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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 외전 4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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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 외전 4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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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is ebook

정통 판타지. 현실감과 환상이 공존하는 중세풍에서 시골 청년이자 환생자인 드낙이 출세하는 이야기.

Language한국어
PublisherWHISTLE BOOK
Release dateMar 18, 2022
ISBN9791132793908
강철의 전사 외전 4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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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철의 전사 외전 4권 - 쿠우울

    26. 실버 아머

    세파리아스의 미래란 무엇인가. 그의 욕망은 무엇인가.

    하나는 지배하는 것이다. 신제국을 지배하고, 드낙이 다스리는 이 차원을 벗어나서 다른 차원을 지배하는 것 말이다.

    이를 위해서는 내실을 다져야 한다. 내실이란 지방의 성장과도 관련이 있었다.

    둘은 인간을 인형처럼 굴리고, 입맛대로 소모하며 자신의 업(業)을 늘리고 자신의 탐욕으로만 사용하려는 초월자를 죽이는 것에 있었다.

    이 또한 지방의 수준 상승과 관련이 있었다. 더 많은 군대를 동원한다면 더 많은 차원을 지배할 수 있었다.

    실버 아머와 아이언 헬름은 능히 세파리아스의 욕망을 실현시키는 도구 중에 하나로 여겨질 수 있었다.

    생각보다 인재가 없단 말이지…….

    드낙이 은근히 말했다.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기재는 정말 보기 힘들다.

    평민 중에서 가려 뽑아도 만(萬)의 군대를 능수능란하게 제어하는 지휘관은 열 명도 채 되지 못했다.

    험지에 능하면 평지에 약하고, 만(萬)의 군세를 다루면 행정력에 약하다.

    무인으로서도 잘하고, 문인으로서도 잘하는 이가 세상에 어딨단 말이냐!

    그런 인재 속에서 문무겸비(文武兼備)는 그저 허상(虛像)에 지나지 않으며 사막의 신기루와 같은 것이다.

    드낙의 거듭된 말에 세파리아스도 한마디 거들었다.

    그는 신제국의 황제며, 누구보다 인재를 원하지만, 인재가 나타나지 않아 탄식하며 자신이 일하는 자이므로, 거들지 않고서는 배길 수 없다.

    나가서는 장수가 되고, 들어와서는 재상이 된다. 만약 그런 이가 있다면 기사로서의 명예와 관직을 모두 지낼 수 있으며 동시에 문인으로서의 명예와 관직을 모두 지낼 수 있다. 황제의 사랑을 받아도 이상하지 않지.

    나라를 다룸에 출장입상(出將入相)의 인재야말로 역사 속에서만 나오는 인물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세파리아스는 은근히 드낙에게 제안하기도 했다.

    도렌 상위국왕이 신제국에 온다면 그는 더 큰 꿈을 펼칠 수 있을 텐데, 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느냐?

    상위국 그 속에서도 네 곳 중 한 곳의 자치령을 다스리는 것이 도렌이었다.

    세파리아스는 부족하다고 여겼다. 도렌은 싸움도 잘하고, 자치령을 잘 관리하고 있었다.

    다종족 연합에서 가장 출장입상에 어울리는 이가 있다면 도렌일 것이다.

    물론 아직 부족함이 많았다. 그의 나이가 이제 30줄인 것을 생각한다면, 40살에 완성될 것이니 그런 부족함을 언급하는 우(愚)를 범하는 이는 없었다.

    도렌을 탐할 줄은 몰랐는데. 신제국과 가는 방향이 달라도 너무 달라.

    신제국에는 태양만이 있고, 달이 없다. 그는 달이 될 수 있겠지.

    그게 뭔 소리냐?

    생각하기 싫어하며 어느새 휴대용 게임기를 손에 들고 있는 드낙을 본 세파리아스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하지만 말을 그만둘 수도 없었다. 아쉬운 건 그였으니까.

    날 위해서 반대하는 이가 없다는 뜻이다.

    아아…….

    그제야 드낙이 고개를 끄덕였다.

    큰일이 있을 때는 이처럼 드낙이 세파리아스의 옆에서 신제국을 돌아다니며 확인하지만 그런 일이 없을 때는 그 누구도 세파리아스를 감시하지 않는다.

    반박은 꿈도 못 꾼다.

    그는 완벽한 초월자로 보였으며 그가 말하는 바와 맞부딪칠 의견을 내기란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수십 명을 모아서 반(反) 세파리아스 의견 파벌을 만드는 것도 우습다.

    문제를 제기하는 건 쉽지만, 다른 의견을 통해서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건 어렵지.

    그건 재능의 영역이며, 노력의 영역이며, 지식의 영역이다.

    재능이 있으면서 노력도 하고, 나이가 들어가면서도 지식을 탐구하고 새로운 것을 알려는 열정을 지닌 이는 찾기가 힘들다.

    그리고 그중에서 커리어를 쌓은 이는 더욱 드문데, 그게 도렌이었다.

    도렌은 못 줘. 신제국의 인간과 상위국의 인간이 그곳에 소속되기 싫을 때, 서로 다른 곳으로 갈 수 있도록 해야 하니까.

    이동의 자유.

    이를 위해서 도렌은 스스로의 이상향을 만들고 가꾸는 정원사가 되어야 했다. 그 또한 이에 만족하고 있었다.

    그런데 너한테 속하게 되면 어떻게 되겠냐? 말해 봐. 네 입으로.

    인간은 신제국의 아래에 속하게 되겠지.

    세파리아스와 도렌의 궁합은 빛과 어둠과 같았다. 그 둘이 하나 된다면 세계를 이룰 수 있었다.

    시너지 효과가 상당했다.

    중립신이 암약하고 있다면 그 둘을 붙였겠지만, 평화가 도래한 지 10년도 넘게 흘렀다. 둘은 견우와 직녀처럼 찢어 놓아야 했다.

    * * *

    드낙은 돌아갔다. 부인들과 레이싱 게임을 할 생각에 콧노래를 불렀다.

    게임은 혼자 해도 재밌지만, 친구와 하면 더 재밌고, 여자와 하면 더욱 재미가 있었다.

    특히 돈 걱정이 없는 가정은 웃음꽃을 가꿀 수 있는 노력을 할 수 있는 놀라운 환경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떠나자 세파리아스는 대신들을 불렀다.

    평화의 시대에도 무인 출신이 절반이 넘었다. 그들은 세파리아스의 결정을 크게 반겼다.

    지방에는 몬스터도 많습니다. 이를 신제국의 재산으로 삼는다면, 분명 군대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며, 실전과 경험을 쌓을 수 있습니다.

    기사들은 박수를 치기 바빴다.

    세금! 세금은 어찌합니까!

    병사 100명만 되어도 성인 남자, 그것도 육체 활동을 하는 100명의 장정이다. 하루에 300인분은 고사하고 가만히 놔두면 900인분도 먹어 치우는 놈들이 탄생하는데, 그 숫자가 상상을 초월했다.

    실버 아머(Silver armor)에게 무슨 세금이 필요하느냐?

    그들은 지역 유지들의 자재들로 이루어진 군사 집단이다. 순도 100%의 진골로 이루어질 것이며, 100% 기병 전력으로 삼을 것이다.

    거기에 권총이나 작은 기관단총을 무장시킬 생각이었다. 나약하고 다수를 상대로는 총기만 한 것이 없었다.

    해결방안을 고민해라. 마을의 자경단도 자기 밭이 있다면 가꾸지 않느냐? 이를 통해서 식량을 해결하고, 군품과 교환하면 되겠지.

    마을의 자경단처럼…….

    그럴듯했다.

    둔전제나 다름없었다. 마을 자경단의 덩치를 키우고, 제도화시킨 것이 둔전이다.

    부족하다면 범죄자들을 분지에 처넣어서 못 나가게 하고, 밭을 경작하게 하면 되겠지.

    현명하신 처사입니다!

    대신들이 침을 튀겼다.

    광산에 갈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 범죄자들 아닙니까? 햇빛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며 신제국의 위대한 지배자이신 신황제를 찬양할 것입니다!

    돈은 조금 못 벌겠지만 그런데도 기뻐할 것이 분명합니다.

    밭을 경작한다면 건초도 생기는 법입니다! 그 곁에 목축지를 건설한다면 고기도 군량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옵니다!!

    그들은 단순히 혓바닥을 놀릴 줄 알아서 여기까지 온 이들은 아니었다. 하나같이 쓸 만하기에 여기에 있었다.

    허나, 지나칠 정도로 세파리아스를 맹신하고 있었다. 그를 믿고 따르는 종교가 있을 정도였다.

    그것은 신제국교 혹은 신황제교라고 불리는 종교였다. 다만 그 명칭은 여러 가지가 있었다. ‘불파겐을 따르는 이들의 종교’라고 불리기도 했다.

    그들의 장비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총기 보급은 이릅니다! 지방의 군대는 총기를 다른 곳에서 사용할 수 있소!

    총기 반입은 엄격하게 통제되고 있었다. 그 이유는 당연히 한국인 출신 드낙 때문이다.

    드낙은 총기의 관리만큼은 엄격하게 행하고 있었다. 특히 현역 땡보병 출신 아니랄까 봐, 탄피 회수에 열을 올린다. 총알이 없으면 총을 잃어도 쓰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문인 대신도 크게 드높이고 있었다.

    ‘결국에는 돈이다.’

    그런 모습을 다른 대신이 찌릿 노려봤다.

    총기를 보급하지 않는다면 아티팩트를 쥐여줘야 할 텐데, 그럴 세금이 있는지 의문이외다!

    어허, 이거 할 때도, 세금, 저거 할 때도 세금! 대체 왜 그러시는 것이오!

    나라에 도둑놈이 많아서 그렇다!

    뭐라고! 이 사람이! 지금 신제국의 위대한 지배자 세파리아스 불파겐 신황제 폐하의 앞에서 못 하는 말이 없구나!

    세금 때문에 머리카락이 사라진 이는 이내 입을 다물고 고개를 조아렸다.

    죄송합니다. 허튼소리를 했사옵니다.

    세파리아스는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괜찮다. 나라의 도둑놈을 매년 천 명을 잡아들여도 계속 생기지 않느냐.

    곳간의 쥐새끼처럼 득실거리는 것이 세금 도둑놈들이었다. 아무리 깨끗한 나라를 만들려고 해도 불가능했다.

    자기 앞에 돈이 있는데 어떻게 안 쥐고 배기겠는가.

    어려운 일이었다. 권력을 손에 쥐었는데 안 휘두를 수 없는 노릇이고, 사타구니에 생식기가 달렸는데 쓰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이 때문에 매년 범죄자 잔치를 벌이고 있는 게 신제국이었다.

    신제국은 땅이 넓고 사람도 많았으며 그만큼 크고 작은 권력과 완장이 그득했다.

    쿵!

    세파리아스가 발을 굴렀다. 그에 이래라저래라 이야기를 나누던 대신들이 조용해졌다.

    지방을 제쳐놓고 어찌 전쟁을 하겠는가? 이번 기회를 빌려 지방에도 기회를 주려고 한다. 차원 도로는 아직도 건설되고 있으며 언젠가는 다른 차원과 맞닿게 될 것이다. 그때, 우리는 하나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미래를 여소서!

    태양과도 같은 역사를 써 내려가소서.

    대신들이 간사하게 파리처럼 손을 비볐다. 간언을 올리는 이는 단 하나도 없었다. 모두 세파리아스가 제시하는 것을 진정 진리라 여기고 있었다.

    실버 아머는 그 어떤 전신 갑주보다 빛나고 아름다운 갑옷을 입게 될 것이다. 은빛으로 빛이 나는 그들은 밤에 날뛰는 기병이 되어 기사의 명예를 이어나가도록 할 생각이다.

    돈이 많으니, 알아서 하도록 하면 된다.

    다만 총기가 문제군.

    실버 아머에게 기관단총이나 권총을 허락하려고 했지만, 분실되어서 사고가 일어나면 드낙이 노발대발할 터였다.

    …그러면 못 훔쳐 가는 걸 주는 것이 어떻습니까?

    못 훔쳐 가는 것?

    총기보다 큰 것을 내주는 겁니다. 그렇다면 도둑들이라도 쉽게 훔치지 못할 것이고 처분도 하기 어려울 겁니다.

    운송은 더더욱 힘들 터였다.

    나쁘지 않은 생각에 세파리아스가 크게 웃었다.

    우주 낙원의 정보 시스템을 파악하라. 보름 내로 결과를 내놓도록.

    대신들이 우르르 빠져나갔다.

    * * *

    13일 뒤에 다시 한번 회의가 열렸다. 실버 아머에 대한 회의였다. 결과 보고이기도 했다.

    대신들의 의견이 모두 만장일치 했사옵니다.

    강철로 이루어진 전투마가 박격포를 끌고 왔다. 크고 아름다운 대포였다.

    스토크스 자동 박격포(Mortar), RMS6L라 불리는 물건입니다.

    120mm 구경에 포신 길이는 2,280mm에 달합니다. 무게는 820kg으로 육중하여 훔치기 어렵습니다.

    사거리는 15km에 달하며 최대 발사속도는 분당 10발로 적당합니다.

    무엇보다 탄약만 장전하면 자동으로 발사합니다. 지역 유지의 예비 공병 부대를 붙여놓는다면 쉽게 운용할 수 있을 겁니다.

    그 말을 들은 세파리아스가 당연한 것을 물어봤다.

    단점은?

    자동이라서 마모가 심하여 예비 부품을 들고 다녀야 하고, 수리 기술을 익힌 공병이 필요합니다.

    박격포의 전문가가 있어야 한단 소리다.

    자동차만 타고 다니는 놈이 아니라, 자동차를 정비할 놈이 있어야 한다는 소리였다.

    흠…….

    수동으로 조작한다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숙련되기도 힘듭니다.

    스토크스 자동 박격포 격납고를 건설하라! 포병 공병을 지방에서 육성하여 신제국의 국방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

    세파리아스가 천명했다.

    하지만 천명한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었다. 지방의 도시 중에 어느 곳을 선별할지도 문제였다.

    결국, 11월 24일이 되어서야 실버 아머와 함께 스토크스 자동 박격포 격납고가 출범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서 11월 24일은 박격포의 날로 지정했다.

    ‘사거리가 15km에 달하는 박격포를 안 쓰면 어리석은 자지!’

    현대 화기에 세파리아스는 큰 관심이 있었다. 적이 보이지 않는데 공격할 수 있는 것도 훌륭했다.

    ‘산성도 쉬이 점령할 수 있다!’

    신라인이 가장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 것이 바로 산성(山城)이다. 고구려조차도 감히 넘보지 못하는 것이 산성이란 괴물 같은 방어 요새였다.

    반약 박격포가 있다면 산에 성을 쌓는 짓은 하지 않을 터였다. 그 산의 반대편에서 펑펑 쏠 테니까!

    실버 아머는 출범과 동시에 강력한 카드를 손에 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그들이 반란을 일으킨다면 강력한 공격력을 발휘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있었지만, 동시에 적을 상대로도 강력한 공격력을 발휘할 것이다.

    들어라! 제국인들이여! 신제국의 신민들이여! 변방의 반란이 있었고, 신제국의 황제께서는 이를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하신다!

    변화가 없다며어어어어언! 그것이 발전한다고 생각하느냐! 생각할 수 없다! 변화해야 한다!

    변화! 변화! 변화!

    군중이 외쳤다. 이에 관리가 입을 가다듬었다.

    일찍이 강철마를 구매할 수 있는 부자! 전투마를 끌고 올 수 있는 부자! 그런 부자만이 실버 아머에 들어갔다! 하지만 걱정하지 말지어다!! 오늘부터! 지방의 제국인에게! 아이언 헬름에서 신제국을 위해 살아갈 기회를 황제께서 주실 것이다!

    환호성이 쏟아져 나왔다.

    * * *

    실버 아머(Silver armor)가 출범했지만 지역 유지들은 무거운 엉덩이를 떼지 않았다.

    신제국의 변방.

    영혼 제국의 피해를 적게 본 트위큰엄(Twickenham) 지방이 특히나 그러했다.

    신제국의 관리가 오늘도 왔다 갔습니다. 계속 거부만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도시 테딩턴(Teddington).

    그곳의 지배자나 다름없는 코워드 가문의 가문원들은 그 숫자가 3,500명을 헤아렸다. 그것만으로 역사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으며, 그 역사 동안 잊힌 게 아니라 계속 부를 축적해 왔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제가회의(Add all conference).

    코워드 가문의 회의기구인 제가회의에 참가하는 이들의 숫자는 550명으로 3,500명 중 가려 뽑은 500명과 코워드 가문에 공헌한 바가 큰 원로 50명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원로는 특히 돈보다는 사회적인 지위가 높아야 했다. 물론 그다음에 돈도 많아야 한다.

    그런 이들이 한자리에 모일 정도로 넓은 원탁이 있는 것만으로도 테딩턴 도시에서의 코워드 가문의 힘을 보여주고 있었다.

    누구 하나는 보내야 하지 않겠나.

    이름 없는 이를 보내지는 말라고 했습니다.

    깐깐하구먼. 후루룩.

    원로 하나가 일부로 소리를 내며 차를 마셨다. 천박하기 짝이 없었다. 돼지가 사료를 먹듯이 소리를 내면서 처먹는 꼴을 보자니 기가 찼다.

    하지만 이는 원로가 쾌감을 느꼈을 때의 버릇이었다.

    남이 싫어하는 표정을 보기 위해서 소리를 내며 음식을 꾸꿔꿕 돼지처럼 먹는 것이다.

    호루로루라라락!

    널뛰기하듯이 차 마시는 소리가 경박하게 울려 퍼졌다. 몇몇 이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또 지랄이네.’

    ‘빨리 죽어라.’

    저 원로 하나 때문에 코워드 가문원은 면치기를 하면서 면 요리를 먹을 때도 조용히 먹는다. 먹는 소리가 나면 늙은 원로의 끔찍한 얼굴이 기억나기 때문에 밥맛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가문 원이 3,500명인데, 이름 하나 못 내는 건가!

    코워드 가문을 위해서 헌신할 이가 이토록 없다니. 응쯧쯧!

    늙은 원로들은 신이 났다. 오랜만에 자신들이 훈수할 때가 와서다.

    대부분이 쩔쩔맸다.

    그런 상황에서 홀로 고고하게 있는 중년인이 있었다. 그는 수염이 덥수룩하고, 기세가 남달랐다. 그 모습에 원로들과 주변인들이 그를 바라봤다.

    블루 블러드(靑血).

    가장 귀족다운 이라고 불리며, 잔혹하기도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는 코워드 가문을 위협하며 테딩턴 도시의 지배권을 두고 싸웠던 위고, 토플러 가문을 멸망시키기까지 했다.

    두 개의 가문을 멸망시켰다. 그들은 살아도 산 것이 아니고, 죽어 나자빠지기 바빴다.

    그는 분명 블루 블러드라 불릴 자격이 있었다.

    르테욱 코워드(Rteewg Coward). 그가 덥수룩한 수염을 쓸었다. 근육으로 다져졌으며, 눈매가 날카롭다. 누가 봐도 장군감이었다.

    할 말이라도 있는가? 르테욱.

    제가 또 나선다면 코워드 가문에 인재가 없다고 할 것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그가 좌중을 훑어봤다.

    누가 그런 소리를 하겠는가.

    말이나 들어보는 건데, 무엇이 어렵겠나.

    의원들은 당당한 저 표정이 무엇 때문인지 궁금해했다.

    제 양아들을 보내면 쉬울 겁니다. 누구보다도 빠르게 비상(飛上)하여 실버 아머의 중심을 꿰찰 것입니다.

    이에 수많은 이들이 동요했다.

    신제국의 관리가 과연 받아줄지…….

    성을 세 번이나 바꾼 호로의 개쌍놈 아닌가…….

    쉿…….

    르테욱 코워드의 가장 강력한 조커 패로 알려진 것이 그의 양아들이다.

    그는 무려 세 번이나 자신의 성씨를 바꾸었다.

    밑바닥 인상을 위고 가문이 받아줬고, 위고 가문에서 토플러 가문으로 또 자리를 옮겼다. 마지막에는 코워드의 성씨를 받았다.

    그냥 딱 들어도 ‘아, 후레자식이구나.’ 그런 생각을 할 정도로 거칠게 살아온 자이며, 르테욱의 가장 강력한 검이다.

    그 정도로 날카로운 검이기에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이름이… 이름이 뭐였더라…….

    원로 중 하나가 가물가물해 했다. 대단히 유명한데도 모르는 것을 보니, 노망이 나도 단단히 난 것처럼 보였지만 그 눈은 살아있었다.

    명성 하나 제대로 드높이지 못했음을 돌려 까는 것이다.

    루-부 코워드(Lu-bu Coward)입니다.

    아아! 서포트 퍼스트(奉先)!

    해묵은 별명을 늘어놓았다.

    지방 자재들이 몬스터 사냥하는 것을 가장 먼저 도왔고, 항상 쪼르르 달려가서 힘자랑하기를 좋아해서 붙여진 첫 번째 별명이 바로 서포트 퍼스트였다. 한자로는 봉선이라 한다.

    예. 민첩한 기사(Agile knight)라 불리는 것이 제 아들입니다. 분명 실버 아머에 보낸다면 그곳에서 크게 명성을 드높일 겁니다.

    르테욱은 명성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변방의 귀족이며, 토착 세력이 가장 원하는 것이 바로 명성이다. 다른 이들도 모두 흥미로운 눈으로 그럴듯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탐욕스러웠고, 코워드 가문 또한 탐욕스러웠다. 대다수가 그러했으니, 성공할 수밖에 없는 태도였다.

    살인자 그룹에서는 살인자처럼 행동해야 좋아하는 법이다. 르테욱 또한 훌륭한 코워드 가문의 탐욕스러움을 빼닮았다.

    루-부! 어떠냐! 실버 아머에 지원하여 1등 할 것 같으냐!

    맡겨만 주신다면 무엇을 못 하겠습니까!

    청량한 목소리였지만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가문원들의 이목이 그에게로 향했다.

    매우 날렵해서 기사답지 않은 모습이었지만 그 누구도 루-부를 가볍게 보지 않았다.

    루-부 코워드는 바닥부터 시작해서 어엿한 성씨를 지닌 귀족의 일원이 되었다. 이를 가볍게 볼 수는 없다.

    그를 욕하면 같은 가족을 욕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들은 코워드 가문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루-부는 그 덕을 많이 보고 있었다.

    좋다!

    회의에 가결이 붙여졌다. 표를 모았다. 하나같이 자신의 서명이 들어가 있었다.

    찬반이 제법 갈리기는 했다. 그래도 순혈을 보내야 한다고 여기는 꼰대들이 많아서다.

    * * *

    3일 이후 루-부 코워드는 실버 아머에 지원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 수행원만 50명에 달했다.

    실버 아머가 있는 곳은 신제국의 변방과 중심을 나누는 경계선. 요새 포트리스였다.

    평범하기 짝이 없는 이름으로 알려졌었으나, 갈림길마다 새로운 표지가 세워져 있었고, 포트리스가 아니라 실버리온이라고 쓰여 있었다.

    실버 아머에 맞춰서 새로 이름을 지은 것 같습니다.

    실버리온이라! 나쁘지 않다!

    루-부는 기껍게 여겼다.

    곳곳에서 새로운 출발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것 하나하나가 루-부를 기쁘게 만들었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명성을 드높이는 일이다.

    ‘나쁘지 않다.’

    무엇이 지나가도 길조라 여겼다.

    키익?

    가는 길에 야생 고블린 무리와 마주하기도 했다. 아직도 이런 놈들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아 신제국의 상황은 다른 곳과 조금은 달랐다.

    많은 이들이 야생이 살아 숨 쉬고 있어서 학술 가치가 높은 곳이라고 찬사를 보내지만, 그 실상은 조금 더 끔찍한 편이다.

    따르라!

    루-부 친위대라 여겨지는 소수의 기병이 밖으로 나가서 단번에 산길을 올라탔으며 나무뿌리조차도 짓이겼다. 보통 전투마가 아니었다. 산악기병다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었다.

    키에에엑!

    전투마와 부딪치면 소형차에 치인 것처럼 훌쩍 날아가서 나무와 부딪치거나, 땅에 코를 박게 된다.

    캉!

    나무 투창이 강철로 이루어진 마갑에 막혀서 튕겨 나갔다.

    끼익?!

    경악해 하는 고블린 투사의 목에 루-부의 창이 훑고 지나갔다.

    슈컹!

    깔끔하게 목을 깊게 베고 지나갔다. 창술의 솜씨가 훌륭했다. 마상 상태에서 이토록 깔끔하게 하려면 영화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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