센터 이용 팁

    복불복 점심시간

    상담원도 진급을 하나요

    일 잘하는 상담원이 되려면

    주말에도 전화받네요?

    배부른 소리에 관심 갖기

    4장/  삶은 삶 그대로 살아진다

    사회생활이 뭐길래

    통장 잔고가 스트레스처럼 쌓이면 좋겠다

    나의 친구에게

    못난 나를 털어놓는 일이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서른넷

    꿈꾸는 시기는 언제라도 좋다

    그때의 그 김 과장님

    그래도, 어쩌면, 혹시나

    이만, 퇴사하겠습니다

    에필로그 : 콜센터를 떠나며

    어쩌다 보니

    상담원

    내가 콜센터 상담원이라니… 그것도 서른넷이 되도록 5년 동안이나. 지금의 내가 되기까지 나를 버리고 산 건 아니었다. 평범하게 대학에 입학하고, 별다른 고민 없이 정한 건축공학이라는 전공은 나와 어울리지도, 마음에 들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전과를 시도하거나 다른 공부를 하진 않았다. 대학 4년을 이렇다 할 목표 의식 없이 보내다 보니 학점이나 어학 점수는 보통보다 나을 게 없었고, 자격증이나 대외활동도 겨우 구색만 맞춘 무색무취의 취업준비생이었다. 50개가 넘는 건설회사에 입사지원을 했지만 대부분 서류심사에서 걸러졌고, 그나마 면접을 본 몇 개의 회사에서도 최종 탈락했다.

    졸업과 동시에 백수가 된 나는 고향인 제주도로 내려가 몇 개월을 놀았다. 그러다 아무 데나 취직만 하자는 마음으로 지원한 지방은행에 운 좋게 입사했다. 백수생활을 청산하고 돈을 번다는 사실에 잠깐은 기뻤지만 일을 할수록 회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능력은 없는데 눈만 높아서 이곳에서 일하는 내가 아깝다는 생각이 내내 따라다녔다. 매일 밤 10시가 넘어서야 하는 퇴근도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 결국 6개월 만에 퇴사를 했다. 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현실감각이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렵게 들어간 회사를 마음대로 그만두고 무작정 부모님께 손을 벌릴 수는 없었기에 바로 일자리를 알아봤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공기업 청년인턴을 거쳐 항공사 제주지점 용역업체에서 일했다. 남에게 폐 끼치는 것을 누구보다 싫어하고, 일 못한다는 소리를 듣는 것도 못 참는 성격이라 되는대로 열심히 했다. 그 모습을 좋게 본 지점장의 추천으로 서울 본사에 채용되는 기회를 얻었다. 스물아홉 살 무렵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무엇이라도 시작할 수 있는 나이지만, 당시엔 수도권에서 직장을 구하지 못해 고향으로 돌아와 백만 원이 조금 넘는 월급으로 변변찮게 사는 내가 초라해 보였다. 그런 나에게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할 수 있다는 건 기회였다. 그 길로 상경해 월세방을 구하고, 홀로서기를 준비했다.

    야심 찬 신입사원의 포부도 잠시, 출근한 지 2달 만에 나는 또다시 고비를 맞았다. 적성에 맞지 않는 업무와 미래의 불투명함이 그 이유였다. 무엇보다 사수였던 직속 상사가 능력은 있는데 괴팍한 사람이라 늘 시달려야 했다. 이전 직장에서는 나름 일 잘한다는 소리를 듣고 다녔는데, 여기서는 매번 실수하는 통에 내가 한심스러웠다. 하루에도 몇 번씩 날아오는 꾸지람에 쪼그라들다 못해 투명해지는 느낌이었다. 점점 출근이 두려워졌다. 내가 잘할 수 있고, 진정 원하는 일을 하고 말겠다는 일념으로 사표를 썼다. 

    그때는 사표를 쓰는 마음이 나의 진심이라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면 회사를 그만두기 위한 핑계였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일을 적성으로 하는 사람이 어디 있으며, 비전이 있는 일은 무엇이란 말인가. 고작 2개월 된 신입이 실수하는 건 당연하다. 오히려 실수 없이 잘하는 게 더 이상하다. 불같은 성격의 사수는 지금 생각해도 만나고 싶지 않지만, 어딜 가나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스스로를 객관화해 판단하지 못했고, 사회가 결코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 후로 석 달쯤 신나게 놀았다. 조금만 준비하면 금방이라도 번듯한 회사에 들어갈 줄 알았으니까. 백수가 체질인가 싶게 즐기기도 잠시 통장 잔고가 바닥났다. 그제야 구직에 뛰어들었지만 변변한 능력도, 경력도 없이 나이만 먹은 스물아홉의 나를 받아주는 회사는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당장 월세 낼 돈이 없어 급한 불을 꺼야 했다.

    밤새 구직사이트를 뒤지다가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콜센터의 구인공고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콜센터는 직장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딱 3개월만 다니면서 돈을 모으고 번듯한 직장에 들어갈 요량이었으니까. 화장실에 가는 시간마저 통제당하다 방광염에 걸리고, 악질 진상 고객을 만나 멘탈이 바스러져 정신과 치료를 받는 상담원들의 이야기도 나에게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어쩌다 보니 그곳에서 5년을 보내고 말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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